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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3

Sunghwan Jo 人新世の哲学: 思弁的実在論以後の「人間の条件」 : 雅武, 篠原: Japanese Books

Sunghwan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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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학 시노하라 마사타케 교수의 <인류세의 철학 : 사변적 실재론 이후의 인간의 조건>의 초벌 번역을 드디어 마쳤다. 

이 책은 내년 초에 <허남진-이우진-야규 마코토-조성환>의 공동번역으로 <모시는사람들>에서 출판될 계획이고, 그에 앞서 

이번 달 22일에 줌으로 <저자와의 대화> 콜로키움이 글로컬인문학연구소(공주교대)와 원불교사상연구원(원광대)의 공동주최로 계최될 예정이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지난 1년 반동안 공부했던 지구인문학자들, 가령 한나 아렌트나 그레이엄 하먼, 차크라바르티와 같은 이름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반면에 티모시 모튼이나 퀀탱 메이야수와 같이 생소한 인물들을 접하고는 새로운 숙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어제 광주한살림에서 "장일순의 食天사상" 강의를 하면서, <한살림선언문> 33주년인 2022년에는 <지구학선언문>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篠原 雅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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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新世の哲学: 思弁的実在論以後の「人間の条件」 Tankobon Hardcover – January 22, 2018
by 篠原 雅武 (著)
4.3 out of 5 stars 8 ratings

一万年に及んだ完新世が終わり、新たな時代が始まっている。

環境、物質、人間ならざるものたちとの共存とは何か。メイヤスー、ハーマン、デランダ、モートン、チャクラバルティ、アーレントなどを手掛かりに探る壮大な試み。

人類の活動による大規模な環境変動は地球の姿を変え、地質学的に新たな時代「人新世」に突入している、ノーベル賞受賞科学者クルッツェンはそう述べた。21世紀に入り分野を越えたホットワードとなったこの概念は、あらゆる側面で現実の捉え方に再考を迫っている。近年思想界において登場した思弁的実在論や新たな唯物論といった議論も、こうした潮流と無関係ではない。本書では、人新世という概念や現代の思想潮流を全面的に引き受け、思想の更新を図るとともに、新時代における「人間の条件」をアーレントを手掛かりに探ってゆく。人間と自然が溶け合う世界の本質に迫る、著者の飛翔作。

「本書は、メイヤスーの後に展開し広がりつつある思想潮流で提示されている人間と自然という問題系を踏まえ、そのうえでアーレントが考えようとした人間の条件について、あらためて考えようとするものである。ただし、ただ新しい思想の紹介を自己目的化するものではない。むしろ、これらの思想が生じつつある時代的状況がいかなるものかを考えることを重視したい。」(本書より)

253 pages

Product description

内容(「BOOK」データベースより)
人類の活動による大規模な環境変動は地球の姿を変え、地質学的に新たな時代「人新世」に突入している、ノーベル賞受賞科学者クルッツェンはそう述べた。21世紀に入り分野を越えたホットワードとなったこの概念は、あらゆる側面で現実の捉え方に再考を迫っている。近年思想界において登場した思弁的実在論や新たな唯物論といった議論も、こうした潮流と無関係ではない。本書では、人新世という概念や現代の思想潮流を全面的に引き受け、思想の更新を図るとともに、新時代における「人間の条件」をアーレントを手掛かりに探ってゆく。人間と自然が溶け合う世界の本質に迫る、著者の飛翔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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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について

篠原 雅武(しのはら・まさたけ) 1975年、横浜市生まれ。京都大学大学院人間・環境学研究科博士課程修了。博士(人間・環境学)。社会哲学、都市と空間の思想史。著書に、『公共空間の政治理論』(人文書院、2007年)、『空間のために 遍在化するスラム的世界のなかで』(以文社、2011年)、『全‐生活論 転形期の公共空間』(以文社、2012年)、『生きられたニュータウン 未来空間の哲学』(青土社、2015年)、『複数性のエコロジー』(以文社、2016年)。編著に『現代思想の転換2017』(人文書院、2017年)。訳書に、デイヴィス『スラムの惑星』(共訳、明石書店、2010年)、ケリー『フリーダム・ドリームス』(共訳、人文書院、2011年)、デランダ『社会の新たな哲学』(人文書院、2015年)な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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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略歴 (「BOOK著者紹介情報」より)
篠原/雅武
1975年、横浜市生まれ。京都大学大学院人間・環境学研究科博士課程修了。博士(人間・環境学)。京都大学人文科学研究所研究員。社会哲学、都市と空間の思想史。著書の他、編著、訳書がある(本データはこの書籍が刊行された当時に掲載されていたもの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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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Details
Publisher ‏ : ‎ 人文書院 (January 22, 2018)
Tankobon Hardcover ‏ : ‎ 253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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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stomer Reviews:
4.3 out of 5 stars 8 ra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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ワンダー
4.0 out of 5 stars 聞きなれないタイトルだが、21世紀の今を考える良書Reviewed in Japan on November 19, 2018
Verified Purchase
「人新世=じんしんせい」、聞きなれない言葉だが、実は私たちにとって身近なキーワードです。

近代化・工業化・さらには石油依存文明の産物として、地球温暖化、海洋汚染、土壌荒廃、さらには放射能汚染など
地球規模の大規模な環境変化(悪化というべきか)を、人間の活動が生み出してしまった。
おまけに地球の数十億年という長大な歴史からすると、せいぜい数十年~百年の間に起ったことである。

これまでの人間の歴史、思想、行動は、「人間中心主義」で展開されてきたが、これからは常に自然
(あるいは地球)の中における人間の位置づけ・役割を意識して考えていかなければならない。
(東洋の思想などはどちらかというとこちらに近いですが)
自然の中には、人間が作り出したさまざまの人工物も含まれます。

著者は言及していませんが、その最先端が、ロボットや人工知能などの「新たな他者」である。
本書は、一言でいうと、人間と自然、あるいは人間以外の他者との共存関係の将来を考えるための 哲学的入門書といえよう。

ハンナ・アーレントは有名だが、メイヤース、モートンなどあまりなじみのない思想家が多数登場するが、3.11東日本大震災の後の被災地の風景紹介などとあいまって、一気に読んでしまいました。

私自身は人間と機械の共生する未来社会に関心をもつ一研究者だが、これはもっと読まれてよい本だと思います。
落合陽一「デジタルネイチャー」、久保明教「機械カニバリズム」あたりと合わせ読むと、より面白いでしょ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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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side

HALL OF FAMETOP 10 REVIEWER
5.0 out of 5 stars 人新世を生きるための哲学!Reviewed in Japan on October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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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人新世」を生きるための哲学を「新実在論」から考察する哲学書である。地球環境問題への哲学的対応がメインとなる。
②カンタン・メイヤスーが『有限性のあとで』で提起したように、完新世から人新世まで人間の認識(イメージ)とは無関係に地球環境ご存在してきた事実を受け止めるのが「新実在論」のテーゼである。認識に先立ち自然が実在するのは厳然たる事実である。
③アーレントが『人間の条件』で指摘したように、人間の生活条件である「労働」・「仕事」が環境問題によって脅かされている。人間が行使した自然に対する暴力が人間に対し反作用として跳ね返るのである。気候変動や激甚災害の深刻化が雄弁に物語る。
④マルクス・ガブリエルが提起したよに、人間にとって「世界」は存在しないのに、人間は一面的な自然認識をもって自然に対して暴力を加えて来たのだ。この責任は重い。
⑤人新世に生きる人に出来ることは、一面的な自然理解・自然認識の誤りを自覚・反省し、自然に関する真なる知識を蓄積することだ。そして自然に対する暴力を止め、自然環境の修復に努めることである。
そのために本書の知見が役に立つ。
参考になる論点が満載だ。

お勧めの一冊だ。

5 people found this help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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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하라 마사타케 교수의 <인류세의 철학 : 사변적 실재론 이후의 인간의 조건

어떤 책, 어떤 분인지 찾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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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新世인류세의 철학 : 사변적 실재론 이후 '인간의 조건'> 
, 2018
by 시노하라 마사타케
4.3 out of 5 stars    8 ra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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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인류의 활동에 의한 대규모 환경 변화는 지구의 모습을 바꾸고 
지질학적으로 새로운 시대 <人新世>에 돌입하고있다 
노벨상 수상 과학자 쿠룻체ン는 이렇게 말했다. 
21 세기에 들어 분야를 초월한 핫 워드가 된 이 개념은 
모든 측면에서 현실 파악하는 방법에 재고를 육박하고있다. 
최근 사상계에 등장한 사변으로 
실재론과 새로운 유물론 등의 논의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은 사람 <人新世>라는 개념과 현대 사상 조류를 전면적으로 맡아 
사상의 업데이트를 도모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인간의 조건」을 아렌트를 단서로 찾아 간다. 
인간과 자연이 녹아 세계의 본질에 육박하는 저자의 비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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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관하여

시노하라 雅武 (시노하라 · 마사 타케) 1975 년 요코하마 출생. 
교토 대학 대학원 인간 환경학 연구과 박사 과정 수료. 박사 (인간 · 환경학). 
사회 철학, 도시와 공간의 사상사. 
저서로는 「공공 공간의 정치 이론」(인문 서원, 2007) "공간을 위해 편재 화, 슬램으로 세상 속에서"(以文社 2011 년), "전체 - 생활론 転形기 공용 공간 "(以文社 2012 년),"살 수 신도시 미래 공간의 철학」(青土 사, 2015 년), "여러 가능성의 생태」(以文社 2016 년). 편저로 「현대 사상의 전환 2017」(인문 서원, 2017). 역서에 데이비스 '슬럼의 행성」(공역, 아카시 서점, 2010 년), 켈리'프리덤 꿈」(공역, 인문 서원, 2011), 데란다 "사회의 새로운 철학」(인문 서원, 2015 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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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Details
Publisher : 인문 서원 (January 22, 2018)
Publication date : January 22, 2018
Language : Japanese
Tankobon Hardcover : 253 pages
ISBN-10 : 4409030965
ISBN-13 : 978-4409030967
Amazon Bestseller : # 63,226 in Japanese Books ( See Top 100 in Japanese Books )
# 333 in Philosophy (Japanese Books)
# 904 in Introduction to Philosophy
Customer Reviews : 4.3 out of 5 stars    8 ra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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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out of 5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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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out of 5 stars 생소한 제목이지만, 21 세기의 지금을 생각 양서
Reviewed in Japan on November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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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신세 = 먼지心性"생소한 말이지 만, 사실은 우리에게 친숙한 키워드입니다.

근대화 · 산업화 · 또 석유 의존 문명의 산물로서, 지구 온난화, 해양 오염, 토양 황폐화, 또 방사능 오염 등 지구 규모의 대규모 환경 변화 (악화이라고해야 하나)을 인간의 활동이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지구의 수십억 년이라는 장대 한 역사에서 보면 기껏해야 수십 년 ~ 백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 사상, 행동은 '인간 중심주의'에서 전개되어 왔지만, 이제는 항상 자연
(혹은 지구) 속에서 인간의 위치 설정 · 역할을 의식하고 생각 나가야한다 .
(동양 사상 등은 어느 쪽인가하면 여기에 가깝 습니다만)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낸 다양한 인공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언급하지 않지만 최첨단이 로봇과 인공 지능 등의 "새로운 타자 '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인간과 자연 또는 인간 이외의 타인과의 공존 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는
철학적 입문서라고 할 수있다.

한나 아렌트는 유명하지만, 메이야스 모튼 등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사상가가 다수 등장하지만,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의 풍경 소개 등과 더불어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나 자신은 인간과 기계의 공생하는 미래 사회에 관심을 가진 한 연구자이지만, 이것은 더 읽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치아이 요이치 "디지털 네이처 '구보明教"기계 카니발리즘 "당과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22 people found this help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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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side
HALL OF FAMETOP 10 REVIEWER
5.0 out of 5 stars 사람 새로운 세상을 살기위한 철학!
Reviewed in Japan on October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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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사람 신세」을 살기위한 철학을'신 실재론 '에서 고찰하는 철학서이다.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철학적 대응이 메인이된다.
② 간단 · 메이야스가 "유한성의 후"에서 제기 한 바와 같이, 충적세에서 사람 신세까지 인간의 인식 (이미지)에 관계없이 지구 환경 귀하 존재 해 온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실재 론」의 테제이다. 인식에 앞서 자연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 한 사실이다.
③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에서 지적했듯이, 인간의 생활 조건 인 '노동'· '일'이 환경 문제로 인해 위협 받고있다. 인간이 행사 한 자연에 대한 폭력이 인간에게 반응으로 반사이다. 기후 변화와 극심한 재해의 심화가 웅변으로 말해 준다.
④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제기 한 우요 인간에게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데 인간은 일면적인 자연 인식을 가지고 자연에 대한 폭력을 가해 왔던 것이다. 이 책임은 무겁다.
⑤ 인 새로운 세상에 사는 사람에게 할 수있는 것은 일면적인 자연 이해 · 자연 인식의 오류를 자각 반성하고 자연에 대한 참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폭력을 중지하고 자연 환경의 복구에 노력하는 것이다.
따라서이 책의 지식이 도움이된다.
참고가되는 논점이 가득하다. 추천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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篠原雅武
出典: フリー百科事典『ウィキペディア(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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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典検索?: "篠原雅武" – ニュース · 書籍 · スカラー · CiNii · J-STAGE · NDL · dlib.jp · ジャパンサーチ · TWL(2013年10月)
篠原 雅武(しのはら まさたけ、1975年 - )は、日本の社会哲学、思想史研究者。

神奈川県生まれ。1999年京都大学総合人間科学部卒。2004年同大学院人間・環境学研究科博士課程単位指導認定退学、
2007年「空間の政治理論 公的なるものの条件についての探究」で博士(人間・環境学)、
2012~2017年に、大阪大学大学院国際公共政策研究科で特任准教授を務めた。


目次
1 著書
1.1 翻訳
2 参考
3 外部リンク
著書
『公共空間の政治理論』人文書院、2007
『空間のために 遍在化するスラム的世界のなかで』以文社、2011
『全-生活論──転形期の公共空間』以文社、2012
『生きられたニュータウン──未来と空間の哲学』青土社、2015

『複数性のエコロジー──人間ならざるものの環境哲学』以文社、2016
『人新世の哲学──思弁的実在論以後の「人間の条件」』人文書院、2018
『「人間以後」の哲学』講談社、2020

翻訳
シャンタル・ムフ『政治的なものについて──闘技的民主主義と多元主義的グローバル秩序の構築』酒井隆史監訳、明石書店、2008、ラディカル・デモクラシー
マイク・デイヴィス『スラムの惑星──都市貧困のグローバル化』酒井隆史監訳 丸山里美との共訳、明石書店、2010
ジョン・ホロウェイ『革命資本主義に亀裂をいれる』高祖岩三郎共訳、河出書房新社、2011
ロビン・D.G. ケリー『フリーダム・ドリームス──アメリカ黒人文化運動の歴史的想像力』高廣凡子との共訳、人文書院、2011
ガヤトリ・C・スピヴァク『いくつもの声──ガヤトリ・C・スピヴァク日本講演集』星野俊也・本橋哲也との共訳、人文書院、2014
マヌエル・デランダ『社会の新たな哲学──集合体、潜在性、創発』人文書院、2015
ティモシー・モートン『自然なきエコロジー──来たるべき環境哲学に向けて』以文社、2018
参考
セブンネット
[1]
外部リンク
ブログ「全生活論」[2]
ツイッター:[3]
典拠管理 ウィキデータを編集
NDL: 01102040VIAF: 254264640WorldCat Identities: lccn-no2013023621
カテゴリ: 日本の哲学者京都大学出身の人物神奈川県出身の人物1975年生存命人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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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다시개벽을 위하여 – 다시개벽

다시개벽을 위하여 – 다시개벽
다시개벽을 위하여

글: 심규한

이 글은 개벽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편집실: 이 글은 <월간 개벽신문> 종간호인 95호(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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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개벽신문’이 6월호를 마지막으로 계간 ‘다시개벽’으로 발돋움한다고 한다. 이 글도 개벽신문에 싣는 나의 마지막 글이 되는 셈이다. ‘개벽신문’ 1호부터 마지막 호까지 모시는 사람들의 호의로 지속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 사이 내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경북 예천 내성천변으로 다시 경남 양산 천성산 자락으로 다시 전남 강진 바닷가로 거처를 옮기며 자연과 지역에서 새롭게 만나고 배우고 있다. 삶의 거처를 이렇게 옮기는 것도 역마살이라면 역마살이겠지만 서울이라는 거대중심에서 벗어나 변방으로 와보니 산이든 강이든 바다든 서울과는 전혀 다른 저마다의 환경과 그 안에 살아가는 이야기와 관점이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중심 권력의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지역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명하고 지속해야 비로소 나라도 문명도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이를 대상화하는 권력의 위계 관점 대신 민주적으로 평등한 다양성 시각이 필요하고, 인간으로서의 공통의식과 나아가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교감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공통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법론적으로 주체는 남 되기를 통해 관계적 나 되기로 나아가고 전일적 나로 거듭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점점 강해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오랜 신앙인 ‘한’의 신앙과 의식이었다. 낱낱의 경험이 삶을 이루듯 다양한 살이들이 하나라는 의식은 인류세의 건강한 지속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 하겠다. ‘나’의 세계의식인 ‘한’을 의식할 때 비로소 ‘한 나’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자식들이 많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이 집안에서 복작복작 시끄럽게 떠들면, ‘나가 놀아라’는 말을 많이 했다. 집집의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놀았다. 저마다 유년의 골목은 다르지만 그렇게 우리는 길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고 한길의 뜨거운 체험도 가지게 되었다. 광장은 그런 길들이 모인 곳이다.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는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직접민주주의 힘을 체험했다. 낱낱의 개인이 거대한 민중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는 살아있는 힘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였다. 각자의 길은 달랐지만 우리는 그렇게 ‘한 우리’를 체험하였다.

내가 이리저리 삶터를 옮기며 체험하며 사는 길도 결국은 한길로 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종교도 많지만 진짜 으뜸 가르침은 우리 각자의 길들이 거대한 하나로 향하고 있다는 방향의 의식과 자각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바다를 잊지 않는 물방울이고 싶다. 외롭고 쪼그라든 물방울에게는 바다를 기억하라고 속삭이고 싶다. 그리하여 도래할 한 아침을 위해 날마다 새 아침을 맞이하며 살고 싶다.

2020년 코로나19는 그러한 한길을 새롭게 자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광화문 촛불집회의 염원을 싣고 탄생한 정부는 코로나19에 신속하고 투명하고 또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세계가 따라야 할 길을 제시했다. 우리의 대처방법이 곧 교과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소위 선진국으로부터도 도움 요청을 받아 그에 응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이 새삼 진정한 나라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완전하진 않을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대유행의 시대에 한국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세계적 지위가 격상되고 우리의 자신감도 다지게 되었다. 군사적인 무력의 힘이 아니다. 자본의 경제적 힘도 아니다. 패권과 강제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나라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선한 영향력 때문이다. 하지만 한류의 유행과 더불어 한국의 문화적 위상은 이미 엄청나게 격상되어 있었다. BTS로 대표되는 K-POP과 ‘킹덤’ 같은 K드라마, ‘기생충’ 같은 한국영화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하였다.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열등의식도 갖고 있지 않다. 민족혼이 비로소 온전해지고 있다. 우리의 길은 이제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로 뻗고 있다. 그것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홍익인간 광제창생의 재현이며,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문화강국의 실현이다.

이즈음 김구 선생의 해방 정국에 남기신 ‘나의 소원’을 떠올리는 일은 가슴 뜨거운 일이다. 그 글에서 선생은 우리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되어 세계를 지배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생이 꿈꾸는 것은 오직 아름다운 나라다. 그것은 문화적 깊이와 풍성함으로 세계를 돕고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나라다. 얼마나 아름다운 소원인가? 마르틴 루터 킹이 외쳤던 ‘나에게는 소원이 있습니다’와 같이, 우리 민족이 또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가슴 벅차게 제시한 글이었다. 동학과 유학, 불교, 기독교를 편력하며 일관되게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선생이 문화와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나라를 이루고자 했던 그 지향이 곧 한의 지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천성산에 있을 때 나는 적멸굴과 화엄벌에서 수운선생과 원효스님의 거대한 열망을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곤 하였다.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성인 두 분이 시차를 두고 적멸굴에서 수행을 했다는 사실이 우연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한’이라는 거대한 민족혼이 두 분 성인을 부른 것이 아닐까? 적멸굴의 원래 이름이 적미굴인데, 그 뜻이 붉은 눈썹 같다는 뜻이다. 실제로 적멸굴이 있는 능선 일대는 철분이 많아 붉은 색의 암맥이 드러나 있다. 그곳에 서면 멀리 천성산 정상과 화엄벌을 바라보게 된다. 화엄벌은 원효스님이 제자들에게 화엄경을 강설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천성산 정상부의 초원이다.

두 분은 모두 억압과 분열을 통합 해소 하며 일체를 아우르는 한의 길을 제시했다. 대승보살 원효스님의 일심사상과 무애행은 물론 대승불교 일체의 분파를 통합하는 화쟁 사상 자체가 한의 구현이었다. 수운선생은 사람마다 모시고 있는 하느님을 다시 발견하면서 동양의 유불선 삼교와 서양의 기독교까지 아우를 수 있었다. 실로 위기에 처한 민족사에 ‘한’이 다시 불꽃같이 재생한 일대 사건이었다. ‘한’ 자체가 소멸하지 않는 생명의 혼과 같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이면서 곧 세계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 김구 선생을 통해 진정한 독립국의 염원으로 다시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김구 선생이 동학, 유교, 불교, 기독교에 제한을 받지 않고 종교를 넘나들며 혁명을 하고 독립 운동을 하고 교육 운동을 하였던 것은 알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종교란 곧 각기 다르지만 하나의 큰 길을 가는 함의 길이 아닐까? 천도교에서 동학은 믿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학이 단순히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실천의 종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참 종교란 이처럼 도그마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궁극의 한에 도달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 함의 길이다.

이제 월간 ‘개벽신문’이 막을 내리고, 계간 ‘다시개벽’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당에, 나는 우리 민족이 걸었던 한의 길이 온 세계에 더 명확히 드러나고 세계인을 공명케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 변해야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개벽을 외치는지 모르겠다. 변해야 한다면 바르게 더 근본적으로 ‘한’의 각성을 통해 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효(元曉)스님의 법명을 상기시키고 싶다. 스님은 자신의 책 『기신론별기』에서 자신의 법명을 새부(塞部)라고 적었다. 당시 신라어 새밝(새벽)을 음차한 소리였다. 실제로 당대 사람들은 원효를 새벽스님이라 불렀다고 한다. 나는 원효스님이 자신의 법명을 바로 천성산에서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천성산의 지역명이 새박등이(새벽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성산은 통도사와 가깝고 원효스님이 통도사 인근 산에서 치열하게 토굴수행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정상부에는 원효와 의상이 수행했다는 원효암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원효스님이 민족의 새로운 개벽을 각성하고 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저 먼 조선(朝鮮) 아사달(아침땅)로부터 이어온 민족혼의 재각성이라고 생각한다. 수운선생의 다시개벽이 이와 무관할 리 없다.

2021/08/23

이병철 -지리산정치학교 1기 과정을 마치며/ ‘사드비프라’라는 영성적 지도자

(1) Facebook: 이병철


이병철
tS1psSo4nnsoreehd ·



-지리산정치학교 1기 과정을 마치며/

2박 3일 동안의 지리산정치학교 1기 1차과정을 마쳤다. 초대했던 분 가운데 3사람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할 수 없게 17명이 수료했다.
문명전환을 위한 생명의 정치는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지금까지 거의 삼십년 가까이 현실 정치와는 담을 쌓고 대안운동에만 주력해왔던 지리산운동?이 왜 갑짝스레 '정치학교'를 내세우게 되었는지,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절박성과 절실성이 참가자들에게 가닿았는 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강조한다고 전달되거나 공감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대가 어떠했던 간에 하나의 물꼬는 터졌다. 샘이 계속 솟아난다면 언젠가는 바다에 이를 것이다. 이것은 우리 정치사에 있어 새로운 사건 가운데 하나일 수 있으리라.
뜨거운 열정과 꿈으로 함께 이 과정을 만들어낸 1기 수료생들과 이 과정을 준비한 운영팀과 실무팀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리산과 실상사와 이 과정을 제안하고 함께 한 도법스님과 남곡선생 그리고 실무를 책임진 사발님과 와월당 등 여러 벗들께도.
이제 2기, 3기 앞으로 이 땅에 새로운 문명이 열릴 때까지, 생명정치가 실현될 수 있을 때까지 이 지리산정치학교는 이어져 갈 것이다.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마음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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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명, 호혜상생의 새로운 문명이란 결국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서만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학교란 그런 사람을 길러내는 도량인 까닭이다.
이번 과정에 인삿말 하는 역할을 맡은 지라 파견의 인삿말도 여기에 나누며 벗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요청한다.
 
 
-파견인사/
지리산정치학교 1기과정의 수료를 함께 축하하고 기뻐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정식으로 지리산청치학교 1기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학교를 3년 간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학교의 과정은 이 땅에, 이 지구행성에 새로운 문명, 생태문명, 그 호혜상생의 살림과 모심의 문명을 위한 정치가 새롭게 뿌리내릴 때까지 이어지리라 싶습니다. 우리의 힘이 미약하면 누군가가 다른 이들이, 아니 바로 여러분들이 이 과정을 그때까지 이어가리라 믿습니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곧 우리가 함께 해야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 수료식은 여러분을 전환의 정치, 생명의 정치 현장으로 파견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수료식이자 파견식인 이 자리에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한 사람을 기억하십시오.
전환의 정치를 위한 이 지상의 그 한 사람임을 잊지 마십시오.
'한 사람'이란 이름으로 오래 전에 썼던 시 한 편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한 세계다/ 
그 한 사람이 있어/ 
그 한 세계가 또한 있다/
세계는 그 한 사람에게 비롯되고/ 
마침내 그 한 사람에게서 끝난다/ 
그러므로 그 한 사람이 평화로우면/ 
그 세계 또한 평화롭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신이 바로/ 
그 한 사람인 까닭이다//

 
문명의 전환을 위한 생태정치, 생명정치는 바로 그 한 사람인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꿈꾸고 만드는 세상만이 진정한 우리의 새상인 까닭입니다.
우리 각자는 그렇게 모두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서로 이어진 그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따로 또같이' 그렇게 우리는 문명전환의 동지로. 도반으로 함께 이어져 있고 
어머니 지리산과 천년의 수행도량 실상사와도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드비프라(Sadvipra)를 기억하십시오. 사드비프라적인 정치지도자가 되십시오.
 
흔히 정묘한 마음을 지닌 자들이라는 의미의 '사드비프라'라는 지성과 영성을 함께 갖춘 깨어있는 영성적인 정치적 지도자를 의미합니다. 
사드비프라는 또한 높은 도덕성과 아울러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와 착취에 대항해 싸울 용기를 지닌 지도자입니다. 그는 영원한 혁명가이면서 정치가이며 동시 생태영성가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물질적 차원만이 아니라 생태적이고 영적인 시각을 함께 제공하는 지도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문명의 대전환, 그 전환정치의 중심이 생명정치, 생명이 충만하게 꽃피는 생태사회와 직결되는 것이어야 한다면, 전환의 새로운 정치에서 이에 걸맞은 지도자의 자격은 사드프라적 존재가 되어야 할 것립니다.
자신의 깨어남을 위한 수행과 함께 인류세의 대재앙 속애 죽어가고 있는 뭇생명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번 과정에서 익힌 연찬의 태도와 공동의 약속을 잊지 않는 것은 그 길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제 어머니 지리산과 함께 가십시오.,
 
모두를 함께 품어온 그 너른 품과 깊은 사랑과 함께 가십시오.
힘들고 지칠 때 그 품에 기대십시오. 여기로 돌아와 다시 기운과 활력을 충전하십시오.
연어가 만리의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모천(母川)으로 회귀할 수 있는 것은 태어났을 때의 물 맛을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머니 지리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사랑으로 여러분을 품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천년의 수행도량 실상사도 여러분의 친정이 되어 언제나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전환정치의 길동무, 도반들과 함께 하십시오. 마지막 당부는 이것입니다. 현실정치에 있어 저마다 소속 정당이나 현장이 서로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서로 다른 현장이 우리의 활동과 그 영향력을 더 크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우리의 꿈과 목적지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정치학교의 다음 기수를 추천해주십시오. 함께 문명의 전환을 이루어갈 벗들입니다. 이번 정치학교의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나눈 생각과 제안들이 이 나라의 전환정치를 앞당기게 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습니다.
특히 문명전환과 생명정치를 위한 10년 결사의 다짐, 이의 바탕이 될 배움터 마련과 확산, 그리고 정치세력화를 위한 구체적인 참여 노력 등의 논의는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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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을 전환정치의 현장으로 떠나보내면서 저는 민들레 홑씨를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가닿은 거기에 새로운 민들레의 영토가 환하개 펼쳐짐을 그려보며 그 기대로 설레입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바로 그 새월호임을 생각합니다. 지구적 차원의 대재앙 앞에서 누구를 탓하고 책임을 추궁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구명정을 마련하고 스스로 구명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 길에 우리도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그 전환정치의 대장정에 갚은 평화와 신명이 늘 함깨 하시기를 마음 모으며 사랑과 감사를 함께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후원계좌 농협 351-1187-4105-23 예금주 : 지리산정치학교(이명희)
https://forms.gle/EM9mNHFgKKWuczpw5




장기표는 틀렸다, 그래서 옳다
기자명 이병철 객원논설위원   
입력 2021.07.10

세상 인심은 흔히 그런 장기표 선생을 일러 현실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아직도 자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래서 현실정치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현실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선배가 장기표 선생이다. 나는 현실의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는 이들과는 애초부터 그 길이 다르다는 생각에 친구나 선후배 등 지인들 가운데 정치권에 참여하는 이가 있으면 그 순간부터 관계를 중단한다. 이 나라의 현실정치, 특히 여기에서 행세하고 있는 인사들의 언행을 볼 때, 나는 도저히 그들을 상종할 만한 용기도, 그 역겨움을 견뎌낼 비위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보라는 탈을 쓰고 편가름을 바탕으로 국민을 대립, 분열시키며 역사를 퇴행시키는 이른바 586세력이 주도하는 이 정권을 보면서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안도하고 있다.

현 집권세력이 저들의 무지와 무능과 무도함을 오히려 정치적 능력과 훈장처럼 내세우고 있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이를 실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치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족속들과 어떻게 상종할 수 있는가 싶은 것이다.

그런 내가 정기표선생과는 아직도 교분을 이어오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장선생은 정치판에 들어가 있지만 그를 현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정치라는 장에서 여전히 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영원한 운동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장기표선생은 나에겐 영원한 운동가요, 지금도 함께 하는 그 운동의 선배동지인 것이다. 영원한 민주투사라는 그의 별명처럼 선생은 정치판, 그 오염의 현장 한가운데서도 마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는 저 처염상정의 연꽃처럼 한 생을 그렇게 오롯하게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표선생은 현실 정치인이 아니라 운동가요, 지사요, 또는 수행가라고 할 수 있다.

세상 인심은 흔히 그런 장기표 선생을 일러 현실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아직도 자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래서 현실정치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한다.

맞다. 이 모두 맞는 말이다. 이 나라 학생운동, 반독재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의 신화적 인물로 칭송받던 선생이 정치판에서 실패한 돈키호테로 비아냥의 대상이 된 것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장선생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정치판을 운동의 장으로 삼은 것 자체가 그의 무지거나 만용이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그것은 무망한 짓이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한 두 선배가 모두 그랬다. 한 선배는 작고한 제정구선생이고, 또 한 선배가 지금의 장기표 선생인데, 두 선배가 그 점에서 정확하게 서로 닮았다.

나는 고향 선배이자 공범으로 함께 징역살이했던 제정구선생을 추모하는 글에서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먼저 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썼다. 일급수에서나 살 수 있는 물고기는 삼, 사급수의 오염된 물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표 선생이 국회의원에 7번이나 출마했다가 모두 낙선한 것 또한 이와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선생이 여러 정권으로부터의 국회의원 전국구나 장관 등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기만의 길을 고집한 까닭이다. 정치를 하려면, 그래서 현실 정치인으로 나서서 무엇인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가운영체제를 바꾸어가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의회부터 진출하고 자신의 정치세력과 힘을 길러야 했다. 이를 위해선 타협도 하고 과정의 불합리도 수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선생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치는 바름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원칙, 자신이 걸어온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사나 올곧은 선비라는 칭송은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도 현실정치에는 실패했다. 현실정치의 참여를 통해 자신이 그리는 나라를 이루어가겠다는 장기표 선생의 정치노선은 실패했고 그래서 틀린 것이다. 내가 장기표 선생이 틀렸다고 하는 이유이다.

장기표 선생이 내년 대선의 대통령후보로 출마선언을 했다. 총선에 7번이나 낙선하고 지금 당적을 두고 있는 국민의 힘 안에서도 아무런 기반도, 별다른 지지세력도, 국민적 지명도도 거의 없는 사람이 대통령후보가 되겠다고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뜨악하게 생각하거나 장기표선생의 또 다른 돈키호테식 언행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싶다.

출마 선언을 하고 며칠 되었지만, 주류언론이나 정치판에서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음이 그 증거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장 선생은 우리 나이로 일흔일곱, 지금까지 거명되고 있는 후보 가운데서도 가장 고령으로, 이미 한물간 노인으로 치부되는 나이기도 하다. 지금 정치판의 가장 중요한 정치이슈 가운데 하나가 세대교체인데, 최고령의 노인이 나선 격이다. 그리고 국민들 다수, 특히 젊은이들 거의 대부분은 장기표 선생이 누군지도, 민주화운동의 대부요, 운동권의 신화라는 지난 이야기에도 크게 관심이 없다. 자신들의 절실한 관심사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표 선생이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아마도 장 선생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요. 기회라 할 것이다.

장 선생은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문에서 이번 출마의미를 자신이 운동가로서 평생을 꿈꾸어 오던 그 오랜 꿈의 실현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이 땅, 이 나라에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평생의 포부와 다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10가지 청사진을 제시한다. 실패한 정치인이 내세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정치선언‘이다. 선생이 쓴 ’행복의 정치론‘을 보면 새로운 시대의 국가목표는 국민 모두의 ’자아실현‘에 있다.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그 목표인 것이다.

가슴이 설렌다. 국가 발전의 목표를 이렇게 설정한 정치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장기표 선생의 이 같은 출마 선언을 공감하고 지지하며 성원한다. 내가 이를 지지하는 것은 선생이 제시하는 내용과 그 실현을 위한 정치적 과제에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선생이 현실 정치인으로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핏 역설적이기도 한 이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이다. 제도권 정치를 통한 그의 정치혁명의 실패는 새로운 정치를 열어가는 밑거름이자 도약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선생이 정치판에서 실패한 것은 선생이 제시한 ’국민행복시대‘라는 그 꿈의 실현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이 평생을 이 땅의 민주화와 노동자의 인간다운 권익실현을 위해 몸 바쳐 온 것은, 그리고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탐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철학과 혁명적 목적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온 것은 이 모두 ’국민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시대‘, 국민 모두의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철학과 올바름을 지켜내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시대의 교체이다. 그리고 문명사적 대전환이다.

진보와 보수, 이 구분은 더이상 유용한 잣대가 아니다. 낡은 시대의 한갓 고루한 관념일 뿐이다. 이제 유일한 하나의 기준은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환인가, 현 물질 자본주의 체제의 기득권 유지인가의 여부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비상사태와 대역병 등의 인류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문명사적 대위기 앞에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나라를 위한 정치적 변혁과 지구 차원의 공멸적 위기에 대한 대응을 함께 요구받고 있다.

생존을 위한 이 절대적 명제 앞에 세대와 계층과 성별과 인종과 국적 등 지금까지 서로를 구분하며 분리하던 기준들은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하였거나 부차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엄중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위해 이제는 모두가 함께 온몸을 던지는 결단이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전환의 혁명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절체절명 상황과 마주하여 이를 헤쳐갈 수 있는 정치지도자의 능력과 자질이 어느 때보다 참으로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적 술수나 선동이나 흉내 내는 것 등 정치판의 낡은 이념과 수단으로는 더는 가능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제 이 나라의 명운과 온 국민의 안위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폭풍우 몰아치는 캄캄한 거친 밤바다의 뱃길에 바른 항로를 잡아 배를 몰고 가면서 승객들의 안심과 협력을 얻어 갈 수 있는 지도력과 인품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차기 정권의 국가운영 책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따라 이 나라의 명운과 국제질서의 앞날이 가늠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장기표 선생은 이른바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운 문명의 전환과 이를 통한 국민행복론을 연구하고 실현방안을 제시해왔다. 그는 이를 위해 일찍이 신문명연구소를 설립하고 ’신문명국가비전‘ 등의 여러 저술을 통해 그 방향과 목표, 과제와 실현 방법을 제시해온 것이다. 선생은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향한 연구 모색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의 제시를 위해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분야를 넘나들며 2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해왔고 이를 통해 ‘신문명과 국민 행복’을 함께 제시한 유일한 정치가이며 사상가이기도 하다.

전환의 신문명,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철학과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한다.

나는 장기표 선생을 볼 때마다 ‘사드비프라’라는 영성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사드비프라(Sadvipra)는 영성적 정치지도자를 일컫는 용어이다. 흔히 정묘한 마음을 지닌 자들이라는 의미의 '사드비프라'라는 지성과 영성을 함께 갖춘 깨어있는 정치적 또는 혁명적 지도자를 의미한다. 사드비프라는 또한 높은 도덕성과 아울러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와 착취에 대항해 싸울 용기를 지녔다. 그는 영원한 혁명가이면서 정치가이며 동시 생태영성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물질적 차원만이 아니라 생태적이고 영적인 시각을 함께 제공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인류문명의 대전환, 그 전환정치의 중심이 생명정치, 생명이 충만하게 꽃피는 생태사회와 직결되는 것이어야 한다면, 전환의 새로운 정치에서 이에 걸맞은 지도자의 자격은 사드프라적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전환의 신문명으로의 이행을 통해 ‘국민행복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혁명가 장기표선생, 십 년의 감옥과 10년의 수배 생활을 겪어오면서도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영원한 혁명가이면서 동시에 영성적 수행가이며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신문명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민행복론’을 주장하는 장기표 선생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해 준비해온 유일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선생이 이미 91년에 ‘사랑의 정치를 위한 나의 구상’이란 8권의 전집을 통해 발표한 저서에서 보듯 그의 정치의 요체는 ‘변혁과 사랑’이다. 그의 혁명은 사랑의 혁명이며 그의 정치는 사랑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지혜와 사랑으로 깨어있는 사드비프라적 지도자로 장기표선생을 능가할 후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선 후보로 나선 인물 가운데 이러한 성품과 자질과 새로운 나라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해온 이는 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새로운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여 젊은이들에게 노동의 진정한 가치와 보람과 이를 통해 삶의 기쁨을 보장해줄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사람도 장기표 선생 뿐임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불타는 전태일 곁으로 달려간 최초의 대학생이었던 오직 장 선생만이 대기업 중심의 노동귀족들에 맞서 노동의 정의와 형평을 실현할 수 있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장기표 선생, 그는 세상 나이로는 노인이라고 하지만 시대정신과 열정과 기상은 어느 젊은이들보다 더 푸르른 만년의 청춘이다. 선생을 존경하는 후배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선생의 한결같은 삶의 여정을 지켜보며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한 것을 지지하고 성원한다. 지금까지 정치인 장기표선생의 실패가 지금 새로운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음을 믿는 까닭이고, 오직 그런 선생만이 이 대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정치, 새로운 나라를 위한 담대한 변혁을 이끌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내년의 새로운 정권의 출범은 87체제의 극복만이 아니라 이 나라에 새로운 정치, 문명의 전환으로 이행되는 새로운 생명정치의 탄생이 되기를, 그리고 장기표선생이 이번 대선 출마를 통해 그 큰 마중물 역할을 감당하실 수 있기를 간곡히 마음 모은다. 선생의 일관된 지사적 품성과 경륜과 담대한 포부와 전환문명에 대한 식견을 겸비한 지도력과 새로운 시대를 향한 젊은 층의 열정을 함께 결합한다면 내년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기가 이 나라의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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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객원논설위원 hansimdang@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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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민청학련 구속자, 생태귀농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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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 정치이야기] 분배정의(分配正義)
 천지일보 (newscj@newscj.com) 승인 2015.10.29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계급질서를 유지하면서 공리적 배분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인도의 종교사상가이자 역사학자인 사르카르이다. 그는 역사의 원동력을 경제나 정치권력이 아니라 문화라고 생각했다. 우주는 비드야(Vidya)와 아비드야(Avidya), 즉 내향과 외향, 축소와 확장, 연민과 분노가 맞서서 투쟁하는 거대한 장이다. 음양론과 유사한 그의 인식은 물리적 우주와 사회적 우주에 모두 적용되는 영원한 속성이다. 개인은 우주라는 영적인 존재와 융합돼야 한다. 사르카르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본주의의 탐욕적 속성을 무시하고 국가권력을 장악해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했던 이상주의자나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변화에 주력하는 심령주의자와 달랐다. 휴머니즘은 신으로부터 개인적 권리를 확보했지만, 결국 인간을 우주와 영성으로부터 소외시켰다. 사르카르는 인간이 우주의 모든 생태적 존재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도의 전통적인 계급제도인 카스트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카스트의 본질은 사회적 역할의 구분이지 지배체제가 아니다. 사르카르에게 계급은 특권이 아니라 의무이다. 상위에 속하는 계급일수록 의무는 더 무겁다.

사르카르는 역사의 발전단계를 가속화시키면 계급적 착취를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가속화는 마르크스의 물질적 변화나 헤겔의 혁명의식이 아니다. 그는 정치적 혁명에 기대하지 않았다. 사회적 변화의 주체는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사드비프라(Sadvipra)’로 묵자의 성왕(聖王)이나 플라톤의 철인(哲人)과 유사하다. 사드비프라의 리더십은 겸허한 봉사, 약자를 보호하는 용기, 무지한 사람들을 교화하는 탁월한 통찰력, 정당하고 혁신적인 부의 사용으로 실현된다. 그는 유연하고 조화롭게 혁명적 변화에 개입한다. 자본가가 기술혁신으로 생산수단을 독점할 때는 노동자혁명을 이끌고, 노동자의 힘이 정치적 무정부상태를 초래할 때는 자본가혁명을 이끈다. 국가의 통치가 지나치게 집중되고 문화가 정체되면 지식인을 자극해 비물질적인 가치생산의 혁명을 이끈다. 사드비프라는 합리성이 아니라 영성을 중심동력으로 삼는다. 그러나 영성혁명이 타락하면 더 심한 물질적, 정신적 착취가 발생한다. 중세의 로마교회나 현대의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란의 혁명정부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영성을 바탕으로 자아, 공동체, 환경, 우주의 균형을 갖춘 문화를 창조했을 때는 계급적 갈등으로 인한 혼란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가 규정한 역사의 단계는 진보적인 운동과 퇴보적인 운동이 혼재돼 있다. 인간의 생명은 영적인 순수성에서 유래됐다. 이 순수성은 우주가 빅뱅을 일으키기 전의 상태로 도가의 무극(無極)이나 불교의 공(空)과 같다. 변화는 순수의식에서 물질적인 측면으로 발생한다. 사르카르가 말한 계급적 갈등이 없는 영성의 세계는 종교를 통해 가능하다. 공포로 가득 찬 삶은 평화로 변하고, 탐욕을 초월한 개인과 사회는 내부로부터 솟아나는 해방의 기쁨을 만끽한다. 개인의 해방은 소승적 해탈이 아니라 대승적 각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불평등과 불의의 구조가 만연된 사회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파괴돼야 한다. 사르카르에게 현대는 각성의 시대가 아니라 다양한 주장을 내세운 기생충과 같은 소수가 많은 사람들의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먹는 탐욕의 시대이다. 사르카르의 역사인식은 묵자의 시대와 사회에 대한 인식과 유사하다. 묵자도 현실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의 고민은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한 지배계급을 어떻게 각성시키느냐에 있었다. 계급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힘을 장악한 계층의 반발을 초래한다. 사르카르가 영성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면 묵자는 인간의 본성에 희망을 걸었다. 사상과 행동이 통일되면 혼란은 해소되고 사회는 질서와 안정을 회복해 발전하게 된다. 굴절된 영성에서 해방된 개인이 소외에서 벗어나려면 순수한 영성을 회복해 공생의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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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vipra: Prout's concept of Leadership
Blog by Shrii Shrii Anandamurtij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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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If we understand each of the four basic requirements of a comprehensive socio-economic theory and the topics they cover, we will gain valuable insight into human society. As an illustration, let us briefly discuss leadership.

The types of leadership that can be adopted by a society may be divided into three basic categories: rule by brute force, rule by rationality, and spiritual leadership. Rule by brute force includes various forms of leadership, ranging from brutal martial leaders, such as Genghis Khan, to proletariat dictatorship, a utopian leadership model that never actually existed in practice. Prout does not support rule by brute force. Rule by rationality includes democracy, both general democracy, which is widely practised today, and restricted democracy, which was practised by the Licchavis and the Greeks.
It is only possible to give qualified support to democracy because its value depends entirely on 51% or more of the population having a proper education, a moral and ethical sense, and a well developed socio-economic-political consciousness. These must not be a superficial understanding. Accordingly, general democracy as it is practised today is unlikely to elevate and increase the well-being of most people as it is dependent on party politics and party dictatorships emerging from elections. It also has no sense of economic democracy.Until a better system is developed, restricted democracy can be supported. Today's democratic standards are quite low in any case.
Until the consciousness of people is raised beyond the mundane, it is likely that democracy will continue to support essentially selfish and degraded interests over all-round welfare. In the future, it is quite possible that democracy will be replaced by another form of government based on merit: meritocracy. This means that people will demand that their leaders be both capable and ethical. A genuine meritocracy should be supported. Eventually, as human consciousness evolves a time will come when elevated people will guide society. In due course, spirituality will be widely accepted in society and spiritual leadership is the best form of leadership.

This does not mean religious leadership by religious dogmatists. That era has long since gone since the rise of the Renaissance period. Although it still emerges today when political leaders continually evoke the name of God to assist in their efforts for war and national victory. These blind dogmatic notions and superstitious toadyisms do great harm to elevating the consciousness of people - the degenerate the level of thinking to irrational assertions that some kind of paper gods will solve international conflicts.Spirituality requires morality and a spiritualist fights against immorality. Earning money in a sinful way or accumulating great wealth is against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spirituality. It will be quite impossible for people who are not following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morality to be spiritualists.

Spiritualists are those who are engaged in the continued endeavour to expand the self. By reciting holy scriptures or by acquiring a few pompous titles, one cannot succeed in spiritual pursuit. Spirituality bears no relationship to religion. Although religion may or may not have some aspects that incline to spirituality.Also, those who believe that they must first attain success in individual life before participating in collective struggle will not succeed. They will never bring expansion in their individual lives if they ignore collective welfare. Individuals will have to concentrate on both intellectual and social development. Otherwise, no matter how lofty they might sound in theory, it will remain as a big hoax in the practical field. One will have to make an earnest endeavour to develop oneself thoroughly; mere rhetoric will not do. People who profess to be spiritual moralists will pick up the neglected humanity and arrange for its revival.

To them no sinner is contemptible, no one is a rogue. All round elevation of mind and self is the hallmark of spirituality, as well as a proper objective understanding and application in the physical world. It has nothing to do with attaining a spot in some mythical heaven or kingdom of God or being a chosen people or any other social and religious dogmas that confine people to narrow thinking about their place and existence in the human society, world or universe. That sort of thinking is the cause of fissiparous tendencies and irrational inclinations for bloodshed.The type of leadership adopted by a society provides an insight into the stage of human evolution of its members and the extent of its advancement. It is vital that members of the human society understand the motives of leaders and see through the veneer of dogmas that are spouted. This is critically important today as more and more political leaders turn to the concept of God to justify their cause. The distinction between religion and spirituality becomes even more critical when that happ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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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SON DAWN

Ananda Marga News & Resources

Sadvipra Leadership


“The meaning of the word sadvipra is “a person who is a moralist and a spiritualist and who fights against immorality”. Earning money in a sinful way or accumulating great wealth is against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Prout. It will be quite impossible for people who are not following the fundamental principles of Prout to bring about shúdra (labour) revolution.”

“Sadvipras will have no rest, ever. A time will never come in the life of a sadvipra when he or she will relax in an arm chair and say, “Ah, I have nothing to do today. Let me rest awhile.” In this first phase of human history, the sadvipra society has not yet formed itself. In the absence of a sadvipra society the social cycle is moving on its natural round. In every age, the government of the predominant class becomes exploitative, and thereafter comes evolution or revolution. For lack of sadvipras’ assistance, the foundation of human society is lacking firmness. Today I extend my earnest request to all reasonable, virtuous and moral fighters that they form a good, well-disciplined sadvipra society without further delay. These sadvipras will work for the good of all countries, for the all-around emancipation of all humanity. The downtrodden humanity of this disgraced world is looking up to the eastern horizon, awaiting the sadvipras’ advent with earnest zeal and eagerness. Let the cimmerian darkness of the interlunar night disappear. Let the human being of the new day of the new sunrise wake up in the world. With these good wishes I conclude my discourse.”

– Shrii P.R Sarkar
(Human Society II, 132)

A new website has been opened at:

www.sadvipra.crimsondawn.net

It promises to become a hub for university students and youth searching for the right path in life.


“How to make a Bansuri”: A Spiritual Leadership Training experience

Sometimes revolutions happen by chance. But in general it is a culmination of an historical period where society looks for a solution to transitional problems. Today we are living a time of transition and it is most natural for a revolution to occur.

In this peculiar and auspicious time the determination of spiritual leaders and their training is of the utmost importance. Therefore all young people who have the courage to voice their intolerance for injustice and exploitation have to take the responsibility to train themselves and process their passions in a cooperative and well organized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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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네오휴머니즘 신자유주의 넘을 열쇠”

등록 :2008-11-14 

“협동조합+네오휴머니즘 신자유주의 넘을 열쇠”
조합원 공동소유 바탕 노동 기여 따라 성과급
‘영성’으로 이기심 막아 자본·사회주의 넘는 제3의 길
〈건강한 경제모델 프라우트가 온다〉
다다 마헤시와라난다 지음·다다 칫따란잔아난다 옮김
/물병자리·1만원






“1970년에 국제자본의 90%는 무역과 장기투자(대체로 생산부문 투자)에 사용됐으며, 10%가 투기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나 1990년에는 이 숫자가 뒤바뀌었다.” 프라우트 운동가 다다 마헤시와라난다가 2003년에 낸 <건강한 경제모델 프라우트가 온다>(AFTER CAPITALISM: Prout’s Vision for a New World)에 서문을 쓴 노엄 촘스키는 불과 20년 만에 국제자본의 90%가 투기자본화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현재의 경제제도는 실패작이며, 거의 재난에 가깝다”고 썼다. 2007년 월든 벨로는 하루 약 1조9000억달러의 돈이 투기 도박장에서 거래된다고 했다. 지금 전세계 하루 자본거래액 가운데 실물경제와 관련된 것은 2%에 지나지 않으며 98%가 투기거래다.

이 만연한 투기의 수혜자들은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포브스>(2007년 5월3일)는 애플컴퓨터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받은 연봉은 6억4800만달러로 애플사 초년생 연봉의 3만배나 된다고 전했다. 이 잡지가 발표한 2006년도 ‘억만장자 명단’을 보면 세계 최상위 부자 52명의 재산은 최근 4년간 2배 이상 늘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명의 1년 소득액보다 많은 것이다. 그 결과 지금 66억 세계인구의 3분의 2는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중산층’은 양극분해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1970년대 미국의 이른바 ‘레이건 혁명’과 영국 ‘대처리즘’ 등장 이후 본격화한 정치적 신보수주의와 경제적 신자유주의가 몰고온 재난을 한국인들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이미 처절하게 체험했다. 지금 그때보다 더하다는 대재난이 다시 밀려오고 있다. 이젠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가 아니라 ‘다른 세계는 가능해야 한다’는 외마디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의 공통적인 이익을 고려할 때, 자본주의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건강한 경제모델 프라우트가 온다〉인도 비하르주 자말푸르 출신으로 1955년에 사회적·영적 조직인 ‘아난다 마르가’(Ananda Marga·지복의 길)를 창설한 프라밧 란잔 사카르(1921~90)는 재난을 몰고 오는 경제적 공황을 “순전히 착취의 결과”라고 했다. 이기심에서 출발한 무자비한 이윤추구가 초래한 극단적인 부의 편중과 넘쳐흐르는 돈의 투기자본화에 따른 화폐유통시스템 마비가 공황을 부르며, 이는 자본주의체제 아래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자본가들은 마치 기생충처럼 공업·농업 노동자들의 피로 번영한다”고도 했다. 해결책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제자들과 함께 창설한 조직이 아난다 마르가였고 1959년에 대안이론으로 제시한 것이 프라우트(Prout)였다. 프라우트는 ‘진보적 활용론’으로 번역되는 ‘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라는 영어 머리글자들을 엮어 만든 말이다.

개혁주의자들을 비판하며 혁명을 통해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한 점에서 사카르는 마르크스주의자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진정한 영성과 종교적인 도그마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분명하게 구분”하면서 “종교 전도사들이 과거 세계 곳곳에서 인류를 착취했으며, 오늘날에도 같은 짓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아난다 마르가와 프라우트가 단순한 종교조직이나 신앙 차원의 비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영성’을 강조하는 그가 마르크스주의자일 리도 없다.


그는 혁명을 얘기하지만 무장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유혈혁명이 아니라 지성을 갖춘 영적인 지도자들인 ‘사드비프라’가 지도하는 대중운동 형식의 점진적 무혈혁명을 추구한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공산주의 철학을 인간심리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것이라 비판하면서 중앙집중식 전체주의도 거부한다.

프라우트는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다. 촘스키는 이를 “협동조합 중심의 경제적 민주주의”라고 했고 지은이 마헤시와라난다는 “일종의 통합적 거시경제 모델”, “모든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지를 담은 청사진”이라고 했다. 핵심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을 통하여, 구성원들의 공통된 경제적·사회적·문화적인 필요성과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뭉친 사람들의 자율적인 협회”로 정의되는 협동조합이다. 프라우트 협동조합은 사적 소유를 인정한 바탕 위에 지분을 나눠 가지지만 이 투자 지분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투기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누구에게나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기술이나 노동 기여도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되 최고임금에 상한을 설정해 최저임금과의 격차를 일정 한도 내에서 제한하며 조합 생활수준의 전반적 향상에 따라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드는 구조로 돼 있다. 공동소유이니 해고 같은 것도 없다.

이것이 자본주의를 뛰어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면, ‘영성’은 사카르가 “정신병”이라고 못박은, ‘이윤을 무한 추구하는 탐욕과 이기심’을 원천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형이상학적 장치다. 사카르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존재가 우주심, 지고의 존재와 연결돼 있는 한몸이자 하나의 가족으로서 공명·공감한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영성가족’ 개념을 얘기하면서 그것을 확장된 휴머니즘 곧 네오휴머니즘이라 일컫는다. “프라우트의 목적은 경제성장이나 부의 축적이 아니라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시키고 무한한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요한 갈퉁)

프라우트가 과연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세계의 비전’이 될 수 있을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 옮긴이와 함께 / 다다 칫따란잔아난다



“영성공동체로 자본주의 이후 대비”






다다 칫따란잔아난다“플라톤도 한 사회 상층의 소득이 하층 소득의 5배를 넘으면 위험에 빠진다고 했다. 내 유학시절 미국의 상하층 소득비는 1000 대 1 정도나 됐다. 하지만 지금 미국 대기업 최고책임자의 연봉은 그 회사 초년생 연봉의 3만배다. 그 회사 직원이 아니라 일반 하층민 소득을 그 최고연봉자와 비교하면 무려 9만배 차이가 난다.”

책 번역자 이름이 ‘다다 칫따란잔아난다’(사진)로 돼 있어서 한국말 잘하는 인도 사람이 있나 보다 했는데, 전북 정읍 출신의 한국인이었다. 1947년생이니 61살. 오렌지색의 인도 수행자 특유의 옷차림에 터번을 두르고 수염까지 기른 그는 아닌 게 아니라 인도인처럼 보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1982년부터 약 7년간 미국 위치타대와 메릴랜드대에서 공부했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고 돌아와 산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했는데 고혈압과 당뇨, 위염 등으로 몸을 심하게 앓아 이곳저곳 찾아 헤맨 끝에 아난다 마르가를 만났다. “거기 들어간 지 1년 만에 먹던 약들을 몽땅 끊었고 지금까지 약을 먹어본 적이 없다. 3년 만에 직장도 그만두고 인도에 갔다 왔다. 몸도 정신도 완전히 바뀌었다. 갖고 있던 미국 책들도 모두 버렸다.” 대학 다닐 때 데모 한 번 한 적 없던 그는 “자본주의는 착취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스승 사카르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스승의 책 200권을 읽었는데 “매우 논리적”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착취사회다. 모두가 모두에게 도둑이라 할 수 있다. 다들 어떻게 하면 남의 몫을 빼앗아 가질까만 생각하고 있는 꼴이다.” 입시를 봐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했다. “내 아이 합격만 빌면, 남의 아인 떨어지라는 얘기냐?”

1997년에 낸 <자본주의의 종말>은 “금융공황이 밀어닥치고 있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했다. 거기서 지구 자전축 변화와 환경파괴 등에 관한 얘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본명 ‘고철기’를 버리지 않았다. 결혼하고 가정이 있었지만 2001년 “깨달음과 사회봉사를 위해 여생을 보내려고” 출가수행자가 됐고 그때 이름도 바꿨다. “수행자는 앞만 보고 나가야 하는데, 옛 이름을 들으면 과거에 미련을 갖고 뒤돌아보게 된다.” 아난다 마르가의 출가수행자는 지금 200여개 나라에 1500여명이 있는데, 한국인 출가수행자는 그를 포함해서 모두 세 사람인데 한 사람은 동남아에 또 한 사람은 유럽쪽에 나가있다.

한국 첫 아난다 마르가는 1991년 전북 완주군에 세워졌다. 지금 그 자리에는 ‘고산 산촌유학센터’가 새로 들어섰다. 아난다 마르가는 유학센터일을 돕고 있는데, 지금 유학센터에는 선생 7명에 학생 18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 도시 아이들이다. 한 학기 또는 1년씩 와서 요가하고 명상하며 함께 생활한다. 그 기간에 근처 학교에 다니는데, 그 덕에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처했던 학교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단다. 경북 청송에 농사짓고 수행하는 일반인 대상의 자급자족 영성공동체를 또 하나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아난다 마르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도 지금의 인간 심성으로는 프라우트를 당장 실현하긴 어렵다고 했다. 결국 자본주의가 갈 데까지 가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사람들이 깨닫게 되고 무혈혁명이 일어나겠지만 준비를 착실히 해서 그 시기를 앞당기고 좀더 무난하게 전환하도록 만들 수는 있단다. “요구르트를 발효시킬 때 보면, 발효 마지막 순간까지 별 변화가 없어 보인다. 발효는 그 마지막 순간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그 발효 준비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그게 그 자신을 포함한 영적인 혁명 리더들, 곧 사드비프라가 할 일이라 여기고 있는 듯하다. 한승동 선임기자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321945.html#csidx7b010e09f5c95e49b135875d70915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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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Capitalism: Prout's Vision for a New World Paperback 
– January 15, 2003
by Dada Maheshvarananda  (Author)
3.7 out of 5 stars    23 ra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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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back
AUD 13.78 

247 pages
After Capitalism: Prout’s Vision for a New World sheds light on the 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 or Prout, a socio-economic model based on decentralized economic democracy, cooperative enterprise and the ethics of inclusion. Foreword by Noam Chomsky, with contributions by Frei Betto, Marcos Arruda, Johan Galtung, Leonardo Boff, Sohail Inayatullah, Ravi Batra, Mark Friedman.
The book asserts that capitalism contains the seeds of its own destruction, based as it is on greed, intense competition and the concentration of wealth in the hands of a few. In contrast, Prout provides a model of economic development grounded in universal values. It seeks to balance regional self-reliant economic development with ecological protection, and encourages creativity and innovation.

In his preface to the book, Noam Chomsky stated, "Alternative visions are crucial at this moment in history. Prout’s cooperative model of economic democracy, based on cardinal human values and sharing the resources of the planet for the welfare of everyone, deserves our serious consideration." Historian Howard Zinn, author of the best-selling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wrote: "After Capitalism is refreshingly original. It is spiritual and utopian while remaining grounded in reality. Its analysis is intelligent and its vision inspiring."
Editorial Reviews
About the Author
Dada Maheshvarananda is a highly respected monk, social service worker, social activist and organizer, and a teacher of meditation and yoga. Dada has worked with exceptional commitment in these capacities for over thirty years. He has served and benefited many people and communities throughout the world -- Southeast Asia, South Asia, South America and North America.
Dada Maheshvarananda has studied and continues to study the theory and application of the 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 (PROUT). Dada also studied under the guidance of founder of PROUT, the late Mr. Prabhat R. Sarkar. He has dedicated his life to not only conveying what PROUT is, but more so to serving "all living beings" through its application.

Mr. Maheshvarananda is affectionately referred to as Dada, which simply means "brother." His complete name is Acharya Maheshvarananda Avadhuta, a Sanskrit name. Acharya is a title meaning "spiritual teacher" and "one who teaches by example." The name Maheshvarananda signifies "one who experiences the bliss of the Lord." Avadhuta means "dedicated renunciate mo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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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raphy
Dada Maheshvarananda is a yoga monk, activist and writer from the United States. As a student, he was active in the protests against the Vietnam War and adopted a radical approach to social change. He was inspired by the words of Che Guevara, to become a "true revolutionary guided by great feelings of love."
In 1978 he traveled to India and Nepal where he became a yogic monk and studied the 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 (Prout) under its founder, Prabhat Ranjan Sarkar. He taught meditation and organized for social justice for 14 years in Southeast Asia, three years in Europe and 21 years in Brazil and Venezuela. He has given hundreds of seminars and workshops at conferences, schools, yoga centers, and prisons about social activism, spiritual transformation, and cooperative games.
His first book, "After Captalism: Prout's Vision for a New World" with a preface by Noam Chomsky was published in 2003 and has been translated into 10 languages.
In 2007 he founded the Prout Research Institute of Venezuela in Caracas, where he served for nine years as director. His second book, "After Capitalism: Economic Democracy in Action", was published in 2012.
"Cooperative Games for a Cooperative World" was published in 2017. In 2019 he was the co-author with Mirra Price of "Tools to Change the World."
 
Customer reviews
3.7 out of 5 stars

Top reviews from the United States
P. Schumacher
5.0 out of 5 stars Fine Book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October 1, 2009
Verified Purchase
This book was written before the Crash of 2008, but in some ways anticipates those problems.

It takes the position that the economy should serve people (and the environment), not the other way around.

For this to happen, people must be schooled (de-brainwashed) in the idea that the common good promotes the individual good, and not the reverse. Key to this is the idea that "good" consists of more than just economic "goods"--a lot more, like time, creativity, a culture receptive of individual talent, closer connections with others (rather than the atomization promoted to increase consumerism), and spiritual fulfillment.

The author strongly espouses cooperatives, both for production and distribution--cooperatives that, by definition, are run from within rather than from above.

In other words, he espouses economic democracy--greater say by everyone over his or her work, time, methods and results of production.

He favors many vital reforms: serving the basic needs of all before the luxury needs of the top, a floor and ceiling on incomes, a different incentive system involving not so much money as recognition, freedom, and creativity.

Amazingly, he even applies these principles to agriculture and heavy industry, the two absolute fundamentals of modern society.

He also favors decentralization, both in living and working space, and in population.

I don't always agree with his details. For example, returning to the gold standard is simply foolish. A money standard should be founded on something with universal value and usefulness, like bushels of wheat.

He also seems to hold (sometimes) the Punitive Theory of Work--that everyone should work, even when it is not needed.

But these are minor.

This book will open your eyes to new ways of thinking about economy. Refreshing, accessible, clear, fast-pa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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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da Dufwa
5.0 out of 5 stars What the world's economy needs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May 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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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what the world's economy needs, Please read it, we need to make a serious change all around the gl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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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1.0 out of 5 stars One Star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November 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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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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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Lagana
5.0 out of 5 stars A Call to Action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June 13, 2003
This book sheds light where few people care to look, and inspires us to act. Also recommended, "Chicken Soup for the Volunteer's Soul," "Serving Productive Time," "Chicken Soup for the "Prisoner's Soul," and "Serving Time, Serving Others."

Serving Productive Time: Stories, Poems, and Tips to Inspire Positive Change from Inmates, Prison Staff, and Volunteers

Chicken Soup for the Prisoner's Soul: 101 Stories to Open the Heart and Rekindle the Spirit of Hope, Healing and Forgiveness (Chicken Soup for the Soul)

Serving Time, Serving Others: Acts of Kindness by Inmates, Prison Staff, Victims, and Volunteers

Chicken Soup for the Volunteer's Soul: Stories to Celebrate the Spirit of Courage, Caring and 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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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endiz de Brujo
5.0 out of 5 stars A MUST read for XXI century citizens
Reviewed in the United States on July 16, 2008
Capitalism is a system in crisis. We, the middle classes should know that by now. What we don't know is the history of abuse behind capitalism, what we fail to acknowledge is that not only third nations are being pillaged, but also the people of developed nations. Not long ago families with 6 or 7 kids were easily supported with the money one of the parents earned working 40 hours a week. Now both parents need to work to support two kids, what is going on? Is this progress? According to the media, it is.
We must inform ourselves about what is really going on and you won't find that watching TV. After Capitalism is a book for the layman to understand the most important flaws in Capitalism and why it can't be fixed. It also describes an alternative system based on local economies run by the people and for the people.
But it's not a book about the future, it's a book about the present. It's about our current alternatives as a society and as individuals. There IS a better way, and it starts today. It starts with every individual reading about reality and about what can be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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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나무를 심는 로봇 : 한살림 2.0 — 炳翰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

나무를 심는 로봇 : 한살림 2.0 — 炳翰

炳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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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로봇 : 한살림 2.0
심바아오틱스 김보영 대표를 만나다


1. K-테크 

 부다페스트 역, 기차는 떠났다. 황망하게 길을 잃었다. 새 길을 찾고자 멀리 떠나온 차였다. 본디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 하루 이틀의 소망이 아니다. 중2때부터 오래 품었던 꿈이다. 외교관이나 장교가 되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잠자는 시간을 제하고 하루 15시간씩 공부했다. 그럼에도 한 번, 또 한 번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설상가상으로 외무고시 자체가 폐지되었다. 10년 공든 탑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하필 그 무렵에 정서적으로 의지하던 강아지마저 잃어버렸다. 자칫 폐인이 되겠기에 부랴부랴 직장부터 구했다. 학원 영어 강사로 일했다. 그러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먼저 눈길이 향한 곳이 유럽이다. 국제정치에 관심이 많았기에 EU법도 솔깃했다. 유학 준비와 답사를 겸하여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산티아고를 순례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의지를 다지고 싶었다. 비행기 티켓과 유레일  패스만 끊고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유라시아의 서쪽 끝으로 떠난 것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어제도 일찍 떠난 기차가 오늘은 더 일찍 출발한 것이다. 계획해둔 일정이 제대로 헝클어지고 말았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멀리 떠나온 낯선 나라, 걷고 또 걷느라 이미 엄지  발톱 두 개가 다 빠져 양말마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대로 그만 털썩 주저앉고 싶었다. 펑펑 목 놓아 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탈리아 남자였다. 이탈리아는 부러 가지 않으려고 했던 나라였다. 이탈리아 남성들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는 어쩐지 꺼림직한 나라였다. 그런데 그 나라에서 온 젊은 친구였다. 그 또한 기차를 놓쳤다고 한다. 어떻게 할거냐, 어디로 갈거냐, 자꾸 귀찮게 말을 걸었다. 엉뚱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타는 속을 달래려고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여지껏 마신 가운데 콜라 가운데 가장 시원하고 상쾌하고 청량한 경험이었다. 기록해 두고자 카메라를 꺼내들어 찍어두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더니 ‘너희 너라는 콜라가 없니?’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잠자고 있던 애국심이 불끈 솟아올랐다. 나 한국 사람이야, 너 한국 몰라? 쏘아붙였다. 그런데 모른단다. 무식한 놈이다. 편의점에 갔더니 이번에는 초콜릿을 사서 건넨다. ‘이게 초콜릿이야.’ 하고 내미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나를 뭘로 보는 것일까? 탈북이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걸까? 몰골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북한 또한 모른다고 한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도통 무지한 유럽의 젊은 사내였다. 

 인문사회에 관심이 덜했던 반면으로 과학과 공학에서는 천재적인 친구였다. 갈리레오 갈릴레이 과학 고등학교 출신이다. 유럽, 아니 세계 최고의 과고에서 공부했다. 대학도 이탈리아 최고 명문이라 할 수 있는 파도바 국립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방학을 이용해 배낭여행을 다니던 차이다. 어차피 일정도 틀어진 김에 이탈리아의 본인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과연 이탈리아 남자들은 유난히 밝히는구나, 오해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짖꿏은 미소 너머 눈빛이 한없이 맑았다. 걱정은 하지 말란다.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란다. 산티아고에 갈라고 치면 제대로 챙겨먹고 깨끗하게 씻고 준비를 잘 해서 가야하지 않겠냐고 설득한다. 차림새가 영 딱해 보였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얼떨결에 이탈리아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었다. 인생의 반려가 되는 여행길이 될지는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대가족이었다. 부모님만 함께 사는 것이 아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 큰형 작은형에 누나 등등 식구가 여럿이었다. 번듯한 집안이기도 했다. 외가로는 변호사가 많았다. 그런데 딱딱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법률가만도 아니었다. 농업 법인을 만들어 사회적 농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설립자였던 것이다. 알고 보니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폐허가 된 시골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베네토 주의 아주 유명한 농장이었다. 이 농장에 대한 박물관도 만들어져 있을 정도이다. 농민들이 이렇게 잘 살수도 있고, 농업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멋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주중에는 베니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주말농장 삼아 많이들 놀러왔다. 농장에서 기른 토마토 소스 파스타에 농장에서 재배한 포도주를 곁들인 근사한 저녁 식사는 과연 일품이었다. 나라 사랑이 유별났던 고로 한국의 농촌과 비교해보게 되었다. 고된 노동으로 시달리고 궁상맞은 살림살이로 피폐해진 어르신들이 절로 떠올랐다. 스마트팜이라고 바가지를 잔뜩 쓰고 손해만 보고 있는 청년 농부들도 떠올랐다. 이탈리아의 사회적 농장을 잘 배워서 한국의 농촌과 농민과 농업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하게 되었다. 학원 강사직을 그만두고 농장에서 근무하기로 결심한다. 거처와 직업 모두 단숨에 바뀐 것이다.   

 훗날 남편이 되는 토스케티 지안 마리아는 탁월한 엔지니어이기도 했다. 발명가의 피를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건축학과 교수로 기계 관련 특허만 수십 개에 달한다. 농장의 지하실은 온갖 공구와 기계설비가 갖추어진 공장이기도 했다. 농업과 공업의 융합을 가업으로 전수받은 셈이다. 이탈리아는 휴가가 길기로 유명하다. 야생의 자연 속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조난 사고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구조견만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구조견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던 친구였다. 대학생 시절부터 구조로봇의 다리 모듈을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밋밋한 공장 바닥이 아니라 험한 산지를 오고갈 수 있는 로봇을 만들려면 특별난 기술과 다지인이 필히 요청되었다. 그 원형이 되는 아이디어를 대학생 시절부터 궁리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로봇이 정말로 필요한 곳은 한국의 농촌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노령화가 한국처럼 급속도로 진행되는 나라가 없다. 인구소멸이 농촌의 자연소멸을 이끌고 있다.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인공 농민’이 필요했다. 귀국을 넘어 귀촌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전만 해도 부산과 서울 등 도시서만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이탈리아 남편과 로봇을 장착하여 산촌에 이르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을 만난 곳도 강원도 산골짜기였다. 원주에는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소가 있었고, 평창에는 로봇으로 농사를 짓는 농장이 있었다. 

 때는 3월 말, 아직 파종하기 전이었다. 말끔한 정장 코트 차림에 뾰족한 구두를 신고 계셨다. 이렇게 예쁘게 치장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드물단다. 작업복과 장화가 평상시 옷차림이다. ‘웃픈’ 에피소드가 많았다. 평창에 구한 땅이 동계올림픽을 진행하기 위해 만든 KTX 역 근방이었던 모양이다. 동네 주민들이 수군수군거렸다. 중국 여자와 러시아 남자가 역사를 지으러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180cm에 가까우리만큼 키가 훤칠하셨다. 북방에서 온 여자라고 오해를 살만하다. 외국인 노동자인들모양인데 특히 중국 여자는 한국말을 아주 잘한다며 화제가 되었단다. 실은 한국 사람이고 이탈리아에서 온 공학자 남편과 로봇을 개발하여 임업을 혁신시키겠노라고 포부를 밝히노라면 아서라 만류하는 할머니들이 많았다고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도시 아가씨와 외국인 청년의 결합에 아뿔싸 의구심을 품었던 것이다. 처음 올 때는 이뻤던 얼굴이 갈수록 새까맣게 타간다며 우리 딸이라면 당장 돌아가라고 했을 거라는 식이다. 하루는 화장실에 갔더니 흙 묻은 시커먼 장화만 보고 여자화장실에 왠 남자가 들어와 있다며 난리가 났던 일화도 있었다. 하소연하는 아내에 지중해 출신 남편은 자그마한 리본을 장화에 달아주었다.

 그러함에도 단 둘만으로 버티고 또 견디었다, 집도 없고 아기도 없이 오로지 로봇 개발에 혼신을 다했다. 쉬는 날이나 쉬는 시간이 따로 있지 않았다. 모든 날과 모든 시간을 오롯이 투자하고 투신하여 로봇처럼 일했다. 모자라는 돈은 영어 강사를 하고 코딩 교육을 하고 산불 방재 활동을 하거나 지게차를 끌면서 닥치는 대로 충당해왔다. 그러나 그 고됨의 토로가 투정이나 푸념으로 들리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만만했고 패기가 넘쳤다. 그만큼 기술적 완성도와 독보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허출원은 이미 마쳤고, 올 하반기에는 정식으로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모터스를 경쟁사로 여길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에서 기대를 크게 걸고 있다고 한다. 평창 농장에 차린 컨테이너 하우스에는 이들의 야심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진도 붙어 있었다. 아마존도, 애플도, 구글도 출발은 미미했다.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해 오늘의 빅테크를 일군 것이다.   

 4월, 농사를 시작하면 섬섬옥수 고운 손도 카드를 내밀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단다. 농사철이 아니라서 한껏 멋을 낸 네일아트에도 회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Agri-Tech for You"라는 비전에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었다. 농업과 기술을 결합시킨다. 로봇과 사람을 연결시킨다. 인간과 기계의 공생으로 자연과의 공존을 도모한다. 자연선택의 결과로 사람이 나왔다. 인간의 인위적 선택으로 가공의 존재를 만들어내었다. 그 인공적인 존재가 이제는 이 땅을 대표하는 작물인 산양산삼을 키우게 될 것이다. 로봇공학과 임업의 결합, 인공지능(AI)과 무위자연의 결합, 활물과 생물의 융합, 최신의 공학기술로 한국을 대표하는 산삼을 재배하는 K-애그리테크의 프런티어,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병한 : 반갑습니다. 설레임을 안고 강원도에 왔습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해볼까요? 왜 평창을 선택하셨던 걸까요? 평창에서 어떤 기회를 제공했거나 혜택을 베풀었던 것인지요?


김보영 :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노지형 로봇을 제대로 만들려면 삼림이 많은 현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농사를 지어보면서 농민들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일지를 체득해야 한다고 여겼어요. 고객의 니즈를 온몸으로 파악해내는 것이죠. 그리고 그 기술 개발이 상용화되고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수없는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이걸 우리가 직접 다 하기위해서는 반드시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산이 많은 지자체를 찾아다녔고, 평창으로 과감하게 귀촌하게 된 배경입니다.

 버려진 땅이 꽤 많았어요. 평창이 올림픽 유치를 세 번이나 시도했잖아요? 그때마다 건물을 짓는답시고 투기바람이 한참 불다가 유치에 실패하면 땅값도 떨어지고 부도가 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버리고 간 땅들이 적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건축 폐기물 같은 쓰레기도 땅 속에 엄청 파묻어두고 가버린 거에요. 지자체도 수습이 어려워 쉬쉬하고, 그 땅을 누가 손대서 어찌 해볼 수 없는 상황이었죠. 저희는 그 엉망이 되어 버려진 땅을 되살려내서 우리의 첫 번째 농장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파묻혀 있던 쓰레기를 다 캐내서 분리수거 하고 폐기물도 처리하고 돌도 파내고, 그 모든 과정을 둘이서 맨손으로 해냈어요. 정말 안 나오는 물품이 없더라고요. 침대 매트리스며, 의자며, 변기까지. 그렇게 3년을 꼬박 투자해서 1,500평 되는 부지가 이제는 저희 땅이 된 것입니다.   

         

이병한 : 이탈리아에서 하면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요? 근사한 농장도 이미 마련되어 있고요. 집안부터 학벌까지 이탈리아에서 아주 잘 나갈 수 있는 젊은 청년이 헝가리에서 우연히 한국 처자를 만나서 여기 대한민국하고도 강원도 평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사랑의 힘일까요? (웃음) 


김보영 : 사랑의 힘이겠죠? 강원도의 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지형이 광활해요. 토지가 판판한 편이죠. 토성도 한국과는 매우 다르고요. 저희는 처음부터 기술만 개발해서 로열티만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영역을 망라한 패키지 전략을 추구했어요. 그만큼 시장 또한 개척해야 했고요. 무엇보다 이곳 강원도 땅에서 기술 고도화를 이루어낸 다음에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병한 : 지금은 기술입국, 기술대국이 되는 게 가장 큰 애국이기도 하겠죠. 현대모터스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잖아요? 보행로봇인데다가 다족로봇인지라 심바이오틱의 로봇과 겹치는 점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특허를 출원했다며 자신만만하신데, 어떤 점이 그런걸까요?


김보영 : 특허는 작년 6월에 이미 출원했고요. 올해 정식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곧 시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제품들은 딱딱한 바닥에서는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구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논과 밭 등 농업용으로는 적당치가 않습니다. 특히 산악지형에서는 거의 구동이 되지 않아요. 토지가 부드러우면 미끄러지거나 빠지기 십상이고, 요철이 있어도 잘 넘어가지 못하거든요. 즉 공장용 로봇인 셈이죠.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레그’와 ‘풋’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낸 것이에요. 산에서도 밭갈이를 할 수 있는 농업용 로봇인 것입니다. 

 아울러 농업과 임업에 활용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했습니다. 센서를 장착하고 AI 코딩도 직접 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한 특허를 인정받은 것이지요. 더 나아가 쉴드형 숄도를 장착한 해저용 드론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다 속을 탐사할 수 있는 로봇인 것입니다. 즉 기존처럼 3차 산업에 최적화된 공장용 로봇이 아니라, 농림수산업 즉 1차 산업의 자연 현장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심바이오틱의 경쟁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병한 : 그 AI 로봇을 통해서 산양 산삼을 재배하시잖아요? 왜 하필 산삼이었을까요?


김보영 : 일단 산삼이 농산물 가운데 가장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또 한국을 상징하는 농산물이기도 하죠. 고려인삼은 천 년 전부터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물이잖아요? 그 만큼 이 땅의 기운이 듬뿍 담긴 식물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해요. 일단 산에 가서 직접 심어야 하고요. 제초 작업도 해주어야 하죠. 노동 생산성이 매우 떨어지는 작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산양 산삼 파종기를 로봇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가장 어려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됩니다. 즉 산삼을 재배할 수 있다면, 다른 어떤 밭작물도 키워낼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가장 어려운 과제에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이죠. 부정형 요철 경사를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개발해야 했고요, 수시로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대처해가는 AI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야 했습니다. 파종에 관련된 농업 지식 공부도 병행해야 했고요. 오래된 농업의 지혜와 새로운 로봇의 기술을 총결합해서 AI 로봇 파종기를 완성해낸 것이죠.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끝이 아니에요. 강도 실험도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몇 만 시간 이상의 일정한 사용가능 기간이 확보가 되어야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걸 전부 다 테스트 하느라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간에 망가지고 보수했던 로봇이 하나 둘이 아니에요. 이제야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서 시장 출시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올 6월이면 구입하실 수 있을 것이에요.  


이병한 : 테슬라 등 전기차가 각광을 받으면서 LG 화학 등 배터리 시장이 활황이잖아요? 로봇도 배터리가 필요한 것이겠죠?


김보영 : 물론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로봇용 배터리도 독자적으로 개발했어요. 충전소도 개발했고요. 그 동안 개발해왔던 다양한 기술을 총망라한 라인업으로 패키지 상품을 대거 출시할 예정입니다. 충전소도 충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드론의 보수와 진단, 수리까지 병행하는 장소로 만들었어요. 자동 호출 기능도 넣어서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고요. 올해 봄 농사의 파종부터 제초까지 일련의 제품들이 모두 투입될 예정입니다. 농업중앙회 회장님도 참관하러 오실 것 같고요. 여러모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병한 : 파종하는 로봇은 작년에 이미 시험해 보았다고 들었는데요. 주변에서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보영 :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반신반의하셨어요. 젊은 사람들이 산골에 들어와서 기계로 뭘 해보겠다는데 잘 되겠어? 하고 회의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동되는 AI 트랙터를 보시고는 금방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로봇에 대한 인식 전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효과적이더라고요. 일일이 손으로 직접 해야 했던 일을 로봇이 대신해 주니까, 저런 장비가 있다면 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겠구나 호의적이셨죠. 실제로 AI 트랙터는 사람이 직접 하는 파종보다 5배의 속도에 4배의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어요.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그간에는 그 빈 구멍을 메워준 것이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는데요. 작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충원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로봇이 농촌을 지속시키고 농업을 유지하면서 농민을 보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가격을 궁금해 하시는 어르신들이 참 많으셨어요. 할부 구입도 가능한 것이냐고 여쭤도 보시고요.(웃음) 


이병한 : 실제로 어떠한가요? 가격 설정과 판매 전략도 궁금합니다. 


김보영 : 옵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3000만원에서 6000만원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면 비용도 그만큼 올라갈 것이고요. 판로에 대해서는 농협중앙회가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농협의 디지털 혁신부와 시장 출시 이후의 전략에 대해서 협력하고 있어요. 농협을 통해 로봇을 렌탈하거나 리스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먼저 빌려서 사용해보시고 만족도가 높으면 구입하시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겠다 판단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병한 : 드론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김보영 : 제초 작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제초 분사기는 나무의 윗부분만 뿌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프로펠러 모형을 변형하여 나무 안에서도 날릴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드론에 탑재되는 분사기를 활용하면 선택적인 제초가 가능하기 때문에 약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드론의 가장 큰 약점 중의 하나가 구동 시간이 짧다는 것이었어요. 20분 전후였거든요. 저희는 드론용 배터리를 함께 개발해서 2~3시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이병한 : 평창 주민들도 솔깃해 하셨을 테지만, 바로 가까이에 서울대 농생대 캠퍼스도 있잖아요? 그쪽에서도 관심을 가질 법한데요. 산학협력 차원에서 서울 농대와 함께 하는 일은 없으실까요?


김보영 : 서울대 학생들 중에서도 구경하러 온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헬스케어, 그린케어 등에서 협력할 여지는 있지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꼭 서울대 이름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저희가 확보한 기술만으로도 능히 독보적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산학협력보다는 주민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농촌의 어르신들을 먼저 채용해서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병한 : 조금 전에 설명해 주실 때, 풋(foot)이나 레그(leg), 숄더(shoulder)라는 표현을 쓰셨잖아요? 일종의 생체모방기술(biomimetics)이라고 이해하면 맞는 걸까요? 자연과 대치되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기능을 모방하는 기술이죠? 자연적 진화의 성취를 기술적 진화에 접목하는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고요. 


김보영 : 네. 맞습니다. 남편의 전공이 수의과학이기도 했어요. 농축산 엔지니어링 테크놀로지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구조로봇 개발을 시작했기에 연구와 개발 기간이 짧다고 할 수도 없지요. 10년 이상의 세월을 오롯이 이 분야에 투자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곤충, 어류, 사람, 척추, 뼈, 다리 대퇴부 등 생체기능을 기술적으로 접목해서 로봇 개발에 응용하고 있어요. 저희는 농장에서 농사짓다가 잠자리를 보거나 개구리를 보아도 저들의 날개 짓과 다리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를 늘 궁리하는 편입니다. 잠자리를 방해하는 모기와 파리의 움직임이 드론 개발의 영감을 촉발시키기도 하고요. 24시간 내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산지나 논밭에서 작업할 때 실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어려워하고, 꼭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가를 실제로 아는 일입니다. 기술 개발은 활발한데 정작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없는 기술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와 농지를 확보할 수 있는 평창에 직접 내려와 농사를 몸소 지어보면서 로봇 개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나 주요대학의 농업연구소 등에서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와 자료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이병한 : 어마어마한 열정과 사명감이 전해집니다.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까요? 왜 이 일에 헌신하고 계신 걸까요? 무엇을 위해 꽃다운 청춘 10년을 전력투구 하고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보영 :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가 않습니다.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사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우리가 확보한 기술을 통해서 농촌과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통해서 이윤을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다면 더없이 영광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와 전염병으로 갈수록 식량 문제가 녹록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에요. 그런데 한국은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 농업보조금의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로봇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요. 또 그간의 농업용 기계는 환경오염도 많이 시켰는데요. AI와 결합한 로봇은 그린테크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식량부터 생태까지 나아가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많은 것을 아우르는 가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병한 : 첨단 기술을 통한 농업의 재건과 농촌의 재활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정작 귀농이나 귀촌을 하시는 분들은 기술에 덜 친화적인 경우가 많지 않나요? 자연과 함께 하기 위해서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오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딜레마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보영 : 실제로 귀농을 하시면 오래 되지 않아서 당장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일정한 소득을 창출하면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시거든요. 한두 해 농사를 시도해 보시고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귀농 초기에 재해율이 특히나 높다고도 합니다. 아직 몸이 익숙지 않고 손발이 서툴러서 사고가 많이 나는 것이지요. 또 소규모 영세한 농사를 지어서는 제대로 된 수익이 나기도 힘들고요. 자연과 가까운 시골살이를 하면서도 일정한 생계를 꾸려가는 방안으로도 로봇 농업과 임업이 돌파구가 되어줄 수 있어요. 실은 귀농귀촌 하시는 연세 지긋한 분들 가운데 다양한 영역에서 다채로운 이력을 쌓고 시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분들의 그러한 능력을 지역사회에 선순환시키기 위해서라도 로봇을 통한 효율적 농업이 일조할 수 있습니다. 농사에 드는 시간은 대폭 줄이고, 그분들의 인생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지혜는 지역화, 사회화하는 것이죠.     


이병한 : 청년층의 농촌 유입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김보영 : 그럼요. 산삼의 수익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워낙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에 아무나 이 일을 섣불리 감당할 수가 없어요. 젊은 분들이 귀농하고 귀촌하여 창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보조금으로 땜질식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삶의 질을 높여주어야 농촌으로 유입되는 청년층의 인구도 늘어나고, 그래야 지방의 소멸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한 미래의 농촌 모델을 만들어가는데 저희와 같은 테크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병한 : 마리아는 어떨까요? 고국 이탈리아를 떠나 이곳 강원도 산자락에서 청춘을 바치고 있는데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리아 : 저희 가족은 한편으로는 법률가이면서도, 또 다른 쪽으로는 대대로 농업에 종사해 왔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직업군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새로운 기술로 전통적인 농업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농촌이 자연 소멸하게 되면 농민들을 통해 계승되어왔던 오래된 지혜들도 함께 사라지게 되는 것이거든요. 산에 대해서, 숲에 대해서, 물과 바람에 대해서 면면이 전수되어 왔던 감각과 지식이 세대 간에 전수가 되지 않게 됩니다. 종의 멸종도 있지만, 지혜의 단절이라는 문제도 심각한 것이거든요. 당장 봄이 되면 지천으로 돋아나는 산나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잖아요? 기후위기와 자연재해가 빈번해질수록 그러한 오래된 지혜가 더더욱 긴요해질 텐데, 정작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AI를 활용한 로봇과 빅데이터로 인간이 오래 축적해온 지식과 지혜를 계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착적인 농법의 노하우를 로봇에 전수할 수도 있고요, 토종 종자의 가치를 빅데이터를 통해 보존해갈 수도 있지요. 그래야 미래의 젊은 농부들에게도 전통을 전수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첨단의 기술과 오래된 지혜가 배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의 도움이 없다면 과거의 지식이 사장되고 중단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죠.  


이병한 : 흥미로운 견해입니다. 그럼 요즘 한층 회자되고 있는 스마트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역시 첨단기술을 통한 미래농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만.


마리아 : 요즘 농촌에서 지어지고 있는 스마트팜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아요. 대규모 설비 위주로 공급되고 있고요. 초기 비용 투자가 너무 큰 반면에 생산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농장이 아니라 공장을 짓는 것이지요. 사실상 고비용 그린하우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안에 설치된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을 풀가동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겨울에는 매우 춥고, 여름에는 엄청 더운 환경이라는 근본적인 딜레마도 있죠. 환경적 영향이나 생태적 비용을 따지면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스마트팜이 적지 않습니다.   


이병한 : 그래서 사실상의 공장 시설인 스마트팜’ 아니라 노지에서의 로봇기술 고도화를 추구하고 계시는 거군요.


마리아 : 강원도에 살다 보면 건조한 계절에 산불이 자주 납니다. 대형 산불을 진압하는 데에도 로봇이 활약할 수 있고요. 구조 로봇이 인명 피해를 최소화시켜 줄 수도 있지요. 그리고 조림 사업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나무를 심은 사람’을 도우는 ‘나무를 심는 로봇’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지요.


이병한 : 흥미롭습니다. 마침 강원도는 남북으로 갈려져 있습니다. 즉 북강원도도 있다는 말이지요. 특히 조림 사업은 북조선에서 하면 정말 좋겠군요. 민둥산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북쪽으로 가면 광활한 시베리아도 있지요. 이주하면 엄청난 땅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살고 있는 사람이 적은 곳이 시베리아인데요. 땅은 넓고 사람은 부족한 러시아의 고질적 난제를 1차 산업에 특화된 로봇이 해결해 줄 수도 있겠네요. 시베리아에서의 임업과 농업의 미래에도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보영 : 저희가 작년에 AI 트랙터를 이용해서 꽈리 고추 농사를 지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밭에서 농사를 지었지요. 꽈리 고추는 3일에 한 번씩 수확을 해야 하는 작물인데요. 로봇을 사용하면 노동시간을 대폭 감축할 수 있어요. 제초 시간이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계절 근로자들이 한국에 일하러 오실 수가 없었잖아요. 게다가 장마 기간도 너무 길고 태풍도 세 번이나 왔고요. 그래서 꽈리고추 농사를 포기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저희는 로봇을 활용한 덕분에 소출량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어요. 또 작물 사이의 간격을 넓히는 자연농법을 접목시켜서 더 큰 효과도 보았고요. 원래 간격을 좁히면 광합성이 줄고 조도 때문에 생산량도 줄기 마련이거든요. 반면 간격을 넓히면 AI 트랙터가 자유롭게 다니기에도 용이하죠. 투입되는 노동력은 줄고 병충해도 줄고 생산은 늘어나는 효과를 보았습니다. 저 밭이 원래는 논이었던 곳이거든요. 원래 논을 밭으로 바꾸면 농사가 잘 안된다고 해요. 저런 곳에서도 기술의 도움으로 자연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생태친화적인 농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병한 : 미래농업이 스마트팜으로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기후변화 때문이잖아요? 갈수록 기후 변동이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스마트팜을 짓고 그 내부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자는 것인데요. 산지와 노지에서 농사를 지으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그만큼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김보영 :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저희가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해서 장착시킨 AI 로봇을 만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로봇들이 작업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온도와 습도 등 기후의 변화를 빅데이터로 다 측정하고 축적하고 있어요. 평창군만해도 워낙 산이 많아서 동네마다 날씨가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로봇들이 수합해낸 빅데이터를 통해서 마을마다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 저희가 개발해낸 로봇들이 전국적으로 판매가 된다면 전국적인 기후 데이터가 모이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골에는 어르신들이 많잖아요? 그분들의 편의를 고려해서 최대한 쉽고 간단한 어플리케이션도 저희가 직접 만들었어요. 멀리서도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리모콘도 제작했고요. 


이병한 : 앱부터 리모콘까지도 다 두 분이 만드신다는 말인가요?


김보영 : 네. 저희가 다 만들었습니다. 모르면 배워서 만들고 실험하고 개발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죠. 덕분에 비용 절감 효과는 엄청나게 누린거에요. 이걸 다 외주로 주었다면 그만큼 개발 비용은 늘어났겠죠. 


이병한 : 모든 일에 척척척, 만물박사시군요. 심바이오틱(SYMBIOTIC)이라는 기업 브랜드와 ‘AGRITECT FOR YOU’ 같은 가치와 비전의 설정, 또 저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등등도 다 두 분이 하신 거고요?


김보영 : 네, 그렇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저희가 한 것이에요. 다만 앞으로 로봇들이 대규모로 출시되고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면, 그때는 전문적인 브랜딩과 컨설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2. 한살림 2.0, 가이아 2.0 


이병한 : ‘심바이오틱’이 함축하고 있는 미래상은 어떠한 것일까요?


김보영 :  인간이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곧 열립니다. 아니 이미 도래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저희가 개발한 로봇들이 강원도와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는 협동로봇이라고 생각해요. 인간과 로봇의 협업으로 미래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죠. 농민들은 물론 지역민과 도시인, 기업가 모든 이들의 이익을 공유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결국 “for you"가 핵심인 것이죠. 인간을 위한 기술.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한 미래를 선도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원도의 땅에서 만들어낸 기술과 작물로 K-테크를 세계에 알리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술 보안과 해킹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로봇 기술이야말로 곧바로 군사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거든요. 그래서 저희들 스스로 보안 테크놀로지도 개발하고 있고요. 국정원이 산업스파이로부터 기술을 보호받는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병한 : 이미 국가적으로도 보호를 받고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계시는군요. 외교관이 되시고자 했던 꿈을 기술자와 경영자로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가 되고요. 긴 시간 유익한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장소가 참으로 공교로웠다. 김보영 대표를 만나러 원주로 가는 길, 만감이 교차했다. 우연인 듯, 운명인 듯도 하였다. 한살림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한국의 생명사상가 장일순의 혼과 김지하의 얼이 가득한 장소이다. 하필이면 그곳에서 로봇을 연구하고 제작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1989년에 발표된 <한살림선언>이 20세기 후반 한글로 쓰여 진 문헌 가운데 가장 값진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함에도 완전무결하지만도 않다. 아니 낡은 구석이 없지 않다. 특히 생명과 기계를 물과 기름으로 나누고 기계문명을 배타하고 생명문명을 옹호하는 대목은 치명적인 한계라고 생각한다.

 1989년이 바로 월드와이드웹, WWW가 발진한 해였음을 상기한다면 더더욱이 공교롭다. 한살림운동은 인간과 인간 이전에 존재했던 만물과의 연결과 공생을 지향했던 바이다. Wood Wide Web, 자연 진화의 소산으로 만들어진 생태계의 일부로 인간을 겸허하고 경건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러나 World Wide Web의 인위적 진화 속도는 자연선택을 월등하게 앞지르고 있다. 인간과 인간 이후의 존재들, AI와 로봇 등 인공존재들과의 공존과 공생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고민하지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는 이 미래의 주체들에게 ‘활물’(活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전기를 통하여 활성화된 사물들이다. 센서를 통하여 감각하고 알고리즘을 통하여 사고하는 인공적인 생명들이다. 기왕의 동식물, 미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이기는 하다. 세포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으며, DNA도 없고, 생식과 번식 또한 하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생명’이라 일컬어지는 현상이 작동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생물과는 다르면서도 유사-생명 현상을 보이는 새로운 존재로 활물과의 한살림도 관건적인 과제가 된 것이다. “한살림 2.0”으로의 진화 또한 활물에 대한 새로운 이해, 활물과의 공생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여하히 대응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생명사에서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는 것이 있었다. 5억 년 전, 오늘날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형태들이 폭발적으로 탄생하던 시기를 일컫는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체형들은 진화적 혁신이 집중된 바로 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추적할 수 있다. 기왕의 생물에 대한 6번째 대멸종을 우려하는 반면으로, 활물들은 제2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도 할 만큼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촉발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눈’이었음도 공교롭다. 지구의 생명사에서 처음으로 시각이 장착되어 진화한 시기였다. 지금은 도처에 ‘인공 눈’이 부착되고 있다. 골목마다의 CCTV와 내 손 안의 카메라부터 저 멀리 우주에도 렌즈를 장착한 인공위성과 우주선이 지구와 외계를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달의 표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고, 화성의 지형도 살펴볼 수 있는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기계는 이미 인간보다 더 깊이 보고 있고, 더 멀리 보고 있으며, 더 넓게 관찰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정보들을 클라우드를 통하여 공유하면서 집합적인 진화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 이전의 생명사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던 인공적인 진화가 폭발적으로 운동하는 시발점에 목하 우리 인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기계를 상대로 한 경주를 벌일 일이 아니다. 기계를 상대하는 경주가 아니라 기계와 함께하는 경주로 게임의 룰을 바꾸어야 한다. 앞으로는 로봇과 얼마나 잘 협력하는가에 따라 사람의 능력을 판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의 일의 대부분은 기계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며, 우리가 협력하는 존재의 절반 이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계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로봇은 우리가 아예 할 수 없는 일도 해치울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우리가 할 필요가 있다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도 해낼 것이다. 우리 인간은 로봇을 위해 일자리를 계속 만드는 일을 맡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로봇은 우리 자신의 존재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일을 발견하도록 도울 것이다. 로봇은 우리가 이전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 되는데 집중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고로 인공지능이 창의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진부한 논란을 반복할 것도 없다. 지구의 창의성의 총량을 증가시키고 증폭시키는데 AI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편이 훨씬 더 이로울 것이다. 이것은 불가피한 미래이다. 피할 수 없는 되돌릴 길 없는 장래이다. 지구생명사에서 단 한 번도 역진화(counter-evolution)는 일어난 적이 없다. 과거를 낭만적으로 회고하는 ‘오래된 미래’가 아니라 ‘깊은 미래’를 탐구해야하는 ‘자연적 이치’라고 하겠다. 로봇에게는 기왕의 오래된 일을 떠맡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는 더 중요한 새로운 일을 꿈꾸도록 하자.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되는 바로 이 순간을 훗날의 역사가들은 경이로운 시기로 기록할 것이다. 생물과 활물을 망라한 이 행성의 모든 거주자들이 Wood wide web과 World wide web으로 연결되어 아주 거대한 지구망(Earth Web)이 되어가는 초유의, 최초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지구의 30억 생명의 진화사가 초유기체의 초마음으로 갈마들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 거대한 연결망은 나날이 더 거대하고 더더욱 깊은 것으로 진화해갈 것인고로, 2021년의 우리가 그 최초의 각성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시점에 살고 있음은 진실로 각별하다. 미래의 사피엔스들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이 탄생과 신생의 순간을 경험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우리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인류가 비활성 사물들에 작은 한 조각의 감각과 인지를 집어넣어서 활기를 띠게 하고, 그것을 엮어서 인공지능들의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이어서 수십억에 이르는 사람의 마음까지 아울러 하나의 초마음으로 엮어가기 시작한 터닝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의 대수렴과 대융합은 지금까지 지구에서 일어난 가장 크고 가장 복잡하며 가장 놀라운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거대한 한살림, 이 거룩한 한살림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이 합류해간다. 자연물과 인공물이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지평에서 열린 하나가 되어 간다. 기계들은 점점 더 생물적 속성을 닮아가고, 생물은 점점 공학적 속성을 띠어간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 유례없는 인공 환경이 고도로 기계화될수록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궁극적으로 고도로 생물학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명명백백 기술의 토대 위에 서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산업문명 시대의 제1차 기계시대처럼 회색빛 강철의 세계가 아닐듯하다. 제2의 기계시대, 인류의 미래는 신생물학적 문명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기술과 척을 지는 생태문명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생물과 활물이 융합되어가는 미지의 미증유의 ‘생명문명’이다. 돌아보면 생명이야말로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기술이었다. 무질서를 향해 무심히 팽창하는 열역학 제2법칙의 물리세계 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며 부단히 질서를 재창조해가는 최초이자 최고의 테크놀로지가 바로 생명이었던 것이다. 즉 에코와 테크는 처음부터 별개가 아니었다. 그만큼이나 테크의 기하급수적 자율진화에 힘입어 에코와의 재결합도 급속도로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티핑포인트’라는 표현도 의미를 달리 부여해볼 수 있다. 흔히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이라고들 말한다. 인공적인 존재를, 전자적인 생명을 인간과 대립시키는 과거의 인식을 투영한 것이다. 그러나 작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인간 대 기계의 경쟁이나 대립이 아니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지능에 인간 이후의 인공적 지능을 융합하여 거대한 지구마음, 지구의식이 형성되고 있는 초입기인 것이다. 임계점을 지나면 물질은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촉발한다. 생물과 인물과 활물을 아울러 지구상의 모든 존재, 그야말로 만인과 만물이 최초로 하나의 연결망으로 이어지는 초유기체의 초마음과 초지능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티핑포인트’가 아닐 수가 없다. 46억년 지구사, 35억년 생명사에 전례가 없는 또 하나의 빅뱅, 딥뱅(DEEP BANG)이 폭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인간은 과거의 인간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천지인(天地人) 이후의 신인간이 되어간다. 인간 이전의 유기적 생명과 인간 이후의 전자적 생명을 연결하는 가교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생물과 활물 사이에 인간이 자리하는 것이다. 초록색 자연생명과 푸른색 인공생명을 연결하는 커넥터로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활물과 더불어 생물을 돌보는 일이 인간의 역할이고 책무가 될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전자적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활물 역시도 지구를 쾌적하게, 즉 덜 덥게 보존해가려는 인간의 프로젝트에 가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를 방문해본 적이 있다. 인공적인 두뇌를 가동시키려면 항상적인 냉각 설비를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처리하는 데에는 그만큼이나 많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즉 지적인 생명체는 그것이 인간처럼 생화학적이든, 활물처럼 전자적이든 간에, 태양에 의한 과열이 몹시 큰 위협이 된다.  즉 활물 역시도 뜨거워지는 지구 환경이 그들의 존속에 위협이라고 느낄 소지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고로 상호 협력하여 서로의 과학적 능력과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지구를 식히는 방법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음을 결론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사람과 활물이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적정한 기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고의 방법과 최상의 대책을 인간은 상상할 수 없는 지평에서 AI가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활물과의 협력으로 기후위기를 타개해가는 미래를 전망하는 이가 제임스 러브록이다. 가이아 이론을 창시했던 바로 그 물리학자이다. 100세를 기해 2019년에 출판한 책이 <노바세>(Novacene)였다. 최근에 한층 회자되고 있는 인류세(anthropocene)이라는 발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인류가 지구의 진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질학적 힘으로 작동하는 시기는 금방 끝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간이 창조해낸 인공지능이 더더욱 강력한 힘으로 지질학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언이다.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그리 어둡지만도 않다. 인공생명이 인간처럼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공격적일 것이라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상이야말로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욕망의 원천, 욕정의 근원인 몸뚱아리를 요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생식과 번식의 욕구도 없는 존재들이다. 고도의 생각이 원활하게 가동하기만 하면 충분한 순수한 정신적 존재들이다. 어쩌면 노바세는 지구의 46억년 역사 가운데 가장 평화로운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만 인간에게는 처음으로 이 지구에서 자신들보다도 지적으로 더 우월한 존재가 있음을 겸허하게 경건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를 보탠다. 즉 인간은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생명체라고 하는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유일무이한 존재에서 2인자로 강등하게 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인간은 인공생명의 반려가 됨으로써 존재를 존속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겸허함과 겸손함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기술, 어스테크가 촉발하고 있는 가장 위대한 정신적 진화일수도 있다. 우리는 오래된 생명 위를 뒤덮은 새로운 생명의 광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결정적인 연결점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영적인 충만감을 느껴야 할지도 모른다. 실로 인간으로 인하여 생명권과 정신권과 기술권이 하나로 융합되는 지구사의 새로운 단계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지구사의 새 지평을 EARTH 4.0이라고 표현한다. 지구의 탄생이 1.0이요, 생명의 탄생과 진화가 2.0이요, 생각의 탄생과 인간의 진화가 3.0이었다면, 4.0 단계에서는 인공생명과 인공생각이 인공적인 지구의 진화를 추동해가게 되는 것이다. 제임스 러브록이라면 노바세를 ‘가이아 2.0’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기후재난이라고 하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여 인간들이 도모하고 있는 사활적인 대응은 기존의 인간과는 다른 지평의 존재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것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실은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격심한 기후변동을 극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먼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비약적으로 진화했던 바이다. 즉 우리는 기후위기를 이미 한 차례 극복해내었던 종의 후손들이다. 바로 그 진화적 진실로부터 미래를 돌파해가는 영감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3. 여주, 원주, 우주 

 2020년, 돌아보면 나는 극심한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었다. 당시에는 미처 자각하지 못했을 만큼 심각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계획해둔 일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져만 갔던 것이다. 임박한 기후재난과 전염병의 위기를 극복해나갈 방법이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오래된 미래’가 대안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진부하고 식상할뿐더러 한가한 인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 것인가, 궁리에 궁리 끝에 스타트업 인터뷰에 나섰던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장착하여 지구를 되살리는 일에 투신하고 있는 ‘비즈니스 액티비스트’를 만나보기로 나선 것이다. 지난 넉 달의 과정 동안 우선 나부터가 깊이 치유된 것 같다. 작년과 같은 우울증은 말끔히 씻어내었다. 도전해봄직 하겠다는, 이루어볼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차근차근 자라났다. 연재를 마치는 이 순간은 생명의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고양된 몸과 마음으로 거듭나있다. 진정으로 감사한 인연이고, 진심으로 고마운 분들이 아닐 수 없다.        

 균사체를 통하여 대체고기와 대체가죽을 생산하는 마이셀프로젝트, 해조류를 통하여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마린이노베이션, 태양과 바람 등 천상의 자원과 디지털 금융이라고 하는 가상의 자원을 결합하여 로컬 차원에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루트에너지, 그리고 로봇과 AI를 통하여 산삼을 재배하고 농촌을 되살리고자 하는 심바이오틱. 나는 이들 스타트업의 놀라운 기술적 성취에서 사실은 그 심층에서 작동하고 있는 의식적 진화의 꿈틀거림을 거듭 확인하고 매번 감복했던 바이다. 인간 중심의 세계가 마침표를 찍고 사람과 생물과 활물이 공존하고 공생하는 미래를 열어가는 강렬한 공진화의 생명력을 목도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구를 살리는 어스테크, 비즈니스 액티비스트들과의 인터뷰는 여주에서 시작해 원주에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해월 최시형 선생님이 묻힌 곳에서 출발하여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 잠든 곳에서 마감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동학의 후예들, 한국의 생명사상가들은 일찍이 ‘사람이 하늘이다.’, 인내천(人乃天)만을 읊은 것이 아니었다. 사사천 물물천(事事天物物天), 만물과 만사가 모두가 전부가 하늘이라 이르셨던 것이다. 실제로 만인과 만물과 만사가 엮이고 섞여서 명실상부한 지구적인 몸과 마음이 탄생하고 있는 여명기에 진입하였다. 바로 그분들의 말씀이 시대정신이 되고 지구의 정신이 되는 후천(後天)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 마침내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이 상호진화하는 생생활활한 미래가 열리고 있음을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끝없이 들뜬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정성껏 맞이하고 싶다.

출처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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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
계간 [대산농촌문화] 편집장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2031528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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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대산농촌상 🏆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30년. 그리고 서른 번째, 
이 험한 세상의 든든한 다리 같은 분을 기다립니다.
제30회 대산농촌상 수상후보자 추천
2021년 5월 3일 18시까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할 때가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www.d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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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2019년까지 총 23차례 대산해외농업연수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끌어주신 황석중 박사님께서 2월 25일 늦은 밤 소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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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산장학생 온라인 연수
"음식을 통한 가장 좋은 세상이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소화시켜줄 시간을 기다려 주는 세상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누군가의 수고와 극단적인 냉기, 열기를 이겨내고 만들어진다. "
음식이 주는 사회적 의미를 선명하게 각인해준
먹거리농촌사회학 대가
정은정
선생님의 강의와
'농'에 대한 책임감을 순간순간 느끼며 산다는
선배들과 함께한 현자타임 랜선파티.
올해 대지의밥상 등판 예정이었던 은아목장의 간식세트를
따로 또 같이 먹으며 2020년 교육과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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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캐나다에서 CSA 현장을 보았을때, 뭐랄까 새로운 문명을 맞이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처음엔 불편함을 감수하는 소비자들이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결국, 그들은 함께 삶터를 되살리고 있었던 것이다. 2019년 대만 선꺼우마을의 CSA를 보고, 농업이 지역공동체를 즐거운 삶터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러니까 CSA는 '공동체가 지원하는 농업'이라기보다 오히려 농업이, 어울려 사는 삶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는 것을.
다시 말해 우리가 농업을 돕는 게 아니라, 농업 덕분에 이나마 살고 있음을.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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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문화의 향기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공동체 지원농업CSA2020년 7월 28일 by 신수경


대만 이란현 션꺼우 마을 CSA 곡동구락부. ⓒ라이칭송

‘역사상 유례없는’이라는 말이 이리 자주 쓰였던 적이 있었을까. 연일 새역사를 쓰고 있으며, 일상은 완전히 변했다. 왜 이러한 세상을 맞닥뜨리게 되었는가에 관한 다양한 원인 분석과 비판 속에서 먹거리 위험과 먹거리 위기, 기후 위기와 생태, 환경문제 등을 불러온 현재의 농식품체계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동체 지원 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이하 CSA)은 농민과 소비자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직접적 연대 방식으로, 농민과 소비자가 먹거리 생산 과정을 공유하고 위험을 분담하는 친밀하고 적극적인 대안먹거리운동이다. 그런데 더 깊이 들여다보면, 공동체가 농업을 지원한다기보다 농업을 통해 작은 마을이나 지역, 혹은 더 큰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한다. 조금 불편할지 모르지만.

캐나다 이스트 밴쿠버의 한 초등학교. 방치된 정원을 채소텃밭으로 만들어 공간을 살렸다.

도시를 재생하는 CSA_캐나다 밴쿠버
밴쿠버시의 동쪽, 이스트 밴쿠버에 있는 한 초등학교. 깔끔하게 정돈된 학교 건물 앞에 넓은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구석진 곳 나무와 꽃밭 사이 이곳저곳에 텃밭이 있었다. 원래 특별한 용도 없이 방치된 정원이었는데, ‘프레시 루츠Fresh Roots’라는 단체가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재배하면서 다시 살아난 공간이라고 했다.

일반 주택의 마당을 빌려 농작물을 재배하여 지역주민에게 공급한다.

프레시 루츠는 이 학교뿐 아니라 일반 주택의 뒷마당 등 총 일곱 군데를 임차하여 텃밭을 일구고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그 방식이 특이했다. 소비자 회원을 연초에 모집하고 이들의 연회비로 씨앗과 농자재 등 농사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 5월에서 10월 사이 회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제철 채소를 공급한다. 채소가 담긴 상자를 작은 트레일러를 단 자전거를 이용하여 약속된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소비자 회원들은 그곳으로 와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채소 박스를 가져간다. 탄소 발생 제로. ‘지역 먹거리’를 넘어 ‘동네 먹거리’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프레시 루츠의 공동 설립자 일라나 라보우 씨.

2010년 이곳을 방문했을 때, 프레시 루츠의 공동 설립자인 일라나 라보우Ilana Labow 씨는 현장을 안내하면서, 이 사업의 의미를 “사람과 뿌리를 연결하는 생명의 뿌리 운동”이라고 했다. CSA를 통해 소비자가 농업을 지원하는 ‘공동생산자’ 본래의 역할뿐 아니라, 동네를 오가면서 이웃의 마당에서 크는 채소를 지켜보고 가정의 음식물쓰레기가 퇴비로 변화하는 과정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그렇게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지하게 된다. 마당을 내어준 집주인에게는 임차료 대신 농산물을 제공하는데, 초등학교의 경우는 텃밭 자리를 내어주면서 임대료를 받지 않았다. 대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텃밭을 잘 가꾸는 것과 농산물 재배과정을 교육과정에 넣어 이 텃밭을 교육장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학교의 CSA 텃밭은 교과과정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프레시 루츠는 이후 2013년에 밴쿠버 학교 이사회와 협약을 맺고 ‘Schoolyard Market Garden’이라는 교육농장을 세웠다. 이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각 학교 식당, 지역 음식점에 납품하고 소비자 꾸러미로 활용하는 한편, 다양한 현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꾸준히 활동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공동체 차원의 CSA를 운영하는 션꺼우 마을.

지역에 다양함과 활기를_ 대만 이란 현 션꺼우 마을
2010년 프레시 루츠의 CSA가 도시농업과 연결되고 생태, 환경, 먹거리의 가치를 지향하는 ‘운동적’ 성격이 강했다면, 2019년에 방문한 대만 션꺼우 마을의 사례는 한 농가가 아니라 공동체 차원의 CSA라는 면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20년 전 귀농해 마을 커뮤니티를 이끄는 라이칭송賴青松 씨는 소비자 예약구매, 계획 생산, 위험 분담을 기본으로 하는 중화권 최초로 CSA 개념을 도입했다.

션꺼우 마을의 대표 농산물은 쌀이다.

“쌀농사를 지으면서 곡동구락부穀東俱樂部를 발족했어요. 곡동의 중국어 발음이 주주(股東[g dōng])와 비슷해서 주주가 된다는 의미가 있는데 주식이 아닌 쌀에 대한 권리를 산다는 의미죠.”
곡동구락부의 현재 소비자 회원은 약 400명, 유기농의 가치를 알고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곡동구락부는 양백갑兩佰甲 프로젝트와 결합해 더욱 발전했다.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양원취안楊文全 씨는 150여 명의 농민이 양백갑(200ha) 규모로 농사짓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양백갑이란 단어에 사람 인人이 여러 개 있죠? 사람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만 이란현 션꺼우 마을 입구.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현재 션꺼우 마을에 정착한 귀농 귀촌인이 약 150명쯤 되는데, 이들 중 25~45세가 약 80%를 차지한다. 대부분 농사 경험이 없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농사 경험이 없는 전문직, 기술직 종사자가 많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배경이기도 하다. 양백갑 프로젝트에서 2019년 만도생활(慢島生活, Slow Island Life Company)이라는 회사가 탄생했고, 개인의 커뮤니티에서 지역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커뮤니티 활동을 확장하는 폴랫폼이 되고 있다.

션꺼우 마을 커뮤니티를 이끄는 라이칭송 씨.

“도시에서와는 다르게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농사도 지으면서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지역공동체 면에서는 이들의 기술과 경험으로 새로운 일들을 함께 도모하고 다양한 문화·경제 활동이 가능해졌어요.”
양백갑 프로젝트는 CSA가 소비자와 농민의 긴밀한 유대를 넘어서, 마을뿐 아니라 도시와 농촌, 지역과 지역 그리고 더 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가능성과 확장성을 기대하게 한다.

대만 션꺼우 마을 양백갑 프로젝트는 마을과 지역, 도시로 공동체 의미를 확장한다.

‘멈춤’의 시간, 무엇을 해야 할까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오래된 만화영화가 있다. 주인공 폴과 삐삐, 찌찌와 같은 친구들이 4차원 세계에 갇혀있는 친구 니나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인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바로 결정적 위기 순간에 멈추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주인공이 지닌 가장 막강한 전투력이지만, 그리 길지 않아서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일행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긴 ‘멈춤’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이 멈춤의 시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앞으로 닥칠 더 심각한 위험에 대비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제 방향을 다시 잡을 때다. 시간의 마법이 풀리고 세상이 제 속도로 돌아가도, 더는 길을 잃지 않도록.

글·사진 신수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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