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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럼 하나님이 노예제를 옹호한거야?"
성경을 하루에 한장 정도 읽는게 어떠니? 이 말에 둘째가 3개월째 성경읽기를 실천하고 있다. 매일 밤에 이를 두고 밀담 나누듯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자못 묵직한 질문이 들어왔다. 고대사회잖아? 노예제를 옹호했다기 보다는 노예제가 당연한 사회에서 보다 나은 원칙을 이루려고 한거잖아? 함부라비 법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말이 나오는데 당시에는 그런 원칙이 정의를 이루려는 시도였거든. 그래도 노예제를 받아들이면 안되는거 아니야? 자기들도 노예출신인데.. 일리있는 질문이야. 창세기와 출애굽기가 고대문헌이라는 사실을 놓치면 안되.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 오늘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래서 고중세 때는 알레고리라고 성경의 의미를 추출하려고 했고 그게 발전한게 신학이야. 우리가 배우는 성경공부나 설교가 신학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필요가 있어.
"아빠, 그럼 여리고성 사람들은 다 몰살된거야?"
음.. 성경은 히브리민족을 중심으로 서술된거잖아? 그리고 이들이 새로운 땅을 얻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투는 필연적이었고. 가혹한 부분이긴한데 이런 얘기는 모세5경에 계속되거든. 그래도 아무 죄없는 사람들이 죽는건 너무한거 아냐? 음.. 여기서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면 현대 이스라엘인들의 죄상을 옹호하는 꼴이 되는데.. 더구나 아이는 구약의 잔혹함과 신약의 자비로움이 충돌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기특한..
여튼 어쩔 수 없이 역사비평 카드를 꺼내들었다. 첫째, 종래 연구에 따르면 여리고성에 지진 등으로 인한 몰락이 있었다는 것을 고고학적으로 특정한 적이 있어. 그런데 시기가 전혀 안맞아서 성경의 내용과 일치 할 수 없는게 중론이야. 둘째, 모세 시기의 일은 역사비평적으로 그 사실성을 특정하기 어려운 것 또한 중론이야.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여리고성에서의 몰살은 없었던것 같아. 다만 히브리인들의 정착 경험과 여리고 지역의 지진 경험이 전승적으로 혼합된거 같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는 비로소 안도의 눈빛이 흘러나왔다. 여리고 백성의 몰살이 너무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거 참.. 이 녀석이 내 말을 이해하는게 신기했고,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교회에서는 쉽게 말 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게 답답했고 그래도 이런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신앙적 고민과 노력이 일어났으면 하는 신학적 열정이 또다시 생기니 기분이 묘했는데.. 모르겠다. 진지한 질문 앞에 의뭉스럽게 뭉개면서 믿음을 강요하고 그렇게 반지성적인 신앙으로 나아가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겠다. 틈을 내서 실력을 업데이트해야지. 거참.. 그나저나 왜 첫째는 성경을 안읽는거야? 잔소리하러 가야지~~!!
이찬수
심선생님이 신학자 이상이시네요~ 멋지십니다~ 아드님도 기특하고요...
이강민
학생이 성경비평을 이해하다니 대단하네요. 히타이트와 이집트 문명에서 저런 전쟁은 비일비재했죠.
여호수아는 단순 역사서로 이해하기보다는 진멸(헤렘)의 관점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헤렘은 성경 전반을 꿰뚫는 중요한 부분인데, 헤렘을 이해하면 성경전반에 나오는 성전(holy war)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헤렘의 절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완성되어 성취됩니다(이 부분 너무 감동).
헤렘에 관한 책 박형대 교수의 “헤렘을 찾아서” 강추드립니다.
심민호
이 주제로 책 한권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
David Woo-jo Jeong
목사 입장에서 이런 아이들은 정말로 귀합니다. 그런 아들에게 성경을 깊이 있게 가르쳐줄 수 있는 아버지의 존재는 더욱 귀하고요.
김철웅
아직도 이어지는 문자주의 근본신학의 위험이 이어지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