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달라이라마의 정치철학] 달라이라마 글에 담긴 정치철학 면면들  < BOOKS < 문화 < 기사본문 - 현대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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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신중일 기자
입력 2024.01.26

달라이라마 사상 담은 글 100편
그 안 담긴 정치철학, 사상 확인
비폭력, 민주주의를 꾸준히 주장


한국의 숭산 스님과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추앙받는 달라이라마〈사진〉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말 한마디, 행보는 세계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6살의 나이에 제14대 달라이라마로 즉위한 이후, 현대 티베트 역사와 함께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말 그대로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특히 1959년 인도로의 망명 이후 그의 삶은 오로지 티베트 민족의 염원을 대변하고 전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그의 사상과 행동이 단지 티베트인의 이익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12번째 대원학술총서 〈달라이라마의 정치철학〉은 비폭력, 자비, 평화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켜온 달라이라마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담은 대표적인 글 100편을 모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티베트 문제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 정치·사회·도덕·영적 사안에 대해 여러 포럼에서 발표된 달라이라마의 담화문, 연설, 성명, 인터뷰 등을 선별한 것으로 주로 1997년부터 2013년 사이에 발표된 글들로 이뤄져 있다.

달라이라마는 보통 즉흥적으로 연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책에 실린 글들도 몇몇 글을 제외하고 대부분 그렇다. 즉흥 연설이기 때문에, 항상 마음에 두고 있거나 사상의 기저를 이루는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의 진정성이 온전히 담겨 있는 목소리를 담고 있는 점이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달라이라마의 정치적, 사상적 입장은 어떨까.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해결을 주장한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나 독립이 아니라, 티베트 독자적인 문화의 정체성, 그리고 언어, 종교, 가치, 전통의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진정한 자치권을 갖기를 원한다.

달라이라마의 정치철학/ 수바쉬 C. 편집/ 허우성 옮김/ 운주사/ 5만원

달라이라마는 민주주의의 철저한 신봉자이기도 하다. 입법, 행정 및 사법 기관들이 지정된 영역 내에서 자유롭게 작동하고,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을 포함한 그 어떤 사람의 독단적인 권력에도 반대한다. 당연히 티베트 정치에 민주주의를 도입해오고 있으며, 그 자신의 모든 권력을 이양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달라이라마는 마르크스주의자나 사회주의자에 가깝지만, 미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포함한 혼합 경제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보편적 책임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열쇠”라고 본다. 즉 우리 각자가 자기 자신이나 가족, 국가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 세계평화, 환경문제 등에서 보듯이, 인류는 이제 하나의 운명공동체이며, 이러한 공동의 위기를 해결하고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모두가 보편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게 달라이라마의 주장이다.

이 책을 통해 1950년 16살의 나이로 국가원수의 역할을 맡은 이래, 특유의 인내심, 무한한 관용, 절대적인 평정, 긍정적인 낙천주의로 역경에 처한 티베트인의 희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달라이라마의 삶과 사상, 그중에서도 정치, 사회적인 분야에서의 생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책을 번역한 허우성 경희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역자 해설에서 “달라이라마는 자비와 공을 가르친다. 하지만 그에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국가와 독재국가의 차이는 허상이 아닌 현실이고 진실”이라며 “자비, 정의, 평등을 불교 원리라 하고 이를 다당제와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 체재와 연결한 것은 불교 경전에서가 아니라 격동하는 세계사의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얻는 결과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라이라마가 인류의 스승인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의 탐진치를 잘 다스려 자비심을 기르는 것이고, 세계적 차원에서는 그 자비심을 확장해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이루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달라이라마에게 자비심과 자유 그리고 평화는 모두 하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