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8

알라딘: 라틴어 수업 한동일

알라딘: 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은이)흐름출판2017




Sales Point : 37,802

8.6 100자평(86)리뷰(1

312


편집장의 선택
"도대체 라틴어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인문학 열풍’을 말하지만, 정작 인문학을 탐구하고 교육하는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점차 자취를 감추거나 이름을 바꾸는 게 현실이다. 당장 쓰일 곳이 없으면 영원히 쓰일 기회를 잃어버리는 시대에, 더는 쓰이지 않는 라틴어를 배운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대학 교양 강좌로 열린 라틴어 수업에 수백 명의 학생이 모여들고 학생이 아닌 청강생까지 찾아오기 시작했으니 이를 ‘라틴어 열풍’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라틴어 수업의 강사는 변호사 한동일이다. 변호사라고? 그렇다. 물론 특별한 변호사다. 한국인 최초는 물론이거니와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로 임명된 주인공이다. 그는 라틴어가 지금 쓰이지 않는 언어인 데다가 배우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며 겁을 주며 강의를 시작하지만, 막상 강의에 들어서자 문법과 단어가 아니라 라틴어라는 언어와 맥을 같이 하는 유럽의 문화를 바탕으로, 그때부터 이어진 앎과 삶의 문제를 하나씩 꺼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응답으로 끌어올린다. 강의 제목은 초급 라틴어와 중급 라틴어지만, 강의 내용은 초급 종합 교양과 중급 인생 독본이라 하겠다. 비록 지금은 라틴어 강좌가 막을 내렸지만, 이 강의록은 라틴어처럼 오래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 인문 MD 박태근 (2017.06.30)

책소개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한동일 교수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저자의 강의는 입소문을 타고 서강대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신촌 대학가를 벗어나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일반인들까지 찾아오기에 이른다.

단순한 어학 수업에 그치지 않고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 제도, 법, 종교 등을 포함해 오늘날의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까지 종합 인문 교양 수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유학 시절의 경험과 공부의 어려움, 장점과 단점에 대한 성찰, 관계의 문제 등 삶의 면면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삶과 죽음, 자존, 관계와 태도의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화두이다. 이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강의를 찾아들었던 이유다.
이 책『라틴어 수업』은 저자의 강의 내용을 집약해 담은 것이다. 책 말미에는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이 책 출간을 기념해 보내온 편지를 함께 실었다.


목차


서문

Lectio 1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Magna puerilitas que est in me

Lectio 2 첫 수업은 휴강입니다
Prima schola alba est

Lectio 3 라틴어의 고상함
De Elegantiis Linguae Latinae

Lectio 4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Lectio 5 단점과 장점
Defectus et Meritum

Lectio 6 각자 자기를 위한 ‘숨마 쿰 라우데’
Summa cum laude pro se quisque

Lectio 7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Ego sum operarius studens

Lectio 8 캐사르의 것은 캐사르에게 돌리고 신의 것은 신에게 돌려 드려라
Quae sunt Caesaris Caesari et quae sunt Dei Deo

Lectio 9 만일 신이 없더라도
Etsi Deus non daretur

Lectio10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
Do ut Des

Lectio 11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
Tempus est optimus iudex

Lectio 12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
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

Lectio 13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Lectio 14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Hodie mihi, Cras tibi

Lectio 15 오늘 하루를 즐겨라
Carpe Diem

Lectio 16 로마인의 욕설
Improperia Romanroum

Lectio 17 로마인의 나이
Aetates Romanorum

Lectio 18 로마인의 음식
Cibi Romanorum

Lectio 19 로마인의 놀이
Ludi Romanorum

Lectio 20 아는 만큼 본다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

Lectio 21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Desidero ergo sum

Lectio 22 한국 사람입니까?
Coreanus esne?

Lectio 23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Verumtamen oportet me hodie et cras et sequenti die ambulare

Lectio 24 진리에 복종하라!
Oboedire Veritati!

Lectio 25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Lectio 26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Dilige et fac quod vis

Lectio 27 이 또한 지나가리라!
Hoc quoque transibit!

Lectio 28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Dum vita est, spes est

감사의 글

‘삶의 책장’을 짓는 라틴어 수업을 기억하며 - 제자들의 편지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라틴어 수업』은 제가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초급·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P. 37 아지랑이를 뜻하는 라틴어 ‘네불라(nebula)’만 해도 그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참으로 긴 시간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기운을 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지랑이’라는 단어가 억겁의 시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고 시시때때로 그렇게 우리 마음을 ... 더보기
P. 74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가 나를 ‘숨마 쿰 라우데(최우등)’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 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것없게 만드니까요. 그런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 더보기
P. 128~129 ‘베아티투도(beatitudo)’라는 라틴어가 있습니다. ‘행복’을 뜻하는 단어인데 ‘베오(beo)’라는 동사와 ‘아티투도(attitudo)’라는 명사의 합성어입니다. 여기에서 ‘베오’는 ‘복되게 하다, 행복하게 하다’라는 의미이고 ‘아티투도’는 ‘태도나 자세,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 즉 ‘베아티투도’라는 단어는 ‘태도나 마음가... 더보기
P. 156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관이 되어 제게 기억으로 남았고, 제 죽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내일은 저 역시 관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그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 더보기
P. 174 새들을 각자 저마다의 비행법과 날갯짓으로 하늘을 납니다. 인간도 같은 나이라 해서 모두 같은 일을 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고 저마다의 날갯짓이 있어요. 나는 내 길을 가야하고 이때 중요한 것은 ‘어제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정확히 모르... 더보기
P. 274 Hoc quoque transibit!
힉 쿠오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의 고통과 절망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어디엔가 끝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마침표가 찍히기를 원하지만 야속하게도 그게 언제쯤인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끝이 날 거라는 겁니다... 더보기
‘아지랑이‘는 라틴어 ‘네불라nebula‘라고 합니다. 그 뜻은 ‘보잘것없는 사람, 허풍쟁이‘란 뜻의 ‘네불로nebulo‘라는 명사와 ‘안개 낀, 희미한‘을 뜻하는 형용사 ‘네불로수스nebulosus‘에서 파생한 단어입니다. 그래서 라틴어 ‘네불라‘에는 ‘아지랑이‘라는 뜻 외에도 ‘보잘것없는 것‘, 그런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오... 더보기 - iamjune
평가 언어가 모두 긍정적인 표현입니다. ‘잘한다/보통이다/못한다‘식의 단정적이고 닫힌 구분이 아니라 ‘잘한다‘라는 연속적인 스펙트럼 속에 학생을 놓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겁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스펙트럼 위에서라면 학생들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발전에 ... 더보기 - iamjune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자신을 가엾게 여길 줄 모르는 가엾은 인간보다 더 가엾은 것이 엇이겠습니까?˝ 이렇게 나 자신과 소통하면서 나를 알게 되고 나를 다스리며 성숙해집니다. 자기 마음을 찬찬히 읽어내는 노력을 계속하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누구나 마음먹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91쪽) - iamjune
인류 역사상 종교와 신앙의 가치가 최고조에 이른 중세 시대에서조차 성경의 가치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새 시대의 사람들은 성경의 가치는 유념하되, 세속의 학문과 연계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우리는 바오로를 통해 어떤 공동체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 더보기 - iam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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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한동일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2001년 로마 유학길에 올라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2003년 교회법학 석사학위와 2004년 동 대학원에서 교회법학 박사학위를 모두 최우등으로 취득한 뒤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 변호사 자격을 얻어 이탈리아 법무법인에서 일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강대학교에서 라틴어 강의를 맡아 진행했고, 이어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유럽법의 기원’과 ‘로마법 수업’을 강의했다. 현재는 번역과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믿는 인간에 대하여』 『한동일의 공부법』 『카르페 라틴어 한국어 사전』 『로마법 수업』 『법으로 읽는 유럽사』 『라틴어 수업』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교회 법률 용어 사전』 『교부들의 성경 주해 신약성경 8』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믿는 인간에 대하여>,<한동일의 공부법>,<카르페 라틴어 한국어 사전> … 총 2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한동일 교수의 화제의 명강의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에 대한 품격 있는 응답

“아직 꽃피지 못한 청춘, 그러나 ‘라틴어 수업’에서 배운 것은 ‘꽃’이 아니라 그 근본이 되는 ‘뿌리’였습니다.”
- 제자들의 편지 중에서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한동일 교수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저자의 강의는 입소문을 타고 서강대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신촌 대학가를 벗어나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일반인들까지 찾아오기에 이른다. 단순한 어학 수업에 그치지 않고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 제도, 법, 종교 등을 포함해 오늘날의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까지 종합 인문 교양 수... 더보기


올해의 책
2017 올해의 책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낯선 외국어 하나 정도 진득하게 공부한다는 건 꼭 필요한 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만 보더라도.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 2017년 최고의 책이다. - 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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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anic 2022-11-0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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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2022-10-19 공감 (26) 댓글 (5)



라틴어 수업은 저자가 서강대학교에서 2010년부터 근 6년간 강의했던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라틴어는 지금 쓰이지 않는데다 공부하기도 어려운 언어(단, 복수, 인칭에 따른 변화 등이 복잡함)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생활 속에서 라틴어를 많이 만날 수 있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읺는다. (예를 들면 유비쿼터스, 아우디, 스... 더보기
거리의화가 2021-12-17 공감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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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배우기 입문서 격으로 읽어보았으나 실망. 직접 강의를 들으면 뭔가 다른지는 모르겠으나 책으로 읽어서 그런지 대체 뭐가 매력인지 모르겠음. 그 많은 라틴어 텍스트 중에서 로마와 (특정) 종교에만 치우쳐 있음. 종교인 특유의 (얼핏 그럴싸 하나) 공허한 인생 조언도 지겨움.
Dante99 2017-10-29 공감 (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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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동일교수의 라틴어수업 강의내용 발췌...정도의 책인줄 알았는데. 하! 이건 힐링서인가. 그 어떤 자기계발서나 최근 난립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치유계 책들보다 더 큰 힐링을 받았다.
아나킨 2018-03-10 공감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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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를 둘러싼 교양 수준의 지식과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인생의 교훈을 담은 책. 이 책 한 권으로 라틴어 단어나 문법을 마스터하길 기대하진 마시길.
키치 2017-07-09 공감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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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하나에, 행간마다
상대의 눈높이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아
가볍지 않지만 어렵지 않게, 옆에서 토닥토닥이듯 격려하듯 말하는 것 같은 저자의 글을 읽으며 저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팠답니다. 꼭 올해 가을 날씨 같은 책.^^
그린티 2017-12-15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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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아주 쉬운말인데 가슴을 때리는 말들이 있더군요
그래 이런방법으로 사는거지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수사가 가득한 말들보다 훨씬 아름다운 책이네요
nyny2424 2017-10-24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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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은 걱정하지마라...



책상 위에 이 책을 올려놓았더니,

지나가던 직원이 보고는,

'이젠 라틴어까지 배우려는 것이냐'며 혀를 끌끌찬다.

그 직원이 보기에도 내가 여러 언어를 건드리기만 하는 꼴이 기가 찼었나 보다.

내가 펼쳐놓기만 하고 수습을 못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기는 하지만,

그 어렵다는 라틴어에 함부로 손을 댈 정도로 들이대지는 않는다.

'라틴어수업'이라는 제목을 빙자한, 한동일이라는 분의 삶의 흔적, 발자취 정도 되겠다.



사실 이 책이 처음부터 재밌지는 않았다.

아주 반듯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바른생활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책을 읽어나가면서 예전 강의 내용을 정리한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입말과 글말은 체감 온도가 확실히 다르구나 하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책의 중반쯤을 읽다가 문득 저자의 양력이 떠올랐는데,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일뿐만 아니라, 신부님이셨던 것이다.

이 분이 사제복을 입지 않고 일반 복장을 하셔서 그런걸까.

깨달을 새가 없었는데,

문득 문득 성직자 같은 이미지가 엿보였었는데,

성직자였다.

책의 후반부쯤 일반 복장을 하는 이유가 나온다.



강의에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책에서는 라틴어 공부 자체보다는,

우리가 알고있는 단어나 숙어의 의미나 뉘앙스 같은 걸 알기 쉽게 풀어낸다.

라틴어가 갖는 언어적 특성 따위가 배어있는 인생론에 가깝다.



그런 라틴어의 특성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측면을 든다.

우리가 사용하는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은 법률적 표현인데,

'하지 마라', '주의해라'와 같은 명령형이 아니라 행동의 주체인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가 로마인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을 거라고 한다.(45쪽)



'라틴어의 고상함'을 얘기하면서는,

문학적, 언어적으로 뛰어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여 타인과 올바른 소통이 가능한데,

라틴어가 그런 언어라고 얘기한다.

정작 메시지를 읽지 않고 그 파장에 집중하여, 오해가 생기고 소통이 되지않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말은 곧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 책이 재밌지 않았던 이유는,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표현하는 부분과,

공부를 습관이라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이게 좀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한때 너무 공부만 했고,

그리하여 엉뚱(=엉덩이가 뚱뚱)하기론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않을 자신이 있는데,

하지만 다시 공부를 하라면 그건 또 완전 싫다, ㅋ~.



그러면서 '하비투스'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들려준다.

'습관'이라는 뜻 외에도 '수도사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수도사들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기도를 하고 노동을 하고 식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 일괄적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여기서 '습관'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단다.



공부하는 습관에서 그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 에너지를 쏟아붓기 위해 스스로의 리듬을 조절하는 걸 중요시하는데,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줄 아는게 좋은 두뇌나 남다른 집중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는게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고 하는데,

모든 일을, 내지는 모든 공부를 자신이 다 할 수 있다고 하고 깔고 앉아 뭉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라틴어의 뜻을 설명해주는 것도 쏙쏙 들어왔는데,

'Sacer(사체르)'라는 단어에 '거룩한'이라는 뜻과 '저주받은'이라는 뜻도 있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진 단어라는 것이다.

가끔 만나게 되는 '거룩할지어다'라는 말이 '저주받아라'라는 욕설을 담고 있다는 것이 의외였지만,

몰랐던 그 말의 뉘앙스를 명쾌하게 알게 되어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꾸준히 산책을 하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점.

공부도 꾸준히 하지만,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산책을 한다는 데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만든달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마치 폭발 직전의 폭주 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삶에는 간이역 같은 휴게소가 필요합니다. 제 경우에는 상처가 오히려 그런 간이역 같은 휴게소가 되어주었습니다. 멈춰 서서 제 안을 들여다보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래도 때로는 '이 간이역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아픈 건 아픈 거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이 간이역을 지나고 또 지나면 제가 닿을 종착역도 어디쯤인가 있을 겁니다.(259쪽)



이러저러한 라틴어 격언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지금의 내 마음가짐과도 닮아서 좋다 싶었던 건 이 문장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272쪽)



malo가 인도 유럽어로 '나쁜'을 의미한다는데,

그럼 내가 좋아하는 재즈보컬리스트 '말로'도 그러한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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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8-04-10 공감(41)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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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로 엿보는 로마인들의 삶



100자 평에 쓰려다가 글자수가 넘쳐서 리뷰 칸에 복붙하여 쓰는 리뷰.

책이 강의식으로 되어 있어 문장들이 '~습니다.'로 끝나므로 리뷰도 그렇게 써보겠습니다.




1. 라틴어-발음-뜻 순서로 되어 있어 굉장히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용, 외국어 병기, 주석 등의 요소들을 자연스럽고 읽기 편하게 배치되어 있어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만듦새가(표지 본문 사진 면지 모두) 구석구석 예쁜 책입니다.




2. 내용적인 면에서도 편안하게 읽기 좋았습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잠깐 나오는 로마인들의 음식이나 놀이 등 옛날 로마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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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7-31 공감(3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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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라틴어 3학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평이 좋은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한참 동안 올라와 있었는데, 아빠는 약간 의아해 했단다. 그 어렵다고 하는 라틴어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있다니.. 그래서 그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평을 읽어보았어. 인기 있는 대학의 교양 강좌를 책으로 엮은 책이더구나.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대학에서 인기 있는 강좌를 책으로 종종 엮는 경우가 있단다. 아빠도 그런 책들을 몇 권 읽었단다. 그런 대학 강좌를 엮은 책 중에 아빠가 가장 좋게 읽었던 책은 정채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이란다. 그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었는데, 다들 너무 좋았다고 했어.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도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재미와 감동을 기대하며 책을 폈단다. 아빠의 기대치가 너무 컸던 것일까. 아빠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어.



<라틴어 수업>은 지은이 한동일 교수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교양 강좌를 책으로 옮긴 것이래. 당시 한동일 교수의 강의는 입소문을 타고 서강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의 학교들의 학생과 일반인들까지 청강을 하였다고 하는구나. 그럼, 그 많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라틴어를 배우려고 했냐고? 그건 아니고… 그 수업은 라틴어 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시대의 사회, 사람들, 문화 등을 이야기해주었어.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써 들려주는 진심 어린 조언들을 라틴어 금언을 곁들여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좋은 인문 강좌라고 보면 돼.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수강했던 것 같았어. 그런데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좌였기 때문인지 눈높이가 20대에 맞춰진 느낌이었단다. 이제 사회를 막 진출하려는, 20대 젊은 영혼들에게 들려주는 등대와 같은 조언들… 그 시절을 건너온 지 10년이 넘은 아빠는 조금 거리감을 느꼈어. 그런 것들로 인해 아빠가 기대치에 조금 못 미쳤다고 이야기한 거야.





1.

라틴어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언어란다. 하지만 유럽의 모든 언어의 근본이 되는 언어이고, 여전히 라틴어를 여러 유럽 나라에서는 배우고 있단다. 그런데 그 라틴어의 뿌리가 인도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라틴어는 분포상 인도 유럽어계에 속한대. 그렇지 뭐, 지구가 뭐 크면 얼마나 크다고… 이웃 동네끼리 서로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는 것이지… 그럼 인도어는 또 어디서 기원이 될 것일까?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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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0)

오늘날 거의 모든 유럽어의 모언어로 알고 라틴어는 세계 언어 분포상 인도 유럽어계에 속합니다. 이 사실을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의 눈이 다시 한 번 휘둥그레집니다. 일반적으로대부분의 사람들이 라틴어가 직접적으로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등에 영향을 주었고, 영어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반면 라틴어가 아시아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인도 유럽어계에 속한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합니다. 학생들이 놀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실제로 라틴어는 인도유럽어의 영향을 받았고, 그중에서도 그리스어, 켈트어, 고대 게르만어와 더불어 서구어를 형성하는 이탈리아어군의 영향을 받은 언어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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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가 왜 어렵냐? 라틴어는 명사의 경우 격이 다섯 가지로 변하고, 형용사의 형태도 명사의 성, 수, 격에 맞게 다 변한다고 하는구나. 그냥 단어 하나를 외워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동사의 경우는 더 심해… 한 개 동사가 활용되는 경우가 수십 개가 된다고 하는구나. “do”라는 도사의 활용을 예로 들어주었는데, 작은 글씨로 한 페이지가 넘어가더구나. 아무리 규칙적인 변화라고 해도 그걸 어찌 다… 거기에 불규칙적인 변화를 가진 동사도 있다고 하던데… 언어가 없어질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아빠가 고등학교 때 독일어는 배웠었는데, 독일어는 명사가 남성, 여성, 중성이 있고, 각 성에 따라 정관사, 부정관사가 변했기 때문에 그것도 참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라틴어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구나. 독일어도 결국 라틴어에서 파생되어 그런 격변화가 있는 것이었단다. 그나마 파생되는 것을 대폭적으로 줄인 것 같더구나. 독일어 뿐만 아니라 유럽 각 나라라나의 말은 라틴어가 변화하여 만들어진 것이란다.. 그래서 영어를 비롯하여 유럽의 언어들이 비슷한 것이고…





2.

아빠가 고등학교 때 재미있게 본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단다. 그 영화에 나와서 유명하게 된 라틴어 금언이 있어.

카르페 디엠.

뜻은 오늘을 붙잡으라는 뜻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뜻이야. 뜻이 좋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라틴어가 되었단다. 아빠도 한때 다이어리 앞면지에 “Carpe diem”을 적어 놓기도 했단다. 이 책에는 여러 라틴어 수업이다 보니 수업을 듣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면서 좋은 라틴어 문구를 많이 소개해 주었단다. 카르페 디엠도 그 중에 하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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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카르페(carpe)’란말은 ‘카르포(carpo, 덩굴이나 과실을 따다, 추수하다)’라는 동사의 명령형입니다. 과실을 수확하는 과정은 사실 굉장히 고되고 힘들지만, 한 해 동안땀을 흘린 농부에게 추수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일 겁니다. 그래서 ‘카르포’ 동사에 ‘즐기다, 누리다’란 의미가 더해져 ‘카르페디엠(carpe diem)’, 곧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말이 됐습니다. 시의 문맥상 ‘내일에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오늘에 의미를 두고 살라’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숱한 의역을 거쳐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으로 정착되었는데, 주목할 건 이 말이 쾌락주의 사조의 주요표제어가 되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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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또 괜찮은 라틴어 금언을 몇 개 더 소개해주면서 오늘 독서편지는 마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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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Si vis vitam, para mortem.

시 비스 비탐, 파라 모르템.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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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Dilige et fac quod vis.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아우구스티누스의 <페르시아 사람들을 위한 요한 서간 강해>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사막에서의 경험을 통해 어떤 비난을받든 중단했던 공부를 마치기로 결심했고 다시 로마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죽을 뻔했던 타클라마칸사막 한복판에서 제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율리우스 캐사르의이 말이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가라.(Alea iacta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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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Hoc quoque transibit!

혹 쿠오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의 고통과 절망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어딘엔가 끝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마침표가 찍히기를 원하지만 야속하게도 그게 언제쯤인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제가 끝이 날 거라는 겁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그러니 오늘의 절망을, 지금 당장 주저앉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끝 모를 분노를 내일로 잠시 미뤄두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나를 괴롭혔던 그 순간이, 그 일들이 지나가고 있음을, 지나가버렸음을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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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Letum nom omnia finit.

레툼 논 옴니아 피니트.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Dum vita est, spes est.

툼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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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8-07-02 공감(2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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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Dilige et fac quod vis.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독서모임으로 인해 재독했다.

결국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하는 마음은 우리 인생으로 다시 스며들어온다.

한 편의 로맨스로 혹은 한 편의 스릴러로 혹은 한 편의 드라마로.

공부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책만 읽고 외우는 공부 말고.




언제나 충실하게 살아왔으나 일흔이 넘어서도 내 인생은 허망한 것이라고 너무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는 바닐라라떼를 벌컥벌컥 들이켜면서 말씀하셨다. 음식장사하는 아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싼 식재료를 사기 위해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니는 틈바구니 사이로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그러니 그런 걸로 생의 기쁨을 찾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으나 소주를 마시면서 제부가 했던 이야기, 어머님이 그런 일로 기쁨을 소소하게 느끼신다면 누나가 그럴 일은 아니지 않나. 아니, 왜 그런 일로 기쁨을?! 헐. 내가 죽으면 넷 중에 누가 제일 많이 울까? 라고 엄마가 물었다. 음, 아무래도 불효자가 제일 많이 운다고 했으니까 막둥이 아닐까? 했지만 뭐 그 순간이야 다 패닉인지라 누가 더 많이 울까 그걸 지켜보는 이는 엄마밖에 없을 거 같네, 저 허공에서. 그럼 지금 동영상 찍어놓을까? 이 새끼야, 엄마 죽고난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잘 해라, 라고. 아니면 이 새끼야, 엄마 죽고난 다음에 겁나 울면 무슨 소용이니, 나 있을 때 잘 하지, 흥. 이라고 동영상 찍어놓으면 또 겁나 울어대겠지.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이 새끼는 우리 막둥이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하는 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있을 때 잘 해야지, 없으면 잘 하고 싶어도 곁에 없는걸, 이라고 아빠가 말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넷 중에 누가 가장 불효자일까? 막둥이랑 나랑 삐까삐까다. 엄마 가슴 태운 일로만 따지자면. 얼마 전에는 정이가 그러던데, 나두 언니처럼 엄마 옆에서 매일 엄마 얼굴 보고 살고싶다고, 너무 멀어서 엄마 잘 못 봐서 우울하고 힘들다고. 그래서 올라와라, 서울로, 했지.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처음 읽었을 때는 막 출간되고난 후였다. 너무 좋았는데 뭔가 좀 미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 별 넷만 기록해놓고 리뷰 쓸 생각을 못했다가 그동안 있었던 무수한 사건들로 인해서 다시 별 다섯으로 조정했다. 그 무수한 시간이, 영겁 같은 시간이 흘렀어도 로마인들이나 2022년을 살아가는 현대인 마음이나 그다지 달라진 건 특별히 없다. 읽고싶은 책 몇 권을 기록해놓았고 그 중에서도 스피노자를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 [에티카]가 내 생의 성경일 때가 있었다. 책이 교회고 책이 불당이고 책이 사원일 때가 있었다. 그때가 그랬던듯 싶다. 지금은 그래서 아닌가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무거움은 한결 사라졌다.

[라틴어 수업] 리뷰 쓰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얼마 전에 엄마랑 사주를 보고 왔다. 엄마 마음 번잡스럽다고 해서. 선생님은 웃을 일만 남았네요, 라고 내 손금과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말씀하셨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도 아니지만 선생님이 웃을 일만 남았다고 하니 이제 웃을 일만 생기겠군요, 속으로 그랬다. 그 말을 듣고 나보다 더 좋아하면서 엄마는 우리 딸이 웃을 일만 생기니 나도 이제 웃을 일만 생기겠네! 했더니 사모님은 워낙 애초에 하지도 않아도 될 걱정거리를 붙들고 사셔서 그러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몸만 잘 보살피시면 됩니다, 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번잡스러움아, 모두 허공으로 흩어져라,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말고. 말했다.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첨부한 사진은_ 역시, 친구들에게도 덧붙이고 싶은 말인지라. 망설임은 그 이후에 다가올 것이다. 파도처럼. 그러니 미리 망설이지 말도록 하자. 망설임은 진행 과정 중에 함께 해도 충분하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다. 다이어리에 적어놓았다. 딜리제 에트 팍 쿼드 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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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2022-10-19 공감(26) 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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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로 배우는 인생과 희망 『라틴어 수업』




다시 대학에 다닌다면 사회에 나와서는 하기 힘든 공부를 하고 싶다. 이를테면 라틴어라든가. 라틴어는 서양 언어의 뿌리이고 유럽에서 출발한 여러 학문의 원전을 이루는 중요한 언어인데도 제대로 배울 기회는커녕 대략적인 특징을 알 기회조차 없었다. 듣기로는 라틴어 자체는 배우기가 매우 어렵지만 일단 한번 배우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은 식은 죽 먹기라 하던데.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은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교회법학 석사학위를 최우등으로 수료하고 라틴어로 진행되는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마쳤으며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를 역임한 라틴어 및 교회법학 전문가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서강대학교에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했던 초급 라틴어와 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을 엮은 것이다.




실제 강의 내용을 엮은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라틴어 단어나 문법이 아니라 라틴어를 둘러싼 교양 수준의 지식과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인생의 교훈이다.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 제도, 법, 종교, 오늘날의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각각의 이야기의 밀도는 낮다. 이 책 한 권으로 라틴어를 마스터하거나 라틴어의 모든 것을 알게 되길 기대해선 곤란하다.




이 책은 차라리 라틴어라는 낯선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감행하고 학문이라는 고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조언집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유학 시절 이탈리아어와 영어, 라틴어가 뒤섞인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고생했던 경험,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피살당한 장소가 기숙사 근처라는 사실도 모른 채 공부에 파묻혀 지냈던 나날들, 처음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을 때는 수강생이 스무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이백여 명이 듣는 인기 강의가 되어 기뻤던 일 등을 읽고 있노라면 저자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모두가 영어, 중국어 같은 소위 '돈 되는' 언어를 공부하기에 급급하고 인문학조차 스펙의 일환으로 간주하는 세상에서, 라틴어를 공부하고 성서를 연구하고 교회법학을 익힌 저자의 노력과 열정은 분명 귀감이 될 만하다. 저자를 보면 나는 과연 내 삶의 축으로 삼을 만한 언어와 학문을 가지고 있는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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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17-07-09 공감(2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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