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6

테러리스트들에게 결여된 것은 emotional empathy가 아니라 intellectual compassion

테러리스트들에게 결여된 것은 emotional empathy가 아니라 intellectual compassion

希修·TUESDAY, 17 APRIL 2018·READING TIME: 3 MINUTES



[A] "교통사고로 죽은 애들을 어쩌라는 거냐?"
[B] "그러고도 니가 인간이냐? 니 자식이 죽었어도 그런 말 할 수 있냐?"


세월호 사고/사건 직후 나는 몇몇 분들과 함께 상황과 의문점들을 영어로 정리하여 외국 언론사들에 제보도 했고, 북미에서 나온 한국정부 규탄 성명서 초안작성에도 참여했고, 일일단식도 두 차례 했으며, 두 번에 걸친 오프라인 집회에서 직접 fact sheet 작성하여 배포했고, 행인들에게 달라붙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청 서명도 2백여 개 받아냈으며, 두 번은 주최측의 한 사람으로서 그 후엔 손님으로 해마다 세월호 행사에 참석해왔다 (- 내년부터는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런 나도 A의 말이 이해 간다고 한다면.. 난 아마 돌 엄청 맞겠지..


'이해'가 간다는 것은 '동의'한다는 것도 그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어떤 어떤 상황들에선 저런 얘기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나 혼자만의 추측은 가능하더라는 의미일 뿐.


정치의 'ㅈ'자도 이념의 'ㅇ'자도 모르는데, 때로는 국군이, 때로는 '빨갱이'가 마을을 점령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가족 중 한 사람이 '반역자' 내지 '반동분자'로 몰려 그야말로 개죽음 당하는 걸 본 이들이 한국에 얼마나 많은가. 제주에선 다들 4.3의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빨갱이' 소리 들을까 두려워 "슬프다", "억울하다" 말도 못 한 채 수십 년을 살아왔다 하지 않나. 그야말로 거리에 나가 반정부 데모 한 번 한 적 없건만, 김기춘표 간첩조작의 '타겟'이 되어 형을 살거나 조사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둘이 아니었다. (최승호 감독의 "자백"을 보시기를.) 그런데, 국가의 폭력/기만의 희생자가 된 분들이나 그들의 가족 입장에서 세월호 유족을 본다면, 어쨌든 그 슬픔과 억울함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고 그로 인해 나라가 들썩이는 상황 자체가 일면 '부럽'고 '배아플' 수도 있지 않겠는지. 억울하다 슬프다 소리조차 입밖에 낼 수도 없었던 분들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맞다. 광주항쟁 희생자의 어머니들이 팽목항에 "그 마음 우리가 압니다. 기운내십시오"라는 메세지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런 내용의 메세지였음)의 현수막을 내걸은 것을 분명 보았다. '사고'였든 '사건'이었든 가족 잃은 슬픔과 억울함을 경험한 분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절절히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이니까.. 말기암으로 고통 받는 이를 앞에 두고도 내 손톱밑의 가시가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인간이니까..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아무리 소리 높여 도덕주의를 외쳐도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은 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 하니까..


인간이 본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모든 걸 다 허용해줘야 한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극심한 학대 속에 자라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키워 여성만 보면 범죄를 저지르는 '싸이코'가 있다 할 경우, '그 누구도 저런 환경에서 자랐다면 저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른 그의 책임을 100% 면해줄 수는 없는 것. 내 말은 그저, 우리가 어떤 윤리적 미덕을 갖추고있다 해도 그건 단지 '운이 좋은' 덕분인지도 모름을 기억하면서 겸허할 필요가 있다는 것뿐. 영화 "해무"에 나온 그런 도륙을 내가 저지르지 않고 살아온 이유가, 내가 진정 '윤리적인 인간'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그 영화를 보면서 나는 솔직히 확신 못 하겠더라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조차 한 사람의 태도는 전적으로 그의 자유이자 책임이라고 Viktor Frankl은 말하지만, 아우슈비츠나 "해무"같은 상황에서 '주체적' '윤리적' 인간으로서 '존엄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내가 감히 헤아리기 힘들 만큼 험난하고 불운한 삶을 헤쳐왔기에 그 와중에 공감 능력도 윤리적 감수성도 훼손되어 내가 갖춘 윤리적 미덕을 덜! 갖춘 누군가가 있다 해서 그를 인격적 윤리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자격이 내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니 자식도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라는 악담을 퍼붓는 '도덕주의자'보다 차라리 좀더 '윤리적'이지 않겠는지 생각해보자는 거다. Again,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판단은, 그 어떤 경우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불가피한 최소한이지만 말이다. (정치인을 압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고, 나는 지금 일반 시민들을 설득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더라도, 'empathy' 혹은 '감정적 동일시'의 의미로 흔히 쓰이는 '공감'은 강요/설득한다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어차피 아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결여된 것은 emotional empathy (감정적 동일시 능력)이 아니라 intellectual compassion (상대의 언행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는 것인지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며, '편향된,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감정 동일시' ( ='내 편'에게만 올인하고 '다른 입장'은 악마화하는 태도)야말로 테러리스트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이 말하고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어차피 설득으로 안 되는 emotional empathy 는 포기하고 intellectual compassion이라도 갖게끔 설득하려면 혹은 그러한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려면, 세월호 유족을 이해 못 하는 이들에 대한 intellectual compassion을 나부터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말이다. "니가 우리를 이해 않고 비난만 하니 나도 니들을 이해 않고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 비난하련다"라는 태도로는 서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뿐이니.


평화통일을 원하는 이들이나 무력을 써서라도 북한 독재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나, 둘 다 자신들은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원한다"고 말한다. 피차간에 인정을 않을 뿐, 양쪽 다 각자 자신들은 진심이고 자신들은 '합리적' '현실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 아무리 절실하다 한들, 자기 주장의 타당함을 스스로는 아무리 찰떡같이 믿고있다 한들, 그 감정/믿음만으로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음을 아는 것이 '아이'와 '어른'의 차이 아니겠나. 이 차이도 이해 못 한다면, 최소한 앞에는 나서지 말고 자기 스타일의 운동방식에 그냥 조용히 참여만 하는 것이,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데에 오히려 도움이 되련만. '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참사를 기억 않는 것이고 내가 하는 방식으로 애도하지 않으면 애도하는 마음조차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오만하고도 유아적인 생각을 내비치는 사람을 보면, 자신의 윤리성/정의로움의 과시를 위해 감상주의에 탐닉하는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데에 장애만 자초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인간은 그저 각자의 수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서 사는 것일 뿐이지만,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나는 나 개인이 아닌 내 진영의 '대표 사례'로 상대에게 보이리라는 점을 기억하고서 책임감 신중함 예의를 늘 유지해야 한다.


아기 잃고 우는 여인에게 석가가 보인 ‘공감’/’자비’는, 함께 울어주는 일이 아니라, “마을에 내려가 가족 친지 그 누구도 죽은 적 없는 집을 찾아내어 겨자씨를 빌려 오라”고 말한 것이었다. 요즘같으면 '싸이코패스'/'쏘시오패스'라고 돌맞을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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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lectual Compassion Over Emotional Selective Empathy


(1) Emile Bruneau says, the problem of terrorists is not lack of empathy but selective empathy. For example, if you are too empathic with your fellow soldier who got injured or killed in front of your eyes in a war, you can become more cruel than anyone against your 'enemy', no matter which side is 'just'. In short, emotional identification with someone itself does not necessarily make you more 'moral' or 'ethical'.
https://www.nytimes.com/2015/03/22/magazine/the-brains-empathy-gap.html
(2) "Paul Bloom, a professor of Psychology and Cognitive Science at Yale University, makes the case for rational compassion rather than empathy. He argues that empathy is counter-productive because it enmeshes the empathizer in feelings that aren’t their own. Instead of taking on the problem as your own, having compassion means to understand where the person is coming from without adopting the emotion itself."
http://www3.forbes.com/leadership/13-things-socially-intelligent-leaders-do-differently/5/
(3) "Paul Bloom, a psychologist at Yale University, does disagree. His new book, “Against Empathy”, makes the provocative argument that the world does not need more empathy; it needs less of it. People are bingeing on a sentiment that does not, on balance,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Empathy is 'sugary soda, tempting and delicious and bad for us'. In its stead, Mr Bloom prescribes a nutritious diet of reason, compassion and self-control. To be clear, Mr Bloom is not against kindness, love or general good will toward others. Nor does he have a problem with compassion, or with 'cognitive' empathy—the ability to understand what someone else is feeling. His complaint is with empathy defined as feeling what someone else feels."
https://www.economist.com/news/books-and-arts/21715634-moral-psychologist-decries-culture-identifying-others-expense
The harsh fact is, to a woman crying over her child's death, the Buddha neither performed a miracle to bring the baby back to life nor commiserated with her. Instead, he told her to go find a family in which no one has ever died, so she can face and accept the reality that everyone has to die and that death is only a matter of sooner or later. Right, although we know that a death by a natural cause should only be accepted, knowing does not make doing any easier.
(201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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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 할게요.
http://www.ddanzi.com/index.php?mid=free&document_srl=509234761&statusList=BEST%2CHOT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