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두 번째 페미니스트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은이)arte(아르테)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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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교양서 중간 결산! 친애하는 독자에게 컬러 글래스, 머그(이벤트 대상도서 25000원 이상 구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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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쪽
135*190mm
374g
책소개
저자 서한영교가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페미니즘을 어떻게 실현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물으며, 삶의 작은 단위부터 구체적으로 가꾸고 돌보는 일에 대해 풀어간 책이다. 시적 언어에 경도된 문학지망생이 눈이 멀어가는 애인의 곁에 머무르기로 하고, 100일간 아기를 품에서 키우며 돌봄을 도맡는 ‘남성 아내’로 변화하기까지, 그는 자기 안의 여성성을 발견하고 키워나갔다.
너무나 확실했던 남성의 세계가 점점 불확실해져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을 비하하는 남성들의 언어에 자주 불끈거리게 되면서, 편하게 살았던 세계를 뒤집고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간 저자의 고백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동시에 여성과 두루두루 우정을 나누며 언어의 미세한 오류들을 점검하기 시작한 남성 페미니스트의 성장기가 담겨 있고, 수유하는 애인의 곁에서 애간장을 태우며 한철을 보낸 사랑의 기록, 속싸개 위에 아이를 눕히고 최상의 섬세함을 다해 자장가를 불러준 육아 일기가 시인의 섬세한 언어로 그려져 있다.
목차
프롤로그 우와, 의 세계 008
1부 감히, 우리라고 말하기 위해
나의 페미니스트 연대기 013
여인, 미인, 연인 그리고 애인 026
애인은 시각장/애인이에요 037
감히, 우리라고 말하기 위해 045
불안의 떨림에서 설렘의 떨림으로 049
2부 집사람
처음 심장 055
너로 인해 우리는 마법에 걸렸단다 057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기 059
저는 잔액 부족 하우스의 집사람입니다 065
지구에서 첫 번째 밤을 보내게 될 너를 위해 068
술과 담배를 끊었다 070
어떤 파괴 - 독박육아 072
곁에 있어 076
만삭 079
해달 081
초유 083
분홍의 시간 085
언어의 경계에서 덜컹거리며 말하기 091
처음 해본 연습 094
야만의 육아법 096
육아휴직 102
남편 104
3부 아버지
이응 107
수유 109
울음과 노래가 있어 112
새끼들, 생명의 질감 114
새벽 쪽잠 116
쮸쮸 연결고리 119
어머니와 어머니들 120
100일, 호랑이와 곰의 시간에 관하여 123
엄마라는 어마어마한 126
가사노동 분할의 어려움 128
토요일 밤의 집사람 회의 134
짐승처럼 사랑하기 138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140
아버지는 어땠을까? 143
위대한 유산 148
남편, 그 인간, 이 새끼 151
어떤 싸움의 기록 153
엄마에게 젖이 있다면 아빠에게는 품이 있다 156
언어의 기원전, 옹알이 159
‘돌보다’의 지층 161
아이가 퀴어라면 164
은근히 미지근하고 조심스러운 연민의 시선들 167
동반자 1인 170
문턱에 걸린 유아차와 휠체어 173
어린이집 신청 176
우리 서로 처음 생일 179
4부 순간일지 영원일지 181
5부 남성 아내
나의 자주색 원피스 215
이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218
애인은 헐벗고 다닌다 220
공공 수유 223
아빠는 페미니스트 226
살림과 비트 228
농부님이 길러주셨지요 231
담요 농사 234
걸레질하는 무릎 236
삶을 반짝이게 하는 일 238
돈 벌어야지에서 돌봐야지로 240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아빠 242
나 차상위계층 247
또 이사 249
빨간모자 해병대 할아버지 253
맘충이라고 했다 256
지옥에서 온 날씨 260
한계를 다루는 기예, 육아 요가 264
슬로 슬로 ㅋㅋ 268
나에게 들려주려 했지 271
마이너스 엄마들 274
낱말 연습 277
완모파티 280
6부 바다를 건너려는 나비들처럼
두 번째 페미니스트 285
자본주의 비무장지대 293
시민과 시인으로서의 시시한 일상 300
감은 눈 위로 내리는 사랑을 위하여 305
에필로그 감히, 의 세계 307
추천사 ‘자본주의 비무장지대’를 만들고 있는 시인의 기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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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나는 대개 편하게 살았다. 운동도 곧잘 했고, 적당히 욕을 섞을 줄도 알았기에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별 어려움 없이 지냈다.
P. 16 나의 세계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남성으로 살아왔던 계절이 저물어가고 있음을 예감했다. 금이 한번 가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P. 24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운명이란 끊임없이 실패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평생 거듭”해야만 하는 실패 속에 있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 66 우리는 서로에게 ‘집사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집을 근거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 집을 길들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 바로 집사람.
P. 85 일요일 저녁을 먹고 거실 소파에서 앉아 바느질을 할 참이면, 너무 평화로워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지경이 되고 만다. 이 반복의 파토스, 한 땀 또 한 땀의 에로스. 산모 팬티에, 배냇저고리에 아이의 이름을 바늘로 적고 나니 입에 바늘구멍이 났는지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P. 84 젖이 도는 기분은 어떤가요. 젖이 차는 느낌은 어떤가요. 정말 핑핑 하고 도는 느낌이 있나요. 당신이 느끼고 있는 그 느낌의 세계에 초대받고 싶습니다.
P. 110 매일매일 미역국을 끓이다 보니 어느새 나는 미역국 장인이 될 기세다. 미역국 끓는 소리. 들깨미역국, 홍합미역국, 쇠고기미역국, 북어미역국, 꽃게미역국, 닭고기미역국. 분명 나는 미역국 장인이 될 태세를 완벽히 갖추었다.
P. 117 나도 이렇게 아버지의 품에 안겨 긴 새벽을 소낙소낙 건넌 적 있겠지. 나도 이렇게 어머니의 품에 안겨 아침 모양으로 가랑가랑 잠든 적 있겠지. 나도 이렇게 품을 키워가며 아버지가 되어가는 거겠지?
P. 121 집밥을 매일같이 차려낸 어머니를 요즘 자주 떠올린다. 나는 어머니의 수고만으로 차려지는 집밥을 이제 그리워하지 않겠다, 고 마음먹었다. 어머니를 겪고 있는 탓이다.
P. 124 반복되는 집안 살림과 하루 세끼 밥상 차림은 굉장한 체력을 필요로 했다. 허리가 나갈 것 같고, 손목이 쑤셨다. 저녁에 잠자리에 누우면 열을 세기도 전에 곯아떨어졌다. 100일 쯤 익히고 나니 본격적으로 집사람,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갖추어나갔다.
P. 158 품에서 젖이 도는 것처럼 가슴이 따뜻하다. 사랑한다, 행복하다는 말을 가장 나중에 쓰고야 마는 나 같은 사람이 요즘은 나도 모르게 사랑해, 행복해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품의 세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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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서한영교 시인은 눈이 멀어가는 애인의 곁에 머무르기로 했고 돌봄을 도맡는 ‘남성 아내’가 되기로 했다. 강함이 아니라 (취)약함을 선택한 그는 남성적 동일성을 위해 억압했던 자신의 여성성을 찾았고, ‘여성스러움과 게이스러움과 장애인스러움을 긍정’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다.”
-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하자 학습공동체 주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이 책은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페미니스트 생활사’가 존재하는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예시가 될 것이다.”
- 김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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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경향신문 2019년 7월 5일자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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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신문 2019년 7월 12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서한영교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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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시인, 그리고 두 번째 페미니스트.
간디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문학을 공부하며 가르치고 있다. 대안교육활동가이자 하청문필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2018년 〈동시마중〉 51호 신인추천으로 등단했고, 쓴 책으로는 『붕어빵과 개구멍』이 있다.
고교시절 페미니즘에 입문한 뒤로 시민으로서 눈을 떴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선언 앞에서 늘 망설였지만,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함께 살 수 있게 도와준 것이 페미니즘이었다. 페미니즘은 남성-이성애-비장애인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억압해야 했던 그 안의 수많은 타자들(여성, LGBTQ,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했다.
아이를 돌보면서 시인으로서 눈을 떴다. 세계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아이를 돌보며 생명의 질감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살림을 돌보고, 일상을 돌보고, 생명을 돌보면서 작고 시시한 것들을 돌본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나가며, '돌보다'라는 말을 끝끝내 지켜내는 시인이 되고자 한다.
‘나는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질문 앞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오류를 끌어안은 채 그는 정체성으로서의 페미니스트라기보다 과제와 책임을 맡아 열렬히 응답하는 두 번째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접기
최근작 : <두 번째 페미니스트>
출판사 소개
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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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2>,<두 번째 페미니스트>,<피고 지고 피고 지고>등 총 236종
대표분야 : 추리/미스터리소설 20위 (브랜드 지수 54,462점), 에세이 28위 (브랜드 지수 152,775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집사람, 남성 아내, 시시한 일상을 살아내는 시민…
삶을 반짝이게 하는 남성 페미니스트 연대기
조한혜정 교수, 김현 시인 추천
과제와 책임을 떠맡아
열렬히 응답하는 두 번째 페미니스트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간 남성 페미니스트의 고백록
『두 번째 페미니스트』는 저자 서한영교가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페미니즘을 어떻게 실현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물으며, 삶의 작은 단위부터 구체적으로 가꾸고 돌보는 일에 대해 풀어간 책이다. 시적 언어에 경도된 문학지망생이 눈이 멀어가는 애인의 곁에 머무르기로 하고, 100일간 아기를 품에서 키우며 돌봄을 도맡는 ‘남성 아내’로 변화하기까지, 그는 자기 안의 여성성을 발견하고 키워나갔다.
너무나 확실했던 남성의 세계가 점점 불확실해져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을 비하하는 남성들의 언어에 자주 불끈거리게 되면서, 편하게 살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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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도서] 두 번째 페미니스트 를 읽고
제목 : 두 번째 페미니스트, 2019
지음 : 서한영교
펴냄 : arte(아르테)
작성 : 2019.07.13.
“남편의 입장을 잘 봤습니다. 다음은 아내 차례인가요?”
-즉흥 감상-
노란색 바탕에 빨간 궤적이 그려진 것 같은 표지를 살짝 넘겨봅니다. 그러자 시민이자 시인, 그리고 두 번째 페미니스트임을 말하는 지은이에 대한 짧은 소개가 보이는데요. 평범한 남학생이었던 지은이가 성장해가며 성에 눈을 뜨고, 문학 소년이었던 그가 어떻게 지금의 반려자를 만났으며,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며 현재의 삶이 있기까지의 이야기가 두툼하게 펼쳐지고 있었는데…….
뭔가 간추림이 평범한 것 같다구요? 음~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느낌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제목만 아니었으면 ‘육아 일기’라는 기분으로 만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표지만 보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강한 이야기’를 기대한 분들은 살짝 실망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이번 책은 일상 속의 작은 조각들과 함께 어쩌면 예민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느린 호흡으로 말하고 있었다고만 적어봅니다.
책은 재미있었냐구요? 음~ 표시된 것만 311, 살짝 두툼한 느낌으로 지면 가득 글씨들이 보이자 멈칫했습니다. 거기에 제목에서부터 사회적으로 예민한 내용일 것 같아 지레 겁을 먹었는데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표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는 건 비밀입니다! 크핫핫핫핫!!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살아가면서 꼭 한번은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선물 받았는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구요? 음~ 본문 중에 언급된 걸 옮겨보면 ‘정체성으로서의 격렬한 페미니스트라기보다 과제와 책임을 떠맡아 열렬히 응답하는 사람으로서의 두 번째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책을 한번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접해왔던 ‘페미니스트 운동’과는 조금 다른 관점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쓴 저도 페미니스트냐구요? 음~ 같은 단어라도 상황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특정 단어로 저를 잡아두려는 시도는 참아주셨으면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이들은 여성과 다를 수밖에 없기에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신 사회적 관점에서는 꼭 역할을 나눠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데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그것에 대해 혐오와 가치판단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를 통해 그것을 이야기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으니, 그건 다음번에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군요.
즉흥 감상은 어떤 의미냐구요? 음~ ‘공동육아를 하는 아빠로서의 육아 일기’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아닌 아내의 관점에서도 인생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졌는데요. 워낙에 집안과 집 밖에서의 모습이 달라지는 남편의 이야기를 많이 만나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본문 중에 아내의 이야기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남편의 관점이니 말이지요! 크핫핫핫핫!!
시각장애를 가진 아내와 성장해가는 아기가 있으면서 남편이 가사를 책임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냐구요? 그리고, 읍! 읍! 당연히 이것 말고도 다양한 물음표를 품으셨을 것인데요. 자세한 건 책을 통해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꿈같은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의 고충도 잘 펼쳐보이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그럼, 지은이의 다른 책인 ‘붕어빵과 개구멍, 2009’도 궁금해졌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문득, 이웃 주민이었다면 또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크핫핫핫핫!!
TEXT No. 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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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오타 2019-07-13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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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https://hestia0829.blog.me/221581805753
오랜 기간 동안 남성 중심 사회였던 우리나라도 몇년전부터 페미니즘 사상이 들어와 그 사상을 받아들이고 실현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저자는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 전에 가끔은 서성거렸다는 것을 보고 아직 완전한 페미니즘이 실존한다고 볼 수 없어 세계관을 들먹이며 그에 대항하여 하나씩 반항을 해본다고 한다. 현재도 이러한 성의 잣대를 세워 남혐과 여혐을 지적하며 서로 헐뜯고 악플전쟁을 하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젠더질서로 현실을 구현한다는 말이 생소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구절이였다. 시시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남들과는 다른 구성원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오늘도 아름다운 집사람으로서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열여덟 살 겨울 미인을 만났다. 쭉 찢어진 눈에 얼굴에는 각종 피어싱이 가득했고 보라색 땋은 머리를 한 그녀는 힙합스타일의 인상적인 여성이였다. 어른들이 보면 한마디로 눈살을 찌푸릴만한 모습이였는데 그는 그녀의 모습에 후광이 비칠정도로 멋있다고 느꼈고 종종 편지를 주고 받은 세월이 10년이라고 한다. 그 사이 삶의 절벽을 느꼈던 그는 프랑스 유학을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기위해 미인을 만나기로 한 그는 그녀의 절망을 보게 된다. 녹내장 말기로 1년뒤면 실명의 위기에 있다는 소리에 집으로 돌아온 그는 힘든 고민을 끝으로 미인을 애인으로 맞이하고 동거생활을 하며 치료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아기를 갖기로 결정한 것도 삶을 지탱하는데 큰 힘을 줬는데 중요한건 그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로 인도산 자주색 원피스와 분홍색 티를 즐겨 입는다. 주위의 험담은 이어폰과 선글라스로 가린채로 말이다. 원피스 안으로 적당히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좋아하는 이,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애인, 그리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어떻게 반짝이는 일상을 보낼 것인지 그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자신의 두 번째 여성성을 제거시키기위해 남성의 모습을 끌어올리지만 쉽사리 없어지지 않고 숨죽여 자리잡고 있는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한 저자의 다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타인의 눈치를 내가 왜 봐야하냐는 애인의 말이 적지않은 자극을 주었던 것 같지만 현재 페미니스트를 외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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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의뜰 2019-07-13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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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두 번째 페미니스트>
'남성 페미니스트 연대기'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이 책을 읽지 않으려고 했었다. 남성 페미니스트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꾼 것은 '까도 읽고 까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저자가 지난 시간동안 삶에서 겪어내고 부딪히고 노력한 증거들을 읽고나니 깔래야 깔 수가 없었다.
그는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한다. 책 속에는 저자가 '남자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페미니즘을 만났을 때부터 눈이 불편한 애인과의 만남,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하기까지의 시간들이 그려져 있다. 아내와 아이, 자신을 모두 '집사람'이라 부르며 생활 속 균형을 찾아가는 일화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삶은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믿는다. 이 책을 읽고 더 확신하게 되었다.
저자는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과, 수많은 타자들(LGBTQ,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게 도와준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말한다. 끊임없는 실패가 예상되더라도 '두 번째 페미니스트'로서 구체적인 일상속에서 이를 드러내겠다고 다짐한다.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남자니까, 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남자답게, 라는 말은 지워버리기로 한다. 남자라 해야 하는 일과 여자라 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해준다.(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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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북스 2019-07-0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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