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사교육’ 성행…북 교육 실상은?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사교육’ 성행…북 교육 실상은?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교육 혁명을 통한 인재강국 건설’

김정은 시대 북한이 내세운 교육 목표인데요,

하지만 부유층 중심으로 사교육이 빠르게 확산되고,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현실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북한의 사교육 실태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북한 드라마 '교정의 윤리' : "사실은 선생님들이 채점을 하시느라 얼마나 수고 많습니까? 그래서 뭘 좀 마련하느라고..."

북한 명문대 교수와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북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녹취>북한 드라마 '교정의 윤리' : "표기환이가 누구 아들인지는 알지요? 네, 표청일 강좌장 아들이지요? 옳습니다. 그러니 아버지 의리를 봐서도 그래, 어머니 성의를 봐서도 그래. 허 선생이 좀 감안해준다고 해서 우리 강좌에서 누가 탓할 사람이 없습니다."

집안이 좋은 학생의 성적을 임의로 올려주거나, 더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교수에게 뇌물을 주는 등 북한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무상, 평등 교육을 강조해왔던 북한이지만 이제 옛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과외라는 사교육이 북한의 교육 시장에 본격 등장했다

사교육이 불법인 북한에서 과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인터뷰> 안영미(가명/2014년 탈북) : "대학 가는 학생들은 거의 다 과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걸 받아야 되겠구나. 대체로 좀 간부집 자식들이라든가 돈 있는 집, 여유가 있는 집 부모들은 이제 다 자식들을 공부시켜야 되겠다. 과외를 꼭 시켜야 되겠다. 이런 마음을 꼭 갖고 있습니다."

지배 계층 내에서도 좋은 학벌로 성공을 보장 받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외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과외 역시 대학 입시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주로 현직 교사가 과외를 지도한다고 한다.

3년 전까지 평양에서 과외를 지도했던 교사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 교사가 과외의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인터뷰> 안영미(가명/2014년 탈북) : "과외 수요자가 많았고 과외로 해서 받는 돈이 교사생활 월급보다 엄청 높았거든요. 교사 생활에서는 북한돈 5000원이라고 하면 과외를 (하면) 한 명이 내는 돈이
22만 원 이었어요. 22만원. 1명이 20만 원 정도니까 제가 한 다섯 명만 한다 해도 북한 돈 백만 원.."

북한에서 사교육은 엄연한 불법 행위이지만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단속에 앞장서야 할 간부 등 북한 고위층 자녀의 대다수가 과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김영희(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 : "북한 같은 경우는 특히 남한하고 달라서 공부하는 애들 보면 부모가 대체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출신들이에요. 그러다보니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거의 어려운 정도죠. 또 엘리트다 보니까 경제적인 뒷받침이 어느 정도 되는 애들이죠."

북한에서 과외는 갈수록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탈북자 실태 조사에서 탈북자들 중 '자녀의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퍼센트를 넘어섰다.

북한의 교육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경제난으로 교과서나 교복 같은 기본적인 물품 지급조차 힘들어지면서,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무상교육은 붕괴 직전의 위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 북한 당국은 과학기술과 외국어, 컴퓨터 등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으로 교육 정책의 무게중심을 변경했다.

영재 교육 등을 통해 국가 발전을 도모하려는 이른바 '단번 도약'을 시도한 것이다.

<인터뷰> 조정아(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 "엘리트 교육체계를 통해서 뛰어난 학생들을 발굴하고 선발해서 교육시키는 일들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큰 자본이나 기술 투자 없이도 인력 양성을 통해서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그런 산업부분에 필요한 인재들을 발굴해서 교육시키고 그것을 통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정책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 전역에 과학, 외국어, 예술 분야의 영재학교가 건립됐는데, 이는 과외 열풍을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국 대학 입시 뿐만 아니라 영재학교 진학을 위한 과외도 성행하게 된 것이다.

과외 분야도 교과목 외에 예체능으로 점차 다양해졌고, 심지어 과외를 전업으로 삼는 교사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인터뷰> 김영희(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 : "미술이라든가 아코디언이라든가 이런 예능 측면에서도 사실 과외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선생들은 미술도 가르치고 아코디언도 가르치고 피아노도 가르치고 가야금도 가르치고 이과 대학 졸업한 선생들이 교사를 하면서 가르치고 그렇게 가르치다가도 이게 내가 돈을 벌어야 되겠다. 하는 선생들 같은 경우는 학교 선생은 그만두고 아주 전업으로 그거만 하는 과외만 해주는 선생들도 있어요."

하지만 북한에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이른바 '출세가도'를 달리기 위해선 또 한 가지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좋은 출신 성분이다.

<인터뷰> 김영희(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 : "출신 성분이 뭐냐 하면 내가 태어날 당시 우리 부모님이 어떤 위치에 있었냐. 하는 것이죠. 그 다음에 또 출신 성분뿐만 아니라 신분을 또 봐요. 신분은 뭐냐. 나는 보지도 못했던 고조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 당시 어떤 사람이었냐. 지주였나, 자본가였나, 아니면 평범한 머슴이었냐 아니면 노동자였나. 여기에 따라서 신분이 바뀌어요. 출신성분이나 신분이 안 좋으면 일단은 후대를 양성하는 교사는 절대 될 수 없어요. 교사 될 수 없고 그 다음에 또 국가 재정을 운영하는 경제대학 같은 것도 갈 수 없어요. 북한에서 출신성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북한의 드라마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녹취> 북한 드라마 '꿈을 속삭이는 소리' : "장난은 심해도 공부는 잘 한대요. 이거 내가 다 떼겠어요. 아이고, 우리 같은 철도노동자 집안에서 무슨 유명한 화가가 나오겠어? 나 이거 우스워서. 제발 부탁인데 선생님 보고 이따위 도깨비장난, 아예 여기서 싹 떼 달라고 해."

노동자인 아버지가 아들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모습.

<녹취> 북한 드라마 '꿈을 속삭이는 소리' : "너무 윽박지르지만 말고 아이의 취미가 뭔지 차근차근... 이야, 선생님 저 말썽꾸러기가 무슨 큰 인재가 되겠다고 취미요, 뭐요 하는 게 이거 정말 우습습니다."

부모의 출신 성분이 자식에게 세습되는 '대물림' 현상이 북한에서는 일반적인 것이다.

좋은 출신 성분을 갖추고 우수한 두뇌를 가진 어린 학생들이 출세의 사다리를 타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영재학교의 진학이다.

다양한 분야의 영재학교 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학교는 우리 과학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제 1중학교' 이다.

<인터뷰> 김영희(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 : "일반학교 애들 같은 경우는 예비 시험, 여기 남한으로 말하면 수능 비슷한 그런 시험을 통과해서 또 대학에 가서 본 학교에 가서 본 시험을 또 통과를 해, 두 번 시험을 통과를 해야지 입학을 할 수가 있어요. 그러나 제 1중학교 애들 같은 경우는 이 예비시험을 안 통과해도 본 시험만 통과하면 대학교에 입학 할 수가 있고 명문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나와도 또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할 수가 있죠. 그러니까 뭐 사회생활까지 쭉 정말 탄탄대로죠."

북한의 각 도와 특별시에 12개의 제 1중학교가 존재하는데, 그 중 김정일 위원장이 졸업한 남산학교의 후신, 평양 제 1중학교가 가장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녹취> 2011년 1월 조선중앙TV 리설주 무대 ‘아직은 말 못해’ : "어머니는 선보러 가자 하지만 이 가슴에 사연을 어쩌면 좋아"

김정은 제 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역시, 기악이나 무용, 성악 분야의 영재를 육성하는 예술학교인 '금성학원' 출신이다.

최고 수준의 교사와 최신 기자재를 이용한 수업,

여기에 노력 동원 면제라는 특혜까지 집중적인 당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원이 제 1중학교를 비롯한 영재학교로 편중되면서, 일반 학교의 교육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더욱이 교육 수준 차이로 일반 학교에선 대학 진학의 기회마저 줄어들어, 북한에선 교육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인터뷰> 김영희(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 : "원래 북한의 교육은 양극화라는 게 없죠. 누구나 다 똑같은 선생님 똑같은 대학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은 선생님들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본인이 어느 정도 노력 하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차이가 나지 교육을 주입하는 데서 양극화는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과거하고 달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애들 같은 경우는 애당초 학교를 안 가버리니까. 그래서 정말 21세기에 문맹자도 발생을 하고 있고요. 그런 게 더 문제가 되는 거죠."

<녹취> 지난 해 9월 조선중앙TV : "제 13차 전국교육일꾼대회가 9월 5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은 10년 만에 교육자 대회를 소집해 교육 강국과 인재 대국 건설을 새 화두로 꺼내들었다.

우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중등 일반교육에서 기초과학과 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김일성종합대학 등 주요 학교를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녹취>지난 1월 김정은 신년사 : "교육 부분 일꾼들의 역할과 교육 사업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관심을 높여 새 세기 교육혁명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 인재 강국화 실현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하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교육 제도인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전면 실시했다.

새 제도의 시행과 함께 교육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고 북한 당국은 선전하고 있다.

<녹취> 지난 해 9월 조선중앙TV : "이것은 고급 2학년 4반 교실에서 진행하는 수학 수업인데, 지금 2학년의 모든 학급들에서 원격 교육 체계를 통해 동시에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부쩍 원격 강의를 비롯한 컴퓨터, 실습 장비 등 기자재 보급을 대폭 확대되고, 영어를 제 2외국어로 채택하는 등 북한 교육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터뷰> 조정아(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 "외부로부터의 정보나 지식의 유입이 바로 정권에 대한 위협, 체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런 어떤 외부 사회의 정보나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교육 자체가 수요자 중심이거나 학습자 중심이 되기보다는 모든 교육 체제와 교육 내용이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져서
그것을 일방적으로 시행을 하기 때문에.."

김정은 집권 4년차를 맞으며 교육의 세계화, 첨단화를 강조하고 나선 북한.

하지만 사교육 열풍 속에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는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교육 혁명을 통해 새 시대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목표 달성도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