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6

홍양선 종교인들의 필독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홍양선: 홍양선 6 September · 종교인들의 필독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홍양선
6 September · 
종교인들의 필독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코로나는 책도 맘대로 반납하지 못하게 한다.
한달 넘게 집에서 나뒹구는 책이 하나 있다. 스피노자의 철학과 그의 종교관을 말해주는 책이다. 스피노자의 종교관은 지금까지 읽어본 철학자중에서 가장 맘에 든다.

무신론자 같으면서도 누구보다도 신의 존재론을 이야기하며 신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범신론자라는 말도 따라 붙는다. 그는 신의 인간에 대한 보상과 처벌 논리도 거부한다. <신학정치론>을 통해 미신은 인간의 공포심리로부터 나왔으며 무조건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도 말한다.

대학때 정신과의사로 가장 유명했던 김광일 교수의 문화론 강의때에도 무당과 미신 그리고 굿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비슷한 맥락이었다. 스피노자는 사랑과 평화를 가르치지 않는 종교란 없다고 말한다. 그럼 어째서 종교인들이 분쟁과 전쟁의 원인이 되는가? 에 대해 답한다.

그들은 종교의 가르침대로 살도록 하기 보다는 자기신들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성서 문구 하나하나를 신봉하는 것이야말로 성서를 곡해하는 것이자 미신이라고도 말한다. 스피노자는 이성이 신학에 종속되어야 한다거나, 신학이 이성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모두 거부한다.

신학과 철학은 제각기 고유의 토대를 갖는다. 이성의 영역은 진리와 지혜이며, 신앙의 영역은 경건과 복종이다. 따라서 신앙은 모든 사람들에게 철학적 자유를 최대한 허용 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란 처벌과 보상의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며 신을 인간에게 처벌하거나 보상을 내리는 존재로 간주하는 것은 신의 본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스피노자 vs 홉즈

사회조직 이전의 상태는 자연 상태이며, 자연상태의 무작위적이고 우발적 폭력이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회 상태로 이행햔다.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두 철학자 모두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해석은 서로 상반된다. 홉즈는 자연상태의 위험을 인간의 이기적 본성 때문으로 봤다.

홉즈의 사회계약설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통해 설명하듯이 이성을 통제하기 위해 리바이어던(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다 괴물)을 내세운다. 국가의 사회적 통제권에 대한 이해를 설명한다. 국가의 통제를 더 큰 행복을 위한 것으로 홉즈는 봤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공감이 간다. 인간이 원래 선보다는 악하다는 게 나의 오래된 지론이었다. 군대는 그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기도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다르게 보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여느 피조물과 달리 ‘이성’을 지닌 존재로 본다. 인간은 본성상 사회안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존재로서 자연적 본성에 부합하는 존재로 인간을 바라본다.

홉즈는 인간 본성은 그저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맹목적 욕망(코마투스)에 있을 따름이라면서 인간 이성의 이기심을 강하게 제기한다. 이처럼 이성에 대한 문제는 칸트, 헤겔, 마르크스/엥겔스에 의해 철학적 의제로 크게 다뤄졌다.

스피노자는 국가에 의한 관리보다는 개인의 자연권을 통해 사회의 중심을 찾는다. 하지만 스피노자든 홉즈든 모두 자연상태에서 사회 상태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관점이다.
스피노자가 말한 국가는 nation state와는 다른 개념이다. Civitas 라는 용어는 시민들의 결합에 의해 이뤄진 공동체로서의 도시를 지칭한다.

스피노자는 군주정보다는 귀정정을 귀족정보다는 민주정을 좋은 정치제로 여겼다. 그는 좋은 정치체와 나쁜 정치체의 구분은 대중의 능력과 자유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다.

유럽이나 미국 등 일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스피노자의 철학과 다소 통해 보인다. 자유론적 관점도 좋지만 남의 행복마져 빼앗는 상황이라면 홉즈의 국가론이 코로나시대에는 필요한 철학적 정치체다.

또 스피노자는 종교란 외적 행사나 의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서의 가르침이 중요한데, 성서의 문구를 숭배하는 교회와 종교 지도자를 비판하기 위해 신학정치론을 내세웠다고 말한다. 종교계도 이를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인 듯 싶다.
---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
손기태 (지은이)글항아리2016-02-05






























미리보기 전자책으로 미리 읽기


정가
16,000원
판매가
14,400원 (10%, 1,600원 할인)

마일리지
160원(1%) + 멤버십(3~1%)
+ 5만원이상 구매시 2,000원
세액절감액
650원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대상 및 조건 충족 시)


전자책
12,000원

배송료
무료
수령예상일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내일 수령
최근 1주 88.2%
(중구 중림동 기준) 지역변경

Sales Point : 1,243

9.7 100자평(5)리뷰(2)
이 책 어때요?


카드/간편결제 할인
무이자 할부








수량










장바구니 담기
바로구매
선물하기
보관함 +



중고 등록알림 신청
중고로 팔기











기본정보

300쪽
152*214mm
525g
ISBN : 9788967352967

주제 분류
신간알림 신청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근대철학 > 스피노자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근대철학 > 근대철학 일반
국내도서 > 추천도서 > 외부/전문기관 추천도서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 2016년


이벤트


12월 특별선물! 스노우볼/스톰글라스/가랜드 램프 (이벤트 도서 포함, 국내서.외서 5만원 이상)


2020 올해의 책! 투표에 참여해주시는 분께 적립금 1천원!


이 시간, 알라딘 굿즈 총집합!





책소개
스피노자는 흔히 '비운의 철학자' 혹은 '고독과 은둔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알튀세르는 스피노자를 비근대적 유물론자로 규정했다.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모든 초월적 가치와 도덕에 반대하는 '내재성의 철학'으로 보았으며, 네그리는 대중 자신의 지성과 능력으로부터 자유의 공간을 확장해나가는 '구성의 정치학'이라 여겼다.

그러나 저자는 스피노자 철학의 계보를 세우거나 요약 혹은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로지 스피노자를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스피노자의 철학을 '신을 사랑하고 삶을 긍정하라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주요 철학적 논제들을 실제적인 삶 자체에서 끌어낸 스피노자를 따라서, 그가 실제 고민했던 명제를 탐구하고 실제로 내렸던 답을 찾아가고 았다.


목차


책을 펴내면서

1장 스피노자, 고요한 폭풍이여!
1. 추방된 자의 평화-스피노자의 생애와 사상
격랑의 한가운데 놓여 있던 암스테르담 | 유대교가 거부한 유대인 철학자 |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 | 공화정의 실패와 『신학정치론』| 스피노자가 꿈꾸던 세상 | 고요한 폭풍과도 같았던 삶
2. 반시대적 사상가의 고독
- 스피노자의 사상과 그 영향

2장 신은 어떻게 자연이 되는가?
스피노자의 목적론 비판 | 신에 대한 인간중심적 사고를 넘어서 | 신을 자연이라고 부르는 스피노자 | 신과 피조물은 동일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 신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 | 내재적 원인으로서의 신 | 변용으로서의 양태| 내재성, 양태들의 바다 | 개체의 발생 원리로서의 ‘운동과 정지’ | 어째서 윤리학인가?

3장 신체 없는 정신과 정신 있는 신체: 신체 없는 정신은 자유로운가?
1. 신체 없는 정신은 자유로운가?
데카르트에게서의 신체와 정신 | 신체와 정신은 평행하다 | 인간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 영혼은 과연 불멸하는가? | 허위 또는 거짓 관념이란 관념의 혼동에 불과하다 | 부적합한 관념에서 적합한 관념, 혹은 공통 개념으로 |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인가?
2. 아담이 선악과를 딴 이유는?: 아담이 몰랐던 것들에 대하여
‘선과 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 아담이 오해한 것 | 좋은 마주침과 나쁜 마주침에 대하여

4장 나는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1. 코나투스, 욕망에 대한 저주를 넘어서다
능력에 대하여 | 코나투스: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 욕망은 과연 사악한 것일까?
2. 욕망의 존재론과 기쁨의 윤리학
우리가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 인간은 정념의 노예인가? | 공통 개념을 형성하려면?: 기쁨의 정서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5장 미신 없는 종교와 공포 없는 국가
미신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공포에 대하여 | 성서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들 | 신앙과 이성은 서로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 처벌과 보상의 종교를 넘어 |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 말자: 스피노자 vs 홉스 | 스피노자의 홉스의 사회계약설 비판 | 좋은 정치체는 자유에 대한 사랑을 제안한다 | 스피노자의 절대적 통치와 민주주의

6장 자유로운 인간들의 덕과 지복
자유로운 인간들이 만드는 사회 | 지복과 영원성에 대하여

참고문헌 및 더 읽어볼 책들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우리가 지니고 있는 관념들의 대부분은 원인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결과들에 대한 인식이다. 자신이 받아들인 부분적인 결과를 거꾸로 원인으로 간주하는 것으로부터 부적합한관념, 즉 오류가 생겨난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오류라고 부르는 것이 단지 관념들의 혼동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앞서 보았듯이, 인간은 자신의 신체에 자극받은 다양한 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한 관념들 자체에는 아무런 오류가 없다. 우리가 다양한 관념 각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것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이면서 매우 혼란스럽게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결과이고 원인인지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p122 접기 - 몽이엉덩이
스피노자에 따르면, 선과 악이란 결코 사물의 본성에 속한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다만 인간이 사물로부터 자극받은 대로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사람들이 선악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적인 정서‘에 따른 것일 뿐이다.(『에티카』 3부 정리 9 주석) ˝우리는 그것을 선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것을 향하여 노력하고 의지하며 충동을 느끼고 욕구하는 것이아니라, 반대로 노력하고 의지하며 충동을 느끼고 욕구하기때문에 어떤 것을 선이라고 판단한다.˝(『에티카』 3부 정리 9 주석) 어떠한 사물도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p146 접기 - 몽이엉덩이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욕망‘이라는 이름의 코나투스 역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욕망이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유익한 어떤 것을행하도록 하는 ‘충동‘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 욕망과 코나투스는 다르지 않다. 인간의 본성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유익한 것을 행하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욕망은 곧인간의 본질 자체가 된다.(『에티카』 3부 정서의 정의 1) 그것이 인간의 정신과 관련될 때는 ‘의지‘라고 부르며, 정신과 신체 에 모두 관련될 경우 ‘충동‘ 이라 부를 따름이다. 따라서 그는인간의 의지나 충동, 욕망이나 본능, 이 모든 것을 일컬어 ‘욕망‘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p180 접기 - 몽이엉덩이
자유로운 사람들은 지복을 누리기 위해서쾌락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복을 누리기 때문에 쾌락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에티카』 5부 정리 42) 지복을 누리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다는 생각은 스피노자가 말하는 지복과는 거리가 멀다. 스피노자에게 지복이란 사후나 먼 미래에 누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재의 삶 속에서 누리는 유덕한 삶으로 제시된다. 지옥 또한 미래에 닥칠 심판이 아닌 현재 삶의 일부로 존재한다. 그것은 정서에 예속되어 운의 지배 아래 살아가는 삶을 의미한다. 스피노자는 이런 예속된 삶을 가르켜 ‘진짜 지옥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다. ([신, 인간, 그리고 인간의 행복에 관한 소론]2부 18장)p285 접기 - 몽이엉덩이
p.188
유능하면 유능할수록 자유로워지며, 무능할수록 인간은 예속작인 존재가 된다. - 스텔라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손기태 (지은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신학과 종교학을 공부하였다. ‘수유너머 104’에서 공부하고 글을 쓰고 강의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오랜 관심을 이어 가고 있다. 스피노자를 만나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바울, 칼 바르트, 벤야민, 아감벤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가 있고, ‘수유너머’의 동료들과 함께 『이것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불온한 인문학』, 『욕망, 고전으로 생각하다』 등을 썼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사로 있다.


최근작 : <성서, 삶의 진실을 향한 무한 도전>,<고요한 폭풍, 스피노자>,<욕망, 고전으로 생각하다> … 총 17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글항아리
도서 모두보기
신간알림 신청



최근작 : <단순함의 기술>,<기억 안아주기>,<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등 총 543종
대표분야 : 역사 13위 (브랜드 지수 210,328점), 철학 일반 14위 (브랜드 지수 30,058점), 고전 28위 (브랜드 지수 72,720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신에서 시작해 20세기 유물론의 정점에까지 올랐던 스피노자
누구보다 신을 사랑했지만, “죽은 개” 취급을 당하며 저주의 대상이 되었던 철학자!
그러나 근대의 노발리스는 그를 “신에 취한 사람”이라고 재평가했으며
20세기 유물론자들은 그를 유물론 철학 한가운데에 우뚝 세우기까지 했다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을 여러 점의 삽화와 곁들인 이 책은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그의 주요 저서들을 따라 읽으며
그의 뛰어난 통찰에 다가가게 만든다

거대한 폭풍 속에서 고요한 눈과 같이 살다
스피노자는 흔히 ‘비운의 철학자’ 혹은 ‘고독과 은둔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스물네 살이 되던 해 유대교 공동체에서 저주와 함께 파문을 당했다. 또 종교 지도자나 철학자뿐 아니라 대중까지도 그에게 암스테르담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 그의 생애는 갖은 모욕과 배척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는 누구보다도 밀도 높은 삶을 살았다. 정치·사회적으로 격랑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지만 쉬이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을 걸었다.
암스테르담의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스피노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랍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20세 때 그는 좀더 자유롭게 공부하기 위해 자유사상가이자 무신론자인 반 덴 엔덴의 학교에 입학했다. 17세기의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른 선택이었지만 보수적인 분위기의 유대교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스피노자는 이단으로 판명받아 파문당하고, 광신도로 추정되는 자객에게 습격을 받는 등 온갖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고 주어진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일련의 사건은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이후 스피노자는 자신의 이름을 히브리어인 바뤼흐Baruch에서 라틴어인 베네딕투스Benedictus로 바꾸고, 거처 역시 암스테르담에서 레인스뷔르흐·포르스뷔르흐로 옮겨 그곳에서 폭풍 같은 삶을 이어나갔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저서인 『신학정치론』은 금서로 지정되어 불살라졌고, 『에티카』의 출간 계획은 무산되었으며 『정치론』은 집필 도중 스피노자가 사망해 미완으로 남았다. 그러나 추후 그의 이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알튀세르는 스피노자를 비근대적 유물론자로 규정했다.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모든 초월적 가치와 도덕에 반대하는 ‘내재성의 철학’으로 보았으며, 네그리는 대중 자신의 지성과 능력으로부터 자유의 공간을 확장해나가는 ‘구성의 정치학’이라 여겼다.
그러나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의 저자는 이 책에서 스피노자 철학의 계보를 세우거나 요약 혹은 정리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로지 스피노자를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스피노자의 철학을 ‘신을 사랑하고 삶을 긍정하라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이 책은 주요 철학적 논제들을 실제적인 삶 자체에서 끌어낸 스피노자를 따라서, 그가 실제 고민했던 명제를 탐구하고 실제로 내렸던 답을 찾아간다.

스피노자의 자연론-신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스피노자의 목표는 인간의 참된 행복을 찾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그가 주목한 대상은 신이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에 집착하지만 유한한 존재는 인간에게 항구적인 기쁨을 제공하지 못하고, 때문에 인간은 일희일비하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인 신을 향한 사랑은 인간에게 참된 행복, 즉 지복을 가져다준다고 보았다.
이러한 스피노자의 신은 기존의 철학적·종교적 전통에서 이야기하는 신과는 다르다. 이에 앞서 우선 스피노자가 이야기하는 인간 본성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다. 스피노자는 자연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고 보았다. 여기에는 인간도 포함된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존재의 가치를 평가할 때 유용성의 여부를 큰 기준점으로 삼게 된다. 하지만 자연 만물은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 부여한 ‘목적’과 전혀 무관하게 존재한다. 스피노자는 이런 목적론적 사고의 바탕에 인간중심적 사고가 있음을 인지했다.
분명 스피노자는 신을 자연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것은 스피노자가 신을 자연 만물과 동일시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스피노자는 다만 신이 세상을 창조한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신은 자연 만물을 산출하는 원인인 동시에 그 결과인 자연 만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다. 신은 자연과 똑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 스피노자의 신은 더 이상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며 인간적인 특성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의 신은 ‘스스로 존재하는 신’이다. 절대적이고 무한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를 자기본성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초월적 신의 개입으로 인한 우연적 현상으로 설명되던 물체의 운동을, 스피노자는 물체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른 자연학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그에게 있어 운동과 정지는 개별 물체의 내적 원리다. 자연 만물이자 신은 제각기 특정한 운동과 정지의 비율, 즉 다른 개체와 맺는 관계에 따라 필연적으로 산출된다.
스피노자는 재정립한 신 개념을 바탕으로 각 개체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여, 그동안 유럽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뿌리 깊은 인간중심주의를 걷어낸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참된 행복이 신에게 바치는 사랑이라면, 거기서 행복을 얻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의 두 얼굴-신체와 정신에 대하여
스피노자는 인간이 갖는 두 가지 속성인 신체와 정신의 관계에 주목한다. 서구의 전통적 사고는 오랜 기간 동안 정신이 신체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앞서 언급한 신 개념과 연관지어 이 명제를 반박한다. 신이 자연보다 우월하지 않듯이 인간 역시 자연 만물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신체와 정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스피노자는 인간이라는 동일한 존재가 연장과 사유라는 두 가지 속성으로 표현된 것이 바로 정신과 신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신체와 정신은 동등하고 평행한데,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의 ‘평행론’이다. 이는 곧 모든 속성이 동등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속성들은 제각기 질적으로 다를 뿐, 지위상 동등하다. 그렇기에 사물이 각각의 질서와 연결에 따라 이어지듯 관념 역시 하나의 동일한 질서와 연결에 따라 진행된다.
정신과 신체가 동등하다고 여겼던 만큼 스피노자는 정신을 알기 위해서는 신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신체의 본성을 인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는 본성이 서로 다른 무수한 개체로 이루어져 있는 복합체가 인간의 신체라고 보았다. 인간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정신 역시 무수한 관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관념들은 수많은 관념의 집합으로 신체의 자극에 따라 생겨난다. 즉 인간은 무수한 개체로 이루어진 하나의 ‘집합’이자 ‘공동체’이며, 하나의 ‘전체’로서 존재하는 개체인 것이다. 이를 통해 스피노자는 개인과 공동체는 상반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기존의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통념을 뒤바꾼다.
그에 따르면 영혼은 결코 불멸하는 존재가 아니며 신체와 함께 해체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피노자는 기존 철학에서 제기되던 ‘참된 인식’이란 개념을 비판한다. 가장 확실하고 참된 것이란 다만 이성의 구별에 불과하므로, 실재적 정의를 내리는 방식으로 적합성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스피노자에게 있어서는 원인을 통해 결과가 설명되는 것이 가장 적합한 관념이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각 관념이 발생한 원인을 아는 것이다. 관념 자체에는 아무런 오류가 없다. 오류는 인간이 받아들인 부분적인 결과를 거꾸로 원인으로 간주하면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합한 관념을 가질 수 있을까? 스피노자는 사물 간의 인과관계를 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내적 파악은 사물의 공통 개념을 간취함으로써 가능하다. 공통 개념의 인식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간은 점점 더 적합한 관념을 갖게 된다. 이 공통 개념은 유類나 종種과 같은 외적 유사성을 뜻하는 보편 개념과는 다르다. 두 개념을 혼동하면 결국 근본적으로 부적합한 관념인 추상 개념이 생겨난다.

우리 모두는 욕망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인간은 과연 자유의지에 기초하여 행동하고 사고하는가?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자유의지란 무지에서 비롯된 개념이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의지가 무엇이며 어떻게 신체를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인간의 정신은 신체와 마찬가지로 외적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기에 스스로 자유롭다고 여기는 믿음이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는데, 진정 자유로운 삶은 인간의 내적 본성·내적 필연성에 대해 탐구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스피노자는 ‘양태mode’라는 개념을 말한다. 존재의 두 가지 방식 중 자립하지 못하고 의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언젠가는 소멸된다. 이것이 양태다. 양태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 만물이 속한다. 양태와 달리 자립하며 존재하는 것을 실체substance라 부른다. 실체는 원인이며 양태는 그 결과다. 스피노자는 양태가 모두 신의 능력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능력은 곧 양태들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능력이다. 그렇지만 양태들의 능력이 신의 능력과 동일하진 않다. 어디까지나 양태들은 자신의 능력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즉, 모든 사물에는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이를 ‘코나투스Conatus’라 일컬었다. 그에 따르면 어떠한 사물도 코나투스 없이 존재하거나 활동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모든 사물은 최대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사물들은 존재 유지에 이득이 될 만한 것을 추구한다. 이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과 연결된다. 인간에게 있어 욕망과 코나투스는 같은 것이다. 욕망은 곧 인간의 본질로 작용한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인간의 정신과 신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힘으로 본다.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욕망은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능력의 표현이었다. 그렇기에 욕망을 억압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어긋나며 이성에 반하는 행동이라 여겼다.
욕망과 관련하여 스피노자는 인간의 정서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인간의 감정을 변용affectio, affection이라 표현한다. 실체의 변용을 통해 무한한 양태가 발생하는데, 양태들은 언제나 다른 양태들 안에서 끊임없이 자극받고, 또 자극을 가한다. 이로 인해 생겨난 변용으로 다른 양태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변용 능력은 그 양태의 실존 방식을 결정한다. 양태들은 변용에 따라 코나투스의 증대나 감소를 경험한다. 스피노자는 능력의 증감에 따라 갖게 되는 신체의 변용, 또는 변용에 대한 관념을 가리켜 아펙투스affectus, 즉 정서라 부른다.
여기서 스피노자는 정서를 능동과 수동으로 분류한다. 스스로 행위하여 갖게 된 정서는 능동이지만, 다른 신체와 마주치면서 갖게 된 정서는 수동, 즉 정념이다. 이에 따라 인간은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안정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피노자는 인간이 끊임없이 수동적 상태에 고착되도록 만드는 정념, 즉 ‘예속’을 경계한다. 예속적인 인간은 자신의 능력으로 활동하지 못하며, 자신보다 강한 능력을 지닌 개체에게 압도되어 수동적으로 존재하거나 운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린다. 이로 인해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판단하는 능력을 잃고, 능력을 증대시킬 만한 적합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게 된다.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유익하고 해로운지 판단하는 능력, 즉 적합한 관념을 지녀야 한다. 그 출발점이 공통 개념이다. 공통 개념은 신체들 간의 공통된 것에 대한 인식이다. 다른 신체와의 관계에서 공통 개념을 많이 인식할수록 인간은 더 적합한 관념을 갖게 된다. 공통 개념은 기쁨의 정서에서 온다. 기쁨의 정서는 무엇이 인간에게 유익한 신체인지를 알려주고 인간이 그를 위해 노력하도록 만든다. 또 공통 개념은 반대되는 신체를 이해하여 결합할 수 있게 해주고, 그로부터 능동적인 정서까지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만든다. 스스로의 능력에서 나오는 능동의 정서는 더 많은 공통 개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새로운 능력을 신체에 부여한다.
즉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되려면 먼저 인간 자신이나 정념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한 뒤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스피노자는 우리에게 스스로가 가진 능력과 욕망을 긍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종교와 사회를 위하여
스피노자가 제시한 진정한 행복을 얻는 과정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다른 신체와 마주친다. 이 부분에서 그의 철학은 정치학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는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회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 『신학정치론』과 『정치론』을 통해 이야기한다.
먼저 스피노자는 ‘미신이 되어버린 종교’를 원인 분석을 통해 비판한다. 미신은 공포를 그 발생 원인으로 삼는다. 공포의 정서는 자신의 존재가 파괴당하거나 위협당한다고 느낄 때 생겨나는 것으로 상상력을 통해 인간을 예속한다. 이런 강렬한 정서로 유지되고 있는 미신에서 생겨나는 것이 ‘처벌과 보상의 종교’다. 스피노자는 신을 인간을 처벌하거나 보상하는 존재로 간주하는 것은 그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처벌과 보상의 종교는 대중의 무지와 공포에 의해 유지된다. 이는 결국 인간을 종교에 예속된 노예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스피노자가 종교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는 모든 미신의 예속에서 벗어난 참된 종교를 희망한다. 인간들이 각자 신앙에 대해 자유롭게 판단해야 하며, 참된 종교란 외적 형식이 아닌,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의 실천 여부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참된 종교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그 자체로 삶이 된다.
스피노자는 사회 조직 전과 사회 조직 후의 사회를 ‘자연 상태’와 ‘사회 상태’로 구분한다.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던 인간은 무작위적이고 우발적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것을 가리켜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사회 상태’로 이행했다고 표현한다. 이런 자연권 개념은 토머스 홉스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명백히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한다. 기본적으로 그는 인간이 공동체를 이룰 때 개별 신체의 능력을 뛰어넘는 사회적 신체가 생겨난다고 여겼으며, 자연권은 타인에게 절대 양도될 수 없는 것이라 보았다.자연 상태에 있는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성 상태에 도달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러나 사회 상태 아래서 국가를 설립하면 이성 상태에 도달하기에 유용한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스피노자는 자유에 대한 사랑을 추구하는 국가가 최선의 국가라고 주장한다. 최선의 국가는 국가에 속해 있는 개별 인간들이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공동선을 추구하며, 이에 따라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돕는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국가는 시민들의 결합에 의해 이뤄진 공동체로서의 도시로, 일종의 지역 공동체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최선의 국가가 다만 국가가 지향해야 할 이성 상태라는 것은 이와 연관되어 있다.
스피노자는 사회의 좋고 나쁨을 사회 구성원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덕을 행함으로서 능동적인 기쁨을 누리는 자유로운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어야 최선의 국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최선의 국가에 대해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모든 고귀한 것들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 즉,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문 최선의 국가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접기



● 올해 하반기 읽은 책 주제 역사 8, 철학 4, 인류 4, 사회 3, 뇌과학 2, 여행 1, 물리 1, 글쓰기 1, 과학 1, 수학 1, 에세이 1 (모두 26권) ● 올해 하반기 단 한 문장 “내게 오라, 너희 편하고 영민하며 수줍어하는 책들이여!” - 니체 ● 올해 하반기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한 책 3권 <AK47> / 역... 더보기
북다이제스터 2020-11-27 공감 (17) 댓글 (8)




p.188 유능하면 유능할수록 자유로워지며, 무능하면 인간은 예속적인 존재가된다.
스텔라 2020-10-17 공감 (13) 댓글 (0)




어린시절부터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엄청 멋있다고 생각해왔다. 어설프게 서양 철학사를 읽어 내면서 스피노자는 나에게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항상 짙은 안개속을 헤매는 수준에서 언제나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중, 알라딘 이웃님께서 스피노자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 더보기
막시무스 2020-09-13 공감 (65) 댓글 (6)


더보기


마니아
읽고 싶어요 (30)
읽고 있어요 (1)
읽었어요 (32)
이 책 어때요?



구매자
분포



0.4% 10대

0.4%


3.6% 20대

4.0%


7.0% 30대

6.6%


18.1% 40대

18.7%


12.8% 50대

20.9%


1.3% 60대

6.2%
여성 남성

평점
분포

9.7




85.7%








탁월한 스피노자 입문서. 스파노자를 이해하는 지침서로 부족함이 없다.
silverbirch 2016-03-01 공감 (8) 댓글 (0)
Thanks to
공감





스피노자를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
amorfati 2016-02-20 공감 (7) 댓글 (0)
Thanks to
공감





스피노자 입문서로 아주 친절한 책...
알라딘(최란)은 댓글농단을 멈춰라 2020-07-05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구매자 (1)
전체 (2)

리뷰쓰기

공감순





에티카에 한걸음 더!




어린시절부터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엄청 멋있다고 생각해왔다.




어설프게 서양 철학사를 읽어 내면서 스피노자는 나에게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항상 짙은 안개속을 헤매는 수준에서 언제나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중, 알라딘 이웃님께서 스피노자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를 추천해 주셨고, 작가님의 간결한 문장과 쉽고도 깊이 있는 해설 덕분에 유대인의 적자로 지명 받았으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렌즈가공사라는 은둔의 삶을 선택한 스피노자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랄까, 스피노자를 읽는 문법이랄까, 여하튼 스피노자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특히, 이성에 기반하여 다른 사람을 포함한 모든 자연산물과의 마주침과 연대를 중시한 점, 개인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점, 당시 유럽사회를 지배하던 신에 대한 관념을 주체를 중심으로 뿌리부터 새롭게 해석한 점 등에서 그의 사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각도로 재조명 되어야 할 사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은 스피노자의 주저 에티카의 마지막 문장이 실려 있는데, 어쩌면 이 문장이 머리 나쁨으로 인하여 쉬운 책을 보고도 여전히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해 헤매이는 나에게 그의 철학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주지 않는가 생각해 옮겨 본다.




"이제 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내가 제시한 길은 매우 어려워 보일지라도 그것은 발견될 수 있다. 물론 이처럼 드물게 바견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구원이 가까운 곳에 있고 큰 노력 없이도 발견될 수 있다면, 어떻게 거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등한시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고귀한 것들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에티카 5부 정리 42 주석)"




이 책 한권으로 스피노자가 지구의 멸망을 앞두고 사과나무를 심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겠으나, 철학자의 생각이 뭔가 고귀한 것이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으므로 조금 힘들지만 그의 사상에 접근하는 노력을 즐겁게 해낼 수는 있을것 같다.
- 접기
막시무스 2020-09-13 공감(65) 댓글(6)
Thanks to
공감




스피노자에 관한 가장 친절하지만 예리한 책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스피노자를 이렇게 친절하고 쉽게 풀어낼 수 있다니 놀랍다. 어려웠던 부분이 너무 쉽게 이해되서 지하철에서 읽다가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유명한 해외 석학들이 쓴 스피노자 입문서보다 훨씬 났다고 본다.

스피노자 철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가 드는 일상의 구체적인 예시들에서는 정말 문장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

주저리주저리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을 담고 있어 스피노자에 관한 가장 친절하면서도 예리한 입문서라고 하고 싶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책이다. 손기태 작가님의 다른 책도 더 읽어볼 생각이다.
- 접기
hoontoon 2019-07-25 공감(1)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