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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동양포럼 김태창 노철개벽 일기 / 9

 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14 |:

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13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20.06.07 21:08

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12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20.05.24 20:17

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11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20.05.10 19:46

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10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20.04.26 19:56

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9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20.04.12 20:13

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8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20.03.22 19:28

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7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20.01.12 20:07

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6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9.12.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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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3 이미지기사 동양포럼 동양일보 2019.11.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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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포럼 노철개벽 일기/ 80대 중반으로 철학하는 나날1


동양포럼 노철개벽일기/80대 중반에서 철학하는 나날 9
기자명 동양일보   입력 2020.04.12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동양일보]8월 26일 월요일

미래공창신문사 주최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를 일본 교토에 있는 칸사이 세미나 하우스에서 개회하였다.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까지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발제와 토론이 전개되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오전오후의 세션이 끝난 다음에, 카마타 토지 교수가 한국인 학자들을 위해서, 노오(能)을 직접 연출해 줌으로써, 일본전통문화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다. 노오는 죽은 자아 산 자, 저승과 이승이 밀접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일본사람들의 사생관 타계관을 잘 보여주는 연출물이었다.

카마타 교수는 내가 일본에서 29년간 철학대화활동을 해오는 동안에 만난 사람들 가운데에서, 소위 르네상스적 인간─만능의 천재─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 일본인 학자다. 오늘 밤에도 세 종류의 피리와 기타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면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스스로 작곡한 노래를 불러 죽은 자와 산자를 상봉케 하고 이승과 저승을 매개하면서 전후 최악의 한일관계의 한 가운데서도 진정한 한일양국의 우호와 번영을 기원하는 제전을 펼쳐보였다.



8월 27일 화요일

어제에 이어 국제회의가 계속되었다. 오래간만에 시마조노 스스무 교수와 만났고, 그의 발제를 들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원혜영 선생의 ‘반출생주의와 중유(中有)’에 관한 이야기와, 김영미 선생의 ‘아름다운 나이듦과 죽음’의 발제였다. 발출생주의는 어떤 인긴 또는 인간집단이 애초부터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사고경향을 말하는데, 왜 나를 마음대로 낳아서 이렇게 고생하게 만들었느냐고 항변하는 젊은 세대의 출생부정적 문제 제기이다. 여기에 중장년세대나 노숙년세대가 진지하게 대답할 책임이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을 화두로 삼은 것이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또 ‘아름다운 나이듦과 죽음’도 대단히 호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카마타 도지 교수가 아름다움을 조화와 평화에 연결시키고, 시인을 조화와 평화를 조장하는 힘을 가진 자라고 말한 데 대하여, 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갈등과 대립과 교통을 감내하면서도 그것을 정화・승화・미화시킬 수 있는 힘이며, 그런 힘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일 간의 진지한 철학대화를 살리기 위해서 이견을 제시했다.



8월 28일 수요일

국제회의 마지막 날, 오전회의에서는 유성종 선생 다음에 이어진 오오하시 선생의 발언, 노년철학은 ‘노인의,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철학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노인철학’이 아니라 ‘노년철학’이라는 명칭을 택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었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들어, 일찍 죽는 경우가 아니면 누구나 자연수레 노년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청소년세대(10, 20, 30대)와 중장년세대(40, 50, 60대)와 노숙년세대(70, 80, 90대) 사이의 상화(相和)・상생(相生)・공복(共福)이 이루어지는 사회건설을 지향하는 미래공창적 철학대화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었다.

일찍이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었던 대중 초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경륜과 용기를 키워나가는 시민주도의 상호각성운동이라는 자각을 갖자고 호소했다.

발제자들만 아니라, 참가자 전원의 발언을 들면 뒤에, 발제자들에게 마무리로 한마디씩 말하게 하고서 3일간의 포럼을 닫았다.

미래공창신문사 주최의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는 성공적이었다는 참가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한층 더 노력할 필요를 느꼈다.



8월 29일 목요일

하라다 회장과 야마모토 사장의 주선과 안내로, 유성종 선생, 진교훈 교수, 김용환 교수, 김영미 시인, 원혜영 박사, 그리고 야규 마코토 박사와 함께 교토 관광명소 몇 군데를 다니고, 점심을 같이하고 헤어져서 그들은 강항으로 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유성종 선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미래공창신문사가 주최한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와 야마모토 사장을 위해서 혼신의 협력을 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구라 기조 교토대학 교수를 오찬장에서 만났고, 건강을 회복하였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유성종 선생은 오구라 교수와의 재회를 기뻐하며 일행 아홉의 점심값을 지불했다.

하라다 켄이찌 회장과 야마모토 사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해서, 한국 측 참가자들을 편안하게 일본 체재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마음 써주었다.

좋은 이웃과 만나서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8월 30일 금요일

미래공창신문사 제1회 노년철학 국제화의를 통해서 제기・ 논의되었던 문제 중에서, 10월에 여는 보은군 주최 제6회 노년철학 국제회의에서 심화・ 발전・ 공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교육개혁과 미래공창과 신문명론에 관한 인식조정이다.

인생 50년 시대에 마련된 교육론이나 사회복지와 같은 기본적인 제도・ 장치・ 정책은 인생 100년 시대에는 창조적인 기여・ 공헌・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누구나 태어나서 나이 들어 병도 나고 아픔도 겪으면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죽음에 이르는 가정을 50년 단위로 생각하는 것과 100년 단위로 생각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이제는 일찍이 아무도 경험한 적이 없는 아주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새로운 삶의 의미와 보람과 역할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것이 노년철학의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인생 50년 시대의 문명이 인생 100년 시대에도 그대로 인간과 사회와 세계의 향상・ 발전・ 진화에 미래공창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명개벽이 필요하지 않을까?



8월 31일 토요일

한국의 보은군이 주최하는 제6회 국제회의는 ‘노년철학과 미래공창: 새로운 과학기술과 미래공창과 새로운 문명’이라는 주제로 3세대─청소년세대와 중장년세대와 노숙년세대─사이의 함께 배움과 서로 가르침을 통해서 인생 100년 시대의 시대적・ 상황적 요청에 궁극적・ 적극적으로 기여・ 공헌・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11월에 개최 예정인 일본 시즈오카 현과 비교문명학회가 공동주최하고, 일본의 제1회 장수철학 국제회의에서의─장수철학과 비료문명─ 발제와도 연결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지속적인 사고발전을 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세 분의 발제자에게 제안했다.

김용환 교수: 장수철학과 문명의 대전환

김영미 시인: 로마와 경주에서 찾아오는 장수의 의미

원혜영 강사: 젠더(남녀)와 에이징(나이듦)



9월 1일 일요일

오후 4시에 김태정 교수와 그의 아들 김석철 강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지난 번 교토의 간사이 세미나 하우스에서 있었던 미래공창신문사 주최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에스의 김석철 강사의 발제강연이 훌륭했고 반응이 좋았던 것을 치하하고, 내상 때문에 참석치 못한 김태정 교수에게 자상한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한국에서 온 김영미 시인이 김석철 강사와 협력해서 일본의 와까(和歌)를 한국에로 번역해서 한국인에게 알리고, 한국 시를 일본어로 번역해서 일본인에게 알리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두 사람 사이에 합의를 아룬 것 같다는 것도 지적했다.

좋은 만남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치적으로는 1965년의 한일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에 있는 한일관계이지만, 뜻있는 시인들의 시적 상상력이 보다 바람직한 관계발저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뜻을 김태정 교수와 김석철 강사에게 전하고 격려했다.



9월 2일 월요일

어제부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오늘 새벽에는 격통 때문에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불 속에 누워 있으면 아픔이 더하여 일어났다. 일본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옆구리가 아파서 고생했는데, 그때도 누워 있으면 더 아파서 일어났었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를 찾아온 손님을 정중히 모시고, 나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옆구리가 아팠던 것은 오랫동안 계속된 나 자신의 잘못된 자세와 습관에 연유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었다. 그래서 자세와 습관의 교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무릎이 아픈 것은 무슨 까닭일까?

국제회의 참석자들이 야마모토 사장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오늘 새벽에 뜯어보았는데 야마모토 사장과 내가 함께 한국의 참가자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치토세기쿠(千歲菊)’라는 이름의 양갱을 보고 감회가 깊었다. 국화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데, ‘엔넹(延年), 치요미쿠사(千代見草), 요와이쿠사(齡草)’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여, 불로장수의 상징으로 귀하게 여겨져 왔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아달라는 야마모토 사장과 내가 정성을 담아서 마련한 선물이었다. 야마모토 사장과 나의 그러한 섬세하고 정성된 마음 씀이 참가자들에게 전해지고, 맛있게 자시고 오래 살아서 노년철학을 제대로 담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9월 3일 화요일

오전 11시, 우메다 기노쿠니야서점 앞에서 오구라 기조 교수와 야마모토 교시 사장을 만나, 곧장 요도바시카메라 6층의 중화식당에 가서 점심을 함께하면서 담화를 즐겼다.

아주 오래간만에 만났기에 나눌 이야기가 많았지만, 노년철학을 함께 정립해보자고 제안했고, 오구라 교수도 함께해보자고 응답했다. 마음이 든든했다. 오구라 교수의 대학원 수업에 참가하는 다국적 젊은 세대의 생각과 관점과 주장을 포함할 수 있으면 세대간 상화・상생・공복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참신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오늘의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의 대다수가 너무 정치적으로 이념화되고 양극화되어 있어서 정치이념이나 정권에 대한 편향에서 자유로운 철학대화운동을 함께 펴나갈 수 있는 젊은 동지를 찾기가 심히 어렵다.

나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은 문재인정권의 정치노선을 지지할 수 없다. 일본인 학자들과 한일간 철학대화를 통해서 바람직한 미래공창─gerontopia 건설─을 공동 실현시키려 하는 것이 진정한 보국(輔國)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일=애국・ 친일=매국을 표방하는 문재인정권과는 코드가 안 맞는다.



9월 4일 수요일

외국에 나와 있으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 자국에 있을 때보다 국가에 대한 관심과 생각을 더하게 된다. 나는 솔직히 대한민국에 대한 애착은 있으나 문재인에 대해서는 호감이나 존경이 생기지 않는다. 그가 조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다.

그래서 그가 최고통치자로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애착과 충성심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에 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대한민국은 내 조부모나 부모나 형제자매의 나라이기 때문만이 아니고, 내가 거기서 나서 자란 곳이어서만도 아니다. 역사나 전통이나 문화에 애착을 느껴서만도 아니다.

내가 나의 나라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고 거기에 충성심을 느끼고 나의 인간적 자기정체성의 근원으로 삼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나타나 있는 국가이념이─자유・ 법치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과 생명・ 인격의 존엄성・ 시장경제・ 개방적 국제주의─ 나의 신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9월 5일 목요일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보아도, 문재인정권의 정치노선을 지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내 나라의 대한 애착과 충성은 나의 조국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가 뽑은 대통령에 대한 애착과 충성을 포옹하는 것이 당연한데, 지금의 대한민국이 놓인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와 겨레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동반자들에 대한 반감과 저항을 포용하지 못해서 고뇌와 갈등이 심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은 대한민국 국민과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집권세력을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는 존재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유하는 바가 없고,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자기네들과 생각이 다르면 격렬하게 매도하고, 자기들과 같은 편이라고 여겨지면 무조건 감싼다. 문재인 편에 서는 것이 애국이고, 반대편에 서는 것이 매국인 모양인데, 그런 애국관을 나는 용인할 수가 없다.



9월 6일 금요일

왜 문재인과 그의 집권동반자들은 일본을 그토록 싫어할까? 나는 일본을 좋아하는데, 나의 대한민국 사랑과 일본사랑은 상호보완적이다. 나의 한국사랑은 일본 사랑으로 보완되고, 나의 일본사랑은 한국 사랑으로 보충된다. 나는 한국을 사랑하는 만큼 일본도 사랑한다.

나는 한국과 일본만 사랑하는 게 아니고 미국도 사랑한다. 한국은 내가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내 영혼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국가이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한다. 일본은 솔직히 나의 철학적 열정을 고스란히 불태울 수 있는 곳이었고, 지금도 철학 대화활동의 공도추진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끈질기게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조국인 일본을 그들과 함께 사랑한다.

미국은 나의 젊은 시절의 꿈을 마음껏 펼쳤던 곳일 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 선택했고 존자가 거기서 태어나서 자란 고장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사랑한다. 미국이 내세우는 국가이념도 공감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사랑한다.

2022/08/15

[이종철 서평]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읽고..'영성'보다 '샤먼'. - 내외신문

[이종철 서평]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읽고... - 내외신문
[이종철 서평]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읽고...
 이종철 철학박사 승인 2022.04.02


1. 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를 지금 막 다 읽었다. 출간되자 마자 화제에 올랐고, 일전에 오구라 기조의 <한국은 하나의 리이다. 리와 기로 해석한 한국사회>라는 책을 읽고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한 번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이 책을 번역한 이신철 선생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동료이고, 그가 책까지 한 권 보내 주어서 그 기회를 앞당길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책을 펼쳐 들고 중반 까지는 꼼꼼하게 읽었지만 뒤로 갈 수록 간략하게 스킵하다 보니까 대 여섯 시간만에 읽기는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은 다음 곰곰히 생각을 했다. 
  •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사상가들 뿐 아니라 어쩌면 한국인들이 쓴다 해도 거의 언급 조차 되지 않을 인물들까지 들춰내서 세밀하게 쓴 것이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엄청난 연구와 독서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 수준이나 성과 여부와 상관없이 조선의 사상사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과 그것을 학문적으로 표현해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이다. 
  • 다음으로 일본 학자가 이런 책을 쓰는 동안에 한국의 학자들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자괴심 마저 들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이 나왔을 때도 주로 호기심 많은 저널리스트들 만이 크고 작은 관심으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깊이 있는 서평을  써주었다. 정작 학문적으로 연관이 있는 학자들 중에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 기이한 느낌마저 주기도 했다. 아마도 학자적 양심이나 부끄러움 때문이거나 혹은 그 마저도 없이 한국의 학자들이 이제 공부도 안하고 문제의식도 갖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의심이 어느 정도 합리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도대체 한국의 학자들 -특히 인문학자들-은 두더지 처럼 자기 구멍만 팔 줄 알지 다른 학자들과 소통이나 논쟁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오구라 기조 교수의 책에 대해서도 똑같이 침묵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 지난 30여년 동안 연구자들의 수가 엄청 늘어났고 그 수준도 많이 높아졌지만 그저 논문 기계들처럼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사냥하는 일에만 관심갖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다른 학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도통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이 인문학자들의 현실이다. 만일 한국의 인문학계가 이런 학문적 무관심과 불통을 계속한다면 가뜩이나 인문학의 소외 현상을 넘어서 미래가 더욱 암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서평을 쓰면서 이런 푸념식의 비판부터 하는 나 자신의 마음도 편치는 못하다. 내가 한국학이나 한국철학을 전공하는 학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서평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렇다. 아무튼 이런 마음을 염두에 두면서 <조선 사상사>를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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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선의 사상사 전체를 통람한다는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의 분량을 많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단군신화에서 시작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부터 고려와 조선 그리고 조선말기 동학과 개화 사상, 식민지 시대의 사상과 북조선의 주체사상과 현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정치가들과 사상가들의 사상까지 기술하고 문학가들의 작품까지 빠짐없이 빼곡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런 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앞서도 이야기를 했듯 저자의 엄청난 독서외에도 수많은 사상들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파악해서 간단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필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본다면 오구라 기조 교수는 전작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보여주었듯 복잡한 현실과 사상을 단순화하는데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다 보면 필자와 같은 문외한도 신라의 원효와 의상, 고려의 지눌의 돈오점수의 불교, 조선의 태극논쟁, 사단칠정 논쟁, 인심도심 논쟁, 인물성 동이 논쟁 등 수많은 사상의 갈래들을 어렴풋하나마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저자의 명쾌한 설명과 간결한 문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은 비록 상세한 내용을 담지 않았더라도 조선 사상사 전체에 대한 소묘를 잘 해냈다는 점에서 빼어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자신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다른 이들에게 충분히 권할 만하다는 생각을 적지 아니 했다. 

3. 필자는 이 책 전체를 작은 지면에서 다 다룰 수는 없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저자가 강조한 입장이나 시각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언급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오구라 기조 교수는 이 책 모두에서 조선사상사의 특징이 무엇인가에 대해 일본과 비교해서 기술하고 있다
  • "일본 문화가 외부로부터 도래하는 문화에 대해 브리콜라주(수선)적인 포섭 방법을 취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 조선은 "외부로부터 도래한 사상이 기존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변을 추진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고려 시대에 불교가 사회 변혁을 시도했고, 조선에서는 주자학이 국가의 통치 이념이 되면서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꿨다. 이런 전통은 현대에 들어서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 공산주의라는 사상(주체사상)이 똑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 그런 맥락에서 일본과 다르게 조선에서 '사상의 혁명적인 정치적 역할'의 크기가 막대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오구라 교수는 이 책을 쓰면서 "순수성, 하이브리드성, 정보, 생명, 영성이라는 다섯가지 키워드"에 특별히 주목한다고 했다. 

조선(이때의 조선은 이성계가 개국한 특수한 의미의 조선이 아니라 단군 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을 일컫는 보편적 의미를 띠고 있다) 사상사를 개관한다보면 일본이나 중국의 사상사와 달리 '순수성을 둘러싼 격렬한 투쟁'이 강하게 드러나고, 이런 현상은 현대에 와서도 남조선과 북조선간의 이데롤로기 대립, 그리고 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진영논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사상의 순수성을 둘러싼 이러한 투쟁은 대개는 중화주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조선 사상의 독창성의 결여와 중국에 대한 종속성과 같은 비판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와는 달리 순수성에 대한 반대 축에는 불순성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선의 주자학이 지배하던 당시에도 양명학과 서학이 다른 사상으로 존재했고, 유불도 3교 내지 샤마니즘을 포함한 4교와 같은 혼연일체형의 '하이브리드 사상'이 조선사상을 특징지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 보듯 외래 사상의 유입을 차단하는 '정보의 컨트롤'이 지배적이었다. 16세기 말에 서양의 사상과 문물이 대거 동아시아로 밀려 들어 왔을 때 일본에서는 가톨릭 다이묘가 나오거나 남만 사상이 유행했지만 조선의 지배층은 철저하게 이런 정보를 통제했다. 사상의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이런 조치는 19세기 말 외래 사상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보여주는 '위정척사' 운동이나 대원군의 쇄국 정책, 더 나아가서는 북조선이 주체사상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사상의 유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데서도 잘 보여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전면적인 순수성의 추구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하이브리드성이 하나의 조선 속에 공존한다고 보는 것은 일종의 억지이거나 무리한 해석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아포리아(aporia)에 직면해서 오구라 교수의 해석의 장점이자 조선사상의 특별한 장점이 드러난다. 오구라 교수는 일견 상호 대립하는 순수성과 하이브리드성, 정보의 통제와 개방 간의 대립을 아우르고 넘어서는 정신의 현상조선에는 분명하게 있다고 한다. 

그는 이것을 '영성'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신라의 원효의 화쟁사상에서부터 퇴계의 이기호발설, 그리고 19세기 조선말 경주 지방에서 등장한 최제우의 불여기연과 동학 사상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구라 교수는 이것을 '영성의 네트워크'로 부르고, 이것이 "조선사상사 전체를 움직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까지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이런 주장을 특별히 뒷받침하기 위해 퇴계와 최제우의 사상적 연결을 경상도라는 특수한 유대까지 거론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오구라 교수는 이런 영성이 순수성을 둘러싼 유별난 투쟁사와 외래 사상 간의 다양성과 공존을 하나로 엮어줄 수 있는 특별한  지지대라고 보는 것이다. 

4. 그러면 마지막으로 오구라 교수의 이런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나의 생각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먼저 하나의 사상이 한 시대, 한 사회를 완전히 지배하고 개벽한다는 입장부터 보자.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특별히 종교적 심성이 강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종교적 의식 때문에 신리와 고려에서는 불교가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사회를 이끌었고, 조선에서는 성리학의 통치 이념을 제시했다. 
근대에 들어와서 새로 유입된 기독교가 유교를 대신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믿는 대표적인 종교가 되기도 했다. 
사실 기독교가 한국에서 이토록 대표적인 종교가 된 현상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한국인들의 유별난 종교의식 말고는 달리 설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의식의 지반 속에서 그것이 불교이든 유교이든 아니면 기독교이든 시대가 변화하면서 지배적인 이념(이데올로기) 역할을 해왔다고 할 것이다. 
만약 이처럼 종교에 대한 귀속 의식이 없다고 하면 어떤 하나의 절대적인 사상이나 종교에 의해 그 사회 전체를 이끌어가는 통치 이데올로기가 나올 수는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오구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조선은 외래 사상에 대해 일본이 자신들의 틀 속에서 수선하고 개량하는 태도 보다는 전면적으로 수용해서 지배 사상으로 만들고, 그것의 동력이 다한다면 새로운 피를 수혈하듯 새로운 사상으로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태도를 반복한다고 할 것이다. 때문에 오구라 교수의 일반화에 대해 한국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특별히 반박하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한 시대나 사회 안에서 대립적인 사상이나 종교 혹은 경향이 모순적으로 대립하면서도 그 사회를 파멸로 이끌지 않는 특별한 이유조선사상의 '영성'에서 찾는 오구라 교수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사실 '영성'이란 표현은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말도 아니고 계산적인 이성의 합리성 틀 내에서 파악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이러한 영성은 다분히 종교적 측면이 담겨 있고, 좀 더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감성과 이성을 넘어선 '정신'(Geist/sprit)의 측면에 가깝다

때문에 그것은 경험적이고 가시적인 영역을 넘어서려는 인간 정신의 초월성, 상호 대립하고 모순하는 것들을 아우르고 넘어설 수 있는 신비와 형이상학적 사유에 가깝다. 때문에 이런 영성은 사상사적으로 볼 때 장점도 있는 반면에 단점도 적지 않다. 굳이 서양철학의 칸트를 끌어들여 설명한다면 그것은 경험적 직관이나 과학적인 범주를 넘어선 형이상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이성 비판을 통해 이성의 필연적 지식이 가능한 영역과 그것을 넘어선 영역을 구분하고, 과학으로 종교를 재단하려 한다든지 아니면 종교를 가지고 과학을 지배하려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런 의미에서 영성은 인간 정신의 초월이자 종교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성을 과학의 세계 안에서 필연적으로 설명을 할 수는 없어도, 그것은 끊임없이 이성과 감성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그 세계 안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을 설명하고 그 세계 안으로 강력한 에네르기를 불어 넣을 수도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이나 종교적 부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영성 운동 같은 경우들이 그렇다.  어느 정도 신비주의의 영역에 맞닿아 있는 이런 영성이 조선사상사를 꿰뚫는 대립물의 화해와 통합의 정신에서 나타나서 끊임없이 사상의 활력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구라 교수가 영성을 강조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을 '영성'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익숙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영성'이란 말을 통해 오구라 교수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은 하지만 그것을 좀 더 한국인들의 의식 세계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언어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불교나 유교 그리고 현대의 기독교는 한국인들에게는 외래 사상이라고 볼 수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의 무의식 세계 저변에는 동아시아의 오랜 샤만 전통이 깔려 있다.    한국인들의 무의식 속에서 이런 샤만니즘은 외래 사상을 끌어 들여 그 속에서 용해하는 거대한 용광로의 불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와 기독교의 경우는 사먀니즘과의 친화성이 두드러져 나타나고, 엄격한 성리학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조선에서도 왕실 깊숙한 세계나 기층민중의 세계에서 샤마니즘의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오구라 기조 교수는 그것을 특별히 원효의 화쟁사상과 퇴계의 이발호발설, 그리고 최제우의 불연기연 사상에서 보듯 사상적인 대립을 넘어서는 초월적 정신의 수준과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맡바탕에 흐르는 면면한 정신은 동아시아의 샤먼적 전통 (최치원이 말한 풍월도)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영성'이란 표현보다 '샤먼'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상과 철학사 안으로 샤먼의 무의식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진저리를 칠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점도 모르지는 않다. 

오구라 기조 교수의 <조선사상사>를 주마간산 격으로 읽기는 했지만 느끼는 바는 컸다. 이렇게 생각거리를 많이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가 크다.이 책을 기점으로 한국의 학자들도 사상사와 철학사의 기술에 적극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동안 서양 사상을 수입하고 중국 사상을 반복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제 나라의 사상사를 일본 학자의 저술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학문적 자존심도 걸려 있고 학자의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은선 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ㅡ 이종철 서평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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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한국信연구소 오늘, 22.08.15(월) >
-8.15광복절에 오구라 기조 교수의 '조선사상사' 연구를 돌아보다-

어제 한국기독교협의회 한반도평화포럼 예배를 마치고 오늘은 다음주에 있는 한국양명학자 대회를 위한 글을 마무리하고자 앉아있는데, 77주년 8.15 광복절을 그냥 지나가기가 죄송해서 지난 6월에 있었던 한국헤겔학회에서의 오구라 기조 교수 책서평(이종철교수)에 대한 저의 토론문이 있어 여기 가져옵니다. 
한반도 포럼에서 만난 일본 거류민 교회 조영철 목사님과 박현숙 교수님과의 사진과 함께.

한국 헤겔학회 6월 월례 발표회, 22.06.18(토). 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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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교수님의 “오구라 기조 교수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와 『조선사상사』 논평”을 읽고>

1.
먼저 이런 기회를 통해서 이종철 교수님은 물론 헤겔학회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고 감사합니다. 헤겔학회야말로 일찍부터 ‘재세이화(在世理化)’, 리理(이성/정신)를 통해서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리매김하고, 규정짓고자 한 분에 대한 학회이니, 오늘 오구라 기조 교수가 그의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나 『조선사상사』를 가지고, 한국을 철저히 유교적 도덕 지향의 국가로 보면서 그 도덕 지향의 유교적 리理로 한국의 모든 것을 밝혀보려는 시도의 책을 다루는 것은 짐짓 마땅해 보입니다.
 
2.
그런데 사실 제가 맡은 역할의 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저는 지금까지 동아시아 유교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대화를 학문적 주제로 삼아오면서 거기서 특히 유교 문명을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듯이 좁은 민족국가적 개념에서 중국 한족(漢族)의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외래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과거 고대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 더 근원적인 그룹에 의해서 기원을 새롭게 볼 수 있고, 그 전개와 확장에서도 단지 중국인에 의해서 정리된 것 이상으로 고대 한국인을 비롯한 동북아 민중들의 토착적 삶과 깊이 연결되어 전개된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구라 교수도 이종철 교수님도 이러게 모두 제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보고자 하는 지금까지의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서 논의를 펼치기 때문에 저의 입장은 시작부터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나 저의 다름에 대한 논증은 오늘 짧은 논평이나 한 두 시간의 이야기로 언술 되기 어려우므로 일종의 벽 앞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3.
따라서 저의 논평은 어떤 잘 정리된 구조의 것이라기보다는 이종철 교수님이 쓰신 논평문의 페이지를 따라가면서 생각나는 질문, 논의, 비판점 등을 단편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먼저 첫 페이지에서 이 교수님은 오구라 교수가 한국을 유교적 ‘도덕 지향성’의 나라라고 보고 도덕을 명분으로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형세라고 한 것에 동의하시면서 “나는 한일 간의 징용공을 둘러싼 논쟁을 ‘근본주의 도덕과 극우 종족주의’의 싸움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라고 하셨는데, 그 내용을 우선 좀 더 알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이 문장에서 받은 첫인상이 한일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우익적인’ 견해를 밝히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구라 교수의 두 책이 물론 이 교수님이 지적하신 대로 한국 사람보다도 더 지대한 관심과 공부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꿰뚫고, 한국사상사 전체를 통사적으로 살펴본 것이라는 점에서 감사와 감탄을 불러온다는 것에 일면 동의합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체육선수도 도덕적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한국에서 경멸의 대상으로 사용하는 ‘놈’이 의미란 “자신보다도 도덕적으로 열등한 인간을 가리킨다”라고 하면서 일본인들과는 다른 한국인들의 도덕지향적 성격을 참으로 적나라하게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아직도 이 두 책을 읽으면 제일 거슬리는 것은, 그가 스스로 도덕 지향적이지 않다고 한 일본인이어서 그런지, 그럼에도 20세기의 한일병탄에 대해서까지 어떤 ‘불의’에 대한 감각도 없이, ‘사죄’의 마음도 없이 그냥 두 나라 사이의 일반적 관계의 일로 보는 것 같은 의혹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런 의혹이 들 때는 이러한 모든 그의 작업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왜곡과 침략으로 보이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가 이완용 등의 친일파도 “그 나름의 ‘리’가 있었다”라고 하면서 그것을 이해하면 “식민지 시대에 대한 시각도 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195쪽), 한국의 ‘민족주의’ 리를 지적하면서 그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내보이고,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도 “한국의 병합에 반대했던 이토를 암살한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없지만”이라고 평하면서 이 시기에 왜 “강력한 친일 단체가 생겨났고, ... 한일합병을 주장했는가 ... 감정론이 아니라 냉정한 학문적 분석이 필요” 하다고 한 언술(『조선사상사』, 226-227쪽) 등을 말합니다. 한국인으로서 이 교수님의 생각이 어떠신지 묻게 됩니다.
 
이 교수님은 두 번째 페이지에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천주교 박해, 대원군의 쇄국 정치, 오늘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모두 오구라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입장에서 “봉건적인 성리학적 이념의 다른 모습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뒤에서 스스로 “필자와 같은 문외한도”라는 말을 쓰실 정도로 한국사나 사상사, 유교사에 대해서 그렇게 탐구를 안 하셨다면, 어떤 근거로 그와 같은 일면적인 판단을 하시는지, 혹시 그것이야말로 오구라 교수도 많은 부분, 그리고 그 이전에 특히 일제강점 치하에서 식민주의 사가들에 의한 한국사 왜곡과 가치절하 기도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4.
이 교수님은 두 책에 대한 논평에서 제가 이전에 오구라 교수가 한국을 하나의 리 철학의 나라, 그것도 리를 ‘상승’과 성취에의 열망으로만 본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을 일면 적실한 것으로 보셨습니다. 당시 저는 그와 같은 비판을 하면서 오구라 교수가 지적하는 대로, 한국인들이 진정 강한 ‘도덕(理)’ 지향성의 사람이라면, 거기에는 단지 ‘상승’의 방향만이 아니라 ‘자기희생’, ‘비움’, ‘겸비’나 ‘인내’, ‘고통’ 등의 ‘하강’ 이야기가 있는데, 그가 그것은 돌아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구라 교수는 한국에서의 도덕 지향은 그것이 “도덕의 최고형태는, 도덕이 권력 및 부와 삼위일체가 된 상태라고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21쪽). 그러나 저는 그와 같은 오구라 교수의 규정이 진정 한국적 리 추구의 진면목, 즉 리와 기를 어떻게든 함께 하나로 이루어내고, 그래서 그것이 더 높은 리가 되도록 하는 의미의 ‘리기묘합(理氣妙合)’의 특성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그 리의 추구는 하강, 자기 비움, 겸비나 인내의 그것이 되어야 함을 보지 못한 것이고, 그것은 그가 한국인들의 리 추구가 단지 ‘도덕’이나 ‘철학’만이 아니라 ‘종교’이고 ‘영성’이며, ‘뜻’의 추구인 것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인선, 『세월호와 한국 여성신학-한나 아렌트와의 대화 속에서, 2018』, 「책을 내며」). 저는 그런 의미의 리 추구야말로 한국 사고의 진정한 고유성이라고 보면서, 그것을 또 다른 언어로 한국 유교의 ‘종교성(religiosity)’ 내지는 ‘영성(spirituality)’이라고 명했습니다. 오구라 교수가 보지 못한 것은 리 지향의 내용이나 방향성이고, 그것은 리 지향을 단지 하나의 ‘활동이나 운동(movement)’으로만 보는 것이지, 그것이 선하고, 좋고, 아름다운 내용을 가진 ‘행위(action)’라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최근에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렌트가 그녀의 『전체주의의 기원』을 쓸 때 독일 나치의 끊임없이 움직이는 ‘운동(movement)의 법’을 비판한 것이 생각났고, 오구라 교수도 한국인의 삶을 바로 그런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게 절하시키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5.
이 교수님은 그다음 책 『조선사상사』의 논평에서 오구라 교수가 “순수성, 하이브리드성, 정보, 생명, 영성”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조선사상사를 통찰하는 것에 주목하고, 특히 거기서 저자가 ‘영성’이라는 관점을 가져온 것에 여러 생각을 밝힙니다. 이 교수님도 지적했듯이 사실 순수성과 하이브리드성의 서로 상반되는 것을 동시에 가져와서 그것을 조선사상사의 특징으로 본 것은 “일종의 억지이거나 무리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오구라 교수가 그 전 단계에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한국 사상의 리기지묘적 특성을 나름으로 다시 파악한 것의 표현일 수 있다고 여깁니다. 

앞 책에서의 리 일원적 사고를 리기불이적(不二的) 사고로 수정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일본과의 비교에서 한국 사상을 외부로부터 도래한 것이 기존의 것을 전면적으로 개변하고 부정하는 순수성의 추구 차원에 더 집중하여 보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축소지향적 일본이라는 말도 있지만, 오늘 지구상의 나라 중에서 한국만큼 지구라는 생명체에서 인류가 가꾼 제 종교들이 다양하게 현시적으로 역동하고 살아 역할 하는 곳이 없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사상은 항상 다시 근원의 순수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높은 하이브리드성을 지닌, 즉 지극히 이기묘합적이고, 그 리기묘합의 종교성과 영성이 궁극적으로 ‘생명’을 위한 것으로 표현되는 곳이 아닌가 저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전세계를 휘감고 있는 K-문화 한류의 바람이 그 한 증거라고 여기고, 여기서 저는 한국 사상의 종교성과 여성적 통합성, 실천성을 주장합니다(이은선, “한류와 유교 전통 그리고 한국 여성의 살림영성”,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2016』, 55-84쪽).
 
6.
다시 반복하면 저는 오구라 교수가 리의 추구를 단지 ‘철학’이나 ‘도덕’, ‘상승’이나 성취의 차원에서만 보는 것을 넘어서 한국 사상의 흐름 속에 내재하는 ‘종교성’과 ‘영성’, ‘뜻’의 차원을 보고자 합니다. 그것을 유교 성리학적 언어로는 ‘리기묘합’의 추구로 표현할 수 있지만 여러 다양한 이름으로 언술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전통의 언어로 仙, 道, 易이나 空, 또는 이제 우리에게 또 하나의 종교 전통이 된 기독교의 인격적 하나님이나 그리스도 신앙 등으로 표현되면서 어떻게든 이 세상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그것을 넘어서는, 또는 변화시키는 이상의 초월과 뜻이 있으며, 그러한 궁극 내지는 근원의 심연과 현상의 불이성(不二性)을 놓지 않으려는 추구로 봅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탈형이상학의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 세상의 심연성과 궁극성, 초월성(life, 理)을 다원성(plurality, 氣) 속에서 마련하고자 하는 고투에서 “聖(거룩)의 평범성의 확대”라는 말로도 표현했고, “차이의 어두운 심연(the dark background of difference)”이라는 말도 좋아합니다. 이렇게 성(聖, the sacred)과 속(俗, the profane)을 어떻게든 함께 연결하려는 추구가 한국사의 전개 속에서 비록 겉모습의 종교 형태는 다르지만, 특히 한국 여성들의 종교적 삶과 영적 추구에서 지속적으로 표현되어왔다고 보았습니다(이은선,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한국 유교의 종교적 성찰과 여성주의, 2009』).

이 교수님도 지적하신 샤머니즘(무교)을 포함해서 불교, 유교, 동학, 기독교, 오늘날의 탈종교적인 페미니즘의 추구도 그러한 시각에서 탐색하고 있는 저로서는 그래서 이 교수님이 “일본 학자가 이런 책을 쓰는 동안에 한국의 학자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자괴심마저 들기도 한다” 등의 언어에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한국 사상의 고유성을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교수님이 지적하시는 “학자적 양심이나 부끄러움”, “학문적 무관심과 불통” 등의 질책을 들으면 과연 그렇게 말하는 분이 우리들의 연구를 인지했고, 살펴보았나 되묻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구라 교수의 이 책들은 원래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 너무도 얕은 지식과 여전히 혐오적인 생각하는 일본 대중들을 위해서였습니다. 그것이 역수입되어 번역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학자들이 보기에 일천한 측면이 많이 있고,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책의 저자조차도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마음을 잘 모르고, 여전히 오늘 남한과 북한이 분단으로 동시에 겪고 있는 이 고통이 그들로 인한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오구라 교수의 단어 선택이나 틈틈이 드러나는 뉘앙스조차도 거슬리는 것이 많습니다.
 
7.
하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오늘 탈종교와 탈 형이상학의 시대에 다시 ‘도덕’을 말하고, ‘철학’을 말하며, ‘영성’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고맙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일본인에 의한 것이라면 앞에서 지적한 여러 한계와 왜곡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도 감사하고 감탄합니다.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오구라 교수가 저의 앞선 시기부터의 한국 여성종교사 탐구와 한국사상사 관점도 알아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가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영성’ 개념과 관련해서 저작권 운운할 정도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는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가 ‘일본적 영성’을 말했다고 하면서 거기서 ‘조선적 영성’이라는 표현을 얻었다고 합니다(『조선사상사』, 20쪽). 아무튼, 이런 교수님의 비판과 지적, 오구라 기조 교수의 두 책을 계기로 저와 같은 학자가 더욱 분발해서 한국사상사의 맥을 살피는 작업을 더 정교히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면 그 또한 좋은 성과와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이종철 교수님의 노고와 열정, 애정 어린 비판을 잘 경청하여 새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3You, Sunghwan Jo and 21 others



Jong Cheol Lee

이은선 교수님, 훌륭한 논평 감사했습니다.



Reply
3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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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5

알라딘: 조선사상사 - 단군신화부터 21세기 거리의 철학까지, 오구라 기조

알라딘: 조선사상사

조선사상사 - 단군신화부터 21세기 거리의 철학까지 
오구라 기조
(지은이),이신철 (옮긴이)
길(도서출판)2022-03-21



368쪽

책소개

한국에 유학해 한국철학을 전공한 일본 학자에 쓰인 ‘조선(한국)사상사’이다. 기본 축은 사상사이지만 단군신화 시기부터 21세기 거리의 철학까지의 정치사와 문학사도 함께 다루고 있어 전체적인 사상의 지형도를 그려 보이는 데에 역점을 두었다.

더욱이 비록 교양서를 표방했기에 입문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이렇게 통사의 형식으로 쓰인 우리 사상사가 없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번역자의 말대로 “‘조선(한국)사상사’가 우리의 사상사인 한에서 일종의 충격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5

제1장 조선사상사 총론
1. ‘조선’의 사상사라는 것 13
조선이란 13 / 조선의 호칭 14
2. 조선사상사의 특징 15
혁명인가 브리콜라주인가 15 / 순수성, 하이브리드성, 정보, 생명, 영성 16 / 조선적 영성의 네트워크 20

제2장 신화 및 ‘고층’(古層)
1. 단군신화 23
‘단일민족’과 단군 23 / 『삼국유사』에서의 단군 25 / 단군신화의 사상적 성격 26 / 홍익인간: 단군신화의 요소 ① 27 / 곰: 단군신화의 요소 29 / 수직성과 남성 중심성: 단군신화의 요소 ③ 30 / 천부(天府): 신화로부터 위서(僞書)로 31 / 단군신화의 성격 32
2. 그 밖의 신화 및 전설 33
시조 전설과 난생 33 / 동물 혼인 34
3. ‘고층’ 또는 ‘기층’의 문제 35
‘고층’은 있는가 35 / ‘고층’의 언설: ‘풍류’를 둘러싸고 36 / ‘북’(北)의 우위 38 / 근대에서 ‘고층’의 발견, 창조 39

제3장 고구려, 백제, 신라
1. 삼국 시대 이전: 고조선, 한사군, 삼한 41
기자 조선 41 / 위씨 조선(위만 조선) 44 / 한사군 44 / 삼한: 마한, 진한, 변한 46
2. 고구려 47
고구려의 약사(略史) 47 / 고구려의 문화, 제천 의례 49 / 고구려의 불교 50 / 고구려의 유교, 도교, 풍수사상 51 / 고구려의 문학, 예능 52
3. 백제 53
백제의 약사 53 / 백제의 문화 55 / 백제의 불교 55 / 백제의 문학 56 / 백제의 예능 57
4. 신라의 약사(略史)와 문화 58
신라의 약사 58 / 통일 신라의 약사 60 / 신라의 문화 63
5. 신라의 불교 65
불교의 융성 65 / 원광과 ‘세속오계’ 68 / 원효 68 / ‘화쟁’과 ‘회통’ 70 / ‘이변비중’ 71 / 철학사에서 원효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74 / 의상 75 / 이(理)철학의 시원 77 / 화엄사상 78 / 불교의 변천, 선(禪)의 유입 79 / 아미타 신앙, 미륵 신앙 80
6. 신라의 불교 이외의 사상 82
화랑의 사상 82 / 최치원, 설총 85 / 풍수지리 86
7. 신라의 문학과 예능 87
향찰: 신라어의 표기 방법 87 / 신라의 예능 88

제4장 고려
1. 약사와 문화 91
약사 91 / 문화 94
2. 불교 97
고려 시대 불교의 특징 97 / 종파 98 / 균여 99 / 의천 100 / 지눌 102 / 지눌의 철학 104
3. 불교 이외의 사상과 문학 105
고려 시대의 유교와 풍수지리 사상 105 / 시가 107

제5장 조선 시대 1: 주자학(성리학)
1. 약사(略史) 109
조선 건국과 외적의 내습 109 / 후기로부터 말기로 111
2. 주자학(성리학)의 수용과 도입 113
고려, 조선 교대기의 사상 113 / 포은 정몽주와 삼봉 정도전 113
3. 사림파의 대두와 사화 116
사대부의 분열: 사림파와 훈구파 116 / 절의 문제와 사육신, 생육신 118 / 사화 119 / 자치주의와 조광조 120 / 이언적과 태극 논쟁 121 / 성리학의 이(理) 123

4. 서경덕과 그 계통 127
화담 서경덕: 선천과 후천 127 / 기(氣)철학 129 / 서경덕의 계통 130
5. 이퇴계와 그 계통 131
퇴계 이황 131 / 사단칠정 논쟁 132 / 이발, 이동, 이도 136 / 이퇴계의 계통 139
6. 이율곡과 그 계통 140
율곡 이이 140 / ‘주리파’와 ‘주기파’ 141 / 이율곡의 견해 142 / 이율곡의 계통 144
7. 당쟁과 노론 패러다임 145
당파의 분립 145 / 예론 146 / 예론에 대한 해석 147 / 노론 패러다임과 조선형 중화사상 148 / 사람과 동물의 본성을 둘러싼 논쟁 149 / 인물성동이론의 의미 152


제6장 조선 시대 2: ‘실학’, 양명학, 유교 이외의 사상
1. 이른바 ‘실학’ 155
‘실학’이란 무엇인가 155 / ‘실학’의 분류 157 / ‘실학’과 영성 159 / 지봉 이수광과 반계 유형원 160 / 성호 이익 161 / 성호학파 163 / 청담 이중환과 다산 정약용 164 / 북학파 165 / 담헌 홍대용 166 / 연암 박지원 167 / 초정 박제가 169 / 추사 김정희와 혜강 최한기 172 / 그 밖의 ‘실학’자들 174
2. 양명학 175
조선의 양명학 175 / 누가 양명학자인가 177 / 양명학과 ‘실학’ 177
3. 불교 178
억압당한 불교 178 / 서산대사(휴정)와 사명당(유정) 181 / 백파선사(긍선) 183 / 초의 183
4. 도교 및 예언사상, 샤머니즘 184
수도의 선정과 예언사상 184 / 무조(巫祖) 전설 184 / 사람이 죽는 장면: 사머니즘의 관점에서 186

5. 그리스도교 188
천주교의 수용 188 / 천주교에 대한 탄압 190 / 개신교(프로테스탄트)의 유입 191
6. 훈민정음과 문학 192
세종과 집현전 192 / 훈민정음의 사상 192 / 「용비어천가」 194 / 소설 194 / 가사와 시조 196 / 파격 197 / 예능과 문학 198

제7장 조선 말기 및 대한제국
1. 약사 201
19세기란 201 / 약사 202
2. 위정척사사상 204
양이사상 204 / 화서 이항로 205 / 노사 기정진 207 / 흥선대원군 208 / 면암 최익현 208
3. 동학 210
수운 최제우 210 / 최제우의 말 213 / 주문 215 / 불연기연 217 / 동학의 의미 218 / 해월 최시형 219 / 최시형의 말 220 / 한국과 북조선에서의 동학 평가 222 / 갑오동학농민전쟁, 동학에서 천도교로 223

4. 개화사상, 애국계몽사상, 동양연대론 등 224
개화사상 224 / 독립협회와 애국계몽사상 225 / 동양연대론 225 / 친일파 및 친일 단체 227
5. 종교 227
불교 227 / 그리스도교 229 / 신흥종교 230

제8장 병합 식민지 시기
1. 약사와 문화 233
조슈(長州)의 역할 233 / 약사 235 /
병합 식민지의 성격 237 / 문화 239 / 인간관 241
2. 일본에 대한 저항, 독립사상 242
독립선언서 242 / 애국계몽사상 245 / 박은식 246 / 장지연 250 / 신채호와 안창호 251 / 민족주의와
마르크스주의 252 / 독립운동가와 민족개조론의 중요 인물 252
3. 친일사상 253
친일이라는 행위: 이완용 253 / 중국에 대한 눈길 254
4. 새로운 사조 255
손병희와 천도교, 이돈화 255 / 문화론 257 / 문일평과 최남선 258
5. 종교 261
일본의 종교 정책 261 / 일본에 의한 조선 불교에 대한 침투와 저항 262 / 한용운 263 / 불교 266 / 그리스도교 266 / 신흥종교 267
6. 문학 267
문학 267 / 몇 사람의 문학가 269


제9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1. 약사 275
북조선의 기원과 국가, 체계의 성격 275 / 북조선의 핵심 사상과 역사관 278 / 1940~80년대 279 / 1990~2010년대 281
2. 정치가, 사상가들 283
김일성 283 / 박헌영 284 / 허가이, 김두봉, 최창익, 박창옥 285 / 김정일 286 / 김정은 287
3. 주체사상 289
불멸의 주체사상과 그 맹아 289 / ‘주체’의 등장: 1955년의 연설 290 / 자주, 자립, 자위: 1960년대 291 / 헌법과 주체사상 292 /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293 / 주체사상의 내용 ①: 자주성 297 / 주체사상의 내용 ②: 창조성 296 / 주체사상의 내용 ③: 의식성 297 / 주체사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301

4. 혁명사상 302
친일파 청산 302 / 한국전쟁의 기원 303 / 천리마 운동과 청산리 방법 305 / 고난의 행군과 선군사상 305 / 김일성, 김정일주의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306

제10장 대한민국
1. 약사 309
대한민국의 기원 309 / 1945~80년대 310 / 1990~2010년대 313
2. 정치가들 314
이승만 314 / 김구 315 / 박정희 316 / 전두환, 노태우 317 / 김영삼 318 / 김대중 319 / 노무현 320 / 이명박 321 / 박근혜 322
3. 시대사상의 조류 322
민주, 민족, 민중 322 / 좌파사상 324 / 통일사상 325 / 선민사상 325 / 병합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326
4. 사상가들 330
유영모 330 / 함석헌 331 / 박종홍 332 / 김지하 324 / 이어령과 김용옥 337 / 지성인 338 / 현대의 철학과 사상 338 /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 339

5. 종교 341
불교의 생명력 341 / 돈오점수와 돈오돈수 341 / 사회 속의 불교 343 / 그리스도교 345 / 사회 속의 그리스도교 346 / 샤머니즘 350
6. 문학 351
문학의 어려움 351 / 시 352 / 소설 353

후기 355
옮긴이의 말 359
참고문헌 365
찾아보기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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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22년 3월 25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오구라 기조 (小倉紀藏) (지은이)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 대학 독일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이후 광고회사에 근무하다가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로 유학을 와서 8년 동안 한국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교토 대학 대학원 인간·환경학연구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일본의 혐한파는 무엇을 주장하는가』(제이앤씨, 2015), 『새로 읽는 논어』(교유서가, 2016),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리(理)와 기(氣)로 해석한 한국사회』(모시는사람들, 2017)를 비롯해 『입문 주자학과 양명학』(2012), 『주자학화하는 일본 근대』(2012), 『군도의 문명과 대륙의 문명』(2020), 『한국의 행동원리』(2021)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조선사상사>,<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새로 읽는 논어> … 총 4종 (모두보기)

이신철 (옮긴이)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진리를 찾아서』(공저, 철학과현실사, 2000), 『논리학』(공저, 시대정신, 2010), 『철학의 시대』(공저, 해냄, 2013)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학문론 또는 이른바 철학의 개념에 관하여』(피히테, 철학과현실사, 2005), 『객관적 관념론과 근거짓기』(비토리오 회슬레, 에코리브르, 2005), 『신화철학』(전2권, 공역, 프리드리히 셸링, 나남출판, 2009), 『그리스 철학과 신』(로이 케니스 해크, 도서출판 b, 2011), 『헤겔』(프레더릭 바이저, 도서출판 b, 2012), 『유대 국가』(테오도르 헤르츨, 도서출판 b, 2012), 『헤겔의 서문들』(헤겔, 도서출판 b, 2013),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하세가와 히로시, 도서출판 b, 2013), 『트랜스크리틱』(가라타니 고진, 도서출판 b, 2013),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비토리오 회슬레, 도서출판 b, 2014), 『헤겔과 그의 시대』(곤자 다케시, 도서출판 b, 2014), 『독일철학사: 독일 정신은 존재하는가』(비토리오 회슬레, 에코리브르, 2015), 『헤겔 이후: 독일 철학 1840~1900』(프레더릭 바이저, 도서출판 b, 2016), 『이성의 운명: 칸트에서 피히테까지의 독일 철학』(프레더릭 바이저, 도서출판 b, 2018), 『헤겔의 이성, 국가, 역사』(곤자 다케시, 도서출판 b, 2019), 『헤겔 『논리의 학』 입문』(한스 라데마커, 도서출판 b, 2019), 『제국적 생활양식을 넘어서』(울리히 브란트 외, 에코리브르, 2020), 『미래 가능성: 무능력의 시대와 가능성의 지평』(프랑코 ‘비코’ 베라르디, 에코리브르, 2021), 『탈원전의 철학』(사토 요시유키 외, 도서출판 b, 2021) 등을 비롯해 방대한 분량의 ‘현대철학사전 시리즈’(전5권)로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 『니체사전』, 『현상학사전』을 ‘도서출판 b’에서 펴냈다. 접기


최근작 : <철학의 시대>,<논리학>,<역사 속의 인간> … 총 39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아직까지 국내 학자에 의해 뚜렷한 성과가 없는 분야에서 외국 학자에 의해 쓰인 우리 사상사
이 책은 한국에 유학해 한국철학을 전공한 일본 학자에 쓰인 ‘조선(한국)사상사’이다. 기본 축은 사상사이지만 단군신화 시기부터 21세기 거리의 철학까지의 정치사와 문학사도 함께 다루고 있어 전체적인 사상의 지형도를 그려 보이는 데에 역점을 두었다. 더욱이 비록 교양서를 표방했기에 입문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손에 의해 이렇게 통사의 형식으로 쓰인 우리 사상사가 없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번역자의 말대로 “‘조선(한국)사상사’가 우리의 사상사인 한에서 일종의 충격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오구라 기조는 이미 국내에 여러 책이 번역되어 잘 알려져 있기도 한데, 특히나 그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리(理)와 기(氣)로 해석한 한국 사회』(모시는사람들, 2017)에서 한국이 어째서 ‘도덕 지향적’인 유교적 사회인지를 한국인의 ‘이’(理) 지향성 ― 물론 그가 그것을 일방적으로 ‘이’로 환원해서 설명하는 것은 아닌바, ‘이’와 ‘기’의 상호 역동성 속에서 찾고 있기는 하다 ― 에 찾기도 한 바 있다.

조선(한국)사상사의 가장 큰 특성은 ‘사상의 순수성’을 둘러싼 격렬한 투쟁, 그 저류에는 영성(靈性)!
저자는 조선사상사의 특질을 무엇보다도 ‘사상의 순수성’을 둘러싼 격렬한 투쟁이 되풀이되어 전개되었다는 데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상투쟁은 정치투쟁과 직결되어 전개되었는데, 이러한 양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조선 시대의 성리학과 해방 후의 한국과 북한에서 전개된 이데올로기라고 그는 주장한다. 이러한 사상의 순수성을 둘러싼 투쟁은 순수성, 하이브리드성, 정보, 생명, 영성(靈性)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볼 수 있는데,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조선사상사’의 움직임을 순수 지향성과 다른 다양한 사상들과의 만남 속에서 벌어지는 사상의 향연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요소들을 꿰뚫고 있는 것은 ‘영성’인데, 그가 보기에 이러한 영성은 “지성으로도 이성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정신의 현상” ― 그가 직접적으로 이 ‘영성’의 예로 드는 것은 원효와 화랑으로부터 이퇴계를 거쳐 최제우에 이르는 경주나 영남 지방에서의 “하늘과 사람은 같다”라는 영적 세계관인데, 이는 “조선사상사 전체를 움직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동력”을 이룬다고 한다 ― 이라고 말함으로써 다분히 비논리적, 비합리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치명적 한계, 안병직과 이영훈 식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동조

이와 같이 나름 조선사상사를 핵심적인 키워드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지형도를 그려봄으로써 그 특질을 규명한 것은 비록 입문서 내지 교양서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논란의 여지를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 특히 그는 일제 식민지 시기 ― 그는 이를 ‘병합 식민지’ 시기라고 칭한다 ― 에 대한 평가에서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논란의 여지가 많다
  • 그는 교묘한 구분법 ― 이 책 237~39쪽 참조 ― 을 통해 일본과 조선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탈과 폭력적 지배만을 했다고 하는 것처럼 역사를 그리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모독임과 동시에, 역사를 살아간 조선인에 대한 멸시”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 그러면서 그는 수탈과 폭력적 지배만을 했다면, 왜 이 시기에 친일적인 조선인이 그 정도로 많이 출현했는지가 설명될 수 없다고까지 한다. 
  •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인식은 “전후에 만들어진 허상”이라고까지 한다. 
  • 국내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고 있는 안병직이나 이영훈의 논리 ― 이들의 논리와 한계를 326~28쪽에 걸쳐 “병합 식민지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 와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 물론 그는 이 시기의 독립운동과 그 사상적 조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식민지 근대화론 입장에서 이 시기를 조망함으로써 근본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인상적인 부분, 한국 현대 철학의 약동성을 일본 철학자들과 비교하다

끝으로 한국 현대 철학자들의 특장점을 일본 철학자들과 비교해 놓은 부분은, 비록 상세한 서술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독특하게 보이는 지점이다. 즉 “김상봉은 독일에서 칸트 철학을 공부했고, 이기상은 독일에서 하이데거 철학을 공부했다. 일본의 철학 연구자는 칸트나 하이데거를 공부하더라도 현실 문제와 격렬하게 대결하는 실천자가 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 철학의 실천적 생명력이 강인함을 실감한다. 히로마쓰 와타루(廣松涉) 사후의 일본 철학은 한국의 현대 철학에 비하면 현실과 대결하는 힘이 너무 약하다.”이런 점에서 그가 조선사상사의 한 특질로 약동성과 정태성의 두 측면을 공히 봐야함을 강조한 것은 두 나라의 현대 철학을 비교해본 관점에서도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한국사상사 꿰뚫고 흐르는 ‘영성의 힘’ [오구라, 조선사상사]고명섭 2022

한국사상사 꿰뚫고 흐르는 ‘영성의 힘’:
한국사상사 꿰뚫고 흐르는 ‘영성의 힘’

고명섭 한겨레 기자 
2022.03.25. 
 제공: 한겨레

조선사상사: 단군신화부터 21세기 거리의 철학까지
오구라 기조 지음, 이신철 옮김 l 길 l 2만8000원

일본의 한국철학 연구자 오구라 기조(63) 교토대 교수가 쓴 <조선사상사
>는 외부인의 눈에 비친 한국사상사의 풍경을 조감할 수 있는 책이다. 도쿄대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지은이는 1988년부터 서울대 대학원에서 8년 동안 한국철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 > 는 한국사상사 전체를 아우르는 통사다.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조선’은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한반도 전체 문명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전근대 사상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사상, 해방 뒤 남북의 사상, 21세기 ‘거리의 철학’까지 등장한다. 더구나 이 책은 사상사의 중심인 종교·철학 사상 말고도 신화·정치·문화 전반에 담긴 사상까지 탐사하는데, 이렇게 조선사상사 전체를 아우르는 책은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도 없을 것이라고 지은이는 자부한다. 이 책은 한국사상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일종의 입문서다. 그래서 지은이는 학계의 정설을 중심으로 하여 객관적 사실을 서술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조선사상사를 보는 지은이의 독특한 관점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 관점이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볼 만한 것으로 만든다.

지은이의 관점이 가장 분명히 나타난 곳이 제1장 ‘조선사상사 총론’이다. 
  • 여기서 지은이는 조선사상사 전체를 아우르는 열쇳말로 ‘순수성’을 든다. 순수성이야말로 일본사상사나 중국사상사와 다른 조선사상사만의 특징을 이룬다. 
  • 이를테면 일본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상을 브리콜라주(짜깁기) 방식으로 포섭하는 양상이 강한 데 반해, 조선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온 사상이 기존 체제를 전면적으로 변혁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려 말기 주자학의 도래나 20세기 서양 사상의 유입을 보면 그런 성격이 분명히 감지된다. 
  • 지은이는 이런 순수성 추구가 지정학적 안전보장 욕구와 연관이 있다고 해석한다. 사상의 순수성을 지킴으로써 중국과 외세에 대항한다는 무의식적 사고가 사상사 바탕에 깔려 있다는 진단이다.

조선사상사의 두 번째 특징은 혼종성(하이브리드성)이다. 
  • 혼종성은 순수성이라는 기본 축에 맞서는 일종의 대항 축이다. 사상의 순수성을 지킨다고 해서 다른 사상이 모두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테면 주자학이 지배적 사상일 때에도 서학이나 양명학이 대항 축으로 존재했으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 이전에는 유·불·도 3교가 공존했다. ‘순수성 속의 불순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조선사상의 특징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 그런데 논의를 사상의 순수성으로 좁히면, 한국사상사에서 이 사상의 순수성은 일정한 사이클을 그린다. 다시 말해, 사상이 순수성 획득을 지향하여 격렬하게 운동할 때에는 사회 전체가 생명력으로 약동하고, 이어 그 사상이 지배적 지위를 획득하면 서서히 정보가 통제되고 사상의 부정적 성격이 강해진다. 마지막에 공동체 전체의 생명력이 소진하면 어느 순간 새로운 사상이 일어나 혁명적 변화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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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대목에서 지은이가 주목하는 것이 ‘영성’이다. 
  • 영성이야말로 순수성의 사이클을 관류하는 조선사상사의 진정한 특징이다. 
  • “순수성을 획득하고자 운동하고 있을 때도,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을 때도, 순수성이 퇴락해가는 과정에서도 조선의 사상은 두드러지게 영성을 띤다.” 

이 영성은 “지성으로도 이성으로도 감성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정신 현상”이기에 영성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그 영성은 새로운 사상과 함께 거대하게 약동하며 정치사회적 변혁의 힘을 분출한다. 이때 영성은 기존의 모든 사상을 아우르는 어떤 회통의 정신을 가리킨다. 

‘영성의 눈’으로 서로 대립하는 사상의 차이를 넘어 전체를 꿰뚫어보고 통합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런 영성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 경우로 신라 원효의 불교 사상과 조선 퇴계의 성리학 사상 그리고 수운 최제우의 동학 사상을 거론한다.

원효의 사상은 지은이가 말하는 영성의 표본과도 같다. 원효는 <...>

에서 불교의 여러 종파의 다툼을 넘어서는 ‘화쟁’과 ‘회통’의 논리를 설파했다. 이 화쟁과 회통은 ‘유식’과 ‘중론’과 ‘화엄’을 포함한 모든 불교 학설을 아우르고 종합한다. “아마도 이런 종합성과 포월성이야말로 해동 불교의 최고의 영성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런 포월성은 퇴계의 성리학에서도 발견된다. 퇴계의 성리학은 ‘이기호발설’로 압축되는데, 핵심은 만물을 주재하는 원리인 ‘이’(理)가 ‘기’(氣)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지은이는 퇴계가 ‘이’의 능동성을 강조함으로써 영성의 경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이’가 ‘나’라는 주체를 덮침으로써 일종의 영성적인 힘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셈이다
바로 이 영성적인 ‘이’를 통해 퇴계는 ‘표면상 주자학만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도가와 불교와 양명학을 포괄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나아가 지은이는 원효와 퇴계의 영성이 수운 최제우의 동학 사상에서 종합됐다고 본다. 수운의 아버지 최옥은 퇴계 학맥을 이은 경주의 선비였고 그 아버지를 통해 퇴계 사상이 수운으로 흘러들었다. 말하자면 수운은 ‘퇴계 좌파’였다. 또 원효의 회통 정신은 유교·불교·도교에 서학과 샤머니즘까지 아우르는 동학의 포용 정신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동학은 계급 질서를 깨부수고 제국주의의 침탈에 항거한다는 변혁의 방향성을 19세기 다른 어떤 동아시아 사상보다 선명하게 제시했다. 동학의 영성적 힘은 20세기 한국사상사의 저류가 됐다. 지은이는 동학의 영성이 분출한 사건으로 일제의 침략주의·강권주의에 맞서 조선 민중의 뜻을 표출한 1919년의 ‘3·1독립선언서’를 든다. “이 선언문은 감성과 지성과 이성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그것들을 포월하는 영성으로 쓰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오늘날의 일본인도 이 ‘독립선언서’의 숭고한 정신을 영성 차원에서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지은이는 이 영성이 21세기 오늘의 한국사상에까지 흐르고 있다고 말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2022/03/05

임건순 "한국은 하나의 무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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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투고용 글입니다.
제목 : "한국은 하나의 무속이다"

오구라 기조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책에서 유교국가 한국을 도덕쟁탈전을 벌이는 사회라고 말했다, 늘 화려한 도덕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라고 말했는데 누구든 도덕을 쟁취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필사적으로 내가 도덕적인 인간이고 내가 속한 집단의 도덕성을 자기 선전한다는 것이다.

왜 도덕을 선점하려고 하고 거머쥐려고 하는 것일까? 오구라기조는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권력과 부가 저절로 굴러들어온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교국가 한국은 실제 도덕에서 권력이 창출되는 사회다. 공자는 군자만이 정치를 해야한다고 했고 유덕자만이 정치권력을 행사해야한다고 했는데 유교국가인 한국은 도덕을 선점하는 순간 권력까지 거머쥐고 부유함까지 향유한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도덕쟁탈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도덕만 가지고 쟁탈전을 벌이지 않는다. 망자와 귀신을 가지고도 쟁탈전을 벌인다. 한국은 유교국가이지만 무속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 표층은 유교지만 심층은 무속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와 의식은 무속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자 유교란 무엇이고 무속이란 무엇인가? 덕 있는 자가 권력을 가져야한다는 게임이라면 무속은 망자를 대변하고 대신하는 자가 권력을 가지는 게임이다

유교는 인과 불인, 군자와 소인으로 세상을 설명한다. 어진자, 군자가 권력을 잡아야하고 어질지 못한 자, 소인은 정치판에서 퇴출 당해야한다. 오직 군자만이 정치를 하라는 것인데
무속은 원怨과 한恨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유교에서 문제는 모두 덕이 없는 자가 정치를 하는데에서 권력자의 부덕함에서 비롯된다, 모든 것을 도덕으로 특히 위정자의 도덕으로 환원시키는데 무속은 한과 원으로 문제를 다 환원시킨다, 한과 원을 품고 죽은 귀신과 망자의 존재로 인해 현실의 문제가 생기며 공동체구성원들이 고통 받는다고 주장하는게 무속이라는 종교, 세계관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항상 원과 한을 품은 망자와 귀신이 존재해서 현실이 문제가 생기고 그 망자와 귀신의 한을 치성과 굿이라는 퍼포먼스로 풀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데 결국 권력은 망자와 귀신을 대리, 대변하고 그 대상과 접신이 가능한 사람이 쥐게 된다. 유교에서는 유덕자, 군자라는 존재가 권력을 쥐게 되는데 무속에서는 접신이 가능하고 접신을 통해 망자와 망자의 한을 대변하는 이가 권력을 접수하는 것이다. 그게 무속이고 한국사회 정치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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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현상을 논할 때 유교만으로 설명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한국은 유교국가이면서도 무속국가이다. 그리고 정치현상에서 정치인들이 몰래 굿을 하거나 역술인을 만나 조언을 받고 묘자리를 옮기는 행동만 가지고 한국정치에서 무속이라는 현상을 특정할 수 있는가? 역시나 그렇지 않다. 사실 미신과 주술은 다른 나라, 선진국에도 많다. 선진국들의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술사와 점쟁이들과 만나 조언받는 사례가 없을까? 외국에도 찾아보면그런 사례는 많다. 문제는 단순히 미신을 믿고 역술인들을 만나 상담을 받는게 아니라 망자를 팔고 귀신을 팔아 정치권력을 접수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박정희라는 망자를 팔았다. 박정희의 망령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은 노무현이라는 망자를 팔았다, 노무현의 망령이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와 노무현만이라는 망자만이 정치비즈니스의 상품이었나 그렇지 않다. 세월호 망자들을 팔아 여의도에 입성한 사람도 있고 위안부라는 망자들을 팔아 정치권력을 접수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재명은 봉하에 가서 노무현 묘지앞에서 왜 흐느꼈을까?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며 노무현이라는 비극적으로 생을 끝마친 망자, 귀신과 접신이 가능한 존재임을 사람들에게 인증 받고 싶었던 것이고 그런 퍼포먼스를 통해 권력을 가질 정당성이 내게 있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한국정치에서 망자 비즈니스, 귀신 비즈니스는 중요하다. 나와 우리 집단이 도덕적이다, 정의롭다는 평판의 획득 못지않게 귀신과 망자가 내 뒤에 있고 나야말로 그들의 한을 풀 적임자이다라고 선전하는 것이 권력획득과 선거 승리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공동체의 중요한 문제들을 푸는것보다 억울하게 죽은 망자의 한을 푸는게 중요한 사회고 그렇게 죽은 사람의 한과 원을 대변하며 풀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주고 권력을 주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유권자 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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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적 정서와 의식에 기반한 망자비즈니스, 정치권력의 획득, 선거 승리는 사실 보수진영보다 진보진영이 월등히 잘활용해왔고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상대진영을 무속의 힘,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일 집단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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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특정 정치집단을 공격하거나 편들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말을 하고 싶다. 우리 한국병에서 벗어나자고. 386들 권력에 큰 균열이 일어나고 있고 87년체제는 허물어진지 오래이다.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 그 새로운 세상은 어떤 세상이어야할까 난 한국병 없는 사회여야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병이 무엇인가? 명분에 함몰된 지적전통, 고립주의적 세계인식이 한국병이다, 유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문제풀이보다 한풀이>에 집착하는 사고. <탁월함이 아닌 억울함>을 인정 받으려는 자세도 있다 그것들도 큰 한국병인데 무속에 기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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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보다 문제풀이를 우선시하고 탁월함을 인정 받으려고 하고 명분이 아니라 실리에 기반한 유연한 사고, 고립주의적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늘 외부로 열린 가능성을 마주하며며 세계속의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속의 세계인이 많은 나라. 87년 체제 다음의 세상, 386이 권력을 잃은 새로운 세상의 모습은 그런 사회여야지 않을까?
무속을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의 정치현상과 같이 논할 때 구체적으로 좁혀서 지적하고 고심해야한다. 그래야 병을 제대로 고칠 수 있다. 무속이 만드는 정치의 병리현상과 퇴행을 제대로 뿌리뽑을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망자들의 한이 아니라 미래새대의 꿈을 말하자. 젊은이들의 꿈을 가지고 권력을 다투고 경쟁하자. 이렇게 우리 정치에서 무속을 퇴장시키자.


Chee-Kwan Kim and 196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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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relevant

  • 전종수
    무지무지 공감합니다.
    쌤!
  • Sanghoon Lee
    유교 자체가 귀신 제사치르는 게 특성 아닌가도 싶구요
    1
    Sanghoon Lee replied
     
    4 replies

  • 이영섭
    건국세력 산업화세력 민주화세력 그 다음은 무속에서 벗어나는세력 이렇게 됬으면. 망자팔이들 지겨워요!
  • 박형
    공감합니다.
  • Jae Min Shin
    巫俗+儒教+民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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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w
  • Nam Euiyoung
    훌륭합니다. 대안도 제시해주신다면 더더욱. 무속에서 벗어나 무엇을 향해 어떤 방법으로 갈 것인지. 앞으로의 논의 더욱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