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6

이병철 - -물속을 걸어가는 달/ 수월 스님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

이병철 - -물속을 걸어가는 달/ 경허 스님의 세 달이라고 하는 ‘수월, 혜월, 만공 스님’ 가운데 맏상좌라고도 할... | Facebook


이병철

-물속을 걸어가는 달/

경허 스님의 세 달이라고 하는 ‘수월, 혜월, 만공 스님’ 가운데 맏상좌라고도 할 수 있는 수월 스님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는 오래전에 계룡산의 자허 선생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선생이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자주 가던 절에, 선생을 유난히 귀여워하며 업어 주거나 무등을 태워 주시면서 어린 자허 선생에게 수월 스님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다는 것이다.
그 스님이 바로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크게 다쳐 수월 스님의 치료로 목숨을 구한 뒤, 스님께 감복하여 그 말씀을 따라 몽골로 가서 그곳에서 티베트 불교에 귀의한 우리나라 최초의 티베트 불교 승려였던 혜양(慧陽) 스님이셨기 때문이다.
그때 수월 스님이 독립운동을 하던 그 젊은이에게 하셨던 말씀이, 세상에 알려진 마지막 법문처럼 전해진다.
그림자 없는 성자로 불렸던 사람. 어렸을 때부터 머슴살이를 하다가 뒤늦게 출가하여, 불철주야 오직 "대자비 다라니경" 하나에만 혼신으로 전념했던 스님. 숱한 이적을 행했음에도 어디에 머무시든 철저히 모습을 감추고, 낮에는 땔나무를 하고 밤에는 짚신을 삼아 말없이 나누어 주기만 하셨던 스님.
스승 경허 스님이 신분을 감추고 비승·비속으로 살아갈 때, 스승의 자취를 따라 북쪽으로 갔다가 말년에 간도로 넘어가 일제에 내몰려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넘어온 조선 유랑민들이 지나는 길목에서 3년 동안 주먹밥과 짚신을 나누어 주셨던 분.
범처럼 사나운 만주개들이 밤중에도 스님이 지나는 길이면 얌전히 뒤따르거나, 스님이 앉아 쉬실 때는 함께 엎드려 있었고, 그 지역에 살던 조선 사람들이 근처 송림산 중턱에 흙벽으로 작은 절을 지어 스님을 모셨을 때는 호랑이도 내려와 스님 곁을 지켰다고 전해지는 분이다.
스님은 이 절, 화엄사에서 열반에 들었을 때의 이야기 또한 전설처럼 전해진다.
책, 『물속을 걸어가는 달』은 절 집안에서조차 제대로 그 행적을 알지 못한 채 전설처럼 전해 오고 있는 수월 스님의 행적을 쫓아 기록한 책이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이 책 이야기를 들었다. 수월 스님의 행장에 대해 쓴 그런 책이 있다는 소식에 반가워 찾아보았더니 이미 절판된 지 오래였고, 우리 지역 도서관에는 그 책이 없어 상호대차를 요청했더니 다행히 다른 지역 도서관에 그 책이 있어 빌려볼 수 있었다.
나는 최근 들어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지내고 있다. 갈수록 눈도 나빠질 뿐만 아니라, 언제까지 남의 이야기만 읽고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계속 내게 필요하고 좋다고 남의 책만 읽다가는 끝이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모자라고 어설프더라도 남은 날들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에 더 주목했으면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만은 우선적으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줄곧 드는 한 생각은 수행과 수행자의 삶에 대한 의미였다.
수월 스님의 모습에서 육조 혜능 스님과 동학의 해월 선생의 모습이 겹쳐졌고, 스승 무위당 선생과 자허 선생도 함께 떠올랐다.
앞선 세 분은 내 마음속으로만 그려왔던 분들이고, 스승 무위당과 자허 선생은 나를 많이 일깨워 주신 분들이었다.
나는 무위당을 통해 해월 선생을 만났고, 자허 선생을 통해 수월 스님의 이야기와 그런 스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인연이 뒤늦게 이 책을 통해 수월 스님을 만나게 된 까닭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안에서 우러나는 깊은 고마움으로 읽었다.
대자비심, 사무량심이라 하는 자·비·희·사. 수월 스님의 한 생은 그런 삶의 화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종교적 설화로서가 아니라, 수행의 의미와 수행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일깨워 주는 이야기로 나에게 다가왔다.
수행이 깊어진 뒤로는 한 번도 잠자리에 누운 적 없이 밤새 짚신을 삼았고, 날이 밝으면 종일 들이나 산에 나가 말없이 일만 했으며, 주먹밥과 짚신을 들판과 길목에 내다주는 일이 한결같았던 분.
그렇게 자신을 비우고 세상을 섬기며 살다 가신 성자가 그리 멀지 않은 시간대에 우리 곁에 계셨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깊은 위로가 된다. 
이 무너지는 세상에 어둠 속을 밝히는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까닭이다.
경허 스님이 승복을 벗고 홀연히 저잣거리에 숨어들어 마지막으로 박난주라는 이름으로 갑산의 깊은 산골 마을 도하리 서당에 계실 때, 수월 스님이 찾아갔다가 섬돌 위에 짚신 한 켤레를 올려놓고 삼배한 후 돌아온 이야기 또한 감동적이다.
스승의 마지막 입적 소식을 만공 스님에게 알린 분도 수월 스님이었다.
수월 스님은 간도의 송림산 화엄사에서 여덟 해를 머무시다가 그곳에서 열반에 드셨다고 한다.
간도 땅에 버려진 조선 사람들의 한과 눈물을 닦아 주던, 간도의 관음보살이었던 수월 스님.
죽음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루는 일. 그 죽음 또한 온전히 이루었다는 수월 스님의 열반 소식은 이채롭다.
1928년, 여름 안거(결제)가 끝난 다음 날, 개울가에서 몸을 씻고 오겠다고 나섰던 길에 목욕을 마친 수월 스님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개울가 바위 위에 단정히 앉아, 머리 위에 잘 접어 갠 바지저고리와 새로 삼은 짚신 한 켤레를 올려놓고 결가부좌한 채 생시와 같은 모습으로 고요히 열반에 드셨다고 한다.
수월 스님은 당신의 다비식에 쓸 땔감도 다른 이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두었다고 했다.
책에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편집 겸 발행인으로 있던 『불교』 1929년 1월 호에 실린 사고(社告)를 통해 이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 “전수월 대선사께서는 경신(1928)년 7월 16일(음력)에 열반에 드셨고, 닷새 뒤 다비식을 봉행함에 칠 일 동안 대방광(大放光)하였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이 책의 마무리 글은 이렇게 적고 있다.
“수월 음관, 그는 중생의 일꾼으로 태어나 중생의 일꾼으로 죽은 보살의 화신이었다. 그는 삼매의 열매였고 자비의 빛이었으며 보현의 메아리였고 문수의 꽃이었다. 수월이야말로 참으로 죽음을 온전히 이룬 성자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죽음을 두고 ‘달이 되신 달’이라고 끝없이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한 부분으로, 수월 스님이 갑산의 깊은 산골에 몸을 숨긴 스승 경허를 찾아갔을 때를 묘사한 글 한 대목을 옮긴다. 섬돌 위에 새로 삼은 짚신 한 켤레를 올려놓은 뒤, 닫힌 방문을 향해 삼배를 올렸던 그 풍경을.
'경허가 수월을 향해 내뱉은 "모르오"라는 말에는, 경허가 그의 사납고 험한 수행 회랑(廻廊)을 통해 이루어낸 모든 수행의 무게가 남김없이 실려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말은 모름의 세계를 알고, 모름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수월에게 영원한 울림을 안겨 주는 신비의 만다라였다.
'모르오.'
참으로 수월은 스승으로부터 이 한마디 말을 듣기 위해 그 멀고 험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수월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 한마디는 경허의 결론이었고 수월의 바다였다. 이제 수월이 할 일은 이 모름의 바다가 되어 끝없이 출렁이고 끝없이 노래하는 일뿐이었다.
옛 선지식은 ‘열심히 정진해라. 나는 자네 수행에 대해 말해도 알고, 말 안 해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선의 달인이 된 경허와 수월 또한 그러했다.
경허는 문을 여는 일도, 문을 닫지 않는 일도 하지 않았고, 수월은 말을 듣는 일도, 말을 듣지 않는 일도 하지 않았다.
메아리는 골짜기에 따라 울림이 달라진다. 메아리 소리를 들어 보면 그 골짜기의 생김새를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메아리 속에는 그 메아리의 골짜기가 함께 누워 있는 셈이다.
경허와 수월이 만들어 낸 끝없는 메아리 속에 숨어 있는 그들의 골짜기를 헤아릴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은산철벽(銀山鐵壁)처럼 달려 있는 방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이 한바탕의 법연(法宴)을 마을 사람들의 평범한 들 이야기쯤으로 풀이한다면, 이는 경허와 수월을 한꺼번에 죽이는 참으로 잔인한 짓이 되고 말 것이다.
수월은 엎드려 스승께 절했다. 그것이 스승께 올리는 마지막 절임을, 수월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수월과 경허의 마지막 만남이 이렇듯 저 소림굴(少林窟)의 옛 일을 떠올리게 함은, 참으로 가슴 저미는 불연(佛緣)이 아닐는지.”
— 『물속을 걸어가는 달』, 187쪽
이 책을 쓴 저자와, 함께 수월스님을 행적을 찾기 위해 애썼던 분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26. 01. 22)





책소개

1996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달을 듣는 강물>을 다시 다듬어 냈다. 
수월스님에 관해 새로운 부분을 추가했고, 독립운동에 관여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과 자료 사진을 보완했다. 책은 무소유의 삶, 조선 유민들을 위해 짚신과 주먹밥을 만들어 공양하며 보살의 삶을 살다 간 수월스님의 행적을 좇는다.

또한 수월스님에게 법호를 주고 깨달음의 길로 인도해준 경허 선사, 수월과 함께 공부한 만공, 혜월, 한암 선사, 수월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간도까지 찾아온 청담, 금오 선사 등의 이야기를 담아 당시 스님들의 구도 열정과 법연의 아름다움도 엿볼 수 있다.




목차
책을 다시 내면서
글머리에

여보게, 만공
수월스님 말씀

머슴살이
그림자 없는 성자
파초의 고향

천장암에 핀 꽃
연꽃 속으로
불 속에 핀 꽃

깨달음
천강의 달
깨달음
달을 듣는 강물

생사를 놓아버리고
중생을 위하여
돌종이 우는 소식
문수보살을 찾아서

스승의 그림자
바람을 거슬러 흐르는 향기
거울 속의 본디 모습
메아리 속의 골짜기
해는 지고

자비의 바람이 되어
조선 유랑민의 소가 되어
내딛는 발걸음 속 자비의 바람

사바에 켠 등불
조선 사람들이 일군 절
송림산에서
보살의 눈, 보살의 손
호랑이도 '우리 스님'
돌 관음의 영험
깨달음을 얻으러 온 스님
어느 독립군에게 들려준 가르침

열반
달이 되신 달

글을 마치면서

접기


책속에서
수월은 그의 나이 서른여덟 무렵에 이처럼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수행장인 마하연의 어른이 되었다. 천하의 영재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스승 노릇도 쉽지 않겠지만, 천하의 뛰어난 수행자들을 가르치는 선지식 노릇의 어려움에는 견줄 수 없을 것이다. 선지식은 무서운 독사와 한방에서 살듯이 하루 스물네 시간을 온전히 깨어 있어야 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깨어 있지 못할 때가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 수행승들의 날카로운 독침을 맞고 목숨을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 본문 102쪽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진태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을 거쳐 경향 각지에서 검사로 재직했으며 검찰총장을 지냈다. 백봉, 효당, 무천에게서 불교와 역易을 배웠고, 지은 책으로는 『물속을 걸어가는 달』 (학고재) 등이 있다.
최근작 :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물 속을 걸어가는 달>,<달을 듣는 강물> … 총 4종 (모두보기)
김진태(지은이)의 말
참으로 수월스님은 자비와 지혜를 삶과 한 덩어리로 이루어낸 성자입니다. 일하는 수행자, 수행하는 일꾼으로 살다 간 스님의 감동어린 삶을 이웃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불모의 땅 간도에, 스님이 주장자를 세워 어둠을 밝힌 그곳에 촛불이라도 밝혀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동포들에게 그곳 동토 속에 얼어 있는 스님의 자비심을 녹여주고 싶었습니다.
출판사 소개
학고재 
출판사 페이지
  
신간알림 신청

최근작 : <지역을 활기차게 31가지 백신 처방>,<미술관 옆 미용실>,<재건축·재개발의 함정과 성공 매뉴얼>등 총 187종
대표분야 : 미술 이야기 2위 (브랜드 지수 128,978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2위 (브랜드 지수 164,813점) 
리뷰쓰기
공감순 
     
달을 듣는 강물 새창으로 보기
'65인의 큰스님이 남긴 열반송'이라는 제목 밑의 문구에 혹해 금방 나온 책을
주문해 읽은 것이 추석 무렵이었다.(<내 삶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라>)
선사들이 남긴 심오한 말씀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만
본문 중 어느 스님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가 가슴을 쳤다.

--공연히 이 세상에 와서.......

오늘 낮, 궂은 날씨에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시계를 보며 급히
학원 영어숙제를 하고 있던 딸아이에게 "우리 예쁜이 공부하느라 힘들지?"하고
궁둥이를 두드렸더니 순간 그 큰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그토록 좋아하던 태권도를 때려치운 게 10개월 전.
이젠 또 바둑이 싫어졌단다.
무릇 좋은 것보다 싫은 게 많아지면 인생 살기가 고달파지는 법이다.
나는 딸아이의 눈물을 못본척했다.

--과연 난 무엇이었을까. 적당히 마음 편한 곳만 찾아 방황했을 뿐,
정말로 중요한 진실에는 끝내 다가가지 못했다.(최준식 <죽음, 또 하나의 세계>)

<죽음, 또 하나의 세계>는 그 무렵 함께 읽은 책인데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마음 편한 곳만 찾아 방황'.
그 방황도 어쩌면 포즈가 아니었을까.

특별히 내가 몰랐던 엄청난 사실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더라도,
불투명한 막으로 여러 겹 겹쳐서 도무지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는 나의 실상을
"이러이러한 게 아닐까" 슬쩍 귀띔해 주는 책만 해도  반갑고 고마운 법인데.

<물 속을 걸어가는 달>을 통해 그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던 수월 스님을 만났다.
(몇 년 전 나왔을 때의 원제가 더 좋다. <달을 듣는 강물>)
출가 전에는 어느 집 머슴이었고, 또 까막눈이어서 멋진 법문이나 그럴듯한 말씀이
전해져 오는 것도 없으며, 절에서도 땔감을 구하러 산을 헤매거나 밭을 매고,
또 간도 초막 시절에는 밤낮으로 짚신을 삼고 주먹밥을 만들어
큰 바위 위에 놓아두었다고 한다.
일제의 탐학을 피해 두만강을 건너오던 동포들에게 이보다 반갑고 요긴한 게 있었을까.
수행중 몇 가지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갖게 되어 본의 아니게 유명해진 스님이건만
그는 자신의 그런 능력을 마치 코로 숨쉬는 만큼이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올해 내가 제법 간절한 의문을 품고 골라 읽었던 책들에서 만났던 가장 중요하면서도
공통적인 단어를  한 개  고르라면 '경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거지 여인으로 분한 문수보살의 이야기(137쪽)를 들으며
구멍 숭숭난 여러 겹의 막 중 몇 개가 스르르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수월도 스승인 경허의 본디 면목의 풍광 속을 일없이 지나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스승에게 매이지도 않았고, 걸리적거리는 스승을 갖고 싶지도 않았다.(161쪽)

'본디 면목의 풍광 속을 일없이 지나치고 싶었던'이라는 구절이 좋아 수첩에 옮겨 적었다.

백봉, 효당, 무천 스님에게서 불교와 주역을 배운 현직 검사인 저자는
 '20여 년 전 시대의 어둠에 밀려 지리산 자락을 떠돌다가 어느 산사에서
수월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한다.
그는 수월 스님이 출가한 충남의 천장암부터 지리산의 천은사, 금강산의 마하연,
8년을 머물렀다는 간도 땅에까지 몇 년 동안 수월 스님의 행적을 좇았다.
이 책은 그 충실한 기록이다.



























- 접기
로드무비 2007-11-23 공감(6) 댓글(8)
Thanks to
 
공감


36 수월음관 스님 < 법보신문

36 수월음관 스님 < 가상인터뷰 < 이전 연재모음 < 지난연재 < 기사본문 - 법보신문

36 수월음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입력 2007.10.16


내가 자비로우면 온 삶들이 자비의 꽃을 피우리라



수월(水月音觀, 1855~1928) 스님은 현대 한국불교사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던 경허 스님의 제자로 평생을 고통 받는 중생 곁에 머물며 아픔을 나눈 자비의 보살이다.

일제치하에 조선유민들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 스님은 밤에는 짚신을 삼고 낮에는 소를 치며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짚신과 주먹밥을 공양하는 등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다. 스님의 한 없이 맑은 삶은 텅 빈 허공처럼 자취 또한 남기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스님의 삶은 친분이 있거나 스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구전(口傳)에 의해 전해질 뿐이다.


수월 스님과 인연이 닿았던 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18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어린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머슴살이로 살아야 했다. 스물아홉살 되던 해 스님은 우연히 만난 한 탁발승과의 인연으로 입산을 결심했고, 그해 곧바로 경허 스님의 친형인 천장암 주지 태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하지만 글을 배우지 못했던 스님에게 경전공부는 쉽지 않았다. 이에 태허 스님은 공부 대신 땔나무를 해오는 부목(負木), 밥을 짓는 공양주 등의 소임을 맡겼다.

스님은 그저 묵묵히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법당에서 흘러나오는 천수경을 듣고 이를 단박에 외워 나무를 하러가거나 밥을 짓거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천수경이 입을 떠나지 않았다. 그 후 천수경, 그 중에서도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일심으로 독송하던 스님은 마침내 거대한 빛을 뿜어내며 ‘대비심다라니로 통달한 성자’가 되기에 이르렀다.

한 번 보거나 들은 것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았고, 잠이 없어졌으며, 아픈 사람의 병을 단번에 고칠 수 있는 특별한 힘도 얻게 됐다. 그러나 스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수행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스님은 월정사 상원암을 비롯해, 묘향산 비로암, 금강산 유점사 등지를 돌며 끊임없이 정진했다.

이후 박해받는 조선유민들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 스님은 간도의 한 암자에서 밤에는 짚신을 삼고, 낮에는 소를 치는 소먹이꾼으로 일했다. 스님은 일을 해서 마련한 돈으로 주먹밥을 지어 굶주린 조선인들에게 나눠 주는가하면 병든 환자를 정성껏 치료해 주었다.

평생을 자비의 보살처럼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수월 스님은 1928년 7월 16일 간도의 한 계곡 바위 아래서 머리에 짚신을 올려놓고 알몸으로 앉은 채 입적했다. 세수 74세, 법랍 45세였다.


▷29세 때 출가했다면 꽤 늦었는데 굳이 출가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예전에는 스님들이 탁발을 많이 다니셨지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스님이 내 방에 머물게 됐는데 그 스님께서는 부처님이 어떤 분이시고 그 분처럼 되려면 어떻게 수행해야 된다는 얘기를 밤새도록 들려주었어요. 한 집안에 천자가 네 명 나는 것보다 도를 깨친 참 스님 한 명 나는 게 낫다며 도를 통하면 그 공덕으로 모든 조상영령들과 시방삼세의 중생이 다 편안할 거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그 때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오.”

▷출가하신 후 스님께선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늘 천수경을 외웠다고 들었습니다. 천수경의 어떤 점이 그토록 좋으셨나요?
“관세음보살님은 늘 고통 없는 땅에 계시며 모든 중생들의 삶 앞에 자신의 고통 없는 세계를 활짝 열어 보이는 분이라오. 그렇기에 천수경은 끝없는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께 온 몸을 던져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없애고 끝내 깨달음을 이루고 말리라고 다짐하는 뜨겁고 간절한 바람이 담긴 노래지요. 그러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소.”

▷그래도 관세음보살님하면 그 앞에서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도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보살님 앞에서 기도하는 것은 초기불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분히 기복화된 불교 아닙니까?
“아미타부처님을 머리에 이고 계신 관음보살님은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으로 중생을 보살피는 분이라오. 그 분께 기도해야 할 것은 ‘굽어 살피소서!’하는 식의 바람이 아니오. 내가 관세음보살님의 천한 번째 손과 눈이 되어 관세음보살님의 중생구제를 돕겠다는 서원이어야 하오. 그렇게 실천하다보면 참다운 지혜란 삶이 비어 있음을 보는 힘이요, 자비란 그 비어있음 가운데 피어나는 눈부신 꽃임을 알게 될 거요.”

▷스님은 혜월, 만공 스님과 더불어 경허 스님의 세 달이라고 일컬어집니다. 그러나 다른 두 분이 화두를 참구했던 선사였던 것과는 달리 엄격하게 말한다면 스님은 선사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참선이나 염불이나 다라니나 다 도를 닦는 방편이오. 선이라고 특별한 거 있겠소. 마음 모으는 것 아니겠소. 나는 순전히 천수대비주로 달통했지만 ‘이뭣고’를 하든 ‘옴마니반메훔’을 하든 마음만 모으면 되는 거라오. 그러니까 이번 생은 죽었다 생각하고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열심히 하다보면 뭐를 하든 똑같은 곳에서 만난다는 거지요. 나도 처음에 천수다라니에 집중해 외웠으나 나중에는 다라니가 내 몸 구석구석에서 쉬지 않고 흘렀다오. 밥을 먹을 때건 저녁놀을 바라볼 때건, 발을 헛디뎌 나뭇짐을 지고 구를 때건 다라니는 멈추지 않았소, 거기에 더 이상 나는 없었던 거지요.”

▷천장암에서 용맹정진하실 때 스님께서 방광을 하셨고 마을 사람들은 큰 산불이 난 줄 알고 달려왔다고 들었습니다. 훗날 두만강 너머 나자구에 머무실 때에도 호랑이가 스님을 따라다녔다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우리들 몸이 무량한 빛인데 방광(放光)이 뭐 그리 놀랄 일이겠소. 죽은 이를 다시 살리거나 병든 이를 고치는 일은 사람의 본바탕을 바꿔 자비와 지혜로 가득 찬 삶으로 만드는 일과 비교하면 자질구레한 일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수행을 옆길로 새게 한다오.”

▷그래도 스님께서는 그 후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고, 잠도 없어졌으며, 아픈 사람의 병도 대번에 고칠 수 있는 신묘한 힘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도 그것을 종종 이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요. 인연이 닿는 대로 병을 고쳐주고, 비상한 기억력을 써야 할 때는 쾌히 그것을 스스럼없이 썼지요. 허나 거기에 매이지는 않았다오. 지혜의 눈으로 보면 초자연적인 신통력이라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우주의 일에 불과하고 다른 일상사와 전혀 차이가 없는 까닭이오.”

▷스승인 경허 선사를 찾아 북녘 끝 삼수갑산까지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경허 스님을 만났을 때 경허 스님은 수월 스님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왜 그곳에 갔고, 경허 스님께서는 왜 모른다고 했을까요?
“나의 스승은 허공을 나는 새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오. 그 스승께서 이제 홀로 가라 하신 거지요. 나 홀로 바다가 되고 달이 되어 끝없이 출렁이고 노래해야 한다는 겁니다. 나는 수미산보다 큰 스승의 은혜 앞에 정성껏 삼은 짚신 한 켤레를 공양으로 하고 돌아섰다오.”

▷두만강을 건넌 스님께서는 짚신 삼기의 명수라고 하실 만큼 많은 사람들을 위해 짚신을 삼으셨고 주먹밥을 만들어 보시하셨습니다. 그것도 마을 사람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소먹이 일꾼 노릇을 하면서 말입니다.
“나는 두만강 부근에서 살림도구와 어린 것들을 지고 업은 채 무리지어 떠나는 조선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오. 빈털터리로 흘러들어온 이들 조선 사람들에게 비록 한 끼나마 주린 배를 채워주고 먼 길을 떠나는 그들의 외로운 등을 토닥이기 위함이었다오. 신발은 삶과 땅을 이어주는 다리라 하지 않았소. 언젠가 희망을 성큼성큼 밟으며 돌아오길 발원했지요”

▷만년에 조선인들이 지은 화엄사에 머물며 그곳의 스님들뿐 아니라 금오, 청담, 효봉 스님 등 수천리를 걸어 찾아온 납자들에게도 가르침을 주면서 여생을 보내셨는데, 마지막에 짚신을 머리에 이고 알몸으로 앉아 입적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죽음은 당하는 게 아니라 이루는 거라하지 않소. 74년간 내가 걸었던 길과 그 길에서 찾은 지혜를 말하고 싶었다오.”

▷너무 어렵습니다. 대중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없는지요?
“관세음보살님은 완성된 삶의 다른 이름으로 나 아닌 나를 보는 밝은 지혜의 바다이며, 너 아닌 너를 노래하는 따뜻한 자비의 고향이오. 내가 자비와 하나 되는 그 순간 온 세상 온 삶들이 자비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참고자료
김진태 『물속을 걸어가는 달』 등


찬탄과 공경

“수월 음관, 그는 중생의 일꾼으로 태어나 중생의 일꾼으로 죽은, 보살의 화신이었다. 그는 삼매의 열매였고 자비의 빛이었으며, 보현의 메아리였고 문수의 꽃이었다. 수월이야말로 참으로 죽음을 온전하게 이룬 성자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묻기에 앞서 벌거벗은 수월이 짚신을 머리에 이고 서쪽(열반)으로 간 뜻을 먼저 물어야 옳으리라.” (법조인 김진태)

수월 스님 어록

“참으로 사람 되기가 어렵고 천상천하에 그 광명이 넘치는 불법 만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 사람 몸 받아가지고도 참 나를 알지 못하고 참 나를 깨치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죄가 워디 있을 겨. 사람 몸 받고도 성불 못하면 이보다 더 큰 한이 워디 있을 겨. 부처님께서도 ‘나도 너를 못 건져준다. 니가 니 몸 건져야 한다’ 하셨어. 그러니 참 그야말로 마음 닦아가지고 니가 니 몸을 건지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이렇게 사람 몸 받고도 공부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다 쓸데없다. 어느 날에 다시 이 몸을 기약할 것인가.”

“열심히 혀라. 땅을 팔 때는 다만 땅만 파거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일없이 되는 공부라야 공부라고 할 수 있는 겨. 땅 파면서 오직 한 생각만 챙기고 그 밖에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일랑은 다 쓸어버려야 하는 겨. 이렇게 되어야 다만 밭일을 하는 것을 넘어 마음 밭을 일구게 되는 겨.”

트라우마 -- 주디스 루이스 허먼

알라딘: 검색결과 '' 트라우마 주디스 루이스 허먼




1.
2.
3.
4.
5.
6.
  • [국내도서] 트라우마 -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 주디스 허먼 (지은이), 최현정 (옮긴이) | 플래닛 | 2007년 6월
  • 16,000원 → 14,400원 (10%할인), 마일리지 800
  • 9.4 (7) | 세일즈포인트 : 786
===


===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은이),최현정 (옮긴이)사람의집2022-06-30
원제 : 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책소개
<프로이트 이후 출간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트라우마』는 인간이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를 고통스럽게 보여 준다.

고통의 심연을 드러내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인간 심리에 대한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깊은 통찰력은 인간 조건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 보인다. 하버드 의과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케임브리지 병원 〈폭력 피해자 프로그램〉의 교육 이사를 맡고 있는 허먼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전문 용어로 불리는 한 정신과적 증상에 관한 이야기를 인간 해방의 역사라는 도덕적, 정치적 차원의 이야기로 전환시킨 것이다. 허먼은 가정폭력이든 정치적 테러이든 폭력의 메커니즘은 어디에서나 동일하며, 이러한 폭력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인권 운동 같은 정치적이고 공적인 행위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 남성이 여성보다, 어른이 아이보다, 국가가 군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목차


머리말

1부 외상 장애
1 망각된 역사
2 공포
3 단절
4 속박
5 아동 학대
6 새로운 진단 기준

2부 회복 단계
7 치유 관계
8 안전
9 기억과 애도
10 연결의 복구
11 공통성
맺음말
감사의 말
추천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사람들이 잔학 행위에 대응하는 대개의 방식은 의식에서 이를 몰아내는 것이다.



P. 20 심리적 외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세계 안에 놓인 인간의 취약성과 인간 본성 안에 놓인 악(惡)의 가능성을 직면하는 것이다. 심리적 외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끔찍한 사건에 관해 증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 60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전쟁을 수행 중인 남성이 아닌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1970년대 여성 해방 운동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P. 70 심리적 외상은 무력한 이들의 고통이다. 외상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피해자는 압도적인 세력에 의해 무기력해지고 만다. 그 세력이 자연에 의한 것일 때, 우리는 재해라고 말한다. 그 세력이 다른 인간에 의한 것일 때, 우리는 그것을 잔학 행위라고 말한다. 외상 사건은 사람들에게 통제감, 연결감, 그리고 의미를 제공해 주는 일상적인 ... 더보기
P. 77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위험이 지나고 오랜 후에도 마치 현재에 계속해서 위험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사건을 반복적으로 체험한다. 외상이 반복적으로 훼방을 놓으면서, 이들은 삶의 건강한 경로에 다시 서지 못한다.
P. 194 성인기에 반복적인 외상을 경험하게 되면 이미 형성된 성격 구조가 파괴된다. 그러나 아동기에 반복적인 외상을 경험하게 되면 성격이 단지 파괴되는 것만이 아니다. 이것은 성격을 만들어 낸다.
P. 232 지속적인 공포를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사람을 압제하는 기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관찰자들은 만약 자신이 유사한 상황 속에 있었다면 피해자보다 더 큰 용기를 내어 저항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부분 피해자의 성격이나 도덕성을 힐난하면서 그를 탓한다.
P. 240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외상에 뒤따르는 증후군에는 그만의 이름이 필요하다. 나는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omplex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외상에 대한 반응은 단일 장애의 범주로 분류하기보다는 연속적인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P. 311 많은 환자가 자신의 고통에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안심하게 된다. 그러나 외상 후 장애라는 진단을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은 어떠한 정신과적 진단이라도 자신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상태를 부정하고 싶어 한다.
P. 479 여성과 아이들, 그리고 억압된 이들을 지지하는 풀뿌리 집단이 오래도록 견뎌 왔듯이,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임상가는 괴롭힘과 위협의 오래된 전략에 맞서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 우리는 방관자로서, 피해자가 매일매일 모으는 용기의 작은 일부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했다.


추천글
프로이트 이후 출간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 중 하나.
- 뉴욕 타임스 (미국 일간지) 

이 책은 트라우마와 그 치료에 미친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생존자들에게는 비할 데 없는 선물이다.
- 우먼스 리뷰 오브 북스 

눈부시다. 1990년대의 모든 정치적 활동가들은 이 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 보스턴 글로브 

놀라운 업적이자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 베셀 반 데어 콜크 (트라우마 센터 디렉터, 보스턴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 

하나의 이정표.
- 글로리아 스타이넘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 

트라우마의 본질과 치료 과정에 대한 허먼의 눈부신 통찰력이 매 페이지마다 빛나고 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로 가득하다.
- 레노어 워커 (가정 폭력 연구소 소장) 

빛나는 지성의 책. 당신은 가능한 빨리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소피 프로이트 




저자 및 역자소개
주디스 루이스 허먼 (Judith Lewis Herman)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Harvard 의대 정신의학 교수이다. 은퇴할 때까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에 있는 케임브리지 보건 동맹(Cambridge Health Alliance; CHA)의 폭력 피해자 프로그램(Victims of Violence Program; VOV) 수련감독자(Director of Training)를 30년 동안 역임하였다. 두 권의 수상 도서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Father-Daughter Incest)과 트라우마: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Trauma and Recovery)의 저자이자 외상 회복 집단: 실무자를 위한 가이드(The Trauma Recovery Group: A Guide for Practitioners)의 공동 저자이다. Herman 박사는 국제 외상 스트레스 연구 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raumatic Stress Studies)로부터 평생 공로상, 미국 의학 여성 협회(American Medical Women’s Association)로부터 여성 과학자상,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외상심리 분과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으며,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평생특별회원(Distinguished Life Fellow)이다. 접기

최근작 : <트라우마 치료 초기 단계에서의 집단상담>,<진실과 회복>,<트라우마> … 총 15종 (모두보기)

최현정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임상심리학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을 마쳤다. 국가 폭력, 성폭력, 조직적 성 착취 체계에서 벗어나 삶을 회복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일했으며 이와 관련된 글을 쓰거나 연구를 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트라우마 생존자를 지원하는 트라우마 치유 센터 〈사람마음〉의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조용한 마음의 혁명: 심리학으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 옮긴 책으로 『성격장애 로샤평가』, 『긍정심리치료』, 『내러티브 노출치료』, 『DBT, 학교에 가다』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저항하는 평화>,<조용한 마음의 혁명> … 총 1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 세대의 고전이자 하나의 이정표
<프로이트 이후 출간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트라우마』는 인간이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를 고통스럽게 보여 준다. 고통의 심연을 드러내는 생존자들의 증언과 인간 심리에 대한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깊은 통찰력은 인간 조건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 보인다. 하버드 의과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케임브리지 병원 〈폭력 피해자 프로그램〉의 교육 이사를 맡고 있는 허먼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전문 용어로 불리는 한 정신과적 증상에 관한 이야기를 인간 해방의 역사라는 도덕적, 정치적 차원의 이야기로 전환시킨 것이다. 허먼은 가정폭력이든 정치적 테러이든 폭력의 메커니즘은 어디에서나 동일하며, 이러한 폭력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인권 운동 같은 정치적이고 공적인 행위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왜? 남성이 여성보다, 어른이 아이보다, 국가가 군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과 가정 폭력을 겪은 피해자들과 20여 년간 함께해 온 연구와 임상 작업의 결과인 『트라우마』는 피해자의 역사를 재건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존자가 재건한 그들의 역사를 되짚어 간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악에 대면해야 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그 무지막지한 파괴와 단절 속에서도 인간 내면의 선함, 즉 인간과 인간이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삶의 힘을 되찾았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증언하며, 그 과정에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 삶을 구해 준다!
『트라우마』는 성폭력과 가정 폭력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여러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 특히 참전 군인과 정치 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한 경험도 담고 있다. 이 책은 공적이고 사적인 세계 사이, 개인과 공동체 사이, 그리고 남성과 여성 사이의 연결을 회복하는 것에 관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공통성에 관한 책이다. 강간 생존자와 참전 군인 사이, 가정 폭력 피해 여성과 양심수 사이, 그리고 국가를 지배하는 폭군이 만들어 낸 거대한 강제 수용소의 생존자와 가정을 지배하는 폭군이 만들어 낸 숨겨진 강제 수용소의 생존자 사이의 공통성을 다룬다.
허먼은 생존자들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지속 기제를 밝힌다. 특히 관계의 단절과 힘의 상실을 외상 경험의 핵심으로 파악하는 허먼의 통찰력은 인간이 가한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보이는 고통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하며, 또한 정확한 치료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튼튼한 이론적 관점을 제공한다. 다양한 치료 사례를 통하여 치료적 관계와 치료 과정, 그리고 집단 치료에 대해서도 말한다. 허먼의 치료 단계가 탄탄한 것은 그 안에 인간 내면에 남아 있는 힘을 긍정하고 인간의 연결이 결국 치유의 관건이라는 인간관과 세계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허먼은 난파당한 것과 마찬가지인 피해자에게 제1순위의 지원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안전감의 회복이라고 지적한다. 그것은 물질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측면 모두에 해당되며, 결국 환자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회복시켜 주는 데 그 목표가 있다. 『트라우마』가 발표되고 수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이 책은 변함없이 활동가에게는 생존자의 심리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제공하고, 전문가에게는 관점의 변화와 함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처음의 다짐을 재확인시킨다. 그리고 생존자에게는 회복의 힘이 무엇인지 알려 주고 있다. 접기

구매자 (3)
전체 (16)
공감순 




    

누군가에게는 스쳐지나갈 일이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는데 왜그런건지 외상장애와 회복단계에 대해 꼼꼼히 읽어보고 싶다. 
친절한묘묘씨 2022-07-13 공감 (8) 댓글 (0)
Thanks to
공감


    

신체에 드러나는 외상보다 드러나지 않는 정신의 상처가 더 깊다. 그 트라우아에 대한 이야기에 큰 관심이 간다 
소금꽃 2022-07-13 공감 (3) 댓글 (0)
Thanks to
공감


    

애초에 허약한 영혼은 없다. 단일한 외상 또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외상이 정신의 변형을 가져온다. 아픈 것은 약한 것이 아니다. 그 일이 일어났고 겪었고 다쳤으니 치료하고 회복해야 한다. 가해한 자, 가해한 구조를 벌하고 고쳐야 한다. 피해가 보편이 되지 않게.  
고민 2023-03-12 공감 (3) 댓글 (0)
Thanks to
공감


    

심리적 외상스트레스 장애가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는 글귀에 인지적 사회문제를 비롯한 영향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만나보고 싶다. 
영이의뜰 2022-07-14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선하기도 하지만 악의 최대치를 보여줄수 있다는 인간. 그들의 행태로 남긴 장애들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것인가. PTSD 더이상 의학적 용어에 멈출게 아닌 그 속을 파헤쳐보자 
dkfudzzang 2022-07-16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누구에게나 있을만한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라고 하니 꼭 읽어봐야겠다. 
술링 2022-07-17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사람들 인생과 세상을 파괴하는 쇼크들이 그저 뇌와 기억에 한정된게 아니라 신체 전체에 고착화 되면 게임 끝이다.  
MAKWANGSOO 2023-01-29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예전에 미술관에서 트라우마전을 본 일이 있었는데, 책으로 온전히 보게 되니 더 궁금해집니다. 
소동맘 2022-07-14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너무 궁금한 트라우마. 사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해 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inhyeffy 2022-07-17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개인과 사회까지 영향을 주는 트라우마는 폭력의 서사일까? 새로운 진단과 해결책이 궁금하다. 
maisoui 2022-07-14 공감 (0) 댓글 (0)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트라우마]- 주디스 루이스 허먼 / 사람의집 
                                                                              

외상을 경험한 사람의 심리적 고통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하는 동시에 그 존재를 외면하게 만든다. p.10

​​

나는 파충류를 무서워한다.

보기만 해도 끔찍함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벌벌 떨고, 동물원을 가서 뱀 사육장만 지나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빨리 가자고 재촉할 정도로 말이다. 왜 그런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그 이유가 바로 내가 가진 트라우마였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 오빠를 따라 냇가에 놀러 가려고 좁은 논길을 지나는데 아주 조그마한 청개구리가 길 한가운데에 딱 버티고 앉아 비켜주질 않는 거다. '눈 딱 감고 점프하면 저 개구리를 지나가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두발 점프를 했는데 슬리퍼를 신은 내 발밑에서 뭔가 물컹~찌익 하는 느낌에 온몸이 떨리며 울면서 오빠~~ 하고 부르던 기억이 난다. 기껏 7~8살 기억일 텐데 지금도 어제 일처럼 아주 세세한 느낌과 감정 그리고 상황들이 선명하다.



트라우마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을 뜻한다. 어린 나이에 개구리로 인해 감정적 충격을 경험한 나는 잊고 지내다가도 개구리와 비슷한 파충류 종류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는 절대 잊지 못할 그런 기억이 말이다. 그때 이후로 파충류 종류는 내게 너무 큰 트라우마였고 40이 넘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사건도 트라우마로 평생 동안 기억되는데 성적 학대, 아동 학대, 전쟁의 공포, 폭력에 노출된 경험, 가정폭력 등 잔인한 사건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평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어떻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무섭고 잔혹한 일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뇌리에 박혀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들은 평생 한 사람을 흔들어 놓기 마련이다.



히스테리가 여성의 자궁에서 유래하는 것이라 믿었다는 옛사람들과, 성적인 장난감으로 자신의 딸을 친구들에게 제공한 도라의 아버지, 위대한 연구자이지만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탐구했던 프로이트를 비롯한 남성들이 여성의 심리적 고통과 트라우마에 대해서 쉽게 판단하고 무시하려 했던 과거의 이야기들이 무척 생경하게 느껴졌다. 여성들이 호소하던 성 학대적인 부분들을 학대가 아닌 음탕한 여인들이 바라고 원하다 일어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그녀들의 내면의 깊은 곳에 그런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가 표출된 거라고 말하던 프로이트도 그 시대의 고착된 인식들을 그대로 연구에 반영한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전쟁 후 생존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개념이 확립된 게 겨우 1980년대니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처의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았던 만큼 아직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일까?



심리적 외상은 무력한 이들의 고통이다. p.70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과각성과 침투, 억제라는 세 가지의 범주로 구분된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인간관계마저 단절시키고 마는 트라우마는 역시 공포스럽고 힘든 장애라 생각된다. 최근 많은 이슈가 되었던 가스라이팅 사건들도 지속적인 속박에 의한 트라우마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심리적으로 지배를 받다가 상대방에게 굴복해버리고 상황들을 회피하려고 하는 피해자들은 결국 점점 고립될 테니까 말이다.




[정서가 결여된 회상이 가져오는 효과는 아무것도 없다] p.349



최근에 읽은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의 주인공은 평생을 무척 잔인한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살아가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과연 지워낼 수 있을까? 아니면 지웠다 생각하고 깊은 곳에 묻어두며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다 다시 떠오르게 되면 그 고통은 어떻게 감당하는 것일까? 궁금해하던 중에 이 책 트라우마를 만나게 되었고, 트라우마에 대한 궁금한 것들, 다양한 상황 속에서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겨내는지, 과연 치료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며 책을 펼쳤다가 그 속에 소개된 충격적이고 잔인한 많은 임상사례들에 몸서리치며 읽었다.

표지에도 쓰여있듯이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다양한 상황에서의 폭력과, 그 폭력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고통들에 대하여 알려주는 책이었다. 폭력을 당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는데,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나 여러 형태의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평생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도 힘들거니와 오랜 시간을 들여야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더욱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과거의 공포와 기억들을 직면하여 바라보고 이겨내서 살아남는 생존자들이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더욱 심도 있게 바라보길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니 필히 읽어보길 바란다.


- 접기
친절한묘묘씨 2022-08-13 공감(8) 댓글(0)
Thanks to
공감


    
복수가 아닌 정의 추구의 건강 회복... ‘트라우마‘ - 주디스 루이스 



『 트라우마 』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루이스 허먼 / 사람의집




사람들이 잔학 행위에 대응하는 대개의 방식은

의식에서 이를 몰아내는 것이다.

사회 계약운 침해하는 어떤 행위들은

입 밖으로 내기에 너무나 지독할 정도다.

이것이 바로 <말할 수 없는>이라는 말의 뜻이다.



<트라우마>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의 첫 문장만 봐도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이 한문장을 마주한 독자인 나는 '과연 나의 정신은 건강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고 그에 대한 결론은 '그렇지않다'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어릴 때부터 수없이 겪어온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이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의지와 트라우마때문에 스스로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나의 정신과 마주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몹시 충격적이었다. 잔학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 의식에서 몰아내는 것이며 더이상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 행위라는 메세지에 몸서리치게 아팠던 책... 바로 <트라우마>였다.



최근 쉼없이 들려오는 아동학대와 근친상간의 잔혹 행위에 대한 범죄사건... 인간이라 말 할 수 없는 혐오감에 어쩌면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추악한 인간은 혹독한 냉혈한에 내몰려 있다. 부모의 잘못으로 삶이 피폐해져 생을 마감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거침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 더 나아가 아예 관심을 두지않는 문제적 방임 또한 폭력의 예로, 원치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픔의 트라우마는 갈수록 진화되어 왔다. 어쩌면 지금 겪고있는 전염병과 전쟁의 악순환으로 세계인의 트라우마는 더욱 짙어질 것이고, 개인으로서는 개인주의 성향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더 강해질 것임을 예견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 <트라우마>는 우리의 삶을 구해준다고 말한다. 20여년간의 임상 작업으로 피해자들의 경험을 담아 정신건강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아픔 속에 살아남은 자들의 간절한 메세지를 담고 있었다. 살아있음에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주는 희망의 메세지... 나는 이 책을 통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기로 한다.


나는 구역질한다.

나는 숨이 막힌다. 도와주세요!

나는 보지 않으려고 눈을 질끈 감는다.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 일까? 또한 지속된 폭력으로 정신이 둔감해 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까? 가해자는 범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 나가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망각을 조장한다는 이 책의 메세지에 화를 참기가 어려웠고, 가해자의 방어책이 은폐와 침묵이라면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지속적 피해는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저 도와달라는 외침 속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해자... 이 책은 이런 아픔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구해준다고 한다.​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의 임상결과로 나온 <트라우마>는 생존자의 공통성을 다뤄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이만큼이나 많은 사례를 통해 삶의 회복을 경험했던 이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맞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여전히 폭력에 노출된 이들을 찾아내 도와주지 못한다는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두운 음지에 가려져 쉴새없이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성폭력과 가정 폭력 범죄도 권력에 내재된 학대의 속성을 정의하는 데 속한 문제이다" 여성과 아동 폭력이 인권 침해라 인정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의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성과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아픔을 극복하여 회복에 이르기까지 바로 <트라우마>를 통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접기
영이의뜰 2022-08-10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구덩이에 빠졌다면 우선 나와야한다. [트라우마] 


트라우마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 최현정 옮김 | 사람의 집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가.... 책 표지에 서린 트라우마라는 낱말이 빨간 핏줄처럼 내겐 보였다. 그 줄이 얽히고 섥혀서 알게 모르게 이어내려오는 것... 그것이 바로 피의 힘이다. 절대 잊혀지지않는다. 잊혀지기는 커녕 그 트라우마는 유전자에 박혀서 되물림되는 것이다. 흔히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이 얼마나 헛소리인지... 또 아픔은 가시지만 상처는 남는다는 말도 한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 사라진다. 하지만 폭력의 흉터는 내내 그 자리에 남아 그 속에 상처가 있음을 알려준다. 트라우마는 일종의 방어 기제로 인간을 보호하는 작용 역시 하는 것이다. 이는 흡사 스릴러 영화의 표제작과도 같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 여운이 긴 영상을 보는 것만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어린 의뢰인]이라는 한국 영화가 생각났다. 칠곡 계모 사망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그 영화는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기억을 한 소녀를 통해 탐구해 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시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그 기억들... 아동에게는 살기위해서 기억을 해리하고, 다시 조립해내는 능력이 있다. 일종의 그것은 뇌의 방어기제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자신의 두뇌를 어딘가에 보관해놓는다고 생각하고 잠시 최면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고통스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 일명 가상세계의 일이 되는 것이며, 끔찍했던 기억은 영화나 소설 속 한 장면으로 귀속된다. 일어났는데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고통스러운데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온 몸에 철갑을 두른듯...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먼 훗날 그 자신이 가정을 꾸리거나, 그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때 어떤 트리거가 되어서 그 자신을 공격한다. 절대 잊혀질수도 없다.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만큼 폭력의 상흔은 무섭다. 그리고 그것이 아동기에 벌어지는 학대라면 너무도 끔찍하다.



얼마전 영화 [세자매]를 보았다. 어린 시절에 한 공간에서 아버지의 폭력을 온 몸으로 당해가면서 어른으로 성장해 온 그들은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인다. 하지만 자매들은 나름대로 그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큰 언니는 항상 주눅이 들어있고, 생활력이 없는 남편에게 그녀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외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언어적인 폭력을 당한다. 둘째는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잘 사는 듯 보이나 바람 피는 남편에 외적인 면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그녀는 빈 껍데기로 남아있다. 셋째는 그 중 스스로가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알콜 중독자로 술 없이는 생활하지 못한다. 막내 아들도 등장하는데 그는 아버지의 학대로 정신적으로 이상해졌으며 병원 생활을 지속중이다. 이처럼 학대의 기억은 세자매의 삶을 밟아놓았고, 커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멍에로 남는다. 후에 바닷가에서 세 자매가 서로 엉기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은 결국 헤쳐나갈 힘은 자기 자신 밖에, 그리고 그 자신을 이해해주는 가족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슬프다. 학대의 트라우마, 강간의 트라우마,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 테러의 트라우마, 자연재해의 트라우마... 각종 트라우마가 넘쳐나는 이때 우리는 안다. 절대 그 굴레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도망칠 구멍이 없다면 맞서야한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직시해야한다. 구덩이에 빠졌을때는 왜 빠졌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덩이에서 빨리 나와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질 힘 역시 그 안에 있다.




- 접기
소동맘 2022-08-11 공감(2) 댓글(0)
Thanks to
공감


    
트라우마 


트라우마. 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 최현정 (옮김) | 사람의집 (펴냄)


가정 폭력, 아동 학대, 강간을 비롯한 성적 학대와 폭력은 뉴스와 신문 기사의 자극적인 제목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강력하며 혐오스런 범죄임에 틀림없다.

뉴스와 신문 기사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이웃의 이야기로 다가서는 티비 프로그램인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나 알쓸범잡(안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트라우마>에 수록된 외국의 사례들이 아니더라도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는 학대와 폭력의 사건들은 우리들에게도 있어왔고 어디에선가는 아직도 그로인한 고통이 진행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도가니>와 <한공주>는 사회적 약자이기에 당했던 폭력의 피해와 더불어 약자이기 때문에 그 책임도 지우려 했던 비겁한 강자들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어째서 지탄받고 처벌받아야 할 가해자들 대신 손가락질 받고 숨어야 하는 것은 피해자들 이어야 하는 것일까.



얼마전 다시보기 서비스로 보았던 알쓸범잡 시즌2의 성폭력 사건들 중 인상깊게 남은 사례가 있다. 지금은 70대의 할머니가 되셨지만 19살에 당할뻔한 성폭행의 시도에 강한 저항으로 상대남의 혀를 물어 절단한 사건이다. 상대남은 성폭행 시도가 성공하지 못해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자신을 지키려했던 19세의 소녀가 상해죄로 실형을 살게 된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몇 번의 강산이 변할만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신의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싶은 최씨 할머니는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다. 그럼에도 당당했던 할머니의 마지막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피해여성들이여, 숨지말고 나오라."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십 수년을 의붓 아버지에게 몹쓸 일을 당해온 딸은 남자친구와 함께 의붓 아버지를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지금의 재판부는 최씨 할머니 때의 재판과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잊을만하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강력 범죄들은 낯선 사람들로 인한 것보다 평소 알고 지낸 지인과 가족들로 부터 당한 고통이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경우 개인이 감당하고 이겨내야 할 트라우마 또한 몇 배 아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크기일 것이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육체의 상흔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꾀병이라 무시되거나 "마음 약한 네 탓"이라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피해자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왜 사회적인 관점에서는 가해자를 향하는 지탄과 처벌의 목소리가 개인의 시각에서는 피해자를 향한 뒤돌아선 수근거림과 따돌림이 되는 것일까.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은 피해자들과 그들을 도우려는 치료자 사이의 신뢰는 형성되기 어렵거나 감정이 전이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들도 같은 맥락에서 주기적으로 서로를 진료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경험과 기억은 타인의 눈에는 별거아닌 사소한 일들부터 지상파 뉴스를 오르내리는 심각한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트라우마에 갇힌 피해자들이 트라우마가 불러들인 또다른 트라우마에 갇히지 않길 바란다. 침묵과 방관 대신 관심과 도움을, 가십처럼 수근거리는 뒷말보다는 진정한 위로가 필요한 그들에게 더이상의 책임전가와 죄책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


- 접기
소금꽃 2022-08-10 공감(2) 댓글(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트라우마  


라이언럽 2022-12-11 공감(2) 댓글(0)
Thanks to
공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