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9

연구원 북리뷰 - [50]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황진이ㆍ문화영

연구원 북리뷰 - [50]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황진이ㆍ문화영



1. 저자에 대하여


문화영
외국어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대한적십자사, 국회 등에서 근무했다. 30대에 이미 여성개발원 국제협력담당 책임연구원으로 활약하였고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그러던 중 중년의 39세의 한창 때 수련에 전념하며 승승장구하던 직장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나왔다고 하나 솔직한 그 내막은 아닌 듯도 하다. 이후 선계의 스승이신 천강(天降)선인을 만나 선계수련의 맥을 전수받았다고 하며 1994년 본성을 만난 후 지속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견성 즉 깨달음은 수련의 ‘입학’에 불과하며 우주(본성)와 100% 합일을 이루는 것이 되어야 공부의 끝이라고 주장한다. 
그간의 수련 과정은 [선계에 가고 싶다]와 [다큐멘터리 한국의 선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간되었는데 이들 책에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련세계의 일들을 손에 잡히듯 풀어놓았다고도 한다. 특히 인간의 생성원리, 사후세계, 우주, UFO, 기(氣) 등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아놓았다. 한편 KBS 라디오 ‘KBS 무대’에 방송작가로 데뷔하여 수백여회의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하고 1996년 ‘다큐멘터리 홍범도’로 제23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라디오 드라마 부문 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99년부터는‘수선재’에서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현재 수선재 홈페이지(www.soosunjae.org)에 실화소설 [메릴린스에서 온 선인, 토정 이지함!]을 연재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파크 참조] 

그래서 명상수련가이자 작가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30대 후반에 모든 것을 버리고 본격 명상에 든 이후, 금촉이라는 고난도 수련과정을 통해 각(깨달음)을 완성했다고 전한다. 
지난 ‘98년, <선계에 가고 싶다>라는 책을 읽고 모인 몇몇 제자들의 요청으로 수련지도를 시작한 이래 명상학교 수선재의 명상가로 활약하였으며, 최근에는 여행과 집필을 병행하며 제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저서로는 <무심>, <여유>, <선계에 가고 싶다>, <다큐멘터리 한국의 선인들>,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천서0.0001> 등이 있다. 


* 명상학교 수선재 

명상학교 수선재는 건강과 정신적 풍요로움을 위한 대중적인 명상은 물론 생활 속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계수련 과정까지 운영하는 전문 명상학교라고 한다. 
저자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단계적인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명상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하며 인간, 자연, 하늘이 하나 되는 선(仙)문화 운동을 펼쳐서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 나아가 고급 선계수련 과정인 상ㆍ중ㆍ하단이 완성된 전인(全人)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호주, 남아공 등 세계 각국에서 이천여 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명상을 배우고 있노라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참조] 


황진이黃眞伊 
조선시대의 시인 겸 명기(名妓). 시(詩) ·서(書) ·음률(音律)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하였다. ‘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는 그의 가장 대표적 시조이다. 대표작으로 《만월대 회고시》, 《박연폭포시》 등이 있다. 

별칭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 명월(明月) 
출생지 개성 
주요작품 《만월대 회고시》《박연폭포시》《봉별소양곡시》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 명월(明月). 개성(開城) 출생. 중종 때 진사(進士)의 서녀(庶女)로 태어났으나,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고 시(詩) ·서(書) ·음률(音律)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하였다. 15세 무렵에 동네 총각이 자기를 연모하다가 상사병(相思病)으로 죽자 기계(妓界)에 투신, 문인(文人) ·석유(碩儒)들과 교유하며 탁월한 시재(詩才)와 용모로 그들을 매혹시켰다. 당시 10년 동안 수도(修道)에 정진하여 생불(生佛)이라 불리던 천마산(天馬山) 지족암(知足庵)의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여 파계(破戒)시켰고,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徐敬德)을 유혹하려 하였으나 실패한 뒤, 사제관계(師弟關係)를 맺었다.

당대의 일류 명사들과 정을 나누고 벽계수(碧溪守)와 깊은 애정을 나누며 난숙한 시작(詩作)을 통하여 독특한 애정관(愛情觀)을 표현했다. ‘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는 그의 가장 대표적 시조이다. 서경덕 ·박연폭포(朴淵瀑布)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다. 작품으로 《만월대 회고시(滿月臺懷古詩)》《박연폭포시(朴淵瀑布詩)》《봉별소양곡시(奉別蘇陽谷詩)》《영초월시(咏初月詩)》 등이 있다. - ⓒ 두산백과사전 


2. 내 마음속에 들어온 글귀


책머리에 
황진이라는 분이 40세쯤 되어서 돌아가셨다고 그러는군요. p15
그런데 기생이지만 이분의 문학사적인 위치 때문에 이분을 무시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국문학계에서는 조선 500년을 통틀어 황진이를 따라가는 시조시인은 없다고도 합니다. 
한시에서는 허난설헌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평도 있고요.
그래서 특히 국문학자들이 역사 인물 중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인물이 황진이입니다. 
누가 찾아보니까 논문이 한 천여 편 된다고 그러는군요.
그런데 이분의 작품은 많지도 않습니다. 
시조 여섯 수에다 한시 여덟 수 이런 정도인데. 
한시는 잘 나와 있지도 않고 찾아야 되죠.

그 시조 여섯 수를 가지고 그렇다는 거죠.
이분의 기생으로서의 명성보다는 
그 사람이 남긴 작품이 두고두고 향기를 발하는 거예요. p16

공부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없는 거예요. p17


프롤로그/ 
모노드라마 선악과는 무엇일까?

중국 당나라 때 측천무후와 고종의 외동딸인 태평공주
그녀는 육촌 동생인 당 현종에 의해 죽음을 당했더군요.
양귀비로 유명한 그 왕 말예요. p32

생로병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누구 마음대로 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하려는 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랍니다. 

저는 자살하기 위해 사니까요.
히히...

의문이 생기면 풀릴 때까지는 저와 상대방을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달달달 지지고 볶으니까요.
참 안 좋은 성격이죠.
하지만 배 안의 짓이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겠죠. p33

예나 지금이나 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남자를 두 여자가 나누어 가지는 상황에는 늘 분노한답니다. 
한 여자를 두 남자가 나누어 가지는 일에는 부러움을 느끼면서도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편의 말을 종합해 보았죠.
어쩌다 그렇게 되었고, 남자는 평생 한두 번 바람이 나게 마련이며, 제가 잘못한 점이 없다고 했고, 두 여자를 다 데리고 살고 싶다... p38

내 사전에 이혼이라는 말은 없어
남편이 화를 내며 말하더군요.
그렇고 그런 삼류 얘기죠.
허나 다들 비슷한 모양새로 살고 있는 거잖아요. 
이혼을 강행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아이들을 절대 줄 수 없으며 만나지도 못하게 하겠다고 하더군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라니까요.
그때는 법이 어떤 상황에서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던 때였습니다. p40

남편이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게 나아.
의논할 상대라도 있는 거잖이...
과부로 오래 살아오신 어머니의 경험담이 이 한마디에 녹아 있더군요.
결혼할 때에도, 그 이후에도 남편의 무질서한 생활태도를 몹시 싫어하시던 어머니의 이 말씀에 많이 고민했죠. p41

속절없이 사랑에 몰입하는 여자들의 속성은 사랑 때문에 인생 전체를 망하게도 하고 흥하게도 하는 가 봅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결코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죠? p44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산을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 손가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 것은 p58

여성은 항상 어머니의 마음으로 남성을 품어야 하며 그러한 속에서 아들 같으면서도 여인 같기도 하고 아버지 같기도 한 느낌이 살아나오게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남자를 상대할 경우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은 역할에 있어 절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천지는 하늘과 땅이 동시에 존재하였으되 발아의 과정은 모두 땅이 담당하였음을 생각해 본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의 씨앗은 하늘이 주되 그것을 살려내는 것은 여성의 역할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의 기본은 모성이며 모성을 기본으로 하는 한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실패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근본적으로 모성이며 여성만이 온전히 할 수 있는 중의 하나입니다. p62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수많은 남성들과 사랑을 나누고 가슴을 앓아야 했던 과정은 모친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겪어 넘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과의 사랑을 전부 아들을 여러 명 둔 것 같은 기분으로 받아들였으므로 진실한 사랑을 하면서도 아픔을 나름대로 온전히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그들이 다른 여성과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다독여 주고 바라보는 즐거움까지도 저의 것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여성이므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p63

하지만 결국 완전한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지요. 그것은 곧 모든 것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우주이니까요. p64

황 선배가 가장 사랑하신 분은 지족선사였다는 군요. p65

남자 없이 , 성性 없이 사는 고난도의 삶을 통해 겸손을 알게 하시려고 하셨던 것이겠죠.

이제는 나이도 어지간히 먹었으니 여자로서는 접고 자유를 추구하는 오직 ‘인간’으로서만 살고자 합니다. p68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 황진이와의 대화
제 1장 황진이, 삶을 말하다
부친은 선비, 황이黃伊
“저는 원래 진眞이라고 불렸으나 나중에 제 스스로 아버지의 아름 끝 자를 한 자 붙여 진이 眞伊라고 불렸습니다.”

출생: 1511년 6월 생
부친: 시골의 선비로서 조용한 가운데 나름의 학식을 갖춘 분입니다. 거의 말이 없으셨으나 마음속으로는 사랑이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저를 퍽 아껴 주셨으나 소실의 딸이므로 내놓고 귀여워해주시지는 못하셨습니다. p75

아버지의 직업은 무엇이었는지요?
선비로서 초시에 급제하기는 하였으나 벼슬을 한 적은 없고, 농토가 있어 일꾼들이 농사를 지어 생활하였습니다. 부유하지 않고 그런대로 살았습니다.
음주가무를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라 아주 조용한 편이셨습니다. 

형제들은 어떠했는지요?
본 부인에게서 아들이 두 명 있었고 그리고는 저 이렇게 셋이었는데 오빠들과는 별로 대화가 없이 자랐으므로 그저 있었다는 정도 외엔 별 기억이 없습니다. p76

성장과정은 어떠했는지요?
집에서 모친과 함께 생활하였습니다. 
기생이 되려고 나가기 전에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대로 평범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모친과는 언제까지 있었는지요?
어머니는 15세 경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로 집에 있기가 불편하여 어디로든 나가야 할 형편이었으므로 방편을 생각하던 차 기생이 된 것입니다. 
저로서는 그때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독서를 통하여 나름대로 알고 있었으며, 마음대로 살고 싶은 생각이 있던 차 모친께서 향천하셨으므로 저의 길을 간 것이지요. p77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황 선인을 보필했던 여성은 누구였는지요?
자랄 때는 전속 몸종이 없었고 기생이 되고 나서 서너 명의 몸종이 있었으나 오래 두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몸종은 신월이라고 하였는데 6년 정도 데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로 제 몸종들은 남정네들이 붙여주었던 것이지요.
그들이 제 심부름을 하기는 하였으나 마음을 깊이 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고 그저 할 일이나 하였을 뿐이지요. p78

*** 기생의 몸종은 오늘날의 개목걸이?

* 황진이의 출생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담긴 자료가 없고, 여러 책에서 신비로운 설화처럼 전하고 있다. 이덕형(李德泂, 1566~1645)의 <송도 기이(松都記異>)에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황진이의 어머니는 현금(玄琴)이었는데 자색이 매우 고왔다. 나이 18세에 병부교 아래에서 빨래를 하고 있을 때 다리 위에 한 사람이 있으니 용모가 단아하며 의관이 화려했다. 현금을 내려다보며 미소도 띄우고 손으로 가리키기도 하여 현금의 마음이 동하였는데, 문득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해질 무렵에 빨래하는 여인들이 모두 간 후에 다시 나타나서는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다리 아래로 내려와 물을 청하기에 떠주었다. 반쯤 마시다가 돌려주면서 “그대도 마셔보라”하기에 현금이 받아서 마시니, 물이 아니고 술이었다. 그리하여 합환주(合歡酒)가 되어 둘이서 깊은 인연을 맺으니 이로 말미암아 탄생한 것이 진이였다. 

* 약간 추가된 내용이 김이재(金履載, 1767~1847)의 <중경지(中京誌)>에 나온다.

그 뒤 소년은 이름도 안 밝히고 가버렸다. 생각건대 선인이라고 여겨졌다. 과연 임심이 되어 진이를 낳았는데, 해산 때에 기이한 향기가 방안에 가득 차 사흘 동안 걷히지 않았으니, 즉 이는 선녀라... 어찌 황(黃)이란 성이 있겠는가?

* 김택영(김책영. 1850~1927)의 <숭양기구전(菘陽耆舊傳)에는 ‘황진사의 서녀(庶女)’라는 언급이 있다. 

이는 황진사의 서녀이자 진사의 첩이 현금이었다. 그가 병부교 아래에서 물을 마셨는데 감응하여 임신이 되어 진이를 낳았다. 방 안에 이상한 향기가 사흘간을 머물렀다. 

* 허균(許筠, 1569~1618)의 <성옹지소록 (惺翁識小錄)>에는 ‘맹인의 딸’이라는 언급이 있다. p79

잣나무배
저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조그만 잣나무배
몇 해나 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였던고
뒷사람이 누가 먼저 건넜느냐 묻는다면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 p84

제 경우에는 인간의 몸을 가진 자녀를 둔다는 것은 한 남자에게 매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지요.
어떠한 한 남성을 평생 사랑한다는 것은 곧 제 공부의 미완성을 의미하는 것이었어요. p88

사람들이 그를 일러 선녀라 하였다
방에서 향내가 났었다는 데 무슨 냄새였나요?
향내는 선인으로서 수련을 하다 보면 나는 향내였지요.
선향仙鄕이었습니다.
호흡을 열심히 하다보면 인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있고 이 물질은 인간을 가장 향기로운 상태로 인도하지요.
호흡을 열심히 할 경우에 무심 상태에서 분비되는 것으로서 인간의 모든 병까지도 나을 수 있게 하는 물질입니다.
화학적인 변화로 가능한 병은 나을 수 있지요.

호흡을 통하여 만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물질의 분비가 그렇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이 물질의 분비가 가능한 이유는 신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L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p88

반달을 노래함
누가 곤륜산 옥을 깎아내어 
직녀의 빗을 만들었던고
견우와 이별한 후에 
슬픔에 겨워 벽공에 던졌다오 p91

* 황진이가 서화담 간에 주고받았다고 하는 시조 두 수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만중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 화담 서경덕

내 언제 무신(無心) 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 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 황진이 p119

* 황진이가 벽계수를 유혹하며 불렀던 노래가 아래의 시조이다.

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 사랑의 정한을 노래한 황진이의 시조

어져 내 일이야 그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p 123



3. 내가 저자라면 

명상을 하며 황진이와의 대담형식을 통해 나눈 저자의 궁금증과 주장을 펴나간 책이다.

하나, 책을 팔려면 저자나 출판사는 적당히 사기를 칠 줄 알아야만 한다?

방식이야 여러 가지로 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저자소개란에 쓰여 있는 저자가 명상에 몰입한 계기 옳지 않게 기록 되어 있는 것 같다. 이혼하고 배반당해 실연을 극복하기 위해 명상에 빠져들었다고 하면 독자들이 쉽게 다가가지 않고 외면할 것이어서 그러한가?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붙여가며 저자의 경력이 마치 저자 글의 가치인양 떠벌이고 있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내용이 다르게 나와 있지 않은가.

책 내용의 서두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두 남자로부터의 상처에 대한 상심으로 오래 갈등하며 아파하다가 명상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고 원치 않았던 자신의 일련의 상황들에 대한 인간적인 경험들과 의문을 풀어보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 스며져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꼭 그것 때문에 명상을 하게 되었다고는 말하고 있지 못하지만 저자가 첫 번째 남편의 단순한 불륜을 넘어선 장기간에 걸친 지독한 속임수에 심한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고, 감쪽같이 두 집 살림에 오래 동안 속아 살아온 분노로 인해 심적 고통과 함께 실제로 육체의 병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는 점과, 그로인해 병명도 잘 나타나지 않는 유방이 부풀어 오르는 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심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웠고 명상으로 인해 차츰 회복되었다고 그 신기함을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살다보니 그녀 역시 첫 번째의 전 남편과 같은 방법으로 삶을 살게 되는 것에 대해 고뇌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거하며 사귀던 남자가 기막히게도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림으로써 결국에 아내가 있는 남자와의 불륜의 관계를 가지며 청산하지 못하고 살다가 마침내 용단을 내리고 혼자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노라 독자가 짐작해 볼 수 있도록 솔직하게 적어놓았다. 그리고 저자는 명상을 위해 사회적 신분 모두를 내려놓았다고 이 책에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 책은 선계를 파동으로 교환할 정도로 신성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럴 듯한 이유보다는 진솔한 진정성을 갖추지 않은 표현은 자칫 독자를 우롱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것이기에 말이다. 

어느 저자소개에는 무조건적으로 오로지 명상을 위해 모든 것을 일순간에 초개와도 같이 버린 것처럼 표현되어 있었으니 이는 독자를 유인하기 위한 출판사나 대행 회사 측의 저의로 보인다. 그것은 저자에 대한 참신성을 애초부터 의심하게 하는 것을 도울 뿐이라고 생각된다. 책이나 읽어보고 쓴 것인지 모르겠다. 지나친 상업주의적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부분을 작가적 양심으로 헤쳐 볼 수 없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전 이력을 밝히기보다 그럴 듯한 이력을 내세우기를 좋아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소위 간판 하나로 편히 먹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러한 현실을 지극히 너무나도 많이 뼈저리게 느끼고 당해온 터라 내 조카의 대학입시 때에는 학벌이 신분을 표방해 주는 이 사회의 논리를 간과하지 않고 설명해 주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사회의 통념과 구조 속에서는 아직까지 대단히 유효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이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지 않은가. 

결국에 출판과 매출이라는 것은 글보다 기획과 홍보라고 말하는 어느 선배의 한에 서린 듯한 주장도 결코 예사롭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도 복불복福不福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두울, 나는 황진이의 시조를 좋아하고 그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대담하고 대단한 예기를 가지고 남존 여비 시대에 신분상 하위직의 기녀로서 남자를 후려 대는 솜씨가 능숙 능란 가히 일품이기 때문이다. 당대의 내놔라하는 여간한 남자들은 일명 기녀 황진이에게 쭉도 못된다고 할 수 있으니 그의 배포와 깡다구가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시대를 잘못만나 그렇지 요즘 같은 세상을 만났더라면 멋진 로비스트로서 크게 한몫 당당히 해내며 일을 내도 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재능이 치마 속 감춰진 부분에만 국한했던 것이라면 물론 어우동 쯤으로 항간의 흥밋거리나 될 뿐 재미없었을 것이다. 허나 그는 우리 문학사에 유유자적 만만히 그 흔적을 들어내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여인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글을 쓴 저자 문화영도 아마 그 점을 높이 사서 이 정도라면 선계에서 노니는 신선들의 지상 왕림 행차라고 할만도 하리라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저자의 수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종의 배 아픔과도 같은 빈정댐의 일환인지 마치 하느님이나 부처님 앞마당에서 노니는 듯 자신을 그리 신성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을 다 읽고 나니 더욱 납득이 가지 않음을 어쩌랴. 이 책에 드러남으로 봐서는 저자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음은 과연 나의 명상의 명자도 모르는 수련에 무지함의 극치의 발로 때문일 것인가?

세엣, 나는 아직 책 고르기에 능숙하지 못하다 

연구원 수련 동안은 지정 목록이 있어서 참 편했고 좋았다. 좋은 책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홀로 자신의 고독을 향해 가야하는 요즈음에는 평소에 책읽기가 잘 훈련되지 않아 그런지 아직도 대형 서점에 직접 가서 책을 구입하려고 하면은 많은 사람들의 열기와 빼곡히 들어찬 책들을 보며 이내 현기증을 일으키고 돌아오고는 한다. 어떨 때는 그 수많은 책들 가운데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가며 조금 살펴보다가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찬찬히 그 책에 대해 마음 편히 살펴보기가 조급한 성질 때문에 그런지 쉽지가 않고, 설령 몇 권을 살펴보다가는 마음이 편하기보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고 마는 것이다.

내가 과연 이 많은 책들 가운데 끼일 수 있는 나만의 책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이 드는가 하면 금세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책들을 보면서는 그 꼴이 마치 내 모습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까지 하면서 순간 기가 팍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소 편하고 수월하게 인터넷 서치를 통해서 한꺼번에 몇 권씩 구입해 놓고 한동안은 아무 고민 없이 읽는 방법을 선택하고는 하였다. 그것이 즐거운 마음으로 발품을 팔러 나갔다가 공연히 매정한 현실에 부대끼며 자신감을 상실하고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것보다 낫다고까지 생각해 버리기까지 했다. 차라리 냉정한 현실을 눈에 안 보이게 하고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볼 수 있을 거라는 기분 좋은 착각에 잠시 빠져들기도 하노라면 단순히 글쓰기 작업에 집중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터넷을 이용한 서치도 미숙해 그런지 좀처럼 만만치도 않거니와 저자 소개나 출판사에서 주장하는 책에 대한 서평만으로는 사실 신뢰성 있는 내용을 쉽게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너무 그럴 듯하게 소개되어 있는 책들이 많아서 말이다.

네엣, 이 책의 다른 구성 다른 주장에는 의도된 억측의 몽상적 사기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구입해서 읽고 있는 특히나 이번에 읽은 이 책은 다른 책들 같지 않게 좀 특이한 형식을 취한 책이다. 어느 면은 약간 속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어느 부분의 목차가 황진이와의 대화라고 또렷이 적혀 있다. 자서전들을 읽고 있던 중 평소에 관심이 있던 황진이에 대한 자전적 성격의 글인 줄 알고 선택해서 읽었는데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난감하기도 하다. 저자가 마치 대필한 듯한 선계의 대화방식으로 글을 엮어 나가면서 저자의 주장을 담아냈으니 독특하기도 하고 무언가 언뜻 사기 당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시대를 초월한 거침없는 여성성을 불러들이고 뭇 사내들을 거친 황진이라고 하는 희대의 기생이며 문필가이기도한 역사속의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키기도 하면서 자신의 주장과 의문점을 풀어간 형식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한편, 자신의 주장으로서는 미흡할 수밖에는 없는 나름의 좀 엉뚱한 듯한 신선사상과도 같은 명상을 선전하거나, 죽은 사람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감정이입을 시켜놓고 마치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억지로 끼워 놓고는 맞는 것인 양 강요하는 구조를 끌어들인 것은 아닌가하고 자못 의아스럽기도 하다. 남다른 빼어난 이력을 가지고 그토록 글쓰기로 돈을 잘 벌었으며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까지 올라 그 수입으로 교제하던 이성의 생활비를 지원할 정도로 활발한 글쓰기를 했다는 작가의 고백이 약간 의심스럽기까지 한 것은 나의 너무 지나친 고정관념에 치우친 의구심에 불과한 것일까? 하여 다시 저자에 대한 써치를 해봐도 나름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확인까지는 할 수 없지만 나와 있는 대로라면 책의 반응도 높은 것으로 되어있으니 아이러니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글에 대한 주장을 싣기보다 남을 빌어 어느 당위성만 가져오려고 하는 얄팍한 일면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명상학교 수선재라고 하는 홍보책자에 불과한 유인물 배포를 대하는 듯 한 자칫 노골적이고 지나친 선전물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혼돈스러움이 들기도 한다. 

명상을 통해 실제로 역사속의 인물들 가운데 선인이 된 자들을 만나고 미묘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기라도 한 듯 글을 실었고, 어느 누구와도 명상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저자가 주장하는 명상의 높은 단계에까지 도달하게 되면 동급의 대화와 신선과도 같은 삶으로서 이 시대와 세상을 조롱하며 살 수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함이다. 마치 지상에서는 쉽게 그 해답을 찾지 못하니까 신성하고 영험한 초능력의 신비와도 같은 주장을 펴는 것으로 벅찬 감동보다는 의도된 조작이라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면 내가 너무 수양이 안 되어 지나친 의심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어느 부분 저자의 잣대에 따라서 사실과는 달리 심한 굴절과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다 싶어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그 불가능하고 불합리하며 부도덕할 수도 있을 법한 약간의 의도된 과장의 파렴치함이라 여겨지기도 하고, 선계를 넘나드는 신성을 상황적으로 설정해 놓고 마음껏 요리해댄 느낌도 없지 않다. 따라서 글쓰기의 한 방편으로서의 시도는 유의미할지라도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여 자신의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한 면들을 교묘히 회피해 나갔다고 하는 반론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 지 궁금하다. 톡 까놓고 말하자면 사이비 교주의 간증 같으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대화체를 통해 문답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내는 형식을 취하니 내용이 쉽게 읽혀 가독성과 전달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고, 어렵지 않게 글을 끌어가는 힘은 저자의 타고난 능력으로 보인다. 또한 질문의 요지만 몇 개 간추려 살을 부치고 중간에 필요하다 싶은 부분은 상세설명을 위해 좀 더 고증학적인 자료들을 첨가해 가며 역사적 자료로 뒷받침해나간 점도 사실증명을 하는 듯 설득력을 높여 주었고 그러는 사이 쉽게 뚝딱 책 한 권이 완성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가 주장하는 명상과 운영하고 있는 수선재의 사상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 독자라고 한다면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어야 하고, 읽고 나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란 생각이 드니 일반 대중을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으리라.

작가가 치료의 한 방편으로 명상을 택하여 병과 고통을 치유하고 자신의 내면의 맑음을 끌어내어 선계에 비유한 것 까지는 이해가 가나, 그것을 지극히 몽환적 논리로서 마치 자신이 신선계를 넘나드는 신선인양하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자기 최면적 주장을 펴는 모습은 매우 어설프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섯, 출판사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노가 치밀다

출판사의 성의 부족인지 활자가 일정하게 구도 잡히거나 배열되지 않음은 얼렁뚱땅 책을 만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하고 어느 일면 자기들만의 잔치에 초대를 하며 독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지들끼리 노는 듯한 인상을 풍기게 할 만큼 여러 대다수의 일반 독자를 위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무성의한 편집이란 생각이 들어 짜증이 일 정도이다. 

본문에 따로 삽입 형식을 취한 고서 자료를 인용한 부분의 글과 지면과 색깔은 독자의 시야를 극도로 피곤하게 만들어서 여간 피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또 고서의 자료를 있는 그대로 베끼며 상당부분의 지면을 할애했음에도 오히려 교묘히 그 자료들은 그저 참고 자료일 뿐이고 저자의 주장만이 옳은 양 활자를 구성한 의도도 얄팍한 상술로 여겨진다. 좀 더 중요한 자료는 죽이고 자신의 주장만 전면 부각 시키려는 의도가 탐탁치 않게 여겨진다.

해서 이런 식으로 책을 만드는 기획자와 만나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동안 읽은 책 가운데 한마디로 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법 많은 책을 쓴 저자의 사상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사부님께서 저자 조사를 신중히 잘하라고 이르셨던 게로구나 하고 새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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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인용구절을 아직 다 못 채웠는데 자꾸 차일피일 미루게 되어 먼저 올려본다. 황진이가 남긴 시구절과 그에 대한 일화들을 옮겨보고 싶은데 꾀가 난다. 나를 강제하기 위함이다. 외출할 일이 있으니 돌아와 약속을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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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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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04.16 13:24:28*.67.52.204
어째.... 좀 .... 그렇네요...

이 놈의 명상 바람은 언제 좀 가시려나?

살기 어려워지면 원래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법이긴 하지만,

요즈음은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추세라서...

에고.. 한 숨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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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4.17 20:01:45*.247.80.52
기어이 다 해냈구나. 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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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4.18 08:37:54*.180.231.71
이러니 쌍코피가 터지는 게 당연하지.

이정도 북리뷰를 쓸려면 일주일은 쏜살같이 날려야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