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질 - 현대 과학이 외면한 인간 본성과 도덕의 기원
로저 스크루턴 (지은이),노정태 (옮긴이)21세기북스2023-10-04
도파민 같은 호르몬과 유전자로 인간을 이해하는 뇌과학과 진화생물학의 시대, 실험실의 동물이나 파블로프의 개를 바라보듯 ‘인간’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지금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 인간도 결국 하나의 동물일 뿐이라는 과학의 냉랭한 시선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그저 ‘말을 좀 잘하는 동물’로 전락한 인간은, 더 실용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이리저리 조절해야 할 생물학적 기계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정말 인간은 한낱 동물일 뿐일까?
영국의 위대한 지성으로 손꼽히는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의 본질’을 꺼내 보인다. 무엇보다 인간은 하나의 분명한 ‘인격체’라는 것.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또 다른 타인을 마주하며 책임을 다하는 인격체로서의 인간, 바로 그곳에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 자리한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된 저자의 특강을 현장감을 살려 담은 이 책은 과학과 현대 철학이 간과한 인간에 대한 논의를 정교하게 펼쳐낸다.
인간을 생물로 축소한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들, 기차를 밀어 누구를 얼마나 죽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도덕을 협소화시킨 피터 싱어나 사회를 계약으로 단순화한 존 롤즈 같은 철학자까지, 고유한 인간성을 주목하지 않은 수많은 논의와의 치열한 대결이 이 책에 담겼다. 철학사를 꿰뚫어 놓은 정확하고 간결한 사유의 끝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묵묵히 자신의 삶을 향해 타인과 더불어 걸어가는 ‘인간’의 뜨거운 초상이다. 이제 다시 제대로 인간을 이해하고 우리의 도덕을 회복해야 할 때다.
목차
옮긴이의 말
들어가며
CHAPTER 1: 인간이라는 종 HUMAN KIND
–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성
1. 인간은 정말 유전자의 복제품에 불과할까?
2.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이 간과한 것들
3. 인간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이 잘못된 이유
4. 과학은 인간이 웃는 진짜 이유를 모른다
5. 니체가 오해한 인간의 근본적 진실
6. 육체에서 ‘창발’하는 고유한 인격의 세계
7. 지향성, 인간을 이해하는 단초
8. 인격은 결코 유물론자의 손아귀에 붙잡히지 않는다
9. 인간과 동물의 넘어설 수 없는 간극, 주체성
10. 과학적 빈곤함을 넘어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CHAPTER 2: 인간 관계 HUMAN RELATIONS
– 인격,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철학의 열쇠
1. 인간 관계의 기반, ‘나’에 대한 자기 인식
2. 타인이 없이는 자아도, 도덕도 없다
3. 쾌락을 단지 뇌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4. ‘성적 쾌락’은 단지 본능의 문제가 아니다
5. 타인을 ‘향한’ 도덕적 의무의 기원
6. 정념의 재중심화와 탈중심화
7. 우리 세계의 근간, 상호인격적 반응
CHAPTER 3: 도덕적 삶 THE MORAL LIFE
– 도덕에 대한 현대 윤리학의 오해를 바로잡기
1. 인간 조건의 구성 요소, 깊은 개인성
2. 사회적 관계 속 도덕 감정을 주목하라
3. ‘오염과 금기의 윤리’를 정확히 이해하기
4. 개인의 도덕 감정과 ‘공통법’의 관계
5. 트롤리 문제, 피터 싱어가 무시한 도덕적 상식
6. 도덕은 결코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7. 결과주의자로부터 도덕적 감각을 구출하기
8.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찾은 도덕적 삶의 열쇠
9. 자아의 중심에서 느끼는 타인을 향한 책임
10. 선한 사마리아인이 과연 계산에 따라 행동했을까?
11. 인간의 공동체는 곧 인격체의 공동체다
12. ‘나-너’ 관계 속에 드러나는 도덕적 삶의 핵심
CHAPTER 4: 신성한 의무 SACRED OBLIGATIONS
- 근대적 회의로 가득한 세상, 인간과 도덕을 회복하는 길
1. 계약주의에 대한 두 가지 비판
2. 자유주의자들은 모르는 오이디푸스가 눈을 찌른 이유
3. 동의와 합의를 넘어서는 ‘도덕 감정’을 재구성하기
4. 계몽주의자들이 외면한 경건함의 도덕
5. 경건함과 신성함에 뿌리내린 도덕의 맹아
6. 진화심리학으로는 ‘신성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7. ‘인격’을 말살하는 악의 패러다임
8. 종교는 어떻게 도덕의 버팀목이 되는가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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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61 우리는 분명 동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육화된 인격체로서 동물과는 다른 차원의 인지적 능력을 지니며, 전적으로 구분되는 정서적 생활을 합니다. 상호의존적인 자기 인식에 기반한 사고 과정은 우리들에게 고유한 것입니다.
【니체가 오해한 인간의 근본적 진실】
P. 78 뇌과학이 통속 심리학을 대체해 버린다면 상호인격적 관계로 구성된 세계는 몽땅 엉망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인격이라는 개념, 그와 함께하고 있는 1인칭의 인식은 현상의 일부이며 그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은 그것을 제거해 버릴 수도 없는 것이죠.
【인간과 동물의 넘어설 수 없는 간극, 주체성】
P. 87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바로 이런 “마지못해 살아냄”을 길러내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그쪽으로 빠져들고 있지요. 냉소를 존경의 대상으로, 인색함을 멋진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부류는 우리의 관대함과 함께 소멸하게 됩니다.
【과학적 빈곤함을 넘어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P. 112 철학은 사물을 분별하고 그 차이를 뭉뚱그리지 않으며, 특히 다른 동물에게서 발견되지 않는 또렷한 요소들, 분명한 의미를 지니기에 인간의 조건을 규정지어 주는 우리 자신의 삶의 요소들에 머물고자 합니다. 설령 [인간과 동물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는 건 아니라 해도, 간극이 있긴 있으며, 그 차이는 분명합니다.
【‘성적 쾌락’은 단지 본능의 문제가 아니다】 접기
P. 145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무심한 눈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라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가늠하며 사고의 유희를 즐기죠. 만약 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자기 인식하는 행위자의 책임 있는 행태가 도덕성의 뿌리라면, 이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충족해야 할 기준은 불편부당한 타자에 의해 설정되는 것입니다.
【개인의 도덕 감정과 ‘공통법’의 관계】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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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인간의 본질>은 극히 드문 역작이다. 형이상학, 도덕, 함축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원대한 주장을 간결하고 우아한 산문으로 담아냈다.
- 이코노미스트
정교하게 쓰였으며, 치밀하게 주장한다.
- 제임스 라이어슨
- 뉴욕 타임즈
절묘한 역작.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독창적이고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 앤서니 오히어 (버킹엄대학교 철학과 교수)
나는 스크루턴 경의 태도와 글쓰기를 존경한다. 이 짧은 책에서, 그는 인간 세계에 대한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토론해낸다.
- 사이먼 블랙번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철학과 석좌교수)
몇몇 독자에게는 영감을 주고 몇몇은 심통 나게 할, 우리 인간이 누구인지 혹은 누구일지에 대한 빛나는 스케치.
- 키어런 세티야
특히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가진 많은 사람의 마음에 꼭 들어맞을, 우리 인간 자신을 사유하는 법에 대한 간결하고 시적인 서술.
- 애덤 제먼 (렉서터대학교 교수, 뇌과학자)
<인간의 본질>은 뛰어난 성취다.
- 리처드 킹
- 더 오스트레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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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로저 스크루턴 (Roger Scruton)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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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철학자. 1944년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젊은 시절 68혁명을 목격한 이후 평생 반지성주의에 반대하여 꾸준한 연구, 강연, 사회 참여를 이어 나갔다.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에서 미학을 20년간 가르쳤으며, 올곧은 철학적 소신과 정교한 논리로 현대 사상계의 유행과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활발히 개진했다. 일생에 걸친 철학 연구와 교육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기사작위를 받았으며, 2020년 타계했다.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 재임 이후 ... 더보기
최근작 : <인간의 본질>,<하룻밤에 읽는 보수의 역사>,<우리를 속인 세기의 철학가들> … 총 149종 (모두보기)
노정태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자유기고가·번역가.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법학과를 졸업하고 철학을 전공했다.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프리랜서》를 썼다. 《아웃라이어》를 시작으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칩 워》 《집단착각》 《인간의 본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조선일보〉 〈신동아〉 〈중앙일보〉 등에 칼럼을 기고한다.
최근작 : <프리랜서>,<불량 정치>,<탄탈로스의 신화> … 총 4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뉴욕타임즈> <이코노미스트> 추천★
“AI는 과연 인간을 대체할까?”, “우리는 한낱 동물에 불과할까?”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칸트, 도킨스, 롤즈, 피터 싱어까지!
인간성과 도덕에 대한 2천 년 지성사를 꿰뚫어 내다
현대 과학이 외면한 진정한 인간의 본질!
영국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프린스턴대학교 명강의
도파민과 유전자가 당신을 모조리 설명할 수 있을까? 뇌과학, 신경과학과 진화생물학이 인간이라는 ‘생물종’을 설명하려 열중인 시대, 우리는 점차 자기 자신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대하는 데 익숙해지고 말았다. 인간을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물학적 개체로 여기는 과학적 시선은 객관성에 치우친 과학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외면했고, 사람들이 묵묵히 지켜오던 도덕적 의무감과 타인을 향한 애정과 관심은 힘을 잃었다. “냉소를 존경의 대상으로, 인색함을 멋진 것“으로 만든 시대에서, 과학적으로는 해명할 수도 없을 ‘삶의 의미’를 더 이상 묻지 않는 인간은 ”마지못해 살아가는“ 하나의 동물로 남았다.
《인간의 본질》은 이러한 현대 사회의 지적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책이다. 이 책은 영국의 위대한 지성으로 손꼽히는, 평생 반지성주의에 맞서 투쟁한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프린스턴대학교 특강을 담았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성을 철학적으로 해명하고 현대 철학이 간과한 인격의 특성과 도덕성의 관계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고찰한다. 인간을 단순한 생물학적 개체로만 보는 과학, 인간 고유의 인간성을 간과한 철학과 대결하며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향해 우아하게 나아간다.
“인간은 동물을 넘어선 하나의 인격체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진실
이 책은 인간을 어떻게 동물로 여길 수 있냐고 따지며 인간의 특권만을 부르짖는 고상한 논의가 아니다. 저자는 먼저 1장에서,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과학적 접근의 맹점을 돌아본다. 인간은 당연히 동물이다. 그런데 과연, 동물이기만 할까? 우리는 다른 동물처럼 육체를 가진 존재이지만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뛰어넘기 어려운 분명한 간극이 있다. 과학은 온전히 해명할 수 없는 그 간극에 인간 고유의 본질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하나의 ‘인격체’다.
2장은 인격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개인과 사회의 상보적인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바로 ‘인격’이야말로 인간의 고유한 본성으로 향하는 철학적 열쇠다. 유전자와 진화생물학은 인간의 몸에 대해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 우리가 스스로 느끼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해 주지 못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나’로서 느끼는 감각,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할 때 느끼는 도덕 감정을 우리 뇌 속 신호체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과학적 사실은 우리가 느끼는 삶의 감각을 해명해주지 못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1인칭’의 인격체로 인식하며, 또 다른 인격체인 타인을 인식한다. 두 인격체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 근본적인 도덕 감정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지는 인격체로서의 우리 삶을 해명한다.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살며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각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을 넘어서 우리 자신을 해명하는 철학적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철학의 오랜 소명을 붙들고“ 있겠다고 말하며 과학이 축소한 인간의 고유한 본성을 명확한 논리로 다시 불러낸다. 그동안 ‘본능’의 영역으로 이해되어 온 웃음, 성적 쾌락 등의 문제 또한 ‘인격’이라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따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해명할 수 없음을 철학적으로 밝혀낸다. ‘나’에서 시작해 ‘너’로 향하는 상호인격적 관계성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풍부한 삶의 경험에 접근할 수 없다. 인간의 공동체는 생물학적 개체들이 모인 군집을 넘어서 인격체들의 관계로 형성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도덕은 계산이나 계약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 윤리학과 영미 사회철학의 허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다
과학뿐 아니라 여러 현대 철학 역시 근본적인 인간성과 도덕 감정에 집중하지 못했다. 3장은 ‘피터 싱어로 대표되는 현대 윤리 철학의 주류와의 한판 승부’로 이어진다. 현대 윤리학은 ‘트롤리 문제’로 대표되는 윤리적 딜레마에 사로잡혀 인간의 도덕적 판단을 허깨비로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도덕의 문제가 ‘트롤리를 굴려서 한 명을 죽일지 다섯 명을 죽일지 고민하는’ 계산의 문제로 축소될 수 있을까? 피터 싱어를 포함한 결과주의자들은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도덕적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행복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어떤 잣대로 특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도덕적 감정과 상식에 벗어나는 “책상물림” 철학자들의 계산기를 넘어,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도덕에 집중해야 한다. 도덕적 결과주의에 기대지 않더라도, 우리는 ‘상호인격’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도덕을 이해할 수 있다. 도덕은 무엇보다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맞댐으로써 도달하는 인격적 관계의 침전물”이다. 현실과 괴리된 철학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인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4장에서 다루어낸 존 롤즈나 로버트 노직 같은 미국의 사회철학자들, 자유주의자들 또한 인간 삶의 문제를 간과했다. 그들은 사회를 인격체들의 ‘계약’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언제 우리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적이 있던가?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계약의 문제가 설득력을 잃는 것은 우리 삶에서 겪는 많은 상황이 계약 없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합의 없이 특정한 상황에 놓이고, 그에 맞는 미덕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부과받는다. 도덕을 계산이나 계약의 문제로 접근할 때 우리는 도덕에 대한 냉소로 빠져들기에 십상이다.
전통과 도덕이 쉽게 냉소 받는 사회,
과학의 세례 속에 잊힌 인간의 미덕을 회복하기
우리가 애써 지켜오던 전통적인 도덕과 미덕이 쉽게 냉소 받는 사회, 다시 ‘인간의 본질’에 집중해 우리의 도덕을 회복해야만 한다. 전통적인 도덕은 지난 시대의 낡은 유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도덕 감정 속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노력했던 ‘인간’의 미덕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미덕을 “이성이 권하는 바에 따를 수 있는 능력”으로 설명했던 것처럼, 도덕은 내가 아닌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 타인의 요청에 답하는 인격 고유의 능력에 가깝다. 나를 ‘넘어선’ 곳에서 내게 다가오는 ‘의무’. 저자가 강연 이후 추가로 덧붙인 4장의 제목이 “신성한 의무”인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가 종교를 “도덕적 삶의 산물이자 동시에 그것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라고 말한 대목을 이해할 수 있다. 특정한 종교나 교리를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 인격의 근본적인 특성인 ‘종교적’ 태도를 회복하자는 의미다. ‘나’의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나’를 초월하는 요청에 성실히 응답할 것. 꿋꿋이 자신과 타인의 삶에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인격체로서의 우리의 행동과 마음에 책임을 질 것. 과학의 세례 속에서 우리는 바로 이러한 ‘종교적’ 태도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간단한 것이다. 동물도, 기계도 아닌 하나의 ‘인격’인 우리를 돌아보기. “나”와 “너”라는 두 인격이 마주하는 바로 그 자리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인간의 본질’이 고스란하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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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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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어요 (5)
읽었어요 (26)
이 책 어때요?
평점분포
9.2
한마디로 끔찍한 번역이다.
이 책에 대한 독자평을 보고 구매를 선택한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옮긴이의 말‘까지는 그래도 읽을만 하다. 아니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1장으로 넘기자마자 도대체 역자는 내용을 이해하고 번역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쏟아진다.
너무 실망스럽다.
한월 2024-01-30 공감 (2) 댓글 (2)
richyuho 2024-02-1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번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한게 아니였네ㅋㅋㅋ 문장이 뭘 말하려는건지 이해가 안됨
액체조각 2024-09-0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번역이 틀림. 제목은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인간 본성‘.
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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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과학과 철학. 둘은 이성을 바탕으로 연구되는 학문임에는 틀림없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검증을 해낸 사실을 더 진실로 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내용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철학 하면 떠오르는 심오한 첫 문제 "과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좀 다른 시각으로 설명하는 책을 만났다. 바로 현대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도덕에 대한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저서다. 사실 읽기가 쉽지 않았다. 철학은 어렵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철학 및 용어들에 대해 이해에 상당한 내공이 필요할 것 같다. (생각보다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그래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기왕이면 조금 더 쉬운 단어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쉽기도 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종에 대한 이야기가(상대적으로 가장 이해가 어려웠던 장이다.), 두 번째 장에는 나와 너로 구별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세 번째 장에서는 도덕적인 선택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가, 네 번째 장에는 종교와 인격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앞에서 말한 과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내용의 예로 웃음과 쾌락을 설명하고 있다. 웃음은 인간이라는 공동체에게 유익을 끼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웃음은 인간만이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진짜 웃음을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쾌락의 문제는 단지 감정적으로 풀어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령 성적 쾌락의 경우, 그 대상에 따라 쾌락을 느끼기도 불쾌를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도덕적인 선택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이 책을 읽기 전, 다른 책을 통해 도덕적 행동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있다. 가령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보자면 내 선택에 따라 타인에게 큰 영향(생명의 문제까지)이 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특히 피터 싱어와 같은 현대 윤리철학의 주류 학자들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한다. 과연 생명의 문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냉철하게 비판을 가한다. 누군가의 생명은 중요하고, 누군가의 생명은 포기하는 게 맞는가?의 이야기 말이다. 도덕은 종교로 이어진다. 우선 이에 앞서서 나와 타인관의 관계에 대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나를 인정하는 것처럼, 타인도 인정해야 한다. 그로부터 도덕이 등장하는 것이고, 그 도덕들이 결을 이루어 만들어진 것이 종교기 때문이다. 저자가 비판하는 토대는 바로 그 나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도덕의 룰을 마구 흩트려 놓는 자유주의자들의 의견과 도덕적 판단들을 향해서이다.
첫 장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실타래처럼 이어진다. 하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큰 주제를 형성한다. 첫 장의 고난(?)을 이겨내면 상대적으로 뒤로 갈수록 좀 덜 부담스럽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 접기
명랑걸우네 2023-10-20 공감(16) 댓글(0)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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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 로저 스크루턴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지구의 생명체 중 처음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존재의 기원뿐 아니라 우리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하는 언행들 역시 진화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진화생물학의 견해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가 여타 동물들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작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발견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는데 인문학, 특히 '문사철'로 분류되는 순수 인문학은 그러한 과학의 발달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이 책 역시 철학자인 저자가 과학이 인간을 매우 단편적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에 반기를 들기 위해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과학이 사람들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교와 철학은 물론 예술의 영역에까지 광범위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사회적으로 축적해온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인류는 자신의 핏줄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를 보호하거나 노인을 공경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우리의 행동 양식을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보는 시각으로는 이러한 행동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어린 개체나 늙은 개체를 보호하는 행위가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인데 물론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이러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유전자 존속에 유리하다고 설명할 수 있기는 하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사회가 추구해 오던 여러 미덕이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더 줄어드는 방향으로, 즉 자신의 삶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던 인간의 본성은 대신
마지못해 살아내야 할 무언가가 되고 말았습니다.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바로 이런 "마지못해 살아냄"을 길러내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그쪽으로 빠져들고 있지요.
냉소를 존경의 대상으로, 인색함을 멋진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부류는 우리의 관대함과 함께 소멸하게 됩니다.
(pg 87)
저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또 구별되어야만 하는 이유로 우리에게 '인격'이라는 개념이 있으며 이는 단순히 진화를 통해 '획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념적인 활동을 통해 '창발'한 인간 고유의 개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서 '창발'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양적으로 축적된 무언가가 아니라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생겨났다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된다.
인격은 생물학적인 것에 부가되어 있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마치 캔버스 위에 배치된 색깔로부터 얼굴이 창발하는 것과 같이,
생물학적인 것으로부터 창발하는 것입니다.
(pg 74)
인간에게 이러한 인격이 있다는 의미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 역시 자신과 대등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유하고 있는 자신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사유하며 나와 소통하고 있는 상대방 역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가분성을 지닌 개인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책임을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1인칭 시점을
적용한 결과 불가피하게 타인을 2인칭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등,
이 모든 것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조건인 것이죠.
그러니 분명 우리는 타자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다른 이들과 기꺼이 돕고 살기 위해 우리의 감정과 습관을 어떻게 융합해야 할지,
이런 고민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pg 132-133)
우리가 이룩한 사회 역시 단순한 진화의 산물이거나 사회계약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들간의 약속으로 이루어진 것만이 아니라 순수하게 인간만이 가능한 지적 활동들을 통해 여러 제도와 도덕적 관념을 개발해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가 인간 공동체를 다른 관찰 가능한 모든 사회적 동물들의 조직과 구분 짓게
해주는 것은 다층적인 의무와 헌신이며, 우리는 상호 관계에 얽혀 있는 상호책임성의
수준에 따라 그런 의무와 헌신을 받아들입니다. - 중략 -
우리가 의무를 만들고, 수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의무가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pg 117)
또한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계산해 보지 않더라도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타인에게 인식되지 못하면 자아도 인식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타인을 대하는 특정 행동 양식을 개발해왔고 이러한 것을 우리가 도덕이라고 부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도덕적 관념은 비록 물리적 실체가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언행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무심한 눈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라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가늠하며 사고의 유희를 즐기죠.
만약 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자기 인식하는 행위자의 책임 있는 행태가 도덕성의 뿌리라면, 이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충족해야 할 기준은 불편부당한 타자에 의해 설정되는 것입니다.
(pg 145)
우리는 인격체로서 우리의 행동과 마음 상태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다른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찾는 습관은
우리가 스스로 그런 이유를 요구하도록 만들죠.
그렇게 우리는 남이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스스로의 과오에 대한 인식은 우리를 짓누릅니다.
우리는 죄 사함을 희구하며, 심지어 어떤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알지도 못한 채
회한에 사로잡히기도 하죠.
(pg 217)
전반적으로 과학과 사회학의 발달이 인간의 지위를 상당히 낮추고 있다는 주장이며 인간은 그보다 더 고등하고 고결한 존재라는 일종의 인간 찬사가 담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태생적 문과'인 내 시각에서 보더라도 저자의 주장이 생각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물론 나 자신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은 그저 관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유물론자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근거로 드는 대부분의 것들이 지금은 조금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철학자들의 주장이라는 것이 살짝 실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그러한 관념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같은 종이지만 먹이를 두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상대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오랜 기간에 걸쳐 확립해 온 도덕이나 미덕을 유지하는 것은 과학이나 사회학의 발전과는 별개로 소중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200페이지 정도로 그리 두껍지 않고 서술도 친절한 편이지만 관념과 인식을 다루고 있어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기술과 학문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인간은 점점 더 경시되는 것 같은지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꽤 통찰력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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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sun 2023-10-10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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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참으로 어려운 주제,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인 것 같아요.
인간이라면 인간의 본성과 도덕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현대 사회는 뭔가 어긋난 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도덕을 회복하는 것임을 로저 스크루턴은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진정한 인간의 본질인 인간성과 도덕성을 다시금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인 것 같아요.
《인간의 본질》은 로저 스크루턴의 책이에요.
이 책은 2013년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했던 로저 스크루턴의 특별 강연을 담고 있어요. 저자는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철학자로서 젊은 시절 68혁명을 목격한 이후 평생 반지성주의에 반대하여 꾸준한 연구와 강연, 사회 참여를 이어 나갔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기사작위를 받았고, 2020년 타계했다고 하네요.
인공지능 시대에 과학이 곧 진리인 듯 착각하게 된 것은 그 과학이 우리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보면서 인간의 느낌과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석한 결과인 거예요. 과학적 이론으로는 우리가 속한 부류인 인간이라는 생물을 정의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본질을 다뤘다고 볼 수 없어요. 저자는 인간을 온전히 생물학적인 용어로만 규정할 수 없고, 상호인격적 관계의 그물망을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고 설명하네요. 그러한 관계가 우리를 서로 묶어주며 인격적 존재로 이끌어 준다는 거예요. 상호인격적 반응을 드러내기 위해, '나'를 중심에 둔 사고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변화사는 세계 속에서 서로 책임 있는 주체로서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복잡성이 요구되는데, 그런 복잡성은 특정한 자연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게서만 관찰된다는 거죠. 인간 관계의 기반은 '나'에 대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하여 '나-너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덕적 삶의 토대를 갖추게 되는 거예요. 우리의 행동과 감정이 자아의 중심에 머무를 수 있는 건 미덕을 통해서인데, 반면 악덕은 행위와 감정이 탈중심화되어 나와 나의 과업이 더는 나의 중심에 있지 않고 본인이 느끼고 행동하는 바를 결정하는 위치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고 해요. 악덕은 문자 그대로 자기 통제의 상실이고, 악한 사람이란 의무와 헌신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기댈 수 없는 사람인 거예요. 악한 사람은 우리 인간 세계에 생겨난 균열, 즉 인간성을 부정하고 인격을 말살하는 존재라서 강력한 처벌과 대책이 필요해요.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환경에서 필요한 건 미덕이에요. 미덕은 우리의 동기를 동물에서 인격적 중심으로 이전해주고, 우리의 정념에 책임을 지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미덕과 좋은 습관이 본래의 자리인 인격적 삶의 중심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강조하네요. 인격을 연마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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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2023-10-20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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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인간의 본질 (로저 스크루턴 著, 21세기북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은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이 가진 욕구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생물학적으로는 사람아족(Hominina)에 속하는 모든 종을 일컫는 표현은 인류라고 하는데, 이 인류라는 종은 영장목에 속하는 유일한 사람종 (Homo sapiens)으로 사회학적으로 일컫을 때 인간이라 표현합니다.
인간에 대한 명백한 정의가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좀더 들어가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인간을 정의하는 여러 요소 중 생물학적 정의를 제외한다면 인간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모호해집니다.
예를 들어 감정, 욕구, 인지 능력을 통해 자아를 가지며 독립적인 의지와 판단 능력을 가진 존재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지식과 가치관을 전달하는 존재라 볼 수도 있겠지요. 사회적 동물로, 집단과 조직 안에서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적 구조와 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존재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존재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그에 속한 생물학적 범주를 벗어버린다면 모호하면서도 일반적인 정의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본질에 대한 복잡성을 탐험하는 일은 더더욱 모호해지기 마련이지요.
과학은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든 것’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학문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되 진리를 회의하는 학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학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는 사실들이 많습니다. 우주의 기원 이전에 무엇이 있는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우리의 의식 체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등 말이지요. 인간의 본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로 인간의 형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그것을 인간이라 부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은 인체 더미 (dummy) 혹은 마네킹이라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더미라 불리우던 것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제 이것이 인간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적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인간이라 부르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입니다.
정말 인간이란 무엇일까? 위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릴 수 있을까요?
이번에 읽은 “인간의 본질 (로저 스크루턴 著, 노정태 譯, 21세기북스, 원제 : On Human Nature)”은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독자는 저자의 물음과 답변을 따라가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본질은 철학적 미스터리로 인류 역사 내내 존재해왔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한 고대 철학자, 칸트나 루소 같은 근대 철학자들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현대 철학자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이러한 통사적 의미 탐구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석학들의 고민과 결론을 접함으로써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 보다 익숙해질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기술 문명이 발달하면서 기술 중심주의 혹은 환원주의적 사고로 경도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많은 부분이 창발적인데 특히 인간의 의식이 더욱 그러합니다. 환원주의적 사고는 이러한 측면에서 창발성에 대해 경시하기 쉽습니다.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과학과 본질의 간극을 철학적 질문으로 메꾸는 시도를 합니다.
이 책, “인간의 본질”은 철학이 추구해온 유구한 질문 중 하나에 대한 심오한 여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질문에 훌륭한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간의본질 #21세기북스 #로저스크루턴 #노정태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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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ca.Kim 2023-10-0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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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대표적인 영국의 지성 로저 스크루턴은 '나'와 '너'라는 두 인격체의 만남이 드러내는 근본적인 도덕성에 주목하며 《인간의 본질》에서 인격적 책임에 뿌리를 둔 도덕적 삶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다룬다.
제목부터 심오함이 느껴지는 '인간의 본질'. AI에 대체될 미래를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인간에게는 여타 동물과는 구별되는 '도덕성'을 지닌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와 타인을 인식하는 '인격체'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기 자신을 알고
또 다른 인격체인 타인을 마주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와
권리, 책임감을 부과 받는 정신적 존재다.
저자는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성을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타인과 관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열쇠로 '인격'의 면면을 짚어본다. 나아가 인간의 공동체는 곧 인격의 공동체라 정의하며, 인격적 관계는 호명하여 불러내는 상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한다.
또한 칸트에 따르면 우리는 인격이라는 유형에 속하며, 인격이란 본질적으로 자유롭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이성적인 행위자로, 이성에 복종하며 도덕 법칙에 구속되는 존재이므로 칸트의 도덕법칙에 따라 서로를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착한 사마리아인', 경건과 악의 패러다임 등 도덕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종교가 도덕적 산물인 동시에 이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는지 설명하며 인간의 도덕의 회복을 철학의 인격성에서 찾는다.
우리가 무엇이냐고 묻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1인칭인 우리는 마치 자기장 속의 자석처럼 2인칭 관점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인격체로서의 인간이며, 관계란 그러한 인간 개념 그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질 p.93
《인간의 본질》은 타인을 인식하는 우리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진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사실 본체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에 대해, 타인과 나의 관계 그리고 인격에 대해 철학적 사유로 안내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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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inum 2023-10-20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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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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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엇갈리는 이중주, 어느 선율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로저 스크루턴, <인간의 본질>을 읽고
진화론의 공동선조라 할 수 있는 다윈과 월리스는 인간진화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졌다.
다윈은 ‘자연에는 비약이 없다’는 자연과학의 공리를 생물진화에도 그대로 수용했다. 자연 속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진화는 ‘점진적이며 선형적’이므로 인간도 다른 생물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지닌 도덕적 감각은 다른 종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본능의 확장판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지금 생물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세상만사를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이들의 기본전제다.
반면 월리스는 ‘사물의 질서에는 질적인 도약이 있다’ 고 여겼다. 인간이 지닌 고차원적인 특징은 적자생존과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쪽에는 모든 자연현상이 선형적이고 연속적인 것만이 아니라는 양자과학적 인식을 갖고 이를 자기철학의 기본원리로 관철한 에르빈 슈뢰딩거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로저 스크루턴도 진화론 자체를 의심쩍어하면서도 어쨌든 이 쪽에 서있다.
다윈과 월리스는 인간이 단세포동물로부터 진화를 거듭하여 인간 바로 직전단계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생물학적 진화론이라는 같은 곡조로 노래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내딛는 마지막 발을 놓고 그 둘은 자기만의 다른 선율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선율은 아득한 고대로부터 인간인 우리가 인간을 바라보는 두가지 상반된 시야를 거느리고 있다. 로저 스크루턴은 이 두 시야를 인간(Human being)과 인격(Person)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전통적인 인간론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칸트에 따르면 우리는 ‘인격이라는 유형’에 속하며 인격이란 본질적으로 자유롭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이성적인 행위자로 이성에 복종하며 도덕법칙에 구속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다윈의 직계제자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우리는 ‘인간이라는 동물유형’에 속해있으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유전자의 복잡한 산물이다.
물론 인간의 본질을 인격에 두는 스크루턴이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명확하다. 스크루턴은 도킨스가 ‘우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우리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으로 치환했다’고 본다.
이기적유전자 이론은 인류의 기원을 설명할 때 좋은 방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현재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스크루턴은 인류의 조상이 의식의 발전을 이루다가 <자기인식>이라는 결정적인 문턱을 넘었을 때 인격이라는 것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저 의식을 지니고 있을 뿐인 피조물과 자기인식을 지닌 우리 같은 피조물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오직 후자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1인칭 관점>을 지니며, 그러한 관점을 통해 나에게 세상이 보이는 방식과 남에게 세상이 보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죠.
<나>를 생각하는 피조물은 같은 부류에 속하는 다른 이들을 단순한 자연적 존재와는 구분해서 바라보는데, (칸트, 피히테 그리고 어느 정도는 헤겔까지) 많은 사상가들은 의식 그 자체가 아니라 <자기의식>이야말로 인간존재의 신비의 핵심을 창출하고 드러내는 요소라 보았습니다.”
스크루턴은 여기서 진화생물학이 묘사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가 있음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우리자신, 인간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화생물학이 아닌 방식으로 이해되는 다른 세계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상호인격적 태도로 이루어진 곳, 후설의 용어를 빌리자면 <생활세계>라 하겠습니다. “
미학교수가 원직업인 로저는 이 두 세계의 다름을 베토벤의 음악작품이나 그림으로 설명하길 즐겨하는데 정말 설득력이 있다.
“그림은 캔버스에 칠해진 색깔의 조합에 부합하는 이해와 설명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이해와 또 다른 차원의 설명 속에, 즉 다른 맥락에 속하게 됩니다. 이런 일은 유기체의 경우에도 벌어지는 일입니다.”
“인격이란 마치 그림이 안료에 대한 이론에서 벗어나듯 생물학의 손아귀에서 보란듯이 빠져나와 버립니다. 인격은 생물학적인 것에 부가되어있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마치 캔버스 위에 배치된 색깔로부터 얼굴이 창발하는 것과 같이, 생물학적인 것으로부터 창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생물학적 기초로부터 창발된 인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칸트는 주체가 <나>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에 도덕적 삶의 토대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헤겔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헤겔은 내가 <나>로 자기 인식하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타자와 조우하고 타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에 나의 정체성이 깊게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격이란 결국 <나와 너>가 서로를 1인칭주체로 호명하면서 세계의 경계에서(주체는 객체인 세계가 아니며 마치 수평선이나 지평선처럼 사물의 경계선에 있다) 현실을 가리키며 현존하는 것이다.
인격은 곧 나 혼자만의 세계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전제로 하며 스스로의 현존을 타인들과 맞춰 나가며 생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너는 자석처럼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붙어있다.
“우리가 무엇이냐고 묻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1인칭인 우리는 마치 자기장 속의 자석처럼 2인칭 관점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인격체로서의 인간이며, 관계란 그러한 인간개념 그 자체에 내장되어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짧지만 깊이있고 뚜렷한 문양을 그려내며 직조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어려운 개념 속에 헤매느라 아름다운 무언가가 내 의식을 스쳐지나갔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두번째 읽기에 들어가서 주의를 기울여 각 악기의 역할과 음색을 음미하고 그 짜임새를 들여다보는데, 아! 전율이 일 정도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었다.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나와너>의 관계속에 있다는 깨달음은 내가 살아온 세상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줄만큼 넉넉한 지적감동이었다.
다윈의 진화론과 월리스의 진화론은 현대의 두가지 인간이해의 축을 이루면서 서로 싸우고 기운을 북돋우면서 깊이와 폭을 더해가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진정 살아있게 해주는 쪽, 우주가 내 집인듯 안심하고 내 길을 가게 해주는 선율을 택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이렇게 좋은 책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나본다. 조금 쉬었다가 내가 더 성장하여 세번째로 다시 만나면 이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또 어떤 맛이 날까, 기대하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