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1

알라딘: 묵자 -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묵자 -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기세춘 (지은이) | 바이북스 | 2009-02-16





정가 50,000원
판매가 45,000원 (10%, 5,000원 할인) | 무이자 할부
양장본 | 936쪽 | 225*170mm | 1404g | ISBN : 9788992467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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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묵자 사상을 소개하고, 그 오해와 왜곡을 밝히는 책이다. 1992년 <묵자> 완역본을 최초로 출간한 이후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해 덧붙였으며, 중국의 주해들을 참고했으나 많은 부분에 독자적인 주해를 더했다.

책의 구성은 해설부와 번역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해설부에서는 묵자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번역부에서는 현존하는 <묵자> 53편 중 <비성문> <영적사> 등 방위 전술을 기록한 11편의 병서를 제외하고 나머지 42편을 모두 번역하여 원문과 함께 수록했다. 지금까지 묵자를 모르던 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기존의 왜곡된 묵자를 읽었던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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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을 펴내며
1992년 완역판 서문
일러두기

【 해설 】

1장 묵자는 누구인가?
출신성분 / 묵자의 사상적 위상 / 묵자는 혁명가 / 묵가는 협객집단

2장 보수와 진보의 쌍벽
천하가 공묵에 기울다 / 묵가들의 유가 비판 / 공자의 인애는 신분차별적이다

3장 종교사상
동양의 하느님 / 서양의 신 / 동양의 유물론 / 묵자의 하느님과 예수

4장 철학사상
존재론 / 시간의 철학 / 인식론 / 가치론

5장 논리학
명실론 / 묵자의 논리학 / 묵자의 논리학과 삼단논법 /
묵자의 명실론과 논리실증주의

6장 정치사상
민주적 정치론

7장 공동체론
대동사회 / 소강사회 / 서양의 공동체론 / 공동체의 조건과 인류의 회심

8장 경제사상
묵자는 경제학의 시조 / 묵자는 진보주의의 시조

9장 사회?문화사상
묵자의 노동 해방 사상 / 초과 소비론 / 호사스런 음악과 장례 반대

10장 반전 평화론
전쟁은 무엇인가? / 묵자의 반전 평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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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읽기 】

제1편 친사親士 제2편 수신修身 제3편 소염所染
제4편 법의法儀 제5편 칠환七患 제6편 사과辭過
제7편 삼변三辯 제8편 상현尙賢 상 제9편 상현尙賢 중
제10편 상현尙賢 하 제11편 상동尙同 상 제12편 상동尙同 중
제13편 상동尙同 하 제14편 겸애兼愛 상 제15편 겸애兼愛 중
제16편 겸애兼愛 하 제17편 비공非攻 상 제18편 비공非攻 중
제19편 비공非攻 하 제20편 절용節用 상 제21편 절용節用 중
제25편 절장節葬 하 제26편 천지天志 상 제27편 천지天志 중
제28편 천지天志 하 제31편 명귀明鬼 하 제32편 비악非樂 상
제35편 비명非命 상 제36편 비명非命 중 제37편 비명非命 하
제39편 비유非儒 하 제40?42편 경經?경설經說 상 제41?43편 경經?경설經說 하
제44편 대취大取 제45편 소취小取 제46편 경주耕柱
제47편 귀의貴義 제48편 공맹公孟 제49편 노문魯問
제50편 공수公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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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전 찾아보기




묵자는 초나라와 월나라 등 여러 곳에서 봉토를 주겠다고 하며 초빙을 받았으나 귀족의 신분이 되는 것을 거절하고 노동자의 검은 옷을 입고 전쟁 반대 운동에 목숨을 걸었으며 평등사회 건설을 위한 사회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 32쪽

묵자는 철학자이며, 과학자요, 경제학자요, 반전 평화운동가였으나 그보다 혁명가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그는 실천하고 조직하고 투쟁한 사회혁명가였다. 그는 “내 말은 반석과 같으니 깨뜨릴 수 없다”고 외치며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 42쪽

묵자는 평등한 사랑을 주장하고, 공자의 인仁을 체애體愛, 즉 차별적인 사랑이라고 비판한다. 겸兼이란 아우름과 평등을 의미하며, 그 반대는 개별의 체體와 차별의 별別이다. 공자의 인은 개인의 혈연에 대한 사랑을 말하지만 묵자의 겸애는 혈연적 신분 관계를 초월한 공동체 안에서 인간 각자의 주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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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09년 2월 21일 잠깐 독서





저자 : 기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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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예수와 묵자>,<노자 강의>,<실학사상> … 총 23종 (모두보기)
소개 :
1992년 『천하에 남이란 없다―묵자』 상·하권을 출간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묵자를 완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1994년에 신영복 선생과 공역으로 출간한 『중국역대시가선집』 (전 4권)은 중국의 시사詩史 3,000년을 총망라한 우리나라 유일본이다.
1994년 문익환 목사와 공저로 『예수와 묵자』를 출간했고, 2009년 재출간했다.

1997년 서양의 현대철학과 북한의 주체사상을 비교 분석한 『주체철학 노트』를 출간했다.
2002년에는 <신세대를 위한 동양사상 새로 읽기> 시리즈로 『유가,』 『묵가』, 『도가』, 『주역』 등 네 권을 출간했다. 
2005년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동양사상 바로 알기’를 주제로 『동양고전 산책』(전 2권)을 출간했다.
2007년에는 고전 재번역 운동의 일환으로 『장자』를 완역하여 출간했으며, 중국과 조선의 성리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성리학개론』 상·하권을 출간했다.
2008년에는 『노자 강의』를,
2009년에는 『묵자』를 출간했고, 2010년에는 『논어 강의』를 출간했다.
현재는 『주역』 출간을 위해 강의안을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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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사상을 오직 겸애설 한 마디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으로 묵자 사상을 다 알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묵자의 사상은 매우 폭넓고 진보적인 사상이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묵자』를 완역했던 묵자 전문가이자, 재야 한학자인 묵점 기세춘 선생의 『묵자』 결정판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묵자 사상을 소개하고, 그 오해와 왜곡을 밝힌다. 1992년 『묵자』 완역본을 최초로 출간한 이후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해 덧붙였으며, 중국의 주해들을 참고했으나 많은 부분 선생의 독자적인 주해를 더했다.
책의 구성은 해설부와 번역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해설부에서는 묵자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번역부에서는 현존하는 『묵자』 53편 중 「비성문備城門」.「영적사迎敵祠」 등 방위 전술을 기록한 11편의 병서를 제외하고 나머지 42편을 모두 번역하여 원문과 함께 수록했다. 지금까지 묵자를 모르던 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기존의 왜곡된 묵자를 읽었던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왜 묵자인가?
-2천 년 동안 금서였던 『묵자』!

묵자墨子는 춘추전국시대 공자孔子와 더불어 공묵孔墨이라 일컬어질 만큼 제자백가의 거두였다. 『회남자淮南子』에는 “공자와 묵자의 명성은 영토가 없었지만 천자의 지위를 누렸고 천하를 두루 유묵儒墨에 기울게 했으며, 묵자를 따르는 무리는 백팔십 인인데 불 섶을 짊어지고 칼날을 밟으며 죽어도 돌아서지 않았다”고 전한다. 또 『맹자孟子』에서는 “양자楊子와 묵자의 말이 가득하여 천하의 언론은 양자로 돌아가지 않으면 묵자로 돌아간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천하에 가득하던 묵가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이에 대해서는 한漢 무제武帝 때인 BC 136년 동중서董仲舒의 건의로 백가를 폐출하고 유교를 국교로 삼자 권력의 탄압을 피해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라는 학설이 신빙성 있다. 이후 『묵자墨子』는 유가와 법가의 책에서 단편적으로 거론될 뿐 자취를 감추었다가 17세기 초 도가의 경전 속에서 발견되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18세기가 되어서야 최초의 주해서가 나온다. 『묵자』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도 20세기 중엽의 일이다. 인류사에 이처럼 2천년이 넘도록 금서였던 책은 아마 『묵자』가 유일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자나 맹자孟子는 알지만 묵자는 생소하게 느낀다. 묵자의 이름은 알지만 그의 사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나마 알고 있는 것도 유가적 시각에 구애된 중국학자들의 교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묵자 사상을 모르는 한문학자들의 오역이 더해진 번역본을 통해서 알기 때문에 왜곡된 것이 많다. 실제로 유가 같기도 하고 도가 같기도 한 정체불명의 사상으로, 또 겸애설 한 마디만으로 묵자를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묵자의 사상은 유가나 도가와는 다른 독창적인 사상이다. 『묵자』에는 유가들의 예악을 비판하는 글이 곳곳에 등장하며, 「비악非樂」?「비유非儒」 등 안티테제의 글이 독립된 편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또 묵자는 인민들과 더불어 산 노동자였으므로 세상에 회의와 염증을 느껴 속세의 문화와 제도를 거부한 노자?장자와도 다르다.
묵자는 반전 평화운동과 절용 문화운동을 전개한 사회운동가이자 혁명가였으며, 인류 최초로 우주宇宙와 공간과 시간을 말한 철학자요, 정교한 가격이론을 제시한 경제학자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신분 계급과 노예제가 엄연히 존재하던 고대 사회에 천하 만민에게 두루 평등한 사랑을 외친 평등주의자요, 박애주의자였다. 이처럼 묵자는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사상가였으며 그의 사상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공자를 알려면 묵자를 알아야 한다!

공자는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면서 제후들에게 유세하고 등용을 바랐으나 아무도 등용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쓸쓸이 죽었다. 그는 유사 계급의 지도자였고 왕도주의의 대표자였다. 반면 묵자는 공민工民 계급인 목수 출신으로 초楚나라와 월越나라 등 여러 곳에서 봉토를 주겠다고 제의했음에도 귀족 신분이 되는 것을 거절하고 노동자의 검은 옷을 입고 절용節用 문화운동을 펼쳤다.
공자와 묵자는 보수 진보의 쌍벽이었으므로 서로 비난했다. 그러므로 일찍이 공자의 도통인 한유韓愈는 공자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묵자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쪽 벽만 보고는 골짜기를 다 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묵가들은 유가들의 지혜가 갓난아기보다 못하다고 조롱했으며, 고대 삼대 폭군들이 모두 유가의 도를 따른 자들이었다고 비난했다. 또 유가들이야말로 생산 활동을 기피하고 게으르고 오만에 빠져, 먹고 마시는 것만 좋아하고 일하는 것은 싫어함으로써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얼어 죽고 굶어죽을 위험에 처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는 존재라고 혹평했다.
반면 유가들은 평등을 주장하는 묵가들은 아비 없는 짐승 같은 자들이라고 비난하고, 공적과 실용을 숭상하고 검약을 장려하며 차등을 가볍게 보니, 천하를 통일하고 국가를 세우는 관건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또한 묵자는 공리功利를 숭상하고, 수고로운 노동을 하고 백성과 함께 사업에 종사하며, 성과를 균등 분배할 것이니, 천시天時와 지리地利와 인화人和를 잃게 되어 더욱 가난해지고 날마다 다툴 것이며, 죽도록 고생해도 더욱 공적은 적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공묵은 서로 대립했으므로 한쪽만 읽으면 제대로 평가할 수 없고 아울러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묵자』란 책은 당시 시대적 논점을 주제별로 논문 형식으로 논술하고 있어, 동시대의 문서인 제자와 문답 형식의『논어論語』나 강령적 단문 형식의『노자老子』의 문제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묵자를 모르고 감히 진보를 말하는가?

노동운동의 시조
묵자는 인류 최초로 인간만이 노동을 하는 동물임을 발견한 사상가이다. 그는 짐승과 새들은 수놈이 밭 갈고 씨 뿌리지 않고 암놈이 실 잣고 길쌈을 하지 않아도 먹고 입을 것을 모두 하늘이 이미 마련해 주었지만, 오직 사람만은 다른 짐승들과는 달라 노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으며,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천명했다. 노예나 소와 말과 개들의 사역은 노동이 아니다.
공자의 학문이 군주와 귀족 등 지배계급에 유세하여 관직에 나가 입신출세하려는 선비 계급을 위한 학문이었다면, 묵자는 공민 계급인 목수 출신이었으므로 그의 학문은 천대받던 노동자들과 헐벗고 굶주린 민중의 해방을 위한 학문이었다. 그래서 일찍이 순자荀子는 묵자를 ‘노동자의 도道’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자는 구체제인 주례周禮로의 복귀를 주장했으나 묵자는 신분차별과 사유재산제를 반대하고 인민 모두를 평등하고 두루 살리는 공산공생共産共生 공동체인 이른바 안생생安生生 대동사회를 지향했다.

인류 최초의 반전 평화운동가
그가 활동하던 때는 춘추전국시대로 400여 년 동안 전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전쟁이야말로 하늘의 뜻에 반하는 악惡의 근원이며 평등공동체를 파괴하는 제1의 장애물로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는 침략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침략받는 나라에는 제자들을 보내 방어 임무를 맡게 하고 자신은 홀로 침략국 군주를 만나 전쟁 중지를 담판 지었다.
특히 묵자는 전쟁을 경제학적 소비제도로, 인류학적 문화제도로 고찰했다. 그는 백성이 궁핍한 것은 지배계급의 초과 소비의 낭비문화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먹고 입고 따뜻하고 쓰기에 편리하면 그것으로 그치고 인민의 이용후생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은 생산하지 말라고 했다. 재화는 본래의 목적대로 소비되어야 하며 그것을 초과하여 지배자들의 권력과시를 위해 사용되는 것은 노동의 목적을 일탈한 ‘초과 소비’라는 것이다. 유가들의 후장구상厚葬久喪(화려한 장례와 오랜 상례)을 비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산 사람을 생매장하고 재물을 땅에 묻는 후한 장례(厚葬)와 노동 시간을 빼앗는 오랜 상례(久喪)는 초과 소비이며 인민을 착취하고 굶주리게 하는 악한 문화제도라는 것이다. 그에게는 전쟁도 이와 같은 초과 소비의 전형이었다. 전쟁은 지배계급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일 뿐 하늘의 백성을 죽이고 천하의 산업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회계약설의 원조
묵자는 만민평등론 인민주권설 등을 주장한 민주적 정치사상가였다. 그는 평등의 정치는 의로운 것이며 차별의 정치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의 평등은 하늘에 뜻에 근원을 두는 천부인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신분, 빈부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기회의 평등이다. 그는 “사람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모두 똑같은 하느님의 신하”라고 말했다. 또한 “비록 농업이나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더라도 능력이 있으면 그들을 관직에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자유로운 신분이동을 옹호하고 신분차별을 비판했다. 또한 그는 “천하의 의리를 화동 일치시키고자 어진 이를 선출하여 천자로 삼았다”고 했으며 “군주는 민중의 총의로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성이 주권자임을 분명히 말한 것이다. 여기서는 19세기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말한 사회계약설의 소박한 원형을 볼 수 있으니 공자가 주장한 왕권 천명론에 비교하면 묵자가 얼마나 진보적이었나를 알 수 있다.

묵자는 재산의 상속과 사유제를 반대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완전고용과 필요공급, 균분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런 점으로 보아 묵자는 진보주의의 시조라고 해야 타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를 알려면 공자를 읽어야 하겠지만 진보의 진면목을 알려면 반드시 『묵자』를 읽어야 한다.

예수를 알려면 묵자의 하느님을 알아야 한다!

묵자는 군왕을 가치의 표준으로 인정하지 않고 천지天志 즉 하늘의 뜻을 유일한 가치표준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은 겸애와 교리交利라고 설명한다. 그의 반전론, 절용론, 공동체론, 기타 정치?경제사상 등이 모두 이리로 통한다.
『묵자』에서는 300여 차례나 하느님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묵자』 53편은 모두 일관되게 겸애와 교리라는 하느님 사상을 기초로 진술된 글이다. 이에 대해 기세춘 선생은 그 내용이 『신약성경』과 놀랍게도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구약성경』?『묵자』?『논어』 등이 거의 같은 시대에 기록된 문서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것들은 모두 수만 년 동안 발전해 온 인류 문명이 비로소 문자로 기록된 이른바 차축시대(axial age)의 인류적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구약의 신 야훼는 전쟁신이고 부족신의 요소가 강한데 반해 묵자의 하느님은 평화와 민중해방의 신으로서 인류적 보편신이라는 점에서 5백년 후 예수의 신과 너무도 닮았다. 그리고 『묵자』는 2천 년 동안 금서였으므로 묵자의 하느님에 대한 증언은 정치권력이나 교단 권력에 의해 왜곡 변질될 객관적 요인이 없었다. 그러므로 외세와 지배 권력에 타협 혹은 복무하기 위하여 변질된 서양 예수를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선 묵자의 하느님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예수가 말한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의 참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묵자의 하느님은 반드시 검토해야 할 대상이다.

천하에 남이란 없다!

‘천하무인天下無人’이란 묵자 사상을 한 마디로 표현한 핵심 강령과도 같다. 『묵자』에는 “천하무인만이 묵자의 말이며 오직 이것뿐이다”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러면 천하무인이란 어떤 뜻인가? 천하에 사람이 없다는 공허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천하에 남이란 없다’ 즉 천하 만민은 모두 하느님의 백성이므로 남도 내 몸처럼 두루 사랑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묵자의 사랑은 예수의 사랑과 부처의 자비와도 비견된다. 그렇기에 중국의 국부 쑨원孫文 “고대에 사랑을 말한 사람으로 묵자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 묵자가 말한 겸애는 예수의 박애와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고 문익환 목사는 “묵자의 하느님은 예수의 하느님과 쌍둥이같이 닮았으며 석가, 묵자, 예수는 한 뿌리에서 나온 세 가지다”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는 어떠한가? 지구촌 곳곳에서는 아직도 전쟁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있다. 민간인 희생도 불사한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단행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자살 폭탄테러로 맞선다. 텔레비전을 통해 우주인의 생활이 실시간 중계되는 시대임에도 아프리카에서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어간다. 이것이 예수와 공자와 부처 또는 다른 신이나 이성을 믿는 우리의 이면인 것이다.
종교는 갈 곳을 잃었고, 풍요와 번영을 약속했던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약자의 고통을 양산했으며,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의 꽃이라 했던 월스트리트로부터 시작된 진동은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
지구는 파멸되어 간다. 이제 인류는 회심해야 한다. 인류의 종말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러나 우리는 혼돈에 빠져 있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묵자의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천하 만민을 모두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묵자의 말은 귀감이 된다. 이기주의로 점철된 현대사회에 대한 처방은 오직 이것뿐일 것이다.

묵자는 말했다.
“너에게 천하를 주겠으니 그 대신 네 목숨을 바치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느냐? 반드시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천하가 아무리 귀하다 해도 목숨보다는 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 한 마디로 서로 죽이기도 한다. 이는 의義가 목숨보다도 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사는 의보다 귀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옳다고 하니 그 의라는 것이 혼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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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까지 봤던 묵자의 삶. 읽을수록 전해지는 감동에 항상 가슴이 뜨거워진다.
우왕 ㅣ 2013-11-21 l 공감(0) ㅣ 댓글(0)



한문을 보는 눈을 기르는 공부와 묵자를 알기 위한 공부 두 가지를 함께 이루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논어, 맹자를 공부하면서 느낄 수 없었던 성취감이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권해드립니다.
바른아빠 ㅣ 2011-12-01 l 공감(1)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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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3편




한권의 책이 동양사상을 꿰뚫고 있습니다. 태극인 ㅣ 2009-08-08 ㅣ 공감(0) ㅣ 댓글 (0)


기세춘선생님의 묵자를 읽고....

항상 고전은 어렵다고 느껴던 것을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동양사상의 줄기를 잡혀지고 있습니다.

묵자에 대한 주제별로 다루면서 묵자뿐 아니라 다른 학자의 글을 인용하여

쉽고 이해되고 비교되어 그 사상을 잘 이해하는 데 동양사상의 전체 흐름을 파악되도록 하여 넘

좋았습니다...

고전을 첨 접하는자도 전공하는 자에게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쉬고 재미있고 이해되는 현대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와 어울림이

묵자를 통해 포스트모던시대에 나침판이 되어주는 듯 합니다..

어렸을 적에 조부께서 욕을 하던 그 이름 supertravelor ㅣ 2009-05-14 ㅣ 공감(1) ㅣ 댓글 (0)
어렸을 적에 조부께서 욕을 하던 그 이름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욕을 쳐먹을 말들만 골라서 묵자가 하고 있다는 것을 글을 읽는 내내 깊숙히 느낄 수 있었다. 진실이란 욕을 쳐먹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사태에 무한한 비애감이 든다.
천하에 남이란 없다.
하늘이 바로 민이다.
의가 곧 이이다.
인류가 이러한 위대한 철학자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커다란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묵점 선생의 해석은 탁월하다. 그리고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수없이 보이며 선생의 넓고 깊은 고전의 공부가 글자 하나하나에 드러난다.

천하에 남은 없다 두루두루 평등하게 사랑하라 서향 ㅣ 2009-04-01 ㅣ 공감(8) ㅣ 댓글 (0)
책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알게 일깨워 준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다름 아닌 저자의 사상과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古典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어 더욱더 소통의 의미를 배가 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墨子>>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묵자를 접하는 동안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기독교의 복음서와 불교의 법화경, 마르크스의 유토피아,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등 마치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한 사상이 어떻게 그 옛날 한개인에 의해서 설파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인문사상사를 다시 집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묵자의 내용이 친근감으로 와닿았던 것이다.

묵자는 단지 중국사상의 르네상스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에 유가, 도가, 법가등 수많은 사상가중 하나로서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 '겸애사상' 정도를 주창했던 잊혀진 고대사상가로만 알고 있었던 일자무식의 필부인 나에게 그래서 기세춘선생의 <<묵자>>는 많은 충격을 던져 주었다.

사실 동양사상은 그 다양성이나 깊이면에서 서양사상과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심원하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근대화라는 담론에서 서양의 영향을 받게 되어 그 의미가 퇴색한 부분도 있지만 그 근원을 고찰해보면 인류문명의 뿌리와도 같은 존재가 바로 동양사상인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이 한때 정치논리(한제국의 유교 공식화)에 의해 억압되었고 서양의 근대화담론에 의해 휘청거렸던 것이다. 심지어 고전사상은 사회발전의 걸림돌이나 병폐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그나마 몇몇 뜻있는 학자들에 의해 그 다양성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정치상으로는 혼란시대라고 하지만 사상적인 면에서는 그야말로 서구의 르네상스시대를 능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사상의 다양성이 공존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사상들은 현대에 이르러 그 의미가 더 확대되고 연구되고 있지만 유독 묵가만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주목받지 못한 이유가 여러가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두가지 정도라고 생각된다.

첫째, 묵자의 출신성분이 불손하다. -한족의 입장에서-

공자, 노자, 한비자, 순자, 맹자등 이름만 들어도 장장한 이들은 한족의 후예들이다. 하지만 묵자의 경우 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한족출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묵자는 어디에서 왔을까? 중국 사서의 기록으로 추론하면 묵자는 고죽국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바로 묵자가 동이족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추친된 중국의 상고사 발굴 프로젝트에 의하면 고죽국이 위치한 홍산문화, 하가점하층문화가 바로 동이족의 문화라는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보면 묵자는 동이족의 후예였고 그래서 한족의 시각에서 그의 사상을 부각시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 묵자는 아주 불손한 사상의 소유자이다. -지배계층의 입장에서-

공자를 비롯한 사상가들의 출신성분은 대체로 사(士)였다. 요즘으로 치면 식자층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묵자의 경우 비천한 노동자 출신으로 출신만 놓고 보면 이들과 비교대상이 되질 않는다. 특히 그가 내세운 겸애사상 즉 만민평등사상은 당시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왕조국가에서도 받아 들이기 힘든 사상임에 틀림 없었다는 것이다. 하물려 현대의 정치제도하에서도 상당히 진보적인 사상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한족이 아니고 하층민출신으로 위험천만한 사상을 펼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진시황의 전국통일이후 진행된 집단의 망각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서서히 역사의 망각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묵자의 사상을 좀더 쉽게 그러면서도 그의 뜻이 제대로 살아있는 말로 함축하면 아마도 "天下無人" "兼愛" 이 두마디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글자그대로 풀이하면 천하무인은 천하에 남은 없다라는 뜻이고 겸애 두루평등하게 사랑하라는 뜻이 될 것이다. 묵자의 철학과 정치,경제, 외교,반전사상등을 한꺼번에 표현하는 말이 바로 천하무인과 겸애이다.
천하에 남이 없기 때문에 우리 인간들은 나를 대하듯 남을 대해야 하는 것이고, 자기 가문을 대하듯 남의 가문을 대해야 하는 것이고, 자기 나라를 대하듯 남의 나라를 대한다면 그 어떠한 분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하늘아래의 그 어떠한 차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가에서 말하는 사농공상의 그 어떤 신분적인 차별이 없는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입장이다.
겸애는 천하무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되는 말이다. 천하에 남이 없는데 어찌 두루두루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루 평등하게 사랑하는 세상이 묵자가 바라는 바로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현대인들은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공동?? 묵자가 주장했던 것이다.

묵자는 천하무인/겸애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두가지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삼표론과 절용론을 통해서 천하무인, 兼相愛 交相利로 이르는 길을 설파하고 있다. 마치 예수가 그의 하나님을 찾아 가는 구도의 길을 제시하듯이 말이다. 묵자가 말하는 구도의 길은 삼표론과 절용론으로 대변된다.

三標論
묵자는 천하무인/겸애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天志)만이 가치판단의 근원이면서 표준이라 주장했다. 묵자가 제시하는 세가지 표준을 이른바 삼표라고 한다.
本 : 하늘의 뜻을 실행한 바 있는 성왕의 역사적 경험을 표본으로 삼는 것이며(본받을 표본이라는 뜻으로 보편적인 선)
原 : 판단 주체인 인민의 이목에 따르는 것이며(근원으로 삼아야하는 공동의 선)
用 : 실제로 인민의 이용후생에 이로운 것을 따른다는 것(백성의 이익을 위한 구체적인 실용성)
묵자가 말하는 모든 가치의 근원은 유가에서 말하는 군사부(君師父)가 아니라 일반 백성의 뜻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봉건 지배 체제를 부정하는 혁명선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맹자는 묵가들을 부모도 모르는 탕아들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묵자의 민의는 이러한 효나 충의 개념을 뛰어넘는 담론이다. 당시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를 반대하고 본받을 표준은 오직 인민의 뜻과 이익뿐이라고 주저없이 주장했고 이러한 삼표만이 천하무인를 이룩하는 기준이라고 한 것이다. 이는 지금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보다 더 민본주의, 민주주의적인 사고인 것이다.

節用論
묵자가 말하는 절용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절약의 개념과는 사뭇다르다. 절용이란 절도 있는 소비를 지칭한다. 그럼 절도있는 소비란 어떤 의미인가? 백성들로 하여금 재화를 풍족하게 사용하토록 하되 이용후생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은 결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첫째로 백성의 이용후생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은 생산하지도 말고 할 필요성도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재화는 그 본래의 목적대로 소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백성의 노동과 자원을 지배계급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가에서 강조하는 예악(禮樂)의 개념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묵자는 귀신에 대해선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도를 넘어서는 장례나 호화로운 음악으로 인한 재물낭비를 비판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절용의 도를 넘어서는 것이 요즘의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시장실패의 원인이 되고 또한 전쟁의 목적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자기 나라에서 나오는 물산을 주어진 목적대로 사용하게 되면 전쟁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발상인가 묵자가 아닌 그 어떠한 이가 이처럼 생각했겟는가. 이것은 묵자 자신이 노동계급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폐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특히 고대의 경우 전쟁의 목적중 가장 큰 목적인 이러한 노동력의 확보였다는 점에서 묵자는 절용을 통한 자국의 경제안정과 반전사상을 동시에 설파했던 것이다.

이처럼 묵자는 천하무인과 겸애가 실현되기 위해서 삼표론과 정용론을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방법론의 핵심은 다름아닌 백성의 뜻(民意)에 따라 백성의 이롭게(利)하는 것이 진정한 성인의 방침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지향하는 모든 정책은 결국 인민의 행복을 위해서만이 그 존재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백성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떠한 사상보다 묵자의 사상은 사람을 중요시 한다. 유가의 사(士)가 아닌 일반 백성을 중요시 한다. 백성의 뜻이 바로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묵자는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점은 민주화된 제도에서 정치를 펼치고 있는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많은 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러한 백성본위의 사상으로 인하여 묵자사상은 그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굳 없었던 것이다.

묵자의 사상은 한마디로 토탈리스트라 할 정도로 철학,정치,외교,사회,종교,경제등 분야에서 그의 표현처럼 두루두루 걸쳐 확인되고 있다. 그 어떠한 사상가보다 확고한 신념과 자기정체성을 가졌던 사상가였던 것이다. 비록 묵자의 사상은 그 당시에 철저하게 외면 당했지만 예수의 하나님과 불교의 중생구제,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마르크스의 유토피아를 통해서 그 면면을 전달했던 것이다.약 2500여년전 이러한 불세출의 사상가의 사상이 시대를 흘러 지금에 와서야 빛을 보게된 것은 어쩌면 역사라는 신의 시샘은 아니였는지 모르겠다.


忠實欲天下之富 而惡基貧 진실로 천하가 부유하기를 바라고 가난을 싫어한다면
欲天下之治 而惡基亂 또한 천하의 태평을 바라고 혼란을 싫어한다면
當兼相愛 交相利 마땅히 두루 평등하게 서로 사랑하고 이롭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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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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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순 (지은이) | 시대의창 |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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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묵자는 낯선 사상가다. 묵자의 가르침이 담긴 책 <묵자> 원문을 번역하고 해설한 책은 여러 권 나와 있지만, 동양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 쉽지 않다. 중국철학이나 고전을 잘 모르는 사람도 묵자 사상의 정수를 이해하고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젊은 동양철학자 임건순이 눈앞에서 강의하듯이 쉽게 풀어 썼다.

묵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2300~2500년 전, 보편 복지와 침략전쟁 반대, 의로운 정치를 주장하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 말하면서, 그 뜻을 펼치고자 앉은자리가 따뜻해질 새 없이 동분서주했던 사상가이자 조직가이며 활동가다. <묵자> 원전은 한나라 때까지 71편이 전해졌다고 하나 현전하는 것은 53편이다. <묵자>의 핵심은 '묵자 10론', 곧 겸애, 비명, 비공, 상현, 상동, 천지, 명귀, 절용, 절장, 비악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묵자 10론'을 구성하는 <묵자> 원문의 중요한 대목을 쉬운 문장과 입담으로 풀어냈다. 묵자가 어떤 사람인지, 묵가는 어떤 집단인지, 그들이 등장한 역사적 배경과 맥락, 후대의 분열과 변질, 중국 사상사에 차지하는 의미까지 흥미진진하게 살펴본다. 게다가 오늘날의 현실까지 깜짝 놀랄 만큼 갈파하는 묵자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프롤로그
길잡이의 초대장

1 묵자 여행 준비
2 길잡이의 나침반
묵자 사상의 중심, 겸애/‘이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
3 묵자, 그는 누구인가
묵墨의 무리/노나라가 낳은 사상가/여담
4 시간적 배경
어떻게 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는가/씨족공동체의 일원에서 보편 인간으로
5 묵자가 본 인간
노동하는 존재, 자기 몫을 지닌 존재, 욕망하고 계산하는 존재/묵자는 성악론자
6 묵자의 하느님
동양 사상의 하늘, 하느님/묵자의 天, 현실과 단절된
7 기축 시대의 스승, 묵자
8 공자와 묵자, 유가와 묵가
먼저 공자가 있었다/仁에서 겸애로, 다시 대동사상으로
9 유가와 묵가의 사고 단위, 그리고 전국 시대의 통일
국지적인 유가, 전체적인 묵가/시詩와 변辯
10 진나라의 묵가, 진묵
묵자들이 진으로 간 까닭/묵가는 어떻게 사라졌나
11 묵가 사상의 비조, 그 이름 자로여
《논어》라는 화단에 핀 색다른 꽃/공자 학단의 야당 대표, 자로/자공, 명을 받지 못한 아주 좋은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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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묵자 읽기 | 묵자 사상의 예습편들
친사親士/수신修身/소염所染/법의法義/칠환七患/사과辭過
13 묵자 읽기 | 계급 타파와 사회 개혁을 위한 외침
14 묵자 읽기 | 겸애 실현을 위한 조직론
태초에 질서가 없었을 때/하나로, 일원적으로, 통일로
15 묵자 읽기 | 이것이 겸애다
별別과 겸兼, 별에서 겸으로/군주가 좋아하면, 이루어진다
16 묵자 읽기 | 구체적인 겸애, 반전
17 묵자 읽기 | 구체적인 겸애 2
절용節用/절장節葬/비악非樂
18 묵자 읽기 | 기존의 질서 부정과 하느님
명命에 반대한다/천지天志, 그들의 대안
19 묵자 읽기 | 현실을 만들어가는 하느님
현실의 인간과 단절된 하느님/현실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하느님/천하를 두루 사랑하여 만민을 이롭게 하는 하느님
20 묵자 읽기 | 묵자가 직접 묻고 답한 말들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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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하를 두루 사랑하여 만민을 이롭게 하는 하느님
묵자는 ‘신령의 일은 모른다’며 종교성과는 거리를 두었던 공자와 달리, 신을 섬길 것을 중시했다. 묵자가 말하는 ‘하느님’은, 사람이 재물을 바치며 복을 빌면 복을 내려주거나 사람에게 꼼짝 못할 ‘천명(天命)’을 내려 그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아니다. 묵자의 하느님은 마치 햇빛과 같이 모든 생명을 조화롭게 사랑하는 존재로, 그 뜻을 인간에게 강제하지 않고 다만 합당한 상과 벌을 내리기에 인간 스스로가 그 뜻을 따라야 한다. 마치 현대 신학에서 이야기하는 신의 개념 같다.

하늘이 인민을 깊이 사랑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근거가 여기 있다. 하늘은 해와 달, 별들을 내보내 길을 밝혀주고, 춘하추동 사철을 마련하여 질서를 삼았으며,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을 내려 오곡과 삼을 자라게 하여 사람들이 이용하게 했다. …… 또 인민의 선악을 감시하고, 왕과 제후의 자리를 정하여 어진 자에게 상을 주고 난폭한 자를 벌주게 하며, 쇠와 나무와 새와 짐승을 내리고 오곡과 삼을 가꾸도록 하여 인민들이 먹고 입을 재물을 만들게 했다. 이 모든 것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묵자》 <천지天志 중中> 편, 본문 514쪽

크고 작은 나라를 막론하고 모두 하늘의 고을이며, 나이가 많고 적고 귀하고 천하고를 막론하고 모두 하늘의 신하다. ―《묵자》 <법의法儀> 편, 본문 316쪽

2. 구체적인 겸애, 반전(反戰)
사람을 다스릴 만한 자(군자君子)와 다스림을 받아 마땅한 자(소인小人)로 나누어 생각하며, 차별적인 신분 질서가 당연히 여겨지던 시대에, 묵자는 이렇게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하느님 앞의 평등을 선언한다. 내 나라도 너의 나라도 모두 하늘의 고을인데 왜 하늘의 고을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가? 신분이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모두 하늘의 신하인데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주둥이인가?

남의 개나 닭이나 돼지를 훔친 자의 잘못은 남의 과수원에서 복숭아나 자두를 훔친 것보다 더 심하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남을 해친 정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남을 해친 정도가 클수록 그 어질지 못함도 더 심하고 그 죄도 더욱 크다. ……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의 옷을 빼앗고, 그의 창이나 칼을 훔친 자의 잘못은 남의 마구간에 들어가 말이나 소를 훔친 것보다 더 심하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남을 해친 정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남을 해친 정도가 더 크면 어질지 못함도 더 심하고 죄도 더욱 크다. 이와 같은 죄에 대해서 천하의 군자들은 모두 알고 비난하면서 불의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더 큰 불의를 저지르며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것을 보고서는 불의라고 할 줄 모르고, 그를 좇아 칭송하면서 의義라고 말한다. ―《묵자》 <비공非攻 상上> 편, 본문 422~423쪽

3. 묵자는 성악론자
묵가가 활동했던 전국 시대는 말 그대로 ‘전쟁의 시대’, 중원 천하의 모든 나라가 모든 나라를 상대로 싸우며 정복하고 정복당하던 시대였다. 그 전의 춘추 시대에는 전쟁을 하더라도 백성들은 주로 생업에 종사하고 지배층과 귀족들만 전차와 부하들을 이끌고 전쟁에 나갔다면, 전국 시대에는 일반 백성까지 모두 투입되어 대규모 보병전을 치렀다. 춘추 시대에는 서로 명분의 우위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전쟁의 목표였는데, 전국 시대 들어서는 적군을 절멸하고 적국을 완전히 초토화, 멸망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오늘날의 전쟁도 이와 같다.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도 남의 집을 빼앗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면서 광개토대왕, 칭기즈 칸, 알렉산드로스 대왕, 나폴레옹, 맥아더 장군은 위대하다고 한다.

무엇으로 천하와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를 삼으면 좋을까? 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 부모를 본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천하에 부모 노릇을 하는 자는 많지만 어진 자는 적다. 만약 저마다 자신의 부모를 본받는다면 이것은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이다.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은 법도로 삼을 수 없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 스승을 본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천하에 스승 노릇 하는 사람은 많지만 어진 사람은 드물다. 만약 모두가 자신의 스승을 본받는다면 이것은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이다.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은 법도로 삼을 수 없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임금을 본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천하에 임금 노릇 하는 자는 많지만 어진 사람은 적다. 만일 모두가 자기 임금을 본받는다면 이는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이다. 어질지 않음을 본받는 것은 법도로 삼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부모와 스승과 임금은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로 삼을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를 삼아야 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하늘을 법도로 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하늘의 운행은 광대하면서도 사사로움이 없고, 그 베푸는 은혜는 두터우면서도 공덕으로 내세우지 않으며, 그 밝음은 오래가면서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군들은 이것을 법도로 삼았던 것이다. ―《묵자》 <법의法儀> 편, 본문 117~118쪽

4. 군주가 좋아지면, 이루어진다
묵자가 송나라 사람인지 노나라 사람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노나라에서 공자의 유학을 배우고 어짊(인仁)과 의로움(의義)라는 덕목을 받아들였다. 묵자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합당한 것은 바꿀 수 없습니다. 새들은 땅이 덥고 가물면 높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들은 수면이 덥고 가물면 물 아래로 잠깁니다. 비록 우임금과 탕왕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이치를 바꿀 수 없습니다. 새나 물고기는 어리석다고 할 수 있는데도 우임금과 탕왕은 그대로 따릅니다. 저도 지금 어찌 공자를 인용하지 않겠습니까?”(《묵자》 <공맹孔孟> 편) 하고 공자에 대한 존중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묵자는 어버이에 대한 효를 가장 우선시하고, 군사부일체라 하여 임금·스승·부모에 대한 복종을 강조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차별을 절대시하는 유가의 한계를 깨뜨리고자 했다. 공자가 인의(仁義) 도덕을 정립한 역사상 최초의 인문주의자라면, 묵자는 이 점에서 공자를 딛고 일어선 사상가다.

여기 두 선비가 있다. 한 선비는 별別을 주장하고, 다른 한 선비는 겸兼을 주장한다. 別을 주장하는 선비가 말하길, “내가 어찌 친구의 몸 위하기를 내 몸 위하는 것 같이 하고, 친구의 어버이 위하기를 내 어버이 위하는 것과 같이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물러나 그 친구를 보면 굶더라도 먹여주지 않고, 춥더라도 입혀주지 않으며, 아프더라도 돌봐주지 않고, 죽더라도 장사 지내주지 않는다. 別을 주장하는 선비의 말은 이와 같고 행동도 이와 같다.
兼을 주장하는 선비의 말은 그렇지 않고 행동 역시 그렇지 않다. 그는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천하에 높은 선비가 된 사람은 반드시 친구의 몸 위하기를 제 몸 위하는 것과 같이 하고, 친구 어버이 위하기를 제 어버이 위하는 것과 같이 하는데 그러한 뒤에야 천하의 높은 선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물러나 그 친구를 보면 굶으면 먹이고, 추우면 옷을 입히며, 병을 앓으면 돌봐주고, 죽으면 장사 지내준다. 兼을 주장하는 선비의 말이 이와 같고 그 행동이 이와 같다. 두 선비의 경우, 이렇게 말이 서로 어긋나고 행동도 서로 반대된다. ―《묵자》 <겸애 하下> 편, 본문 399~400쪽

이 글은 “묵적은 겸애를 말하는데 이것은 어버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어버이를 부정하고 군주를 부정하는 것은 금수와 같다”(《맹자》 <등공문?文公 하> 편)는 맹자의 비판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묵가의 대응은, 차별이 옳은지 겸애가 옳은지는 ‘실천’으로써 온 천하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5. ‘이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묵자는 사회적 약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마땅히 존중해야 하며, 그것이 의로운 정치라고 한다. 묵자는 “배고픈 자 먹지 못하고, 추운 자 입지 못하고, 일해서 힘든 자 쉬지 못하나니 이것이 인민의 세 가지 환난”(《묵자》 <비악非樂 상上> 편)이라고 말하며 당시 하층민들의 고통을 직시하고, 그들을 대변하고, 특히 일하는 자들의 권리와 그들이 누려야 할 기초적인 생활 보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이익〔리利〕 추구를 금기시한 유가와 달리, 묵가는 “의는 리다(義,利也)”(《묵자》 <경經 상> 편)라고 천명한다.

묵자가 말하는, 의로움의 기초가 되는 이로움은 그냥 이로움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에게 나누어지고 공유되는 상호적인 이익이고, 이런 이익과 ‘서로 이롭게 함’이 그들이 말하는 겸애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그래서 의와 리는 같이 가는 것이고 리가 있어야 의로움이 있는 것입니다. (중략)
예를 들어 설명해봅시다. 어느 단체 사람들이 빵 만드는 일을 하는데 생산하던 빵이 10개에서 50개로 늘어났다고 칩시다. 생산력이 발전한 거고 생산량이 많아진 거고 이익이 늘어난 건데, 웬걸 빵을 먹는 자는 소수이거나, 다수라 하더라도 빵을 먹지 못해 굶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의롭지 못한 것이겠죠. 그런데 이익과 무관한 정의에 관심이 없는 묵자는 역시 정의와 무관한 이익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빵의 생산량이 20개 정도로만 늘어나더라도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굶는 사람이 없고 모두에게 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 이것이 묵자가 말하는 ‘의’이고 이런 ‘의’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나온 이로움의 확대가 바로 묵자가 말하는 겸애입니다.
(중략) 묵자가 말한 “義, 利也”는 이로움이 있어야 의로움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또 반대로 의로움이 있어야 이로움 역시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본문 39~41쪽

곧 정의로워야 진정으로 이로운 것이며, 또한 구체적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지 추상적인 전체의 이익(예를 들어 ‘국익’ 따위)은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이고) 의미가 없다.

묵자는 단순하면서도 추상적인 국가의 전체 이익, 총이익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상앙과 한비자는 국가를 한 기업과도 같은 단일체로 보고 그 단일체의 생산력과 힘의 극대화를 꾀했지만 묵자는 아닙니다. 묵자는 철저히 국가와 공동체를 이루는 구체적인 개개인 하나하나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이익에만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어째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는 추상적인 국익의 주술에 취해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본문 43쪽

6. 있는 힘껏 남을 위해 수고하고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곧 ‘의’
이렇게 ‘이익이 되는 의로움’을 위해, 묵자는 독야청청 혼자만 깨끗한 삶을 거부하고, 정치에 뛰어들고자 한다.

노나라 남쪽 시골에 오려吳慮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겨울엔 질그릇을 굽고 여름엔 밭을 갈며 자신을 순임금에게 비유했다. 묵자가 그 말을 듣고서 그를 만났다.
오려가 묵자에게 말하길, “의로움만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어찌 말하고 다닐 필요가 있겠습니까?”
묵자가 말하길, “선생께서 말씀하시는 의로움이란 있는 힘껏 남을 위해 수고하고 자기의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입니까?”
오려가 대답하길, “그렇습니다.”
묵자가 말하길, “저는 일찍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 손으로 농사를 지어 천하 사람들을 먹여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잘해야 한 농부가 농사짓는 수확밖에는 안 되니 이것을 천하에 나눈다면 한 사람에 곡식 한 되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설령 한 되씩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천하의 굶주리는 자들을 배불리 할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제가 베를 짜서 천하의 사람들을 입혀주리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잘해야 한 부인이 짜는 만큼밖에 안 되니, 그것을 천하에 나누어준다면 한 사람에 천 한 자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설령 천 한 자씩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는 천하의 헐벗는 자들을 따뜻하게 해줄 수 없음이 자명합니다. 또 제가 견고한 갑옷을 입고 예리한 무기를 들고서 제후의 환난을 구하리라 생각해보았습니다. 잘해야 한 사람 몫밖에 싸울 수가 없으니 그것으로 대군을 막아낼 수 없음은 뻔히 알 만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옛 성왕들의 도를 배워 그 사상을 추구하고 성인들의 말씀을 통해 그 의미를 밝혀서, 위로는 왕, 공, 대인들을 설복하고, 그다음에는 일반 백성들을 설복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왕, 공, 대인들이 제 의견을 채택하면 나라는 반드시 다스려질 것입니다. 일반 백성들이 제 의견을 채택하면 그들의 행동이 다듬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비록 농사를 지어 굶주린 사람을 먹이지 않고 베를 짜서 헐벗은 사람들을 입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공로는 농사지어 먹이고 길쌈하여 입히는 사람들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묵자》 <노문魯問> 편, 본문 543~5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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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임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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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의 모든 것>,<병법 노자, 생존과 승리의 제왕학>,<오자, 손자를 넘어선 불패의 전략가> … 총 27종 (모두보기)

소개 :
충남 보령 태생. 멸종 위기의 젊은 동양철학자, 흔치 않은 제자백가 전문가. 스스로는 ‘사문난적’을 자처하고 있다. 사문난적답게 유교 중심의 연구와 강학이 아니라 소외 당해온 법가와 병가, 묵자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발언해왔다. 손자와 오기, 상앙과 한비자 같은 역사가 오해하고 숨긴 인물에 푹 빠져 저술하고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다. 단순한 텍스트 해설과 해석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을 만들어내는 고전 읽기,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동양 고전 재해석을 지향한다. 패기 있는 청년들과 법가와 병가를 함께 읽으며 한국에 신 법가 사상의 토양을 일구려 한다. 실사구시·합리주의 동양철학이 공동체의 대안이 될 수 있고 세상은 욕망의 눈을 한 청년들의 투지로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믿고 싶다.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를 펴냈으며, 
《오자, 손자를 넘어선 불패의 전략가》에 이어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 리를 간다》,
《손자병법, 동양의 첫 번째 철학》, 
《병법 노자, 생존과 승리의 제왕학》, 
《외워 읽는 고전의 맛, 암송 대학·중용》, 
《암송 도덕경》을 세상에 선보였다. 
‘안자’, ‘한비자’,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를 연이어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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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와 예수는 너무나 같은 점이 많다.
거의 쌍둥이 같은 느낌마저 든다.
역시 한줄기에서 뻗은 두 가지라고 봐야 할 것 같다.”
_문익환

한 권으로 읽는, 겸애와 반전의 사상가 묵자
우리에게 묵자는 낯선 사상가다. 묵자의 가르침이 담긴 책 《묵자墨子》 원문을 번역하고 해설한 책은 여러 권 나와 있지만, 동양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 쉽지 않다. 동양철학책이나 동양 고전 관련 책에서 한 꼭지씩 묵자를 다루긴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 책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는 중국철학이나 고전을 잘 모르는 사람도 묵자 사상의 정수를 이해하고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젊은 동양철학자 임건순이 눈앞에서 강의하듯이 쉽게 풀어 썼다. 2000여 년을 앞서간 의로운 사상가 묵자가 21세기 한국에 겸애兼愛와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 문장 한 문장 따라가다 보면,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동양철학의 깊은 감동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2000년 만에 복권된 의로운 사상가 묵자
《묵자》 원전은 한나라 때까지 71편이 전해졌다고 하나 현전하는 것은 53편이다. 《묵자》의 핵심은 ‘묵자 10론’, 곧 겸애(兼愛), 비명(非命), 비공(非攻), 상현(尙賢), 상동(尙同), 천지(天志), 명귀(明鬼), 절용(節用), 절장(節葬), 비악(非樂)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묵자 10론’을 구성하는 《묵자》 원문의 중요한 대목을 쉬운 문장과 입담으로 풀어냈다. 묵자가 어떤 사람인지, 묵가(墨家)는 어떤 집단인지, 그들이 등장한 역사적 배경과 맥락, 후대의 분열과 변질, 중국 사상사에 차지하는 의미까지 흥미진진하게 살펴본다. 게다가 오늘날의 현실까지 깜짝 놀랄 만큼 갈파하는 묵자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중국에서 다양한 사유가 활짝 꽃피었던 때는 선진(先秦) 시대의 막바지, 곧 전국 시대(서기전 403~서기후 221년)였다. 당시 묵자 학파(묵가)의 사상은 공자의 유가와 함께 양대 현학(顯學)으로 손꼽힐 만큼 널리 지지를 받았다. 한비자는 “오늘날 이름 높은 학파는 유가와 묵가다”라고 말했다. 맹자가 “양주(楊朱)와 묵적(墨翟, 묵자의 본명)의 소리가 천하에 가득하다”고 경계했을 만큼 대중적 인기도 높았다. 그러나 진 제국의 통일 이후 묵가는 제국에 위협이 되는 불온한 사상으로서 땅에 묻히고 불태워지며 잊혀갔다. 진의 뒤를 이은 한 제국 때부터는 유학이 중국의 사상계를 제패하고 보수화의 길을 걸으며, 마치 기독교가 사상계를 제패했던 유럽의 중세처럼 암흑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19세기 후반, 청나라 말엽에 필원(畢沅)과 손이양(孫?讓)이라는 학자가 《묵자》 원문에 주석을 달고 정리하면서 묵가가 새로이 근대의 조명을 받게 된 것을 두고 신영복 선생은 “2000년 만의 복권”이라고 했다.

“묵가는 좌파 사상과 좌파 운동이 그 이후 장구한 역사 속에서 겪어나갈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역사의 초기에 미리 보여준 역설적인 선구자였다.”
_신영복

수공업에 종사한 검은 무리, 묵가
묵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2300~2500년 전, 보편 복지(겸애)와 침략전쟁 반대(비공), 의로운 정치(의정)를 주장하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천지)이라 말하면서, 그 뜻을 펼치고자 앉은자리가 따뜻해질 새 없이 동분서주했던 사상가이자 조직가이며 활동가다. 그의 생몰년은 정확하지 않고, 다만 공자 이후, 맹자 이전 사람임은 분명하다.
묵자는 천한 계층인 공인 출신 지식인으로 추측되며,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학파인 묵자 무리, 곧 묵가도 공인.장인과 무사들로 이루어졌다. 묵가는 결속력이 매우 강력한 집단으로서, 제자를 양성하고 당시의 여러 제후와 백성들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설득하러 다니는 한편 강대국의 침략을 당할 위기에 놓인 약소국을 위해 성곽을 방어하고, 방어를 위한 각종 무기와 설비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묵가는 책과 문헌을 정리하는 설서(說書), 수공업 기능과 군사 기술을 익혀 몸으로 일하는 종사(從事), 사상 전파를 위한 논증과 언변을 갈고닦는 담변(談辯), 이렇게 세 가지 전공별로 전문가를 양성하여, 분업과 협업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역사상 보기 드문, 체계적인 결사체였다.

2000여 년을 앞서 근대를 지향한 사상가 묵자
일본의 동양철학자인 와타나베 다카시(渡邊卓)가 “고대에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으며 그 때문에 절멸했고, 역시 그 때문에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되는 사상 집단”이라고 한 것처럼, 가족 윤리를 우선시하고 군주의 덕목을 중시했던 당대의 다른 학파와 달리 혈연 공동체의 울타리를 넘어선 보편적 윤리와 합리적 사회 질서를 주창했던 묵가는 동양철학의 역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묵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면서 이런저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씨름하는 우리에게도 가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묵가는 고대에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으며 그 때문에 절멸했고, 역시 그 때문에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되는 사상 집단이다.” _와타나베 다카시(동양철학자)
“양주와 묵적의 소리가 천하에 가득하다.” _맹자
“오늘날 이름 높은 학파는 유가와 묵가다.” _한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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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의 사상에 흥미를 느껴 더 알아보고자 이 책을 선택했지만, 개인적으로 작가의 문체가 독해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수십번씩 같은 내용을 재서술하며 지나치게 편향된 시선으로 유가와 묵가를 바라보는 모습, 단정적인 판단,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개인적인 정치색을 드러내는 등 불쾌,불편했다.
황수빈 ㅣ 2016-02-28 l 공감(1) ㅣ 댓글(0)



묵자에대한해설이좋은책
강추합니다
다른완역본과함께보시기에
좋은길잡이안내서입니다
감사합니다좋은글..
00-bandit ㅣ 2016-01-21 l 공감(0)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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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2편




[마이리뷰] 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ENergy flow ㅣ 2017-07-31 ㅣ 공감(6) ㅣ 댓글 (0)젊은 동양철학자가 재기발랄한 문체와 도전적인 관점으로 쓴 <묵자> 해설서. 문체와 관점이 다른 고전 해설서들과 꽤 다른데, 묵자라는 `독보적`인 사상가와 잘 어울려 어색하지 않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중간중간 참고하면 더 잘 이해된다. 20장 묵자가 직접 묻고 답한 말들을 가장 먼저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마이리뷰] 묵자 :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키요땅 ㅣ 2016-05-09 ㅣ 공감(1) ㅣ 댓글 (0)
솔직히 문체가 정말 쎈세이셔널(?)해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뭐 난 그렇게까진 나쁘지 않았지만... 묵자라는 사상가에 대해서 내가 알았던건 그저 윤리 시간에 배운 겸애, 절약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였다. 그냥 아끼면서 살고 남을 사랑하자 이 정도인줄 알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말 묵자를 몰랐구나 싶었다. 특히 오늘날 들어서 더 필요해지고 요구되어지는 철학이 아닐까 싶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류의 철학은 현실에서 탄압 받고 소외되고 있지만..

내가 사는 환경은 비참하고 절망적이어도 내 삶까지 비루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이 의지와 희망까지 꺾는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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