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6

0509 남성욱.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 성공할 수 있을까?"
<분석> 북한이 '긴급구호'보다 '개발지원' 선호하는 이유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과)
2005.09.12 11:12:00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이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측에 2006년 1월부터 식량지원 방식을 '긴급구호'에서 '개발구호'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 지원을 더 이상 받지 않음에 따라 세계식량계획 평양사무소와 120여 명에 달하는 모니터링 요원의 철수도 요구했다. 북한의 지원 방식 변경 요구의 배경은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북한은 왜 긴급구호를 거절했을까?**

우선 최소한의 식량수급이 안정됨에 따라 WFP의 긴급구호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415.6만 톤, 2004년 423.5만 톤의 식량을 생산함으로써 9년만에 대풍을 기록했다. 지난 2000년 이후 계속 소폭이나마 증산에 성공한 데 이은 결실이었다.

이를 북한 사회의 연간 최소 식량소요량 510만 톤과 비겨 볼 때 부족량은 100만 톤 미만이다. 그나마 우선 한국에서 50만 톤, 중국에서 15만 톤의 식량을 지원함으로써 부족량은 30만 톤 미만일 뿐이다. 또한 최근에는 경제난이 소폭이나마 개선되어 국제사회에서 상업적 베이스로 수입하는 양이 10만 톤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 95-98년 간의 극심한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350만 톤 미만으로 하락하고 부족량도 200만 톤 수준이던 시기와는 수급상황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개선된 것이다. 이같은 식량 수급상황의 개선은 국제기구의 지원이 갖는 중요성이 약해졌음을 시사한다.

둘째, 지원 효과가 큰 경제적인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행 국제기구의 대북한 긴급구호(emergency assistance)는 지난 1995년부터 1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통상 지원기간인 3년을 넘어 10년째 계속되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자가 한계를 절감하는 기부자의 피로(doner's fatigue)가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은 WFP의 긴급지원 순위에 있어서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아프카니스탄 등 기아로 신음하는 국가보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 국제기구의 대북 지원량도 95년 초기에는 100만 톤을 넘었으나 현재는 10만 톤 수준으로 전체 외부 지원량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모니터링은 북핵 위기 등으로 대폭 강화됨에 따라 지원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지원에 따른 체제노출의 부정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인도적 차원의 긴급 지원은 단순히 물고기를 던져주는 것으로 농업 생산성 증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특히 인도적 지원은 주민들의 대외 의존성을 확산시키고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식량 부족의 근본적 해결에 근본적인 기여도 하지 못한다. 결국 북한 당국은 농업생산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개발구호(development assistance) 형태로 지원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우선 석유수출기구(OPEC)의 자금대출로 2004년 완성된 개천-태성호 물길공사 등 농업 기초 인프라 구축은 개발지원의 바람직한 사례다. 주민들의 자립심을 배양하면서 증산에 기여하는 방안이 '작업과 식량연계 프로그램(Food For Work Program)'이다. 이는 댐 및 저수지 등 관개시설 보수나 경지정리 등에 북한 주민을 참여시켜 작업대가로 식량을 지원받게 하는 동시에 농업구조 개선사업을 진행시켜 농업생산성을 배가시키는 자립 프로그램이다. 식량 지원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게 만드는 동시에 생산성 증가에 기여하게 하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으로 후진국에서 개발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

***'모니터링'은 자칫 김정일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어**
마지막으로 국제기구의 철저한 모니터링에 대한 거부감이다. WFP는 지난해부터 배급의 투명성을 위해 감시제도를 강화함에 따라 전국 213개 군에 대해 한달 평균 450회에 걸쳐 배급 상황을 확인하고 있고 올해부터 무작위로 70여 곳을 추출해 실사(實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물자는 환영하지만 인적 접촉은 최소화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강도, 양강도 등 산간오지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실사는 지방의 체제유지에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빈곤으로 생활수준이 낙후된 지역에 대한 국제기구 요원들의 접근은 김정일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국제기구 요원들이 산간 오지 마을을 휘젓고 다니는 지방 모니터링 활동은 김정일 체제의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역의 민심을 동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차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농업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크게 농업 내부와 외부로 구분된다. 농업 내부의 원인은 효율성이 부족한 협동농장의 집단생산 방식에 기인한다. 협동농장은 생산의 작업단위인 분조의 규모가 15인 이상으로 작업 과정에서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발생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개인의 이기심이 발휘되는 텃밭의 생산성이 협동농장의 생산성보다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

농업 외부의 원인은 농업자재의 절대 부족과 연관돼 있다.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및 활판 비닐 등은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자재들이다. 이들의 투입은 생산성 향상에 직결되는데, 이 농업자재는 일반경제의 발전 수준과 연계돼 있다.


즉, 비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야 하고 농기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계공업이 발달돼야 하나 현재 북한경제의 수준으로 농자재를 충분히 공급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북한의 농업 생산성은 1ha(3000평)당 4000톤으로 200평 1마지기에서 3-4가마를 생산하는 수준이다. 남한의 6-7가마와 비교해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북한의 개발지원 요구는 이와 같은 농업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토양의 개선, 이모작의 개발, 농기계 수리공장의 건설 등이 북한의 요구사항이다.

***'개발지원으로의 전환'을 WFP가 수용할지는 미지수**

북한의 요구를 국제기구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개발지원의 경우에도 '현장 접근 없이는 식량지원도 없다(no access, no food)'는 원칙에 따라 식량배급 실태조사 없는 개발 구호가 북한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식량 지원량이 적은 개발구호를 북한에게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효율성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06년이되면 일단 긴급구호를 중단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국 6개 지역의 WFP 사무소를 철수시켜 일반 주민과의 접촉을 중단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서 당분간은 제한된 지역에서 개발구호를 부분적으로만 시행하는 방안을 WFP와 협상할 것 같다. 2006년에도 식량 생산이 흉작을 기록하지 않고 한국과 중국 등 연례적인 외부의 지원량이 축소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WFP 지원 요청은 체제노출이 최소화되는 수준에서만 이뤄질 것이다. 특히 남북농업협력 등을 통해 남한의 농자재를 체계적으로 공급받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농업구조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namsung@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