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4

이병철 - -2023년 여름 지리산 연찬에 다녀오다

(9) 이병철 - -23년 여름 지리산 연찬에 다녀오다/ 이번(7/21-22, 지리산 실상사) 여름 지리산연찬의 주제는... | Facebook

-23년 여름 지리산 연찬에 다녀오다/

이번(7/21-22, 지리산 실상사) 여름 지리산연찬의 주제는 그동안 다루어 온 "문명전환을 위한 전환 정치"라는 큰 주제 아래, '24년 총선과 정치전환들' 이란 테마로 진행했다.
새로운 정치전환을 준비하는 그룹을 대표해서 4명의 발화자로 '시대전환, 세번째 권력, 전북지역당, 생명정치'를 대표한 발화(發話)를 이어 연찬을 진행했다.
지금은 87체제의 청산과 적대적 공존을 이어오고 있는 양당 독점구조의 해체와 이른바 586 중심의 정치권력 퇴진을 이루어낼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어느 때보다도 성숙하고 있다는 것과 다음 총선에서 이를 위한 구체적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의 정치상황은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선 모두 절감하고 동의했다.
그러나 24년 총선을 위한 실천적 과제는 문명전환이라는 시대적, 인류사적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강조되었다.
소수당과 신생당 그리고 창당을 준비 중인 '한국의 희망' 같은 곳에서도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연찬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연찬 과정을 통해 참가자 서로가 많은 공감과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들이 폭넓게 이루어진 것 같다. 여러 의견들이 나누어지고 직접민주주의 실현할 수 있는구체적인 방안들도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나는 우리 정치가 다양한 정당들이 저마다 자기의 색깔을 충실하게 드러내어 이를 상생 조화하는 그런 정치구조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자기를 잘 드러내기 위한 내적 역량을 구축하면서 시대정신에 바탕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구촌과 국가의 과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런 점에서 내가 이번 연찬의 발화 중에서 '(가칭) 전북지역당 창당 제안문'과 이 나라의 정치사, 정당사에서 최초로 제안된 '생명정치와 정치의 전환'이 가장 주목되었다.
그 내용의 일부를 함께 나눈다.
전북지역정당을 준비하는 제안에서 주요내용으로 제시하는 것은 '이제 새로운 정치세략과 정치전환은 필수적'이라는 전제에서
- 우리는 풀뿌리 정치 활동을 통해서 시민 권력을 창출하겠습니다.
-우리는 광폭의 연합정치로 사회 대통합을 이루겠습니다.
- 우리는 국민투표법을 제정해서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 우리는 생태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지구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 우리는 두개의 국가를 통한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 정착을 이루겠습니다.
- 우리는 지역 감정이라는 낡은 벽을 허물겠습니다.
- 우리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 도덕을 세우겠습니다.
- 우리는 시민 주권 특별자치도를 만들겠습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입니다. 지역에서부터 세상을 바꿉시다.
'생명정치와 정치의 전환'에선 기존의 세계관과 정치관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의 접근으로 제시한 주요 내용과 키워드 중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해 온 진영의 대립구조 해소나 극복이 아닌 '다중 진영시대'의 세계관과 제도를 발명해야 한다는 것과 정치의 최종 심급은 '생명의 마음'이라는 것, 그리고 '권력이 생명을 대상화할 때 생명은 레지스탕스가 된다(들뢰즈)는 것.
이변비중(離邊非中)의 차원변화, 돈벌이 경제에서 '삶, 생명' 으로. '시비(是非)'를 따지는 정치에서 '심금(心琴)'을 울리는 정치로 등이 었는데 이 모두 공감되거나 다시 더 깊게 생각해볼 주제들이었다.
지리산연찬에서 지난 3년 동안 지리산정치학교를 개설하고 이번 여름연찬으로 정치전환, 전환정치의 관점에서 다가오는 총선 대응에 대해 연찬한 것은 전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고 전환을 이루기 위해선 전환정치가 그 우선적 과제라는 자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찬은 24년 총선을 전환정치를 이루어내는 하나의 주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동의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총선 때까지 이를 위한 준비의 하나로 후속적인 연찬을 이어가면서 전환정치의 마중물 역할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리 될 수 있기를 마음 모은다.
이번 연찬에 참가하신 이들과 준비하고 진행하며 수고하신 이들, 실상사와 지리산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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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세현
    지리산연찬 소식을 접하면서 감히 몇 자 적습니다. 아픈 지리산, 위기의 지리산에 대한 언급이 없음에 우려의 마음이 앞섭니다. 선생님 앞에서 나이 이야기 꺼내기 쑥스럽습니다만, 지리산 품에 안겨 산 지 23년에 환갑 진갑 넘기면서까지 케이블카 반대 산악열차 반대 손팻말을 들 줄은 몰랐습니다. 지리산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 어느새 686이 되어버렸는데 2024년 총선이 586 퇴진을 위한 선거란 선생님의 사진을 보면서 아픈 지리산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위기의 지리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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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철
      최세현 공감합니다. 우리는 전환의 정치, 새로운 정치가 생명정치. 생태정치, 지구정치를 표명하고 있지요. 최선생도 알다시피 지리산연찬과 운동은 그동안 지리산을 포함한 생태운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 연찬주제의 중심테마가 정치전환에 맞춰있음을 이해바랍니다.
      3
    • 최세현
      이병철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균식
    연찬과 관련된 자료를
    좀 구할 수 없는지요.?
    그 방법이라도 좀 알려주세요.
    게시글은 공유합니다.
    • 이무열
      김균식 발화자와 연찬운영위에서 논의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 Dominic Kiho Shin
    귀한분들이 모이셨군요! 몽골의 정치도 개혁되어야하는데…


동양포럼 / 노년철학 제3회 국제회의 '21세기 초고령사회의 노년의 의미와 가치' < 동양포럼 < 기획·특집 < 기사본문 - 동양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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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 노년철학 제3회 국제회의 '21세기 초고령사회의 노년의 의미와 가치'
기자명 박장미
입력 2018.10.28 

송시열이 보인 늙음의 의미와 가치: 김용환(충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김용환(충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충북 옥천 출신의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1607~1689)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성씨에 ‘자’를 붙여 ‘송자’로 불린 ‘대로(大老)’의 성리학자이다. 조선왕조실록에 3000번이나 회자되었던 성리학자이며 봉림대군의 스승이다.

노년기 우암이 시골 초려에서 보낸 삶은 넉넉한 삶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암은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가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노욕을 줄이면서 ‘올곧음’에서 벗어나지 않고 일관된 태도를 보여주었기에 우암을 통해 늙음의 의미와 가치를 새밝힘할 수 있다. 공공재산으로 환원함으로써 우암은 주변에 풍요로움을 선사하였다.

먼저 우암은 노년에 접어들면서 ‘주경(主敬)’의 수양공부를 이어갔다. 우암에게 늙음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수용의 의미로 나타났다. 흔히 늙어가면서 스스로 젊었던 시절을 회상하거나 되돌아가서 현재의 늙은 모습을 부정하는 경향이 많아진다. 그러나 우암은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과 정반대의 현실로 투영되어 있는 손자의 모습에서 마음의 평상심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늙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우암에게 ‘주경’공부는 우주생명 이치를 탐구하며 인간본성을 회복하고, 생명이치에 따름으로써 생명을 사랑하고 공경하는 공부를 말한다.

또한 우암은 노년기에 이르러 ‘옳음(義)’의 사색을 지속하였다. 점차 쇠약해진 자신의 건강으로부터 스스로의 학문적 고립과 나태함을 절감하면서 옳음의 의미를 성찰하고 반문하였다. 그에게 옮음의 반대 의미는 ‘그름’이라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구함’이다. 그는 ‘옳음’의 원칙으로부터 ‘이익’을 마주대하고 ‘이익’을 앞세워 이익을 탐하는 도리를 사색으로 경계하였다. 특히 제도적 모순과 그 역할의 회복을 마음에 두면서, 경직된 판단과 편견에서 벗어나 시의적절한 생각을 파고들면서 심사숙고하였다. 이를테면, 주자가례 관점에서 보면, 당일 제사지낼 한 분의 위패만을 모시고 제례를 치르는 것이 원칙이다. 우암은 주자가례 원칙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한 자리에 모시는 파격으로 정감을 살리면서 배려의 폭을 넓혀갔다.

그리고 노년기 우암은 나이가 들수록 일에 대한 반응, ‘응사물(應事物)’로서 ‘올곧음(直)’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흔히 옳은 생각은 하기 쉽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인간 마음이 욕심으로 치달아 올곧음은 왜곡되고 굴절되기 쉽다. 늙음이 깊어갈수록 노회하게 되고 그 굴절이 심각해지기에 편파적이며 굽은 노인이 되기 쉽다. 그래서 노인을 ‘꼰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비꼬기도 한다. 노인이면서 ‘꼰대’가 되지 않고자, 우암은 인욕과 천리 사이를 ‘올곧음’으로 매개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우암에게 ‘올곧음’은 노년기 빈곤에서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실천적 처방이다. 노년에 들면서 우암은 ‘늙음’, ‘병듦’, ‘죽음에 다가섬’이라는 세 고통에 직면하였다. 그는 과거시절로 회귀하기보다 노년으로 살아가는 대안을 모색했다. 초라하고 불쌍하며 외로운 늙은이로 자신을 바라보기보다 일상을 ‘올곧음’으로 매개하려고 노력하였다.

남인 출신, 장희빈이 아들을 낳자 숙종은 원자로 책봉하고 종묘에 고하였다. 우암은 인현왕후가 젊은데, 후궁 아들을 원자로 책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상소를 올렸다. 숙종은 화가 났다. 종묘에 고한 것을 번복하라는 주장은 대역죄에 해당하기에, 우암을 제주로 유배 보냈다. 남인들은 송시열을 국문해야 한다며 한양으로 압송할 것을 요구하였다. 숙종은 국문으로 인한 정치파장을 우려하고, 금부도사를 보내 우암이 정읍에 도착했을 때 사약을 내렸다. 사약을 받은 송시열은 금부도사가 건넨 사약, 세 사발을 마시고선 83세로 숨을 거두었다.

노년기가 깊어갈수록 노욕이 나타나서 천리보다 인욕에 사로잡히기가 쉽다. 우암은 이에 대한 실천철학으로써 ‘생명 사랑-옳은 생각-올곧음 실천’의 삼원사유를 이어갔다. 생명 사랑으로 자신의 기운도 활성화하면서 생각을 할 때마다 옮음의 기준에 두고 옳음의 생각과 이익을 향하는 경계선에서 일상에서 올곧음으로 실천하는 삶을 자신에게 주문하고 실천했다. 스스로 이 실천에 앞장섰기에 우암은 ‘송자’로서 존중되었다. 현실에서 맛있는 것을 선호하고, 즐거운 것을 보고지고, 남녀 애욕에 이끌리더라도, 탐닉 대상을 향해 오감을 사용하기보다 ‘올곧음’을 이어주고 매개하다보면, 인욕과 천리의 갈등에서 벗어나 올곧음을 유지할 수 있다.

우암은 조선조가 행한 주자의 사창(社倉)제도에서 하급관리가 원칙에 매달려 충실하면 할수록 때에 맞추어 적합성을 찾는 ‘시중(時中)’의 묘책을 함께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조선의 곡물대여 기관으로서 알려진 ‘사창’은 노년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면서 동시에 나라가 관할하는 곳으로 사회적 공공성이 있는 ‘관아’로서 역할을 하였다. 우암은 백성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여지를 사창제도를 통해 살리고자 하였다. 말년의 우암은 나라가 자신에게 부여한 봉록까지 반납하면서 노욕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자신의 경향성을 ‘올곧음’으로 성찰하고, ‘서추’로부터 과분하게 받았다고 생각한 봉록마저 되돌려주는 결단을 실천에 옮겼다.

노년기의 우암을 통해서, 노년의 의미와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실천철학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생명을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태도가 필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생각이 일어나면 날 때만다 항상 ‘옳음’의 기준을 염두에 두고 옳지 않은 생각을 멈추거나 폐기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생활실천으로 이어가고자 ‘올곧음’을 실천 잣대로 삼아 풍속을 고려하면서 경직되지 않도록 항상 살피도록 함이다. 아울러 ‘이익’을 택하기보다 ‘올곧음’을 택하는 일관성을 견지함으로 노인 주체성을 스스로 살림을 일깨워 주었다.

우암이 ‘올곧음’을 향심으로 삼아 공부한 일상을 <송자대전>에 나타난 다음 구절을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내 일생동안 착하지 않은 점이 있었지만, 이를 일찍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비록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진정으로 착하지 않은 점이 발견되면 다른 사람에게 모두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오로지 이 마음을 체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마음은 ‘올곧음’으로 주자가 실제로 전수받은 것이며 공자가 말씀하신 바이다. 이에 따라 사람이 살아가는 원칙은 ‘올곧음‘’이고, 이것이 없는 삶은 다행스럽게 죽음을 면할 뿐이다. 맹자가 말한 바이지만, ‘스스로를 돌이켜 반성하여 거짓이 없으니 비록 천만 사람이 있을지라도 나는 그 앞에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다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올곧음으로 기르며, 해가 없더라도 천지에 가득 찬다.’ 주자가 공맹 도통을 계승한 것은 오직 이 한 글자뿐이다.” 하였다.

우암이 은거하며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동 구곡을 ‘화양구곡’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화양동 계곡은 괴산 선유동 계곡과 7km거리에 있으며 푸른 산과 맑은 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화양 제1곡은 ‘경천벽(擎天壁)’으로 산이 길게 뻗히고 높이 솟은 것이 마치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듯하며 우암의 ‘주경’을 닮아있다. 이 바위에 '화양동문(華陽洞門)'이라는 우암글씨가 새겨져 있다. 또한 화양 제4곡은 금모래 ‘금사담(金沙潭)’으로 화양구곡 중심으로 우암이 바위 위에 ‘암서재(巖棲齋)’를 새겨 ‘옮음’을 바로 세우고자 학문을 연마하였고 후진을 양성한 곳으로 알려졌다. 화양 제9곡은 ‘파천(巴串)’으로 개울 복판에 흰 바위가 펼쳐 있으니 티 없는 옥반과 같아서 산수경관을 찾아 이곳을 찾은 사람이면 누구나 이 넓은 반석 위에 앉기를 원한다. 이 반석은 우암의 ‘올곧음’을 표상하기에 오랜 풍상을 겪는 사이에 씻기고 갈리고 많은 세월을 견디며 반석이 되어서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노년기 우암을 통해, ‘늙음’은 ‘생명을 깊이 사랑하자는 의미’로 다가오며, ‘올곧음’은 ‘그것의 실천가치’로서 체화되어 간다.

동양포럼 / 21세기 초고령사회의 노년의 의미와 가치 < 황진수 - 동양일보, 2018

동양포럼 / 21세기 초고령사회의 노년의 의미와 가치 < 동양포럼 < 기획·특집 < 기사본문 - 동양일보

동양포럼 / 21세기 초고령사회의 노년의 의미와 가치
기자명 박장미
입력 2018.10.28 

늙음의 의미와 가치 사회복지적 측면 : 황진수(한성대 명예교수·대한노인회 중앙회 선임이사)
황진수(한성대 명예교수·대한노인회 중앙회 선임이사)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노인복지의 영역

첫째 빈곤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빈곤하다. 선진국처럼 노령연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공적 부조 범위도 광범위하지 않다. 노후 적정 생활비 251만원이고, 최소 생활비가 177만원인데 응답자의 73%가 최소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응답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급여액이 39만원(2016)으로 하위소득 70%에 해당되어 기초연금을 추가로 받더라도 총 60만원 선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 중 빈곤지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 노인이 처한 불평등의 상황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증거이며, 충분하지 않은 개인 자산과 사회서비스 자원, 빠른 경제 성장과 서구이념의 도입 등으로 야기된 문화 충돌은 노인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난해서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일자리를 가져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둘째는 노인의 건강이다. 노인 중 만성 질환이 1개가 있다고 응답한 노인이 18.2%, 2개 22.8%, 3개 49.6%로 전체 노인의 90.4%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만성질환을 2개 이상 지니고 있는 복합이환자가 72.2%로 나타났다.

질병치료를 위한 의료비 부담은 노년기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질병의 고통으로 길어진 노년기를 더욱 불행하게 보내는 노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장기간 케어를 필요로 하는 치매, 중풍 등을 앓는 노인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돌봐야하는 수발문제가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가족관계의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진출, 효개념의 퇴화 등으로 인해 케어인력의 부족, 부양의식의 결여로 노부모 부양기능은 크게 상실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노인학대, 가족해체의 문제를 증가시키는 새로운 현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셋째, 역할의 상실이다. 노인들은 직장에서 물러나는 것 이외에 자녀들의 독립, 친구들의 사망 등으로 인한 관계의 상실 그리고 경제적 여건과 건강의 악화 등으로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역할의 상실은 노인 개개인의 자아개념과 사회적 정체감의 혼란을 가져오고, 사회적응상의 곤란을 유발시킨다. 사회학의 현대화이론에 의하면, 노인이 갖고 있는 농경사회 지식과 기술은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고 새로운 기술 분야에 익숙한 젊은이에게 역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무력감(無力感)속에서 노년기의 적절한 역할과 규범을 찾지 못하고 무료하게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넷째, 고독이다. 노인들은 정년퇴직을 한 후 역할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보다는 젊은 세대에 밀려 자신의 인생목표를 상실한 것 같은 허탈감과 소외감을 갖게 된다. 노인들은 고독감과 소외감이 점점 심화되고 사회적 의미를 상실하면서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음을 재촉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복지의 과제

(1) 노인의 의식개혁과 봉사

노인세대는 새로운 의식으로 무장해야한다. 오로지 후배세대인 자식세대를 위한다는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를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사회봉사율은 15% 남짓하고 노인 사회봉사율은 5% 정도이다. 미국국민 사회봉사율 49%에는 한참 못 미친다.

논어에 적선지가 필유여경(績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하여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가정)은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사회봉사와 착한 일을 후손에게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사회를 더 맑게 아름답게 하는 일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회봉사를 한 노인과 봉사를 하지 않는 노인의 삶의 만족도 조사 등에서 그 차이점이 사례로 발표되고 있다.

(2) 소득보장이다.

우리나라 노인 재취업 정책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첫째, 고령자 인재은행을 만들어야 한다. 통계청 통계를 활용하여 학력, 기능, 취업 장소 별 인적카드를 만들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분야는 사람이 남아돌고, 어느 분야는 인력이 부족한 미스매치(mis match)를 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고령자 중 단기적응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한다. 예를 들면, 건강하면서 빈곤한 노인을 위해 재취업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실행해야한다. 빈곤하면서 건강이 나쁜 노인을 위해 국민기초수급자에 편입시키거나 그에 상응하는 복지혜택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정년 연장은 우리나라 노인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최선의 복지정책이다. 그러나 정년연장을 획일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직업 영역에 따라 신축성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 미국의 경우처럼 연령차별금지(age discrimination)를 함으로써 고용주와 노동자가 능력평가에 따른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노인건강을 위한 제도 개선이다.

우리나라 노인을 위한 의료보장프로그램은 의료보험, 의료급여, 노인건강진단으로 나뉜다. 노인의료는 장기보호와 연계되어 있어 장기요양프로그램도 포함될 수 있다.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보장을 위한 공적부조제도이다. 노인건강진단프로그램은 질병의 조기발견 및 치료로 건강의 유지와 증진을 하고 노인복지를 도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인에게는 의료욕구가 다른 계층보다 강하다.

(4)노인권익운동이다.

노인의 빈곤문제, 의료보장 등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과 국가와 사회, 자녀세대에게 봉사한다는 기본철학을 가지고 노인권익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노인권익운동의 목적은 정부나 의회의 정책결정과정에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각종 사회갈등을 중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노인권익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결정변수가 있는데 정치문화, 정책유형, 리더십, 재정력, 구성원의 자의식수준, 이념 지배적인 가치 등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들은 적절한 영양, 위생∙안전∙오염되지 않은 생활환경, 운동∙휴식 등의 생활양식, 예방적∙치료적∙재활적 의료서비스, 비 의료적인 개인적∙사회적 지지 서비스 등을 요구한다.

(5)장수노인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건강기대 수명은 남자 78세, 여자 84세로 장수국가군(群)에는 들지 못하지만 장수노인이 많은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수명은 100세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사회의 모든 제도 및 시스템과 국민의식은 여전히 80년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 선 경험 지원시스템과 정책벤치마킹과 함께 우리국민 욕구에 걸 맞는 맞춤형 고령사회로의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책과 기술개발∙지원을 위한 가칭 장수사회복지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를 거점으로 한 R&D 실천 예산과 인력시스템이 투입되어야 한다. 장수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늘의 문제인 고독사, 노인의 사회적 방치, 빈곤에 허덕이는 하류노인(下流老人)의 문제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과 정책 수행이 있어야 한다.

동양포럼 - 노년철학 국제회의 감상문, 오가와 하루히사, 동양일보 2018

동양포럼 - 노년철학 국제회의 감상문 < 동양포럼 < 기획·특집 < 기사본문 - 동양일보

동양포럼 - 노년철학 국제회의 감상문
기자명 박장미
입력 2018.12.09

오가와 하루히사(일본 동경대 명예교수·동아시아실학연구회장)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3회 노년철학 대화 보고

(11.15~11.27 보은군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

●노년기의 등장이 인간세(人間世)의 탄생

초고령화사회에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늙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철학 대화가 지난 11월 15일~17일까지 보은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에서 개최되었다. 일곱 번 째의 한· 일 학술회의로 노인철학을 주제로 한 3번째의 철학대화이다. 발표자는 한극 측 6명, 일본 측 6명이었다. 첫날은 ‘노년의 자각: 자기인식과 점검’, 이틀째는 ‘노년의 빛과 그림자: 일상의 실상’, 사흘째는 ‘노년의 사회적 인식과 그 재구축’을 주제로 삼았는데, 다음 여섯 개의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하고 싶다.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한 자로서의 중점적인 정리· 보고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먼저 이 철학대화의 취지가 주최하는 측의 김태창 주간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었다. 노령문제는 일본이 선진국이다. 언제까지나 보호 세대, 간호 대상이 아니라 노인의 가치와 귀중함을 밝힐 필요가 있고, 한국과 일본이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세대, 장년세대, 노년세대가 서로 힘을 합쳐서라고 했다. 이하의 보고는 발표순이 아니라 발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노년의 현상과 그 대책

-일본의 경우

오오하시 켄지(大橋健二, 스즈카의료과학대학鈴鹿醫療科學大學 강사, 저널리스트) 씨는 현재 일본에서 간행된 노인 관련 도서를 16권 소개했다. <무연사회>, <노인표류사회>, <노후파단>, <끝난 사람>, <폭주노인>, <절망노인>, <고독사대국>, <훔치기 노인>, <죽지 못한 노인>, <탈출노인> 등. 모두 부정적인 노인의 실상을 주제로 한 것뿐이다. 오오하시씨는 “일본 노인의 가장 큰 문제는 고독이며 갈 곳이 없는 것이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서양근대의 수용에 있다고 하면서 서양근대의 특징을 두 가지 지적했다. 하나는 경제사회, 사회의 경제화이고 그것은 “보다 많이, 보다 많이” 만들라는 지향이다. 부채질의 에토스(부채질 문화)이다. 또 하나는 자아의 발견이고 높은 자아의 추구이다. 개인으로 딱딱하게 굳어져 버리고 타자와의 연계가 약해진다. 회사인간이었던 자가 퇴직해서 노인이 되자 고독해지고 갈 곳이 없게 된다. ‘부채질 문화’의 귀결이다. 이 상황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응을 보니까 노인에게 일을 시키는 방향이다. 정년 연장과 평생 현역이라는 방향으로. 이것은 “노인이 활약할 장소를 다시 비즈니스의 세계로”라는 것으로 ‘젊은이부터 일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오오하시 씨는 강하게 비판하였다.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을 마친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눈이 깰 지적이다. 노동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한다면 수입은 줄어든다. 가난함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는 쓰치다 다카시(槌田劭) 씨가 주창하는 ‘공생공빈(共生共貧)’이라는 삶의 방식이 있다. 철학이란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청년시대에는 강한 개체로서, 노년 시대에는 약한 개체로서 말이다. 오오하시씨는 헤겔이 1818년 베를린대학에 취임했을 때의 연설에서 말한 ‘인생의 일요일 ─철학의 일요일’을 소개했다. 다시 사는 시간, 배움의 시간·장소로써 노년기는 철학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면 젊은이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도 없게 된다. 노인이 철학을 향하게 되면 ‘부채질 문화’를 ‘가라앉히기 문화’로 바꿀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황진수씨(한성대 명예교수, 대한노인회 이사)에 의하면 한국사회는 급속히 늙어가고 있다. 일본 이상이라고 하였고 노인의 사고(四苦)로 가난, 병약, 고독, 역할 상실을 들었다. 특히 노인의 빈곤율은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고 한다. 노인연금은 현재 65세부터이지만 20년을 걸쳐서 단계적으로 70세 이상으로 하자는 안이 나와 있다. 2016년 대학가 학생 시위에서 ‘연금 인상 찬성’의 구호가 나왔다고 한다. 황진수 씨는 대한노인회 이사를 다년간 맡고 있는 전문가로서 동양일보 10월 29일에 게재된 노인복지의 5가지 가제(1. 노인의 의식개혁과 사회봉사, 2. 소득보증, 3. 노인 건강을 위한 제도개혁, 4. 노인권익운동, 5. 장수노인전략) 중 2와 3은 돈이 들어갈 문제이지만 그밖에는 노인의 의식운동이나 사회 전체의 노인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운동으로 중요하다. 1의 사회봉사로는 한국 국민의 사회봉사율은 15%, 그 중 노인은 5%이었다. 이 비율을 높이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미국 시민은 49%) 동아시아 시회는 아주 뒤떨어지고 있다. 황진수 씨는 유명한 고언인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난다. <주역> 곤괘坤卦)을 인용했는데 아주 좋은 고전의 인용이다. 노인권익운동은 “노인의 빈곤문제, 의료보장 등의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과 국가와 사회, 자녀세대에 봉사한다는 기본철학을 가지고 노인권익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국가, 사회, 젊은 세대에 봉사한다는 기본철학”의 내용이 노년의 존재가치와 그 사회공헌이라는 것이리라.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고 밝혀진 것(후술)은 바로 그것이었다.

조추용씨(꽃동네대학 교수)는 발표 논문을 도표와 함께 동양일보지(11월 9일호)에 게재했는데 수치(數値)가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먼저 노인 여가문화의 중요한 관심사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서 소개한다. 제1단계는 젊은이, 장년과 같은 사회적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다. 제2단계는 인간관계에 관심이 옮김과 동시에 금전감각(수입, 저축) 위주가 된다. 제3단계는 자기 연령이나 신체적 변화(체력저하, 노화)를 알게 된다. 제4단계는 건강· 질명 문제(당뇨병 질환이나 사망, 지병)에 대한 관심. 제5단계는 인생관(인생의 종말, 종교)에 관심이 모아진다. 노인의 인생의 관심사의 변화(다섯 단계)는 노인문제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조추룡 씨는 이들 단계에 입각하면서 노인문화가 어떻게 구축되어야 될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먼저 말하고, 가장 약한 입장의 독거노인문제와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치매 문제에 한정해서 한국의 현재 상황을 제시하였다.



노인 중에서 가장 약한 대상은 노인부부세대와 독거노인세대라고 한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률 7.3%로 고령화사회로, 2017년 8월에 14.2%로 고령사회로 돌입했다. 2020년대에 초고령사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 가족을 유형별로 보면 1인 세대의 비중은 33.4%로 가장 많고, 다음은 노인부부 32.7%, 부부와 자녀 9.8%, 부모 한쪽과 자녀 5.5%의 순서이다.(고령자통계, 2017년) 독거노인의 성별 비율은 여성이 74%, 남성은 26%로 여성의 비율이 높다.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70대 노인부부로 배우자가 죽고 독거노인이 될 경우가 많다. 전체 노인세대(주인이 65세 이상) 중 독거노인세대의 수는 1990년과 비교하면 2000년에는 급속히 늘어나고, 1990년의 20%부터 2016년 33.14%로 13.4%도 증가하고 있다. 자식(장남)이나 딸(장녀)이 결혼해서 재산분여(財産分與)를 하지 않는 한 독거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치매노인이다. ‘치매관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혹은 뇌혈관계 질환에 의해 기억력, 지남력,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이 생기는 후천적, 다발성의 장애를 수방한다.” 2012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有病率)은 6.18%로 54만명, 17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202년에는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되어 있다. 2018년에는 치매노인이 약 75만 명, 경도인지장애노인은 166만명, 모두 합치면 32.7%로 세 명 중 한 명이 이에 해당된다. 치매노인 한 사람의 하루의 간호 시간은 6~9시간, 비용은 연간 2074만 원, 전체로 약 15조원, 2050년에는 약78조원에 이른다고 추정되고 있다. 치매노인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2011년 8월에 치매관리법 공포, 2012년에는 약 7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치매노인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2011년 8월에 치매관리법이 공포되고 2012년 2월에 시행되었다. 5년마다 치매관리종합계획(1-2차) 발표, 현재 제3차 계획(2016-2020)이 시행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했다. 2019년부터 256개 시(市)·군(郡)·구(區)에 치매안심센터(직원 15-40명을 각각 배치)를 짓고 운영하고자 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은 모두 국가공무원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조추룡 씨의 이상의 발표에 대해 고멘테이터의 오오하시 켄지 씨는 일본에서는 여가는 노인에게 있어서 지옥이지 빛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치매가 된 시어머니와의 동거는 지옥상태가 되고 마침내 시설에 맡기게 되었다. 내가 사는 시골 동네에서도 매달 15만 엔은 걸린다. 한국의 경우고 치매노인을 시설에게 맡길 경우 가족의 부담을 얼마나 되는가라고 질문했다. 자기 부담을 각가지 비용을 합쳐서 100만원 정도가 아닐까라는 조추용씨의 대답이었다. 일본에서는 노인복지시절에서 간호사와 노인을 사이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젊은 간호사가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시설에서의 노인 간호는 월급에 대해 힘든 직장의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는 노인복지의 일을 싫어한다고 말해진다. 지금 일본의 국회에서 정부가 심의도 제대로 안 한 채 밀어붙이고 있는 입국관리법 개정은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려 하고 있고, 치매노인을 돌보는 데에 외국인을 더 많이 쓰고자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용도 들고 엄청난 노동문제이기도 하다.



2. 노인에 대한 경비와 인력 부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건강하고 자립된 삶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츠치다 다카시(槌田劭)씨의 ‘공생공빈’ 법의 실천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가고 한국도 금방 그렇게 된다고 한다면, 돈과 일손이 소요되는 사태가 더더욱 늘어난다. 노인과 젊은이들의 세대간 모순과 싸움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것에 대한 대책으로 맨 먼저 요구되는 것은 노인이 되도록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체력이 쇠약해지고 노화와 치매를 피할 수 없는 가운데서 말은 쉽지만, 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는 분이 일본에서 참여한, 올해 83세가 되는 쓰치다 다카시씨이다. 쓰치다씨는 교토대학 물리학의 조교수였다. 지금부터 50년 전의 대학분쟁 속에서 당신은 현실을 모른다고 심하게 비판을 받고 과학기술의 진보가 사람들을 정말로 행복하게 만들었는가를 반성하고 대학을 그만두고서, 유기농법을 중심으로 하는 가난하면서도 자립된 생활을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나는 쓰치다 선생과 만나게 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어렸을 때 병약했다고 하는 쓰치다씨는 조그마한 편이지만 건강 그 자체였다. 쓰치다 선생이 이번에 준비한 개요의 후반 부분을 한국어로 번역돼 동양일보에도 게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일보 11월 12일자 지난 9월 23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좌담화가 실려 있고 후반부에서 언급도 되어 있기 때문에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사진과 함께.

문명의 어려움・그 자각과 자기변혁

1973년부터 1회용 시대를 반성하고 협동조합식의 농업운동을 시작했다.

1974년부터 78년까지 시코쿠전력(四國電力) 이카타(伊方) 원전 중지재판에 원고(原告) 주민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가 1978년에 부조리한 판결이 나와서, 과학기술의 범죄성을 확인하고, 이듬해 과학자를 그만두고(교토대 사직) 자기 길을 살아가는 행복의 길에 들어섰다.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 (1) ─무엇보다 먼저 자기 건강에 자각적 책임을 진다

・ 불건강한 체질의 자각(변비/저체온/저혈압/냉증・ 자율신경실조)

・ 건강에의 노력(소식을 자비의 사상으로 실천/ 단식(斷食) 지원/ 체질의 격변/…)

쓰치다 씨는 소식이 자연의 이법과 맞는 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의 기본은 자연의 이치를 알면 알수록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무리하게 살고자 한다면 무리가 따라다니게 됩니다.”(앞과 같음 11월 12일 좌담회에서)

・ ‘심신일여(心身一如)’(마음도 몸도 부드럽게/ 조체법操體法/ 단전丹田호흡법/…)

・ ‘증상 즉 요법’(증상이 일어났을 때의 고통은 병과의 긴장・ 자연치유)

・ 자기 몸은 자기 책임으로/ 의사에게 맡기기・ 대증요법의 무책임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 (2) ─평화로운 삶, ‘공생공빈’에 안심안정을

・ 마음과 몸의 건강・ 급식의 건강(다양성의 존중에 의한 안정 균형을)

・ 하늘에서 주어진 ‘살아갈 힘’에 감사하기(환경에 적응하는 생물 신화의 역사가 안정된 환경에서 살아갈 힘을(보여준다)/ 현존하는 생물은 생존・ 엘리트/ 씩씩한 생명력이 자연에게 주어지고 있다/ 자연을 신뢰하고 자연에게 수순隨順할 것/…)

・ 유기농업은 평화의 사상(안 보이는 지하에 공생의 풍요로움/ 농사의 즐거움을/…)

・ ‘인류멸망’을 두려워하지 말고…(멸망에의 길을 걷는 책임 자각/ 멸망 때 입회하지 못한 무책임/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마음가짐 자체에 지복(至福)이 있다고 믿고…유언반실행(有言半實行)・ 흐지부지함의 행복)

마지막의 ‘인류멸망’ 운운은 과학자로서, 생활자로서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깊은 통찰에 기초한 것이겠지만.

이상의 개요 후반부에서 읽어내고 싶은 것은 ‘공생공빈’의 사상이다. 가난함은 풍요로움이라는 것을 위 지적에서 배우고자 한다.

그럼 여기서 취향을 바꾸고 역사적 인물을 다룬 두 발표를 소개하고자 한다.



3. 노년의 미학─붓다와 송시열(宋時烈)의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서

이번에 매우 나의 관심을 끈 발표는 죽음에 직면한 붓다의 모습을 다른 것이었다. 원혜영(동국대학교 강사) 씨의 발표이다. 80세가 된 붓다가 열반하기 전에 출가하기 전에 살았던 곳을 찾아다니는 긴 여행을 한 것을 나는 몰랐다. 250km, 2~3개월에 걸친 여행이었다고 한다. 도중에서 병에 걸리고 노화로 인해 다리나 허리 등이 아파지는 가운데, 여행 끝에 고향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이 감탄했다고 한다.

“아난다여!(내가 지금까지 여러 번 바라본) 베사리 두시가 아름답구나! 고요한 탑묘(塔墓)들도 웅장하구나! 여래가 원한다면 일 겁 일 겁(一劫一劫) 이상 여기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상 장면은 붓다가 생전에 머물렀던 곳을 다시 돌아보고, 자기 생이 끝나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좀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말로 유명하다고 한다.

또 늙음과 죽음은 업보가 아니라 자연의 추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 붓다가 자기 죽음에 직면하면서 마음이 흔들린 것을 ’늙음의 미학‘으로 이름 짓고 마지막으로 다음 두 가지를 지적했다.

“그 흔들림에 의해 겸허함과 미련에 닿고 소중한 것에 대한 최대치가 무엇인가를 직관(直觀)한 것이 아니었을까.” 주어는 붓다이다. 인간 붓다가 80년의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직관했다고 원 교수는 이해한 것이다. 대단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늙음을 말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차이를 느끼자. 늙음을 말하고 있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늙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붓다가 늙음을 말하는 방식이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신선하다는 것을 지적하셨다. 이것 또한 대단한 지적이다. 생각해 보자. 붓다의 그것을 늙음의 미학으로 그녀가 이름 지은 까닭이다.

또 하나의 발표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노년기를 다룬 김용환(충북대 교수)씨의 발표이다. 송시열은 병자호란에 의한 치욕적인 만주족에의 굴복을 체험하면서 효종을 도와 북벌을 실행하려 한 북벌사상의 중심인물이자, 노론파의 영수로 군림한 정치인이자 유학자이다. 한국사 중에서 성씨에 학자로서 ‘자(子)’자를 붙이는 것이 허락된 유일한 인물이자 <송자대전(宋子大全)>, <조선왕조실록>에서 무려 3000번도 거론될 정도로 사람 입에 이름이 많이 올렸던 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탄핵을 반복하고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주자학만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크게 평가가 갈라지는 인물이다. 김용환 씨는 송시열을 높이 평가하면서 노년철학회의의 취지에 비추어서 송시열이 노년기를 지낸 방식을 다루었다. 대개 노년기는 천리가 인욕에 지기일쑤이지만 송시열은 ‘생명 사랑─올곧은 생각─직(直)의 실천’이라는 3원적 사유로 인욕을 극복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송시열은 의(義)의 사상가로 말해지기만 김용환 씨는 직(直)의 사상가로 본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올곧음에 의해 키운다고 하는 <맹자>의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제자가 물었다) “감히 묻습니다. 어떤 것을 호연지기라고 이릅니까?”

(맹자가 말하기를)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기운이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센 것이므로 올곧음(直)으로써 키워서 해치지 아니한다면 바로 천지 사이에 퍼지게 될 것이다.”

송시열은 자주 하야하면서 향리에서 일관되게 곧게 살았다고 한다. 특히 사창(社倉)에 의거하면서 재야로 있을 때에는 중앙에서 내려질 녹봉을 사양했다고 한다. 향리에 있을 때에는 화양동(華陽洞)의 자연을 사랑하고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화양구곡(華陽九曲)으로 이름을 지었다. 거대한 바위(반석磐石)가 있고 하늘을 찌르듯 솟아나온 경관에서 송시열은 직의 기운을 키웠다고 한다. 네 명의 임금을 섬긴 그도 장희빈(張禧嬪)이 낳은 아들을 숙종(肅宗)이 세자로 종묘에 보고한 것에 대해 시기상조하다고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린 것으로 숙종의 노여움을 사서, 제주도에 유배된 후 사약이 내려지고 83세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독배를 두 번이나 마지면서도 죽지 않았고 세 번째로 눈을 뜬 채 절명했다고 한다. 신심 단련의 성과라고 말해졌다. 김용환 씨는 송시열을 깊이 존경하고 노년철학의 모범으로서 그 ‘생명 사랑─올곧은 생각─직의 실천’이라는 3원 사유를 높이 평가한 것이지만, 평자로 지명된 나는 크게 당혹했다. 15일 당일에 그것을 알게 되고 아무런 준비도 못했던 것과 크게 평가가 갈라지는 인물이 다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을 사문난적으로 규정하면서 독자적인 유교해석을 학자들을 배격한 송시열에 대해 나는 존경심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나는 코멘테이터로서는 부적격이었다. 주최자 측에 반성을 요구하고 싶다. 하지만 올곧음으로 일관한 송시열의 마지막은 늙음의 미학의 하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송시열 만년의 삶을 노년기의 삶의 모범으로 본 김용환씨의 의도를 충분히 헤아릴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4.노년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생물・ 동물학의 입장, 할머니를 모범으로 한 노인의 역할에서

생물・동물학에서 “생물학적으로는 노년기에 의미는 없다. 생식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놀라운 지적으로부터 시작하신 것은 시세이칸대학(至誠館大學) 학장을 마친 하라다 켄이치(原田憲一)씨다. 하라다씨는 지질학자로 암석에 대해 잘 안다. 이번 대회의 전날에 유성종 선생의 안내로 법주사를 견학했는데 큰 암벽의 석층(石層)이 겹치는 모양을 여러 차례 설명해 주었다. 발표에서는 화이트보드를 쓰면서 동물─식물─미생물의 상생상극 순환도, 천(天; 태양권)─지(地; 암석권)─수(水; 수태水態)의 생물태(生物態)를 둘러싼 농축작용과 확산작용, 환경정화와 자원생성의 모습을 그림으로 설명했다.

생물계에서는 자기 죽음은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생물순환이 성립된다. 이것이 지구상의 다양성을 보장한다. 지구의 아름다움은 “다양성 속의 조화”이다. 4억 년 전에 식물이 탄생했다. 46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했고 10억 년 전에 인간이 탄생했다. 그리고 인간의 노년기가 등장하면서 인간성이 탄생했다고 한다. 노년기의 등장에 의해 인간성의 탄생했다는 지적은 몇 번이나 반추(反芻)할 만하다. 노년철학의 근본명제라고 생각한다.

노년기는 생식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노년기는 인간만이 획득한 기억하는 기능에 의해 지혜의 축적과 전달이 이루어진다. 노인의 존재의의가 군거공동체(群居共同體) 속에서 인정되고 노인은 윗자리에 앉히게 된다. 그러나 산업화・ 공업화에 따른 사회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농업만의 지식・ 지혜는 비중이 낮아지고 노인은 윗자리에서 끌어내려지게 되었다. 인간의 노년기의 의의와 가치는 인간의 생애를 총괄하는 철학과 인생을 마음껏 즐기는 예술에 있다. 인간은 예술동물로 태어났다고 한다. 어린이는 점토(粘土)를 받으면 무언가를 만들고자 한다. 막대기를 받으면 물건을 때린다. 그리고 춤을 춘다.

하라다 씨는 총괄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죽음으로 후세에 삶의 모범을 제시하고 동족을 구하고 있다. 생명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동족을 위해 죽는 생물이 되었다.”

-할머니를 모범으로 삼고

원광보건대학 교수인 김자옥 씨는 할머니부터 매우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할머니 젖에서 떼기 위해 어머니가 아주 고생했다. 그런데 김자옥 씨는 할머니를 모델로 했다고 여겨지는 네 가지 노년 규정을 제시하셨다. 자세한 내용은 동양일보 11월 9일호 게재의 논문을 보시기 바란다.

① 노년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지혜이다.

② 노년은 한없이 자애로 가득 찬 사랑이다.

③ 노년은 자기 자비이다.

④ 노년은 사회적 활동이다.

④에 대해서는 고독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연수를 받음으로써 외국의 노인들이 공공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실을 목격하고 신선함을 느꼈다고 한다. 스포츠관람센터에서의 자석의 배치, 승차표 검사, 안전 확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것은 ③의 ‘자기 자비’ 규정이다. 그녀는 이렇게 정의한다. “자기 자비는 스스로를 따뜻하게 돌보고 내가 고통 속에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쿨함(Cool), 시크(Chic), 시니컬(Cynical)함을 멋으로 여기는 현 세태와 반대로 따뜻함과 배려를 바라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적용함으로써 심리적 안녕감에 도움이 되는 자기개념으로 연대감과 공감능력을 높여준다.” 고독감을 해방하고 타자와의 연대감을 높이는 것이 자기 자비의 개념이라고 한다. 자비의 마음을 자기에도 적용하고 모두들 안에 있다고 하는 감정을 말한 것 같다. 이것은 인간에는 누구나 필요한 것이지만, 고독하기 쉬운 노년기에는 특히 필요하다고 한다. 자기애가 아니라 자기를 자애로워하는 마음이다. 세 번째의 노년 규정은 시간을 걸어서 생각하고 맛볼 만한 규정이다. 그녀는 결론짓는다.

“아주 작고 사소한 행복이라도” 그대로 넘기지 말아야 된다. “이러한 가치들이 한데 어우러져야 자기 자신의 노년철학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노인에게 요구되는 것 : 노년의 역할

주오가쿠인대학(中央學園大學)의 미네 마이코(峯眞依子) 씨는 ‘늙음이 전 인류에게 이익이 될 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동앙일보 11월 9일자에 전문이 실려 있으므로 살펴주시기 바란다. 여기서는 첫 부분과 말미의 결론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녀는 첫 부분에서 사상가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의 생애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노인을 경제적으로 안정시키고 적어도 돌봐주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잉태한 여성에게 충분한 휴가와 급료를 주고 충분히 육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실현되면 역사는 그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안 읽었지만 내가 젊었을 때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아주 유명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읽었다. 마르크스주의 계열의 사상가・ 평론가였다고 생각되는데 엄청 대단한 말이다. 노인과 임부(아이도 포함)를 경제적으로 안심시킬 수 있다면 역사는 그만이라고 한다. 요시모토 다카아키 씨가 말하는 역사가 그만할 경제는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물어보고 싶지만, 이 보고서 1에서 본 노인문제의 경제적 심각성을 생각할 때, 요시모토 씨의 이 제언은 현실성이 있다. 미네 씨는 첫 부분의 이 제언으로 되돌아가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어찌됐든 마지막에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일이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움직이지 못한, 일을 하지 못한 경험을 통해 원래 하지 않아도 좋은 일을 고령자가 사회에 제시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젊은 사람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조금뿐이니 그런 쓸데없는 일은 안 해도 돼’라고 그들이 보여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인가. 늙음에는 인간이 사는 의미와 인생의 질을 높여줄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우리 인류 전체의 이익이다. 또한 늙는 것이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노인을 경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과 연결된다.”

미네씨는 국제무대에서도 활약한 가수로서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요청에 따라 희의장에서도 노래를 피로해 주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5. 노년이야말로 철학할 때─인생 2모작과 그 실천

-인생 2모작

병을 무릅쓰고 참가하신 83세의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1966년에 하와이로 건너가 일본계 하와이인 3대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면서 1세의 일은 3세를 통해 2세가 배우는 관계를 보고하였다. 2세는 1세에 대한 반발성이 강하고 그것이 희박한 3세의 1세 이해를 통해 2세가 1세를 배운다고 한다.

강신표 씨는 그 뒤에 미국의 학자 William Sadler의 핫 에이지(Hot Age)론을 소개하였다. Sadler는 Third Age라는 말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은퇴한 이후 30년의 삶이 새롭게 발견되어가고 있다고 하면서 Hot Age라는 이름을 짓고 그 시기 사람들이 다음 6R의 시간을 구가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①육체의 부활(Renewal)

②원기 회복(Revitalization)

③영적 재생(Regeneration)

④자아의 재발견(Rediscovering)

⑤회춘(Rejuvenation)

⑥인생의 방향 수정(Redirection)

Hot Age를 살고 있는 퇴직자들을 조사해서 알게 된 여섯 가지 공통점을 들어본다.

①자기가 바라는 진정한 생이란 무엇인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젊었을 때의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과 달리 그들은 주로 내면적인 만족을 추구하고 있다.

②과거에는 가족, 친구, 자녀, 직장 등을 위해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도 이기적이라는 지탄을 안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③그들은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과거에 하고 싶었던 일, 여가를 즐기는 일을 하고 있다.

④정신적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호기심, 웃음, 밝음(명랑성), 상상력을 발휘하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⑤가족, 친척 이외에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연회를 베푸는 등을 하면서 그것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이 많다.

⑥그들은 누구나 죽어가는 것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죽음에 대해 준비가 잘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강신표 씨는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오늘의 현실은 보통사람도 인생 2모작을 해야 할 때이다. 빨리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된다. 결국 모든 노년은 자기가 준비한 만큼 산다는 것이 현실이다. ‘부지런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갖게 된다.’─서양의 격언”

병을 무릅쓰고 참가하신 강신표 선생에게 감사를 드린다.



-노년철학의 엣센스

이제 노년철학 구축의 때이다. 노년의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포함해서, 빛과 그림자도 포함해서 노년철학은 구축될 필요가 있는데, 야마모토 쿄시(山本恭司) 미래공창신문 사장은 ‘초고령 사회에 있어서 노인의 의미와 가치’라는 제목으로 10항목의 개요를 준비하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사전에 한국어로 반역되어 있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 중에서 핵심으로 여겨지는 명제를 소개하고 싶다. 이것은 노년철학의 긍정적인 면의 기본원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지적이 한 가지 있으므로 그것은 핵심의 소개 뒤에 다루고자 한다.

①노인은 정신적으로는 영혼을 계속 갈고 닦아온 사람에게는 노숙기이고 수확기이고 제2의 탄생의 시기이다.

②노년기에는 사물의 진상이 여실히 보이게 된다. 순화된 영혼은 ‘참’에 가까워진다.

③노인은 그때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보은의 증거로 청장년, 젊은이 세대와 장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심경에 이른다. 전쟁의 비참함을 체험한 노년세대는 체험을 이야기하고, 배우고, 차세대에게 그것을 전달해야 된다.

④인생을 진지하게 살아온 노인은 도의, 올바름, 도리가 훤히 보인다. 모든 체험과 지식을 체계화시켜 하나의 철학을 구축하는 것은 노년세대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노년철학이다.

한 가지만 숙고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지적이다. “젊었을 때부터 자기 자아를 살피고 반성하며 타자를 생각할 마음을 가져온 사람의 노년기는 자기 확대・ 자기실현의 자아가 아니라 우주력(宇宙力)에 호흡을 맞춘 자기수축・ 타자실현의 자기에로 180도 전환된다. 무조건 남을 공경하는 ‘경(敬)’의 체인자(體認者)가 된다.”

‘자기실현의 자아’부터 ‘타자실현의 자아’에의 대전환, 말은 쉬우나 실현은 용이하지 않다. 해야 되는 과제를 아직 못하고 있는 노년에게 ‘자기실현의 자아’는 버릴 수 없다. 다만 ‘타자실현의 자아’라는 규정은 신선하다. ‘우주력에 호흡을 맞춘 자기수축’이라는 규정도 눈이 끌린다. 나는 지금 일본의 농민철학자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1895~1933)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의 <농민예술개론강요(農民藝術槪論綱要)>에는 다음과 같은 지적이 있다.

“자아의 의식은 개인에서 집단사회 우주에로 점차 진화한다.……바르고 강하게 산다는 것은 은하계(銀河系)를 자기 속에 의식하면서 그것에 응해가는 것이다.”

야마모토 씨가 말하는 대전환은 발상으로써 중요할 것이다. 다만 나는 공존할 수밖에 없고, 전환은 마이페이스로 서서히 진행시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에 남을 공경하는 ‘경(敬)’도 목표이다.



6. 노년철학과 여성

이상 지금 노년철학대화에서 발표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발표에 언급했다. 마지막이지만 시종 코디네이터로서 총괄토론에서 발표한 김태창 선생의 발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중에서 김태창씨가 가장 솔직하게 말한 것은 두 여성의 일화와 여성의 영성의 깊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명은 시오자와 미도리(鹽澤みどり)라는 분. 김태창 주간은 2014년 가을에 나가노현(長野縣) 도가쿠시(戶隱) 옆에 있는 이이즈나고원(飯綱高原)의 생명의 숲 문화재단, 스이린(水輪)을 사흘 통안 방문하고 체류하였다. 거기에는 시오자와 미도리씨 부부와 39세 나이로 몸져누운 딸이 있었다. 39년전 부부에게 중도의 신체장애인의 딸이 태어났다. 부부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가노현 산중의 이이즈나고원으로 옮겨 살고 들판을 개간하고 집을 짓고 밭을 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살아가야 되기 때문에 산야를 개간하여 지금은 훌륭한 농장이 되어 있다고 한다. 딸은 몸져누운 채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러나 부부는 그 딸이 병상 속에서 사계적마다 자연의 변화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격려되면서 간신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노년철학 대화 뒤에 이 보고의 글을 쓰기 위해 야마모토 쿄시씨가 보내준 ‘생명의 숲 통신’ 2015년 1월 1일호에 의하면 딸(사오리早穗理)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석이 달려 있었다. “출산시의 의료사고로 인해 전두엽 뇌손상이라는 최중도의 뇌장애를 당하게 되고, 39세의 오늘날도 스스로 걷거나 마시거나 말할 수 없고, 거의 몸져누운 생활을 하고 있다. 부부는 시설에 맡기지 않고 24시간체제로 자택 간호하면서, 재단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통신에 시오자와 미도리씨가 지은 시가 4편 개제되어 있었으므로 네 번째의 ‘사오리의 노래’에서 ‘봄의 사오리’ 부분만 소개하고자 한다.

“봄 따뜻하고 작은 새 울며/ 눈석임물 수면에 봄빛 비치며/ 잠에서 깬 새잎의 냄새/ 산뜻해/ 뺨 스치는 솔솔바람의 소리/ 민들레꽃 관을 싣고/ 가볍게 봄의 여신과 사오리가 논다/ 동근 얼굴에는/ 기쁨이 넘치고/무 엇을 말하고 있는지/ 가끔 부끄럽게 웃고 끄덕거리네.

봄의 하루/ 오브라트에 싸인/ 부드러운 햇살 속에서

이 사오리의 평안은/ 이 사오리의 미소는/ 운하 속의 소우주

이 사오리의 잠잔 얼굴은 이 사오리의 눈동자 속/ 운하 속의 소우주

이 사오리의 평안은/ 이 사오리의 미소는 운하 속의 소우주”

김태창 주간이 거론한 또 한 명의 여성은 세계적인 정신의학자인 에릭 에릭슨(1902~1994)의 딸이다. 그녀도 저명한 정신의학자이다. 에릭슨은 태어난 첫 아이가 신체 장애아였다. 그런 아이를 키우면서 미국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고 부부는 그 아이를 시설로 보냈다. 사실상 그 아이를 버린 것이다.

나중에 딸도 그 사실을 알고 아버지를 위선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나의 생명을 버려놓고 다른 생명의 행복을 실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이다. 김태창 주간은 시오자와 미도리 씨나 에릭슨의 딸의 아버지 비판을 알고 여성의 영성이 남성의 영성보다 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김태창 주간은 빛이 그림자가 되고 그림자가 빛이 되는 것이 노년철학의 핵심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두 분 여성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남성은 creative, 그러나 여성은 generative이라고.

생명이 차세대를 낳는 귀중함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남성은 여성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을 그 두 사람을 통해 확실히 배웠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무용무책(無用無策)한 인간인가를 통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0명 이상의 학자・ 연구자와 대화하고 공공철학운동을 20여 년 동안 계속해온 김태창 주간의 이와 같은 자기인식에 당목(瞠目)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일의 종합토론 자리에서 김태창 주간은 <옹동론(翁童論)>(총 4권, 가마타 토지鎌田東二 저)에서 “인간 중에서 가장 제대로 된 사람은 어린이와 노인이다”라는 지적을 소개하면서, 노인→죽음→어린이→노인 이라는 연쇄에 기초하면서, 노인과 어린이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하셨다. 이 지적도 노년철학을 생각할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7. 두 가지 노래

이틀째 낮에 가수였던 미네 마이코(峯眞依子) 씨가 노래를 두 곡 불렀다. 이탈리아의 노래와 오키나와의 노래다.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이탈리아의 노래는 ‘넬라 판타지아(환상 속에서)’라는 제목으로 김태창 주간에 의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가사이다.(동양일보 2016년 11월 28일자에서)

“나는 환상 속에서 모든 것에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본다. 나는 저 떠 있는 그름처럼 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깊은 곳까지 인간 사랑으로 가득 찬 영혼을…. 나는 환상 속에서 밤조차도 어둡지 않는, 밝은 세상을 본다. 저 하늘에 뜨는 그름과 같이 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깊은 곳까지 인간 사랑으로 가득 찬 영혼을….”

또 하나는 오키나와의 민요이다. ‘The flower of Tensagu’라는 제목이다.

“어버이 말씀을 잘 명심해/…어버이 가르침은 끝이 없다/ 어버이는 북두성과 같다/ 정직한 자는 천대(千代)에 걸쳐 번영하다.…(그 뒤에 어버이의 가르침의 핵심이 이어진다)”

오키나와의 옛 노래는 어버이의 가르침의 소중함을 부른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번 노년철학 대화와 어울린 것이었다. 김태창 주간은 지난 번(제2회) 때는 젊은 여성의 그림이었는데, 이번에는 노래가 금상첨화(錦上添花)해 주었다고 칭찬했다. 예술의 요소는 노년철학에서 뗄 수 없는 것이다.



8. 속리산 기슭의 자연─들국화와 감사의 말씀

마지막으로 회의장과 숙사를 둘러싼 들국화와 자연, 대화를 지탱해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먼저 들국화이다. 시종 도와주셨던 최장로이신 유성종 동양포럼운영위원장은 들국화는 꽃은 작지만 향기가 짙다고 말하였다. 이렇게 많은 들국화에 쌓인 것은 나는 처음이었다. 이토 사치요(伊藤左千夫)의 <들국화의 무덤>이라는 소설이 있지만, 일본에서 이와 같이 들국화가 왕성하게 꽃비는 곳이 과연 있을까. 참가자의 한 사람인 김영미 시인이 “국화 향기처럼 노년철학이 널리 퍼지는 것을 기원합니다.” 라고 말했다.

목조의 숙사는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 식당에서의 식사도 속리산 기슭에서 채취된 산채가 위주로 이것도 자연이 가득 차 있었다. 바쁜 가운데 몇 번이나 찾아와 준 정상혁 보은군수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이름의 과자를 나눠 주었는데 찾아보니까, 중국 고전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5년의 고사에 유래하는 말이었다. 딸을 순사(殉死)에서 면해 주신 은인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었을 때, 그 아버지가 풀을 맺고 적장이 다리가 걸려 넘어지게 하고 잡히도록 하는 것으로 그 은혜에 보답했다는 고사이다. 결초(結草)란 말 그대로 풀을 맺는다는 의미이다. 또 군수가 대추를 많이 선물해 줬다. 대회 전날에 법주사 입구 매점에서 생대추를 사다 먹었는데, 생대추를 먹은 것도 처음이었다. 작은 사과와 같은 맛이었다. 들국화 이외에 또 하나 대추가 (속리산) 보은군의 상징이 됐다.

한일학술대화이기 때문에 통역진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원광대학교의 조성환씨와 야규 마코토씨, 동덕여자대학교 이선영씨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동양포럼 운영위원장으로 최장로인 유성종 선생에게는 거듭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발표・토론을 모두 참가・방청하시고 숙사와 회의장의 송영까지 모든 일에 배려해 주었다. 이번 회의는 아주 많은 결실이 있었다고 말씀해 주신 것도 반가웠다.



●처음 참가한 자로서의 감상

나는 77세이지만 자기를 노인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늙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보라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양하고자 했다. 전화로 의뢰자인 야마모토 쿄시 미래공창신문 사장에게 말씀드리자 김태창 선생이 올해 봄 죽음 직전까지 가는 경험을 하였고 그 경험에서 노년철학을 구상하였다고 하였기에, 마지막 작별 인사의 뜻으로 참가해야 된다고 다시 생각하고 발표 원고를 써서 제출했다. 자기를 억지고 노인으로 만들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을 네 가지고 정리해서 썼다. 지금 죽을 수 없는 사정(세대로서의 과제 의식을 포함해서), 신변정리, 지금에야 알게 된 것, ‘보본반시’의 마음의 네 가지이다. 자세한 내용은 동양일보 10월 29일자에 게재되어 있으므로 살펴보시기 바란다. 당연한 일이 위주가 된 발표이지만 주목할 점이 두세 가지 있었다. 나는 우리 세대의 과제책임으로 지금 일본국헌법 제9조의 전쟁포기 조항을 지키는 과제와 북조선의 무시무시한 강제수용소를 없애는 과제를 들었다. 코멘테이터의 선생에서 인권은 상대적인 개념이니까 북한 쪽의 주장도 있지 않을까라는 반론을 받았다. 그것에 대해 나는 인권이란 생명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이다. 북조선은 인권을 국권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지극히 그릇된 견해, 말도 안 되는 견해라고 반론했다. 끝난 후 여성 참가자가 인권에 대한 말씀이 아주 인상 깊었다고 하여 나는 기뻤다. 내가 50년 가까이 연구해 온 에도시대(江戶時代)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 미우라 바이엔(三浦梅園)은 하루에 세 번(아침・ 낮・ 저녁) 성묘했다. ‘보본반시’(<예기禮記> 교특생郊特牲편)의 정신으로 미우라 바이엔은 ‘감시사본(感始思本)’으로 바꿔 말했는데 김태창 선생은 “‘본’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천지자연, 조국, 신세를 진 사람들, 평화”라고 대답했다. ‘보본반시’(감시사본)은 노년철학의 한 요소로 놓아도 좋다고 말해 주었다. 사흘간의 노년철학 대화에 참가하면서 나는 다양한 것을 배웠다. 불교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붓다의 마지막 여행 이야기는 각별히 내 관심을 끌었다. 이틀째에 야마모토씨가 이번 대화의 보고문을 1만6000자(400자 원고지 40장)로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한국말도 약간 할 줄 알기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어서 승낙했다. 귀국 후 1주일간, 내 필기메모를 정리하고 동양일보에 게재된 한국 측의 글도 정독해서 이 보고와 같은 구성으로 정리해서 1만6000자를 채울 노력을 했다. 솔직히 말해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이 아니라 하지만 노인이라는 자각에 도달했다. 대회 주최자, 참가자 전원에 감사를 드린다. 만나보니까 김태창 선생은 정정하고 건강하였다. 억지로 노인으로 만들어진 나였지만 지금은 상당히 노인으로서의 자각이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년기의 등장에 의해 인간성이 탄생했다”는 말로 이 보고를 마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