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News - 달라이 라마 성경을 말하다…성경강의 담은 `선한 마음` 출간
달라이 라마 성경을 말하다…성경강의 담은 `선한 마음` 출간
"석가모니는 불자 의식속에 들어와 하나가 되었으니 그 역시 `부활`…여러분의 원수가 가장 훌륭한 스승"
겸손하면서도 지적인 성찰 돋보여
허연 기자
입력 : 2017.12.24
1994년 9월 영국 런던 미들섹스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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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청중 앞에서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의 주제는 `선한 마음 :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불교도의 견해`였다.
달라이 라마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마태복음 5장 43~48절을 또박또박 읽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 구절을 읽으니 `대승집보살학론`에 나오는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면 그대는 도대체 누구에게 자비를 베풀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의 적은 여러분에게 가장 훌륭한 정신적인 스승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영적 수행에서 적의 존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해는 비추는 곳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자비를 설명하는 더없이 훌륭한 비유입니다."
세계 그리스도교 명상공동체(WCCM)가 주최한 세미나는 3박4일간 쉼 없이 계속됐다.
최근 출간된 책 `선한 마음`(불광출판사)은 이때 강연 내용을 담은 책이다. 영어권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던 이 책은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의 열린 자세가 돋보인다. 달라이 라마는 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나 혹은 그 대척점에 있는 외교적인 발언을 모두 뛰어넘는 혜안을 보여준다.
그는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신앙`이 가진 궁극적 가치를 설명한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처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런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그리스도를 믿는 여러분도 신성을 얻고 싶은 열망,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은 있을 것입니다. 이 열망이 커지면 확신이 되고 이것이 곧 신앙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신앙은 같은 것입니다."
강의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시작해 웃음과 감동으로 끝났다. 달라이 라마는 때로는 겸손하게 자신의 기독교에 대한 무지를 인정했고, 때로는 어느 석학 못지않은 지적인 향연을 펼쳐보였다.
"열반 후 부처님의 몸은 화장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실제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불교수행자들의 의식 속에 들어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독교의 `부활`과 불교의 다른 점을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의 근원으로 흡수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으니 그 역시 부활이라는 이야기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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