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2

1903 조성환 삼일절 200주년을 준비하며 The Future is Gaebyeok!


조성환/이병한의 [개벽파 선언]
종료된 기획칼럼
삼일절 200주년을 준비하며조성환 2019.03.08 0 COMMENTS


The Future is Gaebyeok!

싱가포르에서 접하셨다는 “The Future is Asian”이라는 책 제목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식대로 바꾸면 “The Future is Gaebyeok!”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벽파를 자처했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개화학이 아닌 개벽학에서 찾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학술대회를 디자인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대화마당을 만들어 간다면 지금처럼 생기 없고 늘어지는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학술대회 자체를 개벽해 나가면 되니까요.토착적 근대화 학술대회

그래서 오는 8월 15일-16일에 열릴 한일공동학술대회 「지구적 근대와 개벽운동」은 오랫동안 실천 현장에 계셨던 분들도 모실 예정입니다. 협동조합운동의 이남곡 선생님, 공동체운동의 유상용 선생님, 한살림운동의 김용우 선생님 등이 참여하시기로 했습니다. 이번 학술행사는 2017년 가을부터 원광대에서 시작된 ‘자생적 근대와 개벽사상’ 학술대회의 시리즈로, 벌써 4회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대중의 관심과 논의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고요.

이번에는 지난 2년간의 축적을 바탕으로 익산을 벗어나서 서울에서 판을 벌일 생각입니다. 일본에서는 기타지마 기신, 오구라 기조, 가타오카 류 교수님을 비롯하여 총 다섯 분의 발표자를 모실 예정인데, 모두 한국사상과 개벽사상에 조예가 깊은 ‘지한파’ 학자들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경희대 김상준 교수님의 「후기근대에 다시 보는 동학혁명과 개벽사상」을 비롯하여, 『소태산평전』의 저자 김형수 작가님의 「신동엽이 노래한 자생적 근대」, 『정지용의 시와 주체의식』의 저자 김영미 선생님의 「정지용의 자생적 근대문학」, 그리고 선생님의 「중국의 ‘개벽파’, 량수밍의 향촌건설운동」 등의 발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하자센터 삼일절 행사은빛순례 매듭마당

이번 기획은 작년 학술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6개월 동안 준비하였는데, 발표자들이 하나같이 ‘개벽’에 공감하고 계시는 분들이라 한층 더 심화된 학술마당이 되리라 기대됩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인데, 내년 학술대회 때에는 개벽포럼에 연사로 오시는 은빛순례단의 도법스님이나 ‘다른 백년’의 이래경 이사장님, 하자센터의 공공하는 청년들도 발표자로 모시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론과 실천, 대학과 현장의 소통과 연대를 쌓아나가면 개벽학의 얼개가 조금씩 잡혀지겠지요.

그래서 하노이의 북미회담 결과에는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자』가 “총애를 받으나 욕됨을 당하나 놀란듯이 하라”(寵辱若驚)고 했듯이, 우리는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가면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이 서신의 마지막 부분에 밝히신 향후의 계획에 크게 공감하고 한껏 고무되었습니다. “연구자의 자세로 올해 ‘범개벽파’의 집합지성이 쏟아낸 각종 3.1혁명론을 요령껏 갈무리”하는 일이야말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고, 선생님이야말로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개벽으로 다시 보는 한국 근대

“삼일절은 개벽절이다!”는 선언은 대단히 통쾌합니다. ‘개벽’으로 한국 근대를 다시 보아야 한다는 제 생각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삼일만세운동은 ‘동학농민개벽’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마치 80년대에 전대협이 전국의 대학생 조직을 규합하고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는 경험을 해 보았듯이, 1894년에 한국인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판을 짜 본 것입니다. 그래서 25년 뒤에 재현하기가 수월했을 것입니다. 이 양자에 걸쳐 있는 인물이 손병희입니다. 손병희는 동학을 재건한 최시형의 제자이자 천도교의 창시자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은 아직까지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아서 각 종교계는 물론이고 학계와 정치계에서 다양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동학농민운동과 삼일만세운동의 연관성>에 대해서 ‘사상사적’ 맥락에서 접근한 연구는 못 본 것 같습니다. 3.1운동은 천도교가 주도했고, 천도교는 동학의 후신이며, 동학농민운동과 3.1만세운동은 모두 비폭력평화운동을 지향했다는 정도의 연관성만 지적되고 있는 정도입니다.

사실 ‘자생적 근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삼일만세운동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의 곳곳에서 개벽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령 프롤레타리아작가로 분류되는 포석 조명희(1894~1938)의 시어(詩語)는 생명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 차 있는데, 저는 이것이 동시대의 일본이나 인도의 생명주의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동학‧천도교의 영향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생명의 수레>라는 시에서는 ‘우주생명’이라는 동학‧천도교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1925년에는 『개벽』지에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조명희는 단순한 ‘프로작가’라기보다는 동학‧천도교의 생명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개벽적 프로작가’ 정도로 분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더 쉬운 예로는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나 <금강>을 들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동학사상을 담은 개벽문학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또한 ‘개벽’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흔히 ‘모더니즘’ 계열로 분류되는 시인 정지용도, 김영미 선생님의 해석을 참조하면, <향수> 같은 작품에서 천지인(天地人)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 점으로 보면 ‘코리안 모더니즘’이나 ‘자생적 근대문학’으로 불려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전통적인 천지인의 세계관을 서양의 모더니즘이라는 양식에 담아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점들은 오는 8월 학술대회에서 자세히 논의되리라 생각하는데, 이와 같이 그동안 잊혀지고 무시되어 왔던 개벽사상이나 자생적 근대의 흔적들을 드러내는 작업이야말로 개벽학의 기본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월 1일은 개벽의 날

저는 이번 삼일절에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서양식 신정도 아니고 중국식 구정도 아닌 한국식 삼일절을 실질적인 새해의 첫날로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아마 100주년이라는 특별한 시점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은데, 뭔가 한 해를 여는 출발점으로 삼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00년 전에 만세운동에 동참했던 한국인들도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3월 1일을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자는-. 그래서 3월 1일은 한 해를 시작하는 ‘개벽의 날’로 삼기에 충분합니다.3.1백주년 만북울림

실제로 지난 3월 1일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만북울림 행사에서 낭독된 <만북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100년 선언문>에는 ‘개벽’이라는 말이 아홉 번이나 사용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개벽선언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일운동을 개벽운동의 일환으로 보겠다는 관점과, 개벽정신을 이어서 한국을 개벽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으니까요. 불교계에서도 비슷한 관점이 나왔습니다. 법륜스님은 삼일절을 앞둔 인터뷰에서 삼일운동을 “민(民)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개벽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하셨습니다. 동학의 연장선상에서 삼일운동을 보고 계신 거죠.

반면에 20여 년 전인 1999년에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3.1운동 80주년 행사에서 낭독된 <삼일정신현창선언문>에는 ‘개벽’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벽’에 상응하는 “새 하늘 새 땅”, “신천지(新天地)”, “새 세상 새 문명”, “생명과 영성”이라는 말은 나오고 있습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이 『해월신사법설』의 「개벽운수」에서 “新乎天, 新乎地”를 말하고 있는 것과 상통합니다. 아마 다양한 종교단체들의 모임이라서 ‘개벽’이라는 용어를 피해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이 20년간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자각적 근대”라는 표현을 빌리면, 이번 <만북선언문>은 일종의 ‘자각적 개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야 ‘개벽’이 자각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무의식에서 의식의 영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셈입니다. 그래서 삼일만세운동도 개벽운동의 일환으로 보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촛불시민혁명도 이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운동가 스티브 비코(1946~1977)가 ‘흑인자각론’과 ‘흑인의식운동’을 전개했던 것처럼, 지금의 개벽바람은 우리 역사에서 잊혀졌던 ‘개벽의식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석의 근대

동학‧천도교 연구자인 정혜정 교수님은 천도교의 근대를 ‘번역의 근대’가 아닌 ‘해석의 근대’라고 하였습니다. 서양 근대사상을 동학‧천도교의 틀로 재해석하여 받아들였다는 뜻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선생님이 언급하신 오상준의 『초등교서』를 들었습니다. 저는 ‘해석의 근대’라는 표현에 무릎을 쳤습니다. 천도교의 사상사적 의미를 정확하게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오문환 교수님이 주목하신 오상준의 ‘공개인(公個人)’ 개념은 동학적 공인(公人)과 서학적 개인(個人)을 절묘하게 조합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학‧천도교에서는 모두가 전체의 하늘(한울)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인’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늘을 모시고(侍天主) 있다는 점에서는 독립된 ‘개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일종의 “따로 또 같이”와 같은 인간관입니다. 이 중에서 ‘따로’ 부분을 서양적인 ‘개인’ 개념으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강화한 것이지요. 그래서 ‘공개인’은 동학의 천인(天人)적 인간관으로 서학의 근대적 인간관을 ‘해석한’ 개벽적 인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일제강점기의 한국인의 진화사상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1일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3.1혁명과 대한민국의 탄생」이란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는데, 이날 발표자이신 한림대 신주백 교수님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1910년) “사회진화론을 극복한 평화론”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탈(脫)진화론적 동양평화론이 양육강식에 입각한 이토 히로부미 식 동양평화관과 충돌하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저는 이날 토론자로 참가했는데 대단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서양의 진화론은 약육강식의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다름 아니었는데, 이러한 세계관에 거부감이 있는 한국인들은 평화사상에 바탕을 둔 ‘한국적 진화론’을 전개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1916년에 원불교를 창시한 박중빈은 “강자·약자 진화상(進化上)의 요법”을 설파하여 강자와 약자가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진화론을 전개합니다. 강자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으로 약자를 보호해 주고 진화시켜야 영원한 강자가 될 수 있고, 약자는 강자를 선도자로 삼아 배우고 힘을 길러야 강자로 진화하게 된다는 사상입니다. 마치 맹자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을 즐기는 것이고(樂天),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을 두려워하는 것이다(畏天)”고 한 것과 유사합니다.

마찬가지로 천도교 이론가인 이돈화도 󰡔신인철학󰡕(1930)에서 서양의 ‘과학주의 진화론’과 대비되는 ‘수운주의 진화론’을 설파하였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약육강식의 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동학’사상에 의탁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서구 근대사상을 나름대로 해석한 ‘해석의 근대’라고 볼 수 있겠지요.풍물마당



유학의 개벽

이런 개벽파의 ‘해석’ 정신이 요즘에 ‘다시 개벽’으로 귀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 ‘개벽’의 관점에서 삼일운동이나 량수밍을 이해하고 있고, 인류세나 포스트 휴먼을 내다보는 것도 그런 일환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량수밍이라는 학자의 존재는 제가 중국유학을 부러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조선이나 한국에서는 향촌교육을 하는 유학자는 들어봤어도 향촌운동을 하는 유학자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량수밍은 이론실학자가 아닌 실천실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 보면 간척사업과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원불교 창시자 박중빈과 비슷합니다. 지적하신 대로 진정한 생명유학, 생태유학의 개척자입니다.

량수밍은 대학원 과정에서 잠깐 배운 적은 있지만 ‘개벽’의 눈으로 다시 보니 완전히 새로운 사상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풍우란이나 모종삼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현대 신유학자입니다. 19세기 말의 량수밍에서 오늘날의 원테쥔에 이르는 계보는, 한국으로 말하면 19세기 말의 최시형에서 20세기의 윤노빈-김지하-장일순으로 이어지는 원주의 생명학파에 비견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유학이 진정으로 개벽되려면, 또는 ‘해석의 근대’와 같이 ‘해석의 유학’으로 거듭나려면,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사이에 ‘공공(公共)’을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신-제가-<공공>-치국-평천하” 이런 식으로요-. ‘공공’은 당연히 시민사회나 공공영역에서의 실천윤리를 가리킵니다. 달리 말하면 가족과 국가 사이에 시민이라는 공공집단을 넣어서 양자를 매개하는 거죠. 제 생각에는 전통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아직 이 영역이 철학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채워 보려고 노력한 것이 천도교나 원불교라고 생각되고요. 천도교의 ‘공개인’ 개념이나 원불교의 ‘공공’ 개념이 그러한 증거입니다. 개화파는 처음부터 수신(修身)에서 시작하지는 않을 테니까요.태극소녀

실은 지난 3월 1일에 삼일절 행사를 보러 광화문에 갔는데, 대규모 태극기부대의 집회 광경에 놀람과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치적 구호도 구호지만, 무엇보다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어찌나 큰지 옆 사람 얘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광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집회를 하는 것은 좋지만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을 배려하면서 자유를 행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교토포럼의 공공철학은 실로 수신제가(修身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사이에서 공공(公共)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최근에 접한 이남곡 선생님의 『논어: 삶에서 실천하는 고전의 지혜』도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해석한 『논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공유학’이나 ‘개벽유학’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런 식으로 유학이 개벽되지 않으면 오늘날에 뿌리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학자가 향촌으로 뛰어드는 중국은 역시 유학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100년 후의 삼일절

마지막으로 삼일절 200주년을 공공(公共)하며 이번 답신을 마칠까 합니다. 선생님이 이사로 계신 ‘다른 백년’의 문제의식은, 그 이름에서 단적으로 나타나 있듯이, 100년 후의 삼일절을 준비하는 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학이라고 할 수 있고요. 지난주에 ‘다른 백년’의 이래경 이사장님을 만나 뵐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흔히 대학에서 만나는 교수님이나 미디어에서 접하는 경영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일종의 ‘영성적 경영인’이라고나 할까요?

동학의 ‘유무상자(有無相資)’를 이상적인 경제 원리로 생각하고 계셨는데, 동학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도상(道商)’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백년의 연장’이 아닌 ‘백년의 개벽’을 준비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국사회가 조금씩 개벽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들었습니다.(좌)개벽학당, (우)개벽포럼에의 초대

개벽학은 삼일절 200주년을 준비하는 ‘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라지지만 그다음 세대, 그다음 다음 세대를 위한 ‘공공학’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것이 ‘공공’의 차원이자 ‘세대 간의 공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달부터 <개벽학당>과 <개벽포럼>이 시작됩니다. 이것만으로도 2019년은 ‘개벽학 원년의 해’라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렇게 100년이 쌓이면 삼일절 200주년이 되겠지요.

100주년
3.1절
FEATURED
개벽
개벽포럼
개벽학당
근대
삼일절
유학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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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한국 근대의 탄생』을 썼고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를 번역하였다. 지금은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16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평화담론, 재평가 되어야 한다"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평화담론, 재평가 되어야 한다"
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press@cdaily.co.kr)
입력 2016. 06. 28 10:31 | 수정 2016. 06. 28 12:53

혜암신학연구소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강좌, 한신대 김주한 박사 초청 강연

혜암신학연구소 2016년 봄학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강좌 4번째 시간이 27일 낮 혜암신학연구소 안암동 도서관에서 열렸다. ©김규진 기자

[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4차례의 강연을 통해 종교개혁과 종교개혁자 루터, 칼빈을 살펴봤던 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의 2016년 봄학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강좌가 27일 막을 내렸다. "종교개혁의 역사와 신학, 인문학적 연구"를 주제로 진행됐던 이번 강좌의 마지막 시간 주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한국사회에도 잘 알려지기도 했던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 였다.

"아나뱁티스트와 급진적 종교개혁 운동가들"(기독교 평화주의 운동의 역사적 모델)이란 주제로 발표한 김주한 박사(한신대 신학과 역사신학)는 아나뱁티스트들이 크게 스위스 형제단과 후터파, 멜키안파, 메노파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고 설명하고, "유럽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그룹이 독자 노선을 걸으며 출발했지만 이들의 믿음과 행동 양식에는 공통된 핵심 가치가 있었다"면서 "(그것은) 신약성서의 사도적 교회를 지상에 세우려는 열망인데, 이같은 열망은 그들을 하나의 형태로 묶어주었고 결국 특색 있는 연합된 구조로 발전했다"고 했다.



특히 16세기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주류 세력과는 흡사한 듯 하면서도 다른 성서관과 교회론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김 박사는 "지금까지 기독교 주류의 아나뱁티스트들에 대한 담론이 대부분 부정적 견해가 주를 이뤘다"고 말하고, 20세기 들어 벤더학파(the Bender school)의 노력으로 이러한 시각은 많이 교정됐지만 여전히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 했다.

김 박사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전개과정에는 종교와 문화, 사회 경제, 민족과 언어, 인종 등 복합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고 밝히고, "그들은 결코 동질적 요소로 결합된 단일체가 아니었지만,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주류에 맞서 교회본질을 회복하려는 시도에서 강력한 연대성을 발휘했다"면서 "그들은 1,500년 교회역사와 단절할지언정 신약성서와 단절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메노파를 비롯해 대부분 아나뱁티스트들은 무저항, 비폭력을 가르친 성서 윤리가 오직 기독교인들에게만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기독교인이 정부 관리가 된다거나 이 세상 통치자들을 위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이단적 행위나 다름없었다. 이같은 아나뱁티스트들의 태도는 기존 권력자들의 눈에 기존의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봤고, 그들은 정부 당국과 협력 관계에 있던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주류세력으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기도 했다.

가운데 발표하는 이가 김주한 박사(한신대), 왼쪽은 사회자 강근환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 오른쪽은 토론에 참여한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김규진 기자

그러나 이나뱁티스트들의 비폭력 평화주의 사상은 악을 행할 위험성을 미리 방지할 뿐만 아니라, 선을 실행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들에게 평화주의적인 무저항주의는 '모든 인간관계가 인내, 이해, 사랑, 용서에 의해 지배되고 심지어 원수까지도 구원을 열망하는 전적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이었던 것이다. 김 박사는 "아나뱁티스트들의 평화주의는 인간 세상 갈등을 해소할뿐 아니라, 올바른 관계회복을 지향했다"면서 "이것은 하나님의 올바른 관계, 사람, 국가, 민족, 더 나아가 창조세계와의 올바른 관계 회복을 포함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기존 교회세력에 대한 단순한 비판 차원을 넘어 교회 본질적인 문제와 씨름하며 기존세력에 대한 '대안공동체'로서 '세상의 위기'로 존재했다"고 평하고, "신앙의 실천력에서 아나뱁티스트들은 종교개혁 주류집단보다 급진적이고 철저했는데, 무엇보다 '비폭력 무저항' 정신은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초기부터 핵심 신념이었고 수세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가치는 변함없이 계승되어 오고 있다"면서 "아나뱁티스트들은 평화를 추구하는 교회 전형으로써 '역사적 평화교회 전통'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다만 김 박사는 대다수 학자들이 종교개혁 주류와 아나뱁티스트들 사이의 공통점보다는 신학적 차이를 강조해 왔던 사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에큐메니칼 관점에서 두 세력이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했다.

그는 "종교개혁시대 개혁진영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려했다면, 교리적 합의와 일치를 추구하기보다 평화담론이 훨씬 유용했을 것"이라 지적하고, "종교개혁 시대 각 진영의 교리적 차이가 주요 장애물이었는데, 차이보다는 공동의 토대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서로의 신뢰 쌓기에 지름길이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신약성서에 기초해 있는 아나뱁티스트들의 평화담론은 현실사회와 정치윤리를 떠받칠 수 없는 '이상주의'가 아니라, 기독교 제 세력들이 공유해야 할 현실명제로서 재평가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혜암신학연구소 2016년 봄학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 4번째 시간을 마치고. ©김규진 기자

한편 강근환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의 사회로 혜암신학연구소 안암동 도서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연구소장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학술포럼위원장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경숙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 이근복 원장(크리스챤아카데미) 등이 함께 했고, 신학에 관심이 많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다수 참여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강좌는 7월과 8월 여름은 쉬고, 9월 말에는 합신대 한성진 박사를, 10월 말 종교개혁일에는 총신대 김요셉 박사를, 11월 말에는 연세대 명예교수 김균진 박사를, 12월 말에는 총신대 안인섭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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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그 치열했던 신앙·사상…석학에게 듣는다!

한국 생명 사상의 뿌리 이경숙


한국 생명 사상의 뿌리   
이경숙 (지은이)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2001-08-10






222쪽
152*223mm (A5신)
책소개
동북아 고대 사상과 동학의 최제우와 최시형, 그리고 근대 함석헌과 김지하 등의 생명사상을 살펴보며 21세기 상생적 삶의 가능성을 모색한 책. 지은이는 서구의 산업 문화에 의해 주도된, 경쟁적이고 정복적인 20세기 기술문명을 반성하고 주체적인 한국 생명 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


1. 문제제기 : 20세기 문명의 반성과 생명윤리
1. 과학기술과 정복의 논리
2. 군사적 대결과 죽임의 문화
3. 인간 복제와 생?m의 가치
4. 현대 기술 문명의 전환과 상생의 윤리

2. 동북 아시아 한민족의 생명사상
1. 밝고 따뜻한 삶을 향한 한민족의 순례
2. 한민족의 생명력과 생명사상
3. 공동체적 삶의 힘과 지혜 : 두레와 공생정신
4. 한과 신명

3. 수운과 해월의 생명사상
1. 수운의 생명사상
2. 해월의 생명사상
3. 사례연구
4. 맺는 말

4. 함석헌의 생명사상
1. 함석헌 사상의 성격
2. 씨알의 비유와 의미
3. 하나님(신.한님)과 맞닿은 생명

5. 김지하의 생명사상
1. 생명의 세계관
2. 생명의 인식론 : 불연기연
3. 생명의 실천론

6. 결론 : 죽임의 문화를 넘어서는 생명사상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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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경숙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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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tainability in Humanitarian Action - Online 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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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course in Business & Management

Sustainable Development in Humanitarian Action

Discover the principles and practices of sustainable development, and how to bring them to life in humanitarian organisations.
  • Duration 4 weeks
  • Weekly study 2 hours
  • Learn Free
  • Extra benefits From $104 Find out more

Find out how to make humanitarian action more sustainable

Incorporating sustainability into humanitarian action is key to making humanitarian organisations more effective and accountable. This course will show you how.
You’ll look at sustainability in the supply chain and field operations of a humanitarian organisation, covering the three dimensions of sustainable development: economic efficiency, social equity and environmental preservation.
Ultimately, you’ll learn how to design and implement a sustainability strategy; at project, programme and organisational level.

What topics will you cover?

  • Week 1: What is sustainable development in a humanitarian context?
  • Week 2. Sustainability in the supply chain: a life-cycle perspective
  • Week 3. Sustainability in field operations
  • Week 4: Setting up a sustainability programme

When would you like to start?

Most FutureLearn courses run multiple times. Every run of a course has a set start date but you can join it and work through it after it starts. Find out more
  • Available now
    This course started 13 Jan 2020

What will you achieve?

By the end of the course, you'll be able to...
  • Explain what sustainable development is and its relevance to humanitarian action
  • Reflect on the importance of incorporating sustainability in a humanitarian organization
  • Describe the stages of the life-cycle assessment and the role each stage has in reducing the environmental footprint of humanitarian activities
  • Identify potential environmental and social risks associated with the procurement and logistics activities of a humanitarian organization
  • Identify challenges associated with implementing sustainability initiatives in a humanitarian context
  • Identify good practices of sustainability initiatives carried out to improve water, waste and energy management in the field
  • Explain how to develop a sustainability strategy and list its key elements
  • Identify what factors lead to the successful incorporation of a sustainability strategy in a humanitarian organization
  • Develop a sustainability development strategy to mitigate main environmental risks linked to the core activities of a company or organization
  • Describe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humanitarian work and affected populations

Who is the course for?

This course would suit staff and volunteers working in the humanitarian sector, particularly in the International Red Cross and Red Crescent Movement. It’d also be of use to individuals operating in developing countries that have weak State capacity. It may also interest those who want to see how sustainability can be applied to humanitarian action.

Who will you learn with?

Kathrine Vad

Kathrine Vad

Kathrine Vad is the sustainable development adviser of the ICRC. She's an engineer in industrial ecology with a long experience in environmental policy development and implementation.
Anna Maria Liwak

Anna Maria Liwak

Sustainable Development Specialist at 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Course facilitator.

Who developed the course?

IFRC logo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 (IFRC)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 (IFRC) is the world’s largest humanitarian network, with 190 national societies and 17 million volunteers around the world.
ICRC logo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ICRC)

The ICRC is an impartial, neutral and independent organisation whose humanitarian mission is to protect the lives and dignity of victims of armed conflict and other situations of violence.
Homuork logo

Homuork

Homuork designs e-learning experiences for companies and universities. From their headquarters in Barcelona, they foster social & digital transformation for clients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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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ing Nature - Online 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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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ing Nature: Should We Put a Price on Ecosystems?

Discover the many ways that we benefit from the natural world through ecosystem ser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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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ation 2 weeks

Weekly study 3 h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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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e how we value the natural world


There are many services that ecosystems provide that we never even consider, until we destroy them. Natural ecosystems help alleviate flooding, improve food security and protect our coastlines. Yet we consistently replace these ecosystems with manmade alternatives. If we put a price on nature, will it help us to protect these important ecosystems? And is it morally right to put a price on nature? Get answers with this course that uses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to explore the ins and outs of how we value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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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opics will you cover?

Putting a monetary value on nature
What are ecosystem services and who benefits from them?
Environmental Economics
How much is the Earth worth?
Debates, dilemmas and politics

Ecosystem services in action
Local Scale - Valuing ecosystems in your area
Regional Scale - South-West of England
National Scale - Coral Reefs
International Scale - REDD+ and saving the rainfor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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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ailable now
This course started 13 Ja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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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ill you achieve?

By the end of the course, you'll be able to...


Describe the concept of 'valuing nature’

Compare different types of services that ecosystems provide

Assess the moral and political dilemmas associated with valuing ecosystems

Apply your understanding of ecosystem services to peatlands, coral reefs and rainforests

Identify key ecosystem services in your place

Investigate the best ways to manage and preserve ecosystems and their services

Who is the course for?

This course is for anyone interested in nature and the environment, you don’t need any past experience.

Who will you learn with?


Tim Lenton


Professor Tim Lenton is Chair in Climate Change/Earth System Science at the University of Exeter. His research focuses on understanding the behaviour of the Earth as a whole system.


Damien Mansell


Senior Lecturer at The University of Exeter specialising in Glaciology, GIS and Remote Sensing
Educator on Climate Change: Challenges and Solutions
Find me on twitter @DamienMansell
LT

Liam Taylor


PhD student researching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our world

Course producer for University of Exeter Global Systems Institute

@LTaylor1995

http://awildgeographer.wordpress.com/




Who developed the course?


University of Exeter


The University of Exeter is a Russell Group university. It combines world-class research with very high levels of student satisfaction.

2020/01/21

휴심정 - 원불교의 넓은 품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 원불교의 넓은 품



원불교의 넓은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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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2019. 09. 18
조회수 8304 추천수 0








»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개교 100년’을 넘은 원불교가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가에 제2의 개교의 도약대가 될 서울센터를 마련했다. 교조 박중빈(1891~1943)의 호를 딴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다. 오는 21일 개관을 앞두고 원불교 행정 수반인 오도철 교정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연면적 2만6300평(7969평)에 지하4층 지상10층 규모의 현대식으로 지어진 이곳은 크게는 10층 규모의 업무동과 2층 규모의 종교동으로 나뉜다. 소태산기념관엔 전북 익산 총부에 있던 교정원에서 사실상 절반가량인 국제부, 문화사회부, 청소년국, 사이버교화팀이 입주했다. 드디어 원불교가 익산시대에서 서울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오도철 교정원장도 월화수요일은 익산에서, 목금토요일은 서울에서 근무해 원불교 세계화시대를 이끈다.


 이 건물의 강연장과 공연장, 선(禪)실, 첨단 영상을 갖춘 명상실 등은 ’원불교의 미래상’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이 하드웨어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오도철 교정원장은 “원불교 교도가 아니라도 명상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건물을 개방하는 시간엔 언제든지 와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고 한다. 특히 이 금싸라기땅 한강가에 2층으로만 지어 옥상 공연장을 인근 주민들과 서울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니, 역사보다 넓은 품을 느낄 수 있다. 옥상은 원불교 진리의 상징인 일원상을 형상화했다. 옥상 둘레로 원으로 벽을 쳐놓으니 올림픽대로의 소음도 들리지않아 공연장으로서도 그만이다. 소태산기념관의 개념은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는 것이다. 진리 탐구로 깨달은 영성에 머물지 않고, 이를 세상에 돌려주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뿐이 아니다. 그는 “인근 흑석동주민들이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없어서 소태산기념관 부지를 통로로 내놓았다”고 한다.





























 원불교는 탈종교화시대, 교도들의 고령화시대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자력갱생을 위해 애쓰고 있다. 소태산기념관 10층 가운데 한층만을 교단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를 내놓는 것도 최대한 신도들에게 손을 덜 내밀고 교단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그런 내핍 속에서도 교단 시설을 과감하게 주위에 내놓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연기법(緣起法), 즉 인과법(因果法)의 진리를 깨달으셨고,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같은 진리를 깨달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네가 아니면 내가 살 수 없다’는 은혜를 더욱 강조하셨다”며 이렇게 자신의 것을 내놓는 이유를 설명했다.





 원불교는 소태산기념관 개관일을 1년 전에 정했는데 우연히 세계평화의날이 됐다고 한다. 그는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계파간, 계급간, 세대간 갈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집무실의 화초를 예로 들어 말했다.
 “수국이 어떤 것은 파랗고, 어떤 것은 빨갛다. 어떤 것은 하얗게 펴서 파란색이 됐다가 보랏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같은 수국이지만 온갖 색이 있다. 사람도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파란색이 좋다고 모든 걸 파란색으로만 만들자고 하고, 혹은 빨간색이 좋다고 빨갛게만 만들자고 하면 다른 색을 좋아하는 이들은 불편해 한다. 그래서 편이 갈리고 갈등이 생기고, 불편함이 폭력이 되면 평화가 무너진다. 파란색은 파란색대로, 빨간색은 빨간색대로 보라색은 보라색대로 아름답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지않으면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




» 명상실에서. 왼쪽부터 김제원 교정원부원장, 오도철교정원장, 이공현 문화사회부장







 그는 또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자기 비움’을 강조했다. 큰그림을 볼 수 있는 자만이 자기를 비우고 상대를 배려할 수 있고, 그런 지도자들이 나와야 사회와 나라가 제대로 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불교는 철저한 진리추구의 종교다. 크리스찬들이 크리스마스를, 불자들이 ‘부처님 오신날’을 최대축일로 삼는 것과 달리 교조의 탄생일 아닌 깨달은 ‘대각개교절’을 가장 중시하는데서도 알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26세에 깨달음을 얻은 청년 소태산대종사님이 처음 한 일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배고픔에 시달리는 마을사람을 위해 저축조합을 결성해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내세울만큼 물질과 정신, 육체와 영혼을 함께 가도록 건강한 수행법과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불교가 최근 독신을 의무화했던 여자교무들도 남자교무들처럼 6년간의 교무교육과정을 마친 뒤 정녀(독신여성교무)와 결혼 여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과 관련해 “‘남녀 권리는 동일하다’는 대종사님의 인권평등의 정신을 이제는 현실화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출가자 감소와 관련해서도 “68세인 교무 정년을 6년씩 74세까지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소태산기념관에서는 오는 20일 오후 7시30분 봉불음악회가, 20일 오후4시부터 30일까지는 원불교문화예술축제가 각각 펼쳐진다. 법해 김범수 화백의 원불교 선묵화 ‘깨달음의 얼굴’과 법인성사 100돌 ‘하늘을 감동시킨 서원과 화합’ 특별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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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게 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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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2019. 09. 26
조회수 9185 추천수 1

언젠간 맞이하는 것…죽음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에서 100세 이상 노인이 7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한국도 비슷한 추세로 장수노인이 늘고 있다. 예전엔 장수를 최고의 축복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2047년엔 1인 가구가 전체의 37.3%에 이르고, 이 가운데 절반은 노인 혼자 살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고독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홀로 외롭게 죽어가는 것도 비극이지만, 가족들의 돌봄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치 않게 기계적 장치 등으로 생명이 연장돼 폐를 끼치게 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80%가 안락사 허용이 필요하다고 답한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숙고가 깊어지면서 자신이 죽음을 준비하고, 존엄하고 품위 있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바람이 커진 것이다. 일반인들도 자신의 삶과 유산을 정리하고, 가족·지인들과 제대로 이별하며 웰다잉을 할 수 있도록 임종 교육의 보편화와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 인도의 초대 수상 네루러보터 경배를 받고 있는 비노바 바베(왼쪽)

» 생의 마지막 단식을 하며 웃음 짓고 있는 벽제 동광원 박공순 원장. 사진 김원



사진 왼쪽부터 원불교의 용타원 서대인, 융산 김법종, 은산 김장원 교무


 #예로부터 자기 죽음을 관리하고 선택하는 것은 수행·수도자들의 꿈이었다. 불교에서는 견성 해탈하면 생사를 넘어선다고 했다. 그러나 그토록 생사자재와 무집착을 역설해온 명승이 정작 자신이 암에 걸렸을 때는 몇번이고 수술을 하며 끝까지 생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기도 하고, 이름 없는 보살(여신도)이 생사자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미국의 환경·평화운동가 스콧 니어링은 백세가 되자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 간디의 제자 비노바 바베도 생의 마지막에 80일간 단식으로 삶을 마무리 지었다. 2년 전엔 개신교수도원 동광원의 설립자인 ‘맨발의 성자’ 이현필의 제자인 벽제 동광원의 박공순 원장이 한달 반 동안 곡기를 끊고 주위 사람들과 작별하며 청빈 단순의 삶 그대로 갔다. 최근 원불교에서는 융산 김법종 교무와 은산 김장원 교무가 그렇게 곡기를 끊고 맑은 모습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삶을 정리했다고 한다. 원불교에서는 지난 2004년 그렇게 열반한 용타원 서대인 교무를 비롯해 많은 수도자가 병이 들거나 더는 기동이 어렵게 되면 스스로 미음을 들다 나중엔 물만 먹으며 명상과 기도로 삶을 정리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누구도 타인에게는 이런 죽음을 권장해서는 안 되지만, 자신이 그토록 초연하고 평화롭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 이들은 적지 않다.


#한국죽음학회 회장인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가 최근 펴낸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죽음 가이드북>(서울셀렉션 펴냄)을 보면

죽음의 연습이야말로 가장 절실한 훈련임을 알게 해준다. 누구라도 언제든 맞이해야만 하는 것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이 책엔 동서양의 죽음학 고수들 35명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통상 지식과 실천은 별개라고 한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들이나 근사체험자들을 많이 지켜보고 죽음에 대한 이해가 깊어갈수록 ‘잘 죽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후생>과 <인생수업>이란 책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스위스 태생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단계를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5단계로 나누었다. 그는 임종을 앞둔 어린 환자들에게 애벌레 인형을 보여주었다. 뒤집으면 나비로 변하는 인형이었다. 죽음이란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더 높고 멋진 세계에 새롭게 태어나는 것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례식도 나비로 뒤덮게 했다. 조문객들이 미리 받은 봉투를 그의 관 앞에서 열 때 파란 나비가 공중으로 날아가게 한 것이다. 이제 나비처럼 자유롭게 되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죽음의 고비도 우리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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