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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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새벽에 책 읽기를 하지 않았다. 눈(視力) 때문이기도 했다.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다.
다섯 번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강의를 읽었다.
그는 스스로를 탁월한 사유의 시선으로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행동하는 철학자’라고 자기 소개하고 있다.
소개에 걸맞게 철학자로서는 파격적인 정치적 행보를 하기도 했다.
직접 만난 것은 그가 ‘한국의 희망’이라는 신당의 상임대표를 맡고나서 며칠 후였다.
그가 이런 정치활동을 하게 된 철학적 · 정치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아마도 이 책이 대표적일 것 같다.
내가 오랫 동안 생각해오던 것들과 상당 부분 공통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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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차대전 이후 독립된 나라 가운데서 객관적 지표(물질 수준)로는 선진국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다.
세계 최(最)빈곤국에서 반 세기만에 10대 경제대국으로 비약한 것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울만하다.
정치제도 면에서도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서구 민주주의가 수백년에 걸쳐 이룩한 선진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면에서도 아시아에서는 최고수준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국민들의 행복 지수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이나 정치문화의 퇴행성들로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중진국의 벽에 막혀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그의 열정적인 강연들은 ‘건너가자’는 말로 시작한다.
건너가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철학의 빈곤’에서 찾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철학의 수입국이 아니라, 철학의 생산국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전술 국가에서 전략 국가로의 비약이 바로 철학의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된다고 본다.
<전략적이다, 선도적이다, 선진적이다, 새롭다, 지배적이다> 등의 말을 같은 계열로 보고, <복제한다, 종속적이다, 피지배적이다, 전술적이다, 후진적이다> 등을 대치시킨다.
한국은 아직 후자(後者)에 속한다고 보고, ‘건너 가자’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답답하고 막혀 있는 현실, 세계가 경탄하는 상당한 밑천을 장만하고서도 쇠퇴의 갈림길에 선 듯한 현실을 넘어서보자는 철학자의 심정에는 공감을 느낀다.
인류의 존속이 물어지는 생태적 재앙과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인류적 차원의 문명 전환에 대한 시대적 요구 앞에 ‘철학의 생산’과 ‘선진(先進)’과 ‘선도(先導)’의 목표나 방향이나 내용이 무엇인지를 책을 읽어가면서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내년 봄 총선이 끝나고, 최교수가 경세의 뜻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함평의 호접몽가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한다.
새로워진 정치 지형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문명을 선도하는 21세기형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함께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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