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웨이런 (지은이) | 윤무학 (옮긴이) | 378 | 2018-01-10
정가 25,000원
판매가 22,500원 (10%, 2,500원 할인) | 무이자 할부
반양장본 | 528쪽 | 223*152mm (A5신) | 794g | ISBN : 978896596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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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등, 평화를 외쳤던 선구적 사상가 묵자의 생애와 사상. 묵자는 공자에 비해 낯설다. 권력과 차별적 사회질서에 대항한 탓에 오랜 시간 금기의 사상가였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이라는 환란의 시기에 사랑과 평화, 평등을 이야기했던 묵자는 위정자들의 논리와 유가사상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리고 백성 속으로 뛰어들어 묵가사상이 지닌 합리성과 효율성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대척점에 있던 맹자마저 “묵가는 머리끝부터 발뒤꿈치까지 모두 닳아 없어진다 해도 천하를 이롭게 한다면 기꺼이 한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 책에서는 철학이자 과학자, 논리학자, 경제학자로서 묵자가 남긴 업적과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묵자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후대 사상가들의 평가를 오롯이 담아, 묵자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단초도 제공한다. 무려 2500여 년을 앞서 진보 사상을 설파했던 선구적 사상가 묵자의 삶과 철학을 통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이고,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 지금 묵자를 되살리려는 이유
옮긴이 서문 이론과 실천을 철저히 병행한 묵자
머리말 묵자를 제대로 공부하는 일의 가치
제1부 묵자에 관한 여러 논쟁과 공격
: 묵자가 역사의 그늘 아래 묻혔던 이유
제1장 ‘묵’을 둘러싼 여러 해석
제2장 묵자의 생몰 연도에 대한 논쟁
제3장 묵자의 출생지는 어디인가
제4장 ‘적’에 담긴 유·도·묵가의 다른 생각
제5장 묵자가 백이와 숙제의 자손일까
제6장 유학을 익혀 유가를 배반한 학문의 길
제7장 공맹의 도에 대한 도전
제8장 부모를 무시하는 금수로 배척된 ‘겸애’
제2부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노력한 묵자의 발자취
: 혼란의 시대에 반전과 평등, 사랑을 말하다
제9장 실천을 통해 부각된 ‘의인’의 형상
제10장 지행합일의 위대한 실천가
제11장 묻지 않아도 먼저 가르치는 교육관
제12장 절약을 강조하고 사치를 멀리한 경제관
제13장 인문 정신에 바탕을 둔 절장
제14장 음악에 대한 유묵의 입장 차이
제15장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
제16장 운명론을 거부하라
제17장 등급 제도에 충격을 던지다
제18장 전란의 시대에 반전을 선언하다
제19장 송나라 침공을 저지한 찬란한 업적
제20장 침략 비판, 방어 옹호의 군사사상
제21장 묵자와 공수반의 관계를 재정립하다
제3부 묵자가 이룬 성취와 과업의 의미
: 2000년이 지난 후에야 복원된 천재 사상가
제22장 루쉰의 묵자 존숭에 담긴 깊은 뜻
제23장 독보적인 과학기술 업적
제24장 세계 삼대 논리학의 선구자
제25장 상동: ‘제논의 역설’ 딜레마
제26장 ‘천’으로 천자를 견제하다
제27장 묵가와 진나라 흥기와의 관계
제28장 ‘거자’ 제도: 종교 집단과 비밀결사
제29장 묵가가 전파한 혁신의 불씨
맺음말 역사의 바닷가에서 건져낸 ‘짚신’
묵자연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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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 손이양은 묵자가 공자의 제자인 자사와 같은 시기 사람이라고 여겼다. 손이양과 왕중의 관점이 완전히 같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일치한다. 사마천의 ‘공자와 동시대 사람’이라는 언급을 부정한 것이다. 『묵자』에는 초 혜왕 당시의 일이 대량으로 기재되어 있다. 혜왕의 재위 기간은 주 경왕 32년(기원전 488년)부터 주 고왕(考王) 9년(기원전 432년)까지인데, 공자는 기원전 479년에 죽었으므로 묵자의 활동 연대는 응당 공자 이후이다. 손이양은 묵자가 공자보다 100년 뒤에 태어났다고 추산했고, 량치차오(梁啓超)는 이보다 약간 빠르다고 생각했다. 량치차오는 묵자가 일찍이 교류했던 사람들에 근거해 묵자의 생몰 연대를 추정했다.
P.106 : 양이(楊義)의 『묵자환원(墨子還原)』에 따르면, 묵자의 학문 탐구는 ‘유가를 가까이하다가 유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또한 사상 흐름의 과정에서 ‘묵자식 S형’이 출현했다. 묵자는 유자와 교유하며 천민에서 사로 상승하는 과도기를 실현했고, 유자와 논쟁하며 유가를 벗어나 묵가로 돌아오는 전환점을 실현했다. 이상에서 묵가는 유가 학설을 학습해 환골탈태를 이루었고, 더욱이 묵자가 유가 학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묵자가 유가를 학습한 과정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통해 유가 학설의 진면목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학습 과정이 없었다면 묵자는 「비유」 편처럼 날카롭고 핵심을 찌르는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루쉰 (문학자, 사상가)
: “오늘날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천이지 말이 아니다. 그 실천이 바로 묵자다.”
맹자
: “묵가는 머리끝부터 발뒤꿈치까지 모두 닳아 없어진다 해도 천하를 이롭게 한다면 기꺼이 한다.”
량치차오
: “묵자는 큰 마르크스이자, 작은 예수다.”
강상구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저자)
: “묵자는 당대인들이 가장 사랑했지만, 후대의 권력이 철저히 지운 사상가이다. 묵자는 정의를 추구했지만, 권력은 질서를 원했기 때문이다. 정의가 무너진 시대는 묵자를 다시 소환한다. 민생과 동떨어진 권력이 존재 이유를 잃었을 때 묵자는 다시 불려 나온다.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협객이 그리울 때 묵자는 또 호출당한다. ‘함께 하는 세상’이 생각날 때 사람들은 묵자에 환호한다. 지금처럼.”
한비자
: “세상의 가장 유명한 학문은 유가와 묵가이다.”
저자 : 천웨이런 (陳爲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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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묵자가 필요한 시간>
소개 :
1951년 상하이 출생으로, 2005년 중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탕다청(唐達成)의 전기를 미국에서 간행하면서 중국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한 산문과 전기를 주로 저술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묵자가 필요한 시간>은 천웨이런이 쓴 전기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동서양의 '문사철(文史哲)' 고전과 명언을 비롯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신화와 전설, 속담, 소설, 산문, 연극, 영화, 대중가요 등을 망라해 집필했다. 또한 묵가의 과학, 군사학, 논리학을 개괄하면서 서양의 자연과학적 성과와 대비시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존하는 묵자 전기 가운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역자 : 윤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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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순자, 하나, 둘, 셋의 비밀 (큰글자)>,<순자>,<동서양 철학 콘서트: 동양철학 편 (대활자본)> … 총 18종 (모두보기)
소개 :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묵가의 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퇴계학연구원에서 상임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 및 동아시아학술원에서 연구교수로 있었다. 2008년부터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묵가철학연구> <중국철학방법론> <순자: 통일제국을 위한 비판철학자> <묵자가 들려주는 겸애 이야기> <순자: 하나, 둘, 셋의 비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중국고대의 논리> <중국논리학사> <묵자Ⅱ> 등이 있다.
“2000년간 역사의 그늘 아래 묻혔던 묵자를 되살리다!”
_ 권력에 정면 대항했던 대사상가 묵자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빛나는 전기!
묵자(墨子)는 춘추전국 시대 제자백가의 한 학파인 묵가(墨家)의 창시자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 볼 때 묵자는 하층민 출신으로 수공업에 종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묵자의 생몰연도나 출신지, 이름마저도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른 제자백가가 남긴 사료를 통해 추측을 해볼 뿐이다. 그러나 그의 사상이 가진 힘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후대 학자들의 깊은 존경을 받고 있다. 중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는 “묵자는 큰 마르크스이자, 작은 예수다”라는 평가를 남겼고, 루쉰(魯迅)은 “오늘날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천이지 말이 아니다. 그 실천이 묵자”라고 말하며 묵가 사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상적으로 대척점에 있었던 맹자마저 “묵가는 머리끝부터 발뒤꿈치까지 모두 닳아 없어진다 해도 천하를 이롭게 한다면 기꺼이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비자는 “세상의 가장 유명한 학문은 유가와 묵가다”라고 언급해 당시 묵가의 위세가 유가에 못지않았음을 증언했다. 그러나 유가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위세가 막강했던 묵자와 묵가 사상은 무려 2000년간이나 철저하게 역사의 그늘 속에 가려 있었다. 묵자가 평등과 평화를 주장했던 진보 사상가였기 때문이다. 묵자는 차별적이고 전쟁으로 들끓는 사회를 평화롭고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는 공동체 사회로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고, 백성의 삶을 갉아먹는 지배문화와 착취제도를 개혁하고자 권력에 정면 도전했다. 위정자들의 논리로 활용되던 유가(儒家)와 대척점에 선 까닭에, 묵가는 한나라 이후 학파의 명칭만 유지했을 뿐 묵자의 행적과 묵가 사상은 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묵자는 철학부터 경제학, 군사학,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업적을 남겼다. 특히 묵자가 창립한 묵변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학, 고대 인도의 인명학(因明學)과 함께 세계 삼대 논리학파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수학과 물리학, 천문학, 광학 등에서도 놀라울 만한 발자취를 남겼다. 청대 학자 후스(胡適)는 잊혔던 묵가를 되살리면서 “묵적은 중국에서 출현한 가장 위대한 인물이자 위대한 과학자, 논리학자, 철학자이다”(23쪽)라고 평하며 존경심을 표했다.
현대에 이르러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양자위성에 ‘모쯔’, 즉 묵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유에 대해 양자위성 프로젝트를 주도한 판젠웨이(潘建偉) 중국 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묵자는 중국의 과학자다. 과학 선현의 이름을 딴 것은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만화 묵공이 출간되었고, 이를 원작으로 중국에서 영화 <묵공>이 제작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부터 신영복 선생이나 문익환 목사, 기세춘 선생 등을 통해 묵가 사상이 지속적으로 알려졌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확산되진 못했다. 묵자의 진보적 사상이 낯설었던 탓도 있고, 주류 사상이 아닌 까닭에 다른 제자백가에 비해 국내 학자들의 연구와 저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묵자가 다른 책보다 난해해 정확한 고증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책이었던 탓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EBS에서 <묵자, 정의 없는 세상에 분노할 때> 등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돼 화제가 되고, 각종 매체에서 묵자의 사상을 인용하는 등 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자 천웨이런은 중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뛰어난 문학가로서, 묵자를 정확하게 고증해 좀더 많은 사람이 묵자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저술했다. ‘사실에 입각하되 생동감 있게 서술한다’는 집필 방침을 세우고 80여 권이 넘는 동서양의 ‘문사철(文史哲)’ 고전과 명언을 비롯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신화와 전설, 속담, 소설, 산문, 연극, 영화, 대중가요 등을 망라해 이 책에 담았다. 아울러 근현대 중국의 대사상가인 손이양을 비롯해 후스, 량치차오, 궈모뤄, 왕중 등 내로라하는 학자들의 평가와 연구를 비교 분석해 수록함으로써 균형감 있게 묵자를 조망하고 있다.
“묵자에 대한 가장 충실한 안내서!”
묵자의 출생부터 사상까지, 묵자를 가장 정확하게 제시하는 책!
묵가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과 실천을 철저히 병행했다는 점이다. 묵가는 가치 기준을 모두 국가와 백성의 이익에 두었다. 그들은 ‘천하의 이로움’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생사조차 돌보지 않았고, 당시 기득권이 백성을 착취해 사치와 방종을 일삼는다고 비판했으며,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절용(節用)을 생활신조로 백성과 어울려 일하고 생활했다. 이런 이유로 묵자는 ‘짚신의 철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짚신’은 ‘가죽신’과 대비되어 묵자 및 묵가의 출신과 생활신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고, ‘신발’이라는 점에서 실천을 강조한 사상가임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묵자를 되살리려는 자신의 노력을 ‘역사의 바닷가에 방치된 짚신을 인양하는 작업’이라고 비유했다.
이 책의 번역자인 묵명(墨溟) 윤무학 선생은 「묵가의 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꾸준히 묵자를 연구해온, 국내에서 손꼽히는 묵자 전문가다. 묵자에 대한 전문 연구서는 물론 대중서까지 꾸준히 집필하고 번역해온 덕에 묵자의 생애와 사상 전반을 다룬 이 책을 읽기 쉬운 문체로 번역해냈다. 깔끔하고 쉬운 해설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상세한 설명까지 더해져 있어, 묵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에 대해 윤무학 선생은 옮긴이 서문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 책으로서 묵자의 ‘짚신 인양’ 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묵자 개인과 묵가 사상의 특성을 생동감 있고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묵자기 필요한 시간에서는 묵자의 성명과 출생 배경에서 시작해 그의 생애와 사상적 특성을 3부 29개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천웨이런은 역사적 흐름 속에서 개인과 시대의 특성을 아울러 고려하는 서술방법을 통해 묵자의 사상과 실천을 한층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묵자의 사상과 실천에 대해서 전적으로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 객관적 태도를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이다. 묵가 사상에 대한 후대 사상가들의 옹호와 비판을 함께 다룸으로써, 묵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묵자가 어떤 사람인지, 묵가는 어떤 집단인지, 그들이 등장한 역사적 배경과 맥락, 후대의 분열과 변질, 중국 사상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까지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제1부 묵자에 관한 여러 논쟁과 공격>에서는 묵자가 과연 어떤 인물인지를 파헤친다. 춘추전국시대에 묵자의 가르침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명성은 공자만큼 드높았다. 그러나 묵자의 생애와 활동을 전한 전기나 사료는 전해지지 않아 수수께끼 속 인물로 남아 있다. 그의 성이 정말 묵(墨)이었는지도 이견이 있다. 묵자가 죄를 짓고 묵형(墨刑, 이마에 죄목을 새긴 문신형)을 당한 인물이어서 ‘묵’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학계에서 가장 신뢰하는 묵자의 생몰연대는 량치차오가 추정한 기원전 463~385년 사이로, 공자 이후 맹자 이전에 태어났다고 본다. 묵자의 출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사기나 한서에서는 묵자를 송나라 대부라 주장하지만, 여씨춘추에는 “그가 노나라에 머물며 사각(史角)의 후예에게 학문을 배웠다”는 기록도 있다. 묵자에 따르면 동시대인들은 묵자의 행동을 “천인들이 하는 짓”이라 했고, 묵자 스스로도 천인을 자처했다. 그렇다면 묵자는 생산직이었던 중하위 계급 기술자나 노동자 출신이었을 수도 있다.
<제2부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노력한 묵자의 발자취>에서는 본격적으로 묵자의 사상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묵자의 핵심 사상은 묵자의 10대 편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겸애」(兼愛, 평등한 사랑), 「비공」(非攻, 침략 전쟁 비판), 「상현」(尙賢, 현명한 자를 높임), 「상동」(尙同, 위로의 통일), 「절용」(節用, 쓰임의 절약), 「절장」(節葬, 장례의 절약), 「비악」(非樂, 음악 비판), 「천지」(天志, 하느님의 뜻), 「명귀」(明鬼, 귀신의 증명), 「비명」(非命, 운명론 비판)이다. 이 책에서는 묵가의 10대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한다.
묵자의 다양한 사상은 모두 ‘겸애’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다. 겸애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러 가지 보장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우선 정치상의 보장 체계는 바로 현인 정치로, 현인을 추천하여 국가를 다스리는 데 임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겸애’를 실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상현」을 지었다. 군사상의 보장 체계 역시 필요한데, 만일 대국이 소국을 침략하고 강국이 약국을 능멸하기만 하면 어떻게 겸애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겸애는 평화로운 사회 환경을 기반으로 해야 하므로 「비공」을 지었다. 경제상의 보장 체계도 당연히 필요하다. 부국이든 빈국이든 경제발전과 절약을 중시하지 않으면 일부 사람의 생활은 나아질지 몰라도 나머지 사람은 먹고 입는 것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반드시 사치를 경계해야 하므로 「절장」 「비악」 「절용」 등을 지었다. 또 심리상의 보장 체계도 필요하다. 묵자가 겸애를 주장하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회 하층에서 억압을 받았다. 이런 사람들은 장기간 “부유할 운명이면 부유하고 가난할 운명이면 가난하며” “장수할 운명이면 장수하고 요절할 운명이면 요절하며” “비록 열심히 일하더라도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등의 사상적 속박을 받아 감히 자신의 운명을 주재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므로 「비명」을 지었다. 사상관념상의 보장 체계 또한 필요하다. 묵자가 겸애를 극력 주장하더라도 일부 사람 특히 통치자가 겸애를 시행하지 않으면 어찌할 것인가? 사상적 측면에서 이런 사람들이 제약을 받아 감히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도록 「천지」와 「명귀」를 지었다. (121-122쪽)
묵가 사상의 근본인 겸애는 모든 사람이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귀천을 나누지 않으며, 빈부, 신분, 혈연,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다. 묵자는 세상의 혼란이 발생하는 원인을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 현실에서 찾았다. 묵자는 처음에 유학을 공부했으나 공자의 사상이 자신을 비롯한 천민의 실생활과 어울리지 않음을 느끼고, 격렬한 비판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묵가 사상은 유가 사상의 비판적 산물로 볼 수 있다. ‘겸애’가 유가의 차등이 삼엄한 ‘인애’와 대립을 이룬 탓에, 맹자는 “묵자의 겸애는 부모가 없는 것이다” “임금도 부모도 없는 것은 금수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묵가는 유가의 관점을 정확하게 논박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고, 유가와 쌍벽을 이루는 ‘현학(顯學, 세상의 이름 높은 학문)’으로 발전했다.
비공은 전쟁을 금하자는 것이다. 묵자는 전쟁을 ‘커다란 해악’이라고 여겼다. 전쟁에 승리한 국가든 패배한 국가든 모두 거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성왕의 도’에 맞지 않고, ‘국가 백성의 이익’에도 맞지 않다. 국가가 일으킨 전쟁으로 백성들의 재산이 약탈당하고, 백성의 이익은 사라진다. 묵자는 전쟁으로 “승리해도 얻은 것이 쓸모가 없으며, 물건을 얻어도 잃은 것이 더 많다”고 말하며, 전쟁이 사회와 백성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데도 군왕이 전쟁을 즐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여겼다. 이렇게 묵자가 전쟁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묵자는 평생 절용(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삼았다. 의식주와 관련한 ‘절용’은 묵자 경제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묵자는 ‘식’에 대해 ‘배고픔을 채우고 손발에 힘을 키우며 눈과 귀가 총명해질 정도면 된다’고 여겼다. ‘의’에 대해 ‘옷을 제작하는 겨울에 따뜻함을 더하고, 여름에 시원함을 더할 정도면 된다’고 여겼다. 또한 ‘주’에 대해서는 ‘집을 짓는 것은 겨울에 찬바람을 피하고, 여름에 더위와 비를 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희생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묵가는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만 하는 일로 생각했다. 장례의 간소화를 주장하는 절장과 음악을 비판하는 비악 또한 절용의 연상선상에 있는 주제다.
<제3부 묵자가 이룬 성취와 과업의 의미>에서는 논리학자이자 과학자로서의 묵자를 조망하고 묵가가 이룬 성취 및 업적에 대해 다룬다. 중국과학사의 권위자인 조지프 니덤(Joseph Needham)이 묵자를 읽고 감동해 중국과학사를 연구하게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저자는 “니덤은 묵가가 고대 과학기술사에서 이룩한 위대한 업적에 경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세기를 앞선 묵가의 과학기술 사상이 왜 서양처럼 혁명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는지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말하며 과학자로서의 묵자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역사를 안타까워한다. 묵자의 과학기술은 묵경에 전해지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장장 2000여 년의 중국 역사에서 과학기술 관련 저술은 예상 외로 아주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묵경이 나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중국 과학기술사의 기적이다. 묵경의 출간 연대는 고대그리스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보다 약간 빠르지만 그 내용은 훨씬 더 풍부하다. 묵경은 「경상」 「경하」 「경설상」 「경설하」 네 편으로 이루어졌다. 「경상」의 각 조목은 대부분 원리와 정의이고, 「경하」는 논제를 세워 논증한 것이며, 「경설」 상하는 「경」에 대한 상세한 해석과 논술이다. 위진 시대의 노승이 묵자를 주석하고 처음으로 「경」 상하와 「경설」 상하 네 편을 따로 묶어, 묵자의 과학적 성과를 망라하고 묵자의 과학 사상, 과학 이론, 과학 방법, 기술 실천을 하나의 과학 체계로 구성했다. (386쪽)
이 책에서는 묵자의 다양한 과학적 성취를 상세하게 다룬다. 우주의 공간과 시간 개념을 비롯해 파동과 입자의 ‘우주기원론’, 해와 달의 항성 위치에 대한 역행 운동 등의 천문학 분야를 비롯해 십진법의 자릿수 개념, 0의 발견, 원의 개념, 대칭과 중심의 개념 등의 수학 분야, 역학과 광학, 음향학 등이 포함돼 있는 물리학 분야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알려진 대로 묵자는 상당한 과학적 지식을 지녔으며, 연노차(連弩車)를 비롯해 상당수의 무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그가 발명한 무기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고 사진기의 원리를 최초로 밝혀내기도 했다.
아울러 ‘세계 삼대 논리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묵가의 논리학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량치차오에 의거해 묵자의 논리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량치차오는 묵가 논리학이 세계 논리학사에서 중요한 지위와 과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묵가 논리학이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나 영국의 베이컨과 밀, 인도의 학설과 유사하다고 여겼다. 그는 ‘이명거실(以名舉實)’ ‘이사서의(以辭抒意)’ ‘이설출고(以說出故)’를 각각 서양 논리학의 개념, 판단, 추론의 세 가지 사유 방식으로 해석했다. (…) 묵경의 연역 논증 방식은 대부분 인명학의 삼지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 논법을 줄인 형식이다.(405쪽)
“지금 묵자를 읽는다는 것은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_ 묵자에게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새로운 사상의 원형을 보다
얼마 전 타계한 한국 사상계의 거목 신영복 선생은 묵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묵가는 좌파 사상과 좌파 운동이 그 이후 장구한 역사 속에서 겪어나갈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역사의 초기에 미리 보여준 역설적인 선구자였다.” 선생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가 전국시대의 패권적 질서와 지배계층의 사상에 대하여 강력한 비판세력으로 등장하여 일반 백성의 이상(理想)을 처음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묵자는 투철한 신념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대중 속에서 설교하고, 검소한 모범을 보였으며 백성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간 동아시아의 사상적 주류는 공자로 대변되는 유가였다. 유가는 차별이 엄격하고, 예를 중요시하며 행동보다는 철학적 탐구를 권하는 사상이었기에, 권력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반면 권력에 저항하고, 백성의 안정된 삶과 실천을 중요시했던 묵가 사상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2000년간이나 복원되지 못했다. 하지만 묵자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고 우리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 이유는 건강한 공동체, 차별 없는 평등, 전쟁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헌신한 묵자의 사상이 오늘의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을 꾸려나갈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사상적 원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촛불’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내는 ‘시민의 힘’을 보여주었다. 촛불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혁신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물질적 풍요와 사상적 자유가 실현된 겉모습 뒤로 끊임없는 다툼과 경쟁, 불평등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묵자의 사상은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켜갈 수 있는가’에 대한 빛나는 성찰을 안겨준다. 바로 ‘옳은 것을 향해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묵자의 짚신을 신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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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12편
묵자가 필요한 시간 오즐 ㅣ 2018-01-17 ㅣ 공감(0) ㅣ 댓글 (0)
왜 지금일까?
지금 우리가 묵자를 읽는다는 것은 참으로 절묘한 우연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묵자는 누구인가?
제가 역사책에서 배운 묵자는 중국의 제자백가를 설명할 때 스치듯 언급하며 넘어갔던 인물입니다.
오늘날 제자백가의 분류는 한대 이전 학파의 경향성을 나누면서 정립되었다고 합니다.
『사기(史記)』에서는 제가 사상을 6가(음양가, 유가, 묵가, 명가, 법가, 도덕가)로 정리했고, 『한서(漢書)』에서는 6가 외에 죙횡가, 잡가, 농가를 더하여 9가로 칭했다고 합니다. 선진 제자백가 가운데 역사적 인물로는 공자, 맹자, 한비자, 장자, 관중, 묵자, 순자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대 이후 묵가는 학파의 명칭만 유지했을 뿐 그들의 사상과 묵자의 행적은 2000여 년 동안 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묵학이 침체한 기간은 바로 중국 군주집권 전제의 2000년이었습니다. 묵학이 전제주의에 부합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묵자가 필요한 시간>은 묵자의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놀라운 사실은 지배층이 의도적으로 묵자를 역사의 그늘 아래 묻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 사학계에서는 지금까지도 묵자(墨子)의 진짜 성명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묵자가 어떤 인물이었기에 2000여 년 동안 이토록 철저하게 차단하였을까요.
이 책은 묵자라는 위대한 인물을, 마치 고대 유물처럼 발굴해냈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중국 역사에서 묵자는 평민의 입장을 대변한 선구자이자 혁명가입니다. 묵자가 이룬 성취와 과업을 보면 천재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묵자가 만년에 제자를 모아 가르쳤다는 내용을 보면, 정치, 역사, 경제, 윤리 등의 지식뿐 아니라 농업, 공업, 상업, 군사학 등 실질적인 기술까지 포괄적입니다. 서양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중국에는 묵자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과학기술 업적이 독보적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양샹쿠이는 묵가의 시공이론을 '원시 상대성이론'이라 칭하고, 세계 최초로 과학적 시공 이론을 정립했다고 주장한 것을 보고 잠시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이부분은 묵자의 훌륭함을 강조하기 위한 부연설명으로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주목할 점은 묵자의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묵자는 '천하의 의로움을 일으키고 천하의 해로움을 제거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기 때문에, 정수리가 닳아서 발꿈치에 이르더라도 천하가 이로우면 행했다고 합니다. 묵가의 가치 기준은 모두 국가와 백성의 이익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용을 생활신조로 백성과 어울려 일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으며 가죽신과 대비되는 '짚신'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묵자는 예법만 중시하는 유가를 비판했습니다.
루쉰은 "오늘날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천이지 말이 아니다. 말은 유자이며 실천은 묵자다."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공자는 "군자는 명을 알고 소인은 명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묵자는 '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통치 계급이고, '명을 따르는 것'은 피통치 계급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것을 따르는 자는 모두 기만 당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운명론을 거부한 묵자는 깨어있는 행동가였습니다.
묵자의 삶과 철학을 살펴보는 것이 왜 지금 필요한지를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묵자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묵자가 필요한 시간 깐도리 ㅣ 2018-01-14 ㅣ 공감(2) ㅣ 댓글 (0)
춘추전국 시대는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전의 500년의 시간을 말한다. 그 시기엔 전쟁과 재난이 빈번했던 시기이며,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 갔다. 중국의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나 중국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들을 만들었으며,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수많은 사상가들 중에서 묵가 사상, 즉 묵자에 대해서 우리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으며, 사마천의 사기에서조차 묵자에 대한 기록이 24자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은 우리가 묵자 사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하는 한계이며, 묵자의 사상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의 전기가 현존하지 않는 이유였다.이 책은 묵자 사상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으며, 묵가 사상의 특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을 먼저 접한 느낌은 묵직함이다. 예전에 읽었던 묵자에 관한 책은 입문서에 가까웠지만 , 이 책은 묵자의 중요한 사상에 대해 깊숙히 들여다 보고 있다. 묵자는 언제 태어났는지, 정확한 이름조차 모르며, 생몰년도도 명확하지 않다. 유가 사상의 대표적인 사상가 공자와 맹자 사이에 살았다는 것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을 뿐 그의 가족사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채 2000년의 세월이 흘러가 버렸으며, 그의 사상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4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천민 출신이었으며, 유가의 사상과는 서로 다른 사유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묵자는 공자의 유가 사상을 배웠고 학습했지만, 그 안에서 기존의 기득권층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게 된다. 유가의 인의와 다른 경애를 우선해 왔던 묵가 사상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천민출신이었고, 얼굴이 검었다 말한다. 학자들은 묵자라는 이름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적오라로 말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물론 그가 인도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학자도 있다. 어쩌면 공자 사상처럼 수많은 제자를 남기지 않았고, 유가에서 추구하는 이론보다, 실천을 우선해 왔던 묵가의 사유방식은 그 당시 기득권층을 형성하는 이들을 비판하였으며, 묵가가 죽은 뒤 묵자는 후대 사람들에게 비판 당하게 된다. 유가 사상이 중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 비주류였던 묵가 사상은 2000년이 지난 시기동안 배척되왔고 버림 받아왔다고 보여진다. 묵가의 특징은 겸애와 절약을 중시했다. 또한 유가의 차별적인 사랑과 동떨어진 평등한 사랑을 중시하였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부모에게 사랑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걸 구분해야 한다도 말하는 유가 사상과 달리 묵가 사상은 부모에게 베푼 사랑과 똑같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보편적이고 평등한 사랑이 묵가 사상에서 보여지는 특별한 점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자기 자신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 또한 사랑하는 대상 가운데에 포함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 가운데 있으면 사랑이 자기에게 더해진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함께 나란히 있는 것이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p131)
처음 접하는 묵자 : 묵자가 필요한 시간 좋은세상 ㅣ 2018-01-14 ㅣ 공감(0) ㅣ 댓글 (0)
인문학에 대한 많은 관심은 다양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공자,맹자는 물론이고, 장자나 한비자까지도 보다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묵자는 그 이름조차 생소하다.
춘추전국 시대의 제자백가를 모두 알 수는 없을지라도 그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의 사상을 접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 책은 '묵자'의 사상인 묵가와 그의 생애에 대애 모두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상당한 양의 부피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고,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였다.
저자는 묵자를 지난 2,000년간 잊혀있었던 인물이였다고 말하고 있다.
왜일까?
바로 묵자가 강조했던 사상, 묵가의 핵심 내용때문일 것이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이 책을 보면 학문도 그런 것 같다.
한때 세상을 이끌던 학문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에도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친 유가는 물론이고, 법가나 도가도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묵가는 이 정도의 인지도는 없는 듯 하다.
묵자는 유가를 공부하였지만, 그 유가에 반하는 자신만의 사상을 말하고 있다.
단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실천하였기에 그 영향력은 더욱 컸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학 학문은 유가와 묵가다"라는 한비자의 말에 따르면 춘추전국시대에는 핵심 사상이라고 할 것이 없었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지만, 그 이후에는 핵심 사상인 유가나 법가에 의해 철처하게 은폐, 매장되었다.
쉽게 정리하면 묵가의 사상은 폭넓은 의미의 사회주의를 말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기득권을 가진 지배층들에게는 결코 친숙해질 수 없는, 알려져서는 안되는 학문이였다.
이토록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학문이고, 인물이였기에 책에서도 묵자에 대해서는 많은 사료들을 찾을 수 없어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안타깝다.
묵자가 남긴 저서를 통해 알기보다는 다른 책들에서 언급한 묵자와 묵가에 대한 사상을 통합하여 집필하였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묵가를 본다는 점은 흥미롭다.
상당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이 한 권으로 묵자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였는지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처음으로 접한 묵가이기도 하고, 여타 학문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이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이렇듯 다양한 관점의 인문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것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묵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행인01 ㅣ 2018-01-12 ㅣ 공감(3) ㅣ 댓글 (0)
이때까지 내가 알던 묵자가 아니다. 많은 책으로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읽었지만 묵자의 존재는 아주 미미했다. 묵자보다 한비자의 비중이 더 높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유가와 함께 묵자를 같이 놓아둔다. 가히 쌍벽의 존재였지만 어느 순간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은 사라졌다. 이 사라짐은 그 위세와 비교했을 때 많은 의문을 안고 있다. 저자는 묵자의 실존부터 시작하여 그 무리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잊혀지고 변하게 되었는지 따라간다. 그리고 그가 이룬 성취와 과업의 의미와 한계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 속에 중화민족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묵자에 대한 많은 논쟁을 앞부분에 배치했다. 묵의 의미, 생몰연도, 출생지, 선조와 출신, 유학의 공부 여부 등이 대표적인 논쟁거리다. 많은 자료가 사라진 탓에 이 논쟁은 남은 자료를 통해 추측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묵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유학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거대한 세력을 이루었다면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면 그 세력이 강대했기에 더 강한 탄압과 박멸의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읽고 분석해야 했다. 읽으면서 그 의미가 퇴색했던 한 인물을 되살려내려고 노력한 수많은 학자들에게 감탄했다.
하층 수공업자 출신과 유학을 배운 후 자신만의 학문을 만들고 겸애를 부르짖은 묵자.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하지만 그와 그 제자들이 춘추전국시대에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하나씩 파고 들어가면 훨씬 대단한 묵가를 만나게 된다. 머리끝부터 발뒤꿈치까지 모두 닳아 없어진다고 해도 천하를 이롭게 한다면 기꺼이 한다는 맹자의 말은 이 묵가의 정신과 행동을 아주 잘 표현해준다. 한비자가 “세상의 가장 유명한 학문은 유가과 묵가이다.”라고 말한 것은 유학과 쌍벽을 이루었다는 주장에 좋은 자료가 된다. 이런 말들과 함께 남아 있는 묵경을 통해 하나씩 풀어낸 묵자의 철학과 업적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먼저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부제는 2000년 간 권력이 금지한 선구적 사상가이다. 이 책 속에는 권력이 금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들어있다. 하나의 학설이지만 진의 천하통일 이면에 묵가의 도움이 있었다는 가정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권력이 금지하고 탄압하는 와중에 묵가의 외피는 계속 바뀌고, 다른 모습을 가진다. 종교와 비교한 부분에 이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느끼고, 그들의 강한 규율을 읽으면 결코 쉽지 않은 조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정신이 겸애인데 나와 남, 빈부, 신분, 혈연, 지역에 상관없이 나와 남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춘추전국이란 시대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 나왔다는 것이 대단하다.
겸애와 함께 다루어야 할 것이 비공과 절용이다. 비공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절용은 근검절약이다. 부국강병으로 나라를 키워나가던 그 시절에 이런 주장이 큰 세력을 얻었다는 것은 그 시대상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고, 왜 완벽한 주류가 되어 권력자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는지 그 단서를 알려준다. 송나라 침공을 막았다는 묵자 최고의 업적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기술자이자 수성 전문가인지 알려준다. 공성에 대한 방어 부분을 기록한 자료를 읽다보면 그 시대의 뛰어난 과학 기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공수반과의 고사는 아주 재밌고, 다양한 해석으로 이어진 부분도 흥미롭다.
묵자와 함께 저자가 치켜세우는 것이 중화민족이다. 한족이 아니라는 부분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읽다 보면 동이족이 나오는데 이 동이족이 한민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의미인지는 저자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읽다 보면 동이란 단어가 한국의 강한 민족사관에 입각한 학자들이 주장한 것과 일치한다. 이것이 지역과 연결되면 많은 논쟁과 함께 국민의 자부심과도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묵자의 과학기술과 논리학 부분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과한 해석 같기 때문이다.
원전을 읽지 않았고, 다양한 저자들의 다양한 분석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보니 결코 쉬운 독서가 아니었다. 한자의 특성 상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대표적인 것으로 꼽는다면 묵자가 말년에 흑은사에 은거했다는 말이다. 여기서 절(寺)이 불교의 그 절이라면 시대가 맞지 않다. 단순히 그 지명을 표기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확한 문장이 아니란 아쉬움이 있다. 또 저자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글을 분석한 것과 달리 과학기술이나 논리학에서 현대적 해석의 잣대를 너무 쉽게 들이대는 부분은 왠지 살짝 반감이 생긴다. 아직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부분은 더 많은 연구 결과 이후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한 명의 사상가를 이렇게 일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자료가 풍부하지 않다면 더욱 힘들다. 자료의 빈 곳을 고증과 연구 등으로 채워야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묵가의 일부가 유협으로 흘러갔다는 대목에서 무협 속 협객들이 떠올랐다. 민중의 반란들 속에 보이는 묵가의 흔적은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그 사건을 보게 한다. 한동안 잊고 있던 중국철학에 대한 관심이 샘솟는다. 민중의 봉기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부분에 대한 한 학자의 냉혹한 평가는 그 사상과 시대뿐만 아니라 그 사회정치사상이 지닌 한계도 같이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이제 묵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묵자가 필요한 시간 potato4 ㅣ 2018-01-12 ㅣ 공감(11) ㅣ 댓글 (0)
묵자를 처음 접한 건 어느 소설에서였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는데 나라를 전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신봉한 사상이 바로 묵자의 사상이었다. 처음 듣는 낯선 사상가의 이름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후 묵자라는 인물이 시대를 앞선 얼마나 뛰어난 선각자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묵자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바로 천웨이런의 <묵자가 필요한 시간>을 통해서였다. 저자 천웨이런은 이 책에서 신화, 전설, 속담,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묵가의 과학, 군사학, 논리학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3부로 나누어 묵자를 설명한다. 1부에서는 ‘묵자에 관한 여러 논쟁과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묵자의 개인적인 사항들과 묵자와 그의 사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설명에 대해 다루고 있고, 2부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노력한 묵자의 발자취’에서는 묵자 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중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사상인 유가와 비교, 분석한 내용을 들려준다. 마지막 3부 ‘묵자가 이룬 성취와 과업의 의미’에서는 논리학자이자 과학자로서 묵자를 새롭게 살펴보고 묵가가 이룬 성취 및 업적에 대해 다룬다.
묵자의 핵심 사상은 「겸애」(兼愛, 평등한 사랑), 「비공」(非攻, 침략 전쟁 비판), 「상현」(尙賢, 현명한 자를 높임), 「상동」(尙同, 위로의 통일), 「절용」(節用, 쓰임의 절약), 「절장」(節葬, 장례의 절약), 「비악」(非樂, 음악 비판), 「천지」(天志, 하느님의 뜻), 「명귀」(明鬼, 귀신의 증명), 「비명」(非命, 운명론 비판)이다.
이 모든 사상은 겸애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묵자는 ‘겸상애, 교상리’라는 말로 자신의 사상을 정리했다고 하는데, 량치차오는 <묵자학안>에서 이를 이론과 실천이라고 설명하면서, 겸상애는 톨스토이의 이타주의, 교상리는 크로포트킨의 호조주의에 빗대어 말한다.
기독교인으로서 겸애, 즉 사랑을 말한 묵자의 사상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남을 먼저 공경하고 사랑하라는 묵자의 말은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치심과 다르지 않다(물론 신앙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다르지만).
문제는 이런 사랑을 삶 속에서 실제로 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사랑을 외치지만 행동은 전혀 다른 모습. 그것이 이 시대가 점점 더 혼탁해지고, 각박해지고, 힘들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이런 시대의 이론만이 아닌 실천으로 자신의 사상을 보여준 묵자를 다시 한 번 찾아야 할 시간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