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北 외화벌이 전위대 ‘만수대창작사’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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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北 외화벌이 전위대 ‘만수대창작사’
입력 2016.03.26 (07:51) | 수정 2016.03.26 (08:48)남북의창| VIEW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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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만수대 창작사라고 들어보셨나요?
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북한 최고의 예술가 집단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형 동상 등 각종 체제 선전용 조각물과 건축물 모두 이 만수대 창착사가 만든 건데요.
우상화의 선봉에서 최근엔 외화벌이 전위대로 성격을 바꾸고 있는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아프리카 남서부 인구 2백만 명의 작은 나라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지난 2014년에 완공된 나미비아의 독립기념관 건물이다.
압도적인 크기의 이 건축물을 지은 건 다름 아닌, 북한의 예술가들이다.
<녹취> 나미비아 현지방송 : "또다시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해외개발사가 기념물의 디자인과 건설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역시 아프리카 국가인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다.
수백 개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동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0년 세네갈 독립 50주년을 맞아 완공한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다.
무려 2700만 달러, 우리 돈 약 3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완공을 앞둔 당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북한 노동자들이다.
<녹취> 세네갈 파견 북한 근로자 : "(북한에서 왔나요?) 네. 북한에서..."
동상의 높이가 49미터, 미국 자유의 여신상보다도 더 높은 이 동상 역시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것이다.
<녹취> 세네갈 측 건축회사 대표 :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아이디어를 그들의 기술로 실현한다는 겁니다. 대형 청동 조각상은 오직 북한인들만 제조 방법을 압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그들은 최고입니다."
만수대창작사가 아프리카에서 제작한 조형물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건 북한만의 독특한 조형양식이다.
콩고에 건립된 초대 총리 루뭄바의 동상 팔을 쭉 뻗은 모양과 불룩 나온 배가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을 연상케 한다.
에티오피아의 혁명승리탑은 뾰족한 석탑의 형태가 평양의 주체사상탑을, 나미비아의 열사릉은 평양의 혁명 열사릉을 판박이처럼 빼닮았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돌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최원준 감독은 북한 조형물의 특징을 이렇게 말한다.
<인터뷰> 최원준(감독/미술가 겸 영화감독) : “아프리카에서 처음 북한의 건축물을 봤을 때는 일단 압도적인 규모에 놀랐었고요. 또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대칭성, 수직선 이런 것들이 강조된 건축물들이 아무래도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죠.”
이렇다보니, 북한의 체제선전용 기념물이 아프리카 독재자들의 우상 숭배를 조장한단 논란도 적지 않다.
또, 북한의 조형물이 아프리카 고유의 문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뷰> 최원준(감독/미술가 겸 영화감독) : “이를테면 나미비아의 현충원같은 경우는 히어로스 에이커라고 불리는데 평양에 있는 대혁명열사릉을 아주 흡사하게 만들어놓은 모습으로 현지의 아프리카적인 색채라든가 이런 것들하고 사실 거리가 있죠. 그래서 단층 건물들이 많은 지역 주변하고 어울리지 않고 아주 높은 건축물이어서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확 띄고 강렬한 인상을 주긴 하는데 어쨌든 뭔가 좀 어색한 그런 느낌이 있죠."
그렇다면, 이러한 조형물의 제작을 주도하고 있는 ‘만수대창작사’는 어떤 곳일까?
김정은 집권 이듬해인 지난 2012년, 평양 만수대 언덕.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 너머로 김정은이 등장한다.
<녹취> 김기남(선전 담당 비서/2012년 4월) : "지금부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동상 제막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팡파르가 울리고 흰 천이 벗겨지자 높이 23미터의 거대한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를 형상화했을 때 부르는 이른바,‘1호 작품’이다.
대형 동상과 초상화, 모자이크 벽화 등 북한 전역에 들어선 이런‘1호 작품’을 만드는 이들이 바로 북한의 최대 미술창작집단인 만수대창작사다.
<인터뷰> 김철수(가명/‘1호 화가’출신 탈북민) : “만수대창작사는 북한의 우상화, 김일성, 김정일 가의 우상화에서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체이고요. 모든 미술 장르들에서 그걸 통해서 김일성, 김정일의 용상을 창조해내고 그 용상을 통해서 주민들한테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숭배를 고취시키는 거죠.”
선전선동부 소속인 만수대창작사의 전체 직원은 약 4천 명.
창작과 조직사업, 제작, 보급 등 총 4개의 분야로 이뤄져 있다.
사실주의적 북한 그림을 일컫는 조선화와 조각, 공예 등 10여 개 창작단에 미술가만 천여 명이 소속돼있다.
특히, 김씨 일가의 우상화를 전담하는 ‘1호 작품과’ 예술가들은 더욱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인터뷰> 김철수(가명/‘1호 화가’출신 탈북민) : “김일성이 죽었을 때 사후에 김일성의 태양상이라고 김일성 초상화를 창작한 작가가 있어요. 그 사람이 김성민인가 그럴 거예요. 그 사람 같은 경우는 승용차도 받고, 집도 받고 그랬죠. 태양상 같은 경우는 그 사람이 그려서 지금 전국에 다 비치가 되어 있잖아요. 그만한 공로가 있는 거죠. 영웅 칭호도 받고, 인민예술가 칭호도 받고 선망의 대상이죠.”
만수대창작사를 이용한 우상화 시도는 김정은 시대 들어 더욱 강화됐다.
후계자 시절,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만수대창작사를 직접 찾았던 김정은.
집권 초부터 만수대창작사를 다시 찾아 각별히 챙겼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4월) : "만수대창작사 일꾼들과 창작가, 종업원들이 당의 문예 전사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분발하여 수령 형상 창작 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며..."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전역엔 250개가 넘는 김일성-김정일 기념탑과 35개의 김정일 동상이 세워졌다.
그렇다면 우상화를 위한 예술 전위대를 자처했던 만수대 창작사는 어떻게 외화벌이까지 하게 됐을까?
그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녹취> 김석삼(만수대창작사 부사장) : "오늘 주체미술의 비약적인 눈부신 발전으로 하여 선군조선의 위력이 세계만방에 널리 과시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전쟁기념비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에 동상, 기념비, 기념비적 건축물들을 훌륭히 건립하였습니다."
남북 간의 외교 경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 북한이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 지도자들을 상대로 외교선물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前 북한 외교관) : “74년, 5년도에 에티오피아에 하일레 멩기스투라는 대통령이 아주 친북적인 대통령, 친사회주의적인 대통령이 섰고 김일성을 만나러 왔고 김일성하고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기념비 같은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니까 김일성이 ‘건설을 해줘라.’ 해서 만수대 창작사가 나갔는데 기술자들의 여비와 체류비 정도만 받은 거예요. 그게 첫 시작입니다.”
동상 뿐 아니라 대형 건축물을 설계하고, 인테리어와 소품 제작을 담당하면서 만수대창작사는 주로 북한의 외교적 이익을 위해 동원됐다.
1980년대 중반 김정일이 외교권을 장악하면서 해외 기념비 건설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한 외교를 넘어 북한 외화벌이의 첨병으로 만수대창작사가 나선 것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前 북한 외교관) : “1980년대 들어서서 김정일이 모든 것을 거머쥐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돈을 받아라 그래서 심지어 이제 가봉 같은 나라는 김일성은 동상을 해주지 말라 너무 친남한적인 국가다. 그런데 김정일이 아버지를 무시하고 봉고 대통령의 동상을 리브리빌 도시에 지어줘라 그리고 돈을 받아라 해서 8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각종 조형물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북한은 2천 년대 들어 더욱 본격적으로 예술가들을 외화벌이에 활용한다.
단순한 조형물 건설을 넘는 새로운 양상도 최근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가 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박물관의 투자부터 설계, 건설과 운영까지 전 과정을 만수대창작사가 도맡아했다.
<녹취>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북한 직원 : “만수대창작사라고 아십니까? 조각, 미술, 공예, 도자기, 여러 가지를 다 창작하고 이거만 만드는 것도 그저 한 거의 1년 넘었는데..”
북한이 박물관 건립에 들인 비용은 우리 돈으로 280억 원.
특히, 주목되는 건 박물관의 운영 방식이다. 앞으로 10년 간 입장료 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후 캄보디아 정부에 기증하는 방식이다.
<인터뷰> 고영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前 북한 외교관) :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와서는 완전히 그게 커져서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같은 것이나 나미비아나 그게 커지고 지금 최근에 와서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앙코르와트 전람관 같은 것은 이제는 북한도 눈을 뜨니까 건설을 해서 절반씩 나눠먹자."
나미비아를 비롯해 짐바브웨와 콩고 등 최근까지도 아프리카 10여 개국에서는 대형 기념물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연간 1500만 달러에서 많을 때는 2500만 달러까지, 북한이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는 최근 10년간 1억 6천 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는 김정은 일가의 통치자금으로 들어간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만수대창작사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인민생활이나 인민경제에 쓰여진다면 큰 문제가 없겠죠. 헌데 이것은 북한의 수령 우상화에 많이 쓰여지고 또 북한 지도부에 흘러 들어가서 핵미사일 개발과 같은 그런 데 남용이 되는, 해서 국제사회가 눈여겨보면서 북한의 모든 외화수익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그런 노력들을 더 많이 해야 될 것 같고요.”
국제 제재의 빈틈을 노려 여전히 해외 외화벌이에 혈안이 된 북한.
최고 예술가 집단까지 돈벌이에 동원한 모습은 북한의 현실을 상징하는 적나라한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