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알라딘: 이해인의 말

알라딘: 이해인의 말










소득공제
이해인의 말 
수도생활 50년, 좋은 삶과 관계를 위한 통찰
이해인 (지은이), 안희경 (인터뷰어) 마음산책 2020-12-15
정가
16,500원
판매가
14,850원 (10% 할인) + 마일리지 820원
"시 쓰는 수도자의 온유한 말들"
코로나 시국, 생활 반경과 함께 급격히 좁아진 것은 생각의 반경이다. 다른 공간, 경험, 희망이 한순간 닫혀 버리고, 환기되지 못하는 마음이 불안하게 갇혀있다. 새로운 생각을 들이기 어려운 지금, 이해인 수녀의 말들이 구호물품처럼 도착했다.

안희경 저널리스트가 이해인 수녀와 여러 날 화상으로 함께하며 인터뷰한 이 책의 내용은 좁아진 마음에 여러 창들을 낸다. 매 회차마다 따뜻한 인사말로 시작한 대화는 공동체 생활, 아픔에 대한 생각, 고독의 의미 등 인간사의 본질에 대한 문답으로 이어진다. 이해인 수녀가 50년간의 수도 생활로 거르고 걸러 "담백한 물빛의 평화"가 깃든 마음이, 경직되어 있던 우리의 마음을 찰랑 적신다. 그 자리에 새로운 생각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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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 MD 김경영 (2020.12.18)



9.6
100자평 9편
리뷰 8편
세일즈포인트 3,350
양장본
308쪽
145*210mm
580g


마음산책 말 시리즈 15권. 소박한 듯 보이지만, 그 아래 단단한 성찰을 벼려온 시인이자 수도자, 이 시대의 어른 이해인과의 대화를 통해 좋은 삶과 관계를 이어갈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사랑, 기쁨, 평화, 용서, 행복 등 이해인 수녀가 한결같이 강조해왔던 메시지뿐 아니라 병상 생활을 비롯한 평생의 삶을 회고하는 가운데 구도자로서의 고독과 죽음을 보는 태도를 좀 더 직접적으로 토로한다.

나아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수도자로서의 고민, 소외된 자들을 끌어안는 사회적 실천 등에 대한 강조는 이해인 수녀의 사랑이 포괄한 넓은 영역을 짐작게 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독자들의 발걸음을 자극할 것이다. 법정 스님, 강우일 주교,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완서 등 종교계와 문화계를 통틀어 큰 어른이라 할 만한 인사들과의 우정은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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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해인의 말』에 부쳐_부끄러운 마음 그대로
인터뷰를 열며_해인글방 오후 3시의 만남, 아픔을 견딜 지혜와의 만남
첫 번째 만남: 코로나 시기의 영성
“지금은 코로나 수련기, 숨어 있는 희망을 찾아야 합니다”
두 번째 만남: 수도자의 고독과 죽음, 그리고 삶
“고독은 단절이 아니라 절대적인 있음 안에 스스로 서 있는 상태입니다”
세 번째 만남: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태도
“공동체 안에서의 존중, 이를 잘 실천하면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을까요?”
네 번째 만남: 해방둥이로 태어나 수녀가 되기까지 보낸 시간
“글 쓰는 재능을 이용해서 수도 생활의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어요”
다섯 번째 만남: 시 쓰는 삶, 읽는 삶
“시인은 사제와 같고 예언자와 같고, 이름을 주는 사람이죠”
여섯 번째 만남: 여성 수도자의 수도 생활
“불의에 맞서는 곳에 여성 수도자들이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만남: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들-사회적 소수자들과 스승, 그리고 도반들
“우정을 통해 늘 열려 있는 사람이 되자 생각해요”
여덟 번째 만남: 내 삶에 족적을 남긴 가까운 이들
“인간관계에서도 그 사람을 읽는 눈이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 같습니다”
아홉 번째 만남: 어머니와 언니에게 받은 영성
“사람마다 몫이 다르지만, 그래도 지향하는 바는 같습니다”
열 번째 만남: 친구, 지인, 길 위 사람들과의 우정
“내 시간을 내서 나누는 것이 사랑이고 구원입니다”
마지막 만남: 전하고 싶은 메시지
“기억하세요, 모든 것에는 끝이 있어요”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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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25~27
숨어 있는 희망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 코로나가 오기 전에 우리는 다들 집 밖으로 나돌았습니다. 자기를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죠. 저는 수도자만이라도 골방의 영성을 좇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지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방구석에 있는 이 시기를 골방의 영성을 찾는 하나의 과정으로 긍정하면 좀더 성숙해질 것 같습니다.

P.52
지금 노년을 살면서도 모든 생명 속에 죽음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그렇게 이별을 함께한다는 것을 묵상하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죽음 속에 있는 생명, 삶 속에 있는 죽음을 말이에요.

P.55
수도 생활을 50년 하고 난 제 심정이 어떠냐 물으면 “담백한 물빛의 평화를 느낀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치우치지 않는, 차별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P.55
곁에 아무도 없다고 서운해하는 모습이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침묵 속에서 더 근원적인 실체를 헤아리는 고차원적인 홀로 있음인 것 같습니다. 고독은 철학적인 추구, 외로움은 유아적인 욕망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P.66
평범함 속에서도 비범함을 찾는 새로움,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찾는 비범함이 잘 사는 삶이고 내가 노력해서 얻는 내적인 기쁨입니다. 그 기쁨은 누가 뺏어갈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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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P.55라파엘
곁에 아무도 없다고 서운해하는 모습이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침묵 속에서 더 근원적인 실체를 헤아리는 고차원적인 홀로 있음인 것 같습니다. 고독은 철학적인 추구, 외로움은 유아적인 욕망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P.121라파엘
베네딕다 수녀님께서 몇 가지를 물어보셨어요. ˝만약에 자매가 수도자의 삶을 산다면 어떤 수녀가 되리라 상상하는가?˝라고요. ˝수도 생활을 한다면 현실도피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소를 전파하는 수녀상이 아니라, 제가 받은 글 쓰는 재능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도 생활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어요. 큰 뜻을 담고 한 말은 아니에요.

P.164라파엘
그 지원자가 그 수녀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면서 변화할 수 있지만, 첫 마음과 첫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의미지요. 수도 생활은 이성적인 똑똑함보다는 신심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아요. 수도원을 쉽게 떠나는 이들의 성향을 보면 안 갖춘 게 없이 똑똑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해석하는 방향이 신앙 안에서 풀기보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리면서 스스로 못 견디고 떠납니다. 지식의 문제가 아니죠.

P.218라파엘
‘판단 보류의 영성‘은 제가 종교학에서 배운 이론입니다. ‘판단은 보류하고 사랑은 빨리하라.‘ 함부로 남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죠.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보는 거예요.

P.249라파엘
하느님께 몰두하기 위해서 세속의 것을 멀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멀리함이 단절이 아니라, 멀리하면서도 그 안에 우주를 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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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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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이해인의 햇빛 일기>,<[큰글자도서] 인생의 열 가지 생각>,<인생의 열 가지 생각> … 총 168종 (모두보기)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에 몸담고 있으며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 서원을 하였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로써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필리핀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영문학과,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고,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시 전집 1·2』 등이 있고, 시산문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꽃잎 한 장처럼』, 산문집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기쁨이 열리는 창』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영혼의 정원』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우리는 아무도 혼자가 아닙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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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안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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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큰글자책] 최재천의 공부>,<최재천의 공부>,<내일의 세계> … 총 25종 (모두보기)
21세기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들과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14인의 석학들과 모색한 대담집 『오늘부터의 세계』 『내일의 세계』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펴낸 책으로는 놈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리베카 솔닛을 비롯한 30여 지성들과 나눈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어크로스 페미니즘』이 있으며, 현대 미술의 거장 8인과 나눈 대담집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와 『이해인의 말』, 에세이 『나의 질문』이 있다. 최근 펴낸 『최재천의 공부』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샬럿 조코 백의 『가만히 앉다』, 틱낫한 스님의 『우리가 머무는 세상』, 사쿙 미팜의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를 우리말로 옮겼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가족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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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시 쓰는 수도자, 인간적 고뇌와 문학적 지향
시와 영성의 조화를 꿈꿔온 이해인 수녀의 고백록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한 이후 45년간 꾸준한 문학 활동을 통해 수십 권의 시집, 산문, 동화집 등의 저서를 출간해온 이해인 수녀. 그가 남긴 글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그 저변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수도자로서의 깨달음과 시인으로서 보여주는 섬세한 감성의 조화였다. 하지만 자연의 친근한 소재와 생명에 대한 통찰이 담긴 시로 1980년대 중후반 시의 대중화를 이끌었음에도, 그 인간적 고뇌와 문학적 지향은 깊이 있게 다뤄진 적이 드물다.
마음산책 말 시리즈 15권으로 출간되는『이해인의 말』에서는 소박한 듯 보이지만, 그 아래 단단한 성찰을 벼려온 시인이자 수도자, 이 시대의 어른 이해인과의 대화를 통해 좋은 삶과 관계를 이어갈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사랑, 기쁨, 평화, 용서, 행복 등 이해인 수녀가 한결같이 강조해왔던 메시지뿐 아니라 병상 생활을 비롯한 평생의 삶을 회고하는 가운데 구도자로서의 통찰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전한다. 나아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수도자로서의 고민, 소외된 자들을 끌어안는 사회적 실천 등에 대한 강조는 이해인 수녀의 사랑이 가닿은 넓은 자리를 짐작게 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독자들의 발걸음을 자극할 것이다. 법정 스님, 강우일 주교,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완서 등 종교계와 문화계를 통틀어 큰 어른이라 할 만한 인사들과의 우정 또한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제가 나이상으로는 분명 원로에 속하지만 자신을 별로 원로라고 여기지 않고 그냥 철없이 살아온 것 같은데 인터뷰하는 중엔 종종 ‘내가 제법 수도 연륜이 묻어나는 발언을 하는구나’ 스스로 감동이 느껴질 때도 있어 기뻤습니다. (…)
이 책은 제가 그 어느 날 또 다른 먼 나라로 건너가기 전,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 여정을 축약해놓은 것 같아 읽는 도중 잠시 잠시 멈추어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습니다.
_8쪽

코로나 시기를 헤쳐 갈 지혜부터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최우선으로 약한 사람을 선택하는 사랑”

『이해인의 말』은 2020년 가을,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과 나눈 집중 인터뷰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인터뷰어 안희경은 캘리포니아에, 인터뷰이 이해인 수녀는 부산 광안리 해인글방(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 안에 자리한 이해인 수녀의 작업실)에 자리해 둘 사이에는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가 있었지만 해인글방 오후 3시면, 이들은 화상 너머로 밀도 높은 대화를 이어갔다. 총 11장으로 정리된 인터뷰에는 56년 수도의 길을 걷게 된 갈망에서부터 그 생활 속에 체득한 평화를 느끼기까지 이해인 수녀의 인생관, 인간관, 종교관이 면면히 흐른다.
첫 번째 인터뷰의 주제는 코로나였다. 이해인 수녀는 우리 모두가 ‘코로나 수련생’이며 코로나가 준 선물은 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웃을 자세히 보게 한 것이기에 이기적 예민함에서 이타적 예민함으로 건너가는 사랑을 배우자고 한다. ‘숨어 있는 희망’을 찾자는 것이다. 연초부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수도원에 머물며 스스로 찾은 희망과 실천들도 이런 깨달음과 연결된다.
실상 이해인의 수녀의 시는 사랑과 간구, 깨달음과 찬미, 참회와 기도의 언어로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한다고 알려져왔지만, 『이해인의 말』 속 그의 모습은 빛의 세계를 노래하는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입체적 면모로 가득하다. 관계 속의 자존감, 질병과 죽음의 수용에 대해 실존적 통찰을 주는 철학자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영성에 기반해 가톨릭의 권위적 문화를 비판하는 여성 수도자, 일상과 사회 속 차별에 민감한 진보주의자로서의 태도까지 그 족적은 폭넓다. 가령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위로나 성매매 여성 자활사업에 대한 관심, 박노해 시인ㆍ김진숙 지도위원ㆍ임재춘 씨(콜트콜텍 해고 노동자)와의 인연이 한 예다.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순한 마음이 있다는 믿음으로 40여 년 가까이 재소자들과 이어온 만남은 종교인만이 이를 수 있는 차별 없는 경지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리는 맨날 성명서나 탄원서에 사인을 합니다. 해고 노동자들에 대해서 깊은 속사정은 몰라도 원장이 마이크 잡고 처지를 설명하고 “서명하자” 그러면 얼마나 고통 받고 있을까 마음이 쓰여서 한 줄이라도 더 읽고 동참해요. 남들이 볼 때는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며, 세상사엔 관심 없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 의식은 약자들에게 계속 열려 있어요.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
_180쪽

저는 편지 한 통을 쓸 때도 잘나고 부자인 사람들보다는 재소자, 장애인, 어린이 들, 이렇게 약자부터 순서를 정해 쓰려고 합니다. 생활 안에서도 순위를 정해 노력해야 내가 하는 모든 게 모든 이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고 여깁니다. 힘들고 성가시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내가 그 안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먼저 다가갈 때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는 데 가까워진다고 봅니다. 바로 최우선으로 약한 사람을 선택하는 사랑입니다.
_29~30쪽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 인사들과의 교유를 통한 성장
“나를 사랑하고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는 마지막 메시지

『이해인의 말』의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법정 스님 등 수도의 길을 걷는 이들과 이해인 수녀의 생생한 교유 현장이다. 인터뷰 도중 이해인 수녀는 해인글방을 정리하다 발견한 법정 스님의 편지 한 통을 공개했는데, 이는 1978년 그가 손수 붓으로 쓴 두루마리 편지였다. 이 편지에서 법정 스님은 고독을 언급하며 “수도자에게 고독은 그림자와 같으며, 수도자의 고독은 단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바닥 같은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이기에 고독을 배우자”고 한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궁극의 도는 통하기 마련이어서, 이해인 수녀는 그 말씀을 공동체 안에 거한 수도자의 태도로 해석해낸다. 즉 법정 스님의 고독의 경지란 “어울려 살면서도 홀로 있을 줄 알며,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는 별처럼 고독 안에서 진리를 꽃피우는 구도자의 모습”이며, 이는 당신의 시 「별을 보며」의 주제와도 상통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 가톨릭의 큰 어른 김수환 추기경의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라”라는 가르침, 강우일 주교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강조가 삶에 어떤 나침반이 되었는지도 들려준다.
이렇듯 수도 생활 가운데 이른 깨달음, 그 순간의 희열을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인간적 한계나 허물마저 감춤 없이 드러내, 속세의 독자들 또한 이해인 수녀와 부담 없이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나를 사랑할 것” 동시에 “세상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기에 생명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었다. 인터뷰어 안희경의 말처럼 『이해인의 말』이 고립무원의 시기를 통과하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작동시키는 설명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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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윤 20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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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인터뷰형식이라 읽기 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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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whale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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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가시라. 그런데 이 책은 꼭 읽고 가시라.가시는 길 한걸음 한걸음 어디 한곳도 함부로 내디딜 곳이 없어 가시던 발걸음 멈추고 꼭 가야할 길을 찾게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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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토아지매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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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에서 이번에 아주 큰일을 기획 했어요.국민적으로 큰 힐링을 주었어요.수녀님을 뵌 듯 반갑고수녀님을 대한 듯 푸근하고 따뜻한 수녀님의 어록이예요.한 글자 한 글자가 다 유언이고 말씀이신 귀한 언어집이예요.기획해 주신 분들과 이해인 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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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젤맘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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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수녀님께서 편안한 말씀 선물로 주신거 같아요. 읽고나면 많은 생각이 들던데요. 친구 생각, 부모님 생각, 종교에 관한 어떤 것들... 소중한 책.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또 읽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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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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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 안 읽었고 읽는 중인데 참 좋아요. 마음이 잔잔해지는 기분. 무교지만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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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emone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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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과 글,,,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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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즈라엘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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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이 아님에도 수녀님의 말씀이 가슴에 울림이 큽니다.다정함과 감사함이 활자화된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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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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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아무도 없다고 서운해하는 모습이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침묵 속에서 더 근원적인 실체를 헤아리는 고차원적인 홀로 있음인 것 같습니다. 고독은 철학적인 추구, 외로움은 유아적인 욕망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 P55
베네딕다 수녀님께서 몇 가지를 물어보셨어요. "만약에 자매가 수도자의 삶을 산다면 어떤 수녀가 되리라 상상하는가?"라고요. "수도 생활을 한다면 현실도피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소를 전파하는 수녀상이 아니라, 제가 받은 글 쓰는 재능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수도 생활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어요. 큰 뜻을 담고 한 말은 아니에요. - P121
그 지원자가 그 수녀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면서 변화할 수 있지만, 첫 마음과 첫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의미지요. 수도 생활은 이성적인 똑똑함보다는 신심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아요. 수도원을 쉽게 떠나는 이들의 성향을 보면 안 갖춘 게 없이 똑똑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해석하는 방향이 신앙 안에서 풀기보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리면서 스스로 못 견디고 떠납니다. 지식의 문제가 아니죠. - P164
‘판단 보류의 영성‘은 제가 종교학에서 배운 이론입니다. ‘판단은 보류하고 사랑은 빨리하라.‘ 함부로 남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죠.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보는 거예요. - P218
하느님께 몰두하기 위해서 세속의 것을 멀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멀리함이 단절이 아니라, 멀리하면서도 그 안에 우주를 품는 거예요. - P249
사랑에는 희생이 따르는 것 같아요. 내 시간을 내서, 하고 싶은 것을 미루고 나누는 그것이 사랑이고 구원이지, 둘레를 쳐서 필요할 때 적당히 나누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P267
우리는 단지,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다가 떠나는 사랑의 순례자입니다. 사랑에 대해 너무 말을 많이 했는데요. 그럼에도 진짜 사랑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랑 공부가 필요합니다. 사랑의 기술, 우정의 기술은 인내하고 배려하고 겸손함으로써 닦아지는 기술인 것 같아요. 전문가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까? 그처럼 우리가 가톨릭 수도원에서 잘 쓰는 말로 "존재는 죽을 때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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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모찌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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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마음과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


조금만 더 고민하고 잘 위임하고 성실하면 그 공동체가 훨씬 더 좋아질 텐데

당장의 안위만 생각하는 리더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상과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일까.

마주하는 현실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일까.


영양가 없는 말의 반복에 지치고 퍽퍽했다.

그러다 맑고 깊은 말을 만나면 너무 상쾌하다.







이해인의 말은 꾸밈없어 좋고

정직하게 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을 배려해서 따뜻하다.







수녀이자 시인으로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그녀의 언어는 정갈하면서도 묵직하다.







이해인은 말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며 고심하여 말한다.







온유한 말과 그에 걸맞은 삶은

깊은 울림과 도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안희경 저널리스트의 예리하면서도 마음 담긴 질문은

이해인의 말과 공명하여 더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아픔과 고통, 소외, 이기심이 더 많이 보이는 세상에

사랑과 회복, 환대와 어울림의 힘과 영향력을 드러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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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니스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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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이해인 수녀님은 너무나 유명하신 시인이시고 우리 언니 미카엘 수녀님이 옆방에서 근무를 하면서는 언니가 내 얘기를 해서 새 책이 나오면 내게 책을 보내주신다..수녀님 책뿐만 아니라 혜민스님 책, 이기주 작가님 책 등등도 다 이해인 수녀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너무나 감사하다...

재작년에 수녀님 간식을 사다 드리고 컵스프를 조금 보내드린 게 수녀님께 선물한 전부이지만 마음속으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아픈 것도 다 알고 계시고 내 꿈이 작가이기에 이해인 수녀님께 편지를 쓴다는 게 대단히 조심스럽고 주저되었다. 그래서 간단히 이메일로만 감사편지를 드렸다. 내가 글씨를 못 쓰는 것과 내가 내 꿈에 비해 글솜씨가 뛰어나지 못한 점을 알게 되실까 두려웠다.ㅋㅋ


수녀님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세상에서의 걱정이 사라지고 아기로 돌아갔다가 다시 어른의 감수성이 됐다가 마음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다. 수녀님은 너무나 유명하셔도 수도자이시기에 주님의 보호를 받으셔서 늘 겸손하시고 세상의 때가 묻지 않으셔서 그런 시들을 쓰실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해인의 말이라는 이 책도 언니를 통해 받았는데 수녀님의 삶과 생각들을 책을 통해 알게 돼서 기쁘고 좋았다.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 언니가 분도 수녀원 수녀이기 때문에 수녀원에 대한 말씀들이 더 와닿았다.





많은 책들을 내셨고 암 투병을 하시며 많이 아프신 적도 있었지만 나는 수녀님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아프시면서 오래 사시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써주셨으면 좋겠고 나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ㅎㅎ




예수님!이해인 수녀님이 건강하시게 해주시고 오래 저희 곁에 계시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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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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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존함은 자주 들었지만, 실제로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이 직접 '쓰신' 책은 아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총 10회에 걸쳐 이해인 수녀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인물의 생전 발언이나 인터뷰 중 일부를 갈무리해 소개하는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는 형식이 다르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했다. <말>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생존해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므로 새롭게 인터뷰를 진행해 수록하는 편이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뷰는 며칠에 한 번꼴로 이해인 수녀님이 머무는 해인 글방에서 진행되었다. 팬데믹이 한창인 2020년 여름에 진행된 인터뷰라서, 인터뷰이가 직접 수녀님을 뵙지 못하고 화상 인터뷰로 갈음했다. 인터뷰 때마다 수녀님이 인터뷰이를 위해 꽃이나 열매 등을 가져와 보여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동백, 꽈리, 백일홍, 석류, 태산목 등등.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생명들을 보면서 함께 경탄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비(非) 가톨릭 신자인 인터뷰이를 배려해 최대한 종교색이 드러나지 않는 대화,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를 가지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를 나눈 점도 좋았다.




인터뷰 내용은 지난해 수도 생활 50주년을 맞은 이해인 수녀님의 생애와 가까운 사람들 이야기, 수도 생활 이야기, 남기고 싶은 메시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로나 시기에 필요한 마음가짐과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태도 등에 관한 조언도 담겨 있다. 여러 번 읽고 마음에 새기고 싶어서 따로 메모한 구절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구절은 "이기적인 예민함에서 이타적인 예민함으로 건너가는 사랑을 배우자"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필요한 사랑은 "최우선으로 약한 사람을 선택하는 사랑"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안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이웃을 자세히 보게 한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치우치지 않는, 차별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간관계가 힘든 건 수도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를 오해하거나 시기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반대로 나를 좋아하고 도와주는 사람 또한 어디에나 있으니 그 사람들을 잘 챙기라는 말씀도 마음에 새겨야지. "일부러 명랑하게 살지 않으면 남에게 부담을 준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라는 시구도 좋았다. 고통을 피할 순 없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힘든 일이 있다고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그 안에서 감사함을 찾고 성숙의 기회로 삼는 것. 쉽지 않겠지만 꼭 필요한 마음 자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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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ram21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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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지,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다가 떠나는 사랑의 순례자입니다. p295-6 _#이해인의말 🙏🏽엄마가 읽고 싶다셔서 주문해서 엄마 아빠 다 읽으신 후 내 차례가 와서 가져다 읽었다 '지혜롭게 살라'는 말을 내가 언제 듣고 써보았지? 아득했다 열심히 행복하게 그러니까 치열하게 벌고 만족을 위해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기 저기서 쉬지도 않고 들려왔고 지식인들의 서재는 참 지겹게도 구경했다 나도 내동 떠들었다 같은 말들이 다른 입 위에서 동동 떠다닌다 오래 잊고 있던 말들이 책 속에 있었다 이상하게 반가웠다 너무 멀리 인지하고 있던 분은 여전히 삶을 가까이에서 돌보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세상에 또렷하고 사랑에 한없이 배움의 자세로 귀를 기울이는 수도자 시인의 말씀들 시간을 기다려 갖게된 무늬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하며 읽었다 대담자 안희경 님의 사려깊은 질문 또한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이해인#이해인의말 #마음산책#정말로마음의산책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호호호 #초판싸인본 수녀님, 시인님 건강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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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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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세상과 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낮고 편안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얘기하는데 말의 울림이 만만치 않다.

70여 년의 삶과 50여 년의 구도자 생활 속에 스며든 내공이 책ㅇ르 읽는 이에게도 잔잔히 스며든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한 이 역시 욕심부리지 않고 상대의 말을 잘 전하는데 중점을 두어서 책이 너무도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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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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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사형수들 면담을 다녔어요. 술집에서 패싸움을벌여 회칼로 사람을 죽인 조직의 두목, 부두목, 행동대장 이런 사람들을 면담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무시무시한데 어떻게 만나느냐고들 했는데 저는 무섭기보다 연민의 정이 들었어요. ‘저들도 귀하게 태어났고 선하게 살고 싶었던 적이있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 좀 순한마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시인 구상 선생님한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사람들까지 다 품어주고, 기꺼이 주례도 서셨어요. 환속한 사제들 주례를 자꾸 서니까 추기경님이 불편하게 보신다는 말이 들려서, 하루는 제가 "그러니까 왜 자꾸 그러세요?"라고 했죠. 구상 선생님이 명답을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우정을 틀 때 장점부터 트지만, 나는 단점부터 틈니다. 좋은 점만 보면 누구인들 친구를 못하겠어요. 손가락질받는 이라 해도 친구가 있어야 살죠. 내가 그 역할을 할겁니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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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풀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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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온화해지는 기분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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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페이퍼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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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12-21메뉴
따뜻한 연말연시의 책탑
올해의 공식적인 일들은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여유롭게 연말연시를 보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최근의 책탑을 사진으로 올린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를 생각하며, 이번달에는 그리스도교 서적을 좀 구매하였다. 사실 지난달부터는 성당에서 봉사도 시작했는데, 신앙생활이란 것이 단지 개인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하며, 다른 이들을 섬길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서 조용히 봉사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얼마 전에 수녀님께서 '라파엘 형제님을 보면 신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공부한 게 아까워서 말을 못하겠어...'라고 말씀하셨다. 말을 못하겠다면서 말씀하신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마음과 뜻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은 나도 몇년 전에 신부가 되고자 알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신부가 되려면 늦어도 만 30세 이전에 과정을 시작해야 하므로, 이미 그 나이를 넘어선 나는 신부가 되려면 해외의 수도회에 입회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현재는 일단 지금 내가 놓여진 위치에서 나의 역할을 성실하게 감당하려고 한다. 사제는 사제로서의 역할이 있고, 나는 세상의 한가운데서 나의 십자가를 지고 나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내 안에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나 자신부터 성화되어가며, 그렇게 내 삶의 관계들이 조금은 더 선한 방향으로 변화되어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삶이 끝난 이후에 내가 지나간 세상이, 조금은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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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1-03-17메뉴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유다,를 읽어야 하는데 아직 첫장을 펼쳐보지도 못했다. 예수그리스도 라는 제목의 소설에는 손이 안갈것 같지만 왠지 '유다'라는 제목만으로도 시선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이 책은 아모스 오즈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더욱 시선이 갈수밖에. 어렸을 적에 유다가 예수그리스도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믿음, 그가 죽음에 굴복하지 않는 신적인 존재임을 믿었기에 로마병사들에게 그를 넘겼다,라는 시각에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 신앙이라는 것이 자리잡지도 않았을 때의 그런 이야기들은... 아니, 도대체 나는 어릴 때 어떤 책들을 읽었길래. 그러니까 내 어릴적 환경이 좋았던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어린이 혼자 집에 두는 것도 아동학대라는데.  그래도 읽은 책 한 권은 있구나, 지만 소설책인데다 그마저도 술렁거리며 읽은 기억이 있는 책이다. 요즘 책읽기에 게을러져서 진중하게 또박또박 읽지 못하고 대충 술렁거리며 읽어가고 있다.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또 어쪄면 책이 재미없는 것인지도. - 하지만 내심 여유없는 생활때문에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 하루 반짝 기운이 나면 그 다음날 여지없이 피곤에 쩔어 책은 커녕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잠들어버리는 걸 보면 딱히 책이 재미없어서, 라는 것도 핑계일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아무튼. 슬쩍 넘겨보면서 관심있는 도서를 이중체크해보고 있는 중.  백년식당,을 보니 어디선가 노포라고 알려져서 그런지 점심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있다. 점심시간에 집으로 가는 길에 보면 식당간판이 흐릿해지고 손님이 들어가는 걸 본적이 없는 듯 한데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있는 걸 봤는데 그게 그냥 몰려있는게 아니라 식사를 하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께 여쭤보니 70년은 더 된 것 같다고. 아직도 그 식당 하고 있냐고.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오래된 가게는 그 단순함의 맛에 대한 지속성이 살아남음의 비결이겠지. 그러고보니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빵집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더니 이제는 빵 가격도 붙어있다. 정말 옛날 빵집이고 옛날빵(!)만 파는 곳이다. - 이렇게 쓰고보니 우리 동네는 변한것이 거의 없구나, 싶어진다. 도로만 넓어졌을 뿐 수십년 그 자리를 지키는 가게와 토박이 이웃들. 나 역시 우리집에 산것이 수십년이니 뭐.  살만 류슈디의 책은 구입! 아니 선물받았지. 그러니까 선물 받은 책도 아직 읽지 않았다. 몸상태가 좋아지면 하겠다는 요가 역시. 요가의 과학, 책을 보니 이미 달리기의 과학도 훑어봤고 날마다 집에서 홈트를 하며 스트레칭과 요가를 해야지, 한 것이 언제적 이야기인데 여태 게으름 피우고 있는 중. 그나마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십분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생체리듬이 점점 더 날씨에 좌우되고 있는 형편이라 해가 길어진 최근의 기상시간은 그나마 좋아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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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곰 2021-01-09메뉴
2021년 첫 책.

구입은 연말에 했지만 배송이 늦어 21년 1월 2일에 받은 책. (느낌이 안좋아 얼른 책사오니 알라딘 배송 지연 문자 도착)
어머님 댁 정원 데크에서 읽다가 햇살이 좋아 의자를 마당 한 가운데 두고 꽁꽁 언 몸이 될 때까지 읽다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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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22메뉴


12월 22일 화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6시 17분, 바깥 기온은 4도 입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기온이 올라갔어요. 최저기온도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구름이 많은 날이어서 조금 덜 추운 걸까요. 오늘은 어제보다 3도 높고요, 체감기온은 3도 정도 됩니다. 추운 날에서 따뜻한 날이 되면 공기가 좋지 않은 편인데, 오늘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그리고 오존까지 보통 정도예요. 그러면 좋은 편일거예요.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쁨으로 달라지는 날이 있었고, 매년 겨울엔 조금 따뜻한 날은 그런 시기가 많았으니까요.



지금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지는 않는데, 강수량 표시가 있습니다. 0mm이니까 지금은 괜찮지만, 비 또는 눈이 지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추위가 찾아오던 저녁에는 기온은 낮지 않게 나왔지만, 정말 추웠고요, 그리고 한파가 잠깐 왔었어요. 날씨가 계속 달라지는 건 맞지만, 이번주 조금은 덜 추운 시기를 지나갈 것 같은데, 일기예보대로 많이 춥지 않게 성탄절 시기까지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올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아무래도 집과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요. 수도권의 소모임제한이 내일부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코로나19가 심각합니다. 요즘은 집안과 실내를 잘 꾸미는 것이 유행이라고도 해요. 어제는 쇼핑 사이트의 알림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예쁜 미니전구를 이용해서 실내 공간을 잘 꾸민 사진이 참 예뻤어요. 우리집에도 해보고 싶다, 하다가, 아니지 우리집에 물건이 얼마나 많은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사진만 구경했습니다.



올해 우리집 실내에 부분 공사를 하면서 공간을 비울 일이 있었어요. 평소에는 잘 모르고 살았는데, 집안에 있는 수납장 안에는 모두 물건들이 가득 들어있고요, 책장에는 책이 두겹으로 꽂혀있어서 잘 몰랐던 거예요. 그리고 나서 많이 버렸는데, 버리고 나서 공간이 생기니 또 사고 싶은 것들이 늘었어요. 빈 공간이 깨끗하고 좋은데, 채워둔 공간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새로나온 물건들을 포함해서 사고 싶은 물건들을 사다보니 그게 정말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을 실감합니다. 책만 해도요, 많이 버렸는데, 그 사이 책장이 많이 차서, 그 다음에는 책 사는 것이 부담되는 순간이 왔어요. 그리고도 계속 사긴 하지만, 조금은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실내공간을 잘 꾸미는 것보다 가끔은 정리가 잘 된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어요. 그렇지만 두 가지 모두 잘 되지 않아서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그런 것보다는 그냥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은, 목표가 하향조정되는 것 같은 느낌도 조금은 들어요. 가끔씩 스트레스 지수 올라가는 날에는 집안에 오래된 쓰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거나 청소를 해서 깨끗하게 치우면 좋다는 것도 가끔씩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많이 쌓아둔 것들처럼 스트레스도 쌓이기 전에 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오늘 저녁에는 해봤습니다.



어제 저녁에 썼던 페이퍼에 이웃분이신 hnine님께서 습관에 대한 내용을 물어보셔서 생각해보았는데, 요즘엔 진짜 좋은 습관이라는 게 하나도 없는 것만 같았어요. 이전보다 어쩐지 그런 것만 같아서, 아아 위기감을 느껴,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습관이 되기 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운데, 그 좋은 습관이 사라지는 건 참 쉽구나, 그건 너무 불공평하다, 그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새로 좋은 습관이 될 수 있을 것들을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만, 오늘은 잘 되지 않아서, 내일 하려구요.^^; 언제나 내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요.^^;



어제보다 덜 춥다고는 하지만, 저녁이 되면 바람이 차갑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오늘의 페이퍼 문구점 열었습니다.











오늘의 페이퍼 문구점 판매상품 : 크리스마스 리스, 눈꽃별장식, 그리고 크리스마스 하트호빵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이번주 금요일이예요. 금방금방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트리 장식을 하는데, 올해는 연말 연시 지나는 동안에도 조금은 더 장식해두면 실내가 따뜻하고 좋은 느낌이 될 것 같아요. 매일 보는 공간이 작은 소품으로도 기분 좋은 느낌이 들 수 있다면 언제나 좋은 날이 될 수 있을거예요.



우리집 손뜨개 소품은 예쁜 장식으로 쓰실 수 있어요.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니어도 고리를 벽에 걸거나 줄에 넣어 가랜드로 쓰실 수도 있습니다. 손뜨개로 만들어진 장식이라서 걸어두면 반짝반짝 하는 느낌과 부드러운 느낌도 감상하실 수 있어요.



우리집 손뜨개는 핸드메이드로 하나씩 만들어집니다.

장식이 끝나면 수세미로도 쓰실 수 있어요.

손뜨개의 도안은 유튜브와 인터넷을 참고하였습니다.

우리집 손뜨개 소품에 대한 문의는 댓글로 남겨주세요.

우리집 손뜨개 소품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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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수도생활 회고한 '이해인의 말' 펴낸 이해인 수녀 2021

월간중앙 202102호 (2021.01.17) [296]

[신준봉 전문기자의 책과 사람(13)] 수도생활 회고한 '이해인의 말' 펴낸 이해인 수녀
“코로나 시기는 더 넓은 사랑 가꾸는 피정”

나만 옳다는 본성 접고 미운 동료 용서하는 ‘작은 죽음’ 평소 연습
잘못 인정 안 하는 리더와 정치인들 거친 언어, 새해에는 바뀌어야





▎평생 시를 통한 영성을 실천해온 이해인 수녀. 국민 시인 반열이었다가 
암수술 이후 명랑 투병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 사진:오 종 택 기 자

지난 연말 ‘국민 이모’ 이해인(76) 수녀가 슬그머니 세상에 또 한 권의 책을 내놓았다.

“수도 생활을 50년 하고 난 제 심정이 어떠냐 물으면 ‘담백한 물빛의 평화를 느낀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치우치지 않는, 차별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런 문장들을 하나의 제사(題辭)로 책 첫머리에 내세운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마음산책)이다. 간략하게 50년이라고 표현한 듯하지만 수녀의 수도자 생활은, 1964년 지금 몸담고 있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회부터 따지면 꼬박 57년, 1968년 첫 서원을 시점으로 치더라도 53년이다.

그런데도 수녀는 책의 서문 격인 ‘부끄러운 마음 그대로’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대담은 처음이어서 조금 걱정이 됐다고 밝혔다.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어서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어느 날 또 다른 먼 나라로 건너가기 전, 한 인간으로서의 인생 여정을 축약해놓은 것 같아 (책을)읽는 도중 잠시 잠시 멈추어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노라고 털어놓았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녀의 모든 것’이 책 속에 들어 있다는 고백이다.

“고통은 골방에 머물 줄 모르는 데서 온다”





▎지난해 말 펴낸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

책은 자연인이자 수도자로서 이해인이라는 영적 존재의 내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의적절하게 전체 11개의 ‘만남’, 그러니까 열한 가지 이야기 갈래 가운데 첫 번째 만남을 코로나에 할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말이다. ‘코로나 시기의 영성’. 모두가 어려운 코로나 시기일수록 자기 안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런데 영성(靈性)이라고 해서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지레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 수녀가 말하는 영성은 골방의 영성이다. 좋든 싫든 코로나 시기 누구나 감내해야 하는 혼자만의 골방 생활. 그에 필요한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골방의 영성은 무슨 뜻일까. 수녀는 책에서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인간의 모든 고통은 혼자 방에 머물 줄 모르는 데서 온다”는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생전 수녀와 관계가 돈독했던 법정(法頂, 1932~2010) 스님 역시 수녀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1978년 수녀에게 써 보낸 붓글씨 편지에서다.

“수도자에게 있어서 고독은 그림자 같은 것이겠지요. (…) 수도자의 고독은 단절에서가 아니라 우주의 바닥 같은 것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지요. 말하자면 절대적인 있음 안에 서 있는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배부른 상태에서는 고독을 느끼지 못합니다.”

수도자의 그림자. 우주의 바닥에서 느끼는 고독. 역시 언뜻 와 닿지 않는다. 수녀는 골방의 영성을 이런 교훈으로 해석했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 수련생이다. 코로나 시기에 깨달은 게 있다면 첫째,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둘째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서 빠져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며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감안해 전화로 진행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다.

기사 머리에서 수녀를 국민 ‘이모’로 언급했지만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이후 1983년 세 번째 시집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를 출간해 수녀의 인기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무렵을 상상하면 이모라는 표현은 가당치 않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의 “손 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같은 구절이나 역시 대표작인 ‘민들레의 영토’의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같은 문장들. 이런 것들은 세월을 건너뛰어 여전히 싱싱하다.

박두진·구상, 수녀를 시인으로 발굴한 홍윤숙 등 당대의 1급 시인들이 수녀 시의 매력을 찬양했고 과열 취재 경쟁 끝에 취재기자가 수녀원 담장을 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던 수녀는 2008년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아 ‘명랑 투병’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감자바위 영성’, 씩씩한 영성이다.

수녀는 인터뷰 도중 코로나 시기에 더 어렵기 마련인 가난한 이웃들을 보살피는 사회적인 노력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거친 언어를 주고받으며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을 이례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입맛에 맞게 해석 가능한 발언이었다.

목소리가 맑다. 건강은 어떠신가?

“큰 어려움은 없지만 이빨에 문제가 생겨 틀니를 했고, 양쪽 다리 모두에 인공관절을 해 넣었다. 암환자다 보니 항상 합병증 두려움이 있다. 건강 염려증으로 약간 우울한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

2008년 직장암 수술 이후 명랑 투병





▎1978년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붓글씨 편지. / 사진:마음산책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이 어떤 것인지 상상이 안 된다.

“지난해 11월 25일 친오빠가 돌아가셨다. 서울에서 만난 지 2, 3주밖에 안 됐는데…. 곧이어 같이 지내던 수녀 한 분이 돌아가셨고, 그 수녀님을 돌보던 또 다른 수녀님이 심장대동맥박리라는 병으로 기로에 서 있다가 의식을 회복했다. 죽음이 우리 삶 속에 있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죽음에 관계된 책들을 주문해 읽고 있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 [애도의 문장들], 이런 책들이다. 죽음을 곁에 두고 묵상하면 순간순간 삶에 충실해질 테니 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이르는 투병 과정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어쨌든 끝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수도자로서 존엄한 죽음을 맞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는데 내 허영심이겠지.”

죽음의 정의를 내린다면.

“자신의 본성을 내려놓고 겸손해지는 거다. 수도자인 나도 인간이다 보니 동료의 어떤 행동이 용서가 안 될 때가 있다. 홧김에 확 표현할 수 있지 않나. 그 순간 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일종의 정신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교만한 마음에 큰소리치고 내가 옳다고 우기고 싶을 때, 지금 이 사람하고 내가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 겸손으로 본성을 극복하자, 평소 정신적인 죽음 연습을 해둬야 나중에 진짜 죽을 때 잘 죽을 수 있어, 스스로 교육한다. 이렇게 몇십 년을 살다 보니 마음이 순해진 것 같다.”

죽음의 공포까지는 아니겠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낼수록 골방의 영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밖으로 나돌았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되 바깥의 타자에게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코로나 와중에 넓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괴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어떻게 남을 위하는 일로 연결되나?

“법정 스님의 편지는 인간의 고독과 한계를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것을 기초로 남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3년 전 돌아가신 친언니 수녀님이 평생 바깥에 나오지 않는 봉쇄 수도원에 계셨다. 만나 보면 자기한테는 엄격하면서 남에게는 바다 같이 넓고 쾌활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본의 아니게 봉쇄 수도자 같은 삶을 살지 않나. 갇혀 지내다 보니 사람들이 그리워지고 남들에게 인색했던 부분들을 반성하게 된다. 가톨릭에서는 1년을 잘 살기 위해 8박 9일 피정을 한다. 코로나 시기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피정 기간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혼자 있는 동안 영성을 잘 가꿔 코로나가 풀리면 맨발로 뛰어나가 이웃들을 막 도와주라는 피정 말이다.”

개인 아닌 공동체 차원에서 형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전 사회적으로 가톨릭의 카리타스, 그러니까 애덕(愛德)이나 자선 같은 행동을 운동처럼 실천하면 어떨까. 꼭 돈만이 아니라 재능 기부도 좋고. 가족처럼 서로 보살피며 마을 단위로 말이다.”

정치판부터 확 바꾸는 수평적 리더십 나와야





▎이해인 수녀의 시집은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990년대 수녀원 화단에서 찍은 사진. / 사진:마음산책

수녀의 ‘코로나 처방전’은 이 대목에서 정치권 질타로 이어졌다.

“그런데 그런 일이 몇 사람만의 이상 갖고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야 한다. 맨날 싸움만 하지 말고. 아이들이 신문에서 여당 야당 싸움하는 것만 본다. 공부는 해서 뭐하나,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정치인들이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새해에는 너무 배움이 없는 사람들처럼 원색적인 비난을 하지 말고 유머도 섞어 가면서 세련된 언어로 싸우면 좋겠다. 공동선을 향해 사심 없이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가끔 김수환 추기경님도 생각나고 법정 스님도 생각난다. 그분들처럼 어떤 지침을 줄 수 있는 분들이 아쉽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바뀔 것 같지 않다.

“우리 문제는 모두 남 탓만 한다는 거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어떤 사람이 잘못하는 모습이 혹시 내 모습은 아닐까, 한 번쯤 골방에 들어가 자신을 살펴보면 어떨까. 어떤 잘못을 했을 때 망신당하거나 매 맞을 각오를 하고 약점을 자랑한다고 할까, 그렇게 사과하는 용기를 내는 리더가 나오면 나라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모든 국민이 거짓말인 줄 아는데 정작 본인은 아니라고 하니까 정치가 잘 되는 듯하다가도 퇴보하고….”

책에는 수녀원 안에 이는 변화의 움직임이 소개돼 있다. 전에는 윗사람이 배추를 거꾸로 심으라고 하면 아무 말 못 하고 따랐다면 지금은 안 된다고 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지만 호칭 변화 사례도 소개했다. ‘원장’ 호칭으로 우월적인 느낌의 ‘슈퍼리어(superior)’를 많이 썼는데 요즘은 보다 동반자적인 느낌의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수녀는 우리 정치권의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1976년 시집 [민들레의 영토] 1983년 시집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올해로 90년, 10년 후에 100주년을 맞는데 그동안 경험한 우리 수녀원의 원장들은 한결같이 굉장히 수평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공동체의 한 사람인데 단지 책임을 원장을 맡는다는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관료적이고 굽신대고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전통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가정의 가장들도 예전처럼 하면 안 되고 수동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여줘야 이제는 부인에게 인정받는다. 사회적으로도 어떤 분이 본보기가 될지 모르지만 확 판을 바꾸는 수평적인 리더십이 나오도록 기도를 해야 할 것 같다.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든 변혁이 이뤄지도록 해서 정치판부터 바뀌어야 우리 각자에게 희망이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드는 사람만 잘해주거나 권력 있는 사람에게 굽신대지 않고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대하는 수평적인 리더십은 우리 모두가 연구·실천해야 하는 덕목 같다.”

교류하던 사형수 형 집행에 크게 울어





▎이해인 수녀는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에서 코로나 시기 스스로를 반성하는 ‘골방의 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려진 것처럼 수녀는 80년대부터 사형수들 면담을 다녔다. 그중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진룸살롱 관련자들도 있다. 교류가 있었던 11명의 사형수 가운데 지금까지 7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무기수 신창원의 근황이 우리에게 간간이 알려진 것도 수녀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가운데 누가 가장 인상 깊었느냐고 묻자 수녀는 사형수들 이야기를 꺼냈다.

“20, 30대의 사형수 형제님들하고 러브레터라도 주고받듯 굉장한 편지를 주고받으며 다들 무섭다고 하는 이 사람들 안에도 어떤 순정이 있구나, 예수님이 잘나고 교만한 의인보다 죄 많아 겸손한 죄인들을 왜 더 챙겼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그런 사람들이 죽어 장례식을 다녀와서는 내 생애 울 수 있는 눈물을 다 흘렸던 것 같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소유물들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어쨌든 내 삶을 정리해야 하니까 수녀원에 둬도 되는 것들은 두지만 내가 다녔던 김천 성의여고 안에 있는 내 이름을 딴 문학관에 대부분의 물건을 보낸다. 수녀원 안에 개인 공간인 해인글방 창고에 40, 50년 동안 모아둔 사람들이 보내온 편지가 수십만 통이다. 어떤 영혼의 메아리, 외침이다. 편지를 보냈던 사람 중에 죽은 사람들도 있고, 소녀 미혼모가 글방에 두고 간 아이를 10년 넘게 아이가 없던 부부가 입양하도록 소개한 적도 있다. 그렇게 사랑의 심부름 역할, 심부름 천사의 역할을 시를 통해서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고 기쁨이고 그렇다.”

여전히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대목이 책이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머릿속의 서랍 정리를 잘하면 된다. 가령 손님이 온다면 그분에 대해 공부하고, 방문하는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대접을 할까, 무슨 선물을 할까, 딱딱 규모 있게 정리를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게 말이다. 이렇게 모든 만남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의미를 찾는 연습을 하다 보면 기억력도 좋아진다. 남들이 보면 그냥 하는 것 같지만 내 마음속으로는 다 계산하는 거고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머릿속에 정리가 돼 있는 거다. 손님에게 겨울에는 동백꽃 한 송이를 따서 주고 가을에는 코스모스 한 송이를 책상에다 딱 놓는다. 계절에 따라서 사람들을 어떻게 기쁘게 할까, 그런 궁리를 하다 보니 삶이 탄력 있어진다. 우울증에 빠질 일이 없다.”

세상 사람들에게 응원이 되는 한마디를 하신다면.

“[사계절의 기도]라는 내 기도시집에 실린 ‘우리를 흔들어 깨우소서’라는 작품 가운데 몇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갈피를 만들었다. ‘나 아닌 그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해주길 바라고 미루는/ 사랑과 평화의 밭을 일구는 일/ 비록 힘들더라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참됨과 선함과/ 아름다움의 집을/ 내가 먼저 짓기 시작하여/ 더 많은 이웃을/ 불러 모으게 하소서”. 이런 문장이다. 자꾸 남의 탓 하지 말고 내가 아니면 누가 하나, 지금 아니면 언제 하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능동적으로 솔선수범하며 살자는 거다.”

새해 마음먹은 결심이 있나.

“환대다. 내가 좋아하는 격언 중에 이런 게 있다. ‘타인을 냉대하지 말라. 그가 천사일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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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준봉 문화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 1993년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신문사에서 10년 가까이 문학담당 기자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문학과 인연을 맺었다. 상식의 눈에는 괴짜인 문인들, 그들이 생산한 영롱한 것들을 초롱초롱한 독자들에게 중개하는 일, 제도로서 문학의 생로병사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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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굴05
2023-06-15 00:30:06

이해인 수녀님 존경합니다. 늘 울림과 사랑을 전해주시는 선한 영향력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프지 않으시기를요...

추천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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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로당소탕
2023-06-12 14:38:02

좌파 매국집단 천주교 정의사칭 사기단에 대하여 한 마디 말도 못하는 이해인 수녀님, 왜 당신은 수녀직을 계속하고 있습니까 ?80년도에 당신의 수필집 1,2권을 읽고 10권을 사서 아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나눠준 기억이 있습니다. 불의를 보고 입을 꾹 닫는 당신도 이제는 위선자로 느껴집니다. 이제 그만 세상에 나오지 마세요 . 추해집니다.

추천10
비추천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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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까마귀572
2023-06-13 13:43:22

그걸 詩라고 쓰다니? 치매걸렸나? 수녀면 뭐든지 다 이해해야 하나?

추천7
비추천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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