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6

[별을 쏘다]美이민 간 日귀신 여전히 ‘오싹’ - 경향신문 - 과거의 원한을 간직한 사물이나 혼령이

[별을 쏘다]美이민 간 日귀신 여전히 ‘오싹’ - 경향신문


[별을 쏘다]美이민 간 日귀신 여전히 ‘오싹’
입력 : 2006.10.25


할리우드에 일본산 공포영화 바람이 그칠 줄 모른다.


일본 공포영화 ‘주온’ 시리즈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속편 ‘그루지2’는 10월 둘째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소니픽쳐스에서 배급한 ‘그루지2’는 2천2백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려 전주 1위였던 잭 니컬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호화배역의 범죄영화 ‘디파티드’를 2위로 밀어냈다.



‘그루지’ 시리즈는 일본 원작의 감독 시미즈 다카시가 직접 할리우드로 가 메가폰을 잡고,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링’ 등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일본 공포영화가 배경을 미국으로 바꾼 것과 달리, ‘그루지’는 미국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원혼이 깃든 집의 비밀과 마주친다는 내용이다.


할리우드의 일본 공포영화 리메이크 붐은 ‘링’(2002)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된 적이 있는 이 작품 역시 미국에선 2편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링’ ‘주온’ 등의 일본 공포영화는 과거의 원한을 간직한 사물이나 혼령이 현재의 인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일본 공포물은 주로 등 뒤에서 은근슬쩍 다가오는 듯 서서히 옥죄어오는 공포감을 안겨주지만, 피와 살이 튀는 잔인한 장면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공포영화라고 하면 살인마가 희생자들을 추적해 잔인하게 죽이는 슬래셔 영화, 썩어문드러진 시체가 살아 돌아오는 좀비 영화에 익숙했던 미국 관객에게 일본의 은근한 공포물은 신선한 느낌을 안겨줬다.


일본 공포물이 미국에서 재탄생하면서 사회, 문화적 함의가 풍부해지는 경우도 있다. 나카타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를 리메이크한 ‘다크 워터’(2005)가 그렇다. ‘중앙역’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월터 살레스 감독은 원작에선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던 주인공 여성의 과거 상처와 현재의 열악한 경제 조건을 추가함으로써 현대인의 억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비논리와 직관에 의존했던 일본 공포물은 할리우드로 건너오면서 논리와 인과관계를 갖춘다”고 설명했다. 일본판 ‘링’은 저주에 걸린 피해자가 1주일 뒤 죽는 모습만 보여줬지만, 할리우드의 ‘링’은 1주일 사이 피해자가 죽을 것이라는 징조를 계속 보여주는 식이다.


일본 공포영화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양산되다보니, ‘착신아리 파이널’ ‘유실물’ 등 일본 주류 영화계에서 만드는 공포영화가 매너리즘에 빠진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주류 영화계에선 ‘환생’ 등 참신한 공포도 시도되고 있어, 한동안 일본 공포물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