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6

동양포럼 김태창 노철개벽 일기 / 12

 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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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으로 철학하는 나날1



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12
기자명 동양일보   입력 2020.05.24 
김태창동양포럼 주간
 

[동양일보]9월 25일 수요일

집 가까이 있어서 자주 들르던 서점이 없어지고 그자리가 오랫동안 비어있었는데 며칠 전에 카페와 돼지갈비집으로 바뀐 것을 보았다. 근처에 카페와 식당은 많이 있지만 서점은 거기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것조차 없어져서 못내 아쉽다.

내게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에 불과하지만, 카페나 식당보다는 서점이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한데, 바로 그런 점에서 나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는 주변인적소수자 일 수 밖에 없는가보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세계의 어디를 가나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 서점이었고 좋은 서점을 찾으면 마음이 흐뭇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의 숲속을 호기심 가득 설레이면서 철학적 희열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저 기분이 좋았고 영혼이 평안했다.

도심의 거대한 백화점이나 화려한 점포들이 즐비한 번화가에서는 군중속의 고독과 피로가 심신을 목 조이는 것 같은데 서점에만 들어서면 평온하고 안락함에 쌓이게 된다.

어쩌다 서점주인과 대화라도 하게 되면 오랫동안 서점경영에서 얻은 독특한 삶과 책에 관한 경험을 나누어 받는 것이 내게는 귀중한 배움이 되곤 했다.

서점 중에서도 특히 고서점을 좋아하는데 청주에는 없다. 다른 도시에 가 봐도 내가 찾는 고서점이 없다. 그냥 헌책만 모아놓고 싸게 파는 헌책방을 찾는 게 아니다. 출판된 지 오래되어 출판사의 재고도 없어졌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게 되었으나 지금에 와서 오히려 그것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많은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고본(古本)들이 갖추어져 있는 곳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늙었으나 나이맛이 있는 현로(賢老)‧ 달로가(達老=인간과 세계에 통달한 노인), 숙로가(熟老=오래 숙성된 포도주처럼 깊고 은은한 맛과 향기가 있는 노인) 있고, 이들을 만날 수 있는 노향이(老鄕=노인들의 향촌) 없어진지 오래 되었다. 아쉽다. 그립다.



9월 26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충청북도교육청 강당에서 ‘세대간 공감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250여명의 충청북도내의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참석했다.

90분의 강연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1) 오늘의 한국사회는 다른 어느 나라의 경우보다 극심한 세대간 반감으로 분열된 탓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생기는 사회해체적 갈등‧ 대립‧ 혐오에 합리적으로 대응‧ 대처‧ 지양할 수 있는 교육적방아이 마련되어 있는가라는 문제.

2) 우리의 교육은—정책‧ 방법‧ 이론‧ 목표— 기본적으로 인생 50년 시대의 인생설계를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21세기의 한국은—일본과 대만과 함께—세계 어느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인생 100년 시대에 진입하고, 근대화—산업화‧ 공업화‧ 효율화‧ 합리화— 단계를 벗어나 저성장‧ 저출산‧ 초고령화라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대변혁에 대한 교육적 준비 작업은 마련되어 있는가라는 문제.

3) 오늘의 한국사회는 철저하게 중장년세대 (40/ 50/ 60세)중심사회이기 때문에 청소년세대(10/ 20/ 30세대)와 노숙년세대(70/ 80/ 90세대)를 중장년세대의 인간관, 세계관, 가치관으로 수렴, 동화, 종속시키려는 경향이 강하고 각각의 독자적인 의미와 가치를 소홀히 여기는 폐단이 있는데 세대간 상호소통, 상호배려, 상호존중을 독려하는 교육프로그램이 개발‧ 시행‧ 개선되고 있는가라는 문제.

4) 결국 이 3세대가 함께 살면서 서로 잘 어울리고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사회건설을 지향해야하는데 거기에 걸맞은 인간형성교육을 어떻게 계획‧ 설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

이 자리에 모이신 교장선생님들의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경륜과 원만한 인격으로 인생 100년 시대에 걸맞은 학교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간청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9월 27일 금요일

오늘부터 9월 29일까지 사흘간 노년철학 제5회 국제회의가 장수사회대비 교육의 탐색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청주 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중회의실에서 개최된다. 개회식에서 윤건영 청주교육대학총장의 인사말이 있었고 나의 취지 설명에 이어 오전 회의가 시작 되었다.

오전회의에서는 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이재용교수가 세대간 공감능력함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극심한 세대간 반감으로 인한 세대간 갈등, 대립, 분열에 대응, 대처, 극복하는데 있어서 긴급한 교육적 과제라는 데서 중요한 지적이다.

최정순 제천중 교장의 발제에서 특히, 아크라시아에 관한 언급이 있었던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노년철학적 인간품성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명시해주었다.

선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행동에 옮길 수 없는 경우나 악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억제하지 못하는 도덕적 결함을 말하는데 특히 최근 노인, 고령자, 장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청소년세대(10·20·30세대)나 중장년세대(40·50·60세대)의 존경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오후 회의에서는 화당초 교사가 노인문제에 대한 민감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늘의 우리사회는 민감해야 할 때 지극히 둔감하고 둔감해야 할 때는 민감하다.

그 다음에 정남중 교사는 중학년 때의 교육과정 가운데 ‘삶과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거론되어있고 거기서 삶의 소중함을 각성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음을 보여주었다.

올바른 생사관정립을 위한 교육이 중학교 때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생사관교육이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다음에 김성윤 두루고등학교 교사가 현재의 세대간 갈등이라는(세대간 전쟁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문제 상황 속에서 의 노인문제에 대응‧ 대처‧ 지양하는 합리적 방안으로써 세대간 평화공존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마디 했다. 오늘의 발제자들의 공통점은 장수사회대비교육을 저출산‧ 고령화라는 각도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이라는 문제의식을 함께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9월 28일 토요일

제5회 노년철학국제회의 이틀째로 오전에 3인과 오후에 4인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1)이철주 청주교육대학교 강사는 초등학교어린이와 노숙년세대와의 좋은 관계짓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각 당사자들의 노력과 그것을 촉진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2)노숙년세대의 정의=개념규정이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3)윤윤병 증평형석중학교 교사는 중학교 학생들의 노인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직접적인 경험과 대중매체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파된 것에 연유했다.

4)김정환 제천여자고등학교 교사는 고등학생과 노숙년세대의 친화맺기 문제에 있어서 서로간의 상생촉진적인 커뮤니테이션을 저해하는 불편함과 비효율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5)조경애 충청북도교육청 학교혁신과 장학관과 한영란 장학사는 세대통합교육에 관한 초등교육과정과 중등과정의 실상, 개선방안 및 미래전망을 사례중심으로 제시했다.

6)나는 마지막 세션에서 장수사회대비교육의 기본전략으로 세 가지를 약술했다.

첫째, Glonacal(global+national+local)시각을 상호연관적으로 지닐 필요가 있다. 둘째, 공시적(synchronic)과 통시적(diachronic) 접근을 아울러 실행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노년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명론적으로 중장년 남자 중심의 인간관, 가치관, 세계관의 주도하에 여성문제와 아동문제가 어떻게 취급되어 왔는가와 함께 상관연동적으로 연구‧성찰‧평가되어야 한다.



9월 29일 일요

제5회 노년철학 국제회의 셋째 날은 09:00부터 13:00까지 자유토론으로 전개되었다.

거기서 논의된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노년철학포럼에서 쓰는 몇 가지 중요어휘 중에는 오늘의 한국인의 언어감각이나 정서에 맞는 말로 바꿀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미래공창’의 ‘공창’이라는 말이다. 청주교대총장은 ‘협창(協創)이라고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나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3세대(청소년세대, 중장년세대, 노숙년세대)가 서로 힘을 합하여 함께 새로운 차원을 연다는 뜻으로 협(協)=3개의 힘력 자가 어떤 목표를 향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상징하는 글자와 새로운 차원‧ 지평‧ 세계를 연다는 뜻의 ‘창(創)’이라는 글자를 합친 말이—‘협창(協創)’—어감적으로는 공창(共創)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2)노년철학은 기본적으로 노년세대의 자기성찰‧ 자기반성‧ 자기각성을 지향하는 철학이다. 그러나 노숙년세대만의 철학이 아니라 청소년세대와 중장년세대와 함께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더불어 화해‧ 상생‧ 공복의 길을 찾자는 철학이다.

3)여기서 철학이란 전문가들의 학문적 영역으로써의 철학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관한 지혜를, 사랑을 통해서 발견하거나 산출하려는 인간적 상호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지혜를 꾸준히 찾는 일을 좋아하고(호학=好學) 그것을 즐기고(락학=學樂) 보다 좋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 (미래협창=未來協創)는 공동의 노력이요 열정이요 용기라는 데 공감을 촉구하는 것이다.



9월 30일 월요일

어제까지 3일간(9월 27~29일) 개최되었던 제5회 노년철학 국제회의에서 제시된 문제들 가운데서 특별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충청북도교육청 학교혁신과 조경애 장학관과 한영란 장학사가 함께 사용했던 ‘세대통합교육’이라는 개념어이다.

장수사회 대비 교육의 탐색방안으로 제시된 세대통합교육이라는 문맥에서 제시된 것인데, 세대간 갈등‧ 대립‧ 분열을 세대통합을 통해서 해결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통합’이라는 것인데, 과연 세대간 갈등을 통합이라는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교육적인 대응인가라는 데 있다. 나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는 이렇다.

통합은 정치공학적 행정기술적 대응은 될 수 있어도 교육적 대응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정치나 행정과 다른 점은, 전자가 기본적으로 권력관계인데 비해서, 교육은 그 근본에 있어서 인격관계라는 데 있다.

그리고 세대간 갈등을 인격관계로 보는 교육적 대응을 탐색하는 입장에서는 세대간 갈등을 원초적으로 세대간 반감의 증폭경향을 세대간 공감능력의 함양을 위한 세대간 상호노력을—대화‧협력‧개신의 지속적인 공동실천—통해서 점진적 성과를 모색한다는 접근방법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런 입장에서 9월 26일 충청북도교육청에서의 강연을 통해서 ‘세대간 공감을 키우는 교육’을 주제로 설정해서 교육공무원들에게 호소했었던 것이다.



10월 1일 화요일

제6회 노년철학 국제회의가 한국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 숲체험 휴양마을에서 오늘부터 3일간(2019. 10. 1.-10. 3.) 보은군과 동양포럼 공동주최로 개최되었다.

오전회의(9~12시)는 하세가와 토시히코(長谷川敏彦) 미래의료연구기구 대표이사의 ‘인구전환 이후의 새로운 노년교육·학습론 시안’이라는 발제강연이 있었고 대한노인회 보은지부 간부의 한 사람이 질문한 것을 중심으로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졌었다.

질문의 요지는 현시점에서의 인구학적 추산으로는 2060년경이 되면 한국 사회는 전인구의 반 정도를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데, 그런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서의 고령자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하세가외 박사는 솔직히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아직 경험적 데이터가 없어서 구체적인 추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교육·학습이론이 공리공론이 되지 않겠느냐?’라는 것이 질문자의 불만이었다.

오후 회의(1시~4시 30분)는 토비오카 켄(飛岡健) 인간과학연구소 소장의 ‘노년철학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과학기술’이라는 발제강연이 있었고 야마모토 교시 미래공창신문사 사장이 이의를 제기한 데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의 쟁점은 토비오카 박사가 “모든 문제는 문제로 삼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며, 문제로 삼지 않으면 문제는 없다. 노년문제도 그렇다”라고 말한 데 대해서, “문제는 문제로 삼든지 삼지 않든지 문제로 존재하는데, 인간이 그것을 기피하거나 무시할 수는 있어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노년문제나 죽음의 문제는 인간이 문제로 삼거나 문제로 삼지 않거나 문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하라다 켄이찌(原田憲一) 지성관대학(至誠館大學) 전 학장이나 세꼬 카즈호(世古一穂) 시민활동가도 야마모토 교시 사장과 비슷한 이의제기를 해서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졌다.

나는 대한노인회 보은지부 간부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생 50년 시대의 인간관·가치관·세계관을 가지고 인생 100년 시대의 인간적· 사회적· 세계적 요청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일찍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미니의 세계로의 보험적인 여행을 풍부한 상상력과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잘 살려서,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서로 능력과 지혜를 모아서 함께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또 토비오까 박사는 도쿄대학 공학부 출신의 탁월한 공학도답게 공학적 발상을 분명히 말해준 것이지만, 그동안 노인문제에 대한 철학적 실천을 중점적으로 계속해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상식적으로 당연시되는 일들도, 일단 문제로 삼아서 깊은 성찰을 해나가는 데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 나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명백히 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