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한국에서의 교토학파 연구, 입체적이지 못하다 (2)



한국에서의 교토학파 연구, 입체적이지 못하다 - 에큐메니안



한국에서의 교토학파 연구, 입체적이지 못하다한국의 교토학파 연구 현황: 
종교계 연구를 중심으로 (2)

이찬수(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 승인 2019.03.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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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교토학파는 존재 중심의 서양적 논리가 전제하고 있는 그 최종적인 지점을 서양철학의 언어로 타파했다. 그리고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는 동양적 논리를 정립했다. 서양의 종교 및 철학자들은 교토학파 사상가들이 서양철학의 언어로 구체화시킨 동양적 논리를 통해 특히 불교철학의 심원함을 다시 보게 되었다.

교토학파의 철학은 불교의 사상적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오던 한국의 일부 종교학자들에게도 한국의 사상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서양적 세계관까지 통합할 수 있는 한국적 논리를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가진 한국의 연구자는 아직 소수에 그칠 뿐만 아니라, 교토학파 수준의 논리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이다. 존재 중심의 서양적 사유와 존재에 매이지 않는 동양(특히 불교철학적)의 사유가 별도의 장에서 공존하고는 있지만, 공존의 ‘논리’가 충분히 성립되었거나 온전한 ‘융합’의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교토학파의 연구 분야, 종교계가 압도적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교토학파가 한국 종교 및 종교철학 관련 학계에 어느 정도 소화되고 있는지, 연구의 전망은 어떤지, 그리고 교토학파 연구와 관련하여 어떤 과제에 직면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가늠해보고자 한다. 정치학 및 문학자 등에 의한 교토학파 관련 논문들도 일부 출판되어 있지만, 한국에서의 교토학파 사상에 대한 연구는 종교 관련 학자들에 의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관련 단행본들은 대부분 종교 및 종교철학적 저술이나 번역서들이다. 이것은 교토학파가 기본적으로 종교 혹은 종교철학의 언어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 내 교토학파 연구는 신학적 배경을 지닌 연구자들의 작업이 불교적 배경을 지닌 연구자들에 의한 것보다 더 많다. 한국에서 교토학파 연구는 ‘종교간 대화’에 관심을 두던 신학자들이 먼저 시도했고, 신학적 지평을 불교적 세계관에 어울리도록 확장하면서 ‘한국적 신학’을 확립하려는 의도의 표현이기도 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형식과 언어를 넘어서는 더 보편적인 언어를 추구하는 이들에 의한 모험적 시도들도 있었다.

교토학파의 난해한 언어 이해가 관건

그렇기는 하지만 교토학파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교토학파 연구는 질과 양 모두에서 여전히 초보 단계이다. 무엇보다 교토학파를 입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한국인 전문 연구자는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아직 한국인에 의한 교토학파 전반에 대한 종합적 연구는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여타의 일본 사상 연구에 비해, 교토학파에 대한 한국인의 연구 성과나 연구자들은 소수에 머물고 있다.

▲ Nishida Kitaro with staffs and students around 1913(K. Nishida, Nishida Kitaro Zensyu, Vol.14 [Tokyo: Iwanami Syoten, 1951]) ⓒhttp://www.kyoto-u.ac.jp/cutting-edge/cutting_edge/page32.html


이것은 순수한 종교철학 연구가 학계의 주류에서 더 주변으로 밀려나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교토학파 사상가들의 심층적이고 종합적이며 난해한 언어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서양의 철학적, 불교적, 신학적 이해가 종합되지 않고서는 교토학파의 논리의 심층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불교적, 신학적, 순수 철학적 연구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류에 편승한 실용주의적 연구가 주류를 형성해가고 있으니, 앞으로도 교토학파 전문 연구자들이 더 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교토학파의 사상사적 의미가 종교나 철학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교토학파의 일본 및 동아시아의 정치사적 의미가 적지 않고, 전술했듯이, 한국에서도 일부 정치학 혹은 문학자들이 이 부분에 관한 연구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교토학파의 시대적 의미와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고찰하는 연구도 그 자체로 중요한 작업들이다.

하지만 교토학파는 기본적으로 종교 및 철학적 연구 체계로서, 이 학파의 철학 및 논리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런 영향력의 근원을 간과하는 표층적 연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교토학파의 종교철학적 논리와 학문적 종합성 및 정치사회적 영향력까지 두루 소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교토학파 연구에 부족한 점

그런 척도로 본다면, 한국에서의 교토학파 연구는 여전히 그 심층까지 들어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일부의 영역에 머물고 있거나 각종 연구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종교 관련 연구자조차 교토학파의 내밀하고 심오한 철학적 언어를 충분히 소화하기는 간단하지 않은 마당에, 종교 관련 연구자들이 교토학파의 일본 및 동아시아의 정치사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에 부치는 일이다.

일본의 정치사적 언어에 익숙한 정치학자가 대승불교의 공(空)사상을 서양철학의 존재론과 일치시키는 교토학파의 논리와 섬세한 언어를 충분히 따라가기는 더욱이나 어려운 일이다. 이 글에서 한국 내 종교 관련 연구자들에 의한 연구를 중심으로 보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종교철학자 중에서도 대체로 신학적 배경을 지닌 이들에 의한 연구가 좀 더 많다. 일부 불교학자들이 교토학파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지만, 불교학자는 교토학파의 서양철학적 혹은 신학적 언어를 충분히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 신학자는 대승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교토학파의 엄밀한 언어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서의 교토학파 연구는, 연구자의 관심에 따라 단편적으로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정리한 본격적인 단행본 출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찬수(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chansuy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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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수련과정체계의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