2022/08/15

[이종철 서평]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읽고..'영성'보다 '샤먼'. - 내외신문

[이종철 서평]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읽고... - 내외신문
[이종철 서평]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읽고...
 이종철 철학박사 승인 2022.04.02


1. 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지금 막 다 읽었다. 출간되자 마자 화제에 올랐고, 일전에 오구라 기조의 <한국은 하나의 리이다. 리와 기로 해석한 한국사회>라는 책을 읽고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한 번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이 책을 번역한 이신철 선생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동료이고, 그가 책까지 한 권 보내 주어서 그 기회를 앞당길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책을 펼쳐 들고 중반 까지는 꼼꼼하게 읽었지만 뒤로 갈 수록 간략하게 스킵하다 보니까 대 여섯 시간만에 읽기는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은 다음 곰곰히 생각을 했다. 
  •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사상가들 뿐 아니라 어쩌면 한국인들이 쓴다 해도 거의 언급 조차 되지 않을 인물들까지 들춰내서 세밀하게 쓴 것이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엄청난 연구와 독서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 수준이나 성과 여부와 상관없이 조선의 사상사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과 그것을 학문적으로 표현해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이다. 
  • 다음으로 일본 학자가 이런 책을 쓰는 동안에 한국의 학자들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자괴심 마저 들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이 나왔을 때도 주로 호기심 많은 저널리스트들 만이 크고 작은 관심으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깊이 있는 서평을  써주었다. 정작 학문적으로 연관이 있는 학자들 중에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기이한 느낌마저 주기도 했다. 아마도 학자적 양심이나 부끄러움 때문이거나 혹은 그 마저도 없이 한국의 학자들이 이제 공부도 안하고 문제의식도 갖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의심이 어느 정도 합리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도대체 한국의 학자들 -특히 인문학자들-은 두더지 처럼 자기 구멍만 팔 줄 알지 다른 학자들과 소통이나 논쟁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오구라 기조 교수의 책에 대해서도 똑같이 침묵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 지난 30여년 동안 연구자들의 수가 엄청 늘어났고 그 수준도 많이 높아졌지만 그저 논문 기계들처럼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사냥하는 일에만 관심갖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다른 학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도통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이 인문학자들의 현실이다. 만일 한국의 인문학계가 이런 학문적 무관심과 불통을 계속한다면 가뜩이나 인문학의 소외 현상을 넘어서 미래가 더욱 암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서평을 쓰면서 이런 푸념식의 비판부터 하는 나 자신의 마음도 편치는 못하다. 내가 한국학이나 한국철학을 전공하는 학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서평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렇다. 아무튼 이런 마음을 염두에 두면서 <조선 사상사>를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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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선의 사상사 전체를 통람한다는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의 분량을 많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단군신화에서 시작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부터 고려와 조선 그리고 조선말기 동학과 개화 사상, 식민지 시대의 사상과 북조선의 주체사상과 현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정치가들과 사상가들의 사상까지 기술하고 문학가들의 작품까지 빠짐없이 빼곡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런 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앞서도 이야기를 했듯 저자의 엄청난 독서외에도 수많은 사상들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파악해서 간단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필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본다면 오구라 기조 교수는 전작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보여주었듯 복잡한 현실과 사상을 단순화하는데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다 보면 필자와 같은 문외한도 신라의 원효와 의상, 고려의 지눌의 돈오점수의 불교, 조선의 태극논쟁, 사단칠정 논쟁, 인심도심 논쟁, 인물성 동이 논쟁 등 수많은 사상의 갈래들을 어렴풋하나마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저자의 명쾌한 설명과 간결한 문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은 비록 상세한 내용을 담지 않았더라도 조선 사상사 전체에 대한 소묘를 잘 해냈다는 점에서 빼어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자신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다른 이들에게 충분히 권할 만하다는 생각을 적지 아니 했다. 

3. 필자는 이 책 전체를 작은 지면에서 다 다룰 수는 없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저자가 강조한 입장이나 시각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오구라 기조 교수는 이 책 모두에서 조선사상사의 특징이 무엇인가에 대해 일본과 비교해서 기술하고 있다
  • "일본 문화가 외부로부터 도래하는 문화에 대해 브리콜라주(수선)적인 포섭 방법을 취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 조선은 "외부로부터 도래한 사상이 기존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변을 추진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고려 시대에 불교가 사회 변혁을 시도했고, 조선에서는 주자학이 국가의 통치 이념이 되면서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꿨다. 이런 전통은 현대에 들어서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 공산주의라는 사상(주체사상)이 똑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 그런 맥락에서 일본과 다르게 조선에서 '사상의 혁명적인 정치적 역할'의 크기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오구라 교수는 이 책을 쓰면서 "순수성, 하이브리드성, 정보, 생명, 영성이라는 다섯가지 키워드"에 특별히 주목한다고 했다. 

조선(이때의 조선은 이성계가 개국한 특수한 의미의 조선이 아니라 단군 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을 일컫는 보편적 의미를 띠고 있다) 사상사를 개관한다보면 일본이나 중국의 사상사와 달리 '순수성을 둘러싼 격렬한 투쟁'이 강하게 드러나고, 이런 현상은 현대에 와서도 남조선과 북조선간의 이데롤로기 대립, 그리고 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진영논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사상의 순수성을 둘러싼 이러한 투쟁은 대개는 중화주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조선 사상의 독창성의 결여와 중국에 대한 종속성과 같은 비판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와는 달리 순수성에 대한 반대 축에는 불순성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선의 주자학이 지배하던 당시에도 양명학과 서학이 다른 사상으로 존재했고, 유불도 3교 내지 샤마니즘을 포함한 4교와 같은 혼연일체형의 '하이브리드 사상'이 조선사상을 특징지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 보듯 외래 사상의 유입을 차단하는 '정보의 컨트롤'이 지배적이었다. 16세기 말에 서양의 사상과 문물이 대거 동아시아로 밀려 들어 왔을 때 일본에서는 가톨릭 다이묘가 나오거나 남만 사상이 유행했지만 조선의 지배층은 철저하게 이런 정보를 통제했다. 사상의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이런 조치는 19세기 말 외래 사상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보여주는 '위정척사' 운동이나 대원군의 쇄국 정책, 더 나아가서는 북조선이 주체사상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사상의 유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데서도 잘 보여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전면적인 순수성의 추구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하이브리드성이 하나의 조선 속에 공존한다고 보는 것은 일종의 억지이거나 무리한 해석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아포리아(aporia)에 직면해서 오구라 교수의 해석의 장점이자 조선사상의 특별한 장점이 드러난다. 오구라 교수는 일견 상호 대립하는 순수성과 하이브리드성, 정보의 통제와 개방 간의 대립을 아우르고 넘어서는 정신의 현상조선에는 분명하게 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을 '영성'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신라의 원효의 화쟁사상에서부터 퇴계의 이기호발설, 그리고 19세기 조선말 경주 지방에서 등장한 최제우의 불여기연과 동학 사상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구라 교수는 이것을 '영성의 네트워크'로 부르고, 이것이 "조선사상사 전체를 움직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까지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이런 주장을 특별히 뒷받침하기 위해 퇴계와 최제우의 사상적 연결을 경상도라는 특수한 유대까지 거론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오구라 교수는 이런 영성이 순수성을 둘러싼 유별난 투쟁사와 외래 사상 간의 다양성과 공존을 하나로 엮어줄 수 있는 특별한  지지대라고 보는 것이다. 

4. 그러면 마지막으로 오구라 교수의 이런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나의 생각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먼저 하나의 사상이 한 시대, 한 사회를 완전히 지배하고 개벽한다는 입장부터 보자.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특별히 종교적 심성이 강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종교적 의식 때문에 신리와 고려에서는 불교가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사회를 이끌었고, 조선에서는 성리학의 통치 이념을 제시했다. 
근대에 들어와서 새로 유입된 기독교가 유교를 대신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믿는 대표적인 종교가 되기도 했다. 
사실 기독교가 한국에서 이토록 대표적인 종교가 된 현상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한국인들의 유별난 종교의식 말고는 달리 설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의식의 지반 속에서 그것이 불교이든 유교이든 아니면 기독교이든 시대가 변화하면서 지배적인 이념(이데올로기) 역할을 해왔다고 할 것이다. 
만약 이처럼 종교에 대한 귀속 의식이 없다고 하면 어떤 하나의 절대적인 사상이나 종교에 의해 그 사회 전체를 이끌어가는 통치 이데올로기가 나올 수는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오구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조선은 외래 사상에 대해 일본이 자신들의 틀 속에서 수선하고 개량하는 태도 보다는 전면적으로 수용해서 지배 사상으로 만들고, 그것의 동력이 다한다면 새로운 피를 수혈하듯 새로운 사상으로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태도를 반복한다고 할 것이다. 때문에 오구라 교수의 일반화에 대해 한국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특별히 반박하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한 시대나 사회 안에서 대립적인 사상이나 종교 혹은 경향이 모순적으로 대립하면서도 그 사회를 파멸로 이끌지 않는 특별한 이유조선사상의 '영성'에서 찾는 오구라 교수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사실 '영성'이란 표현은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말도 아니고 계산적인 이성의 합리성 틀 내에서 파악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이러한 영성은 다분히 종교적 측면이 담겨 있고, 좀 더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감성과 이성을 넘어선 '정신'(Geist/sprit)의 측면에 가깝다

때문에 그것은 경험적이고 가시적인 영역을 넘어서려는 인간 정신의 초월성, 상호 대립하고 모순하는 것들을 아우르고 넘어설 수 있는 신비와 형이상학적 사유에 가깝다. 때문에 이런 영성은 사상사적으로 볼 때 장점도 있는 반면에 단점도 적지 않다. 굳이 서양철학의 칸트를 끌어들여 설명한다면 그것은 경험적 직관이나 과학적인 범주를 넘어선 형이상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이성 비판을 통해 이성의 필연적 지식이 가능한 영역과 그것을 넘어선 영역을 구분하고, 과학으로 종교를 재단하려 한다든지 아니면 종교를 가지고 과학을 지배하려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런 의미에서 영성은 인간 정신의 초월이자 종교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성을 과학의 세계 안에서 필연적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어도, 그것은 끊임없이 이성과 감성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그 세계 안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을 설명하고 그 세계 안으로 강력한 에네르기를 불어 넣을 수도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이나 종교적 부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영성 운동 같은 경우들이 그렇다.  어느 정도 신비주의의 영역에 맞닿아 있는 이런 영성이 조선사상사를 꿰뚫는 대립물의 화해와 통합의 정신에서 나타나서 끊임없이 사상의 활력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구라 교수가 영성을 강조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을 '영성'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익숙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영성'이란 말을 통해 오구라 교수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은 하지만 그것을 좀 더 한국인들의 의식 세계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언어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불교나 유교 그리고 현대의 기독교는 한국인들에게는 외래 사상이라고 볼 수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의 무의식 세계 저변에는 동아시아의 오랜 샤만 전통이 깔려 있다.    한국인들의 무의식 속에서 이런 샤만니즘은 외래 사상을 끌어 들여 그 속에서 용해하는 거대한 용광로의 불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와 기독교의 경우는 사먀니즘과의 친화성이 두드러져 나타나고, 엄격한 성리학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조선에서도 왕실 깊숙한 세계나 기층민중의 세계에서 샤마니즘의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오구라 기조 교수는 그것을 특별히 원효의 화쟁사상과 퇴계의 이발호발설, 그리고 최제우의 불연기연 사상에서 보듯 사상적인 대립을 넘어서는 초월적 정신의 수준과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맡바탕에 흐르는 면면한 정신은 동아시아의 샤먼적 전통 (최치원이 말한 풍월도)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영성'이란 표현보다 '샤먼'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상과 철학사 안으로 샤먼의 무의식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진저리를 칠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점도 모르지는 않다. 

오구라 기조 교수의 <조선사상사>를 주마간산 격으로 읽기는 했지만 느끼는 바는 컸다. 이렇게 생각거리를 많이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가 크다.이 책을 기점으로 한국의 학자들도 사상사와 철학사의 기술에 적극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동안 서양 사상을 수입하고 중국 사상을 반복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제 나라의 사상사를 일본 학자의 저술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학문적 자존심도 걸려 있고 학자의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앞으로 네이버 스튜디오 파트너 채널을 통해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 땅에서
흔히 하는 철학 활동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남의 철학을 소개하고 해설하고 해석하는 것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양철학의 경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근대의 데카르트를 거쳐 영국의 경
험론이나 독일의 관념론, 그리고 20세기 들어 후썰이나 하이데거, 프랑스의 구조주의나 해체주의 계열
의 철학자들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학습하기도 쉽지 않은데 독자적으로 해석하기는 더 어렵다. 그러
다 보니 이런 철학들을 연구하면서 자기 이야기나 철학을 이야기하기는 더 어렵다. 마찬가지로 동양철
학의 경우도 공맹과 노장 사상, 전국시대의 법가로부터 시작해서 송나라의 주희를 비롯한 신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자기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사정은 한국의 사상과 철
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경험하고 있다. 원효와 의상의 불교 철학으로부터 조선의 뛰어난 유
학자인 퇴계와 율곡의 철학, 그리고 다산과 같은 실학자의 사상들을 연구하는 것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나의 철학과 사상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철학이야말로 가장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학문인데 이렇게 허구한 날 고래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의 철학만 한다면
내가 하는 철학을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철학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오늘날 이 땅에서
철학을 하는 연구자들이 부닥치는 공통된 딜레마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철학을 오로지 이론으로 학습을 하려 하고,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특정한 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철학을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세운
문제들을 탐구하면서 철학을 하지 않다 보니 거의 대부분 다른 철학자들이나 사상에 의존해서만 철학
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찍이 임마누엘 칸트도 자기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학생들이 철학은 많이 알고 있지만 자기 스스로 철학을 하지는 못한다(nicht philosophieren)”고
지적한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철학을 연구하고 해석하기만 할 뿐 자기 스스로 철
학적 사유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종철의 ‘에
세이 철학’」은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G.W.F 헤겔은 “철학은 사유 속에 포착한 그 시대”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저기서
말하는 사유와 시대에 과연 나의 사유가 있고, 우리의 시대가 있을까? 영국의 경험론은 17-8세기의 영
국의 시대를 포착한 것이고, 독일 관념론은 18-9세기의 독일의 현실을 반성하면서 나온 철학이다. 20세
기 후반의 포스트 모더니즘과 해체주의는 이차 세계 대전 후 공고해진 자본주의 질서와 냉전, 그리고
6.8 혁명에 대한 반성에서 싹튼 철학이다. 이에 반해 21세기에 살아가는 한국의 어떤 철학자들도 자신
들의 시대와 현실을 반성한 적도 없고, 또 그것을 자신의 언어와 사유로 표현한 적도 없다. 그저 열심히
독일 철학과 프랑스 철학을 이야기하고, 영국 철학과 미국 철학을 이야기할 뿐이다. 정작 우리는 우리
시대와 우리 삶을 반성하지 못하고 개념적으로 포착하지도 못하다 보니 과연 한국 철학은 어디에 있는
가라는 공허한 물음만 던질 뿐이다. 앞으로 이어질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은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2022.05.05. 오전 12:11
이종철
8 4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 MY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앞으로 네이버 스튜디오 파트너 채널을 통해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 땅에서
흔히 하는 철학 활동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남의 철학을 소개하고 해설하고 해석하는 것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양철학의 경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근대의 데카르트를 거쳐 영국의 경
험론이나 독일의 관념론, 그리고 20세기 들어 후썰이나 하이데거, 프랑스의 구조주의나 해체주의 계열
의 철학자들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학습하기도 쉽지 않은데 독자적으로 해석하기는 더 어렵다. 그러
다 보니 이런 철학들을 연구하면서 자기 이야기나 철학을 이야기하기는 더 어렵다. 마찬가지로 동양철
학의 경우도 공맹과 노장 사상, 전국시대의 법가로부터 시작해서 송나라의 주희를 비롯한 신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자기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사정은 한국의 사상과 철
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경험하고 있다. 원효와 의상의 불교 철학으로부터 조선의 뛰어난 유
학자인 퇴계와 율곡의 철학, 그리고 다산과 같은 실학자의 사상들을 연구하는 것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나의 철학과 사상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철학이야말로 가장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학문인데 이렇게 허구한 날 고래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의 철학만 한다면
내가 하는 철학을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철학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오늘날 이 땅에서
철학을 하는 연구자들이 부닥치는 공통된 딜레마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철학을 오로지 이론으로 학습을 하려 하고,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특정한 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철학을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세운
문제들을 탐구하면서 철학을 하지 않다 보니 거의 대부분 다른 철학자들이나 사상에 의존해서만 철학
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찍이 임마누엘 칸트도 자기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학생들이 철학은 많이 알고 있지만 자기 스스로 철학을 하지는 못한다(nicht philosophieren)”고
지적한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철학을 연구하고 해석하기만 할 뿐 자기 스스로 철
학적 사유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종철의 ‘에
세이 철학’」은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G.W.F 헤겔은 “철학은 사유 속에 포착한 그 시대”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저기서
말하는 사유와 시대에 과연 나의 사유가 있고, 우리의 시대가 있을까? 영국의 경험론은 17-8세기의 영
국의 시대를 포착한 것이고, 독일 관념론은 18-9세기의 독일의 현실을 반성하면서 나온 철학이다. 20세
기 후반의 포스트 모더니즘과 해체주의는 이차 세계 대전 후 공고해진 자본주의 질서와 냉전, 그리고
6.8 혁명에 대한 반성에서 싹튼 철학이다. 이에 반해 21세기에 살아가는 한국의 어떤 철학자들도 자신
들의 시대와 현실을 반성한 적도 없고, 또 그것을 자신의 언어와 사유로 표현한 적도 없다. 그저 열심히
독일 철학과 프랑스 철학을 이야기하고, 영국 철학과 미국 철학을 이야기할 뿐이다. 정작 우리는 우리
시대와 우리 삶을 반성하지 못하고 개념적으로 포착하지도 못하다 보니 과연 한국 철학은 어디에 있는
가라는 공허한 물음만 던질 뿐이다. 앞으로 이어질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은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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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이종철 철학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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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 -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 
이종철 (지은이)수류화개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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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464쪽
152*223mm (A5신)
650g
ISBN : 979119717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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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책소개
학계의 업적평가가 이런 형태의 논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비판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의 글쓰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기의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권위 있는 레퍼런스를 제시하고 그 해석을 살펴야 한다. 때문에 자기 주장과 자기 언어를 말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된다. 토마스 쿤T. Kuhn이 말한 것처럼 모두가 주어진 패러다임 안에서 ‘문제풀이(Problem Solving)’에만 골몰할 뿐 도무지 다른 생각이나 시도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하기도 어렵다.

규격화와 전문화는 세계적인 추세기는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런 상태에서 자유롭고 비판적인 에세이 철학이 소멸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일지 모른다. 이 책은 규격화된 형태를 벗어나 철학 본래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정신을 되살리는 글쓰기를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철학은 어떤 경우든 우리 안에 갇혀 있는 호랑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목차


Ⅰ. 현실과 사유
1. 사유와 방법
2. 현실과 이론
3. 경험과 이론
4.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철학
5. 화이부동和而不同
6. 둘이 아니지만 하나도 아니다

Ⅱ. 배움과 탐구
1. 산수몽山水蒙
2. 호기심3. 탈레스의 별과 하녀의 웅덩이
4. 완색이유득玩索而有得
5. 음성과 문자
6. 기억과 상상
7. 《정신현상학》 강의
8. 기술공학시대의 환경윤리

Ⅲ. 글쓰기와 인문학
1. 글쓰기에 대해
2. 글쓰기와 대면더보기



책속에서


공리공담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은 앞에서 말한 기계를 만지듯 생각을 하라는 말과도 통한다. 하지만 앞의 말은 방법에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면 장사꾼처럼 생각을 하라는 말은 목적과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히 실용주의적인 결과만 의미한 것이 아니라 사유의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중략)... 장사꾼들은 언제나 현실적으로 행동한다.
- <사유와 방법> 중에서 접기
참다운 창조의 정신은 사자처럼 부정하고 비판하는 정신만으로는 안된다. 아이의 정신은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하는 것이다.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는 것, 여기서 비로소 창조가 가능할 것이다. 한참을 가지고 놀다 보면 얻는 것이 있다는 ≪중용≫의 말이나 니체가 말하는 아이의 정신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아이처럼 놀다 보면 늙는 것도 잊지 않을까? 신선놀음하다 보면 도끼자루 썩는 것도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 <완색이유득玩索而有得> 중에서 접기
한국인의 의식과 삶은 한 마디로 ‘저당잡힌 의식이고 삶’이다. 한국인은 과거에 저당잡혔고 미래에 저당잡혔다. 과거에 저당잡혔다는 것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규정되는 혈연과 지연 그리고 학연으로 묶여 있다는 의미다. 한국인이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미래에 저당잡혔다는 것은 성취해야 할 미래의 목표, 자식들 미래의 삶이 현재를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인의 현실은 오로지 미래의 목적지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낙타의 인종과도 같다.
- <정신의 변형과 한국인>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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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종철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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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교원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했고, 몽골 후레 정보통신대학 한국어과 교수와 한국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남대 초빙교수와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브레이크 뉴스’ 논설위원과 NGO 환경단체인 ‘푸른아시아’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공저로 《철학자의 서재》, 《삐뚤빼뚤 철학하기》, 《우리와 헤겔철학》 등이 있으며, J. 이뽈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 2), A. 아인슈타인의 《나의 노년의 기록들》, S. 홀게이트의 《정신현상학 입문》,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Ⅰ,Ⅱ》(2, 3, 4/공역),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공역) 외 다수의 책들을 옮겼다. 접기

최근작 : <철학과 비판> … 총 11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철학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호랑이가 아니다
오늘날 학계는 A4용지 10여 장으로 규격화 그리고 전문화된 논문이 글쓰기의 정형定型이 된 지 오래다. 학계의 업적평가가 이런 형태의 논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비판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의 글쓰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기의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권위 있는 레퍼런스를 제시하고 그 해석을 살펴야 한다. 때문에 자기 주장과 자기 언어를 말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된다. 토마스 쿤T. Kuhn이 말한 것처럼 모두가 주어진 패러다임 안에서 ‘문제풀이(Problem Solving)’에만 골몰할 뿐 도무지 다른 생각이나 시도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하기도 어렵다.
규격화와 전문화는 세계적인 추세기는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런 상태에서 자유롭고 비판적인 에세이 철학이 소멸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일지 모른다. 이 책은 규격화된 형태를 벗어나 철학 본래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정신을 되살리는 글쓰기를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철학은 어떤 경우든 우리 안에 갇혀 있는 호랑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
“여기서 말하는 에세이 철학은 그저 신변잡기를 흥미 위주로 풀어낸 한국의 이상한 에세이 철학과 거리가 멀다. 과거 몽테뉴나 파스칼, 마르크스나 니체, 벤야민이나 아도르노의 에세이처럼 그리고 한국의 류영모나 함석헌의 생생한 글처럼 논문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얼마든지 삶과 현실 그리고 시대와 역사의 문제에 대해 순수한 의미의 정신적 통찰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을 말한다. 철학이 다른 어떤 학문보다 정신적 사색과 숙고, 비판과 통찰을 중시하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특정한 사상이나 레퍼런스에 의존하지 않고 글을 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머리말> 중) 이 책이 자유롭고 비판적인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알리는 마중물이 되어 틀에 갇힌 사유와 글쓰기에서 벗어남은 물론 철학이 강의실을 벗어나 대중과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접기

이종철 철학과 비판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하여
 문성훈 서울여대·현대철학 승인 2021.05.30
[서평]
■ 서평_ 『철학과 비판: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해』 (이종철 지음, 도서출판 수류화개, 464쪽, 2021.06)


대형서점에 가면 철학 코너가 있다. 칸트 책도 있고 헤겔 책도 있다. 전공자나 연구자들만 산다. 철학자들의 원전은 물론 이에 관한 연구서나 논문들은 계속 출간된다. 하지만 이를 읽는 일반 독자는 거의 없다. 학술 논문은 연구자들조차 잘 읽지 않는다. 학술 논문의 유일한 독자는 심사자라는 말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잘 팔리는 철학책도 있다. 이른바 대중 철학 서적이다. 철학 이론이나 개념들을 쉽게 풀어서 쓴 책들이다. 논술시험 준비로 책 좀 읽었다는 학생 중엔 철학 이론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이도 있다. 그러나 대중 철학 서적을 통해 알게 된 철학은 대개 피상적이다. 철학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거의 근거를 파고들지는 못한다. 그리고 철학에 대한 지식의 양은 늘지만, 그것이 사고와 행동을 바꿀 만큼 감동을 주기도 어렵다. 

19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전공 서적도 아니고 대중 서적도 아닌 ‘에세이 철학’이 있었다. 이런 서적은 놀랍게도 대개 ‘베스트셀러’였다. 그 배후에는 김형석, 안병욱, 김태길 등 내로라하는 에세이 철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의 글은 달랐다. 감동을 주고 깨우침도 주었다. 이들이 사용한 언어도 달랐다. 이들의 말은 일상어였고, 문체는 문학적이었다. 

또 다른 에세이 철학도 있다. 인간 존재와 인생의 본질에서부터 사회와 역사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철학적 에세이들이 그것이다. 서구에는 몽테뉴, 파스칼에서부터 니체, 벤야민, 아도르노 등이 있고, 우리나라엔 유영모, 함석헌도 있다. 이들의 글은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아직도 읽히고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말과 글이 감동을 주면 평생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말과 글이 깨달음을 주면 우리의 의식과 행동도 바뀐다. 철학 연구자들은 연구 논문과 전문 서적을 써야 한다. 그래야 이를 쉽게 풀어쓴 대중 철학 서적도 만들어진다. 그런데 철학자가 일상의 언어로 이 세상과 삶에 대한 통찰을 직접 표현하면 어떨까?

최근 <철학과 비판>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전공 서적은 아니다. 그렇다고 대중 철학 서적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의 부제는 ‘에세이 철학의 부활을 위하여’이다. 그렇다. 이 책은 에세이 철학책이다. 그간 사라졌던 에세이 철학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 책은 현실과 사유에 대해 말하고, 배움과 탐구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철학과 철학자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고통, 폭력, 죽음의 문제도 다룬다. 물론 이런 주제를 다룬 전공 서적만이 아니라 대중 서적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이 책은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사색을 표현한 책이다. 이 책은 개념이나 이론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도 겪었을 법한 일상의 문제를 상아탑의 언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다룬다.

프루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이다. “숲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책은 철학자들이 적게 간 길을 가려 한다. 그러나 이 책이 계기가 되고, 더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가면 철학의 많은 것들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문성훈 서울여대·현대철학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과에서 악셀 호네트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현대철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베스텐트 한국판』 책임편집자, 철학연구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미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 『인정의 시대』, 공저로는 『근대 사회정치철학의 테제들: 홉스에서 마르크스까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 『포스트모던의 테제들』, 『현대정치철학의 테제들』, 『현대페미니즘의 테제들』이 있고, 역서로는 『사회주의 재발명』, 공역서로는 『정의의 타자』 『인정투쟁』 『분배냐, 인정이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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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훈 서울여대·현대철학
문성훈 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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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ㅡ 이종철 서평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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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한국信연구소 오늘, 22.08.15(월) >
-8.15광복절에 오구라 기조 교수의 '조선사상사' 연구를 돌아보다-

어제 한국기독교협의회 한반도평화포럼 예배를 마치고 오늘은 다음주에 있는 한국양명학자 대회를 위한 글을 마무리하고자 앉아있는데, 77주년 8.15 광복절을 그냥 지나가기가 죄송해서 지난 6월에 있었던 한국헤겔학회에서의 오구라 기조 교수 책서평(이종철교수)에 대한 저의 토론문이 있어 여기 가져옵니다. 
한반도 포럼에서 만난 일본 거류민 교회 조영철 목사님과 박현숙 교수님과의 사진과 함께.

한국 헤겔학회 6월 월례 발표회, 22.06.18(토). 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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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교수님의 “오구라 기조 교수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와 『조선사상사』 논평”을 읽고>

1.
먼저 이런 기회를 통해서 이종철 교수님은 물론 헤겔학회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헤겔학회야말로 일찍부터 ‘재세이화(在世理化)’, 리理(이성/정신)를 통해서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리매김하고, 규정짓고자 한 분에 대한 학회이니, 오늘 오구라 기조 교수가 그의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나 『조선사상사』를 가지고, 한국을 철저히 유교적 도덕 지향의 국가로 보면서 그 도덕 지향의 유교적 리理로 한국의 모든 것을 밝혀보려는 시도의 책을 다루는 것은 짐짓 마땅해 보입니다.
 
2.
그런데 사실 제가 맡은 역할의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저는 지금까지 동아시아 유교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대화를 학문적 주제로 삼아오면서 거기서 특히 유교 문명을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듯이 좁은 민족국가적 개념에서 중국 한족(漢族)의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외래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과거 고대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 더 근원적인 그룹에 의해서 기원을 새롭게 볼 수 있고, 그 전개와 확장에서도 단지 중국인에 의해서 정리된 것 이상으로 고대 한국인을 비롯한 동북아 민중들의 토착적 삶과 깊이 연결되어 전개된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구라 교수도 이종철 교수님도 이러게 모두 제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보고자 하는 지금까지의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서 논의를 펼치기 때문에 저의 입장은 시작부터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나 저의 다름에 대한 논증은 오늘 짧은 논평이나 한 두 시간의 이야기로 언술 되기 어려우므로 일종의 벽 앞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3.
따라서 저의 논평은 어떤 잘 정리된 구조의 것이라기보다는 이종철 교수님이 쓰신 논평문의 페이지를 따라가면서 생각나는 질문, 논의, 비판점 등을 단편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먼저 첫 페이지에서 이 교수님은 오구라 교수가 한국을 유교적 ‘도덕 지향성’의 나라라고 보고 도덕을 명분으로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형세라고 한 것에 동의하시면서 “나는 한일 간의 징용공을 둘러싼 논쟁을 ‘근본주의 도덕과 극우 종족주의’의 싸움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라고 하셨는데, 그 내용을 우선 좀 더 알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이 문장에서 받은 첫인상이 한일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우익적인’ 견해를 밝히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구라 교수의 두 책이 물론 이 교수님이 지적하신 대로 한국 사람보다도 더 지대한 관심과 공부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꿰뚫고, 한국사상사 전체를 통사적으로 살펴본 것이라는 점에서 감사와 감탄을 불러온다는 것에 일면 동의합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체육선수도 도덕적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한국에서 경멸의 대상으로 사용하는 ‘놈’이 의미란 “자신보다도 도덕적으로 열등한 인간을 가리킨다”라고 하면서 일본인들과는 다른 한국인들의 도덕지향적 성격을 참으로 적나라하게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아직도 이 두 책을 읽으면 제일 거슬리는 것은, 그가 스스로 도덕 지향적이지 않다고 한 일본인이어서 그런지, 그럼에도 20세기의 한일병탄에 대해서까지 어떤 ‘불의’에 대한 감각도 없이, ‘사죄’의 마음도 없이 그냥 두 나라 사이의 일반적 관계의 일로 보는 것 같은 의혹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런 의혹이 들 때는 이러한 모든 그의 작업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왜곡과 침략으로 보이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가 이완용 등의 친일파도 “그 나름의 ‘리’가 있었다”라고 하면서 그것을 이해하면 “식민지 시대에 대한 시각도 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195쪽), 한국의 ‘민족주의’ 리를 지적하면서 그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내보이고,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도 “한국의 병합에 반대했던 이토를 암살한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없지만”이라고 평하면서 이 시기에 왜 “강력한 친일 단체가 생겨났고, ... 한일합병을 주장했는가 ... 감정론이 아니라 냉정한 학문적 분석이 필요” 하다고 한 언술(『조선사상사』, 226-227쪽) 등을 말합니다. 한국인으로서 이 교수님의 생각이 어떠신지 묻게 됩니다.
 
이 교수님은 두 번째 페이지에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천주교 박해, 대원군의 쇄국 정치, 오늘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모두 오구라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입장에서 “봉건적인 성리학적 이념의 다른 모습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뒤에서 스스로 “필자와 같은 문외한도”라는 말을 쓰실 정도로 한국사나 사상사, 유교사에 대해서 그렇게 탐구를 안 하셨다면, 어떤 근거로 그와 같은 일면적인 판단을 하시는지, 혹시 그것이야말로 오구라 교수도 많은 부분, 그리고 그 이전에 특히 일제강점 치하에서 식민주의 사가들에 의한 한국사 왜곡과 가치절하 기도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4.
이 교수님은 두 책에 대한 논평에서 제가 이전에 오구라 교수가 한국을 하나의 리 철학의 나라, 그것도 리를 ‘상승’과 성취에의 열망으로만 본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을 일면 적실한 것으로 보셨습니다. 당시 저는 그와 같은 비판을 하면서 오구라 교수가 지적하는 대로, 한국인들이 진정 강한 ‘도덕(理)’ 지향성의 사람이라면, 거기에는 단지 ‘상승’의 방향만이 아니라 ‘자기희생’, ‘비움’, ‘겸비’나 ‘인내’, ‘고통’ 등의 ‘하강’ 이야기가 있는데, 그가 그것은 돌아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구라 교수는 한국에서의 도덕 지향은 그것이 “도덕의 최고형태는, 도덕이 권력 및 부와 삼위일체가 된 상태라고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21쪽). 그러나 저는 그와 같은 오구라 교수의 규정이 진정 한국적 리 추구의 진면목, 즉 리와 기를 어떻게든 함께 하나로 이루어내고, 그래서 그것이 더 높은 리가 되도록 하는 의미의 ‘리기묘합(理氣妙合)’의 특성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그 리의 추구는 하강, 자기 비움, 겸비나 인내의 그것이 되어야 함을 보지 못한 것이고, 그것은 그가 한국인들의 리 추구가 단지 ‘도덕’이나 ‘철학’만이 아니라 ‘종교’이고 ‘영성’이며, ‘뜻’의 추구인 것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인선, 『세월호와 한국 여성신학-한나 아렌트와의 대화 속에서, 2018』, 「책을 내며」). 저는 그런 의미의 리 추구야말로 한국 사고의 진정한 고유성이라고 보면서, 그것을 또 다른 언어로 한국 유교의 ‘종교성(religiosity)’ 내지는 ‘영성(spirituality)’이라고 명했습니다. 오구라 교수가 보지 못한 것은 리 지향의 내용이나 방향성이고, 그것은 리 지향을 단지 하나의 ‘활동이나 운동(movement)’으로만 보는 것이지, 그것이 선하고, 좋고, 아름다운 내용을 가진 ‘행위(action)’라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최근에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렌트가 그녀의 『전체주의의 기원』을 쓸 때 독일 나치의 끊임없이 움직이는 ‘운동(movement)의 법’을 비판한 것이 생각났고, 오구라 교수도 한국인의 삶을 바로 그런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게 절하시키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5.
이 교수님은 그다음 책 『조선사상사』의 논평에서 오구라 교수가 “순수성, 하이브리드성, 정보, 생명, 영성”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조선사상사를 통찰하는 것에 주목하고, 특히 거기서 저자가 ‘영성’이라는 관점을 가져온 것에 여러 생각을 밝힙니다. 이 교수님도 지적했듯이 사실 순수성과 하이브리드성의 서로 상반되는 것을 동시에 가져와서 그것을 조선사상사의 특징으로 본 것은 “일종의 억지이거나 무리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오구라 교수가 그 전 단계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한국 사상의 리기지묘적 특성을 나름으로 다시 파악한 것의 표현일 수 있다고 여깁니다. 

앞 책에서의 리 일원적 사고를 리기불이적(不二的) 사고로 수정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일본과의 비교에서 한국 사상을 외부로부터 도래한 것이 기존의 것을 전면적으로 개변하고 부정하는 순수성의 추구 차원에 더 집중하여 보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축소지향적 일본이라는 말도 있지만, 오늘 지구상의 나라 중에서 한국만큼 지구라는 생명체에서 인류가 가꾼 제 종교들이 다양하게 현시적으로 역동하고 살아 역할 하는 곳이 없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사상은 항상 다시 근원의 순수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높은 하이브리드성을 지닌, 즉 지극히 이기묘합적이고, 그 리기묘합의 종교성과 영성이 궁극적으로 ‘생명’을 위한 것으로 표현되는 곳이 아닌가 저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전세계를 휘감고 있는 K-문화 한류의 바람이 그 한 증거라고 여기고, 여기서 저는 한국 사상의 종교성과 여성적 통합성, 실천성을 주장합니다(이은선, “한류와 유교 전통 그리고 한국 여성의 살림영성”,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2016』, 55-84쪽).
 
6.
다시 반복하면 저는 오구라 교수가 리의 추구를 단지 ‘철학’이나 ‘도덕’, ‘상승’이나 성취의 차원에서만 보는 것을 넘어서 한국 사상의 흐름 속에 내재하는 ‘종교성’과 ‘영성’, ‘뜻’의 차원을 보고자 합니다. 그것을 유교 성리학적 언어로는 ‘리기묘합’의 추구로 표현할 수 있지만 여러 다양한 이름으로 언술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전통의 언어로 仙, 道, 易이나 空, 또는 이제 우리에게 또 하나의 종교 전통이 된 기독교의 인격적 하나님이나 그리스도 신앙 등으로 표현되면서 어떻게든 이 세상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그것을 넘어서는, 또는 변화시키는 이상의 초월과 뜻이 있으며, 그러한 궁극 내지는 근원의 심연과 현상의 불이성(不二性)을 놓지 않으려는 추구로 봅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탈형이상학의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 세상의 심연성과 궁극성, 초월성(life, 理)을 다원성(plurality, 氣) 속에서 마련하고자 하는 고투에서 “聖(거룩)의 평범성의 확대”라는 말로도 표현했고, “차이의 어두운 심연(the dark background of difference)”이라는 말도 좋아합니다. 이렇게 성(聖, the sacred)과 속(俗, the profane)을 어떻게든 함께 연결하려는 추구가 한국사의 전개 속에서 비록 겉모습의 종교 형태는 다르지만, 특히 한국 여성들의 종교적 삶과 영적 추구에서 지속적으로 표현되어왔다고 보았습니다(이은선,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한국 유교의 종교적 성찰과 여성주의, 2009』).

이 교수님도 지적하신 샤머니즘(무교)을 포함해서 불교, 유교, 동학, 기독교, 오늘날의 탈종교적인 페미니즘의 추구도 그러한 시각에서 탐색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래서 이 교수님이 “일본 학자가 이런 책을 쓰는 동안에 한국의 학자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자괴심마저 들기도 한다” 등의 언어에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한국 사상의 고유성을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교수님이 지적하시는 “학자적 양심이나 부끄러움”, “학문적 무관심과 불통” 등의 질책을 들으면 과연 그렇게 말하는 분이 우리들의 연구를 인지했고, 살펴보았나 되묻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구라 교수의 이 책들은 원래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 너무도 얕은 지식과 여전히 혐오적인 생각하는 일본 대중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것이 역수입되어 번역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학자들이 보기에 일천한 측면이 많이 있고,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책의 저자조차도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마음을 잘 모르고, 여전히 오늘 남한과 북한이 분단으로 동시에 겪고 있는 이 고통이 그들로 인한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오구라 교수의 단어 선택이나 틈틈이 드러나는 뉘앙스조차도 거슬리는 것이 많습니다.
 
7.
하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오늘 탈종교와 탈 형이상학의 시대에 다시 ‘도덕’을 말하고, ‘철학’을 말하며, ‘영성’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고맙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일본인에 의한 것이라면 앞에서 지적한 여러 한계와 왜곡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도 감사하고 감탄합니다.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오구라 교수가 저의 앞선 시기부터의 한국 여성종교사 탐구와 한국사상사 관점도 알아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가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영성’ 개념과 관련해서 저작권 운운할 정도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는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가 ‘일본적 영성’을 말했다고 하면서 거기서 ‘조선적 영성’이라는 표현을 얻었다고 합니다(『조선사상사』, 20쪽). 아무튼, 이런 교수님의 비판과 지적, 오구라 기조 교수의 두 책을 계기로 저와 같은 학자가 더욱 분발해서 한국사상사의 맥을 살피는 작업을 더 정교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면 그 또한 좋은 성과와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이종철 교수님의 노고와 열정, 애정 어린 비판을 잘 경청하여 새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3You, Sunghwan Jo and 21 others



Jong Cheol Lee

이은선 교수님, 훌륭한 논평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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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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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Fire: Life Lessons of a Volunteer Firefighter
By Dr. Frank McCluskey
249 pages
5 ho 

Contents
Preface 
Acknowledgements 
1 Teaching, or lessons from snowflakes and fire 
2 Setting the Stage, or how to be content wherever you are 
3 Arrival, or how to renew your life 
4 Education, or there are many ways to learn 
5 Attention to Details, or how to focus on what is right in front of you 
6 Heroism, or realizing there are many ways to be a hero 
7 Dreaming, or how not to miss the important things in life 
8 Birth, or how to pay attention to new beginnings 
9 Separation, or how to successfully navigate the transitions of life 
10 Difference, or what we should really look for in a person 
11 Courage, or how to trust your heart at the right moment 
12 Giving, or looking at gifts in a different light 
13 Style, or how to exhibit grace under pressure 
14 Death, or how to treasure every day 
15 Tradition, or how to preserve things worth keeping 
16 Fear, or how to live like there is no tomorrow 
17 Perfection, or how to live with mistakes
18 Swans, or appreciating every living thing 
19 Light, or how to step out of the darkness 
20 Aging, or how to grow old without growing bitter 
21 Happiness, or how not to miss the simple things in life 
22 Trust, or how to get burned and still be able to reach out 
23 The Journey’s End, or how home is always closer than you think 
Afterword 
About the Author 
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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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can walk through fire. They would sacrifice their own lives to save yours.

In the tradition of 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Thoughts on Fire is a meditation on how to live a life that matters. Drawing on his dual life as a philosophy professor and firefighter, "Dr. Frank" begins a journey not just into the fire, but inside himself. The lessons of this voyage are not just about axes and hoses but hope, forgiveness and love.

"As a professor and a firefighter, Dr. McCluskey shifts gears easily between the metaphysical and the macho, pontificating in a pin striped suit by day and plunging into a smoky, flaming house by night."

-The New York Times

"It is a book that you will want to read again and again. It is a remarkable story that you will want to share with those you love."
-Dr. Robert Schachat, author of The Seven Conditions of Trust

"Thoughts on Fire is a book that is at once entertaining and enlightening"
-Dr. John Briggs, author of The Seven Life Lessons of Chaos

PUBLISHER:
iUniverse
RELEASED:
Jan 4, 2004


About the author
FMDr. Frank McCluskey


Dr. Frank McCluskey is a Professor of Philosophy and Religion at Mercy College in New York where he is a member of the Mahopac Falls Volunteer Fire Department. He has studied at the New School and Yale University. His double life as a firefighting philosopher is the foundation of Thoughts on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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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Fire: Life Lessons of a Volunteer Firefighter Paperback – 4 January 2004
by Frank Bryce McCluskey (Author)
5.0 out of 5 stars    13 ra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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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can walk through fire. They would sacrifice their own lives to save yours.
In the tradition of

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Thoughts on Fire is a meditation on how to live a life that matters. Drawing on his dual life as a philosophy professor and firefighter, "Dr. Frank" begins a journey not just into the fire, but inside himself. The lessons of this voyage are not just about axes and hoses but hope, forgiveness and love.

"As a professor and a firefighter, Dr. McCluskey shifts gears easily between the metaphysical and the macho, pontificating in a pin striped suit by day and plunging into a smoky, flaming house by night."

-The New York Times

"It is a book that you will want to read again and again. It is a remarkable story that you will want to share with those you love."

-Dr. Robert Schachat, author of The Seven Conditions of Trust

"Thoughts on Fire is a book that is at once entertaining and enlightening"

-Dr. John Briggs, author of The Seven Life Lessons of Ch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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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reviews from other countries
Joseph Macchiarulo
5.0 out of 5 stars A Must Read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17 October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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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Fire" is a very unique book that tells about a lot more than fire fighting. It is a book about life, filled with wisdom and inspriring thoughts that anyone can benefit from. Unlike many inspirational or "Spiritual" books about life, this book makes the great teachings REAL by communicating these teachings through real-life events and circumstances. I have read many books of this type; and "Thoughts On Fire" has touched my heart, moved my soul, and challenged my thinking and outlook on life more than anything I've found. This book is a MUST READ for anyone who is willing to look at things differently and gain the priceless benefits of a new outlook on life.
5 people found this help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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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fiteb
5.0 out of 5 stars Best volunteer firefighter book I've read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10 Octob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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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opinion, this book sets the bar for what volunteer firefighters deal with . you get the true feelings of being in small town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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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S. Bishop
5.0 out of 5 stars Thoughts on Fire paperback book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24 Septembe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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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 good book on Volunteer Firefighters. My husband chuckled everytime he read an anecdote that reminded him of his volunteer fire department over the last 25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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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 Customer
5.0 out of 5 stars Good Read!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21 Jan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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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read even if your not a firefig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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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 Burke
5.0 out of 5 stars A must have for every fire fighter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5 March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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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new fire fighter in the house to a season pro this book is a great read for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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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ler
7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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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4, 2013
It’s unusual to find a firefighter and a philosophy professor in one. But the author of Thoughts on Fire, Dr. Frank McCluskey is just that. By developing a different mind set that every volunteer firefighter has, Frank was able to answer questions in philosophy that some people have been trying to answer for years.

One thing that I found different from all the other books I have read about firefighting is that, in this book you get both a philosophy lesson and some tips or stories about firefighting in one chapter. At certain points in the book it makes it a little hard to understand and it mixes up the entire flow of the book. The big thing to get used to is you never know if the firefighting or the philosophy is going to be first in the chapter, for me that was probably the main thing I didn’t like about the book.

Frank joins the Mahopac Falls Volunteer Fire Department which is no different than the normal rural, backcountry fire department you may find around here. It looks so much like any other building that “you might pass the Mahopac Falls Volunteer Fire Department and not even know it” (8). Just like most of the other volunteer departments across the country, the firefighters here are constantly cleaning, maintaining, and rechecking their equipment at the same time every week.

Since Frank is a philosopher, many of the things that he see’s can’t be explained and that is hard for him to get used to. Even though I am not a firefighter yet, I have heard stories my self that just don’t make any sense how they possibly could have happened. That’s what firefighters have to deal with though, they go into a situation and just do their best no matter how it got that way or how they got there.

A few things really surprised Frank about the fire service, but the biggest had to be how people reacted when they had been rescued from a near death experience. Most of the time the people seem grateful but they never say at the time or in the near future. Then you have the people that are totally upset at the rescuers because they come in to the house without permission. In these cases the emergency personnel take it with a grain of salt because they did what they were trained to do, not what the victim wanted them to do which is usually wrong.

The best part of the fire service for Frank had to of been connecting with all of the oldtimers who are unable to serve the community like they used. These men have many stories they wish to share with the younger generation so they need to “listen to those who have experience and take mental notes” (160). Just as Frank listened and learned from those who fought the battle with fire before him, I too have learned many lessons already from experienced firefighters.

If doesn't matter what your background is because firefighters come from every walk of life and all bring something special. Some may have a more complex way of thinking like Frank does while others stick to the beaten trail of the ones who have come before them. When someone needs help, it doesn’t matter what type of person they are, just that they know what they are doing and can provide the best services possible.

1 comment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프랭크 맥클러스키 (지은이),이종철 (옮긴이)
북섬2007-06-29
원제 : Thoughts on Fire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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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절 확인일 : 2017-03-08

새상품 eBook 중고상품 (46)
기본정보
293쪽

책소개

뉴욕 머시 대학에서 철학교수로 근무하는 프랭크 맥클러스키 박사는 30대 중반, 어느 날, 자원 소방관으로서 마호팩 펄스 소방서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일상의 탈출구로서 누구는 스카이다이빙을 시작하고, 누구는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는 그저 불을 끄고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뛰어든 것뿐이다.

그렇게 12년의 세월을 보낸 끝에 그는 소방위(소방관 계급), 소방경(소방관 계급)을 거쳐 마침내 소방서장으로까지 진급하는 영광을 안는다. 이 책은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가 온몸으로 체득한 지혜와 통찰 끝에 탄생하였다.

화재 현장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그가 찾아낸 여러 삶의 지혜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위대한 가치를 지닌다. 고고한 철학박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인간적이며 솔직하고 위트가 넘치는 저자의 필력에서 독자는 비록 심각한 상황에서라도 숨이 넘어가게 웃지 않을 수 없다.


목차
서문
감사의 글

가르침 - 어디에나 가르침은 있다
준비 - 지금 이 자리에서 만족하라
도착 - 인생을 새롭게 바꿀 기회를 얻다
배움 - 처음 불 속으로 굴러들어간 순간
사소한 것에 주목하기 - 눈앞의 일에 초점을 맞추어라
영웅 - 영웅이 되는 천 가지 방법
꿈 - 현실은 가장 아름다운 꿈이다
탄생 - 우린 매일 새로 태어난다
이직 -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하기
차이 -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
용기 - 찰나에 반짝이는 힘, 용기
주기 - 줄수록 행복해지는 선물
스타일 - 위기를 넘기는 힘, 스타일
죽음 - 매순간이 소중하다
전통 - 전통과 더불어 사는 법
공포 - 고소공포증을 치유한 소방관
완벽 -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백조 - 살아 있는 모든 것에 경배를!
빛 - 마침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다
나이 들기 - 즐겁게 나이 들기
행복 - 사소한 것들에 행복이 있다
신뢰 - 신뢰는 마지막에 오는 손님이다
여행의 끝 -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다

후기
역자의 글

접기
책속에서
철학을 연구하는 일과 소방 활동을 하는 일은 의외로 비슷하다. 둘 다 끊임없이 생각하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둘 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음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둘 다 어떤 것도 가정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본문 17p 중에서
안쪽에 들어간 토니를 따라 우리도 들어가 호스를 가지고 그를 도와야 했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와 혼돈 속에서 잠깐 나는 머뭇거렸다. 그때 갑자기 날카로운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뒤에서 가해진 힘에 의해 앞으로 밀려갔다. 즉, 멋지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것이었다. 월트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다음 주가 아니야. 바로 지금이야!' 월트가 그렇게 적시킥을 날려서 내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그렇게 불 속에 들어간 후 나는 별안간 불이 좋아졌다. -본문 54~57p 중에서  접기
번쩍거리는 소방차는 깨끗하게 닦인 선사(禪寺)의 모습과도 같다. 나도 처음엔 월트와 다른 소방관들이 그렇게 열심히 소방차를 관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렇게 소방차에 전념함으로써 어려움을 잊는 것이다. 그것이 전통과 기율의 한 부분이 된다. 단절되지 않은 업무 사슬의 한 고리가 됨으로써, 그들은 더욱 단순하게 그들 자신이 되는 것이다. 소방장비가 불결하다는 것은 부주의한 내면을 반영한다. -본문 69p 중에서  접기
추천글
저 죽는 것도 모르고 불 속을 빠져드는 불나비가 본 불의 매혹 같은 책이다. 각 장마다 녹아 있는 삶의 지혜는 정녕 타오르는 불 속에 들어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잇는 귀중한 것들이다. 이 책은 그 어떤 고전이나 영화보다 감동적인 진실의 울림을 전해 준다. - 이주향 (수원대학교 철학과 교수) 
저자 및 역자소개
프랭크 맥클러스키 (Frank B. McCluskey)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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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대학원에서 독일 철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 대학의 독불 실존주의 분과에서 국가 지원을 받아 인문학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1988년 마호팩 펄스 자원 소방서에 들어갔고 소방위, 소방경을 거쳐 소방서장까지 올라갔으며 1990년에는 마호팩 펄스 자원 소방서의 '올해의 소방관'에 뽑히기도 했다.

2007년 현재 뉴욕 머시 대학의 철학과 종교 분야의 정교수로 재직 중이며, 머시 대학 온라인 캠퍼스의 학장을 맡고 있다. 또한 뉴욕 주 소방관 연합회와 풋남 지역 책임자 연합회 및 국제 소방 책임자 연합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나 아렌트, 알랭 블룸, 칼 오토 아펠, B.F 스키너, 데이비드 봄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같은 사상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대화를 나누었으며 조안 런든, 데이브 배리와 함께 텔레비전에 출연한 바 있다. 8년 동안 뉴욕시 지구에서 선(禪) 명상을 수행하기도 했다. 접기
최근작 :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 총 2종 (모두보기)
이종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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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교원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했고, 몽골 후레 정보통신대학 한국어과 교수와 한국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남대 초빙교수와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브레이크 뉴스’ 논설위원과 NGO 환경단체인 ‘푸른아시아’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공저로 《철학자의 서재》, 《삐뚤빼뚤 철학하기》, 《우리와 헤겔철학》 등이 있으며, J. 이뽈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 2), A. 아인슈타인의 《나의 노년의 기록들》, S. 홀게이트의 《정신현상학 입문》,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Ⅰ,Ⅱ》(2, 3, 4/공역),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공역) 외 다수의 책들을 옮겼다. 접기
최근작 : <철학과 비판> … 총 11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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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ing6269 2010-04-0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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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성달 2010-04-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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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에세이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 책의 저자 프랭크 맥클러스키는 철학과 교수다. 그는 그 곳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을 가르쳤다. 그 시대의 철학은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었다. 

논리적으로 다듬어진 답들은 교과서에 빼곡히 적혀 있지만 아무래도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희생과 용기를 이해하는 건 머리지만 차도로 뛰어드는 아이를 가로채는 건  두 팔과 다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의 철학 교수라면 누구나 앎과 실천을 통일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강의는 압도적인 위엄을 갖추게 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시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교수가 소방관이 된데는 아마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Fireman이라고 하면 엄청난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크롬 도금으로 번쩍이는 소방차를 보면 오줌을 지릴 정도로 흥분한다. 그래서인지 의용소방대원이라는 것이 끊이지 않고 모집되는 모양이다. 

의용소방대란 자원봉사의 성격이 짙지만 지자체의 보조금과 각종 기부금을 받아 월급, 보험가입, 교육 심지어 퇴직금까지 지급하는 일종의 정부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곳의 구성원들은 월급과 퇴직금을 바라고 모여든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은 엄연히 생업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희생하는 대가로 위험한 삶을 넘겨받은 고귀한 시민들이다. 미국의 경우 1,148,850명의 소방관 중(2008년 기준) 무려 72%에 달하는 827,150명이 이렇게 바보같은 거래를 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출처: Flickr,  ricardomakyn> 

 

길에서 만나면 평범하고 온순해 보이는 사람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글거리는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뭘까? 그저 어릴적 추억을 잊지 못하는 어른들의 로망인 걸까? 아니면 Xsports마저 싫증난 사람들의 철없는 취미인 걸까? 마호팩 펄스의 소방대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마호팩 펄스 출신의 부모나 형제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불 냄새를 맡으며 자라왔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 Fireman이 되어 있었다. 이건 의무나 사명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들은 그저 되야할 것이 된 것 뿐이다.

프랭크 맥클러스키 또한 이런 운명에따라 마호팩 펄스의 소방서에 발을 디뎠다. 머시 대학의 철학 교수는 결코 지식과 실천을 통합하기 위해서라든가 존경받는 아버지, 용감한 시민이 되기 위해 Fireman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냥' 소방관이 됐고 출동한 화재 현장에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무로 돌리는 오렌지 빛 신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런데 그 순간 프랭크 맥클러스키는는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지 깨달았다. 여지껏 살아왔던 모든 시간들이 바로 그 화재 현장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출동을 마치고 돌아온 소방관들은 여느때처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피자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소방서 뒤뜰의 잔디밭에는 따스한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그는 그 속에 섞여 조용히 울려오는 가슴의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자신이 왜 소방관이 됐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살다보면 때로 길을 잃는 경우가 있다. 내가 나일 수 있게 해주는 오래된 신념과 내가 진짜 바라는게 무엇인지 속삭여주던 마음의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럴 때 시간을 멈춰두고 지난날을 돌아본다. 이 시간 여행 속에서 사람들은 올바른 길을 되찾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더 캄캄한 미로 속에 갇히곤 한다. 탈출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보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제자리다.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피운
불빛은 어느새 어둠의 일부가 된다. 애타게 기다려 보지만, 잊혀진 소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 책을 '고향으로 가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 썼다. 본문 중에는 '우리 모두는 올바른 길을 알기 어려운 인생에서 전기를 맞게 된다'라고도 썼다. 길을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힘이 될 것이다.

- 접기
한깨짱 2011-05-2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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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聖)과 속(俗)을 불속에서 녹여내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프랭크 맥클러스키는 그냥 '철학교수'는 아니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철학,

그 속에 녹아있는 진리에 대한 사랑과 자아에 대한 탐색의 길을

사색하고 느끼고 실천하려하는 이였다.

그가 소방서에 간 이유도 그러한 것이었음을

재구성된 짧은 일화들과 그 제목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르침, 준비, 도착, 배춤, 사소한 것에 주목하기, 영웅, 꿈,탄생, 이직, 차이, 용기, 주기, 스타일,죽음, 전통, 공포, 완벽, 백조,빛, 나이들기,행복, 신뢰, 여행의 끝...
우리의 삶의 본질적인 단면들을 드러내는 주제어들이 모든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이 책과 함께 '월든'을 읽고 있었는데...

'헨리 데빗 소로'가 사색의 과정에서 중국과 인도의 현자들을 만났듯이

프랭크 맥클러스키 또한 중국와 인도의 현자들(불교, 도교)의 가르침을 끌어들여 성찰을 시도하고 있었다.

'헨리 데빗 소로'가 월든 호수로 뛰어들었다면,

'프랭크 맥클러스키'는 마호팩 펄스 자원 소방서에 뛰어들어간 셈이다.

더 깊고 섬세한 세계를 느끼기 위해 스스로 허울 좋은 가짜세계를 허물고

진짜세계속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담금질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고백의 절정을 확인해보자.

p.282

"내가 처음 펄스의 소방서로 걸어 들어왔던 이래로 많은 것이 변했다.

서서히 나는 다른 일들을 접어갔다.

명상을 중단하고, 학술논문 쓰는 일을 중단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인생에 대해 분노하는 일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나는 또 하나의 가족, 내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나를 받아들여줄 가족도 발견했다.

그들은 아들 브랜든과 딸 켈리만큼이나 끔찍하게 사랑하는 내 가족이다.

토니와 토미는 나의 새로운 형제이며,

월트는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줌으로써 우리를 보살펴준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나는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p.284

"일생을 두고 찾는 신비한 성배, 젊음의 샘, 마법사의 돌,

이 모든 것은 바로 당신의 곁에 있다.

진실을 보는 눈만 있다면."

무엇이 더 고상하고 매력적이고 아름다운가라는 목표의식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성역(聖域)을 설정해놓고 결국 우리 삶을 짓누르며

삶의 생명을 단축시켜버린다.

애초에 성(聖)과 속(俗)이 따로가 아니었음을 깨닫기 위해서

즉, 진실을 보는 눈을 얻기 위해서

누구는 호숫가에 머물고 누구는 소방서에서 근무도 해야했다면...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에서 제대로 담금질을 해야하는지.......

이제는 자문해보고 자답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런 격려와 충고를 내게 전해준 저자의 의도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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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선생 2007-08-19 공감(0)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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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YONGGI CHO AND INTERNATIONAL PENTECOSTAL/ CHARISMATIC MOVEMENTS in: Journal of Pentecostal Theology Volume 12 Issue 1 (2003)

DAVID YONGGI CHO AND INTERNATIONAL PENTECOSTAL/ CHARISMATIC MOVEMENTS in: Journal of Pentecostal Theology Volume 12 Issue 1 (2003):
DAVID YONGGI CHO AND INTERNATIONAL PENTECOSTAL/ CHARISMATIC MOVEMENTS
In: Journal of Pentecostal Theology
Author: Myung Soo Park1
View More
Online Publication Date: 01 Jan 2003

Abstract

Yoido Full Gospel Church of David Yonggi Cho is the world's largest church, and naturally Cho deserves attention from scholars for his work. Some claim that his work and theology are related to the shamanism of Korean culture because Cho emphasizes healing and blessings. However, his messages on healing and blessings originate from the American Pentecostal/Charismatic movements rather than from Korean shamanism. Therefore, one should consider that Cho's work is part of a process of spreading the American Pentecostal movements in Korea rather than one of shamanizing the Christian gospel.

Cho has kept relationships with missionaries (especially Pentecostal ones) more than with other pastors in Korea. He was an associate to Pentecostal missionaries in the beginning. However, the foreign Pentecostals and Charismatics have become Cho's friends, helping his ministry to globalize. Through his fellowship with foreigners, he has been able to discover recent trends of the Pentecostal/ Charismatic movements and apply them to his ministry in Korea.

Former Cult Member Speaks on Problems with the Church | Katy Christian Magazine

Former Cult Member Speaks on Problems with the Church | Katy Christian Magazine

FEATURED, NEWSOCTOBER 16, 2020
Former Cult Member Speaks on Problems with the Churchby WM. W. W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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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riend introduced me as “Moonie” at a breakfast meeting near Kemah that included five local pastors, then explained that I had been a member of Rev. Moon’s Unification Church. My friend enjoys a good conversation starter. One pastor immediately blurted out, “Why?” His is a very good question. But like trying to answer why so many who grow up strong in the Christian faith are baptized and confirmed but later walk away, the answer is complex. And so, I sat down to answer that very question: “Why?” The result is a 183-page book just released by WestBow Press, A Division of Thomas Nelson & Zondervan.

I joined the “Moonies” right out of college in 1974. As a young acolyte, I traveled extensively, including nine months in England. As I rose in the ranks, I was sent to a two-year seminary in upstate New York where I met leading Christian and Jewish theologians as well as psychologists. I organized conferences on world religions and was later placed in charge of the state of Wisconsin. I was matched by Moon himself to marry a French girl. Matching, in the old fashion sense of the word, was and still is the practice of Moon’s church. However, I left the church six months before the mass wedding of 2,075 couples in Madison Square Garden on July 2, 1982. That was to have been my wedding day, pictured above.

The religious climate in 1974, when I joined, was electric with all sorts of new and interesting possibilities. Some, like the Branch Dividians or Jim Jones’s People’s Temple, ended tragically. Others like the Moonies have continued to exist alongside mainline religious groups. But increasingly, many people are opting for a belief without affiliation to any religious organization whatsoever. Jesus’ words are still true, “And I, when I am lifted up from the earth, will draw all people to myself” (John 12:32). There are significant reasons why the Church is struggling to keep its membership. Those reasons are why I walked away from the church for so many years. I would say that Moon’s church was distinguished by its emphasis on conservative social values as well as cultivating exchange with scientists and religious leaders. This is part of the reason that their main recruitment has always been from college campuses.




It was at Unification Theological Seminary that I met theologian Harvey Cox, whose book Secular City suggested that the Church would soon vanish, replaced by a Spirit-driven activism for justice and well-being. I also met Richard Rubenstein, a Jewish theologian, whose book After Auschwitz suggested that any thought of God’s providence guiding history must be set aside following the Holocaust. Both men have been connected with the “death of God” movement. The provocative title of the movement does not suggest that God has ceased to be, but that society in general has ceased to recognize God at work in their lives or in the world at large.

Despite those dire predictions, the Church is not disappearing. It is in fact growing quickly in many places, which Cox himself has had to concede in subsequent books. Unfortunately, secularization has taken a strong foothold in modern society. The Unification Church appears to be shrinking, particularly following the death of their charismatic leader, but it appears to still have a significant presence in some places. I would have to say that they were doing many things right. The one thing they did not have was the Holy Spirit, despite their official name as The Holy Spirit Association for the Unification of World Christianity (it has since been changed).

Like the Pharisees of Biblical times, believing in God, praying to God, and following a godly lifestyle does not mean that you are able to recognize God when He enters the room. Certainly, a theology that downplays Jesus in favor of another man, be he as charismatic as Haili Selaasie, David Koresh or Sun Myung Moon, is a recipe for disaster.

A Cult Challenge to the Church; Why Are People Looking for a Relationship with God in All the Wrong Places by Wm. W. Wells is available directly from WestBow Press, or through Amazon. (PB USD13.95 | EB USD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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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 W. WELLS

AUTHOR OF A CULT CHALLENGE TO THE CHURCH; WHY ARE PEOPLE LOOKING FOR A RELATIONSHIP WITH GOD IN ALL THE WRONG PLACES

The Real Threat of the Moonies | 208 | American Religion | Harvey Cox

The Real Threat of the Moonies | 208 | American Religion | Harvey Cox

The Real Threat of the Moonies
ByHarvey Cox
Book
American Religion
Edition1st Edition
First Published1998
ImprintRoutledge
eBook ISBN978131507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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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Harvey Cox, a professor of religion, tried to get behind the controversies over the alleged right-wing politics and psychological programming of the Rev. Sun Myung Moon's Unification Church. 

Does it pose a serious theological challenge to traditional American Christians by confronting them with other spiritual traditions? Cox also suggests that, as it seemed to him in 1977, the Church's political outlook was more complex than had been supposed. What was the nature of its appeal, particularly to the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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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 the Moonies really brainwash millions? Time to dispel a myth | Eileen Barker | The Guardian

Did the Moonies really brainwash millions? Time to dispel a myth | Eileen Barker | The Guardian





This article is more than 9 years old
Did the Moonies really brainwash millions? Time to dispel a 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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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leen Barker


In Britain the Moonies had fewer than 150 members in 1976. Hardly the mindbending cult the media was so keen to portray

Moonies pictured in 1982. Photograph: Sipa Press / Rex Features
Wed 5 Sep 2012 05.35 A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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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 of Sun Myung Moon has brought back to mind the panic that swept through the west in the 1970s and 80s. Moon was just about the last surviving charismatic leader of the "cults" that, it was widely declared, threatened to undermine our civilisation by brainwashing our youth and turning them into zombies prepared to do anything – including mass suicide and murder.

Apart from Moon and his Unification Church, there was David Berg and his Children of God, who became renowned for their practice of "flirty fishing"; Prabhupada and his International Society for Krishna Consciousness devotees, who could be seen dancing and chanting on the streets; Bhagwan Rajneesh, later called Osho, and his sannyasins; and L Ron Hubbard's Church of Scientology – and literally hundreds of other men and women selling their spiritual wares in San Francisco, New York, Montreal, Paris, Tokyo and London.

Exactly what it was that was on offer varied enormously. But the general public was largely unaware of the differences, informed as it was by sensationalist media themselves fanned by a burgeoning number of so-called "anti-cult groups", which had started as gatherings of concerned relatives but developed into powerful lobbying groups that accumulated all the worrying stories about any one movement (and there were undoubtedly several to gather), and then generalised these into a conventional wisdom about "what all cults do" – forgetting that all these activities could just as easily be found in the traditional religions. Not, of course, that this would make deceptive practices, sexual exploitation or child abuse any less culpable.

But why were intelligent, well-educated young people joining the movements in droves? One answer was heard more than any other. Our youth had not chosen to convert to a new religion; they had been brainwashed into leaving their universities, abandoning promising careers, and severing ties with their families in order to live in secluded communities, working long hours for their "puppet masters" and, in the case of those who came to be called "Moonies", getting married by a Korean messiah in a mass wedding along with thousands of other couples to someone they had never met before and might not even speak English. Clearly, it was claimed, these were the victims of well nigh irresistible and irreversible mind-control techniques.

With hindsight, some of our views of these cults need correcting. Although the colourful devotees and sannyasins and the persistent Unificationists were highly visible in public places, people were not joining in anything like the numbers that were being alleged. While estimates of the number of Unificationists in Britain topped a million, there were in fact fewer than 150 in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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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true that thousands attended one or other of the residential weekends where the "brainwashing" was said to occur, but 90% did not join as a result. Of those who did, the majority left within a couple of years. Much as the movements tried to persuade people to join their ranks, and much as they would have like to have had greater persuasive powers, they demonstrably did not have access to the irresistible or irreversible techniques they were reputedly wielding.

But things have changed. It is not that there are not still thousands of new religious movements to be found around the world – there are. Inform, the government-funded organisation that provides information on minority religions, has on its files over a thousand new religions that are currently active in the UK. But most people would be hard pushed to name more than a handful of these. Why?

First, since 9/11, the public is now more concerned about Islamic terrorism than about cults. Second, although young (and older) people are still wanting answers to all sorts of questions about God, spirituality, the state of the world and their relations with others, they are less likely to turn to a new religion for their answers.

Next, the movements themselves have changed quite radically. Those that caught the public's attention during the latter half of the past century (and are now well into a second- or even third-generation membership that is no longer so concerned with recruitment but, more frequently, with getting on in the outside world).

Then the new ones that have since emerged tend to be more spiritual and far less institutionalised than the earlier movements. The Children of God no longer "flirty fish"; the vast majority of Krishna devotees are people of Asian origin who have found a place to carry out their traditional worship. Most Unificationists now live with their families and work independently of the movement. Those second-generation members that have stayed in the movement (although the majority have left) are likely to be married to someone their parents suggested, often with quite a bit of input from their children.

Scientology is, perhaps, one of the few "bogey cults" that remains in the public eye, due partly to the number of high-level members who have recently left, and, no doubt, to the high-profile antics of Tom Cruise. Perhaps The Master, Paul Thomas Anderson's acclaimed new film on the origins of Scientology, will provide us with some further understanding of "the cult experience".

[특파원칼럼/김현수]미국에서 만 5세가 초등학교에 가는 이유

[특파원칼럼/김현수]미국에서 만 5세가 초등학교에 가는 이유

[특파원칼럼/김현수]미국에서 만 5세가 초등학교에 가는 이유
김현수 뉴욕 특파원
입력 2022-08-09


美, 공교육 확대 취지 만 5세 특화 교육
韓, 교육부 정책 취지도 근거도 아리송해

김현수 뉴욕 특파원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친구 엄마 A 씨. 워킹맘인 A 씨는 줄곧 “만 3세인 둘째가 하루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미 초등학교 과정은 대체로 만 5세인 킨더가든(킨더) 학년에서 시작한다. 이유를 물으니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오후 6시에 남매를 한 번에 픽업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하냐”며 “뭣보다 비싼 프리스쿨 비용을 아끼고 공짜 공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만 3, 4세가 다니는 프리스쿨 비용은 기관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지만 A 씨는 “월 1500달러 정도 든다”고 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오후 3시 40분 하교, 방과 후는 6시까지 운영된다.

킨더는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유치부지만 초등학교의 엄연한 학년으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우리 교육부가 발표해 장관 사퇴까지 부른 ‘1학년 입학 연령 하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킨더는 아이들이 단체생활 규율을 익히고 학습 첫걸음을 떼도록 돕는 만 5세 프로그램이다. 한 반에 20명 안팎으로 담임과 보조 교사, 두 명이 배치된다. 수업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단추를 혼자 잠그지 못할 때, 물통을 열지 못할 때 선생님들이 도와준다.

미국에서도 입학 연령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만 6세부터 시작한 아이들이 훗날 자기통제 능력이 더 높았다는 연구도 있고, 만 5세부터 시작해야 교육 격차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주마다 의무교육 연령이 제각각이다. 버지니아주는 만 5세,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만 6세다. 만 6세 의무교육을 선택한 주는 주정부가 만 5세 공교육을 보장해주되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다.

미국 부모 상당수가 만 5세 킨더 입학을 택한다. 공립학교는 공짜고, 돌봄 공백이 오히려 줄어드는 데다 학교에서 알파벳 읽기, 숫자 세기를 가르쳐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지만 주로 학부모회(PTA) 활동이나 예체능 사교육으로 표출될 뿐, 한국처럼 과열된 선행학습은 보기 드물다.

한국에서 미취학 유아를 둔 부모에게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은 공포에 가깝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돌봄 공백 공포’다. 유치원은 오후 서너 시에 끝나지만 초등학교는 오후 1시 전에 끝난다. 방과 후 수업이 있긴 하지만 한 지인은 “방과 후 수업 신청이 BTS 콘서트 티켓 ‘클릭 전쟁’보다 더 어렵다”고 푸념했다. 모든 학부모에게는 ‘선행학습 공포’다. 한글은 학교에서 배우라면서 수학 서술형 문제는 어떻게 풀라는 것인지. 유치원에서 곧바로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할는지. 골머리를 앓다 결국 많은 워킹맘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회사를 그만둔다.

교육부는 이런 ‘공포 체험’을 1년 일찍 해보라고 폭탄선언을 하면서도 만 5세를 위한 초등 1학년 커리큘럼은 무엇인지, 초등 1학년 교사는 몇 명이 될지, 돌봄 공백 해결책은 있는지, 답이 없다. 유아 조기 교육까지 과열되는 상황에서 공교육 범위 확대는 중요한 정책적 과제이긴 하다. 미 뉴욕주는 프리스쿨까지 공교육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고 프랑스는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을 시행한다. 다 나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의 1학년 입학 연령 하향은 공교육 기간을 그대로 12년으로 하는 것이니 확대라고 볼 수도 없다. 도대체 이 정책의 취지와 근거는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체를 모르겠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만 5세#초등학교#정책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