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0

내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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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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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2018.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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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하지만,

 人之生也柔弱(인지생야유약)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조화로운 기운을 머금고 정과 신을 안고 있기 때문에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겁니다.

 人生含和氣,抱精神, 故柔弱也(인생함화기, 포정신, 고유약야)

 

 

죽으면 딱딱하고 단단해집니다.

其死也堅强(기사야견강) 

 :사람이 죽으면 조화로운 기운이 고갈되고 정과 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딱딱하고 단단해지는 것이죠.

人死和氣竭,精神亡,故堅强也(인사화기갈, 정신망,고견강야)

 

 만물과 초목은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萬物草木之生也柔脆(만물초목지생야유취)

 :조화로운 기운이 있기 때문입니다.

 和氣存也(화기존야)

 

 죽으면 말라 뻣뻣해집니다.

 其死也枯槁

기사야고고

 :조화로운 기운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和氣去也(화기거야)

 

 그러므로 딱딱하고 단단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것은 삶의 무리입니다.

 故堅强者死之徒(고견강자사지도)

 :이상의 두 가지 일을 통해 볼 때, 딱딱하고 단단한 것은 죽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것은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以上二事觀之,知堅强者死,柔弱者生也(이상이사관지, 지견강자사,유약자생야)

 

 이 때문에 군대가 강하기만 하면 이기지 못하고,

 是以兵强則不勝(시이병강즉불승)

 :강대한 군사는 전쟁을 가볍게 여기고 죽임을 즐기지만, 피해자들의 독기가 흐르고 원한이 맺혀지니, 여러 약한 자들이 하나로 뭉쳐 강함을 이루기 때문엥 이기지 못하는 겁니다.

 强大之兵輕戰樂殺,毒流怨結,衆弱爲一强,故不勝(강대지병경전악살,독류원결,중약위일강,고불승)

 

 나무가 강하면 가지와 잎이 함께 삽니다.

 木强則兵(목강즉병)

 :나무가 강하고 크면 가지와 잎이 그 위에서 함께 삽니다.

 本强大則枝葉共生其上(목강대즉기엽공생기상)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놓이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것은 위에 놓입니다.

 强大處下 柔弱處上

 강대처하 유약처상

 :사물을 흥성하게 하고 공을 이룸에 있어, 큰 것은 아래에 놓이고 작은 것은 위에 놓입니다. 하늘의 도는 강한 것을 누르고 약한 것을 도우니, 이것이 대자연의 가르침입니다.

 興物造功,大木處下,小物處上,天道抑强扶弱,自然之效(여물조공,대목처하,소물처상,천도억강부약,자연지효)




» 대만국립박물관에 전시된 노자 그림




 노자도덕경 제76장 계강(戒强)편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강함을 추구하며 강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강한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은 이렇게 자연과 같은 삶을 살게하는 지혜로 가득한 고전이다.

 도가의 왕도로 꼽히는 이 책을 한국에선 드물게 도교와 기(氣)를 공부한 최상용 인문기학연구소장(58)이 옮겨 출간했다. <내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일상이상 펴냄)이란 제목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한나라 문제 때 하상공(河上公)이 주석을 단 하상공본과 위나라 때 왕필이 주석을 단 왕필본을 비롯해 600여 종이 넘은 다양한 판본이 전해 내려온다. 하상공본과 왕필본이 가장 널리 읽혀왔다. 그중 하상공본인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老子道德經河上公章句)’는 유교적 해석이 가미된 왕필본보다 원본에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가 사상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노자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성은 이(李), 이름은(耳), 자는 담(聃)이다. 노자의 생몰연대는 정확히 알려지지않고 있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쓴 <노자열전>에 따르면, 기원전 6세기쯤 초나라의 고현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노자는 춘추시대 말기 주나라의 장서실, 오늘날로 보면 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일설에 따르면 공자가 젊었을 때 노자를 찾아가 예(禮)에 관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한다. <도덕경>이 어떻게 세상에 전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주나라가 퇴하면서 은둔하기로 결심한 노자가 서방으로 떠나는 도중 관문기지를 만났는데, 그 관문지기의 요청으로 도(道)로 시작되는 글과 덕(德)으로 시작되는 글, 81편 한자 5천자를 남겼는데, 그것이 바로 <도덕경>이라는 것이다.




 옮긴이 최상용 소장은 “<도덕경>은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 않고(무위·無爲), 자기에게 주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행해야 한다(자연·自然)는 무위자연을 바탕으로 도가사상을 처음 주장했다”고 한다. 겉치레를 중시하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문명사회를 비판하고,약육강식의 세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도덕경>은 종교와 문학, 회화, 정치, 경영 등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마오쩌둥, 톨스토이, 헤겔, 하이데거, 니체,프로이트, 빌 게이츠, 마윈 등이 이 책을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도덕경 하상공본은 동양 최고의 의학서인 <황제내경>의 의학적 바탕과 <도덕경>의 사상에 기반한 황로학(黃老學)을 응용하며 ‘몸의 사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하상공본은 당나라 시기까지 도사(道士)를 뽑는 고시의 필수과목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학작품은 물론 수련관련 문헌들에서도 많이 인용됐다고 전한다.




 
최소장은 9세기 송나라 때 유불도와 주역, 관상, 명리학까지 통달해 동아시아 도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진단의 내단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진단의 내단사상은 9세기 송나라 때 유불도와 주역, 관상, 명리학까지 통달해 동아시아 도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진단은 야사가 아닌 정사인 송사(송나라역사서)에 ‘무당산에 은거해 118살까지 살며 수공법(睡攻法·수개월씩 잠을 자면서 하는 수련)을 해 황제가 존경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신선이 된다며 온갖 약물들을 먹어 중독사하는 폐해가 적지않던 수련 풍토에서 먹는 외단(外丹)이 아니라 마음공부인 내단(內丹) 수련 체계를 세워 주자의 신유학과 불교의 진공묘유론을 가능하게 한 인물이다. 최소장은 국내에 연구가 전무하다시피한 진단을 공부하면서 한자로 된 역사서들을 뒤지기 시작해 수천권의 한자책을 독파하면서 한자박사가 됐다고 한다. 그는 그 한자 실력과 도교 연구 및 수행 체험을 살려서 도덕경을 번역해냈다.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기보다는 대체로 담백하게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 이 책의 특징이다.

 최 소장은 “노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복귀무극(復歸無極·본래의 무극으로 돌아감)이라 할 수 있다”면서 “노자의 이 사상은 도가 추종자는 물론 도교 수련가들에게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영감과 함께 심신의 수행의지를 북돋아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