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7

알라딘: 일본인의 사생관을 읽다 시마조노 스스무

알라딘: 일본인의 사생관을 읽다


일본인의 사생관을 읽다 - 메이지 무사도에서 영화 [굿’바이]까지 
원제 : 日本人の死生觀を讀む-明治武士道から「おくりびと」へ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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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쪽


[절판] 구원과 자살 - 짐 존스.인민사원.존스타운
[품절] 좋은 죽음
[품절] 일본인의 사생관을 읽다 - 메이지 무사도에서 영화 [굿’바이]까지
[품절] 죽음의 성스러운 기술 - 세계 종교는 어떻게 죽음을 이해하는가
[품절] 죽음과 부활 그리고 영생 - 기독교 생사관 깊이 읽기



日本人の死生觀を讀む 明治武士道から「おくりびと」へ (朝日選書) (單行本)



책소개
생사학 총서 시리즈 2권.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살핌으로써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를 통해 한국인의 생사관을 다른 각도에서 살피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자는 일본인이 원래 죽음을 어떻게 파악해 왔는지를 메이지의 무사도,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빛의 맨발>, 야나기타 구니오와 오리쿠치 시노부의 민속학, 요시다 미쓰루의 <전함 야마토의 최후>, 다카미 준의 시 등을 읽어내고 큰 전망 아래 파악하면서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를 사는 일본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제시한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제1장 ?굿’바이?와 21세기 초 사생관
제2장 사생관이라는 말과 사생관 언설의 시작 -가토 도쓰도
제3장 사생관을 통한 자기확립- 시가 나오야
제4장 ‘상민’의 사생관을 찾아- 야나기타 구니오, 오리쿠치 시노부
제5장 무참한 죽음을 넘어 -요시다 미쓰루
제6장 암에 직면하여 살다- 기시모토 히데오, 다카미 준
에필로그
역자 후기



저자 및 역자소개
시마조노 스스무 (島園進)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48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 문학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 계열 연구과 박사 과정을 밟았으며 현재 동 대학원 인문사회 계열 연구과 명예교수이자 조치대학 신학부 특임교수 겸 동 대학 그리프케어(grief care) 연구소장이다. 
주요 연구 영역은 근대 일본 종교사, 비교종교운동론, 사생학이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종교학 세계명저 30선》, 《사생학이란 무엇인가》, 《일본인의 사생관을 읽다》, 《역사와 주체를 묻다》 등이 있다.

최근작 : <함께 비탄을 살다>,<코스몰로지의 근세>,<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 … 총 95종 (모두보기)

배관문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비교문학비교문화 코스) 학술박사, 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며,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일본사상사, 특히 에도 시대 국학사상을 중심으로 일본 역사와 문화의 기원에 관한 논의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대표 논저로는 『宣長はどのような日本を想像したか: 『古事記傳』の「皇國」』(笠間書院, 2017), 공저로 『동아시아의 문화표상Ⅰ, Ⅱ』(민속원, 2015?2017), 『죽음의 풍경을 ... 더보기

최근작 : <황국의 발견> … 총 7종 (모두보기)


배관문(옮긴이)의 말

나도 모르게 어느 날 자는 듯이 조용하고 평온하게 죽고 싶다는 희망사항은 현대인에게는 그야말로 꿈일지도 모른다. 과연 다가올 백세시대가 은퇴 후 30년 이상 새로운 짐을 지고 게다가 병을 안은 채 살아가야만 하는 장수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과연 행복일까 불행일까.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우리에게 죽음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고자 하는 것이 바로 생사학이다. 한국과 대만 등에서는 생사학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사생학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듯이, 서양에서 주로 호스피스 운동과 죽음준비 교육에서 시작된 죽음학은 일본으로 건너가 삶과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보다 강조하면서 사생학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했다.

특히 최근 십여 년간 일본에서 사생학이라는 신생 학문 분야의 정립에 주력해온 저자는 서구에서 유입된 죽음학의 영향만으로는 일본 사생학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현대 고령화 사회가 되기 이전부터 사생관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써왔기 때문이다. 일본 특유의 사생관과 그에 대한 높은 관심에 대해, 저자는 근대의 이른바 사생관 언설을 읽는 작업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사생관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사생관 언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비롯된 시기 자체가 러일전쟁 전후다. 곧 무사 출신의 가토 도쓰도로 대표되는 메이지 시대의 무사도적 사생관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메이지 무사도나 다이쇼 교양주의에 보이는 엘리트들의 사생관과 대조적인 계보로, 민간전승의 죽음인식에 주목했던 민속학적 사생관을 중요하게 다룬다. 하지만 일본 민속학을 창시한 야나기타 구니오로 말하자면 제국 일본의 고위관료로서 타이완의 식민정책과 한국병합 등에 깊이 관여했고, 오리쿠치 시노부도 파시즘과 전쟁을 찬양하는 서사시를 대량으로 창작했다.

근대 일본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제국과 식민지, 그리고 전쟁을 정면에서 생각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비켜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은 전쟁이라는 문맥을 애당초 피해가기 어렵다. 21세기의 영화 [굿’ 바이]라면 전쟁과는 전혀 무관한 그저 현대 일본의 대중오락문화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실은 원작 『납관부 일기』를 쓴 아오키 신몬의 작가적 원체험에도 태평양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아오키는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만주로 건너갔다가 패전과 함께 여덟 살 때 일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귀국선을 기다리던 난민수용소에서 여동생과 남동생이 잇달아 죽었다. 그는 어느 모르는 아주머니와 함께 동생들의 주검을 시체가 잔뜩 쌓여있는 곳에 버리고 돌아왔다. 그때의 기억이 평생 그의 뇌리에 남아 그의 삶을 지배했던 것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패전 이후의 전쟁문학을 통해 전통적 사생관이 무너지고 현대 사생관으로 연결되는 장면을 포착하려고 한다. 바로 전시 중의 일명 자살특공대에서 살아남은 요시다 미쓰루의 작품을 통해서다. 요시다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실존적 물음 속에서, 저자는 무사도를 비롯하여 이른바 깨달음을 지향해왔던 일본인의 사생관의 계보가 후퇴하고 그것이 극복되어가는 양상을 보려고 한다. 이를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실존적 사생관’의 계보라고 명명하고 있다. 저자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이라고 했지만……‘실존적’이라는 수식어가 적절한 선택인지는 다소 불만스럽기도 하다. 돌아보면 메이지의 무사도적 사생관이나 다이쇼 교양 청년들의 자살을 둘러싼 번민 역시그야말로 ‘실존적’ 관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몇몇 문제가 이 책의 의의와 평가를 격하시키는 것은 아니다. 근대 일본의 ‘국가신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온 저자가 위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에는 정치적 맥락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이지 못했다는 반성도 엿보인다. 추측컨대 오히려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사상적 판단은 최대한 유보한 채 그들이 대표하는 어떤 종류의 사생관을 읽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하는 편이 타당할 듯하다. 무엇보다 근대 사생관 언설의 주요 흐름을 독자적으로 파악하여 현대 일본의 죽음 문화에 연결 짓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최초의 시도에 해당한다. 저자는 일관되게 현대 사생학에 대한 접점을 의식하며 설명을 해나간다. 따라서 얼핏 접근은 용이하나 그 깊이는 상당하여 생각처럼 쉬이 읽히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먼저 일본 내지 일본인의 사생관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잠시 접어두고 이 책을 열었으면 한다. 이 책에 나오는 특정 작가나 작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해당 장부터, 혹은 그 부분만 읽어도 도움이 되리라. 하지만 근대 일본 사생관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역시 순서대로 읽어나가기를 권한다. 저자가 선택한 구성이 반드시 시대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아니지만, 각 장의 사생관은 서로 맞물려 있고 당연히 앞의 사생관을 의식하며 전개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성미 급한 독자라면 각 장에 소개되어 있는 텍스트의 인용문만을 읽는 것도 방법이리라. 종횡무진으로 텍스트를 오가며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가는 저자의 해설을 곁눈질하면서 저자가 인용한 작품의 문장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책인데도 그만큼 고르고 고른 문장들로 가득하다. 그래도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역자의 미숙한 번역 탓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한국인의 죽음관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한국에서 생사학을 고민하기 위한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의 역사와 함께 형성된 근대 일본인의 사생관, 그리고 그로부터 출발한 현대 일본 사생학이 남긴 과제에 대해, 이제 전쟁의 다른 편에 서 있던 우리가 응답할 차례일 것 같다. 이 책을 닫으면서 저자가 던지는 물음에 조금이라도 공명한다면 혹은 그럴 수 없다면, 그 답을 찾는 것은 한국 생사학의 몫이다.역자 후기 중에서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적 생사학 정립을 위한 하나의 모색,
일본인은 생生과 사死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는가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살핌으로써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하다.
그리고 그를 통해 한국인의 생사관을 다른 각도에서 살피는 계기를 마련하다
- 일본의 전쟁과 식민주의 등 대외적 공격성이 사생관의 전개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 일본인의 ‘무사도’가 사생관 전개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영향을 어떻게 파악할까
- 일본 민간전승의 죽음인식에 주목하는 민속학적 사생관을 통해 보는 일본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생사학 총서 02
ㆍ한국과 타이완에서는 생사학, 일본에서는 사생학이라고 부르다

ㆍ폭넓게 활약하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 종교학자가 풀어주는 일본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영화 [굿'바이]는 많은 현대인에게 죽음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 그렇지만 저자는 일본인이 원래 죽음을 어떻게 파악해 왔는지를 메이지의 무사도,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빛의 맨발>, 야나기타 구니오와 오리쿠치 시노부의 민속학, 요시다 미쓰루의 <전함 야마토의 최후>, 다카미 준의시 등을 읽어내고 큰 전망 아래 파악하면서 3 · 11 동일본대지진 이후를 사는 일본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제시한다.

■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200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국 유일의 죽음 문제 연구소로 우리 사회 삶과 죽음의 질 향상 및 자살예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12년 9월부터 ‘한국적 생사학 정립과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연구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을 수행 중이다. 현재 철학, 종교학, 문학, 민속학,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하여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http://www.lifendeat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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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생애사란 동시대 사람들이 구술한 생애를 기록한 역사를 말합니다.


보통 중장년층 또는 노령층 분들이 본인에 삶을 구술하면서 되돌아보고,


그 이야기를 타인이 기록하여 남기는 것을 말하는데요!





'청년구술생애사'는 청년들이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 타인, 사회와 화해의 시간을 가지고자 마련되었습니다.


한 청년(구술자)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누고, 한 청년(서술자)은 그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 프로그램 일정


* 교육 일정은 매주 화요일 19:00, 성북청년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 4월 : 참가자 모집


- 5월 : 오리엔테이션(1회) 심리프로그램 (3회)


- 6월~8월 : 구술기록 작업 교육 (10회) , 멘토-멘티 인터뷰 동시 진행


- 9월 : 출판편집 교육(3회) / 원고 집필, 수정


-10월 : 도서발간 및 구술자 영상 인터뷰 촬영


-11월 : 결과발표회


* 여름 휴가 일정과 추석 주간 한번씩 휴강 예정입니다.


* 내부 사정으로 약간씩 일정 변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세부 프로그램


심리 프로그램 (3회)


"나"를 들여다보다, 돌아보다


🎤 양정연 심리학 박사



(현) 광운대학교 상담복지정책대학원 겸임교수


(현) 심리상담연구소 보다 소장





구술기록 작업 교육 (10회)


기록문학 그리고 인터뷰의 의미


🎤 정윤영 작가


『숨은 노동찾기』,『너의사랑 나의투쟁』,『마음은 굴뚝같지만』, 『달빛 노동찾기』 출간


출판 및 교정/교열 교육 (3회)


출판과 교정교열


🎤 김영숙 플루토 출판사 총괄본부장


(전) 도서출판 우리학교 총괄본부장


(전) 삶창 출판사 편집장



◈ 활동혜택


기록청년: 구술기록작업 교육, 도서 출판 기회 제공, 인터뷰 실비 및 원고료 지원


구술청년: 생애사 기록 경험,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 출판 기회 제공, 영상콘텐츠 기록 기회 제공


공통: 도서 출판 기회 제공, 소정의 기념품 제공





◈ 모집개요


모집기간: 4월 15일(금) ~ 5월 12일(목), 5월 13일(금) 개별 연락 예정





모집대상:


▶ 자신의 생애를 구술로 풀어내며 되돌아보고 싶은 청년


▶ 다른 사람의 생애를 귀담아 듣고 정리하며 기록해보고 싶은 청년


(성북구 거주자, 활동지가 성북구인 청년 우선 선발)


오리엔테이션: 5월 17일(화) 저녁 7시 예정 (장소: 성북청년공간)





◈ 지원방법


하단 링크 클릭 후 내용 작성 후 제출


https://forms.gle/zGrmpgMp68TdVbyy9



◈ 문의


(사)우리들의성장이야기 : 02-911-7817 / youthfamily@daum.net / 인스타그램DM 우리들의 성장이야기

알라딘: [전자책] 할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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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할매의 탄생 - 우록리 할매들의 분투하는 생애 구술사 
최현숙 (지은이)글항아리2019-07-24 



































전자책 미리 읽기

전자책정가
14,900원
종이책 페이지수 : 472쪽
책소개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 정국이 이어지던 2017년 1월,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은 경상북도 대구시 우록리 산골짜기로 내려가 구술사 작업을 시작한다. 전작으로 <할배의 탄생>을 냈고 태극기 부대 노인들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 나누며, 노인 돌봄이로 생계를 이어왔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할매, 할배들이다.

이번에 만난 이들은 농촌·젠더·노년·비문자 생활자라는 이슈가 겹겹으로 둘러싸인 분들이지만, 작가는 여기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힘을 발견한다. 한국전쟁도 비껴간 그 깊은 산골에서 할머니들은 가난과 고생으로 일군 '깡치'로 삶을 꾸리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우록리로 시집와 시어머니와 남편의 눈치를 보며 농사를 짓고, 식구들 밥해 먹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제 지난 삶을 되짚어보는 그들의 말은 짙디짙다.

저자는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를 할머니들의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들의 사투리와 정제되지 않은 말을 책에 고스란히 녹였다. 이 책은 힘겨웠던 고생의 경험과 가난의 상처를 헤집자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들의 삶을 긍휼의 시선으로 보자는 것도 아니다. 그 가난과 고생이 어떻게 그들을 더 강하고 전략적으로 만들었으며 그렇게 축적된 힘이 어떻게 할머니들에게 주체성을 가져다주었는지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목차


머리말
첫 번째 삶: “내 살은 거를 우예 다 말로 합니꺼”_조순이(대촌댁), 1937년생
두 번째 삶: “나 살아온 거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지 뭐”_유옥란(안동댁), 1942년생
세 번째 삶: “글씨는 머리로 안 드가고, 베 짜는 거만 머리로 드가고”_이태경(각골댁), 1935년생
네 번째 삶: “나는 담배 따는 기계였지만 이젠 편케 생각한다”_김효실, 1954년생
다섯 번째 삶: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은 모를 숨궈야 하는 거라”_곽판이(창녕댁), 1928년생
여섯 번째 삶: “허리 주저앉으면 맘도 주저앉는 기라”_임혜순(수점댁), 1942년생
부록: 1. 이름은 붙이지 않기로 한 그녀들의 말
2. “여자 일생이라는 게 사람 사는 게 아니지”_김성진의 우록리 이야기
에필로그: 기억과 말을 들여다보기


책속에서


첫문장
첫 인터뷰는 2017년 1월 15일 오후 3시경부터 어르신 집에서 했다.



P. 174 이제는 가차운 요 밭 그거나 부쳐 묵고 하지, 딴 데 멀리는 몬 가. 거기에 상추 숨구고 뜰깨 가와 숨구고 꼬치 쪼매 숨구고, 멀리 밖에는 안 해. 내가 혼차 또 을매나 먹나? 올개는 콩도 쪼매 먹을라 캤드만 그것도 몬 숨갔다. 올개 농사는 뭐 별라 안 할 꺼라예. 작년에는 콩 심은 거가 다 날라갔어여. 올개는 뜰깨나 쪼매 숨구고, 감자 심을라꼬. 고추는 내 따 먹을 것만 숨구지 안 해. 접기
P. 176 나 살아온 거야 아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고 뭐 그렇지. 핵교예? 슨상님, 내 살아온 첫번 뜻은 여덟 살에 오매 죽고 넘의 오매헌티 자라다보이 때가 늦고 시간이 흘러가뿌이께네, 그렇다보이 이 몸무데기만 다 커뿌랬어예. 그러다가 또 작은집으로 보낸 거라. 그래 떠댕기다보이 다 지나도록 핵교를 드가지를 몬해 때를 놓쳐뿌랬지. 때 늦어가지고 무데기는 남맨추로 마이 컸뿌랬어. 접기
P. 340 엎어지미 자빠지미 세월 보내마 정신없이 살다보이, 세월이 언제 가버린 건지 기가 맥힐 노릇이지. 그래 이자는 기막힐 노릇이라고 생각 안 하고, 이기 내 길이다 그래 편하게 생각하고 살아야지. 할 얘기가 진짜 많은데 지금은 머리가 늙어가 마 십분지 일도 몬했다 카이. 내 머릿속에 꽉 들어가 있었는데 인제 보낼라꼬. 잊아뿔라꼬. 잊아뿔어야 산다 카이……. 접기
P. 359 억울치. 억울코말고. 다 늙어가 허리가 곯아뿌렀어도, 봄 되마 또 일을 하거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숨구거든. 눈에 흙 들어가야 끝내지 안 그라마 몬 끝낸다 카이. 그기 미련해서도 그렇지만 평생 몸에 밴 그거 따문에 그런 기라. 땅 한 뙈기 노는 거를 아까버가 놔두지를 몬하는 거라. 눈만 뜨마 땅에다가 뭐라도 해야, 자슥들 안 굶기고 쪼매 핵교 가르치고 져우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라니 자그도 몬 놀고, 땅 노는 꼴도 몬 보는 기라. 넘 말할 거 없이 내가 그렇거든. 여 할마시들 싹 다 그래. 자슥들이 아무리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캐쌓아도, 봄 되마 땅을 놀려두지를 몬하는 기라. 내년에는 안 해야지, 하믄서도, 봄 되마 또 밭부터 가지런히 갈고 앉았는 기라. 병원비도 안 나온다꼬 그만하라고들 하지만, 평생을 그래 살았으니 별수 없는 기라. 잘하는 건 아니지. 내도 알고 할매들 다 안다. 미련퉁이라는 거 알고, 멍충이라서 그란다는 거 다 안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최현숙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57년생.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소설가. 천주교를 통해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서 노인 돌봄노동에 몸담으면서, 본격적으로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게 되었다. 최근 3년 서
울역 근처에 살면서 홈리스 관련 활동과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할매의 탄생』 『할배의 탄생』『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삶을 똑바로 마주하고』『작별 일기』등이 있고, 공저로 『이번 생은 망원시장』『코... 더보기

최근작 : <황 노인 실종사건>,<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 총 2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나 살아온 거야
아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고 그렇지예
학교예? 시간이 흘러가뿌이께네
글자 몬 익히고 몸무데기만 다 커뿌랬어예

우록리 산골짜기 할머니들의 생애 경험
그들의 삶과 언어, 기억과 해석, 보람과 상처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 정국이 이어지던 2017년 1월,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은 경상북도 대구시 우록리 산골짜기로 내려가 구술사 작업을 시작한다. 전작으로 <할배의 탄생>을 냈고 태극기 부대 노인들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 나누며, 노인 돌봄이로 생계를 이어왔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할매, 할배들이다. 이번에 만난 이들은 농촌?젠더?노년?비문자 생활자라는 이슈가 겹겹으로 둘러싸인 분들이지만, 작가는 여기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힘을 발견한다. 한국전쟁도 비껴간 그 깊은 산골에서 할머니들은 가난과 고생으로 일군 ‘깡치’로 삶을 꾸리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우록리로 시집와 시어머니와 남편의 눈치를 보며 농사를 짓고, 식구들 밥해 먹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제 지난 삶을 되짚어보는 그들의 말은 짙디짙다.
저자는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를 할머니들의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들의 사투리와 정제되지 않은 말을 책에 고스란히 녹였다. 이 책은 힘겨웠던 고생의 경험과 가난의 상처를 헤집자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들의 삶을 긍휼의 시선으로 보자는 것도 아니다. 그 가난과 고생이 어떻게 그들을 더 강하고 전략적으로 만들었으며 그렇게 축적된 힘이 어떻게 할머니들에게 주체성을 가져다주었는지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누군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애 이야기를 구술하여 세상에 내놓는 것이 ‘고통의 전시’가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저자는 구술사 작업이 세상의 온갖 정상 이데올로기로 인한 자괴와 낙인을 거둬내고, 사람 안에 있는 힘과 흥을 끄집어내 한바탕 즐기기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의 힘과 흥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우록리 할머니들의 사투리는 희망이 되어 독자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우록의 삶은 그렇게 우리 모두의 삶으로 치환된다.

올개는 밭에 별로 안 숭굴 거라예

“내 살은 거는 마 고생한 거 말고 없어예. 모내기해가 이삭 올라오마, 어떤 해는 그 이쁜 걸 물이 확 쓸어가뿟고 이삭이 시꺼멓게 썩어들어가는 거라. 어떤 해는 잘 자라가 대가리를 숙일마 해가 통통하이 그래 이뿐데, 또 홍수가 나가 꼬꾸라지고. 그래 쓸어가뿌마 나중에 벼가 말라도 아무것도 건질 기 없는 거라.”(조순이 할매)

자식들의 탈농과 성공을 위해 평생을 노동으로 일군 할머니들의 삶은 가부장적 환경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동이란 그들에게 자부심이자 정체성,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는 보람으로 그 고된 노동을 견디며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정신없이 씽씽 변하는 세상”은 야속하게도 상실감의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의 변화는 농촌의 모습을 도시보다 더 빠르게 바꾸고 있다. “아아들 우는 소리조차 듣기 힘든” 농촌에서 노인들의 평생 노동은 자본의 힘에 눌려 그 가치가 절하되어간다. 일생의 결과이자 자부심인 땅이 돈 몇 푼에 거래되는 현실과 성공할수록 찾아오지 않는 자손을 기다리며 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와 격리된다. 우울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한 할머니에게 저자는 “자식들도 다 잘하는데 왜 아픈 걸까요” 하고 묻는다.

“자꾸 아프이께네 이리 살아가 뭐하나 싶고, 살아왔는 기 허프고 허전코 그렇다 카이. 몸이나 안 아프마 어디 훨훨 내 맘대로 나다녔으면 싶고. 넘이 들으마 다 그러고 사는 걸 그런 거 갖고 그러냐 카지만도, 내는 마 사는 재미가 없어예. 아아들 잘 사는 건 좋지만도 거는 마 지들 일이고, 내랑은 지네랑은 다른 거지예. 다행은 다행이지만도, 그기 내 사는 재미는 아니지예.”(임혜순 할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올해도 “콩 쪼매 숭구고, 들깨 쪼매 숭구고, 상추, 배치도 좀 숭구”며 살아간다. 꼬부라진 허리와 망가진 무릎으로 밭을 매는 할머니들의 터전이 자식들 사회에서는 별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지만, 세상에 대한 섭섭함과 상실감을 외면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농촌의 마지막 세대라는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나 죽으면 이제 제사도 농사도 끝이라 카이”라는 말은 노인들의 자조와 수긍을 잘 드러낸다.

자고 나면 일하고, 묵고 나면 일하고 그기지 뭐

노래 가락을 좋아하는 대촌댁 조순이 할머니는 우록리와 가까운 대구 달성군 대일리가 친정이다. 오남매 중 외동딸이었던 그는 친정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열한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체증에 걸려 죽자, 동생들을 키우며 살림을 도맡아 하다가 우록리로 시집을 왔다. 와보니 손이 큰 시어머니와 시형제 일곱이 그를 맞이했다. 갈등 끝에 첫아이를 낳고 친정으로 ‘내뺐다가’ 젖이 불어서 그 아픔을 못 이기고 다시 우록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아직 마음 한켠에 상처로 남아 있다.

“아 놓고 일주일 만에 모 숭구러 가는 거럴 안 말긴 거도 글코, 마 빚내서 남 퍼주는 거도 글치만도 젤 서러분 기 한동네 바로 저 있는 시동상네 사논 집으로 나가뿌신 거, 거거가 내는 제일로 그캅디다. 서럽고 화나고 우세스럽고…… 온 동네에 우세시키자는 거제예, 그기. ‘몬된 맏미누리가 시오마이 쪼까냈다’ 방 붙이는 거라예, 그기. 그카고도 사람들 붙들어 앉혀놓고 큰미누리 흉을 윽씨 봤어예, 그카니 동네 사람들이 낼 어띃게 보겠으예. 그런다고 보선 속마냥 모가지를 화딱 까뒤집어 비이줄 수도 없고. 내는 지금도 그게 제일로 서러버예.”

하지만 지금은 손주들이 잘되는 이유를 ‘시어머니가 손이 남달리 커 많이 베푼 덕’에서 찾는다. “그때는 모맀는데 내가 이자 시오마이가 돼보이 알겠더라고예. 미누리 때는 모릅디다.”
각골댁 이태경 할머니는 경북 청도군에서 시집을 왔다. 열다섯에 어머니를 잃은 그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할머니에게 받은 애정은 이태경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가득 메운다. 열여덟의 나이에 집을 떠나서는 없는 살림에 시어른, 시조모까지 모시며 살았다. ‘맏이 짓’을 하던 남편 덕에 없는 고생도 사서 한 셈이다. 이태경 할머니는 그 옛날, 홍역으로 여섯 살 난 딸을 잃었다. 그래서 지금 아들만 다섯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애지랑을 떨던 그 ‘가스나’가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이태경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에 비해 다양한 노동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진술한다. 여러 작물을 키우고, 메주를 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명주실로 옷을 해 입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런 노동 이야기는 농촌 할머니들의 주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내가 어리석어가 우록에서 안 나간 거제

유옥란 할머니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위로 오빠가 하나 죽고, 밑으로 남동생 셋이 “문지방 기 넘어댕길 만하이 죽고 죽고 해서” 외동딸이 되었다. 화병으로 앓아누운 어머니를 살리려 한 굿이 독이 되어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계모 두 분 밑에서 파란만장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첫 남편의 죽음 뒤에 우록리 남성과 재혼했는데, 그에게는 딸이 있었다. 시어머니는 다시 들인 며느리가 도망갈까 겁이 났던지, 혼란스러워하는 손녀를 서울로 보내버렸다.

“넘들은 마 달린 입이라 말을 하겠지. (…) 지도 새오매 밑에, 계모 밑에 자랐으믄서 전처 아를 쫓가냈다 카마 별 억지가 많더라. 내 젊어서는 지랄지랄을 했지만도 이자는 뭐 괘않다. 나이 들어보이 딱 말 나게 생겼더라 마. 안 글나? 계모 아래 커놓고 지도 못된 계모 되는 딱 그거 아니가? 그래 마 지금은 내 죄구나 그칸다. 내 그리 태어난 게 죄고, 갸 어려서 서울 가는 거 안 막은 죄다. 마 우야겠노… 이제는 넘들 말질은 마 아무치도 않다. 갸가 젤 불쌍코, 어려서 오매 죽어뿐 내가 불쌍타. 우야겠노…….”

어른이 된 그 아이는 ‘계모’ 유옥란 할머니를 지금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할머니는 아이가 아버지의 제사에라도 와주기를 바란다. 계모들 밑에서 학대받으며 자란 당신이 남편 전처의 아이와 화해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서러움과 한을 모두 녹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록1리에서 태어나 환갑이 넘도록 이 산골에 살고 있는 김효실은 꿋꿋한 성미의 소유자다. 어릴 적부터 도시로 나가 살고 싶었지만, 같은 상처를 가진 외지 남성과 결혼해 결국 마을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빨치산에게 총을 맞아 불구가 된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를 두고 도저히 우록을 나갈 수 없었다고 말한다. “친정서 14년을 꼬박 하고, 여 와서도 5, 6년 했지. 나중에는 담배 따는 거도 기계라. 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닥. 손이 뭐, 기계 한가지라.” 스스로 “담배 따는 기계”라 부를 정도로 담배 농사를 많이 지어 동생들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그들과 등 돌리고 산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모든 형제가 한자리에 모여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우록을 떠나지 못했던 한도, 식구들에게 받은 상처도 자연에 살다보니 누그러진다는 김효실은 이제 ‘담배 따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제사도 하지 마라 칸다
내 죽고 나가 그거 하믄 뭐하노

창녕댁 곽판이 할머니는 우록 마을의 ‘큰형님’이다. 올해로 만 91세가 된 그는 스무 살에 혼인해 우록리로 들어왔다. 이 산골에서만 70년을 산 셈이다. 마을의 그 누구보다 긴 세월을 살아와서 곽판이 할머니는 죽음에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과 남편의 제사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나 죽으면 화장해라.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한다. 맛있는 건 제삿밥으로가 아니라 살아서 먹어야 한다는, 죽음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그의 말을 따라가다보면 넘어설 수 없는 대범함이 느껴진다.

“‘화장해가 뿌리뿌라. 산에 떤지뿌라. 영감 졑에 갈 필오 없다’ 내 만날 그칸다. 죽어뿠는데 영감 마누라가 어딨노? 살아서 영감 마누라지, 하하하. 인연은 살아서로 끝나는 거라. 그라이 살아서 서로 잘해야 되는 기라. (…) 혼이 죽으마 삼혼칠백이라. 사람이 죽으마 나무둥치라 그 말이다. 아무 소용이 없고 나무둥치랑 한가지라 그기야. 내 숨 떨어져봐라. 죽어가 태우니 뜨겁다 카나, 떤지이 아푸다 카나. 죽으마 아무것도 모린다.”

수점댁 임혜순 할머니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육이오 피란 때 찰밥을 대소쿠리 하나를 해가 가가고, 떡도 쪄가 가갈” 정도로 친정이 잘살았다. 그런데 열여덟이 되던 해에 우록으로 시집을 와보니 지독히도 가난한 일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농사도 안 되는 산골짜기에서 죽어라고 일해 긴 세월을 견뎌내며 느낀 보람은 나이 들어 몸이 망가지자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결혼할 당시 일곱 살이었던 남편의 막내 여동생도 친동생처럼 키워 시집보냈건만, 얼마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살아온 게 다 한심하고 속에서 불떡증이 난다”는 그는 지금이라도 자유롭게 펄펄 날아다니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그러나 괴로운 과거를 더듬으며 우울의 요소를 찾아내려는 그의 구술에는 조금이나마 상실감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산골 할매들의 공동체성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는 게 너무 시장스럽고 허프다”가도 “경로당 가마 우리 또래가 여럿이고, 나이 많은 할마이는 팔십 넘기도 하고 (…) 두 시만 되마 다들 모이니께네. 지끔 내 귀가 근질근질하네요. 보자, 하마 세 시 넘었네예. 얼른 가야는데” 하며 웃는다. 그렇게 그들의 역사는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서로가 삶을 견뎌낼 수 있도록 조금씩 힘을 보탠다. 접기

소설보다 재미있는 '오메들'의 생애구술사 - 오마이뉴스

소설보다 재미있는 '오메들'의 생애구술사 - 오마이뉴스



소설보다 재미있는 '오메들'의 생애구술사[서평] 우록리 할매들 이야기, 최현숙 지음 '할매의 탄생'
19.10.29
 
이정민(jl3264)


"미물(메밀)을 푹푹 씻어가, 일러 건져가, 말려가, 한푼 살짝 태워가, 까불러가, 뜨슨 물에 씻어가, 깨끗하게 빠사갖고 해야 되거든예."

대구 달성군 우록리에 사는 여든둘 조순이 할매가 미물묵을 만드는 과정이다. 웬만한 글쟁이도 흉내내기 힘든 말의 리듬이 들리는 것 같다. 할매들의 말은 살아 있다. '다글다글' 돈을 긁어모으고, '포실포실' 비가 내리고, '불룩불룩'한 성질이 미운가 하면, 기억은 '아롬아롬'하다. 늦깎이 한글 공부는 또 어떤가.

"마 콩나물 물 주드끼(주듯이) 그래 생각코 기양 하는 거라. 콩나물 기를 때 물을 주마, 물이 다 빠져나오는가 싶어도 콩나물은 크거든예. 거랑 똑같다 싶어예. 다 잊어뿌는 거 같아도 하나씩 남는 거가 있더라꼬예. 그래가 아는 글자가 하나씩 생기니 그기 좋고."

'콩나물 물 주드끼' 한글을 공부하는 우록리 여섯 할매들의 삶을 구술한 책이 <할매의 탄생>이다. 생애구술사란 '과거의 경험을 기억을 통해서 현재로 불러와서 구술자와 역사가가 대화를 통해서 쓰는 역사'다.



▲ 할매의 탄생- 우록리 할매들의 분투하는 생애 구술사. 글항아리. 2019. "오메"는 전라도 사투리로는 "어머나"라는 감탄사지만 경상도 사투리로는 "엄마"를 뜻한다.
ⓒ 글항아리


예순에서 아흔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깡촌 할매들이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관통하는 근현대사 속에서 '땅을 숨구고' 자식을 길러낸 이야기에는 "고생 마이 했어예" 한 문장에는 담기지 않는 아픔이 있다.


"빨개이한테 밥해주믄 낮에는 저기서 와서 두드리 패제, 안 해주면 빨개이들이 두드리 패제, 이래가지고 애묵었다 카데. 낮에는 퍼렇고 밤 되마 뻘겋고."

뻘겋고 퍼런, 이념의 대립에서 오는 폭력을 몸으로 겪은 할매들의 말을 읽으니 극작가 차범석의 희곡 '산불'이 겹친다. 국군에게 밥을 해냈다고 죽이고 빨갱이에게 아부했다고 경을 친다며 마을 사람들이 탄식하는 장면이다.

일제 강점기에 대해 곽판이 할매는 "처자들도 군대 뽑아 간다꼬 훈련을 마이 받았다"라고 회상한다. "간호 그런 거도 받았지만 총 쏘고 칼로 찌르고 그런 거도 다 받았다"라며, 할매는 "나무로 총이랑 칼이랑 깎아가 했지"라고 군사 훈련을 부연한다.

농촌 여성들까지 군사 훈련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작가가 주해를 덧붙였듯 관련 구술을 확보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애구술사의 가치는 개인의 삶을 통해 미처 알려지지 않았거나 소외된 이웃의 역사를 드러내고 밝히는 데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책에는 이삼십 대 여성이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출산 이야기도 담겨 있다.

"가가 유월 초사흗날 거꾸로 나와가 애를 묵었어예. 머리 안 나오고 다리 먼저 나오고 궁디 나오고. 그라느라 내도 아도 죽는다 캐가 우리 동서들이 울고불고했어예. …… 산파가 오데 있십니까? 거때는 죽어도 집에 놔두는데, 오새 같으믄 벌써 병원에 실어갔을 거고마."

조산사 없는 출산과 산모 사망은 내가 일했던 아프리카나 아시아 오지 문제인 줄만 알았는데 불과 2세대 전 한국 여성 생식보건도 그에 못지않게 열악했던 것이다. 책을 내려놓고 저녁밥 짓는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남들 다 아는 사실도 모르는 바보"라고 하신다.

새삼 옛 여성들이 느꼈을 출산의 공포가 엄습하며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근현대사의 역경을 몸으로 부딪친 할매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밭을 갈고 모를 심는다.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은 모를 숨궈야(심어야) 하는 거라."

할매들의 힘은 땅을 일구는 데서 나온다. 할매들이 제일 고마워하는 대상은 영감도 자식도 아니고 땅이다. "몸뚱아리 하나 말고는 암것도 없는 사람인데 애쓴 만큼 내주고, 힘들다 밉다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해마다 주고 또 주는" 존재가 땅이다.

생태적 관점은 이미 땅과 더불어 식민 역사와 전쟁, 가난과 개발을 겪어낸 그녀들의 삶에 녹아 있다. 구술생애사를 통해 우록리 할매들은 고난을 이겨내고 희망을 일군 여성 농부이자 어머니로,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이자 전달자로 '탄생'한 게 아닐까.



할매의 탄생 - 우록리 할매들의 분투하는 생애 구술사

최현숙 (지은이), 글항아리(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