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4

“은퇴 후 동창 만나지 마라” 그가 20년째 혼자 노는 이유 | 중앙일보

“은퇴 후 동창 만나지 마라” 그가 20년째 혼자 노는 이유 | 중앙일보

“은퇴 후 동창 만나지 마라” 그가 20년째 혼자 노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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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에서 떠밀린 것 같다…. 

대다수 은퇴자는 은퇴의 충격을 이렇게 표현한다. 퇴직은 예정된 일이고, 그래서 재정적으로 단단히 준비한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들도 막상 은퇴의 순간이 닥치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빠지게 된다는 호소다.

그간 회사가 내 간판이고 월급이 나의 가치 척도였던 삶에서 벗어나 
이름 석 자 외엔 내세울 게 없는 자연인으로 돌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한 상실의 고통이 몰아친다.

자존감도 취약해진다. 평소엔 웃어넘길 법한 배우자의 작은 핀잔, 친구의 격의 없는 농담도 괜스레 가슴에 맺힌다. 자식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를 걸면 첫마디에 “왜요?”라고 대꾸하는 것조차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결국 은퇴자들에게 가장 뼈저린 고통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고독감이다. 은퇴자들이 부지런히 경조사에 참석하고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도 이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은퇴 20년 차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73)은 정반대 얘기를 한다. 그는 “은퇴 이후, 사람 만나는 횟수를 99% 줄였다”며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은퇴했고, 그 시간이 늘어날수록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이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위례인생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매일 새벽 3시면 눈을 뜬다는 백 교장의 일상은 거의 독서와 글쓰기, 사색 등 혼자만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성공한 은퇴 생활을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하시라”는 그의 조언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은 금언을 꼽자면 아마 1위가 ‘시간은 금이다’, 2위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아닐까요. 특히 후자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인용돼, 사회적 고립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사람은 마땅히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만남이 줄어드는 건 곧 인생의 실패인 듯한 패배감마저 들게 합니다. 특히 은퇴자들은 사회활동을 줄어들면서 교류도 축소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이를 삶의 의미를 잃은 듯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은퇴 이후의 삶에서 성공하려면 오히려 인간관계를 간소하게 정리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라고 강조하는 이가 있습니다. 과거의 직장 동료, 학교 동창도 너무 자주 만나지 말라고 하는군요. 어떤 사연일까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선배의 조언
백 교장은 국내 조기 은퇴의 선구자 격이다. 조기 은퇴 개념이 희박하던 2003년, 51세 나이에 재직 중이던 금융회사에서 자발적 은퇴를 했다.

은퇴를 결심한 건 40세 때다. “내가 70년대 학번인데, 그때 한국 성인 남성 평균 수명이 59세였거든요. 마흔이 딱 되니까, 이러다가 일만 하다 인생이 끝나는구나 싶더군요. 제대로 준비해서 50대에는 은퇴해야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이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백 교장은 2012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공동 주최한 '은퇴 후 8만 시간 디자인' 공모전에서 에세이 부문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중앙포토

그는 실제로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조기 은퇴를 실천에 옮겼다. 사표 제출 디데이를 며칠 앞두고, 백 교장은 평소 존경해온 선배를 찾아갔다. 60대를 훌쩍 넘겨 이미 은퇴한 분이었다. 커피 한잔하며 이런저런 근황 얘기를 주고받다 불쑥 이렇게 물었다.

 선배, 저도 곧 선배의 길을 따라갈 텐데, 은퇴 이후에 어떤 원칙을 갖고 살면 좋을까요?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편한 자세로 대화하던 선배는 백 교장의 이 질문에 자세를 바로잡더니 풀어뒀던 재킷 단추까지 여몄다. 백 교장의 진지한 질문에 허투루 답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정자세로 앉아 한참을 고민하던 선배는 이렇게 답했다.

 가급적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난 그렇게 하지 못한 게 가장 후회가 된다네. 

백 교장은 무릎을 쳤다. “나도 은퇴하면 혼자 지내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들에 몰두하고 사색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은퇴자에겐 인맥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들이 많으니 혼란스러웠죠. 근데 이 선배 말씀에 ‘내 생각이 옳구나’ 하는 확신을 얻은 거죠.”

혼자 있는 시간엔 뭘 하냐고? 백 교장은 “나 자신과 대화를 한다”고 답했다.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이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위례인생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회사 다닐 때는 한 번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잖아요. 해야 할 일이 먼저지, 하고 싶은 건 뒷전이죠.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도 완전히 묵살해 버리죠. 근데 그거 아세요? 인간은 누구나 문화예술 창조자가 되고 싶은 열망이 있거든요. 은퇴 후 시간엔 그 열망을 끄집어내야 해요. 그건 나와 홀로 대화를 할 때만 깨달을 수 있는 거고요. 

(계속)
“여러분, 동창끼리 자주 만나지 마세요.” 
최근 백 교장이 강연 중 던진 이 말에, 한 대학 동창 모임은 ‘갑분싸(신조어로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의 줄임말)’가 됐습니다.
그는 “동창 만나 ‘옛날에 금잔디’ 얘기 할 바엔 이걸 하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는 루틴도 공개했습니다.
백 교장의 슬기로운 은퇴 생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6116


〈은퇴Who〉 은퇴자를 위한 정보, 더 보시려면?

억대 연봉 전무님 됐다…'입주청소 아줌마' 놀라운 자격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2862

월 80만원에 해외 한달산다…은퇴자들의 여행·골프 성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5319

재취업 찬밥? 연 8000 번다…은퇴 공무원의 ‘지식 자영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7811

12시간 일해도 “자유 얻었다”…호텔 나와 연 9000 버는 셰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9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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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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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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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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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 
2025.03.23  03:37
혼자 숨어서 잘처먹고 잘살아라. 모지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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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ya**** 
2025.03.22  20:23
은퇴하고나서 모두들 친구가 소중하다고 외치는데 
모두 좋은 친구 대접 받을 생각만 하지 대접 해줄 의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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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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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 
2025.03.22  19:31
친구도 만나지 말라고 하면서 인생학교에는 나오라는 건가? 모순적이고 위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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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댓글 전체 보기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247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Why Fish Don't Exist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알라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곰출판2021-12-17
원제 : Why Fish Don't Exist: A Story of Loss, Love, and the Hidden Order of Life


기초과학/교양... 최고의 책 2위




































미리보기

종이책전자책 10,710원
Sales Point : 103,993

8.2 100자평(244)리뷰(153)


300쪽


편집장의 선택

"삶과 우주의 혼돈과 질서에 대한 이야기"

과학자인 아버지는 저자 룰루 밀러에게 늘 "넌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지구의 관점에서 인간의 탄생은 혼돈일 뿐, 우리의 삶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그러니 무의미에 발을 딛고 오히려 작은 것 안에 있는 장엄함을 발견하며 행복을 향해 마음대로 걸어나가라고. 안타깝게도 밀러에게 이 말은 삶의 동력이 되지 않았고 무의미의 블랙홀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 뿐이었다. 수렁 속에서 허우적대며 죽음에 가까운 삶을 살던 그는 평생을 바쳐 물고기들에 이름을 붙이고 또 붙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물학자를 발견한다. 우주의 혼돈이 아무리 방해공작을 펼쳐도 끊임없이 질서를 부여해가는 그의 삶에서 밀러는 어쩌면 삶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책엔 밀러가 추적한 데이비드의 삶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펼쳐진다. 작고 쓸모없는 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이던 그가 어쩌다 물고기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에 푹 빠지게 되었는지, 30년 평생을 바친 이 표본들이 강한 지진 한 번으로 모두 엉망이 되었을 때 그가 좌절 없이 바로 재작업에 착수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밀러는 데이비드의 삶의 중요한 순간들에서 여러 심리학적 연구들까지 분석하며 그를 깊이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책의 중반 이후부터 데이비드의 삶은 충격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밀러는 충격과 혼돈 속에서 결국 아버지의 말을 반박할 자신의 진리를 찾아낸다.

짧은 말로 설명이 어려운 책이다.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긴 호흡으로 파고드는 이 이야기는 소설처럼 이어지며 매 장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이어간다. 전달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저자의 흡인력 있는 글솜씨 덕에 한달음에 매끄럽게 읽힌다. 삶의 혼돈과 질서에 대한 고민은 늘 마음속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연말연시엔 그 존재감이 슬쩍 더 커져버리곤 한다. 새해의 시작 앞에서 삶의 무의미로 버거운 마음이 드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021년의 마지막이자 2022년의 첫 추천을 이 책으로 할 수 있어 기쁘다.
- 과학 MD 김경영 (2021.12.31)


21세기 최고의 책
이 책을 추천한 분들김겨울
한승태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채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십이월의 끝자락에서 이 책을 홀린듯이 읽고 마침내 덮었을 때, 나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이 책은 읽혀야 한다. 첫 책을 내는 작가의 패기 속에서 희망은 전력을 다해 헤매며 나아가고 있었다. 혼란과 복잡과 연결은 본디 성가시고 어렵다. 단결과 일사분란함과 우열은 본디 편안하고 유혹적이다. 그러나 어디에 설 것인가. 화자는 두 명의 안내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아버지의 길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곧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할 사람들을 위한 생각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김겨울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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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경이로운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수많은 찬사를 받은 화제의 베스트셀러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질문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관계들”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 책이 놀라운 영감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해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
2. 어느 섬의 선지자
3. 신이 없는 막간극
4. 꼬리를 좇다
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6. 박살
7. 파괴되지 않는 것
8. 기만에 대하여
9. 세상에서 가장 쓴 것
10. 진정한 공포의 공간
11. 사다리
12. 민들레
13.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에필로그
삽화에 관한 몇 마디
변화에 관한 몇 마디
감사의 말
주석
접기


책속에서


P. 55‘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_3. 신이 없는... 더보기
P. 76데이비드는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 데이비드는 물고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 더보기
P. 95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어떤 분류학자가 어떤 물고기 위로 걸어가다가 그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
_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P. 105그는 물고기의 뼈와 내부기관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을 낳았는지에 관한 실마리, 생명이 흘러가는 방향에 관한 실마리, 인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험에 관한 실마리,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을 개선하기 위한 비결에 관한 실마리를.
_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P. 141~142우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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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기이한 심연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밀러의 책에 매료되고 말았다.”
- 뉴욕 타임스

“정말 매력적인 책. 밀러가 어찌나 매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는지 앉은자리에서 한달음에 다 읽어버렸다.”
- 월스트리트 저널

“완전히 넋을 잃을 정도로 매혹적인 책.”
- 오프라 매거진

“책의 모양을 한 작은 경이.”
- 내셔널 북리뷰

“교묘하다. 독특하고 경이로운 책!”
- 커커스 리뷰

“이 책은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성찰에 관한 철학적 해설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전기傳記와 과학, 철학, 자기 성찰의 감동적인 융합. 자극적인 제목처럼 이 책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 조너선 밸컴 (동물행동학자, 『물고기는 알고 있다』 저자)

“눈을 뗄 수 없다. 놀랍다. 심지어 충격적이다! 이 책은 유명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 이야기로 독자를 매혹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아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돌아서며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은 당신의 가슴을 사로잡고, 당신의 상상력을 장악하고, 당신의 예상을 박살 내고, 당신의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
- 사이 몽고메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문어의 영혼》 저자)

“룰루 밀러는 보도와 명상, 큰 질문과 작은 순간들 사이를 우아하게 오간다. 과학과 인물 묘사, 회고록이 하나로 어우러진 책. 이 책을 읽는 건 커다란 기쁨이다.”
- 수전 올리언

“나는 이 책의 주소지에서, 역사와 생물학과 경이와 실패와 인간의 순전한 고집스러움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살고 싶다. 이토록 호화롭고, 놀랍고, 어두운 환희.”
- 카먼 마리아 마차도

“이 책은 완벽하다. 그냥 완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서정적인 동시에 지적이고, 개인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며, 사소하면서 거대하고, 별나면서도 심오하다.

- 메리 로치 (『인체재활용』 『스푸크』 『봉크』 저자)

과학은 우리가 ‘창백한 푸른 점’에 거주하는 잡식성 영장류일 뿐이라고 말한다. 삶은 무의미한가? 어디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가? 저자가 그 해답을 찾는 여정을 능숙하게 담아낸다.
- 2022년 청년 책의 해 추천도서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1년 12월 17일자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21년 12월 18일자 '한줄읽기'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1년 12월 17일자 '새책'
세계일보
- 세계일보 2021년 12월 18일자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22년 1월 1일자 '책의 향기/뒷날개'
국민일보
- 국민일보 2022년 2월 10일자
이은혜
- 살아가는 책 (마음산책 刊)



저자 및 역자소개
룰루 밀러 (Lulu Miller)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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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로, 15년 넘게 미국공영라디오방송국(NPR)에서 일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NPR의 〈인비저빌리아(Invisibilia)〉의 공동 기획자이고, 뉴욕공영라디오방송국(WNYC)의 〈라디오랩(Radiolab)〉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으며, 《뉴요커》, 《VQR》, 《오리온》, 《일렉트릭 리터리처(Electric Literature)》, 《캐터펄트(Catapult)》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다.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험프백락(블루리지산맥의 험프백산 정상 부근에 있는 녹암 노두)이다.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으로,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삶에 관한 우화처럼 읽히는 경이로운 책이다. 접기

최근작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총 14종 (모두보기)

정지인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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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자연에 이름 붙이기』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우울할 땐 뇌과학』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등을 번역했다.

최근작 :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장미의 나라>,<바람의 집> … 총 138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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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워싱턴포스트》, 《북라이엇》, 《내서널퍼블릭라디오NPR》, 《시카고 트리뷴》, 《스미소니언》 선정 2020년 최고의 책!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경이로운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수많은 찬사를 받은 화제의 베스트셀러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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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5-02-26 공감 (8) 댓글 (0)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멀티버스도? 이 책은 에세이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교양과학으로 분류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오류인 것 같다. 교양과학으로 본다면 내용이 어처구니 없을 수 있지만 나는 저자가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이었기에 잘 읽히는 책이었다. 더 구불구불한 세계를 먼저 지나온 사람으로... 더보기
자몽 2025-01-16 공감 (0) 댓글 (0)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더보기
몽이엉덩이 2024-11-18 공감 (12) 댓글 (0)


평점 분포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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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평을 보며 기대를 엄청하며 읽었다. 엄청난 반전도 엄청한 철학적 교훈도 없었다 인터넷에 2페이지 정도의 가십거리와 이슈 몇개를 엄청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논 느낌이다. 모두 열광하며 높은 평점을 주기에 소수의견이라도 저처럼 느끼고 있다는것을 알린다
신지울태 2022-03-11 공감 (229) 댓글 (1)




이 책이 무엇에 대한 것이다라고 정의하는 순간 그 범주를 벗어난다. 아무 소개없이 처음부터 읽기를 권유. 올해의 책이 될 것 같다
Blue 2022-01-07 공감 (95) 댓글 (0)




중간까지는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유일한 독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뜻밖의 전개에 놀라고 결국 눈물바람 되어버렸다.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까지, 범주를 벗어난 사람의 차분한 글쓰기가 독자를 들었다놨다 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꼭 강조하고 싶다
다락방 2022-02-28 공감 (92) 댓글 (21)




그어 놓은 선 저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그 자체가 삶의 소중함과 삶을 살아가는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
잭와일드 2022-03-10 공감 (6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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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런 픽션인듯 픽션 아닌 픽션같은 논픽션이 다 있담? 과학논픽션이 다 이렇다면 앞으로 열심히 읽을 용의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이 과학논픽션인가? 아니다. 전기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르포도 아니고, 그 모두이며, 이 책은 그냥 이 책이다. 어류가 하나로 묶일 수 없는 것처럼.
독서괭 2022-04-23 공감 (57) 댓글 (0)

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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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투라 논 파싯 살룸(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글의 힘이 강하다는 걸 느꼈다.
누군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긍정의 힘과 끈기와 불굴의 의지를 이야기하겠지. 그의 우생학관련 일들은 소소하게 치부하며 그의 공적을 높일 수도 있겠지.
이 책의 저자 룰루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 루이 아가시같은 이들이 마음대로 만들어놓은 자연의 사다리를 걷어찬다. 그런 사다리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생명에 순위는 없다.
그릇된 신념을 가진 자가 큰 힘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일 때, 그것은 폭력을 부르고 악몽을 만든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물고기에게만 이름을 붙이고 이름표를 꿰맨 것이 아니다. 인류에게도 자신이 가진 그릇된 기준을 가지고 순위라는 이름표를 꿰매려 했다.

우생학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스파르타에서는 태어난 아이가 연약해보이거나 장애가 있으면 절벽에 밀어 죽여버렸다.

우생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히틀러다. 그런 우생학의 시작이 미국이라니 의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인종의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미국은 1차대전에서 승리하자 이 모든 영광은 백인들의 몫이라 말하며 이민금지법을 발의했다.
진화가 진보라고 믿는 그릇된 신념, 진화를 인간의 힘으로 앞당길수 있다는 오판, 진화가 무조건 옳다고 믿는 잘못된 전제조건하에서 그들은 과학을 끌어와, 우생학이란 신념을 만들었다.
무서운 것 중 하나가 잘못된 신념을 가진 살인마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으로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건 위대한 신념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믿었고, 자책하지도 죄책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이런 신념을 따르는 이들은 늘어나면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지적능력도 도덕적 판단도 모든 것이 유전의 힘이니, 열등한 이들이 더 이상 자손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처음에는 불임시술이었다. 그 다음 독일의 히틀러치하에서는 불법불임시술뿐만 아니라, 살 가치가 없는 이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장애, 유전병, 심신박약, 병역기피자, 유대인, 그리고 치매환자와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까지 점점 범위는 확대되었다. 그 범위가 자신들의 앞마당을 넘보자 그제서야 그들은 우생학에 의구심을 가졌다.

미국에 우생학이 인기를 끌던 시절, 엄청난 발전은 이루어졌지만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졌고 가난한 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해지기만 하던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 그들의 가난이 사회나 제도, 혹은 가진자들의 욕심이 아닌, 게으름의 유전자와 열등인자들이 원인임을 주장하는 우생학은 달콤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소록도가 생각났다. 나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그리고 여기서도 자행된 우생학의 그림자.
일제강점기 나병환자들을 치료한다며 소록도에 세운 병원.
그들은 그 곳에서 자식들과 헤어져야 했으며,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가끔 얼굴을 보며 그리워해야 했다.
일본이 패망한 후에도 그들의 처우는 여전했다. 온갖 약속들을 걸고,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했고, 먹을 것도 부족했다. 위생은 엉망이었고, 제대로 된 치료도 없었다.
간척사업에 동원되어, 어느날은 엄지를 잃었고, 어느날은 코를 잃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수술대에 눕혀졌다. 엄마가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했지만. 그들의 그런 바람은 그 곳에선 죄악이었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지만, 병에도 미추가 있다. 나병을 일으키는 나균과 결핵균은 아주 유사하다. 그럼에도 병상의 증세로 인해 나병은 온갖 오해와 범죄의 대상이 되었다. 하늘이 내린 천형이라며 괴롭혔다. 하얀얼굴과 말라가는 몸으로 각혈을 하는 결핵균은, 그 모습으로 온갖 문학과 예술에서 칭송받는 질병이 되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창백하게 얼굴이 하얗게 되어 죽어가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생학이란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살인과 범죄가 저질러진 지금도 신나치와 백인우월주의가 설치는 세상이다.
지금은?
비만유전자를 제거하고, 키가 큰 유전자를 조작하는 일들이 연구되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비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그들은 보기좋은 키와 질병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게 된다. 새로운 신우생학이다. 단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유전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믿던 시대가 있었다. 환경이 더 많은 것을 좌우한다고 믿던 시대를 지나, 이제 유전자를 맞춤으로 주문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자연엔 순위가 없다. 다윈이 말한 것처럼 문명화된 인간들은 약자들을 제거하는 과정을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고 말한다. 어울려 살아가며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것, 무엇인가에 우위를 나누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모양의 대형망치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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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4 공감(58) 댓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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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분류학자이다.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그를 기리고 있을만큼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을 새로 발견해내고 이름 붙인 사람이 그다. 어릴적부터 이름모를 작은 꽃에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 '룰루 밀러'는 혼돈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를 우연히 알고 강한 인상을 받으면서 그가 궁금해진다. 그렇게 그의 회고록을 읽는다.




데이비드가 자신의 커리어를 찬찬히 쌓아가는 일이 당연히 그 회고록에서 보여진다. 교수가 되고 학장이 되고 아내를 얻고 결혼을 하는 시간의 흐름과 삶.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물고기들을 잡고 이름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다. 첫 아이가 아직 열살도 되지 않았을 때 아내가 병으로 죽고 그러자 데이비드는 2년도 안되어 제자 한 명과 재혼한다. 새로운 아내는 아직 스무살이 되지 않았고, 열살이 된 데이비드의 큰 딸과 동생을 기숙학교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남편이 떠나는 모든 연구를 위한 여행에 동행할 것을 선언한다. 아내로서 남편의 여행에 동행하는 것이야 뭐 그리 대수겠냐마는, 나는 전아내로부터 낳은 이 어린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넣고는 새로운 젊은 아내와 세계를 돌아다니는 데이비드가 싫었다. 처음 룰루 밀러가 그의 혼돈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언급했을 때에는 오, 대단한 사람인데?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는 사람이군, 좋아, 라고 생각해서 흐름을 좇아 읽다가 그가 어린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넣고 아내와 돌아다니는 걸 읽노라니 이 데이비드란 남자가 싫었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에게 매력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닌데? 나는 이 남자 싫은데?




얼마전에 본 데이비드 포스터의 다큐도 떠올랐다. 왜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기거나 천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생활이 이모양일까. 그래야만 업적을 남길수 있나? 왜 어린 자식들을 이렇게 방치하는거지? 나는 싫었다. 위대한 업적을 남겨 그 사람이 후대에 이름을 널리 알릴지언정, 이런식의 사생활로 주변의 약자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것, 불행한 어린시절을 기억으로 남긴다는 것이 싫었다. 세상이란 그렇지만 결국은 약자와 사소한 일들에 신경쓰는 사람들 때문에 유지되는 건 아닐까. 나는 위대한 업적을 좇는 사람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버려두지 않는, 특히나 어린아이들을 버려두지 않는 사람들 쪽이 더 좋아. 나는 그들의 가치를 믿어.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 책을 계속 더 읽어야 하는걸까 고민하게 됐다. 다른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나의 관심의 대상과 일치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런데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진 사람이 영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것 역시 어쩔 수 없지 않나. 내가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룰루 밀러가 파고드는 사람이 영 내가 보기엔 별로인데, 그런데 읽어야 할까? 룰루 밀러는 이런 거는 개의치 않는건가? 룰루 밀러에게는 그가 얼마나 위대한 분류학자인지만 중요한건가? 나는 룰루 밀러까지 별로가 되려고 했다. 그렇게 책의 중간이 되기전까지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호평을 숱하게 들어온터라 어쩌면 이 책을 안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할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했다. 그만 읽고 '나는 별로' 라고 평을 쓸까, 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읽기로 한다. 이 데이비드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선행을 한 사람인가? 나는 이 책의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계속 읽는다. 그리고 중간에 뭐야, 하고 소름끼치게 이 책이 미스테리 소설같아짐에 놀라고, 아니 그래서.. 이건 지금 뭐가 어떻게 되는거지..하는 가운데 룰루 밀러가 끌고가는 대로 이끌리고야 만다. 그리고 룰루 밀러가 말하는 결말에 이르게 되면, 눈물을 펑펑 쏟는다. 아이고야, 이런 얘기를 어떻게 이렇게 진행해요, 하고 울게 된다. 아침에 읽어도 울게 되고 다시 떠올려도 울게 된다. 아니, 룰루 밀러, 이 사람 진짜 뭐지. 글 쓰기 위해 태어난 천재인가. 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내기 위해 머릿속에 큰 그림 그려둔건가, 아니면 펜에 몸을 맡겼더니 둠칫 두둠칫 이렇게 되었나.







이 책의 중간 이후부터를 말하는 것은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된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을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떤 결말에 대한 것인지를 말하지 않는 것같다. 나부터도 그렇다. 이 감동은, 모르는채로 룰루 밀러가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좇아가며 들었을 때 나를 집어던진다. 단언컨대,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예외없이, 이야기가 이렇게 흐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책의 앞부분, 룰루 밀러가 어린 시절 인생의 의미에 대해 아버지에게 물었을 때, 아버지가 아무 의미도 없다고, 그 어린 룰루 밀러에게 너는 개미 한마리보다 가치가 없다고 말해주었을 때, 그래서 어린 룰루 밀러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살고 있는거야? 고민하는 걸 보면서, 나는 보부아르의 책을 건네주고 싶었다.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우리가 살아가는 건 그대로의 의미가 있어. 보부아르는 말했지. 우리가 스키를 타고 내려오기 위해 저 위로 오르는 것은, 그걸 타고 내려오기 위한 목표가 있는 행동이라고, 내려올 걸 뭐하러 올라가, 라는 냉소는 필요치 않다고, 그런 냉소는 냉소가의 몫이지 스키를 타기로 한 사람이 결정한것이 아니라고.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보부아르의 [모든 사람은 혼자다]를 건네주고 싶었다. 아니, 의미가 없지 않아, 우리가 무얼 하고자 하고 그 결말에 이르기 위해 과정을 거쳐내는 것들은 그것 나름대로의 종합적 의미가 있어,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인생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의 삶은 그렇게 공허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룰루 밀러는 스스로 깨닫는다. 이 책 한 권을 얘기하면서 의문을 갖고 의심을 하고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내가 괜히, 그런 룰루 밀러에게 오지랖을 부릴 뻔 했어. 나는 진짜 내 오지랖 고쳐야 돼 증말.







책을 읽기 전에도 왜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이 제목은 왜인가, 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러나 책을 다 읽어갈 쯤이면 이 책 제목이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인지 알게될 것이고,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질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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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01 공감(54) 댓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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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알고 있지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락방 님의 리뷰를 보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에세이, 그것도 과학 에세이라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락방 님의 리뷰가 무척 매혹적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극찬도 이어져서 궁금해졌다, 흠, 그래 어디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초반에는 저자 룰루 밀러가 글쓰기 대상으로 삼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남자에게 흥미가 일었다. 어릴 때부터 이토록 소소한 자연에 관심을 두고 그 자연에서 흥미를 느끼는 대상을 수집하고, 제 나름대로 분류하는 일에 푹 빠진 소년이라니, 주변에서 자기를 어떻게 보든 아랑곳하지 않고 외골수처럼 제 갈 길 가는 소년의 이야기라니, 누군가가 몰입해서 그의 생애를 들여다보기에 적합한 인물이구나 하며 책장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 책은 3가지 지점에서 내게 혼돈과 카오스를 안겨주게 된다. 그 지점마다 나는 고민했다. 음? 이 책을 계속 읽을까 말까....

책을 읽을수록 조던이라는 이 남자에게 쎄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고비였다. 이 남자의 이야기를 계속 듣느니, 차라리 저자 룰루 밀러의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데이비드 조던은 됐으니, 이 비호감 남자 이야기는 그만! 당신 이야기를 해봐요,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자기 가족과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는데, 그 이야기에서도 나는 또 고비를 만났다. 허, 저자도 딱히 호감은 아니네, 저자가 관심을 가진 대상도, 저자도 딱히 호감 가지 않는 인물들이라면 이걸 어떡하지? 읽어도 기분이 좋지 않은 책을 왜 굳이 읽고 있는 걸까? 고민이 깊어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가 좀 이상하다 싶었던 첫 번째 부분은 아내를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 결혼했다는 지점이었다. 2년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물론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고 나서 곧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2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결혼까지 한다는 건 글쎄... 내 기준으로는 너무 빠른 것이다. 그런 데다가 그 새로운 젊은 아내와 그는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넣고는 분류학 연구를 위해 곳곳을 돌아다닌다. 자기 삶의 전반부를 이루었던 사람들(전처와 그 자식들)을 너무 쉽게 지워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그가 새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것도 눈에 거슬렸다. 그가 그 자식을 예뻐한 기준도 약간 마음에 걸렸다. 조던은 다른 자식들에 비해 똑똑하고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 아이를 더 예뻐한다.

무엇보다 이 싫은 남자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 사건이 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스탠퍼드대학 초대 총장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주변을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그 사람들 중 그의 오랜 벗 ‘찰리 길버트’- 그의 제자에서 출장 동료가 되었다가 다시 스탠퍼드대학 동물학과의 학과장이 된 찰리. 이 찰리에게는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스탠퍼드의 한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어느 날 찰리와 그 여성은 한 사서에게 발각되고, 이 사서는 데이비드를 찾아가 부적절한 짓을 한 찰리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무리에서 찰리를-그 총명한 분류학적 정신의 소유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그 자리에서 ‘기지를 발휘’한다. 이 책에서는 ‘기지를 발휘’했다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남자의 수법에 치가 떨렸고, 이 지점에서 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책을 일단은 덮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의 방법은 너무나 비열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렇게 말한다. 이 사실을 만약 누구에게라도 발설하면 “성도착(동성애를 나타내는 암호로 자주 사용되던 말이다)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감금”하겠다며 사서를 협박한 것이다. 그 협박으로 사서의 입을 막는 데 성공한다. 다른 것도 아닌 사서의 성적 취향을 빌미 삼아 비열하게 협박한 것이다. 그것도 자기 무리, 자기의 견고한 성(城)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업적이 뛰어나다 해도 이런 비열한 사람을 옹호하고, 그런 사람이 자기의 명성과 업적을 쌓아가는 일을 나열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까 현타가 오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고비는 저자의 외도와 관련된 지점이었다. 룰루 밀러는 이 책에서 내내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절절하게 호소한다. 툭하면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잃고 난 자신의 아픔을 자기 연민 어린 시선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갈색 곱슬머리 남자가 뭘 잘못했는가?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 것은 룰루 밀러 그 자신이다. 그녀는 그토록 사랑한다는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두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 묘사 방식이 눈에 거슬린다. 어떤 소녀를 만나 잠깐 한눈을 판 것처럼 쓴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성별을 몰랐기 때문에 갈색 곱슬머리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 이어 한 소녀와 또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서 연달아 혼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런데 룰루 밀러 자신은 곱슬머리 남자와 먼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자신을 이성애자로 ‘범주화’하고 있어서 그런지 동성과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뉘앙스로 글을 쓴다. 어, 그건 잠깐 내가 실수한 거야, 난 이성애자라고, 동성과 사랑에 빠지는 건 그러니까 그건 외도라고 볼 수 없어, 그건 뭐랄까 잠깐 바람이 스쳐 지나간 거야 뭐 그런 태도랄까? 그래서 나는 저자에 대해서도 좀 싫은 생각이 들었다. 동성과 외도하면 그건 외도가 아닌가? 그건 사랑이 아닌가? 그건 가벼운 건가? 자기변명, 자기 합리화 쩐다.... 싶었다.

세 번째 고비는 저자 룰루 밀러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 그러니까 룰루 밀러에게, 그 어린 나이의 딸에게 무려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을 시니컬하게 내뱉는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54쪽)-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상상이 가는가? 안 그래도 살기 빡빡한 세상, 사실 세상은 의미가 없어, 너도 아무 의미가 없어! 그냥 그건 다 살기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달래려고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일 뿐이야! 내 부모가 나 어릴 때 이렇게 말했다면 난 정말 충격받았을 것 같다. 룰루 밀러도 그랬던 것 같고, 그의 언니도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심리적 내상은 더 커 보인다. 그런데 아버지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57쪽). 너도 중요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다고, 그러나 ‘중요한 것처럼’ 행동은 하면서 살아가라는 말....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의 중간, 그러니까 7장에서 8장 정도를 지나면, 내가 느낀 이 세 개의 고비들, 세 개의 쎄한 느낌들이 합쳐져서 절묘한 이야기를 빚어낸다. 저자가 의도하고 초반에 이런 배치를 했다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세 가지 쎄함이 만나서 이런 시너지를 내는구나, 마치 식스센스나 유주얼서스펙트급 반전을 만난 것 같다. 물론 그 반전을 통해서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이 우주에서 작은 티끌 같은 존재인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아무 의미 없는 존재들일 것이다. 이 진실을 무시한다면 룰루 밀러가 지적했듯이 자기 자신이 너무나 우월하여, 자신은 늘 선(善)이라고 믿는 행동으로 악(惡)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222쪽)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민들레는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아님을 안다. 그렇기에 그렇게 바람에도 가볍게 흔들리고 여기저기 가벼이 날아가 흩어진다. 그러나 민들레가 아닌 존재, 자기 자신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처럼 남들보다 뛰어나고, 사다리의 맨 위에 있어 그에 마땅한 능력을 지녔으며, 그렇기에 모든 것을, 모든 혼돈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 자기기만의 착각’에 빠져 사는 존재들, 민들레의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민들레는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말에 과연 귀를 기울일까. 그들은 여전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낙천성의 방패’에 휩싸여 ‘어떤 거부나 모욕이나 실패도’ ‘칭찬의 꽃다발로 바꿔’놓고,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정보는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재주를 키워 여전히 사다리 꼭대기에 위치하면서 사다리 아래 세상을 배열하고 범주화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일에 앞장서지 않을까? 희의적인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내가 요즘 정말 싫어하는 한국 정치인이 있다. 젊지도 않은 인간을 젊은이라고 계속 치켜세워주면서 부패 언론은 날마다 그의 혐오와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대서특필해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보면서 그가 떠올랐다. 그 인간도 ‘긍정적 착각 지수’가 굉장히 높은 사람일 거 같은데, 그가 연일 쏟아내는 혐오의 발언을 보면 이 책의 다음 구절이 더 와닿는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며, 이에 대한 증거는 민족주의적 제국주의, ‘지배자 민족’ 이데올로기, 귀족들의 결투, 학교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들, 길거리 깡패들의 언어 구사 등에서 볼 수 있다.”(150쪽)- 이런 인간들에게 민들레의 중요성을 말한다 한들 씨알이라도 먹힐까. 한숨만 나온다.



잠자냥 2022-04-05 공감(51) 댓글(44)


인간이 포기하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을거라는 이야기

굉장한 책태기를 겪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책이라길래 읽게 되었다.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의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는 편견은 150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내가 뭐라고 이 책을 평가했던 걸까' 반성하게 만들었다.

너라는 인물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달고 사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주인공은 아버지의 인생관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듯 살아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고, 살아감에 있어 겪는 숱한 경고들과 아버지와 스스로의 가치관 사이에서 희망적인 정답을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쯤에 눈에 띈 한 사람을 주목하게 된다.

똑똑한 인간은 진리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지만 진리에 맞서 싸운 걸로 알려진 한 명의 미국인, 그를 포커스로 두며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으로 과학자이자 어류 분류학자라고 했다. 지극히도 평범해 보이는 인터넷 속 그의 모습들, 그가 쓴 논문들, 어류에 대한 연구업적들 보다 더 호기심을 끌게 한 것은 그의 절판된 회고록이었는데 주인공은 어떤 이에게 27.99달러를 지급하고 이것을 손에 넣게 되었고, 알려진 세간의 이야기가 아닌 그가 직접 써 내려간 그의 일대기를 직접 다시 살펴보기 시작하며 이 책을 시작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운데 이름을 starr로 고를 만큼 별을 사랑하고, 꽃을 사랑했으며, 모험소설과 시를 즐겨 읽었던 인물은 사랑하는 형의 죽음으로 강박적인 모습을 띄기 시작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던 인물이었으나 페니키스 섬에 발을 들이게 된 일과, 샌프란시스코의 지진 이후로 이야기는 점점 극으로 치닫게 된다.

전형적인 그릿의 대표주자.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정보를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재주가 있는 인물인 그를 둘러싼 사건 사고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며 젊은 시절과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의 반전인 이야기들이 펼쳐졌으며 알프스의 아오스타라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삐뚤어진 시선의 인물이 어떻게 우생학이라는 학문을 옹호하고 보급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파괴적인 힘을 갖게 되었는지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정답은 책을 읽다 보면 후반부에 왜 이런 제목으로 이 책이 나오게 된 건지 쓰여 있는데 이 이야기는 책을 천천히 앞장부터 읽어야 더 와닿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읽어보라고 설명하고 싶다. 우생학이란 학문처럼 인간의 시선은 굉장히 치우쳐진 시선이며 자기중심적이고, 인간들 자체가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언어적 무기를 사용하는 개체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라는 단어에 대한 커다란 의미와, 인간의 오해와 잘못된 생각에 대해 많은 의문과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고, 이 책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는지 완독하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에 이 책만큼 반전이자 페이지를 넘김에 흥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만큼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 책으로 꼭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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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땡 2022-02-05 공감(46)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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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어 놓은 선 저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삶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안정된 상태라고 느끼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미지의 것이 느닷없이 닥친다. 이렇게 질서가 무너진 혼돈 속에서 우리 삶은 현실부정과 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되어 간다. 삶은 질서와 혼돈으로 점철되어 있다. 안정된 질서 속에 갑자기 혼돈이 찾아오기도 하는 반면, 모든 것을 상실한 듯한 절망적 순간에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기도 한다. 삶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질서와 혼돈의 경계 위에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삶에서 인생의 의미가 빛을 잃어가고, 절망과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순간과 마주칠 때 우리는 무엇에 의지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부제는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책 이름과 내용에 대한 요약이나 어떠한 직접적인 힌트도 제공하고 있지 않은 책 표지를 거치고 나면 이 책을 향한 수많은 찬사가 장장 4페이지에 걸쳐 펼쳐진다. 이들 중에는 메리 로치, 수전 올리언, 사이 몽고메리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빅네임‘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과학 저술가라고 불리는 메리 로치는 “서정적인 동시에 지적이고, 사소하면서 거대하고, 별나면서도 심오한 완벽한 책“으로 평했고, 워싱턴포스트가 ‘국보’로 칭한 작가 수전 올리언은 “큰 질문과 작은 순간들 사이를 우아하게 오가는 이 책을 읽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라고 말한다. ‘인디애나 존스이자 에밀리 디킨슨’라는 별칭을 가진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탐험가, 작가인 사이 몽고메리는 “이 책은 당신의 가슴을 사로잡고, 상상력을 장악하고, 예상을 박살 내고, 당신의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 책이 혼돈의 해독제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장담할 수 없다. 누군가에겐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수 있는 건 책을 향한 수많은 찬사처럼 이 책은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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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와일드 2022-03-10 공감(4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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