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라는 꿈 - 뇌에서 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니얼 데닛 (지은이),문규민 (옮긴이)바다출판사2021-06-07
원제 : Sweet Dreams: Philosophical Obstacles to a Science of Consciousness (2004년)
320쪽
책소개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 대니얼 데닛은 과학의 최신 성과와 진화적 관점을 중시하는 대표적 철학자다. 철학자의 역할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서 마음·종교·인공지능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 마빈 민스키는 대니얼 데닛을 두고 ‘버트런드 러셀 이후 가장 위대한 철학자’ ‘지구를 대표해 외계인과 지적 대결을 펼칠 사상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노학자, 데닛은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2년, 40여 년 학문적 공적을 인정받아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상을 수상했다. 현재 미국의 터프츠 대학교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직인 유니버시티 프로페서쉽과 인지 연구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데닛은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을 자신의 지향계 이론에 결합하여 의식·종교·인공지능에 흥미로운 철학 이론을 발전시켜 왔는데 그중에서도 마음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데닛이 반세기 동안 골몰해 온 지적 난제 중 하나는 ‘축축한 뇌에서 어떻게 의식이 나오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데닛은 의식을 과학(3인칭 접근)이 접근할 수 있는가? 라는 골자의 질문을 던지며 의식 이론을 정립했는데 이를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1991)라는 책에서 한 차례 총정리한 바 있다.
이후 데닛은 꾸준한 대중 강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보완하며 10여 년을 보냈는데 미국에서는 그사이 ‘뇌의 10년’이라는 기치로 뇌과학을 부흥시키려는 정책적 움직임과 새로운 과학적 성취도 있었다. 이 책 《의식이라는 꿈》은 그 시간 속에서 새롭게 의식 이론을 보완하며 집대성한 데닛의 집념이 담긴 결과물이다. 프랑스 장 니코드 연구소 강연 등에서 행한 강연록이 기본 바탕이 되었다. 의식과학은 우리에게 조금 낯선 분야다. 인류에게 의식이 생긴 것은 진화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사건인데 이 분야의 최전선에서 다뤄지는 쟁점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목차
옮긴이의 말
들어가며
주요 용어
1장 좀비감: 직관의 소멸?
자연주의적 전회│반동분자들│좀비의 당혹스러움│넓은 기능주의와 최소주의│환상의 미래
2장 의식에 대한 삼인칭 접근
화성에서 온 과학자│통속 이론과 철학│타자현상학 다시 보기│타자현상학과 데이비드 차머스│이인칭 관점
3장 의식이라는 ‘마술’ 설명하기
마술을 설명한다는 보답 없는 과제│관객 해체하기│소리 나는 카드│
4장 감각질이 우리 삶을 살 만하게 해 주는가?
감각질, 잡기 어려운 용의자│변화맹과 감각질의 문제│클라프그라스 씨의 달콤한 꿈과 악몽
5장 로보메리가 아는 것
메리와 파란 바나나│‘확실히’ 그는 놀랄 거야│당신은 그래 봤어야 해!│로보메리│감금된 로보메리
6장 우리는 지금 의식을 설명하고 있는가?더보기
책속에서
첫문장
사울 스타인버그는 일러스트(26쪽 QR코드 참조-편집자주)는 의식의 문제를 보여 주는 한 가지 좋은 방식을 구현한다.
P. 109 많은 이들에게 의식은 하나의 신비, 상상할 수 있는 최고로 놀라운 마술쇼, 설명을 불허하는 특수 효과들의 끝없는 연속으로 보인다. 나는 그들이 심하게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식은 비록 그 작동에서 있어서는 절묘하게 독창적이지만, 기적적이거나 심지어 궁극적으로는 신비스럽지조차 않은 (신진대사나 생식, 자가 수리와 같은) 물리적... 더보기
P. 61 의식은 과학을 넘어선 신비로서 자주 상찬받는다. 그것이 우리 각자의 안으로부터 제아무리 내밀하게 알려지건, 밖에서는 꿰뚫어 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전통이 그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자연 현상(신진 대사·생식·대륙 이동·빛·중력 등)을 심층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는 꼭 그만큼... 더보기
물론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는 타자현상학이 뭔가를 빠뜨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게 바로 좀비감이다. 타자현상학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매우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좀비감을 그 어떤 좋은 의식 이론이라도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진심 어린 확신들 중 하나로 포함시킴으로써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의식 이론이 책임지고 설... 더보기
P. 232 기본적인 생각은 의식은 텔레비전보다는 명성fame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용을 담지하는 사건들이 의식적이게 되기 위해 그것으로 변환되어야 할 뇌 안의 특수한 ‘표상의 매체’가 아니다. 캔위셔가 적절하게 강조하듯이 “주어진 지각적 특성에 대한 자각a 신경 상관물은 그 특성을 지각적으로 분석하는 바로 그 신경 구조 속에서 발... 더보기
P. 258 간단히 말해?그리고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은 오해를 야기한 도발적인 판본에 이르렀는데?원칙적으로 당신은 당신의 축축한, 유기적인 뇌를 한 묶음의 실리콘 칩과 전선으로 대체하고도 별문제 없이 생각을 (또한 의식을 가지는 일과 그 외 기타 등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전망, 즉 계산주의 또는 ‘강한 인공지능’은, 두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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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대니얼 데닛 (Daniel C. Dennett)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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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신 성과와 진화적 관점을 중시하는 철학자.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정평이 난 그는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서 마음·종교·인공지능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마빈 민스키는 그를 ‘버트런드 러셀 이후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194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학문적 공헌을 인정받아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터프츠 대학교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직인 유니버시티 프로페서쉽을 보유하고 있으며 같은 대학교의 오스틴 B. 플래처 철학 교수와 인지 연구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데닛은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을 자신의 지향계 이론에 결합하여 의식·종교·인공지능 등에 흥미로운 철학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실제로 지난 40여 년 동안 《다윈의 위험한 생각》 《마음의 진화》 《마음의 설계》 《내용과 의식》 《지향적 자세》 등의 저술 활동을 통해 마음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이해의 지평을 넓혀 왔다. 그 밖의 저서로는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신 없음의 과학》(공저) 《자유의 진화》 《주문을 깨다》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가 있다.
데닛은 강단의 학자라는 관성에서 비껴가는 고유의 표현법을 고수한다. 직관펌프라고 불리는 사고 실험으로 통념에 빠진 철학자들의 오류를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논증과 다양한 관찰에 기반한 예증이 있다.
또한 그는 철학자를 가리켜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데 더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모든 물음에 답하려는 욕망을 누르고, 열린 마음과 좋은 질문으로 낡은 관행과 전통을 깨뜨리는 철학자라면 ‘나와 세계’를 이해하는 인간의 장대한 구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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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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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 연구교수. 경희 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인도불교학으로 석사 학위를, 서울 대학교 철학과에서 의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 대학교와 서울시립 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했다. 주로 분석철학 계통의 형이상학, 과학철학, 심리철학, 인식론의 주요 문제들을 연구한다. 전문 분야는 의식과학과 형이상학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Making Sense of Consciousness as Integrated Information”(2019), “Exclusion and Underdetermined Qualia”(2019) 등이 있다. 의식과학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연구 모임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현대 인류학과 존재론의 새로운 흐름들, 임상심리학과 정신의학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제대로 된 문제라면 반드시 답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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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무수한 세포들 사이에
의식 주체의 자리는 있는가
우리의 신체는 수조 개의 세포로 만들어져 있고, 각각의 세포에는 마음이 없다. 빵 반죽을 부풀게 하는 효모 또한 생명이지만 의식적이거나 자각적이진 않다. 내 몸속 세포 중 어느 것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신경 쓰는지 알지 못한다. 의식적 주체를 설명하려 한다면 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세포들로부터 뭔가를 아는 세포 조직들로의 이행이 이루어져야만 한다.(244쪽) 이를 두고 하나의 의식적 자아, 하나의 마음이라는 총본부로 기능하는 체계나 영혼과 같이 마법적인 부가 요소가 개입한다는 관념이 한때 의식에 관한 가장 우세한 표상이었다.(29쪽) 하지만 이제 이러한 이원론은 거짓이라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 우리 각자는 물리적인, ‘마음이 없는 로봇’으로 만들어졌을 뿐 결코 어떤 다른 비물리적인 요소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흔히 생각하는 주체를 묘사할 때 뇌 안에 누군가가 있어야 할 자리를 생각한다. 이를 데카르트적 극장이라고 한다. 의식을 영화를 감상하듯 객석에 앉아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는 존재라고 보는 관점인 것이다. 이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이원론을 전제한 개념인데 정신과 내적 자아가 자리하는 공간이 어딘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데닛은 우리의 뇌에 그러한 공간이 따로 없다고 지적한다. 뇌 안의 더 작은 행위자, 생물학적인 요소의 역할을 무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데닛은 의식의 다중 원고 모델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의식이 발생하는 자리 따위는 없다. 다만 뇌의 모든 정신 활동은 감각 입력이 각각 독립적으로 처리되고, 연속적으로 편집되고 수정, 해석된 결과물이다. “뇌 안의 정치적 대박을 위한 ‘정보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있겠지만(242쪽) 우리가 자연스럽게 전제하는 1인칭 주체는 그 경쟁의 다양한 후속 효과들 속에 이미 통합된 결과일 뿐이며 단일하고 고정 불변한 존재가 아니다. 데닛은 이 의식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3인칭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것이 타자현상학이다. 의식의 주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사고 장치인 것이다.
데닛의 의식 이론
우리가 생각한 ‘그런 의식’은 없다
영미권에서는 1970년대부터 물리적으로 형언하기 힘든, 의식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측면들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해 왔다. 데닛은 이를 반박하며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속마음’으로 의식을 바라보는 것은 지구중심설과 다를 바 없는 틀린 직관이라고 지적했다.(186쪽) 데닛의 의식 이론은 크게 부정적·비판적 단계와 긍정적·설명적 단계로 나누어진다.(5쪽) 부정적·비판적 단계에서는 일부 철학자와 과학자 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감각질, 현상적 속성, 현상적 의식, 주관성과 같은 것들을 ‘해체’한다. 감각질(퀄리아)의 어원은 질quality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복수형이다. 의식에 대한 가장 흔한 직관으로 정신 상태의 질적인 내용을 의미하며 의식을 다른 모든 심리 상태들과 명확히 구분된다고 본다. 데닛은 감각질은 없다고 단언한다. 현대 철학자들이 감각질을 전제하고 의식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것이 현대의 뇌과학적 성과를 무시한 채 여전히 데카르트적 시각에 갇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긍정적·설명적 단계에서는 뇌가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이론적 모델을 제안한다. 최근 의식에 대한 철학적 논쟁에서 주목받는 범심론과 환영론 중에서 환영론의 원천 발상은 전부 데닛에게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뇌가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데닛 고유의 이론적 모델을 뼈대로 한다. 이후 데닛은 다중 원고 모델을 더욱 발전시키고 세련되게 다듬은 개념들을 ‘뇌 안의 명성’, ‘두뇌의 유명인’ 등으로 이름 붙였었는데 이 책에서는 ‘환상의 메아리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환상의 메아리 이론은 스타니슬라스 드엔의 광역 뉴런 작업 공간 이론을 뼈대로 삼아 데닛이 보충적 설명을 덧붙였다. 그 핵심은 뇌 안에서 매 순간마다 정보들, 표상들, 신호들 사이에서 선거 또는 오디션과 같은 경쟁과 선발 과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의식적 뇌는 최정상의 자리를 두고 온갖 정보, 표상, 신호들이 서로 정치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수라장이다. 단일한 자아가 총본부로서 기능하는, 그런 의식은 없다.
좀비감, 색 과학자 메리 …
기존의 통념을 부수는 데닛식 직관펌프
《의식이라는 꿈》에서 대니얼 데닛은 데이비드 차머스가 주창한 의식의 ‘어려운 문제’를 반박한다. 이는 데이비드 차머스를 일약 철학계의 락스타로 만든 구분법으로서 어떤 대상을 설명하는 표준 패러다임으로 마음, 특히 마음의 의식적인 측면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몸속의 신경 과정이 어떻게 주관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지, 인간의 내적 경험을 직접 다룰 수 없는지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 차머스는 쉬운 문제와는 달리 어려운 문제는 원칙적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보는데, 데닛은 아예 그런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의식을 물리적 관점으로 설명될 수 없는, 주관적 느낌이라고 보는 것은 환영이라는 것이다.
데닛은 이 외에도 기존의 사고 실험에서 의식과학을 가로막는 철학적 장애물들을 지적해낸다. 그중 하나가 좀비감이다. 좀비감은 의식적 인간과 완전한 좀비 사이에 실제적인 차이가 있다는 확신 및 직관을 일컫는데 데닛은 이를 천동설과 같은 직관이라고 비판한다.(1장) 나아가 색 과학자 메리 사고 실험을 비판한다. 색 과학자 메리는 1982년에 첫선을 보인 프랭크 잭슨의 사고 실험이다. 메리는 흑백의 방에서 흑백 텔레비전을 보며 세상을 보는 과학자다. 토마토의 빨강색이나 다른 색깔 용어를 사용할 때 일어나는 물리적 정보를 알고 있다. 이를테면 빨강색을 볼 때의 망막 자극이나 성대 및 폐의 변화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흑백방에서 풀려나 컬러 텔레비전 모니터를 얻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의문을 던지며 ‘물리주의는 거짓’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사고 실험은 좋은 사고 실험일까? 데닛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오래된 충고를 끌어온다.(180쪽) 철학자들이 사고 실험을 다룰 때, 과학자들이 자신의 관심 대상을 다루는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변형시키고, 뒤집고, 모든 각도에서 검토하며, 다른 모든 설정과 조건에서 당신이 인과의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았음을 반드시 확인하라는 의미다. 데닛은 메리에 대한 사고 실험을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메리를 흑백방에 억류한 사람이 색을 보여주기로 마음 먹으며 ‘파란 바나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메리는 그것을 보자마자 ‘파란 바나나’라는 것을 알아챈다. “색 지각의 물리적 원인들과 효과들”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주의를 부정하는 사고 실험은 보통 이런 상황까지 가정하지 않은 채 쉽게 결론을 내려 버린다. 색 과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진 가상 인물에 대한 상상력 부재다. ‘무엇을 본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신경계에 끼치는 세세한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기존 철학적 전통에만 기댄 통념적 사고 실험은 논리적 비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인류에게 의식이 생긴 것은 진화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사건이며 생물학적인 현상이다. (33쪽)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면역, 시각 등의 체계를 선사한 진화적 산물이지만 단순히 마음이 여타 생물학적 현상들과 달라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상적인 생명과학이 기계론적으로 해석할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의식과학은 명실상부 정상과학이 되어 가고 있다. 데닛은 그 기초가 될 수 없는 불량 직관들을 폐기하며 통념과 관성을 부수는 것이 참다운 앎에 기여하는 철학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