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7

심제(心齋)

테두리없는 거울 :: 심제(心齋)


심제(心齋)

도는 찾지 않으면 곧곧에 없는 곳이 없고, 찾으면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사물의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만물의 이치를 분석하여, 시비와 선악의 분별을 일삼으며, 원래 온전할 덕을 쪼개고 살필 뿐, 회광반조(回光返照), 즉 본래의 그 자리를 살필 줄을 모른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분쟁의 원인은, 자신의 본래 면목은 살필 줄 모르고 대상만을 계속 시비분별하는 우리의 중생심 때문이다.
남의 잘못을 보는 것이 스스로의 허물이라고 육조단경에서 밝히고 있듯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스스로의 잘못이다. 어둠을 하나하나 긁어내려는 것이 이미 어둠이고 미혹이다. 그냥 스스로의 빛을 밝히기만 하면 될 뿐, 어둠은 건드릴 필요가 없다. 즉 스스로의 행이 밝기만 하면 눈이 있는 자들의 무명(無明)은 걷히게 되어 있다. 물론 저도 자유로울 수는없지만, 마음공부를 꽤 했다는 분들도 곧잘 남의 언행과 태도에 분별심을 내며 끌려 다닌다.

삶과 법이 둘이 아니듯이, 마음공부는 삶속에서 항상 마주치는 선악과 시비를 경계해야 하지않겠는가?
부처와 마구니가 다른 것은 나와 별개로 부처와 마구니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처와 마구니를 만들어서 다르게 보고 있는 것이다. 비운다는 말과 비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수용하라는 말도 다르게 느껴지는 까닭은 내가 있고, 나의 견해가 있기에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흰색이나 검은 색이나 모습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 흰색이나 검은 색은 다를 바가 없다. 비록 체험을 했다고 해도 있다는 말이나 없다는 말에 끌려 다니는 이들은 스스로의 견해가 사라진 있음과 없음을 초월한 자리를 아직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자리는 지키고 머무르는 자리가없는 것이며, 머무름이 없다는 생각마저 사라진 자리이니 대승에서는 불이중도라고 한다.

 안회가 스승인 공자에게 묻기를, “제가 심제(心齋)를 실천하기 전에는 안회라는 제 자신이 실제처럼 존재하지만, 심제를 실천하여 제 자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 이것을 비움이라 하는 것입니까?”라고 하는 대목이 장자에 나온다. 심제는 결국 마음을 한결같이 하고 스스를 비워 도에 합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역시 장자에 나오는 또 다른 표현인 좌망(좌忘),전일(專一), 수일(守一)과 다르지 않다.

또한 심제를 실천하니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반야심경에 이르기를, 반야바라밀다를 실행할 때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추어 보고 모든 고통을 벗어난다는 구절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심제라는 말은 반야심경의 반야바라밀다나, 대승의 불이중도와  다르지 않다. 마음공부의 비결을 알고자 하는가?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도는 빈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스스로의 생각을 경계하고 마음을 비우시라! 도덕경에서는 손지우손(損之又損)하라고 하고 있지, 그것이 쉽지 않다면 무엇보다도 우선 눈 밝은 선지식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3/7/2019 테두리없는 거울 :: 심제(心齋) https://lifendeath.tistory.com/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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