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저자(글) · 유영미 번역 · 김재영 감수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0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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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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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과학 > 물리학 > 양자역학
현대 과학의 고전 〈부분과 전체〉 정식 한국어판
양자역학의 창시자가 펼쳐 놓는 원자물리학의 황금시대에 대한 일급 증언
〈부분과 전체〉는 ‘양자역학을 창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학문적 자서전이다. 한 과학자의 학문적 이력을 넘어 원자물리학의 황금시대에 대한 일급 기록이기도 한 이 책에는 원자라는 미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혁명을 일으킨 양자역학의 발전에 참여한 수많은 천재들의 캐릭터와 일화가 밀도 높게 기록되어 있다. 선지자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유머러스한 멘토 닐스 보어, 십대 때 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수학 천재 볼프강 파울리, 상대성이론으로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아인슈타인, 플랑크 상수로 유명한 독일 과학계의 정신적 지주 막스 플랑크, 양자역학의 난제를 우아한 수학으로 정식화한 슈뢰딩거, ‘헬골란트의 빛’을 통해 ‘자연이 그 깊은 곳에서 펼쳐 놓은 충만한 수학적 구조들’을 바라보며 아득함을 느끼는 저자 하이젠베르크 등 20세기 과학의 최고의 천재들이 펼치는 토론과 대화, 새로운 이론에 대한 다양한 사고실험 등은 학문이라는 것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양자역학의 발전 과정뿐 아니라 이 책에는 과학에 관해서 못지않게 인간적, 철학적, 정치적인 다양한 문제들도 다뤄진다. 자연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것으로 쉽게 생각되지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나 닐스 보어의 상보성 원리 자체가 관찰하는 주체와 무관한 물질적 객체라는 개념이 관념적 추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과학은 종교, 역사, 철학, 문학 등 인간 정신의 총체적인 활동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하이젠베르크는 강조한다. 엄밀한 과학적 진술만을 신봉하고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형이상학적 진술을 부정하는 논리실증주의의 태도를 비판하는 하이젠베르크의 자세에서 독자들은 그가 과학지상주의라고 불리는 것과는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집필 의도 가운데 하나가 자연과학이 정신과학의 일반적인 문제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이젠베르크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기도 하다.
양자역학의 발전은 정신과학의 기존의 개념들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불확정성 원리는 칸트의 인과율에 대한 절대성을 흔들었으며 아인슈타인으로 하여금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항변을 하게끔 만들고, 양자역학이 뉴턴 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처럼 물리학의 공리로 받아들여진 뒤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그로 하여금 양자역학을 잠정적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인간의 경험의 영역을 넘어서 있는 미시적 원자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이제 ‘이해한다’는 말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모든 학문에 던지고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학문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학문이 탄생한다고 했다. 이 당연하고도 자명한 전제를 책의 서두에서 강조하면서 이 책 전체를 그러한 사람들 간의 대화로 구성해 어떻게 학문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학문 활동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적 현안이었던 히틀러 집권과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과 원자폭탄 개발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종교와 철학과 역사와 정치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들은 과학적 사고와 복잡한 현실의 감동적인 만남을 선사한다.
이번 〈부분과 전체〉의 정식 한국어판은 최신판 독일 원전을 꼼꼼히 옮기고 전공 학자가 감수를 맡고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각주를 추가했다. 낯선 물리학 용어들과 철학 용어들을 최대한 일반인들의 언어로 풀어 설명해 이해를 돕고자 했고 생생한 대화의 내용을 살리는 문체로 가독성을 높였다. 해제를 통해서는 책 속에서 생략된 저자 하이젠베르크의 삶의 다른 일면과 함께 전체적인 주제에 대한 보완 설명을 시도했고 연표로 양자역학의 개괄적인 발전 과정을 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그 속에서 살며 또 그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학문과 사고, 그리고 삶에 대한 듬직한 길잡이의 역할을 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인물정보
대학/대학원 교수 물리학자
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
독일의 이론물리학자로 미시적인 세계를 지배하는 근본 법칙인 양자역학의 개척자 중 한 명이다. 괴팅겐 대학 시절 닐스 보어의 강의를 듣다가 사제 관계를 맺었고 이후 평생의 학문적 동지로서 깊은 친교를 맺었다. 1927년 라이프치히 대학의 이론 물리학 교수가 되었고 이후 라이프리치 대학을 독일 물리학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불확정성 원리를 제창해 양자역학에 대한 해석을 확립했고 1932년 양자역학을 창시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1933년 독일 최고의 물리학적 명예인 막스 플랑크 메달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 우라늄 계획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었는데 나치 지도자들에게 인적, 경제적 자원의 부족으로 1945년 이전에는 원자폭탄 생산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 결과적으로 나치는 원자폭탄 개발을 포기했다. 전후 독일 과학의 재건에 힘을 기울여 1946년부터 1970년까지 막스 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1953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훔볼트 재단의 총재로 있었다. 1957년 저명한 독일의 17명의 핵물리학자와 함께 독일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괴팅겐 선언〉을 주도했다. 등산과 하이킹, 클래식 음악을 즐겼으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던 하이젠베르크는 1976년 신장과 방광의 암으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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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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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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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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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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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유영미
인물정보
번역가/통역사>독일어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물리학의 혁명적 순간들』 『이산화탄소』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빛보다 빠른 생각, 아인슈타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승자의 뇌구조』 『개척자와 공상가들』 『감정 사용 설명서』 『박물관의 나비 트렁크』 『동물들의 생존 게임』 등 다수의 책을 옮겼다. 『스파게티에서 발견한 수학의 세계』로 2001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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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 원자 이론과의 첫 만남(1919~1920)
2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다(1920)
3 현대 물리학의 ‘이해’라는 개념(1920~1922)
4 정치와 역사에 대한 교훈(1922~1924)
5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과의 대화(1925~1926)
6 신대륙으로 떠나는 길(1926~1927)
7 자연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첫 번째 대화(1927)
8 원자물리학과 실용주의적 사고방식(1929)
9 생물학, 물리학, 화학의 관계에 대한 대화(1930~1932)
10 양자역학과 칸트철학(1930~1932)
11 언어에 대한 대화(1933)
12 혁명과 대학 생활(1933)
13 원자 기술의 가능성과 소립자에 대한 토론(1935~1937)
14 정치적 파국에서의 개인의 행동(1937~1941)
15 새로운 시작을 향해(1941~1945)
16 과학자의 책임(1945~1950)
17 실증주의, 형이상학, 종교(1952)
18 정치적 논쟁과 과학적 논쟁 (1956~1957)
19 통일장 이론(1957~1958)
20 소립자와 플라톤 철학(1961~1965)
해제
〈부분과 전체〉와 연관된 원자물리학 연표
옮긴이의 말
접기
책 속으로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원자의 내부 구조를 명료하게 묘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즉 우리가 그 구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가 원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요?”
보어는 잠시 주저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요.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우선 ‘이해한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먼저 배우게 될 겁니다.”
“신기하게도 햄릿이 여기에 살았다고 생각하면 이 성이 아주 다른 성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물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이 성은 돌로 만들어진 것이고, 우리는 건축가가 그 돌을 짜맞춘 형태를 감상해요. 돌, 고색창연한 초록 지붕, 교회 안의 목재 조각품, 성은 이런 것이죠. 햄릿이 여기 살았다는 사실을 듣게 되어도 이 모든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죠. 그런데도 그 사실을 의식하면 이 성은 다른 성이 돼요. 갑자기 담들과 벽들이 다른 말을 하게 되죠. 성의 뜰은 넓은 세계가 되고, 어두운 구석은 인간 영혼 속의 어둠을 상기시켜요. 우리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질문을 듣게 되죠.”
그리하여 최종적인 계산 결과가 나왔을 때는 이미 새벽 3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모든 항에서 만족되었고-계산이 술술 풀리는 것으로 보아-앞으로 전모가 드러날 양자역학이 수학적으로 모순이 없고 완결된 것임을 의심할 수 없었다. 첫 순간 나는 너무나 놀랐다. 마치 표면적인 원자 현상을 통해 그 현상 배후에 깊숙이 숨겨진 아름다운 근원을 들여다 본 느낌이었다. 이제 자연이 그 깊은 곳에서 내게 펼쳐 놓은 충만한 수학적 구조들을 좇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자 나는 거의 현기증을 느낄 지경이었다. 나는 너무나 흥분해서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리적으로 보면 관찰할 수 있는 크기만을 토대로 이론을 만들려고 하는 건 잘못된 거예요. 실제로는 정반대니까요. 사실은 이론이 비로소 무엇을 관찰할 수 있을지를 결정해요. 관찰은 일반적으로 아주 복합적인 과정이에요. 그러므로 관찰하고자 하는 현상이 비로소 우리의 측정 도구에 영향을 미쳐요. 그러면 그 결과로 이런 도구에서 계속적인 과정이 진행되고, 우회를 거쳐 우리의 의식 속에서 감각적 인상을 불러일으키고, 결과를 확인시켜 주지요.”
나는 다시금 기존의 과학 및 사고의 토대가 되었던 생각들을 포기한다는 것이 참으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아인슈타인은 커다란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우리와 무관하게 확고한 법칙으로 돌아가는 객관적인 물리학을 연구하는 데 삶을 바쳐왔다. 이론물리학의 수학은 이런 객관적 세계를 모사하는 것이어야 했고, 그로써 이 세계의 미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양자론은 원자에 이르러서는 공간과 시간 속에 객관적인 세계가 존재하지 않고, 이론물리학의 수학은 사실이 아니라 가능성만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발로 디디고 있는 단단한 바닥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가령 닐스 보어가 이제 양자론 해석에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상보성의 개념은 철학 같은 정신과학에서는 결코 새로운 게 아니야. 명백하게 말로 정리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말이지. 하지만 그런 개념이 정확함을 표방했던 자연과학에서 등장했다는 것은 결정적인 변화를 의미해. 상보성의 개념은 비로소 관찰 방식과 무관한 물질적 객체라는 개념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관념적인 추론이었음을 보여줘.”
“수학에서 우리는 주장의 내용과 내면적으로 거리를 둘 수가 있어요. 결국 그 내용은 사고의 유희고, 우리는 거기에 관여하거나 관여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러나 종교는 우리 자신에 대한 문제예요.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거지요. 거기서 교리는 행동의 토대가 되고, 최소한 간접적으로는 실존의 토대가 돼요. 따라서 그냥 무관하게 밖에서 바라볼 수 없어요. 종교 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 역시 인간 공동체 속의 우리 입장과 구분될 수 없고요.”
닐스는 그런 상황에서 그가 즐겨 언급하곤 하는 이야기로 대화를 끝마쳤다.
“우리 티스빌데 별장 근처에 사는 어떤 남자는 자기 집 현관 앞에 말편자를 걸어놓았어요. 미신에 따르면 말편자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죠. 한 지인이 그에게 물었어요. ‘그런데 자네 그렇게 미신적인 사람이었나? 정말로 말편자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물론 믿지 않아. 하지만 저건 믿지 않아도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구.’”
나는 자연 속의 연관이 결국은 단순하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자연이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고, 더 적절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사고 능력이 자연을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고 확신했다.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전에 슈타른베르크 호숫가를 걸을 때 로베르트가 했던 말에 근거했다. 그때 로베르트는 자연을 이 모든 형태로 조성한, 질서를 부여하는 힘이 우리의 정신 구조, 즉 사고 능력의 구조 또한 만들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식사 후에 우리는 일을 분담했다. 닐스는 설거지를, 나는 화덕 청소를 맡았고, 다른 사람들을 나무를 패거나 다른 정리 작업을 했다. 고산 목장 부엌의 위생 수준이 도시의 부엌에 못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닐스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설거지는 언어와 똑같군요. 물도 더럽고 행주도 더럽지만, 결국 이걸로 접시와 컵을 깨끗하게 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언어도 마찬가지예요. 개념이 불명확하고, 논리가 적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만 제한되지요.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여 자연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인간은 많은 면에서 동물보다 신체 능력이 뒤떨어져 있어요. 후각이 예민하지도 않고, 산을 산양처럼 빠르고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도 없어요. 하지만 공간적, 시간적으로 더 커다란 영역을 장악함으로써 이런 결점들을 상쇄할 수 있었어요. 여기서 언어의 발달은 아주 중요했어요. 언어, 그리고 그와 연결된 사고 능력은 다른 신체적 능력과 달리, 개인 안에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이에서 발달하는 능력이니까요. 언어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인간들 사이에 펼쳐진 그물이라 할 수 있지요. 우리는 생각, 즉 인식 가능성을 가지고 이런 그물 속에 걸려 있는 것이고요.”
“내가 보기에 히틀러는 외부 세계와의 모든 접촉을 잃어버렸어.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기껏해야 귀찮은 방해 정도로 느끼고 그냥 귀를 틀어막고 있다네. 그저 지난 14년간 정신적으로 부패되었으며, 이제는 그런 부패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따름이지.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스스로 굳게 믿고, 외부의 영향들은 모조리 차단해 버리면서, 폭력으로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키고 있을 뿐이야. 자신의 이념을 꼭 붙들고, 결코 이성적인 항의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그는 이제 독일을 끔찍한 불행으로 인도할 거야.”
“세상에는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이 널리 퍼져 있어요. 우리 시대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이집트, 로마, 앵글로색슨 지역만 생각해봐도요-이런 사고방식이 기술, 경제, 정치에서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과학과 예술에서는 원칙적인 사고가 훨씬 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대담하게 구현되었던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였죠.”
“독일에서 헤겔과 마르크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음악에서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처럼 세상을 뒤바꾼 과학적 또는 예술적 업적이 탄생했다면, 그것은 절대성과의 관계 속에서, 시종일관 원칙적인 사고를 통해서만 가능했어요. 절대성에 대한 추구가 형식, 즉 과학에서는 냉철하고 논리적 사고에, 음악에서는 화성학 법칙과 대위법에 복종할 때 말이에요. 이런 극도의 긴장 속에서만 진정한 힘이 펼쳐질 수 있어요. 절대성을 추구하다가 형식을 파괴하면 그 길은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듯이 카오스로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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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ISBN 9791187295501
발행(출시)일자 2020년 09월 15일
쪽수 484쪽
크기
128 * 190 * 24 mm / 447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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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Der Teil und das Ganze/Heisenberg, We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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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am****|2021.03.28|신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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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ok******|2023.07.13|신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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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 없이 과학적,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좋은 책입니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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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ss****|2023.07.05|신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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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qk*******|2023.04.17|신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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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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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76*****|2023.04.13|신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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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pe******|2023.04.05|신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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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아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주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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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po******|2023.04.04|신고/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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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돼요
책이 도착예정일에 오지도 않네요..
책이 와야 읽고 리뷰를 쓰던 말던 하는거 아닌가....
도대체 왜 책이 안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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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sw*****|2023.03.18|신고/차단
10
/추천해요
…좀 여럽지만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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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bi******|2023.03.17|신고/차단
10
/도움돼요
하이젠베르크에 대하여 다양한 주제로 살펴 볼 수 있는 책
한달 후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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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구매자na******|2023.02.13|신고/차단
10
/집중돼요
일반인으로 물리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 좋았다
김재영 (감수)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물리학 기초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 초빙교수, 서울대 기초교육원,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등을 거쳐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 공저로 『정보혁명』 『양자, 정보, 생명』 등이 있고, 역서(공역 포함)로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전기자기론』, 피터 갤리슨의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피터 하먼의 『에너지, 힘, 물질』 등이 있다.
최근작 :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교차 1호 : 지식의 사회, 사회의 지식>,<정보혁명> … 총 4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현대 과학의 고전 <부분과 전체> 정식 한국어판
양자역학의 창시자가 펼쳐 놓는 원자물리학의 황금시대에 대한 일급 증언
우리 시대 대표적인 과학의 고전 <부분과 전체>의 증보개정판이다. 이번 판에는 기존 판의 크고 작은 몇 개의 오류를 바로잡았고, 특히 스웨덴 노벨 재단The Nobel Foundation의 호의적인 허락으로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하이젠베르크의 노벨 강연을 실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발전’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 강연에서, 자신의 양자역학 연구가 고전 물리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불연속적인 현상들을 보어의 대응 원리를 다듬어서 완벽한 수학 공식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음을 밝히고 양자역학이 향후 원자물리학과 우주 복사 양쪽 영역에서 놀라운 결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각화와 객관화의 가능성을 더 많이 포기해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이 물리학의 공리로 받아들여진 오늘날의 시각에서 자신의 양자역학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과학이라는 거대한 지식 체계 안에서 양자역학이 조화롭게 융화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으로 마무리되는 하이젠베르크의 노벨 강연 ‘양자역학의 발전’은 전공자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이다.
<부분과 전체>는 ‘양자역학을 창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학문적 자서전이다. 한 과학자의 학문적 이력을 넘어 원자물리학의 황금시대에 대한 일급 기록이기도 한 이 책에는 원자라는 미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혁명을 일으킨 양자역학의 발전에 참여한 수많은 천재들의 캐릭터와 일화가 밀도 높게 기록되어 있다. 선지자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유머러스한 멘토 닐스 보어, 십대 때 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수학 천재 볼프강 파울리, 상대성이론으로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아인슈타인, 플랑크 상수로 유명한 독일 과학계의 정신적 지주 막스 플랑크, 양자역학의 난제를 우아한 수학으로 정식화한 슈뢰딩거, ‘헬골란트의 빛’을 통해 ‘자연이 그 깊은 곳에서 펼쳐 놓은 충만한 수학적 구조들’을 바라보며 아득함을 느끼는 저자 하이젠베르크 등 20세기 과학의 최고의 천재들이 펼치는 토론과 대화, 새로운 이론에 대한 다양한 사고실험 등은 학문이라는 것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양자역학의 발전 과정뿐 아니라 이 책에는 과학에 관해서 못지않게 인간적, 철학적, 정치적인 다양한 문제들도 다뤄진다. 자연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것으로 쉽게 생각되지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나 닐스 보어의 상보성 원리 자체가 관찰하는 주체와 무관한 물질적 객체라는 개념이 관념적 추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과학은 종교, 역사, 철학, 문학 등 인간 정신의 총체적인 활동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하이젠베르크는 강조한다. 엄밀한 과학적 진술만을 신봉하고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형이상학적 진술을 부정하는 논리실증주의의 태도를 비판하는 하이젠베르크의 자세에서 독자들은 그가 과학지상주의라고 불리는 것과는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집필 의도 가운데 하나가 자연과학이 정신과학의 일반적인 문제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이젠베르크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기도 하다.
양자역학의 발전은 정신과학의 기존의 개념들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불확정성 원리는 칸트의 인과율에 대한 절대성을 흔들었으며 아인슈타인으로 하여금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항변을 하게끔 만들고, 양자역학이 뉴턴 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처럼 물리학의 공리로 받아들여진 뒤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그로 하여금 양자역학을 잠정적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인간의 경험의 영역을 넘어서 있는 미시적 원자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이제 ‘이해한다’는 말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모든 학문에 던지고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학문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학문이 탄생한다고 했다. 이 당연하고도 자명한 전제를 책의 서두에서 강조하면서 이 책 전체를 그러한 사람들 간의 대화로 구성해 어떻게 학문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학문 활동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치적 현안이었던 히틀러 집권과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과 원자폭탄 개발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종교와 철학과 역사와 정치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들은 과학적 사고와 복잡한 현실의 감동적인 만남을 선사한다.
이번 <부분과 전체>의 정식 한국어판은 최신판 독일 원전을 꼼꼼히 옮기고 전공 학자가 감수를 맡고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각주를 추가했다. 낯선 물리학 용어들과 철학 용어들을 최대한 일반인들의 언어로 풀어 설명해 이해를 돕고자 했고 생생한 대화의 내용을 살리는 문체로 가독성을 높였다. 해제를 통해서는 책 속에서 생략된 저자 하이젠베르크의 삶의 다른 일면과 함께 전체적인 주제에 대한 보완 설명을 시도했고 연표로 양자역학의 개괄적인 발전 과정을 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그 속에서 살며 또 그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학문과 사고, 그리고 삶에 대한 듬직한 길잡이의 역할을 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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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는 과학사에 있어 가장 풍요로운 시대였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 이후 물리학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지요. 그 시대를 수놓았던 많은 천재 과학자 중 하이젠베르그도 빛나는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과학사에 남깁니다.
이 책은 그러한 하이젠베르그가 자신의 과학 연구에 대해 이야기한 책입니다. 같은 길을 걷는 스승과 동료와 함께 심도깊은 토론을 하는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으며, 그들의 탐구가 단지 과학에서 머물지 않고 깊은 인문학적 통찰과 예술에 대한 감수성까지 이르게 됨을 보여줍니다. 특히 과학에서 양자역학이 자리하는 위치에 대해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지요.
이 책을 읽노라면 그들 과학자들의 지적 여정에 함께 동참하며 저 또한 그 중요한 토론자리를 간접체험하게 됩니다. 그들의 문제의식과 창의적 사고를 접하고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요.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문과 출신들에게는 독서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는 소재이지만 일단 그 점을 넘어서면 인류의 위대한 지적여정을 함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 대단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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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2024-12-30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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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는 양자역학을 성립시킨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쓴 일종의 회고록이다. 그의 모든 인생사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고, 양자역학이 성립하고 황금기를 거쳐 원자폭탄이라는 괴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신의 연구경력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양자역학이라는 지금도 ‘귀신신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리는 흥미로운 소재에다 1차세계대전부터 2차세계대전이라는 격동의 BGM이 깔리면서 이 이야기는 비단 양자역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필요할까? 물론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이 책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형인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자연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들이 인문학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정도의 기술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지 않는다. 그들이 고민하는 것은 자신들이 새로 발굴한 영역의 철학적·윤리적 함의, 사회적 영향, 종교나 정치 등 인접영역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먼저 이야기는 아직 학창시절의 저자가 친구들과 하이킹을 하며 원자론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1차세계대전 직후의 독일 청년들은 어째 21세기 대한민국보다 더 풍성한 학창생활을 보낸 것 같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하이킹과 캠핑을 하고 친구 집에서 피아노 연주모임을 갖기도 한다.) 저자는 친구어머니의 충고대로 음악가로서 소박한 삶을 살기보다는 더 많은 가능성을 택해 뮌헨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부러운 것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인적 인프라(?)다. 아인슈타인은 말할 것 없고, 덴마크의 닐스 보어,오토 한 등 마치 수호전의 108영웅같은 등장인물들이 물리학의 난제들에 인생을 걸고 비단 연구뿐만 아니라 우정을 서로 나누며, 그 와중에서 종교와 철학의 담론까지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은 죽기 전에 ‘한 평생 잘 살았다’하고 회고할 것 같다. 저자가 자연에서 보는 것은 “단순성과 완결성 앞에서 거의 기겁했던 경험”(p135) 이다. 저자는 “중심적 질서”(p.391)라고 비슷한 단어로 다른 정치,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기도 한다. 양자역학이 지금도 얼핏 신묘하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을 묘사하는 뉴턴 역학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체계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그런 다른 개념체계를 기존의 고전물리학의 용어로 설명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진다. 이 과정에서 개념과 언어, 관찰한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의미라는 것은 또 무엇인지 등등의 문제에 대한 성찰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저자와 닐스 보어와의 대화 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상보성’인데 하나의 관찰상황과 측정도구는 다른 관찰상황과 배타적이지만 두 개 다 진실이라는 것이다.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보성 아래에서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는 뉴턴역학계의 공리는 “물은 확률적으로 100도에서 끓는다”라는 일종의 확률분포로 바뀌는 것 같다. 관찰하려는 행위 자체가 불확정성을 초래한다면 실험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관찰자가 관찰하려는 행위 자체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은 어떤 주장을 접하면 그 주장을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부터 확인하라는( 여성학자 정희진이 말하는 ‘위치성’) 인문학적 통찰을 연상시킨다. 기존의 객관, 주관은 상대적인 영역으로 후퇴한다. 108영웅 중 한 명인 카를 프리드리히는 칸트를 신봉하는 철학자와 토론하며 “역사적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사고 구조도 변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과학적 진실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들,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 중에도 우리가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존재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닐스 보어의 말대로‘심연에 진리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풍랑에 휩쓸린 배의 갑판에 서 있는 것 같은 상황에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나침반’과 ‘의미’는 무엇일까? 격동의 시대에 걸맞게 저자 역시 평소와다른 선택의 순간을 맞이해야 했다. 히틀러의 독일을 떠날 것인가? 과연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 올 원자력 연구에 힘을 더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원자폭탄의 책임론을 물으며 미국과학자들을 비난하는 토론에서 서늘한 말을 한다. 단지 우리가 원자폭탄을 개발한 미국과학자들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양자역학을 처음 들었을 때 경악하지 않는다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비전공자에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부분을 건너 뛰더라도, 양자역학의 시대를 열고 황금기를 이끈, 그리고 파국까지 오롯이 경험한 한 과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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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3-07-25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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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타자와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끌어내야한다는 이상적인 학습 방법을 알려주는 책. 자연스럽게 플라톤의 대화편을 떠올리게 한다.물리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 등에 관한 천재들의 사고의 향연이 펼쳐지는 지적인 책. 그러나 늘 자연속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으려는 균형 때문에 어지럽지도 어려워서 포기하게 되지도 않는다. 목적지까지 평화롭게 도달할 수 있는 건 하이젠베르크라는 천재가 가진 인간적인 미덕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콘도 2024-09-02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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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양자역학에 철학(특히 근현대철학)을 끼얹은 책이다. 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부분도 매우 많다. 읽기 시작한 동기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재밌게 본 동생이 내 방에서 굴러다니는 이 책을 보고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고 했다.서문에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모았다는 식으로 적었는데 대화 내용이 양자역학과 철학 위주다. 현재와는, 한국과는 달리 물리학자들의 철학 소양이 어마어마하다.재밌는 부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핵개발 관련 부분. 나중에 감수자의 해제 부분을 봤을때 이미지가 가장 달라진다.
세리카타 2024-09-1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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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소장 자체로도 만족스럽습니다 이따금 생각날때마다 읽어도 좋을 그런 존재감을 줘요 고등학생들에게 선물로도 너무 좋을듯해요! 책이 어려워서 이거 읽으면 국어비문학능력 엄청 늘을듯요 그렇지만 과하지않은 진실된 겸허함마져 주는책예요
미미 2024-03-0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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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책 말하는 광자
4/12/25, 12:20 AM [책 리뷰]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줄거리와 감상평 :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jkh6564/220982906099 3/7
개인적인 감상평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아인슈타인이
한 말입니다. 하이젠베르크가 기존의 과학적 지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차원의 과학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자
아인슈타인은 기존의 과학적 질서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앞으로의 과학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과학을 이해할 때, 혹은 무엇인가 발견이나 발명을 할 때 기존의 지식을 근거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연구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태도를 기존의
사람들은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한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의 대화였습니다. 저는 아인슈타인처럼 기존의 질서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 한편으론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과학자들 처럼 다른 의견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경영 관련 이론 수업을 듣다 보면 현실과 괴리감이 드는 이론들이 정말
많습니다. 실무는 다른데 왜 이런 걸 배워야 하지라는 생각도 종종 들 때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전체적인 맥락의 파악과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과거의 사례가 지금의 사례와는 겉으로 봤을 때 다르더라도 그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보면 과거의 사례가 몇 가지 혼합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론을 공부하면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론은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 간의 언어가 됩니다. 때문에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면 연구자들 간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어떻게 보면 이론은
서로 간에 암묵적인 약속이기도 해서 그것을 모르면 그 이론을 설명해주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에서 벗어난 의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론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사례들이 모이고 모여서 또 하나의 이론을 확립할 수도 있고, 기존 이론을 보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언제든지 틀릴 수도 있다.'라는 태도입니다. 내 의견이 틀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한 걸음 성장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발전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말하는 광자
4/12/25, 12:20 AM [책 리뷰]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줄거리와 감상평 :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jkh6564/220982906099 4/7
끊임없는 대화.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했던 공부 방법입니다. 저는 책의 내용 자체보다
이러한 하이젠베르크의 삶의 태도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이젠베르크는 혼자서 연구하는 시간도 많이 갖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끊임없이 합니다. 자신보다 학문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에게 기꺼이 찾아가서, 그것이 외국일지라도, 같이 토론을 하려는 그의 태도는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부를 한다고 생각을 하면 혼자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보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해서 공부한 분야는 깊이에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분야에 관심을 있느 사람들과 함께 같이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은 그 과정 자체도 의미가 있고
동시에 내가 공부하는 분야에 깊이를 더해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지는 못한다' 그동안 혼자서 고민해왔던 부분들을 이제는
주변 친구들과 함께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한 줄 느낀 점
어렵지만 독서의 깊이를 더해주는 책.
책 말하는 광자
4/12/25, 12:20 AM [책 리뷰]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줄거리와 감상평 :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jkh6564/220982906099 5/7
*과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얘기로 독서의 깊이를 더해주는 '열한 계단'▼
책 리뷰 : 채사장의 신간 「열한 계단」
광자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책리뷰입니다. 지대넓얕으로 유명…
blog.naver.com
#부분과전체 #하이젠베르크 #부분과전체줄거리 #부분과전체감상평 #양자역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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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는 블로거 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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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25, 12:20 AM [책 리뷰]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줄거리와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