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전자책] 주체란 무엇인가
[eBook] 주체란 무엇인가 - 무위인無位人에 관하여 | 개념어총서 WHAT 5
이정우 (지은이)그린비2018-06-21
전자책정가
5,000원
판매가
5,000원
쿠폰할인가
4,500원
10% 할인쿠폰 받기
마일리지
250원(5%) + 멤버십(3~1%)
+ 5만원이상 구매시 2,000원
Sales Point : 95
9.3 100자평(4)리뷰(2)
이 책 어때요?
종이책
9,000원 (+500원)
카드/간편결제 할인
무이자 할부
소득공제 230원
eBook 장바구니 담기
eBook 바로구매
선물하기
보관함 +
배송상품이 아닌 알라딘 뷰어에서 이용 가능한 디지털상품이며, 프린트가 불가합니다.
종이책 페이지수 112쪽
책소개
인문학에 필요한 개념을 이해하고 작동방식을 파악하는 즐거운 공부의 시작을 위해 기획된 <개념어총서 WHAT> 시리즈 1차분. 푸코, 들뢰즈같이 이름부터 부담스러운 저자의 책을 읽고 사상에 빠져드는 것은 바로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좀더 즐겁게 인문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신개념 인문학 입문서 시리즈인 것.
이번 기획은 단순히 개념사(史)가 아니라, 실제로 개념의 쓰임과 용법을 밝혀 누구라도 그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국내의 인문환경과 독자를 고려해 집필할 수 있는 국내 필자들의 저작일 것, 이 2가지 대원칙을 가지고 철학, 사회학, 정치학 등의 개념어들을 골라 그 사용설명서를 만들었다. 1차 분은 총 5권으로 출간 되었다.
<재현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판단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근심하는 재현적 사고를 비판한다. 또한 그러한 재현을 뛰어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마그리트, 고흐, 쿠르베 등의 예술가부터 연암, 노자, 장자, 들뢰즈, 니체 등의 철학자들을 가로지르며 재현 개념과 비-재현적 사유의 필요에 대해 역설한다. 저자는 새로운 삶을 창안하길 원한다면 우리의 재현적 삶부터 박살낼 것을 주장한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푸코와 니체의 권력개념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권력이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어느 정도로 작동하는가'로 파악해야 할 개념임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인문사회 관련 텍스트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너무나 자주 접하는 '권력'이라는 말에는 '누군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따라붙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권력을 탈취하거나 넘겨주어야 할 무엇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곧 권력의 작동에 우리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을 잊게 만든다는 것.
<공(空)이란 무엇인가>
대승불교의 한 개념인 '공'(空)에 대해 나가르주나(용수)가 쓴 <중론>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끌어와 설명한다. '색즉시공' 같은 표현에서 어렴풋이 느끼는 '공'은 무언가 비어 있거나 기(氣)의 흐름 같은, 보이지 않지만 실체가 있는 어떤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공에 대한 오해임을 밝힌다.
'모든 존재자는 서로 의존해서 발생한다'는 연기법을 기반으로 출현한 공 사상은 세상 만물에는 어떤 본질적인 것, 불변의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슬픔에도 기쁨에도 알맹이가 없음을 깨달을 때 작동하는 것이 '공'임을 알려준다. 간결하고 대중적인 문체로 근대 중국의 불교사상을 풀어 낸 바 있는 저자 김영진은 난해하기로 정평난 불교의 공 사상에 친근한 예와 명쾌한 설명으로 일반인도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내재성이란 무엇인가>
내재성을 살펴보면서 근대철학의 각 줄기들을 탐색하고, 특정한 환경이 특정한 사유를 생산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책. 저자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환경으로서의 내재성을 사유하자고 말한다. 이 책은 다양한 것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세계 혹은 들뢰즈가 자신의 사유를 펼치는 장소로써의 내재성은, 우리에게 비좁은 삶의 틀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줄 것임을 보여준다.
<주체란 무엇인가>
근대 서양철학의 시작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주체 개념을 이정우 고유의 사고 속에 녹여내 설명하였다. 저자는 '이름-자리'로부터의 탈주(바꾸어-나감)가 우리를 일정한 주체로 만들어 주며, 또한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줌을 설명한다. 이 투쟁은 하나의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주체의 이해는 무엇보다 그를 고유한 주체로 만들어 주는 문턱들(기호, 의미, 사회, 문화 등등)을 넘어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이를 위해 이 문턱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해 진정한 주체는 무위(無位)의 차원에서만 성립한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정해진 자리를 넘어서 경계를 넘나들며 매번 새롭게 생성하는 자기 만들기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책.
이 시리즈의 1권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이 시리즈의 2권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이 시리즈의 3권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이 시리즈의 4권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이 시리즈의 세트 상품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목차
05 주체란 무엇인가
1. 술어적 주체를 넘어
주체와 술어 | 집합적 주체들 | 주체성의 선험적 지평으로서의 시간
2. 차생(差生)과 정체성
자기차이성 | 고유명사로서의 주체 | 객체성과 주체성의 갈등과 화해
3. 인식론적 역운(逆運)
진리가 오류로 둔갑할 때 |역운의 극한
4. 타자 - 되기
주체화를 둘러싼 투쟁 | 거대 주체를 무너뜨리기 | 타자 없는 주체 |타자-되기
5. 무위인(無位人)
‘우리’들의 계열학 | 상생적인 되기의 함정 : 남북한의 예 | 진정한 우리-되기의 가능근거 : 무위인
맺음말_후주 및 관력 저작들
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 더보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개념어총서 WHAT 005 이정우 지음 ‘주체란 무엇인가’
“시간 속에 변이하며 정해진 자리를 가로지르는 주체, 자기-만들기를 말한다!”
<개념어총서 WHAT>의 다섯번째 책 ‘주체란 무엇인가’(이정우 지음)는 서양 철학의 핵심 개념이자 근대철학의 시작을 알린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주체’ 개념을 이정우 고유의 사유 속에서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인간 주체를 이름-자리(아빠, 선생님, 기독교인, 남자 등등)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고착되지 않고 새로운 자기를 만드는 이중체로 파악하는 이 책은, 이 이중체로서의 삶이란 계속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말하며 새로운 관계 맺음이란 결국 어떤 ‘우리’의 생성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본질적이고 실체적인 ‘주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관계 속에서 ‘타자-되기’를 통해 변이하며 이름-자리의 집합적 구종인 위(位)를 가로지르는, 경계를 허무는 ‘자기-만들기’를 주장한다.
술어적 주체를 넘어
이 책은 먼저 주체를 ‘술어적 주체’로 이해한다. 술어적 주체란 주어로서의 주체로서 자신에게 붙은 술어들을 통해 성립하는 주체이다. 이를테면 “나는 대학생이다” “나는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키가 작다”에서 “나는 ~이다”라는 언표로서 나를 설명하려 한다. 이 술어의 자리에는 일반명사들에 의해 “~이다”가 서술되며, 이 “~이다”의 자리에 들어올 수 있는 고유명사는 단 하나만으로 규정된다. 술어들은 한편으로 성, 종교, 직업, 출신도, 생년월일 등으로 범주화되어 있고 이 각각의 범주들은 차이들 혹은 변별적 체계로 되어 있다. 이때의 삶의 범주들은 단순히 개인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거대한 체계다.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곧 그런 체계 안에 내던져진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 범주에서 술어 하나씩을 뽑아 그것을 통접함으로써 자기를 만들어 가는데, 자기를 만드는 그 과정 혹은 틀이 고착되어 있을수록 자기의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즉 ‘자기의 구성’은 상투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고착된 틀에서 빠져나오려면 우리는 주체를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생성해 가는 어떤 것으로 파악해야 하며, 규정성들의 공간에서 끝없이 수선되는 직조물로 파악해야 한다.
무위인(無位人), 진정한 우리-되기의 가능근거
인간이란 술어적 주체로서 이름-자리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고착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이중체이고 이런 이중체의 삶이란 결국 생성하는 관계를 살아가는 것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성을 뜻하는 것이고, ‘우리’의 장이라는 것은 개인들, 또는 ‘우리’들이 무수히 다른 ‘우리’들에 관련해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를 겪는 장을 말한다. 이름-자리는 바로 이렇게 인간(‘우리’)에게 붙어 있는 무수한 술어들과 그 술어들이 함축하는 실제 관계들, 상황들로 구성되고, 사회는 이런 이름-자리들의 집합론적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집합론적 구조를 ‘위’(位)라 했을 때, 무위인이란 이런 위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그 경계들을 가로지르며 이것들을 창조해 내는 사람을 말한다. 어떤 자리[位]에서도 활동을 하고, 또 그런 자리를 스스로 창조하는 능력자. 이정우는 이렇게 매번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이를 ‘무위인’으로 부르는데, 이때의 무위인은 근대철학이 씌워놓은 ‘주체’를 넘어선 주체이며 늘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주체다.
개념어총서 WHAT 001 채운 지음 ‘재현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사는 것만이 재현에 대한 저항이다!”
사는 게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 나는 남들처럼 살지 못하나, 왜 나는 남들처럼 행복하지 못한가…등등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밀어넣는다. 왜 그럴까? 우리가 정말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의 삶이 정말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개념어총서 WHAT>의 첫번째 책 ‘재현이란 무엇인가’(채운 지음)는 이런 갑갑함이 바로, 우리 삶 전반에 퍼져 있는 ‘재현적 사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척도가 되는 이상적인 삶이 하나 있고, 나머지 다양하고 이질적인 삶은 모두 그 원본을 재현(再?現)하며 사는 거라는 생각. 따라서 지금-여기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보다 완벽한 삶을 꿈꾸는 것이 행복이고 희망이라는 생각.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좀더 완벽한 직장, 사랑, 가정을 꿈꾸며 계속 행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재현-표상-리프리젠테이션? 철학개념이 아니라, 일상개념이다!
그런데 재현적 사고가 뭐 그렇게까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사실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말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다시-드러냄’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현상에 대한 부정, 그리고 현상 뒤의 어떤 실체나 본질에 대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다. 원본과 모사물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재현(Vorstellung)의 또 다른 번역어는 ‘표상’이다. ‘앞에vor-세움stellung’이라는 뜻. 주체는 대상을 자신 앞으로 호출하고 그에 대응하는 어떤 상을 대리인으로 내세운다(表?象)는 말이다. 실재 이미지와 카피 이미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재현’과 마찬가지로 ‘표상’ 역시 주체와 대상 사이의 지울 수 없는 거리를 상정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리프리젠테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세계를 보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고 우리 삶과 인식과의 괴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재현은 단순히 어려운 철학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틀과 일상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삶속의 개념이고, 따라서 평소 일상에서 전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투쟁의 대상이다.
재현을 향한 최고의 저항, 호모 파베르(Homo faber)!
재현의 세계는 움직이지 않는 고체의 세계다. 하나의 척도를 기준으로 줄지어 서 있고, 모델로서의 원본 이외에 나머지 것들은 다 가짜고, 정해진 틀을 이탈하면 안 되고, 표준이어야 하고 평균이어야 한다. 따라서 재현의 세계 혹은 사고라는 것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묵살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둔다. ‘재현이란 무엇인가’는 푸코, 마그리트, 들뢰즈, 클레를 넘나들며 이런 파시즘과 다를 바 없는 재현적 세계에 대한 저항을, 그리하여 새롭게 좀 살아볼 것을 부추기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 재현에 대한 최고의 저항으로 저자가 내놓은 것은 바로 ‘호모 파베르’이다. 즉, 끊임없이 제작하고 만들어 내면서 그와 더불어 스스로 변화하고 다른 삶의 방식/비전을 주조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물론 재현의 세계를 넘어선다는 건, 그에 맞서는 더 견고한 세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현실화하는 것이고 끊임없는 ‘-되기’를 통해 사는 것이며, 이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개념, 또 다른 자신을 창안하는 것이다. 호모 파베르는, 그렇게 ‘새로운 자신’은 물론이고 ‘새로운 세계’를 마땅히 구성해 나갈 수 있는 인간을 말한다.
“당신의 개념이 당신의 삶이고, 세계다!!”
―뭔가 다른 인문학 공부? ‘개념’이 답이다! <개념어총서 WHAT>!
“개념은 한마디로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다. 만약 당신이 자본주의를 살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해 당신이 형성한 개념을 통해서다. 만약 당신이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먼저 당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은 당신이 형성한 개념에 따라 만족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당신은 당신이 가진 개념에 따라 세계를 파악하고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니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꿀벌은 자신의 집을 밀랍으로 짓지만, 인간은 자기 세계를 개념으로 짓는다고.” (고병권,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10쪽)
인문학, 그거 나도 한번 해보자
나의 인문학 공부 파트너, 개념어 총서 WHAT
‘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이수영은 인터뷰에서 인문학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W-ing의 여성들 이야기를 길게 했다(‘개념어총서 가이드북’, 37쪽 참고). 인문학 공부는커녕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그 집단의 여성들은 이름도 생전 처음 듣는 ‘니체’ 강의를 듣고서 감동을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피폐해진 여성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돈도, 집도, 직업도 아닌 자신들의 삶과 내면에 대한 성찰이었다. 이른바 ‘현장인문학’은 학문의 틀에 매이지 않은 새로운 공부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정말로, 인문학은 인생을 바꾼다는 깨달음. 바로 이것이 “나를 바꾸는 책, 세상을 바꾸는 책”을 모토로 하고 있는 그린비의 출판철학과 통하는 지점이었다.
인문학이 위기이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무작정 인문학을 좀 공부하자고만 해서는 밑도 끝도 없이 공허하기만 하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무려 인생을 바꾼다고 하는 그 좋은 인문학을 보다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인문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인문학에 접근하는 데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바로 ‘개념’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처음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늘 벽과 같았던 개념. 일상어와는 용법이 달라도 너무 다른 개념어들은 사람들의 삶에서 인문학 공부를 쉽게 떼어 놓았다. 이 책에서는 이런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가 또 다른 책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같고…, 뭔가 하나로 꿰어지지 않는 개념어의 헷갈리는 용법들은 인문학 초보들을 공부의 문턱에서 마냥 서성이게 했다. 모르는 개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해가 되기는커녕 연이어 또 다른 사전, 웹사이트, 참고서적을 뒤져야 했던 것. 물론 모든 개념을 다 알아야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념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개념을 이해하고 그 작동방식을 파악해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텍스트들을 보다 즐겁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때문에 푸코, 들뢰즈, 베르그손같이 이름부터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사상에 빠져드는 것도 바로,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개념에 대해 이해를 하고 좀더 즐겁게 인문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그린비 출판사는 ①단순히 개념사(史)가 아니라, 실제로 개념의 쓰임과 용법을 밝혀 누구라도 그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②국내의 인문환경과 독자를 고려해 집필할 수 있는 국내 필자들의 저작일 것. 이 2가지 대원칙을 가지고 인문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사회학?정치학 등의 개념어들을 골라 그 개념어들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5권을 선보이게 된 <개념어총서 WHAT>은 바로 그렇게 인문학으로 세상을 한번 바꿔보겠다는 저자와 출판사가 만들어 낸 신개념 인문학 입문서이다. 시작부터 포부가 남달랐던 만큼, <개념어총서 WHAT>은 대한민국 모두의 인문학이 즐거워질 때까지 20권이고, 30권이고 계속될 것이다.
인문학이 어렵다 해도, 사는 것보다 어려우랴
인문학에는 배울 ‘학’(學)자가 들어간다. 어려서부터 기피대상 1호가 공부였던 대다수 우리들에게 이름부터 부담스럽고 어려운 인문학. 그러나 인문학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쉽다. 연애가 안 풀릴 때는 만사가 짜증나고 심통이 나고, 정치인들이 정신줄 놓은 말과 행동을 일삼을 때는 비단 애국자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나오는 건 한숨뿐, 입으로 들어가는 건 술뿐이다. “사는 게 왜 이러냐”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때에도 ‘공부’를 하면 달라질 수 있다. 애인이라면 마땅히 이 정도는 해야 하고, 남들 하는 만큼의 데이트는 해야 한다는 사랑 혹은 연애에 대한 절대적인 척도를 무시하고 뛰어 넘는 것, 하나의 완벽한 이상을 세워놓고 그것만을 바라보면서 사는 재현적 삶을 전복하며 삶의 다양한 방식들을 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채운(‘재현이란 무엇인가’)의 주장,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국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그들의 정치놀음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고, 권력 개념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수영(‘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주장. 이런 주장들 속에서 개념은 더이상 ‘학’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에 파고 들어와 우리를 쿡쿡 찌르면서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개념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 관성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가두는 기제로 작동하지만,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그리하여 다르게 살게 된 사람들에게는 그의 답답했던 삶을 해방시키는 도구가 된다.
삶을 바꾸는 직접행동, 개념은 동사(動詞)다!
개념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하나의 조건. 하나의 관계. 하나의 행동양식. 개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거나 새로운 세계를 열고 싶다면 “당신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개념을 창조하는 일이 당신이 살아갈 삶, 당신에게 도래할 세계를 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고병권,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12쪽). 어떤 가족, 어떤 국가, 어떤 사랑, 어떤 성공, 어떤 자유에 대한 개념을 갖느냐에 따라 그가 사는 곳은 달라지고, 그가 사는 방식 또한 달라진다. 이 한몸 다바쳐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기쁨인 사람에게는 국가의 어떤 폭력도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고, 사고 싶은 물건을 맘껏 사고, 먹고 싶은 것을 사먹는 것이 자유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지금의 천박한 자본주의도 파라다이스가 된다. 개념은 단순히 어떤 사물을 명명하거나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한 의심이고 질문이어야 한다. 그 의심과 질문이 곧 ‘공부’이고, 살면서 한번쯤은 각자만의 개념을 만들어 보게 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일찍이 들뢰즈는 철학을 개념의 창안으로 정의한 바 있다. 개념을 창안한다는 것은 문제를 구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주어진 틀 안에서 답을 찾는 노예의 행위방식을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구성하는 자유인의 생활방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설정 능력이고, 그것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전혀 다른 개념의 용법을 발명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가족’에 대한 개념, ‘자유’에 대한 개념, ‘사랑’에 대한 개념이 있지만, 그 개념을 얼마나 어떻게 다르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렇게 기존의 개념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구원할 것이며 개념은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킬 것이다. 토익과 취업이 트렌드인 이때, 유행에 역주행하면서 굳이 인문학을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변화의 가능성과 확신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 정말로 필수인 것은 영어도, 상식도 아닌 ‘인문학’이다.
인문-실용서 <개념어총서 WHAT>과 함께하는 다른 삶의 가능성
인문서라기보다는 실용서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개념어총서 WHAT>. 이 책이 인문-실용서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개념을 ‘사용하자,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개념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인문-실용서, 그 힘은 각각의 개념을 온전히 장악하고 있는 저자들의 내공에 있다. 익숙한 사고에 대한 이의제기로서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공(空)이란 무엇인가’, 권력은 누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것임을 밝히며 우리의 오해를 풀어주는 ‘권력이란 무엇인가’, 근대철학이 씌워 놓은 주체 개념을 넘어서 경계[位]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자기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주체란 무엇인가’, 들뢰즈의 주요 개념인 내재성은 어딘가의 안에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그 내재성의 철학을 통해 비좁은 삶의 틀로부터 해방될 것을 주장하는 ‘내재성이란 무엇인가’, 어떤 완벽한 이상향을 만들어 놓고 현재의 삶을 부정하는 재현적 삶과 사고를 전복하자고 말하는 ‘재현이란 무엇인가’―이 다섯 권의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오해해 왔던 개념을 명확하게 알게 해주고, 또 그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개념은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임을 저자들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개념’이나 ‘인문학’, ‘공부’라는 말과 안 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고작 그걸로 어떻게 삶을 바꾸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권력’이라는 것이 사실은 한 사람 혹은 국가가 소유하고 접수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음을 아는 지금 이 순간, 지금까지의 익숙한 삶과 사고를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이건 뭔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런 삶의 질적 변화는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공부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마는 ‘개념’은 사실 우리의 삶을 꿈틀거리며 움직이게 하는 동시에 그 스스로도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동사(動詞)인 것이고, 막연히 ‘해야 하긴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부’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직접행동이 된다.
<개념어총서 WHAT>의 아주 특별한 부록, “가이드북” : 개념사용설명서가 더 쉬워진다!!
▶가이드북, 왜 만들었나?
그린비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개념어총서들의 원고를 독자의 마음으로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아, 그런데 저자는 왜 이 개념에 대해서 썼을까? 이 개념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게 이런 뜻이었을까? ‘재현’이라는 개념과 ‘공’이라는 개념은 무관하기만 할까? ‘내재성’이 이제야 뭔지 좀 알겠는데, 이 내재성 개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책은 뭐가 있을까? 등등. '개념어총서 WHAT'이 자칭 인문학개념사용설명서라고 나온 건데, 이대로라면 2% 부족했다. 이에, 기왕 인문학을 전파하는 김에, 제대로 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부담없이 재미로라도 읽을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개념없이 살아도 전혀 문제없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개념을 알고 인문학의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완소 아이템,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가이드북에 수록된 저자인터뷰의 영상버전은 그린비 홈페이지(www.greenbee.co.kr)에서 볼 수 있다.
▶가이드북,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①총서 각권 책소개
②책만큼 재밌는 저자 인터뷰
③책을 읽고 나서 더 읽으면 재밌을 목록들, 개념 레시피!
▶가이드북, 이 점이 정말 좋다!
①1차로 론칭하게 되는 5권에 대한 책정보가 가이드북 한 권에! 개념어총서 한 권을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에게 다른 개념어들을 맛볼 수 있게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된다.
②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 다 풀리는 저자 인터뷰! 저자들이 왜 이 개념을 선택해서 집필했는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 개념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고, 그래서 저자는 이 개념을 어떻게 풀어내고 싶었는지 하는 내용을 충실히 담은 인터뷰를 통해 낯선 개념어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③저자들이 직접 추천한 더 읽을 거리들! 각각의 개념을 익힌 후에 읽으면 더 쉽고 즐겁게 접속할 수 있는 다른 텍스트들을 만나본다. 이는 단순한 추천도서가 아니라 독자의 인문학 공부가 더 재밌어질 수 있는 본격 리얼 인문학 가이드이다.
▶가이드북의 포부가 있다면?
종횡으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이드’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충실한 안내서가 되어 줄 <개념어총서 가이드북>은 <개념어총서 WHAT>으로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인문학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도 자기 삶을 바꾸는 도구로 ‘공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매력적인 책이 될 것이다.
<개념어총서 가이드북>은, 100권 기획으로 시작된 <개념어총서 WHAT>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특별한 선물이자 친구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라도 이 가이드북 한 권으로 부담없이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대한민국 모두가 인문학으로 인생역전을 꿈꾸기를!
접기
평점 분포
9.3
스스로 자신이라고 인식하는 대부분의 인식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이식된 것이다.
dongjy 2010-01-30 공감 (3) 댓글 (0)
선험적 주체에서 무위인으로. 이름-자리에서 무위인으로. 우리는 어떤 주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까.
wonderkid 2017-03-05 공감 (0) 댓글 (0)
저자는 `이름-자리`라는 신선한 개념으로 주체를 보면서, `이름-자리`를 넘나드는 `무위인`을 제시한다. `이름-자리`는 유목민적 정신이 깃든 주체 개념을 오늘의 자리에서 보게 하는 개념틀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016-03-21 공감 (0) 댓글 (0)
나를 정의하는 이야기
주체란 무엇인가? 저번에 읽었던 '권력이란 무엇인가'와 마찬가지로, 정의를 내리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마찬가지로 주체를 백과사전으로 조회해 보았다. 민중국어사전의 내용을 옮기자면,
성질·상태·작용의 주(主)가 되는 것.
¶ 행위의 ∼로서의 개인.
2. 『심』 마음 또는 주관. 심적인 온갖 체험이 행해지는 장(場).
3. 『철』 객관에 대한 주관. 의식하는 것으로서의 자아. ↔객체.
4. 단체나 기계 등의 주요한 부분.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성질, 상태 작용의 주가 되는 것이 바로 주체이다. 그러면, 우리 몸의 주체란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은 동북아에 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동북아인이다. 동북아는 아시아에 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아시아인이다. 아시아인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다. 사람은 동물이다.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연결고리를 이렇게 종속되어 있는 것으로 이어가다보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결국 정체성 찾기는 실패한다.
정체성에 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고민했었다. 나는 도대체 왜 살아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까? 이 세상은 모두 나란 존재를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기왕 이럴거면, 좀 더 공부 잘하는 두뇌와 체육 잘하는 신체와 잘 생긴 외모를 가져다주셨으면 어디 덧나나? 참으로 힘든 고민이다. 그래서 이 주체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구를 위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은, '내가 죽으면 부모님이 매우 슬퍼하겠지?'이다. 일단 죽어서 환생을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그 부모를 다시 만나서 '넌 그때 왜 자살했니!'라는 말을 듣게 될 확률은 매우 적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그러한데, 우리는 스스로 자살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고 아이들의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권력에 비해서 주체란 말은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너 자신의 주체가 되어라? 그러면 나 아니고 누가 될 수 있겠는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다시 읽어보고, 고민해보아야 할 듯 싶다.
- 접기
최상철 2010-02-10 공감(0) 댓글(0)
Thanks to
공감
주체에 대한 주체적이고 쉬운 해설
여기서 사용하고 있는 주체는 이정우의 주체이자 탈근대의 주체이다. 철학이 대중 속으로 돌아가는 쉽지 않은 여정을 그는 감행하고 있다. 그는 개척자이다. 그는 21세기 소크라테스이다.
rhdudtn1203 2009-11-14 공감(0) 댓글(0)
전체 (2)
상품정보 복사
마이페이퍼
전체 (3)
페이퍼 쓰기
좋아요순
2010년, 함께 공부할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1기 회원을 모집합니다!
알라딘 공부방에서 인문학 공부를 함께 하실 인문학스터디 1기 회원을 모집합니다! 1회성으로 끝나는 단순한 특강이 아닌, 2010년 1월 15일부터 3월 26일까지. (설날 제외) 총 10주 동안 함께 배우고, 생각을 나누며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령 불문, 성별 불문. 공부를 향한 의지만 가져 오세요! * 신청을 원하시는 분은 의욕을 가득 담은 댓글을 남겨주세요. * 10주, 만만치 않은 시간입니다. 10주 동안 결석 없이 함께 해주실 분만 신청 부탁 드립니다.... + 더보기
알라딘공부방지기 2009-12-14 공감 (33) 댓글 (285)
Thanks to
공감
찜하기
2010년에는 공부합시다! <개념어 특강> 커리큘럼 안내
2010년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1기, <개념어 특강> 커리큘럼 안내 ▣ 강의개요 인문학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개념어’들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인문학 담론 안에 전제되어 있는 생경한 어휘들이 이해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지요. 이 말들이 어려운 이유는 그 말이 가진 세월의 두께(역사적 맥락) 때문일 수도 있고, 그 말을 구사하는 사상가의 독특한 사용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강의는 인문학 담론에서 사용되는 개념어들이 가진 역사적 맥락과 담론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독특한 사용법... + 더보기
알라딘공부방지기 2009-12-14 공감 (7) 댓글 (3)
Thanks to
공감
찜하기
[인터뷰] 개념어 특강 : '주체란 무엇인가' 이정우 선생님 인터뷰
"'주체', '벗어남'을 넘어, '바꾸어-나감'으로!!" <주체란 무엇인가>의 강사 이정우 선생님의 인터뷰입니다. 본 인터뷰는 도서출판 그린비에서 제공합니다. 학부에서 전공은 '공학'이셨고, 대학원에서부터 '철학'을 공부하셨습니다. 방향 전환의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공학에서 철학으로 옮긴 것에는 대체로 두 가지 맥락이 있다. 하나는 이론적인 맥락에서인데…… 공학을 하다 보니까 물리학, 화학, 수학 그리고 양자역학 같은 순수과학에 흥미... + 더보기
알라딘공부방지기 2009-12-15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찜하기
2022/02/03
이정우 “오늘날 철학 화두는 자연과 사물, 세계 둘러싼 거대한 변화죠” : 한겨레
“오늘날 철학 화두는 자연과 사물, 세계 둘러싼 거대한 변화죠” : 학술 : 문화 : 뉴스 : 한겨레
“오늘날 철학 화두는 자연과 사물, 세계 둘러싼 거대한 변화죠”
등록 :2022-02-02
강성만 기자 사진
[짬]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이정우 소운서원 원장. 본인 제공
<파라-독사의 사유/장자와 철학>(그린비).
철학자인 이정우 소운서원 원장이 재작년 서원에서 동양 고전 <장자>를 강의한 내용을 보완한 책이다. 이 원장은 만 39살 되던 1998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사직하고 2000년부터 대안공간인 철학아카데미와 소운서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쳐왔다. 그가 2011년 첫 권을 낸 역작 <세계철학사>(길)는 최근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라는 부제를 달고 3권까지 나왔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나온 뒤 철학으로 전공을 바꿔 서양 고대철학과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 연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철학 연구 초기부터 전공의 틀에 갇히지 않고 폭넓게 동서양 사유를 가로지르는 공부를 해왔다. 중국과 인도·한국 등 아시아철학사를 다룬 저작 <세계철학사 2>(2018)의 폭과 깊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철학 화두는 자연과 사물, 세계 둘러싼 거대한 변화죠”
등록 :2022-02-02
강성만 기자 사진
[짬]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이정우 소운서원 원장. 본인 제공
<파라-독사의 사유/장자와 철학>(그린비).
철학자인 이정우 소운서원 원장이 재작년 서원에서 동양 고전 <장자>를 강의한 내용을 보완한 책이다. 이 원장은 만 39살 되던 1998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사직하고 2000년부터 대안공간인 철학아카데미와 소운서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쳐왔다. 그가 2011년 첫 권을 낸 역작 <세계철학사>(길)는 최근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라는 부제를 달고 3권까지 나왔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나온 뒤 철학으로 전공을 바꿔 서양 고대철학과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 연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철학 연구 초기부터 전공의 틀에 갇히지 않고 폭넓게 동서양 사유를 가로지르는 공부를 해왔다. 중국과 인도·한국 등 아시아철학사를 다룬 저작 <세계철학사 2>(2018)의 폭과 깊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원장이 이번에 <장자> 내편 텍스트로 자신의 독자적인 사유를 펼친 <파라-독사의 사유/장자와 철학>은 다산 정약용을 다룬 <인간의 얼굴>(1999)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동양철학’ 연구서다.
지난 31일 전자우편으로 저자를 만났다.
-----
<파라-독사의 사유> 표지.
전쟁과 살육, 권모술수가 판치던 기원전 4세기 중국 전국시대에 쓰인 <장자>를 두고 이 책의 한국어 번역자 고 안동림 선생은 “인간 사회의 일체 속박에서 해탈하여 절대 자유의 정신을 찾고 자연과 하나 되는 경지를 추구한 책”이라고 규정했다. 이 원장도 <세계철학사 2>에서 “장자만큼 현대인의 사유를 일깨우고 비전을 촉발해주는 동북아 철학자도 드물다”고 썼다.
지난 31일 전자우편으로 저자를 만났다.
-----
<파라-독사의 사유> 표지.
전쟁과 살육, 권모술수가 판치던 기원전 4세기 중국 전국시대에 쓰인 <장자>를 두고 이 책의 한국어 번역자 고 안동림 선생은 “인간 사회의 일체 속박에서 해탈하여 절대 자유의 정신을 찾고 자연과 하나 되는 경지를 추구한 책”이라고 규정했다. 이 원장도 <세계철학사 2>에서 “장자만큼 현대인의 사유를 일깨우고 비전을 촉발해주는 동북아 철학자도 드물다”고 썼다.
그 이유를 묻자 이 원장은 “<장자>에서 ‘파라-독사의 사유’를 발견해서”란다.
그리스어로 파라(para)는 나란히, 독사(doxa)는 통념이란 뜻이다.
“파라-독사는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 옆에 나란히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세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를 뒤집고 또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사고한 장자의 통찰에 왜 낯선 그리스어 ‘파라-독사’가 붙는지 설명이 이어졌다. “<장자>에서 독사는 ‘성심(成心)’이란 개념으로 표현됩니다. 이 말은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어요. ‘오늘 월나라로 출발해 어제 도착했다’와 같은 궤변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은 긍정적이죠. 하지만 도를 깨달으려면 성심의 수준을 넘어서야죠. 이게 바로 ‘파라-독사’의 사유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을 어떤 문제의 한 해(解·풀이)로 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이 해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가 아는 해가 아닌 다른 해도 있음을 발견해야죠. 그로써 지금 우리의 세계를 바꾸어 나갈 수 있어요. 파라 -독사는 부분적인 통념으로부터 도의 진리로 나아가는 사유이죠.”
그는 기후위기나 양극화 등 오늘날 인류의 문제에 영감을 주는 장자의 사유 중 하나로 양생술(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기술과 방법)을 꼽았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는 푸코가 사유했던 ‘생명정치(biopolitique)’의 세계입니다. 효율성의 가치에 입각해 사람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이 생명정치 사회는 최근 인공지능의 현실화로 더 가혹한 시대로 접어든 듯해요. 양생술의 ‘생명’은 이 생명정치의 생명과 대결해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본래 생명의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는 운동으로 볼 수 있어요. 이는 서구의 근대성을 모델로 형성된 오늘날의 문명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으로도 볼 수 있죠. 기후위기도 양생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양극화는 다른 각도의 접근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만, 이 역시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의 문제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양생술과 연결됩니다.”
<장자>에는 소 잡는데 도가 튼 백정 포정의 해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원장은 이 이야기로 장자 양생술의 현재적 의미를 풀었다. “해우 이야기는 포정이 소의 마디와 결을 따라 칼질할 때 신명에 든 것처럼 할 수 있고 또 칼을 망가뜨리지 않고도 소의 뼈와 살을 잘 발라낼 수 있음을 말하고 있어요. 그런데 자본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지금의 문명은 자연의 마디와 결을 무시하면서 그것을 해부하고 있죠. 마디와 결에 맞지 않을 경우 칼을 무지막지하게 크게 만들어 아예 자연의 마디와 결을 부러뜨리고 헤집고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각종 재해는 이런 폭력적인 자연 착취의 결과들입니다. 그렇게 얻은 부는 자본가들에게 돌아가죠. 양생술이 이런 흐름에 직접 맞서는 힘이 되기는 힘들 겁니다. 그러나 문명의 흐름 전체에 대해 반성하고 삶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주는 철학적 기초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장자’ 매개로 독자적 사유 펼친
‘파라-독사의 사유/장자와 철학’ 내
“장자는 우리가 아는 ‘풀이’ 아닌
다른 ‘풀이’도 있음을 알려주죠
양생술 ‘삶의 가치 전환’에 영감”
20여년 대안공간서 철학 공부·강의
장자 이야기 중 가장 마음을 끈 게 뭐냐고 묻자 이 원장은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다수 있지만 철학적으로는 아무래도 ‘제물론’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세 가지 퉁소(사람퉁소 , 땅퉁소 , 하늘퉁소 )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다”고 했다. “이 이야기에 장자 사유의 전체가 압축되어 있죠.”
이번 <장자> 연구서의 큰 특징은 기존 주석서들과 달리 원문 이야기를 끊지 않고 통으로 옮긴 점이다. “철학적 이해를 위해 세밀한 분석보다는 이야기·논의 전체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번역했다”는 설명이다. “<장자>는 한 편의 문학작품이어서 문장의 호흡을 리드미컬하게 하고 또 장면 장면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리려고 상당히 고심해 번역했어요.” 원뜻을 최대한 살리며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번역한 한문 실력의 원천을 궁금해하자 그는 “어릴 때부터 한학자 아버지와, 조부의 한의사 친구에게 한문을 배웠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 제 주변이 전체적으로 고전적인 분위기였어요. (동양) 고전은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배웠죠. 중·고교 시절 한문 수업이 제게는 너무 싱거웠어요.”
동양 철학사의 양대 축인 유가와 노장 사상 중 어디에 더 끌리느냐는 물음에는 “양자가 상보적”이라고 답했다. “장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게 해 주고 , 공자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 사회적인 삶의 테두리 내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이 중요하고 ,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때는 장자의 통찰이 중요해요. 딱히 어느 쪽에 끌린다기보다는 양자가 상보적이어야죠.”
그는 2006년 저서 <탐독>에서 군부독재 시절인 1980년대 시대 상황이 자신의 인생 항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 시대의 화두는 뭐고 거기에 철학은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세 가지 문제가 있어요. 자연과 세계, 사물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이죠. 자연의 전반적인 변화,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사물 개념의 변화, 사이버공간의 등장으로 인한 세계 개념의 변화입니다. 뇌과학, 인공지능 등 생명과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한 인간관의 변화도 있고요. 철학은 이런 문제들을 존재론적으로 개념화하고 미래 문명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생명정치라든가 양극화, 국제관계의 불안정 등 정치적인 문제들도 있죠. 철학은 이런 문제들을 윤리적으로, 정치철학적으로 개념화하고 해결 방향들을 제시해야죠. 아울러 매체 환경, 교육 환경, 문화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사유 자체가, 사상 자체가 퇴조하고 모든 것이 즉물화하는 경향과도 맞서 싸워야죠.”
이 원장은 ‘사유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가로지르기의 삶’으로 규정한다. 철학 내 칸막이를 허무는 것은 물론 과학, 역사, 사회과학, 문학까지 자유롭게 주유하며 자신의 사유가 흘러가는 대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에서 이런 유목적 사유가 가능할까? “제가 학계라는 곳, 대학이라는 곳에서 느꼈던 것은 편협함입니다. 진정한 사상이나 사유의 추구가 아니라 섹터(구역)들을 분할하고 그중 하나의 섹터를 전공하면서 아집의 성을 쌓는 모습이었죠. 가로지르기는 자신의 문제의식에 입각해, 기존의 격자(가로세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직각이 되게 짠 구조)를 가로지르면서 독자적인 사유를 행함을 뜻합니다. 지금 제도권 내에 가로지르기 교육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도권 교육은 가로지르기와 함께 가기 힘듭니다. 제도권 교육은 하나의 직업이고 또 격자화되어 있어 가로지르기를 하기는 어렵죠.”
그가 대안공간에서 공부공동체를 꾸린 지 올해 22년이다. 그 사이 이 세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정치적으로 다소 희석된 반면 전문적으로 분화한 느낌이 있습니다. 2000년대 대안공간은 ‘운동’의 뉘앙스를 띠고 있었고, 군정과 싸우면서 민주화해 온 흐름을 이어가려는 사회 변혁에의 열망이 강했습니다. 아직까지 ‘사상’이라는 것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이런 강렬한 정치적 맥락이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상’에서 ‘대중문화’로 옮겨 가버렸죠. 매체의 변화가 이런 흐름을 부추겼습니다. 모든 것이 짧고 가볍고 즉물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반면 대안공간이 분화되면서 일정 정도 전문화된 면도 있습니다. 매우 많은 곳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대안적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공간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힘을 합쳐 시대에 대항할 것인가가 화두라 하겠습니다.”
이정우 원장. 본인 제공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동서양 철학의 큰 차이를 물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어떤 ‘아르케’(원리)를 찾아가는 철학입니다. 궁극의 어떤 존재자가 있고, 그것에 의해 세계의 모든 것들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유이죠. 이 점에서 점의 사유입니다. 반면 동북아 철학은 도가 우리 삶에 깃들어 있어 우리 삶이 도에 의해 흘러간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도에 합치하는 삶은 어떤 선을 그립니다. 도에 부합하는 길/선을 따라서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려는 사유이죠. 또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작(作)’의 사유입니다. 만듦의 사유죠.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일신교들이 모두 ‘작(作)’의 사유죠. 반면 동북아의 철학은 ‘생(生)’의 사유입니다. 낳음의 사유죠. 끝없이 내재적으로 ‘생-성(生-成)’하는 사유입니다.”
앞으로 집필 계획은? “지금 <세계철학사 4>를 거의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작활동은 두 갈래로 할 생각입니다. 철학에 무게중심을 두는 저작들과 철학사에 무게중심을 두는 저작들이죠. 전자로서 현재 진행 중인 두 권은 <무위인-되기:세계, 주체, 윤리>와 <아이온의 시간>입니다. <무위인-되기>는 ‘타자-되기’와 ‘내재적 가능세계론’을 통해 세계, 주체, 윤리의 문제를 다룹니다. <아이온의 시간>은 시간에 관한 책으로, 시간의 존재 유무, 시간의 흐름 유무를 논하는 저작입니다. 현재 구상 중인 저작은 <동물, 인간, 기계:인공지능 시대의 휴머니즘>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동물, 인간, 기계 삼자의 관계를 다루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운명을 가늠해보는 책이죠. 후자로서 현재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저작들로는 <동학의 정신:다시개벽의 철학>과 <파르티잔-철학자:박치우와 그의 시대>입니다. <동학의 정신>은 동학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이돈화의 저작을 비판적으로 논하고, 우리 시대에 걸맞는 동학의 철학을 ‘다시개벽의 철학’으로서 제시하는 저작입니다. <파르티잔-철학자>는 철학자이면서도 총을 들고서 파르티잔이 되어야 했던 박치우의 생애와 사상을 논하면서 20세기 전반의 역사를 해명하는 저작입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오늘날 철학 화두는 자연과 사물, 세계 둘러싼 거대한 변화죠”
“독립·호국·민주 ‘보훈의 삼각뿔’ 조화시켜 국민통합 이뤄야죠”
“나에 대한 글쓰기만큼 나를 키우는 것 없어요”
실천가 도법스님과 불교학자 신상환의 진검 승부 결과는
“제 마음의 상처 먼저 꺼내놓으니 ‘상담의 힘’ 생겼어요”
상식적인 사고와 세속적인 가치를 뒤집고 또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사고한 장자의 통찰에 왜 낯선 그리스어 ‘파라-독사’가 붙는지 설명이 이어졌다. “<장자>에서 독사는 ‘성심(成心)’이란 개념으로 표현됩니다. 이 말은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어요. ‘오늘 월나라로 출발해 어제 도착했다’와 같은 궤변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은 긍정적이죠. 하지만 도를 깨달으려면 성심의 수준을 넘어서야죠. 이게 바로 ‘파라-독사’의 사유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을 어떤 문제의 한 해(解·풀이)로 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이 해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가 아는 해가 아닌 다른 해도 있음을 발견해야죠. 그로써 지금 우리의 세계를 바꾸어 나갈 수 있어요. 파라 -독사는 부분적인 통념으로부터 도의 진리로 나아가는 사유이죠.”
그는 기후위기나 양극화 등 오늘날 인류의 문제에 영감을 주는 장자의 사유 중 하나로 양생술(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기술과 방법)을 꼽았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는 푸코가 사유했던 ‘생명정치(biopolitique)’의 세계입니다. 효율성의 가치에 입각해 사람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이 생명정치 사회는 최근 인공지능의 현실화로 더 가혹한 시대로 접어든 듯해요. 양생술의 ‘생명’은 이 생명정치의 생명과 대결해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본래 생명의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는 운동으로 볼 수 있어요. 이는 서구의 근대성을 모델로 형성된 오늘날의 문명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으로도 볼 수 있죠. 기후위기도 양생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양극화는 다른 각도의 접근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만, 이 역시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의 문제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양생술과 연결됩니다.”
<장자>에는 소 잡는데 도가 튼 백정 포정의 해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원장은 이 이야기로 장자 양생술의 현재적 의미를 풀었다. “해우 이야기는 포정이 소의 마디와 결을 따라 칼질할 때 신명에 든 것처럼 할 수 있고 또 칼을 망가뜨리지 않고도 소의 뼈와 살을 잘 발라낼 수 있음을 말하고 있어요. 그런데 자본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지금의 문명은 자연의 마디와 결을 무시하면서 그것을 해부하고 있죠. 마디와 결에 맞지 않을 경우 칼을 무지막지하게 크게 만들어 아예 자연의 마디와 결을 부러뜨리고 헤집고 있어요.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각종 재해는 이런 폭력적인 자연 착취의 결과들입니다. 그렇게 얻은 부는 자본가들에게 돌아가죠. 양생술이 이런 흐름에 직접 맞서는 힘이 되기는 힘들 겁니다. 그러나 문명의 흐름 전체에 대해 반성하고 삶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주는 철학적 기초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장자’ 매개로 독자적 사유 펼친
‘파라-독사의 사유/장자와 철학’ 내
“장자는 우리가 아는 ‘풀이’ 아닌
다른 ‘풀이’도 있음을 알려주죠
양생술 ‘삶의 가치 전환’에 영감”
20여년 대안공간서 철학 공부·강의
장자 이야기 중 가장 마음을 끈 게 뭐냐고 묻자 이 원장은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다수 있지만 철학적으로는 아무래도 ‘제물론’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세 가지 퉁소(사람퉁소 , 땅퉁소 , 하늘퉁소 )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다”고 했다. “이 이야기에 장자 사유의 전체가 압축되어 있죠.”
이번 <장자> 연구서의 큰 특징은 기존 주석서들과 달리 원문 이야기를 끊지 않고 통으로 옮긴 점이다. “철학적 이해를 위해 세밀한 분석보다는 이야기·논의 전체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번역했다”는 설명이다. “<장자>는 한 편의 문학작품이어서 문장의 호흡을 리드미컬하게 하고 또 장면 장면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리려고 상당히 고심해 번역했어요.” 원뜻을 최대한 살리며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번역한 한문 실력의 원천을 궁금해하자 그는 “어릴 때부터 한학자 아버지와, 조부의 한의사 친구에게 한문을 배웠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 제 주변이 전체적으로 고전적인 분위기였어요. (동양) 고전은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배웠죠. 중·고교 시절 한문 수업이 제게는 너무 싱거웠어요.”
동양 철학사의 양대 축인 유가와 노장 사상 중 어디에 더 끌리느냐는 물음에는 “양자가 상보적”이라고 답했다. “장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게 해 주고 , 공자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 사회적인 삶의 테두리 내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이 중요하고 ,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때는 장자의 통찰이 중요해요. 딱히 어느 쪽에 끌린다기보다는 양자가 상보적이어야죠.”
그는 2006년 저서 <탐독>에서 군부독재 시절인 1980년대 시대 상황이 자신의 인생 항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 시대의 화두는 뭐고 거기에 철학은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세 가지 문제가 있어요. 자연과 세계, 사물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이죠. 자연의 전반적인 변화,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사물 개념의 변화, 사이버공간의 등장으로 인한 세계 개념의 변화입니다. 뇌과학, 인공지능 등 생명과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한 인간관의 변화도 있고요. 철학은 이런 문제들을 존재론적으로 개념화하고 미래 문명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생명정치라든가 양극화, 국제관계의 불안정 등 정치적인 문제들도 있죠. 철학은 이런 문제들을 윤리적으로, 정치철학적으로 개념화하고 해결 방향들을 제시해야죠. 아울러 매체 환경, 교육 환경, 문화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사유 자체가, 사상 자체가 퇴조하고 모든 것이 즉물화하는 경향과도 맞서 싸워야죠.”
이 원장은 ‘사유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가로지르기의 삶’으로 규정한다. 철학 내 칸막이를 허무는 것은 물론 과학, 역사, 사회과학, 문학까지 자유롭게 주유하며 자신의 사유가 흘러가는 대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에서 이런 유목적 사유가 가능할까? “제가 학계라는 곳, 대학이라는 곳에서 느꼈던 것은 편협함입니다. 진정한 사상이나 사유의 추구가 아니라 섹터(구역)들을 분할하고 그중 하나의 섹터를 전공하면서 아집의 성을 쌓는 모습이었죠. 가로지르기는 자신의 문제의식에 입각해, 기존의 격자(가로세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직각이 되게 짠 구조)를 가로지르면서 독자적인 사유를 행함을 뜻합니다. 지금 제도권 내에 가로지르기 교육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도권 교육은 가로지르기와 함께 가기 힘듭니다. 제도권 교육은 하나의 직업이고 또 격자화되어 있어 가로지르기를 하기는 어렵죠.”
그가 대안공간에서 공부공동체를 꾸린 지 올해 22년이다. 그 사이 이 세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정치적으로 다소 희석된 반면 전문적으로 분화한 느낌이 있습니다. 2000년대 대안공간은 ‘운동’의 뉘앙스를 띠고 있었고, 군정과 싸우면서 민주화해 온 흐름을 이어가려는 사회 변혁에의 열망이 강했습니다. 아직까지 ‘사상’이라는 것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이런 강렬한 정치적 맥락이 많이 희석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상’에서 ‘대중문화’로 옮겨 가버렸죠. 매체의 변화가 이런 흐름을 부추겼습니다. 모든 것이 짧고 가볍고 즉물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반면 대안공간이 분화되면서 일정 정도 전문화된 면도 있습니다. 매우 많은 곳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대안적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공간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힘을 합쳐 시대에 대항할 것인가가 화두라 하겠습니다.”
이정우 원장. 본인 제공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동서양 철학의 큰 차이를 물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어떤 ‘아르케’(원리)를 찾아가는 철학입니다. 궁극의 어떤 존재자가 있고, 그것에 의해 세계의 모든 것들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유이죠. 이 점에서 점의 사유입니다. 반면 동북아 철학은 도가 우리 삶에 깃들어 있어 우리 삶이 도에 의해 흘러간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도에 합치하는 삶은 어떤 선을 그립니다. 도에 부합하는 길/선을 따라서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려는 사유이죠. 또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작(作)’의 사유입니다. 만듦의 사유죠.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일신교들이 모두 ‘작(作)’의 사유죠. 반면 동북아의 철학은 ‘생(生)’의 사유입니다. 낳음의 사유죠. 끝없이 내재적으로 ‘생-성(生-成)’하는 사유입니다.”
앞으로 집필 계획은? “지금 <세계철학사 4>를 거의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작활동은 두 갈래로 할 생각입니다. 철학에 무게중심을 두는 저작들과 철학사에 무게중심을 두는 저작들이죠. 전자로서 현재 진행 중인 두 권은 <무위인-되기:세계, 주체, 윤리>와 <아이온의 시간>입니다. <무위인-되기>는 ‘타자-되기’와 ‘내재적 가능세계론’을 통해 세계, 주체, 윤리의 문제를 다룹니다. <아이온의 시간>은 시간에 관한 책으로, 시간의 존재 유무, 시간의 흐름 유무를 논하는 저작입니다. 현재 구상 중인 저작은 <동물, 인간, 기계:인공지능 시대의 휴머니즘>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동물, 인간, 기계 삼자의 관계를 다루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운명을 가늠해보는 책이죠. 후자로서 현재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저작들로는 <동학의 정신:다시개벽의 철학>과 <파르티잔-철학자:박치우와 그의 시대>입니다. <동학의 정신>은 동학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이돈화의 저작을 비판적으로 논하고, 우리 시대에 걸맞는 동학의 철학을 ‘다시개벽의 철학’으로서 제시하는 저작입니다. <파르티잔-철학자>는 철학자이면서도 총을 들고서 파르티잔이 되어야 했던 박치우의 생애와 사상을 논하면서 20세기 전반의 역사를 해명하는 저작입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오늘날 철학 화두는 자연과 사물, 세계 둘러싼 거대한 변화죠”
“독립·호국·민주 ‘보훈의 삼각뿔’ 조화시켜 국민통합 이뤄야죠”
“나에 대한 글쓰기만큼 나를 키우는 것 없어요”
실천가 도법스님과 불교학자 신상환의 진검 승부 결과는
“제 마음의 상처 먼저 꺼내놓으니 ‘상담의 힘’ 생겼어요”
‘고령화 시대’ 그녀는 왜 ‘집에서 홀로 죽음’을 권할까 : 일본 : 국제 : 뉴스 : 한겨레
‘고령화 시대’ 그녀는 왜 ‘집에서 홀로 죽음’을 권할까 : 일본 : 국제 : 뉴스 : 한겨레
‘고령화 시대’ 그녀는 왜 ‘집에서 홀로 죽음’을 권할까
등록 :2022-02-01 18:23수정 :2022-02-01 18:29
김소연 기자 사진
김소연 기자
일본 1인 노인가구 28.8%까지 치솟아
죽음 어떻게 맞이할까 다양한 논의
사회복지 적극 활용, 인간관계 노력해야
일본의 대표적 신도시인 다마뉴타운 나가야마단지 안에 있는 카페 ‘후쿠시테이’에서 고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기원 기자
‘고령화 시대’ 1인 노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일본에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지난해 <재택 나 홀로 죽음을 권장>이라는 책을 냈는데, 100만부 넘게 팔렸다. 조금은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그만큼, ‘고독사’ 등이 일본 사회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노후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 사회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2020년 국세조사’ 자료를 보면, 65살 이상 인구는 5년 전보다 6.6% 늘어 고령화 비율이 28.6%로 집계됐다. 혼자 사는 노인도 급격히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65살 이상 세대 중 1인 가구는 2001년 19.4%에서 2013년 25.6%, 2019년 28.8%까지 치솟았다. 혼자 사는 노인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사회학자인 우에노 교수도 올해 72살로 독신이다. “저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대로 인생의 내리막길로 내려가 요양 보호를 받고, 조용히 혼자 죽고 어느 날 제가 발견되겠죠. 그것을 ‘고독사’라고 불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썼어요.” 우에노 교수는 “고독사라는 건 그 전부터 고독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도 고독하지 않으면 고독사가 아니다. 집에서 혼자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의 생각은 간단히 말해 이렇다. 혼자 살고 있다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한 집에서 늙고, 죽어가는 삶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보내기보다 집에서 어떻게 마무리할지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우선 우에노 교수는 혼자 사는 것에 두려움을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책에서 인용된 오사카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쓰지카와 사토시 의사의 조사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2014년 60살 이상 남녀 924명을 대상으로 생활의 만족도를 물었더니, 혼자 사는 사람은 평균 73.5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68.3점이 나왔다. 쓰지카와 의사는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의 경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낮다”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부부 중 한쪽과 사별하고 자식과 함께 사는 경우 만족도가 떨어지고 외로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사회 시스템도 편리해지고 있다. 우에노 교수는 “요리를 할 수 없어도 된다. 식사 배달 서비스도 있고 편의점 음식도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물론 만족스러운 혼자 살기를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인간관계다. 일본 내각부 조사를 보면, 60살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국제조사를 해보니, 친구가 없는 사람 비율이 일본 남성의 경우 40.4%로 가장 높았다. 우에노 교수는 “인간관계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부모가 원한다고 해도 자녀 입장에선 나이 든 부모를 혼자 살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특히 노화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걱정이 크다. 이와 관련해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기자가 우에노 교수를 인터뷰 한 내용을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엔 저희 아버지의 경우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최대한 활용해도 자비로 홈헬퍼(도우미)를 부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 무슨 서비스가 필요한 거죠?
엔 거동은 가능하지만 움직임이 불편하니까 화장실 등 갈 때 도와주거나 넘어질 경우 혹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도와주는 분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부분이 보험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우 긴급콜은 연결하고 있죠? 예를 들어 화장실에 갔을 때 쓰러지면 방문 개호 스테이션에 연락이 갈 만한 대응을 하고 있나요?
엔 네 하고 있습니다
우 그렇다면 누가 옆에서 계속 달라붙어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
엔 걱정이 되니까.
우 자녀의 안심을 위해 비용을 쓰고 있는 거네요.
우에노 교수는 노후에 혼자서 살고,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서비스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가 완벽할 수 없지만 일본 개호보험이 시작된 지 20년이 됐고 집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호·간병 등 전문직들의 경험도 그만큼 쌓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녀가 있다면 의사결정을 함께 하라고 조언한다. 요양 서비스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는 설명자료와 사업자 명단을 알려주긴 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받을지는 선택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자녀와 의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문제는 정답이 없다. 경제적 상태, 가족 관계, 성격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우에노 교수의 제안도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고령화 시대’ 그녀는 왜 ‘집에서 홀로 죽음’을 권할까
등록 :2022-02-01 18:23수정 :2022-02-01 18:29
김소연 기자 사진
김소연 기자
일본 1인 노인가구 28.8%까지 치솟아
죽음 어떻게 맞이할까 다양한 논의
사회복지 적극 활용, 인간관계 노력해야
일본의 대표적 신도시인 다마뉴타운 나가야마단지 안에 있는 카페 ‘후쿠시테이’에서 고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기원 기자
‘고령화 시대’ 1인 노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일본에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지난해 <재택 나 홀로 죽음을 권장>이라는 책을 냈는데, 100만부 넘게 팔렸다. 조금은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그만큼, ‘고독사’ 등이 일본 사회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노후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 사회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2020년 국세조사’ 자료를 보면, 65살 이상 인구는 5년 전보다 6.6% 늘어 고령화 비율이 28.6%로 집계됐다. 혼자 사는 노인도 급격히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65살 이상 세대 중 1인 가구는 2001년 19.4%에서 2013년 25.6%, 2019년 28.8%까지 치솟았다. 혼자 사는 노인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사회학자인 우에노 교수도 올해 72살로 독신이다. “저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대로 인생의 내리막길로 내려가 요양 보호를 받고, 조용히 혼자 죽고 어느 날 제가 발견되겠죠. 그것을 ‘고독사’라고 불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썼어요.” 우에노 교수는 “고독사라는 건 그 전부터 고독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도 고독하지 않으면 고독사가 아니다. 집에서 혼자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의 생각은 간단히 말해 이렇다. 혼자 살고 있다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한 집에서 늙고, 죽어가는 삶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보내기보다 집에서 어떻게 마무리할지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우선 우에노 교수는 혼자 사는 것에 두려움을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책에서 인용된 오사카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쓰지카와 사토시 의사의 조사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2014년 60살 이상 남녀 924명을 대상으로 생활의 만족도를 물었더니, 혼자 사는 사람은 평균 73.5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68.3점이 나왔다. 쓰지카와 의사는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의 경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낮다”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부부 중 한쪽과 사별하고 자식과 함께 사는 경우 만족도가 떨어지고 외로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사회 시스템도 편리해지고 있다. 우에노 교수는 “요리를 할 수 없어도 된다. 식사 배달 서비스도 있고 편의점 음식도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물론 만족스러운 혼자 살기를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인간관계다. 일본 내각부 조사를 보면, 60살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국제조사를 해보니, 친구가 없는 사람 비율이 일본 남성의 경우 40.4%로 가장 높았다. 우에노 교수는 “인간관계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부모가 원한다고 해도 자녀 입장에선 나이 든 부모를 혼자 살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특히 노화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걱정이 크다. 이와 관련해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기자가 우에노 교수를 인터뷰 한 내용을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엔 저희 아버지의 경우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최대한 활용해도 자비로 홈헬퍼(도우미)를 부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 무슨 서비스가 필요한 거죠?
엔 거동은 가능하지만 움직임이 불편하니까 화장실 등 갈 때 도와주거나 넘어질 경우 혹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도와주는 분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부분이 보험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우 긴급콜은 연결하고 있죠? 예를 들어 화장실에 갔을 때 쓰러지면 방문 개호 스테이션에 연락이 갈 만한 대응을 하고 있나요?
엔 네 하고 있습니다
우 그렇다면 누가 옆에서 계속 달라붙어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
엔 걱정이 되니까.
우 자녀의 안심을 위해 비용을 쓰고 있는 거네요.
우에노 교수는 노후에 혼자서 살고,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서비스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가 완벽할 수 없지만 일본 개호보험이 시작된 지 20년이 됐고 집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호·간병 등 전문직들의 경험도 그만큼 쌓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녀가 있다면 의사결정을 함께 하라고 조언한다. 요양 서비스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는 설명자료와 사업자 명단을 알려주긴 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받을지는 선택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자녀와 의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문제는 정답이 없다. 경제적 상태, 가족 관계, 성격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우에노 교수의 제안도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Subscribe to:
Posts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