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

Namgok Lee - 나는 종교(宗敎)라는 말을 접할 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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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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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宗敎)라는 말을 접할 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특성인 숭고지향성(崇高指向性)을 나타내는 말인데 이 점에서는 종교를 긍정할 뿐 아니라 지금의 인류적 위기를 넘어서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유일한 진리’ ‘절대적 진리’로 신앙의 대상이 되는 종교를 말하는 경우인데, 나는 이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의식이 넘어서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불교를 종교 가운데서 현대 인류에게 잘 살려질 수 있는 종교라고 생각한다.
불교라는 종교의 교세(敎勢)가 커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후자(後者)와 같은 의미의 종교가 사라지고 전자(前者)의 의미로 살려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요즘 유튜브로 불교의 여러 교파 간의 논쟁들을 보면서 착잡한 심경이 될 때가 많다.
이른바 견성(見性)을 나타내는 확철대오(廓徹大悟)라는 말이 확고부동한 확증편향(確證偏向)으로 다가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서는 종교가 그 동안 인류 역사에서 끼친 수많은 부정적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교가 가진 뛰어난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된다.

나는 참선 수행 등을 통해 뛰어난 경지를 경험하는 분들을 존경한다.
그 존경심은 ‘내 생각이 틀림없다’는 무오류의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무지(無知)의 자각에 바탕을 두고 자기와 다른 생각이나 주장에 대해서 아무런 차별이나 걸림이 없이 열린 상태로 되어 진리를 향해 끝없는 탐구심을 내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원효를 존경한다.
우리는 지금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중층적 위기를 만나고 있다.
집단적 확증편향 간의 대립과 증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나라가 퇴행적 편가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성(理性)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확증편향들 때문이다.

이 나라는 다종교 국가이고, 석가와 예수의 탄생을 함께 공휴일로 기념하는 대단히 특별한 나라다.
종교인들이 이 나라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되는 확증편향의 대립을 더욱 부추긴다면 그것은 종교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배반하는 것이다.

종교(인)에 대한 나의 판단 기준은 현실적으로 그 점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는가이다.
숭고지향성을 신장시키고 있는가?
획증편향을 부추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