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5

알라딘: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 지구인문학의 발견 허남진,조성환,이원진,이우진 2023

알라딘: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 지구인문학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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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책소개
한국에서 발신하는 토착적 지구학으로서의 지구인문학의 관점에서, 오늘 인류세의 생태위기와 기후위기 등 복합위기, 다중위기의 시대에 직면한 인류와 지구, 만물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미래를 모색하기 위하여 우리가 새롭게 가져야 하는 인식과 태도는 무엇인지를 모색한다.

인간이 진보하는 동안 퇴보를 거듭하며 자원으로 전락해 온 지구의 반격, 인류 절망의 끝자락에서 지구 존재자들의 연결망을 새롭게 상상하고 재구축하는, 원리와 동력을 외래의 사상이 아니라 우리 전통의 사상과 실천들, 즉 이규보와 홍대용 등의 실학사상과 동학, 원불교, 한용운 등 개벽종교의 철학과 사상 등 토착적 사상의 맥락에서 찾아 내놓는다.

이들은 ‘지구적 상상’이나 ‘지구적 의식’으로 나아가서 지구공동체를 전망하고, 지구적 민주주의, 지구법과도 연계한다. 오늘 인류와 지구, 만물이 봉착한 위기는 인간을 만물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만물과 인간이 서로를 ‘님’으로 모시고 섬기며, 지구와 인간이 상호 증진하는 천-인관(天-人觀) 속에서 살아온, 동아시아와 한국 전통 철학에서 더욱 적실하게 찾아진다고 말한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o 지구화 시대의 지구인문학 / 허남진·조성환
1. 지구화의 대두와 지구인문학
2. 한국사상과 지구인문학

제2장 o 두 사건에서 보는 지구적 전환 / 이원진
1. 홍대용의 자전설과 관점주의
2. 라투르의 대지설과 사고전시

제3장 o 지구를 공경하는 종교 / 허남진·이우진
1. 토마스 베리의 지구인문학
2. 지구를 모시는 종교

제4장 o 인류세 시대 존재론의 전환 / 조성환·허남진
1. 애니미즘의 귀환과 퍼슨(person) 존재론
2. 이규보의 사물과 친구 되기
3. 한용운의 님학

제5장 o 지구학적 관점에서 본 먹음·먹힘의 철학 / 허남진·조성환
1. 발 플럼우드의 먹이/죽음론
2. 해월 최시형의 식천/제천론

제6장 o 인류세 시대 지구 담론의 지형도 / 조성환·허남진
1. Globe
2. Earth
3. Gaia
4. Planet

<에필로그>
접기


책속에서


P. 32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는 인간이 산업 활동을 무분별하게 진행하면서 지구시스템을 교란시킨 결과이다. 기후붕괴와 생물대멸종이 임박한 현재의 급박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구적 전환이 필요하고, 지구적 연대 즉 지구공치(地球共治)가 요청된다. 아울러 인간 중심의 ‘인간세’에서 지구 중심의 ‘지구세’로의 전환... 더보기
P. 50동학에서 시작하여 천도교, 원불교에 이르는 근대 한국의 개벽종교에서도 지구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구적 상상’(global imaginary)이나 ‘지구적 의식’(global consciousness)과 같은 개념을 찾을 수 있다. 해월 최시형의 천지부모 만물동포, 소태산 박중빈의 일원과 사은, 정산 송규의 ‘한 울안’과 ‘삼동윤리’, 천도교와 원불교의 사해일가(四海一家)나 세계일가(世界一家)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인간과 만물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토마스 베리의 지구공동체 개념과 상통한다. 접기
P. 102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최소한 두 가지 다른 정의를 갖는다. 첫째는 우리가 국민으로서 권리를 얻는 주권 국가라는 땅이고, 둘째는 우리가 거주하고 숨쉬는 땅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땅은 지구 또는 초월적 관점에서 보는 푸른 행성(Pale Blue Dot)이 아니라 일련의 부분적이고 국소적인 그래서 거칠고 불연속적인 임계영역에 가깝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주체의 지구-되기이며, 다른 이질적 존재자를 만날 수 있도록 민감성 과 공생성을 장착하는 일이다. 18세기의 홍대용은 리(理)와 태극의 전체성으로서 하늘이 가진 위계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천의 관점[天視]에서, 우리가 지구에서 인간보다 더 우월할 수 있는 비인간과의 상호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용의 시각은 임계영역이라는 얇은 피부에서 생물들이 공존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서로를 스승 삼아 배우는 라투르식 생태계 개념과 상당히 유사하다. 라투르는 『우리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자연과 사회의 구분을 없애고 ‘사물의 의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서는 지구적 전환을 촉구한다. 라투르의 사유가 고대 코스모스에서 서구 근대 과학적 지구(유니버스)로 갔다가 다시 인류세 시대의 지구중심적 사고로 돌아온 신코스모스로의 이동이라면, 홍대용이 일으킨 지구적 전환은 고대 천인합일(天人合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란 고전적 코스모스에서 명시적으로 인간-자연의 구분을 없앤 ‘천인물합일’(天人物合一) 코스모스로의 이동이다. 접기
P. 142지구윤리는 지구와 비인간 존재에 대한 존중을 넘어서, 그들을 ‘공경’하는 윤리이다. 최시형 식으로 말하면, 경천(敬天)과 경물(敬物)의 윤리이다. 개벽사상은 인간중심적 사유를 극복하고 현재의 지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구공동체적 입장과 지구윤리론적 사유를 지니고 있다. 이는 굳이 서구의 이론을 추종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토착적이고 자생적인 사유를 통해 현재의 지구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접기
P. 176소태산 박중빈과 동시대를 살았던 일제강점기의 문인들은 님을 노래하기 시작하였다. 김소월의 「님과 벗」(1922), 「님의 노래」(1923)를 시작으로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신석정의 「임께서 부르시면」(1931)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로 들어오자 문인들이 최제우의 하늘님에서 ‘하늘’을 떼고서 ‘님’을 단독으로 노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늘님 철학과 님의 문학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등장하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 시기는 서세동점과 일제강점기라고 하는 국가적 위기상황이자 한국인의 미래와 희망이 좌절된 상실의 시기 때문이다. 이 암흑기에 님이 철학화되고 문학화되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희망과 미래에 대한 동경과 의지가 강렬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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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허남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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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기후위기 시대 인문학을 모색하기 위해 지구인문학, 공생철학, 에너지 철학 등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는 『개벽의 사상사』(공저), 『지구적 전환 2021-근대성에서 지구성으로 다시개벽의 징후를 읽다』(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개벽의 사상사>,<한국 종교교단 연구 XIII> … 총 9종 (모두보기)

조성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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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한 뒤에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강사,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의 전임 연구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과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역서로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인류세의 철학》(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한국의 철학자들>,<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동북아 인물전> … 총 23종 (모두보기)

이원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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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X-Media센터 연구교수 서양철학을 배웠으나 신문기자를 하는 동안 '한국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됐고, 퇴계학을 공부한 뒤로는 쭉 매력적 한국학의 터무늬를 찾고 있다. 최근 SF와 미디어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한국의 전통과 첨단을 하나로 잇고자 한다. 만든 작품으로 『성학십도 VR』(공동작품), 저서로 『블랙미러로 철학하기』, 『탠저블 필로소피』(공저)가 있고, 번역한 책으로 『니체』 등이 있다.

최근작 :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탠저블 필로소피 : 성학십도 VR>,<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 … 총 11종 (모두보기)

이우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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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교육대학교 교수. 공주교육대학교 글로컬인문학연구소 소장 공주교육대학교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교육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차세대 한국학자로 선발되어 워싱턴대학교에서 연구하였다. 저서로 KoreanEducation:Educational Thought, Systems and Content (공저)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정의를 위한 교육- 야누시 코르차크』,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가 있다.

최근작 :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으로부터 세계로 발신하는 토착적 지구학, 지구인문학의 시선
21세기 사상적, 존재론적 전회에 관한, 전환을 위한 한국학의 발언

‘지구촌’, ‘지구공동체’를 말하자마자 ‘위험의 지구화’가 운위되고, ‘지구적 위험 공동체’가 눈앞의 현실로 전개되는 인류세의 문이 함께 열렸다.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는 인류세가 던지는 대의(大疑)에 대오(大悟)를 모색하는 ‘지구인문학연구소’의 ‘지구인문학’적 성찰의 대장정, 그 서막을 여는 책이다.

그 바탕에 도사린 ‘지구학’의 맥락만 보면 서구 발 인문학적 전환 담론의 수입학이거나 그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라고 이해하기 쉬우나, 그보다는 저자들이 한국학 텍스트 강독과 동학, 한국유학, 한국종교, 한국철학자들에 대한 공부를 더해가며 기반을 다지고 21세기의 존재론적 전회의 거대한 흐름을 우리 눈으로 보아 내는 작업을 더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담론의 전개를 시도하는 첫 번째 결실이다.

지구인문학연구소가 구축한 한국학 또는 개벽학의 맥락과 21세기의 전 지구적 다중 위기를 대표하는 인류세 담론의 맥락은 ‘생명을 넘어서 살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서로 상통하는 바가 많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그 논의를 이규보, 홍대용 등의 실학자나 동학, 원불교 등의 개벽종교, 그리고 특히 한용운이 대표하는 한국 고유의 철학적 개념으로서의 ‘님’의 철학 같은 한국학에서 출발시키면서, 서양의 지구학과 대면한다는 점에서 한국으로부터 세계로 발신하는 ‘토착적 지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인문학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인문학의 범위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한다는 뜻이다. 동양학과 서양학을 통섭하는 일이지만, 주로는 그 균형점의 회복을 위하여, 동양학의 서양학에 대한 짝사랑을 넘어서 서양학에서 동양학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동양학(한국학)적 맥락에서의 말 걸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의 전개이다. 이는 지구-내-존재 전체의 존재론을 전개하는 일이며, 서구 인류학의 ‘퍼슨(person)’과 한국학의 ‘님’의 대화 시도가 대표적인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학 내에서의 인문학이 본래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를 아우르는 것이었다는 점이 천문학, 지리학, 인문학을 통섭하는 인문학으로서의 ‘지구인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1장에서는 ‘지구화 시대의 지구인문학’의 기본 의미를 살핀다. 지구인문학은 1990년대 이래 지구화 시대에 즈음한 ‘지구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로서의 ‘지구학’ 중에서도 특히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지구중심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학문적 경향을 의미한다. 가톨릭 신부이자 지구학자(geologian)를 자처한 토마스 베리는 인간과 지구가 상생하는 방법의 하나로 자원으로서의 지구가 아니라 친교와 외경의 대상으로의 지구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이러한 지구인문학적 지향은 조선 후기 동학과 실학에서도 찾을 수 있는바, 18세기 실학자 홍대용, 19세기 동학의 스승 최시형, 20세기의 천도교 철학자 이돈화, 원불교를 그 핵심 사례로 제시한다.

제2장은 두 개의 사건(인물)을 통해 ‘지구적 전환’의 의미를 살핀다. 조선 후기의 기학자 홍대용은 지구의 위상에 대한 관점 변화를 통해 사람과 자연 존재자의 연결망을 변혁하는 거대한 정치생태적 변화를 예고하였다. 브뤼노 라투르는 온전한 전체성을 지닌 객관적 과학으로서의 지구에서 벗어나, 부분으로서도 충족적인 대지로서의 지구로 관점 전환을 요구한다. 라투르의 지구적 전환이 고대 코스모스에서 갈릴레오 사건이 일으킨 서구 근대 과학적 지구에서 다시 인류세 시대의 지구중심적 사고로 돌아온 신코스모스로의 이동이라면, 홍대용이 일으킨 지구적 전환은 고대 천인합일(天人合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고전적 코스모스에서 인간-자연의 구분을 없앤 ‘천인물합일’(天人物合一) 코스모스로의 이동이다.

제3장은 ‘지구를 공경하는 종교’로서 지구인문학의 학문적 모토를 지향하면서 인간과 지구의 관계 정립을 위한 ‘지구종교’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지구종교’란 ‘인간과 지구의 상생을 위해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며 지구를 공경하는 종교’를 말한다. 먼저 지구에 대한 인간의 시선이 탐구나 정복의 대상에서 ‘공동운명체’로 변모하고 있음을 살펴보고 대표적인 사례로 토마스 베리의 지구학과 지구종교에 대해 검토한다. 다음으로 ‘지구를 공경하는 종교’를 ‘지구종교’라고 개념화하고, 그러한 사례를 폴 왓슨, 래리 라스무쎈, 브론테일러 등을 통해 살펴보고, 근대 한국의 개벽사상을 지구종교와 지구윤리로 재해석한다.

제4장 ‘인류세 시대 존재론의 전환’에서는 캐나다의 오지브웨족의 언어에서 만물을 ‘person’으로 간주하는 사례를 출발점으로 하여, 여기에서 ‘person’은 한국철학적으로 한국어의 ‘님’에 해당한다고 보고, ‘님의 존재론’을 시도한다. 오지브웨족의 person과 한국어의 님은 인간 이외의 존재를 thing이나 物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포스트휴먼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인간과 사물의 상호의존과 상호연대를 함축하는 님의 존재론이야말로 생태위기 시대에 요청되는 포스트휴먼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제5장 ‘지구학적 관점에서 본 먹음-먹힘의 철학’에서는 ‘먹고 사는’ 일이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 인간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로부터 논의를 출발한다. 심지어는 인간의 먹거리가 기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최근의 연구도 논의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생태위기와 기후변화로 지구에서의 거주가능성(habitability)이 문제시되는 현실에서 먹음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 장에서는 플럼우드의 음식(飮食) 철학의 철학적, 종교학적, 지구학적 의미에 주목하면서 ‘지구학자’로서 플럼우드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동학사상과 대면시키고자 한다.

제6장 ‘인류세 시대 지구 담론의 지형도’에서는 서양에서 논의되는 지구 담론의 흐름을 살핀다. 즉 ‘지구’를 가리키는 말로 Earth, globe, Gaia, planet 등의 개념이 각각 사용되고 ‘Gaia2.0’(브뤼노 라투르), ‘Eaarh’(빌 맥키번), ‘the Intrusion of Gaia’(이사벨 스텡제)와 같이 다양하게 재개념화되는 현장을 살핀다. 지구화 시대, 그리고 인류세 시대의 지구가 이전의 지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해, 그리고 인간중심적 사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안된 이들 개념들이 사용되는 맥락을 고찰하고, 의미상의 차이를 살펴본다. 접기




10.0






지구인문학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성찰을 요구한다.
깐도리 2023-08-25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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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갈 지구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며 일정한 철학적 의미도 부여하고 있는 책
djkidol 2023-08-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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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학 측면으로 홍대용, 최시형, 최제우를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왕눈이 2023-08-1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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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지구학, 지구인문학, 인류세에서 지구세로이 전환을 이야기하듯, 인간 중심세계 질서에서 지구중심 세계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인간이 저질러 온 생태계 파괴와 무한정한 욕심이 빗어낸 기후위기라는 위험 앞에 인간은 겸허하게 자연과의 공존, 지구와의 공치의 사고로 전환해야...
moonbh 2023-08-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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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위기 시대를 맞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해볼 만한 화두를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13 2023-08-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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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지구인문학은 '지구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의미로, 간단히 '지구학' 이라고 한다. 1990년대 이래로 서양에서는 지구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대두함에 따라 지구화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 지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출현하였다. '글로벌 사회학' 이나 '글로벌 정치학' 과 같이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학문 분야가 그것이다. (-12-)​​18세기 실학자 홍대용은 지구구형설을 바탕으로 중국은 물론 지구조차도 우주의 일부에 불과하고, 인간 존재 역시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만물의 일부에 불과핟자고 보았다. 19세기 동학... + 더보기
깐도리 2023-08-25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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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함께 판단해 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사회적 합의나 공존의 개념이 부각되어야 하나, 여전히 세계는 분열과 갈등을 일삼고 있고 우리의 경우에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도 기본적으로 이 책은 성찰과 공생의 의미가 잘 표현된 인문학 도서이다.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책에서는 다소 무거울 수 있고 일상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영역에 대해 일정한 방향성과 방식에 대해 조언하며 많은 이들의 참여와 관심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 더보기
djkidol 2023-08-2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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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본 도서 #어떤지구를상상할것인가? 는 #리뷰어스클럽 과 #모시는사람 으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아 지극히 주관적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어떤 지구를 상상할것인가? 지구인문학의 발견이라는 문구를 보는데 먼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인류세니 지구온난화니 다큐를 종종 접하다 보니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토착적 시각으로 지구학을 풀어봤다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지구학의 토착? 학자로 제일먼저 홍대용이 나온다.
학창시절 홍대용이라는 학자를 접했던것 같지만 내 인생에 그리 영향력이 없었던지 정확히 뭘 한사람이지 기억에 없어 사전을 찾아봤다.
그가 쓴 [의산문답]이라는 책은 갈릴레이가 쓴 오디세이와 비견될 책이라고 하니 반성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사람은 소우주, 거꾸로 말하면 우주는 거대한 신체.
[의산문답]은 지구학에서도 중요한 자료여서 2장까지 계속 나온다.
3장부터는 최제우, 최시형의 동학사상이 나온다.
학창시절 동학농민운동을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사상이 참 좋았다.
단 한번도 지구학관점으로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접하니 되게 센세이션했다.
이 책에서 잠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언급이 되는데 '지구학'측면으로 생각하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구학은 일종의 유토피아같다. 유토피아는 존재 하지 않지만 누구나 갈망하는것. 지구학적인 측면으로 세계의 과제를 생각한다면 그 어려운 매듭을 좀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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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 2023-08-1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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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세계화에서 지구화로



1990년대부터 서구 학계에서는 전 지구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개념 ‘지구화’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의 확장이다. 세계화는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또 한편으로는 지구촌에 걸친 문화의 전파다. ‘지구화’라는 번역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독일 사회학자 올리히 벡이 쓴 책<지구화란 무엇인가>에서다. 그렇다면 지구학은 뭔가, 지구화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특히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지구 중심주의로 전환을 꾀하는 학문적 경향을 지구인문학이라 한다.



이 책에서 논하는 지구학, 지구인문학은 인간과 지구가 상생하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인데, 이제 우리는 어떤 지구를 상상해야 하는가이다. 2021년 유네스코 발행의<교육의 미래보고서> 열쇳말은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에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라는 점이다. 지구, 연결, 그리고 협력이다. 현재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생태와 기후위기는 인간만의 진보와 성장을 추구해 온 지구의 경고 또는 반격이 아닐까,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6장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우선 1장 지구화 시대의 지구인문학이란 글은 허남진과 조성환이 지구화의 대두와 지구인문학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상과 지구인문학과의 관계를 살핀다. 2장은 홍대용의 자전설과 관점주의와 라투르의 대지설과 사고전시라는 두 관점에서 본 지구적 전환을 이원진이 썼다. 3장은 지구를 공경하는 종교로 토마스 베리의 지구 인문학을 소개하고 지구를 모시는 종교, 지구윤리를 어떻게 모색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로 허남진과 이우진이, 4장 인류세 시대 존재론의 전환과 5장 지구학적 관점에서 본 먹음, 먹힘, 6장 인류세 시대 지구 담론의 지형도를 조성환과 허남진이 함께 썼다. 이 중 4장에서는 이규보의 사물 인식과 한용운의 님학, 그리고 5장의 해월 최시형의 식천/제천론은 눈여겨 볼만한 내용으로 지구인문학적 지향은 조선 후기의 실학이나 동학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알게 모르게 서양의 것이나 중국의 잣대를 들이대고, 이렇게 하는 것이 고품격인양 하는 언행을 해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선조 중에서도 뛰어난 생각이 있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구인문학이란 의미를 생각해본다. 현재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지역적 범위를 넘어서 지구로 그 범위를 넓혀보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문에서의 동양과 서양의 구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통섭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양과 한국의 사고를 대비하고, 비교하면서 그 내용과 본질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음을 해명해내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의도적으로 이런 시도를 해 온 듯 보인다.









인간세 중심에서 지구세로 전환



20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산업화의 역사는 그 이전의 지구, 곧 만물이요, 자연이라는 사고를 순간적으로 바꿔놓고, 세상에 중심이 인간이며,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인간 이외의 것들은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모두 복무해야 한다고, 즉,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인간 중심사상이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생태계의 파괴가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지구라는 일체화된 것을 대상화시키고, 지구의 모든 존재 위에 군림하는 인간상을, 그리고 이들의 세상인 인류세를.



한국사상 속의 지구인문학 사고의 흔적들



지구인문학적 관점에서 한국철학 세계를 살펴보면, 조선 초기 유학자 정지운과 이황은 중국의 태극도(만물생성도)에서 한 걸음 나아간 천명도(우주를 하나의 원으로 도상화)를 만들고 그 안에 인간과 만물을. 물론 여전히 인간중심주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홍대용은 당시 세상의 중심인 중국을 축으로 우주를 이해하는 중국 중심론의 우주론을 비판, 중국 역시 지방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각 별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중심이라고, 중심과 주변이 없이 모두가 중심이라고 본 것은 당시로써는 꽤 도발적인 주장이었을 것이다. 물론 홍대용 이전에 김석문 또한 이런 주장을 했지만, 홍대용의 ‘사물 존재론’ 인간과 물 모두가 성(性)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뷔르노 라투르, 코스모폴리틱스로의 전환



라투르는 지구 대신 가이아 이론을 제시했다. 가이아란 어머니처럼 다정한 여신의 이미지가 아닌 인간 영역으로 침입해 온 매우 거친 자연을 말한다. 19세기까지 인간은 자연이 장관에 무력하고 압도당하며, 전적으로 지배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관점으로 뒤바뀌고, 이에 관한 대응으로 가이아2.0은 거친 자연으로, 다시 인간을 압도하려 한다. 여기서 공존이란 의미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별로 들어보지 못한 지구학과 지구인문학이란 영역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만물 즉, 인간과 물질 모두 지구라는 생각이다. 마치 생물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구의 절반이 인간의 영역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다른 종의 것이라는 생각과도 상통한다. 트로이 베티스, 드류 펜더그라스<지구의 절반을 넘어서>(이콘, 2023)는 월슨의 사고를 바탕으로 지구의 절반에 인간의 발길을 제한해 다양한 생물종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인류는 더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 한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한 생각의 전환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를 위해 과학수단을 동원하여, 온도 1.5도 낮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직접적인 시도는 국소요법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온도를 낮추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이 지구학적 관점, 즉 거시적 안목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대증요법으로 증상발현을 지연시키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지 않을까, 문제는 사고다. 어떻게 생각하는가인데, 모든 만물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지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그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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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bh 2023-08-2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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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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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의 핵심 키워드는 '지구화(golbalization)'이다. 'globalization'은 일반적으로 '세계화'로 번역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지구화'로 번역하여 사용하는데, 이 지점이 흥미롭다. '지구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1장에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지구화'는 '세계화'와 달리 경제적 현상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서구중심주의 사고에 오염되지 않은 단어이다. 또한 인간 및 국가를 초월하는 '지구공동체'의 개념과 결을 같이 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팬데믹 사태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국가 간의 경계를 짓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 요즘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 중 많은 것이 범지구적 사안이다. 여러 국가들이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던 중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조금쯤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는 지구학적 관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식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하는 책이었다.

​​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지점은, 국내 사상에서 지구인문학의 뿌리를 찾아 소개해주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세계화'가 아닌 '지구화'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수백 년 전에 이미 지구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학자들이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특히 홍대용의 사상이 기억에 남는다. '초목은 지구의 털과 머리카락이고, 사람과 짐승은 지구의 벼룩과 이이다'라는 『의산문답』의 구절은 충격적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사고관이 지배적이던 조선 후기에 저런 문장을 쓸 수 있었던 통찰력이 감명 깊었다. 환경 문제를 비롯해 온갖 위기에 맞닥뜨린 지구를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다'라는 아주 간단한 명제를 확실히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홍대용의 『의산문답』은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여름도 무척 더웠다. 뉴스에서는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뜨거운 거리에 활짝 열어놓은 가게 입구에서는 냉기가 줄줄 샜다. 소나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내렸다. 매번 일기예보를 빗나가 쏟아지는 빗줄기에 주변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열대 스콜이 내리나 봐'라고 말하며 웃었다.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풍경과 말들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기후 위기를 어느 때보다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 속의 실천은 미미하고 관심마저 부족한 듯 느껴진다. 지구를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요즘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는 마침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학 #어떤지구를상상할것인가


알라딘: 인류세의 철학 - 사변적 실재론 이후의 ‘인간의 조건’ |시노하라 마사타케

알라딘: 인류세의 철학
인류세의 철학 - 사변적 실재론 이후의 ‘인간의 조건’  | 지구인문학총서 2
시노하라 마사타케
(지은이),
조성환,이우진,야규 마코토,허남진 (옮긴이)































Sales Point : 1,761

10.0 100자평(4)리뷰(0)

272쪽

책소개
지구인문학총서 2권. 인류가 새롭게 맞이한 인류세에 즈음하여 한나 아렌트가 제기한 ‘인간의 조건’이라는 철학적 물음을 재조명한다. 아렌트의 견해에 인류세를 인간사와 자연사의 얽힘으로 이해한 차크라바르티의 견해를 더하고, 퀑탱 메이야수의 사변적 실재론이나 티모시 모튼의 객체지향철학 등이 제기한 ‘사물’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경유하여,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체험과 연결시키면서 재구성하고 있다.

인류세란 “산업혁명 이래의 인간의 활동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붕괴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조건이 위협받는 시대”이다. 이에 즈음하여 근대문명이 구축해 온 인공세계는 자연세계 위에 놓인 것이며, 자연 세계는 연약하고 깨지기 쉬우며 인간에게 우호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 책은 인류세에 즈음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수용하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인간이 붕괴의 길로 추락할 것인가, 성찰을 바탕으로 자연세계와 화해하고 붕괴 이후의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지향할 것인가를 묻는다.


목차


한국어판 저자 서문
프롤로그 『인류세의 철학』은 어떻게 탄생했나?
해제 <붕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서론

제1장 인간과 자연의 관계
· 인공물과 자연 · 인공물로서의 경계
· 인간의 세계·경계·자연과의 만남 · 인간의 세계와 그 붕괴
· 인간세계의 한계로서의 경계 · ‘아우라의 붕괴’에서의 양의성(兩義性)
· 자연 이해의 어려움 · 세계의 사물성
· 상호연관의 펼쳐짐

제2장 인간세계의 이탈
· 인간이 아닌 것의 세계 · 인류세
· 인류세 시대의 인간의 조건 · 인간의 조건의 사물성
· 이탈하는 인간세계 · 인간세계를 교란시키는 자연

제3장 인간세계의 취약함
· 인간세계의 과학기술화 · 지구로부터의 인간 이탈
· 인간의 조건의 붕괴 · 환경 위기와 인간 소멸
· 무용해지는 기분과 인공세계의 구축 · 생태적 현실로

제4장 생태적 세계
· 데이터로 본 현실의 충격 · 데이터가 제시하는 현실의 역설
· 마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 유체적(流體的) 사고에 대한 비판
· 인간은 자연 속에 살아 있다 · 인간적인 것과 생태적인 것의 사이
· 취약성의 현실성

제5장 사물의 세계와 시적 언어의 가능성
· 사물과의 상호교섭 · 과학기술화 과정에서의 주체성 상실
· 시적으로 말하기 · 사물의 응시
· 정신의 극복 · 사물이 만나고 모이는 장소
· 과대 도시화와 공업화의 결말

제6장 생태적 공존
· 현전(現前)의 공간과 그곳으로부터의 제거
· 인간 아닌 것의 힘들과의 접촉 · 인간의 유한성
· 혼돈공간의 발생 · 확산에서의 연관
· 파편과 함께 있다는 것 · 빛과 어둠의 경계
· 분리되지 않지만 구별된다

결론
접기


책속에서


P. 42아렌트는 근대 이후의 인간 생활의 문제를 ‘인간의 조건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어 버린 문제’로 생각하고자 하였다. 『인간의 조건』 제2판(1998)에 실린 서문에서 마거릿 캐노번(Margaret Canovan, 1939~2018)은 아렌트가 인간의 영역인 공적 세계에 대한 고찰을 지구라는 행성, 즉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생각하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 아렌트는 1957년의 인공위성 발사를 인류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으로 파악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이 지구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즉 “지구에서 하늘로 달아나고, 핵기술과 같은 실험을 통해서 인간 존재는 자연의 한계에 도전해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4 아렌트는 인간의 영역이 지구에서 이탈하여, 그 자체로 자족하게 되는 징조를 인공위성 발사에서 감지했다. 접기
P. 90인간 생활의 조건이 취약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인간 생활의 조건이 인간적인 의도의 산물이라는 의미에서의 인공 공간만으로는 완결되지 못하고,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지탱해 주는 자연과 만나는 곳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모튼이 “사물에는 기묘한 구석이 있다.”라고 주장했던 것은 인공과 자연이 은밀하게 만나는 곳에 사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인간 생활에서는 사물의 기묘함을 대체로 의식하지 못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세계에 사는 데 익숙해지게 됨에 따라, 그 이외의 세계, 즉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세계는 아렌트가 말하는 ‘세계 아닌 것’으로 지각되고, 거기에서 감각이 닫히고 사고도 멈추기 때문이다. 접기
P. 127차크라바르티는 기후변화와 함께 일어나는 사태를 둘러싼 사유를 펼쳐나가는 일을 야스퍼스의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한 의식”에 관한 검토에서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기술화가 인간 생활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현실은 전문적으로 분화된 개별 지식의 테두리에 머물러서는 사유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인간이 지구로부터 분리됨으로써 뿌리 없는 풀과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자각을 촉구하고, 그 결과에 대한 사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접기
P. 153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사물성(事物性)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사물을 두 가지 상태로 구분하였다. 하나는 인간적 세계의 구성 요소가 된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바깥으로 내몰려 서로 무관한 것들이 퇴적되어 있는 상태이다. 인간 존재를 조건 지우는 상태에 있는 사물은, 인간 생활이 영위되는 인간적 세계의 영역 안에 확실히 존재하는 것으로 지각되고, 인간 생활을 현실에서 뒷받침하는 것으로 감지되며 인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인간적 세계의 외부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물은 명확히 ‘세계 아닌 것’(non-world)으로 불리고 있다. ‘세계 아닌 것’이란 인간 생활과 무관하고 인간 생활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인간 생활로부터 방치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접기
P. 182오노의 시는 공업화된 장소를 사물성에서 포착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균질 공간의 확장과 그 확장에 대한 대항이라는 관념적 도식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모튼의 표현을 빌리면, 오노의 시는 “인간이 구축한 장소보다 훨씬 더 거대한 장소에 우리가 있음을 발견한” 시로 읽을 수 있다. 거대한 장소에 있을 때 인간은 바람과 연기를 느끼며, 풀과 광물의 현실성을 느낀다. 이 드넓은 펼쳐짐 속에 들어감으로써, 인간이 문화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만들어 낸 장소가 협소하고 제한적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환영이나 정신으로 가득 찬 번화가와는 다른 ‘갈대밭’이라고 하는 변경의 정적 속에 몸을 두는 것이 요청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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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시노하라 마사타케 (篠原 雅武)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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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생. 가나가와현 출생. 교토 대학교 인간·환경학 연구과 박사 과정 수료 후 인간·환경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교토 대학교 종합생존학관(思修館) 특임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문 연구 분야는 철학, 환경 인문학이며, 저서로 《공공 공간의 정치 이론》(人文書院), 《공공 공간을 위해》, 《전(全) 생활론》, 《복수성의 생태학》(이상 以文社), 《살았던 뉴타운》(靑土社), 《인류세의 철학》(人文書院) 등이 있다. 번역서로 마누엘 데란다의 《새로운 사회 철학》, 티머시 모턴의 《자연 없는 생태주의》(以文社) 등이 있다.

최근작 : <인간 이후의 철학>,<인류세의 철학> … 총 17종 (모두보기)

조성환 (옮긴이)


서강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한 뒤에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강사,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의 전임 연구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과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역서로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인류세의 철학》(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한국의 철학자들>,<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동북아 인물전> … 총 23종 (모두보기)

이우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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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왕양명 공부론의 교육학적 해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Korean Edcuation : Thought, System and Content』 등이 있고, 역서로는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 『야누시 코르차크 : 정의를 위한 교육』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신유학의 아동교육(1~2)」, 「Changes in the image of the ideal teacher in Korea」 등이 있다.

최근작 : <하와일록>,<독도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일제강점기, 저항과 계몽의 교육사상가들> … 총 6종 (모두보기)

야규 마코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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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大阪) 출생. 강원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박사과정 졸업. 일본 KYOTO FORUM 특임연구원, 중국 西安外國語大學 및 延安大學 일어전가(日語專家)를 역임했다. 현재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대학중점연구소 연구교수.
저서로 <崔漢綺氣學硏究>(경인문화사, 2008), <東アジアの共通善─和・通・仁の現代的再創造をめざして─>(岡山大学出版會, 2017, 공저), <지구인문학의 시선>(모시는사람들, 2022, 공저), 역서로 <일본의 대학 이야기>... 더보기

최근작 : <한국과 일본, 철학으로 잇다>,<공공철학 이야기>,<최한기 기학 연구> … 총 6종 (모두보기)

허남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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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기후위기 시대 인문학을 모색하기 위해 지구인문학, 공생철학, 에너지 철학 등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는 『개벽의 사상사』(공저), 『지구적 전환 2021-근대성에서 지구성으로 다시개벽의 징후를 읽다』(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개벽의 사상사>,<한국 종교교단 연구 XIII> … 총 9종 (모두보기)


和光同塵(화광동진)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미주 한국일보 2023

和光同塵(화광동진) - 미주 한국일보

和光同塵(화광동진)
댓글 2023-03-30 (목)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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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 도(道)를 설명하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56장에 나오는 말이며 
  • ‘참 빛은 빛나지 않는다’라는 불가(佛家)의 진광불휘(眞光不輝)라는 말과도 속뜻이 일치하는 말이다. 
  • 무위(無爲), 즉 ‘인위적으로 꾸미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가르친 노자는 
  • ‘아는 자는 말하지 않으며(知者不言/지자불언),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言者不知/언자부지)’라며 
  •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심을 누르고 자기의 존재를 과시하지 말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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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참으로 아는 사람은 자신의 지덕과 재능의 빛을 나타내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속세와도 어울림으로써 오히려 귀하게 되는 것이며 자신의 지식을 과장해서 내세우거나 거짓을 사실처럼 꾸미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하여 사익을 취하려는 세속적 사람과는 크게 다름을 가르친다. 또한 고금의 많은 현자(賢者)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비판과 폄훼(貶毁)의 구실로 삼아 상대방을 헐뜯는 사람을 소인배(小人輩)라 하였고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되돌아 보라 하였다.

노자는 도덕경 66장에서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에서 왕 노릇 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잘 낮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이 백성보다 위에 오르고자 하면 반드시 스스로를 낮추는 말을 해야 하고, 백성보다 앞서고자 하면 반드시 자신을 그들보다 뒤에 두어야 한다. 이 때문에 백성이 성인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고, 앞에 있어도 백성은 방해된다고 여기지 않으므로 천하가 즐겁게 추대하고 싫증 내지 않는 것이다’ 라 했으니 이는 ‘귀함이란 천한 것을 뿌리로 삼고, 높음이란 낮은 것을 기초로 삼는다(도덕경 39장)’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거나 깨우치는 것이 있으면 다른 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데 이는 어쩌면 인지상정이라, 굳이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자는 도덕경 71장에서, ‘스스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최상이요,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병이다’라고 말했고 공자는 위정편(爲政篇)에서 ‘어떤 것을 알면 그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맹자도 이루상(離婁上) 편에서 ‘사람의 병은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 데에 있다’ 말하였으니 이 모두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겸손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주위에는 학식이 높지는 않아도 지혜롭고 겸손한 말과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오랜 삶 속에서 고통을 겪고 많은 경험과 성찰을 통하여 책이나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지혜가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다듬어진 사람이다. 마치 잘 간직된 오래된 술이 더 깊고 그윽한 맛을 내는 것과 같고, 빛이 평소의 겸손한 삶 속에 묻혀 부드러워진 화광동진과 같다고 하겠다.

성자(聖子)이신 예수님은 육화강생(肉化降生) 하시어 그 지극한 사랑과 겸손으로 세속의 인간과 똑같이 먹고 생활하며 아픔을 위로하시고 수난 하시어 인류를 구원의 길(道)로 이끈 참 빛이시니 보잘것없는 티끌과 같은 인간과 하나가 되신 진정한 화광동진의 표상이시라고 부활절을 기다리며 묵상해본다.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죽음과 혼돈을 대하는 또 하나의 영성 - 2023

[전문가 칼럼] 죽음과 혼돈을 대하는 또 하나의 영성 - 가스펠투데이

죽음과 혼돈을 대하는 또 하나의 영성
박혁순 박사
승인 2023.10.10 
박혁순 박사 '인생 뒤안길'

우리의 깊은 영성을 확증하는 대목은 죽음과 혼돈에 관한 자세에서 발견된다. 유영모가 “종교의 핵심은 죽음이다. 죽는 연습이 철학이요 죽음을 이기자는 것이 종교이다. 죽는 연습은 영원한 생명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했듯,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영성, 그리고 신학 역시 죽음을 면전에 두고 전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그리스도교는 만물을 억압하는 죽음의 위협과 세력을 깨뜨리고 완전한 생명을 얻어내는 것을 죽음의 극복으로 설명해 왔다. 그리고 혼돈을 죽음과 짝지어진 악마적인 현실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 둘에 대항하여 하나님은 타협 없이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세기에 새로운 정통주의를 확립했다고 평가받는 칼 바르트 역시 이런 논점에 있어서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바르트의 그리스도론과 종말론이야말로 복음을 우리 시대에 유효하도록 탁월하게 재해석하고 선포했다고 평가한다. 그의 신학은 신자에게 창렬(彰烈)한 힘과 기쁨과 자유를 회복하게 한다. 반면에 그의 신학은, 다른 한편에서 죽음과 혼돈이 수반할 긍정적 계기에 대해 심중히 논하지 않은 맹점을 보인다. 우리가 죽음과 혼돈 자체를 예찬할 것은 아니지만, 그 역설적 순기능까지 눈을 감아버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우리 삶의 종식으로서 죽음을 문제 삼을 것만은 아니라고 제안했다. 왜냐하면 인생이 불가피한 죽음과 관련된 것에 주목할 때, 진지하게 존재와 무(無)에 직면하게 되고 새로운 존재 가능성이 얻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죽음을 선구적으로 결단할 경우, 무상하고 유약한 삶에서 벗어나 새롭고 도전적인 능력을 구가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이 본래적 실존의 가능성으로 나타나며 우리를 둘러싼 허무한 소유 조건과 무상한 권력의 허울이 벗겨지고, 고유하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대중은 문명 가운데 죽음을 지우려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단히 애를 쓴다. 청년은 젊음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고, 산 자는 땅 위에서 천년만년 살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인간이 죽음에 직면하지 않으면 존재와 하나님에게 겸손할 수 없고 궁극적 지혜를 갖추기 어렵다. 무한한 권태와 욕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삶의 질적 수준이 고양되지 않는다. 갖은 편의와 이기(利器)를 누릴지라도 정작 우리 인생이라는 그릇에 담기는 의미와 가치는 빈약하다.

만약 그리스도교 역시 존재와 삶의 의미와 윤리적 · 미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주야장천 사는 영생만 추구하는 것으로 소개된다면, 우리는 그러한 저급한 종말론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자들과 마주 보며 영원히 살 수 없는 노릇이다. 사는 보람과 생경한 아름다움 없이 권태롭게 불로장생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죽음을 건전하게 사유할 때, 우리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사는 기회에’ 체득할 수 있는 윤리적 ‧ 미적 요건들을 다시 숙고하게 된다. 자발적으로 의미있는 죽음을 앞서 구하며 영원히 향유할 가치와 아름다움을 하나님에게 남길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기왕 살아야 할 지상의 삶 가운데 혼돈을 피할 수 없으면 이 역시 제거할 것만 아니다. 지우고 배척하자면 더 늘어 붙는 경향이 있다. 인간 의식에 내재하는 정신 법칙이란, 우리가 극구 부정하는 것을 우리로부터 주도권을 넘겨받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평화운동을 해야지 반전운동을 목적으로 하면 곤란하다. 당선운동을 해야지 낙선운동을 하면 시간 낭비다. 따라서 부드럽고 열린 마음으로 혼돈을 괄호로 묶고 관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간이 떨쳐내기 어려운 ‘안정에의 욕구’는 곧 질서정연한 삶에 대한 욕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인생도 그러한 천복(天福)을 누리기 어렵다. 영성이 있는 인생이라면 평화와 질서가 갖추어진 환경뿐만 아니라 불화와 혼돈이 침노하는 환경까지 수용하고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갈등을 동력으로 삼고, 혼란을 게임으로 선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에 영성가 토마스 머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믿음은 단지 순응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다. 그것은 우리의 알려지지 않은 영적 내면만이 아닌 하나님 자신의 감추어진 본질과 사랑의 가장 신비롭고 접근하기 어려운 깊이까지 침입하면서 삶의 모든 영역들을 껴안는 것이다.”

평화와 질서에 순응하지 못할 인생은 없다. 그러나 또 한편, 갈등과 혼돈의 세월을 대면하며 포용하는 힘은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영역’을 긍정하고 껴안는 참 신앙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생명과 질서에 대해 감사할 것만 아니라, 죽음과 혼돈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야말로 모든 일, 모든 사태,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이 순수한 존재로 독존할 것을 버리고 대립과 차이와 소외가 있는 세계를 허락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자신이 세계로 인해 고난받기를 자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존재의 무대를 폐장하기 전까지 인간의 의식 앞에 놓일 죽음과 혼돈은 역설적이게도 또 하나의 축복의 관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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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순 교수
한일장신대 초빙교수
조직신학
예목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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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과 지위 지킬만한 도덕성과 자질 갖추었는가?-조세일보모바일

재산과 지위 지킬만한 도덕성과 자질 갖추었는가?-조세일보모바일
[철학과 행복상속]
재산과 지위 지킬만한 도덕성과 자질 갖추었는가?
조세일보 | 안광복 2020.06.10

상속받을 자의 자격㊦

조세일보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해야 양반이다."
조선시대 양반(兩班)은 묘한 신분이었다. 조선 사회에서 신분은 법적으로 양인(良人)과 천민뿐이었다. 양반은 분명 지배계층이고 상속되는 신분이었다. 그렇지만 '핏줄의 힘'만으로만 정해지는 특권도 아니었다. 양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분에 걸맞은 규범을 지켜야 했다.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에는 양반이 따라야 할 '생활 규범(매뉴얼)'이 잘 나와 있다.

"…절대로 비루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하고, 옛사람을 본받아 그 뜻을 존경해야 한다. 새벽 오경에 일어나 무릎을 꿇어 발꿈치는 궁둥이 위에 올려놓는다. <동래박의(東萊博議)>를 얼음 위에서 박이 굴러가듯 술술 외울 줄 알아야 한다. 배고파도 참고 추위도 견디며 가난하단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고문진보(古文眞寶)>나 <당시품휘(唐詩品彙)>를 깨알 같은 글씨로 한 줄에 100자씩 베껴서 쓴다. 손으로 돈을 만지지 않고 쌀값도 묻는 법이 없다. 아무리 더워도 버선을 벗지 않고, 맨상투 바람으로 먹지 않는다… 화로에 손을 쬐지 않고, 말할 때도 침을 튀지 않게 한다…"

부자가 양반의 지위를 돈으로 사려하자, 정선군수가 매매 증서(證書)에 적어놓은 양반이 지켜야 할 목록들이다. 군수는 문서에서 정해놓은 100가지 행동을 지키지 못할 때는 관청에서 혼찌검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실제로도 조선에서는 출신이 좋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들도 양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나보다. 지역의 양반 모임인 향안(鄕案)에 행실이 바르지 못한 자는 초대받지 못했다. 마땅히 해야 할 행동들을 바르게 처신해야 제대로 '지배계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나를 도둑으로 만드실 작정이오?"

그러나 현실의 양반들은 다들 이렇듯 모범적으로 살아갔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부자가 양반이 지켜야 할 항목들을 듣고 기염하자, 군수는 양반의 '특권'도 일러준다.

"양반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농사도 짓지 않고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주는 홍패(紅牌)는 두자도 못되는 크기지만, 여기에는 100가지 물건이 따라온다. …시골 선비로 궁하게 살아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웃집 소를 가져다 자기 밭을 갈고 마을 주민들을 시켜 내 밭을 김매게 해도 어느 누구도 욕하지 못한다. 잡아가 상투를 틀어매어 벌준대도 아무도 원망하지 못한다."

아마도 권력층이던 양반들의 실제 모습에 가까웠을 법한 설명이다. 하지만 군수의 말을 들은 부자는 언짢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만두시오. 저를 도둑놈으로 만드실 작정이오?"

돈과 권력을 쥐고 있다 해서 절로 권위가 생기고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걸맞은 생각과 처신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을 세상이 인정할 것이다.

만약 군수가 말한대로 마음대로 행동하며 욕망을 채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자신의 부귀영화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상속받는 자의 '자격'은 무엇이어야 할까?

영조는 손자인 정조를 낳은 혜경궁 홍씨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아이를 잘 키우되, 사치스러운 비단옷을 입히지 말고 무명옷을 입혀라. 늘 검소함을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복을 지키는 도리다."

부유한데도 검약하게 사는 이에게 재산이 모이지 않을 리가 없다. 감정을 다스리며 주변 사람들을 예의로 대하는 사람이 인간관계가 나쁠 리 없다.

결국 부와 명예는 한 사람의 삶의 자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존귀한 사람이 마땅히 할 법한 처신을 꾸준히 하면 존경을 받고, 자산가가 부(富)를 일굴만한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결국 큰 재산이 모이게 된다.

그렇다면 상속받는 자의 '자격'은 무엇이어야 할까? 단지 내 핏줄이라는 이유로 가진 것을 물려준다면, 아무리 큰 재산도 얼마 못 가 먼지처럼 흩어져버릴 지도 모른다.

상속 받는 이는 자신이 받을 지위와 재산에 걸맞은 삶의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걸맞게 살아야 간다. 오래 가는 명문 가문에는 나름의 도덕과 규범이 살아 있다.

상속할 몫과 세금을 따지기에 앞서, 상속을 주고받는 당사자들이 재산과 지위를 지킬만한 도덕성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볼 일이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