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6

Philo Kalia - *侍卽天 “동학은 천(天)을 모시는 게 아니라 모실 시(侍)가 곧 천이다.”(강주영) 侍天主는... | Facebook

Philo Kalia - *侍卽天 “동학은 천(天)을 모시는 게 아니라 모실 시(侍)가 곧 천이다.”(강주영) 侍天主는... | Facebook

Philo Kalia
1d  · 
*侍卽天
“동학은 천(天)을 모시는 게 아니라 모실 시(侍)가 곧 천이다.”(강주영)

侍天主는 侍卽天主(侍卽天)란 말이겠다.

자꾸만 실체화되는 ‘天’보다는 모심의 행위와 과정, 모심의 사건이 중요한 것이라고 읽힌다.

무엇을 모시는가? 강주영 선생은 모심의 대상을 언급하지 않고 “모심(侍)은 모심母心이다”, 즉 侍(모심)은 어머니 마음(母心)이라는 것이다. 어버이날 부르는 어머니 노래에 담겨진 어머니 마음에 그 내용이 다 담겨 있을까? 
낳고, 기르고, 보듬고, 살피고, 돌보고.... 항용 이러한 모심은 성스러운 母心, 곧 天心일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김태창 선생님도 거의 동일한 의미의 문구를 게재하셨다.

「東学開新

侍天主-  侍即天- 侍侍天道
모시고 또 모시는 하늘길
養天主-  養即天 -養養天道
기르고 또 기르는 하늘길
體天主-  體即天- 體體天道
몸보듬고 또 몸보듬는 하늘길
                |
為天主   為即天   為為天道
위하고 또 위하는 하늘길
(水雲- 海月- 義庵  三世代開新)
하늘길은 온숨힘 온삶힘 온살림힘의 새엶길」

김태창 선생은 수운-해월-의암의 신관에 따라 侍天主-養天主-體天主를 잇고, 가운데 둘째 단계에서 侍即天-養即天-體即天으로 심화하고, 마지막 셋째 단계에서 侍養體(모심-기름-몸받음)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두 번 쓰고 天主를 天道로 새긴다.

동학의 신관은 수운에게 남아있는 인격적, 초월적 특성이 수운, 의암에 이르면서 점점 사라지고 완전 내재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황종원의 다음 말은 이 과정을 정확히 정리한 문장이다. 
“천도교는 손병희 시대에 이르러 동학의 하늘인 개념에 내포된 인격신적 함의를 크게 약화시켰는데, 
이돈화 역시 그러한 맥을 이어 한울의 인격성을 부정하고 천도교의 신관을 범신론적이라고 했다.” 
이돈화는 신은 우주이며 우주는 생명이라고 전개하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철학자 한자경은 동학의 신관을 초월주의(유신론)이라 말하면서, 주희 성리학의 자연주의(무신론)와 구분하고 서학의 외적 초월주의(외재신론)와도 구분하여 내적 초월주의(내재신론)라 말한다. 

기독교의 신은 창조자이고 인간은 피조물이기 때문에 기독교는 창조자로서의 신과 피조물로서의 인간은 질적으로 다른 존재임을 전제한다. 
그렇기때문에 신과 인간이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 질적 차이를 매개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끌어들이고 이를 구세주라 말한다. 그러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성령의 역사다. 

따라서 기독교는 삼위일체 신관을 전개한 것이다. 

성부 하느님으로만 말하면 외재적 신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神人이며 
성령은 피조물과 인간에 內住하는 내재적 신이다. 

기독교 신관의 성령의 차원, 곧 내주하고 내재하는 신의 차원이 자주 간과된다. 이것은 주로 근대 유신론의 관점에서만 기독교 신관을 이해하고 삼위일체 신관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삼위일체신관은 초월적 유신론도 아니고 범신론도 아닌 범재신론의 입장을 취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느님은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하여 계시고 만유 안에 계신다”(에베소서 4:6)
한자경은 서학(기독교)의 신관을 외적 초월주의(외재신론)라고만 보고 
동학의 신관을 내적 초월주의(내재신론)라 말하지만, 
동학이 내재적 초월이면 기독교는 초월적 내재임을 성령의 작용을 상기하면서 강조하고 싶다.

至氣(지극한 기운)을 영의 작용이라고 볼 때, 하느님이 스스로 수운 선생에게 ‘귀신이란 것도 나다’ (鬼神者吾也)라는 체험 속에서 지기의 임재 혹은 강령, 곧 우리의 땅과 역사와 씨알의 지극한 삶 속에서 접하게 되는 지극한 기운으로서의 영, 즉 접령(接靈)의 한 순간이 바로 수운의 신 체험이라는 사실을 읽어낼 수 있고 의암의 성령출세설로 발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侍를 모심, 돌봄, 살핌, 섬김 등으로 읽자. 
모심은 일이다. 보살피고 치유하고 살리는 일(works)이다. 
모심은 밑바닥으로 내려가 지극정성으로 만물을 돌보며 살리는 성스러운 일이다. 
예수의 다음 말씀도 모심의 한 형태일 것이다. “내 아버지(하느님)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한 5: 17). 
희랍어 성경에는 하느님께서 ‘일하시니’는 능동태이고 나도 ‘일한다’는 수동태로 되어 있다. 우리말 어법은 모두 능동태다. 능동과 수동, 수동과 능동의 만남, 접합(接合)에서 치유 사건, 돌봄과 섬김이 일어난다. 하느님의 일(섬김)은 38년 된 병자를 치유하는 사건이다.

‘천(天)’은 지극히 큰 실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와 삶의 초월성을, ‘한’(一)과 ‘큼’(大)을, 부단한 넘어가기를 의미한다. 

중세의 신학자 안셀름은 소위 존재론적 신존재 증명에서 신을 “더 이상 그보다 위대한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어떤 것”(id quo maius cogitari nequit)이라 했는데, 
이것은 최고의 실체가 아니라 사유와 삶의 초월하는 특성을 의미한다. 

안셀름의 바로 이 신은 동학의 ‘천’과 상통한다. 
사유와 삶의 초월은 삶의 지극함에서 나오며, 그 대표적인 것이 강주영이 예로 든 母心이라고 생각한다. 초월은 지극에 이르려는 사유와 삶의 부단한 움직임이고 운동이다.

그러므로 侍卽天에서 侍를 촉발하고 고단하고 지칠 때 용기와 능력을 주며, 
侍에 흥과 신명을 선사하는 힘은 至氣, 곧 靈으로 작용하는 天일 수밖에 없다. 

이 守心의 과정이 養天일 수 있겠다.
侍卽天은 侍卽非天을 끊임없이 마주할 때만이 非가 飛로 변하여 다시금 侍卽天으로 돌아온다. 
이때 천은 사라지고 侍, 곧 보듬고 섬기며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살리는 일, 한살림만 남는다. 

사실 천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함께 논다. 
놀이에서 體卽天, 곧 천을 온전히 몸받는 것이다.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의 수운의 신 체험은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요 10:30)라고 말하는 예수의 신 체험에 상응한다. 이 둘의 체험은 體天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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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영
아... 모심.. 부모마음
모심기
모내기.......쌀이 밥이니.
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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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영
고맙습니다. 선생님
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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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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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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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jin Kim
"모시다"라는 동사에 명사형 어미를 붙인 말과 어머니 마음을 뜻하는 한자어가 단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연결되는 건... 저층 건물 3층 바로 위에 5층 있는 것처럼 뜬금없는 느낌이에요.
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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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Philo Kalia
김종진 한자 한글 의미를 뛰어넘는 묘미를 즈ㄹ기시길요
23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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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감사합니다 💞
23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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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 Kalia
김영재 고맙습니다.
2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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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Yang
잘 읽었습니다. 초반부 논의가 기독교적 크리틱을 거쳐 좀더 선명해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다만 동학의 주요 가르침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논의되는 것이 마땅하나 너무 호의적으로 쟁점이 될 부분을 뭉개는 것은 아닐지요? 개념의 확장은 필요한 일이지만, 아무런 긴장과 충분한 설득없이 뚝뚝 하늘에서 떨어지듯 제안되고, 이것도 맞고 저것도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가버리면 토론을 통한 절차탁마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 같습니다. 비판적 토론의 기조를 잘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싶습니다.
23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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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Philo Kalia
Harry Yang 고맙습니다
이 글은 개념과 논리를 따지면서 쓴 학적인 논문이라기보다는 생각과 떠오르는 착상을 툭툭 던지며 연결해봤어요. 어떤 점들이 문제적이라고 보시는지 더 얘기해주시면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종교적인 개념과 언어는 그 저변에 체험과 사건이 있다고 보고, 그게 개념과 논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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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 Hwan Kim
2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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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국
공부가 더욱 심화되시는 것 같네요^^
2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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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 Kalia
한양국 고맙습니다.
2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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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국
2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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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와~~아멘
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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