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1
[시 론] 4자 종전선언 오고 있나 - 미주 중앙일보
[시 론] 4자 종전선언 오고 있나 - 미주 중앙일보
곽태환 /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8/18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8/08/17 19:39
문재인 대통령은 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후속 협상을 통해 비핵화조치에 양국이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북미) 양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 노력도 함께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문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할 의지를 노정하였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워싱턴과 평양에 보내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9월에 개최하는 제3차 남북정상 평양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적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을 기대한다. 특히 제3차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구체적인 핵심의제까지 제시한 것은 보다 적극적인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이행 로드맵을 준비하여 미국과 북한에 적극적 협조를 구하고 설득하면 4자간 종전선언과 북한의 핵 신고 리스트 제출과 맞교환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 2개 핵심이슈가 북한당국에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 우려된다. 첫째, 4.27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했는데 이번 경축사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표현하기도 해 시비의 불씨가 남아 있다. 둘째, '선(先) 비핵화 후(後) 경제협력'을 강조한 점이다. 선 비핵화 표현은 북한이 아주 싫어하는 표현인데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개념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창하기 때문이다.
올해 경축사 키워드는 평화정착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고 '평화가 경제다'이다. 문 대통령은 이 정책 기조로 '선 비핵화 후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선 비핵화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놓고 해석이 다양하다.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 인지 한반도 비핵화 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연내 목표로 제시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문 정부가 제시해야 하고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남북미 3자간의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현시점에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북한은 비핵화의 초동단계에서 체제안전 보장으로 종전선언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을 위해서 먼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최소한 '핵신고서 제출'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두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북·미실무팀에서 종전선언과 핵 신고서 제출을 절충하여 구체적인 방안에 협의를 끝내고 합의단계로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월 하순이나 9월 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시진핑 주석은 북한정권수립70주년 9.9절에 참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미·중의 조율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핵 신고 및 종전선언 빅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유엔총회 연설 여부 등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유엔총회참석을 계기로 9월말 유엔에서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동시에 남북미중 4국 정상이 종전선언에 서명하는 결단의 순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