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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유학 조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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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의 지구유학

조성환
| | 2022-07-07 (목) 09:07


[보프의 지구의 울음과 켈러의 생태적 애통. 이것은 유학적으로 말하면 ‘측은지심’에 해당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생태위기 시대에는 측은의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들, 심지어는 행성 지구(planet Earth)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아픔이 행성적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고, 거기에 이르렀을 때 ‘생태적 애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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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유학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양명학자 정인재 교수님께서는, 『대학』의 팔조목에는 ‘사회’ 부분이 없으니까 제가(齊家)와 치국(治國) 사이에 ‘화사(和社)’, 즉 “사회를 화합시킨다”를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뒤로 교토포럼에서 공공철학을 접하면서 ‘화사(和社)’가 의미상으로는 ‘공공(公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지구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지구유학(planetary Confucianism)’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기후변화 시대에 유학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인류세 시대에 유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가? 여기에 걸맞은 명칭이 ‘지구유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던 지구유학에 뭔가 구체성이 입혀지기 시작한 것은 신학자 캐서린 켈러와의 만남 덕분이었다. 그녀가 쓴 묵시적 종말에 맞서서』(한성수 옮김)에 나오는 “생태학적 애통(ecological grief)” 개념이 마치 『맹자』에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켈러는 “애통해 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요”라는 「마태복음」 5장 4절을 인용하면서, “오늘날 대량멸종과 지구온난화 시대에는 ‘생태학적 애통’이라는 이름의 정신건강 조사를 하는 범주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생태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가 쓴 『지구의 울음(Cry of the Earth), 가난한 자의 울음(Cry of the Poor)』이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다.

보프의 지구의 울음과 켈러의 생태적 애통. 이것은 유학적으로 말하면 ‘측은지심’에 해당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생태위기 시대에는 측은의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들, 심지어는 행성 지구(planet Earth)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아픔이 행성적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고, 거기에 이르렀을 때 ‘생태적 애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측은지심과 더불어 사단(四端)의 하나인 ‘사양지심(辭讓之心)’도 생태적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령 퇴계는 사랑하는 증손자가 젖을 못 먹어 목숨이 위태로울 때,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여종을 보내면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여종이 낳은 갓난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때 퇴계가 한 말이 『근사록』에 나오는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 남의 자식을 죽여서는 안 된다”였다. 퇴계는 이 말씀에 충실했고, 결국 증손자 창양은 죽고 말았다(『안도에게 보낸다』). 이 이야기를 생태적 차원에서 해석하면, 다른 생명을 위해 자기 생명을 ‘양보’하는 ‘사양지심’의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퇴계학파의 아버지를 둔 최제우가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두 여종을 각각 수양딸과 며느리로 삼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특권을 양보하고,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한 것이다. 그리고 최제우의 제자 최시형이 “만물이 하늘님이다”고 한 것은 ‘사양지심’을 인간과 인간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non-human) 사이로까지 확장하라는 메시지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퇴계 이황이 추만 정지운과 같이 그린 「천명도(天命圖)」는 가장자리가 흰색과 검은색의 반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반절은 흰색의 얇은 띠로, 나머지 반절은 검은색의 얇은 띠로 이루어져 있고, 양자가 서로 갈마 들어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른바 ‘천원(天圓)’을 도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방(地方)’을 도상화한 네모난 검은 부분이 있다. 이 중에서 ‘천원’ 부분을 음양이 만들어 내는 대기(大氣)로, 지방 부분을 생물체들이 살아가는 지표(地表)로 각각 해석하면, 「천명도」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생물권(biosphere)’ 내지는 ‘임계영역(critical zone)’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내부에 인간과 만물이 위치해 있는 것은 이 임계영역 안에서만 생물이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서 「천명도」의 정 가운데에 퇴계가 가장 중시한 ‘경(敬)’의 덕목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환경과 대기의 조건을 좌우하는 인류세 시대에는 인간의 행위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중용』의 ‘신독(愼獨)’ 개념을 빌려 말하면 일종의 ‘신행(愼行)’을 ‘경’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철학의 ‘기화(氣化)’ 개념은 ‘대기변화’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고, 기화 개념을 가장 많이 쓴 혜강 최한기의 『기학』은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다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선을 생태위기나 기후변화로 돌리면 이 시대에 요청되는 인문학적 요소들을 유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성환_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

hansowon70@nate.com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 – 개화에서 개벽으로》와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 퇴계, 다산, 동학의 하늘철학》이 있고, 현재 【다른백년】(온라인)에 <조성환의 K-사상사>를 연재 중이다.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735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작권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http://kirc.or.kr)에 있습니다.

2023/05/02

2203 Philo Kalia - *놀라운 선물 방금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았다. 페친으로 친분을 쌓게 된 김태창 선생님으로부터... | Facebook

(6) Philo Kalia - *놀라운 선물 방금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았다. 페친으로 친분을 쌓게 된 김태창 선생님으로부터... | Facebook

*놀라운 선물
방금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았다. 페친으로 친분을 쌓게 된 김태창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9권의 책이다. 놀라움과 기쁨을 가눌 길이 없다. 김태창 선생님은 1934년 생이시니 향년 89세이시다. 선생님은 충북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자신을 공공철학자, 노년철학자 그리고 생명개신미학자로 소개하신다. 생명개신미학을 강조하면서 많은 말씀을 하신다. 다음은 선물에 담긴 손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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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o-Kalia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한국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좋은 철벗(哲友 )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 저신의 생각보다 철벗들과 나눈 대화를 소중히 생각하고 혼자서 하는 철학이 아니라 함께 철학하기를 값지게 여깁니다. philosophieren이 아니라 mitphilosophieren입니다.
그래서 80세까지는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의 여러나라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동경대학출간회에서 30권으로 정리 출판했는데, 어느 한 분이 다 읽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사 볼 수가 없다고 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이제부터는 상품화하지 않고 비매품으로 해서 정말 뜻이 통하는 분이나 읽고 싶어하는 분에게 그냥 저의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몇몇 분들이 음양으로 돌보아주셔서 이렇게 예쁜 책으로 다듬어 주셨습니다. 저는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돈으로 사서 읽은 책이 아닌 마음으로 나누어 읽은 책을 낼 수 있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2022. 3. 9 Ero-K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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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relevant

  • 이원검
    지성인들의 교류..
    선생님께서 기쁘시다니 저도 좋으네요~^^
    2
    Philo Kalia replied
     
    1 reply
  • 심재민
    축하드립니다
    2
    Philo Kalia replied
     
    7 replies
  • Taechang Kim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한국에서 그리고 외국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셔서 일본
    어 영어로 대화집이 나와 있고
    한국어로도 나오게 되어 모든 좋으신 분들의 도와주심에 고
    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2
    • Philo Kalia
      Taechang Kim 천천히 꼭 읽고 새기겠습니다. 지금 노철개벽일기 1권을 읽고 있는데, 숲을 걷는 느낌입니다. Holzweg!
    • Taechang Kim
      Philo Kalia 공연히 선생님의
      귀한 시간을 들이게 할까봐서
      몇번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성
      의만은 알아 주시겠지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렸습니다. 9권
      중 2권만이 저의 철학일기인데
      끝까지 공개 안하려 했는데 국내외친구들이 사사로운 신변
      잡기같은 것도 출판하는데 함께 철학하려는 매일매일의
      기록은 꼭 알고싶다고해서 억지로 끌려가다싶이 해서 나
      왔습니다. 너그럽게 한 늙은이
      의 내면세계의 고백이라 좋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오성범
    줌 세미나를 통해
    말씀하실 때,
    근접할 수 없는
    철학적 담론들에
    놀라기만했었는데,
    기쁘겠습니다.
    2
    Philo Kalia replied
     
    1 reply
  • 한현근
    정말 놀랍고 귀한 선물입니다 💖
    2
    한현근 replied
     
    6 replies
  • 김영명
    오구라 기조, 『조선사상사』, 이신철 옮김(길)에 김태창 선생님이 나오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