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류시화 Shiva Ryu - P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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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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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자화상>
충청북도 옥천군 청산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운 좋게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유학을 왔다. 대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에 심취해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에 문예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다. 졸업 후 인도, 네팔을 여행하는 한편 명상서적을 번역 소개하기 시작했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을 냈으며,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지구별 여행자』를 썼다.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엮었다.
라즈니쉬(오쇼)의 『삶의 길 흰구름의 길』을 시작으로 『성자가 된 청소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인생 수업』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등을 번역했다.
---
두 번째 자서전은 내적인 삶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다. 이루고 창조하는 실용적인 행위들을 제외했을 때의 나는 누구인가, 또 그 행위들을 하는 동안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것. 그 초등학생과 지금의 나 사이 어디에선가 영적으로 성장했는가? 시인으로 등단할 때의 시와 지금의 시 사이 어디에선가 깊어졌는가? 처음 인도를 여행하던 장소와 이 글을 쓰고 있는 북인도 리시케시 사이 어디에선가 진정한 포기와 평화에 도달했는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가? 여행자가 없는 길을 따라 홀로 걷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하듯 인생을 살았는가? 무엇보다 마음이 부자였는가?
자서전을 쓰기 시작할 때 긴 침묵에 잠기는가? 내적인 성취를 이야기하기 전에 적어도 사흘 동안은 침묵하는가? 그러고는 마침내 세 가지 단어를 종이에 적을 수 있는가? '살고, 사랑하고, 웃었다.'라고.
영혼이 천국의 문에 다다르면 신이 묻는다고 한다.
"그대는 이곳을 떠날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구나. 수많은 기회들로 축복받았지 않은가? 그대의 여행에서 입은 상처와 흉터들은 어디 있는가? 그곳으로 빛이 들어갔는데."
그 상처와 흉터들을 극복하고 어떤 존재가 되었느냐는 물음이다. 자신을 정화시키는 길마다 옳은 길인 것이다.
--------
세 번째 자서전은 나의 조사에 들어갈 내용, 즉 내 존재의 중심을 이루는 덕목들이 될 것이다. 친구 이문재 시인이 나보다 오래 살아 내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어 주길 바라지만, 이력서에 들어갈 내용과 조사에 들어갈 덕목은 다를 것이다. 얼마나 친절한 사람이었는가, 동물들에게 다정했는가, 비 오는 날 달팽이를 옮겨 주어 며칠을 더 살게 도왔는가, 나의 이름과 경력을 모르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 단순한 행위들에서 기쁨을 느끼는 인간이었는가가 조사를 채워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삶으로 무엇을 말했는가가.
작가로서 얻은 명성, 여행한 장소들, 잠깐씩 누린 영광과 깨달음들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안다. 어쩌면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단락이 내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최고의 시간이자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월이자 의심의 세월이었다.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앞에 모든 것이 있으면서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천국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도 반대 방향으로도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인간으로서 나는 나의 가장 가깝고 오랜 벗인 나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에게서도 선한 것을 보았는가, 괴로움을 겪을 때의 인내와 그러지 않을 때의 태도가 어떠했는가, 받은 만큼 주었는가가 세 번째 자서전에서 나를 정의 내릴 것이다. 당신의 자서전은 무엇이 될 것인가? 현실의 모습이 어떠하든 내면에서 일궈 온 삶은? 당신이 행위들로 이력서의 칸을 채워 나가고 있는 동안 천사는 또 다른 이력서에 들어갈 내용을 모으고 있지 않겠는가?
*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출간 기념 저자 사인회를 아래와 같이 진행합니다. 많이 오셔서 사라져가는 지역 서점들에 힘을 실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동양서림(종로구 혜화동 로터리) 02-762-0715
4월 6일(토요일), 오후 2시
부산 영광도서(부산진구 서면 문화로) 051-816-9500
4월 13일(토요일), 오후 2시
art credit_Phil Borges, from <Tibetan 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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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작가님의 글은 항상 저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으십니다.
덕분에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번역서로 내셨던 명상책들 또한 너무 훌륭해서 경전처럼 가지고 있답니다.…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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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김민서 나마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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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eon Kim 정말 맘에 들어오는 구절이라 캘리로 써봤습니다. 늘~따듯한 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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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김소연 아, 이렇게 쓰니까 더 좋네요. 캘리그라퍼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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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복 꽃샘바람이 불었고
몇몇 꽃잎은 떨어져 그래도 꽃인지라 아름다워요.
인용하신 찰스 디킨스 글에서, 핑 눈물이 나네요.…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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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강채복 왜 눈물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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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작가님 싸인북 갖으려고 담주 토요일 혜화동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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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심영철 오시면 네팔 트레킹 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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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min Jung 작가님의 실용적인 행위로 저는 간접적으로 작가님을 만납니다.
만나뵌적은 없지만 글이 친절하고 선하지요. 작가님의 번역서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겁니다. 실용적인 행위가 신기루에 지나지않다는것은 작가님 존재에 대한 관점이지만 덕분에 저는 마중물같은 글을 종종 만나서 힘을 얻기도 했지요. 그 힘으로 저도 마중물같은 존재가 되기위해 제 자서전을 써내려나가려합니다. 실용적인 행위를 통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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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정정민 더 열심히 실용적인 행위를 해 나가겠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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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yea Park 다른건 몰라도 이력에 들어갈 확실한 한가지는 방금 기억 났습니다.언젠가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고속버스를 타고 어느 지방의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는데
하얀 변기뚜껑 위에 떡하니 달팽이 한마리가 혼비백산 해서 떨고 있더라구요.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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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비시아 옥천 안내면도 저의 고향에서 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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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와 하이쿠 선집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도 냈다.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썼으며, 우화집 『인생 우화』를 출간했다.
내가 내는 책이나 이력서에 실리는 내용이다. 외면적으로 드러난 삶의 행적과 성취들로 이루어진 자서전이다. 저자와의 대화나 강연에서 나를 소개할 때도 열거되며, 생을 마친 후에도 그렇게 소개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일면이기는 해도 그것이 나의 전부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일들일 뿐 나의 스토리는 아니다.
내가 내는 책이나 이력서에 실리는 내용이다. 외면적으로 드러난 삶의 행적과 성취들로 이루어진 자서전이다. 저자와의 대화나 강연에서 나를 소개할 때도 열거되며, 생을 마친 후에도 그렇게 소개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일면이기는 해도 그것이 나의 전부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일들일 뿐 나의 스토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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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자서전은 내적인 삶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다. 이루고 창조하는 실용적인 행위들을 제외했을 때의 나는 누구인가, 또 그 행위들을 하는 동안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것. 그 초등학생과 지금의 나 사이 어디에선가 영적으로 성장했는가? 시인으로 등단할 때의 시와 지금의 시 사이 어디에선가 깊어졌는가? 처음 인도를 여행하던 장소와 이 글을 쓰고 있는 북인도 리시케시 사이 어디에선가 진정한 포기와 평화에 도달했는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가? 여행자가 없는 길을 따라 홀로 걷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하듯 인생을 살았는가? 무엇보다 마음이 부자였는가?
자서전을 쓰기 시작할 때 긴 침묵에 잠기는가? 내적인 성취를 이야기하기 전에 적어도 사흘 동안은 침묵하는가? 그러고는 마침내 세 가지 단어를 종이에 적을 수 있는가? '살고, 사랑하고, 웃었다.'라고.
영혼이 천국의 문에 다다르면 신이 묻는다고 한다.
"그대는 이곳을 떠날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구나. 수많은 기회들로 축복받았지 않은가? 그대의 여행에서 입은 상처와 흉터들은 어디 있는가? 그곳으로 빛이 들어갔는데."
그 상처와 흉터들을 극복하고 어떤 존재가 되었느냐는 물음이다. 자신을 정화시키는 길마다 옳은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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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자서전은 나의 조사에 들어갈 내용, 즉 내 존재의 중심을 이루는 덕목들이 될 것이다. 친구 이문재 시인이 나보다 오래 살아 내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어 주길 바라지만, 이력서에 들어갈 내용과 조사에 들어갈 덕목은 다를 것이다. 얼마나 친절한 사람이었는가, 동물들에게 다정했는가, 비 오는 날 달팽이를 옮겨 주어 며칠을 더 살게 도왔는가, 나의 이름과 경력을 모르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 단순한 행위들에서 기쁨을 느끼는 인간이었는가가 조사를 채워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삶으로 무엇을 말했는가가.
작가로서 얻은 명성, 여행한 장소들, 잠깐씩 누린 영광과 깨달음들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안다. 어쩌면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단락이 내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최고의 시간이자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월이자 의심의 세월이었다.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앞에 모든 것이 있으면서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 천국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도 반대 방향으로도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인간으로서 나는 나의 가장 가깝고 오랜 벗인 나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에게서도 선한 것을 보았는가, 괴로움을 겪을 때의 인내와 그러지 않을 때의 태도가 어떠했는가, 받은 만큼 주었는가가 세 번째 자서전에서 나를 정의 내릴 것이다. 당신의 자서전은 무엇이 될 것인가? 현실의 모습이 어떠하든 내면에서 일궈 온 삶은? 당신이 행위들로 이력서의 칸을 채워 나가고 있는 동안 천사는 또 다른 이력서에 들어갈 내용을 모으고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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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출간 기념 저자 사인회를 아래와 같이 진행합니다. 많이 오셔서 사라져가는 지역 서점들에 힘을 실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동양서림(종로구 혜화동 로터리) 02-762-0715
4월 6일(토요일), 오후 2시
부산 영광도서(부산진구 서면 문화로) 051-816-9500
4월 13일(토요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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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eon Kim 정말 맘에 들어오는 구절이라 캘리로 써봤습니다. 늘~따듯한 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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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복 꽃샘바람이 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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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작가님 싸인북 갖으려고 담주 토요일 혜화동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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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min Jung 작가님의 실용적인 행위로 저는 간접적으로 작가님을 만납니다.
만나뵌적은 없지만 글이 친절하고 선하지요. 작가님의 번역서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겁니다. 실용적인 행위가 신기루에 지나지않다는것은 작가님 존재에 대한 관점이지만 덕분에 저는 마중물같은 글을 종종 만나서 힘을 얻기도 했지요. 그 힘으로 저도 마중물같은 존재가 되기위해 제 자서전을 써내려나가려합니다. 실용적인 행위를 통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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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정정민 더 열심히 실용적인 행위를 해 나가겠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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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yea Park 다른건 몰라도 이력에 들어갈 확실한 한가지는 방금 기억 났습니다.언젠가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고속버스를 타고 어느 지방의 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는데
하얀 변기뚜껑 위에 떡하니 달팽이 한마리가 혼비백산 해서 떨고 있더라구요.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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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Shiva Ryu 비시아 옥천 안내면도 저의 고향에서 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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