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8

“신체의 소통을 연구하면 질병 치료법 찾을 수 있다”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서판길 뇌연구원장

“신체의 소통을 연구하면 질병 치료법 찾을 수 있다”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서판길 뇌연구원장

“신체의 소통을 연구하면 질병 치료법 찾을 수 있다”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서판길 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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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뛰어난 업적이 있는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과학상이다.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은 지난해 과학의 날에 이 상을 받았다. 서 원장은 인체의 세포, 분자, 기관 간 신호를 전달하는 ‘생체신호전달’ 경로를 연구해왔다. 그는 “사회에서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듯 인체에서도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암, 당뇨 같은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며 “신호전달 과정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면 이를 기반으로 특이적 진단, 치료법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대구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뇌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평생을 지방 과학계에 투신한 만큼 지방과학 기술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 크다. 그는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으려면 박사과정이 아니라 포닥(박사후연구원)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생태계만 만들어지면 20년 내 노벨상 수상을 기대해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봄햇살이 쏟아지던 지난 4월 11일 서 원장을 경북 포항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막 밭일을 끝내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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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뇌연구원

-세포 사이 정보를 주고받는 신호전달 과정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어떤 개념인가.

“생명체는 시스템, 세포, 분자 간에 서로 소통을 한다. 호르몬, 성장인자, 사이토카인, 신경전달물질, 대사산물 등은 소통을 촉발시키는 물질들이다. 이런 외부 자극을 세포막 수용체가 인지하면 세포 내 단백질이 체계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게 되고, 생리활성 분자의 합성 및 활성화, 유전자 발현, 세포 성장 및 분열 등 다양한 생체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신호전달(signal transduction)이라고 한다.

나는 외부 신호가 어떻게 전달돼 생리기능을 조절하는가를 밝히는 ‘생체신호전달 경로’를 연구해왔다. 신호전달은 분자, 세포, 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따라서 형성되는 소통을 통해 생체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기작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 개념이다. 우리 몸은 수천 종류의 분자로 이루어진 60조개 이상의 세포가 있다. 또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여러 종류로 이루어진 기관 및 체계가 있다. 이 수많은 구성 단위체는 서로 간에 소통을 통해야만 우리 신체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신호전달에 문제가 생기면 생체 항상성에 이상을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암이나 당뇨와 같은 치명적인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도 유용하겠다. 어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나.

“코로나19 중증 환자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염증 신호전달물질 ‘사이토카인’도 신호전달과 관련 있는 물질이다. 나는 세계 최초로 신호전달 과정에 관여하는 중요한 효소인 ‘포스포리파아제(PLC)’를 규명했다. 또한 뇌에서 PLC 3종을 분리해 유전자를 확인했다. PLC는 외부 자극이 주어졌을 때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을 분해해 신호전달물질 두가지를 만들어내는 효소를 말한다. 또 PLC를 매개로 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분자, 세포, 개체 수준에서 확인했다. 세포가 살아 있을 때 소통은 물론이고 죽었을 때도 적절하게 사멸해야 인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게 된다. 만약 사멸이 억제되면 상대적으로 세포 성장이 과잉되는데 이럴 때 암과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신호전달 과정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면 이를 기반으로 특이적 진단, 치료법의 개발이 가능하다.”

-세포의 신호전달 연구는 뇌 분야 연구와 어떻게 연결되나.

“생체 신호전달 기작의 핵심효소인 포스포리페이즈 C(PLC)를 처음으로 ‘뇌’에서 분리정제하고 유전자를 클로닝(특정한 유전자만을 세포에서 꺼내는 기술)했다. 그런 뒤, PLC를 매개로 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분자, 세포 및 개체 수준에서 독자적·체계적으로 밝혀냈다. 그리고 신호전달 연구를 응용해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정교한 과정을 밝히는 연구도 수행해 신호전달 과정에서 발생한 불균형이 세포기능의 이상을 초래해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예를 들어 뇌에서 흥분성 시냅스(신경세포 접합 부위)와 억제성 시냅스가 협력해 신호전달의 균형을 이루는데, 이 균형이 깨질 경우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일어나게 된다. 즉 신호전달의 문제가 생체 내의 소통과 항상성 이상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치매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다양한 뇌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인체 정상 기능 조절은 뇌와 심혈관계 등의 소통인 신호전달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소통이 정상적으로 잘 이뤄져 균형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지키면 질병이 없지만, 불통이 일어나면 균형이 깨지고 발육장애가 생긴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코로나 블루의 대표적 질환인 우울증도 이때 일어나게 된다.”

-뇌의 신비를 풀기 어려운 이유가 뭔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뇌세포가 약 1000억개쯤 된다. 1개 뇌세포는 1000개 시냅스로 연결돼 있다. 1000억개의 세포가 1000개의 통로로 연결돼 있다는 뜻으로, 이러면 무한대의 수가 만들어진다. 즉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도시가 1000억개 있고 각 도시 간 1000개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완벽하게 다 해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만드는 인공지능(AI)은 일종의 가짜 뇌다. 진짜 뇌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풀다 보면 AI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AI에 지성을 집어넣어 AI가 상식선을 넘지 않도록 제어하는 데 쓸 수 있다. 너무 똑똑한 AI가 상식선을 넘게 되면 인간에게 오히려 폐해가 될 수도 있다. 챗봇 ‘이루다’의 논쟁도 AI가 지성을 갖지 못해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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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뇌연구원

-뇌과학은 분야가 넓어 보인다. 한국뇌연구원은 요즘 어떤 연구를 집중하고 있나.

“많은 생명과학 정보가 통계나 분자, 세포, 동물 실험에서 나왔지만 실제 인체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이들 정보 외에 인체의 데이터에 기반을 둔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 만큼 학제 간 연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순환 중개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선순환 중개연구는 세포나 동물에서 드러난 원리가 인간에게도 적용하는지 확인하는 연구인 ‘중개연구’의 반대 개념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연구 트렌드가 선순환 연구로 변하고 있다.”

-협력하는 기관이 많을 것 같다.

20세기까지는 뇌연구가 단순히 뇌를 관찰하는 형태학적 또는 해부학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인간 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뇌의 기능적·활용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뇌연구는 수학, 과학, 물리, 공학은 물론 심리학과 같은 인문사회학까지 방대한 학문이 결집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최근 한국뇌연구원은 미국 애질런트사와 공동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뇌 지질체 분야에 대한 공동협력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 협력연구센터인 ‘뇌지표분석센터’를 뇌연구원에 개소했다. 이제까지 연구는 뇌 영상 분석, 분자 정보 분석 및 우리 인간 행동을 분석하는 기초연구였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산업계와 연계해 뇌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수의학과를 나왔더라. 수의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집안에 큰어른이신 분이 ‘생명체 연구를 하고 싶다면 의대보다 수의대가 더 낫다’며 수의대를 권유했다. 대학원은 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의대에 진학할 때부터 생명과학 관련 기초연구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수의대에서 동물의 생리현상이나 질병연구를 하면 궁극적으로 기초과학 연구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사람을 바로 연구하지 못하니 동물을 모델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것도 수의대 출신들이 잘한다. 생화학이나 분자생물학 등 기초 생명과학 분야나 생리학 등은 수의학을 배경으로 하는 연구영역이다. 때문에 화학이나 물리하는 사람들도 최근에는 수의학으로 많이 넘어온다. 수의학은 인간과 동물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생리학 등 기초과학부터 질환 관련 임상의학까지 두루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학문이다. 다만 수의학은 세포나 동물, 심지어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긴장과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최근 발표되는 자료들을 보면 한국 과학계가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크기가 작다. 인구만 봐도 중국과는 비교가 안 되고 일본의 3분의 1이다. 연구개발 예산도 일본이 50조원, 중국이 200조원 쓰는데 우리는 23조원 쓴다. 매스(총량)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우리가 밀린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고 보면 우리는 대단한 수준에 와 있는 게 사실이다. 10년 전 SCI급 논문 기준의 한국 점유율이 0.5%였다. 당시 일본은 9%였다. 중국은 10%대였다. 내가 알기로 지난해 중국이 20%를 넘어섰지만, 일본은 6%로 떨어졌다. 우리는 2%로 올라섰다.”

-의대가 인재를 너무 많이 흡수해간다는 지적이 있다.

“선진국의 공통적인 상황이다. 미국, 일본 다 그렇다. 높은 삶의 질을 바라니 의대로 간다. 과거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일 때는 공대 인기가 많았다. 지금은 먹는 것을 해결한데다 고령화 시대까지 겹치니 의대가 인기 있을 수밖에 없다. 의대를 간다고 의사만 되는 게 아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3분의 1은 의대에서 나온다. 세계적인 의학자를 잘 키우면 우리나라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주요 의대에는 정말 반짝반짝하는 아이들이 있다. 세계 10대 경제국가로 성장한 지금은 우리가 세계를 선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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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뇌연구원(KBRI)은 뇌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소로 2011년 설립됐다. / 한국뇌연구원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인재양성 쪽으로도 많은 역할을 했더라. 과학 인재양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해외에서 앞선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은 포닥(박사후연구원) 중심으로 바뀌었다. 우리도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대학은 포닥으로 가야 한다. 서울에 있는 주요대와 부산대, 경북대 등 지방거점대학은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가면 된다. 지금은 이런 생태계가 잘 안 돼 있다 보니 젊은 연구자들이 외국으로 나가지만, 우리나라도 포닥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할 만한 역량이 된다. 최근 노벨과학상을 받은 연구를 보면 박사과정에서 결과물을 낸 것은 거의 없다. 포닥의 젊은 주니어 교수일 때 연구했던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는다. 우리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포닥 중심으로 연구해야 한다. 그러면 20년 내에 한두명 노벨상이 나올 거다.”

-포스텍,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지방소재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서 30년을 보냈다.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 지방의 역할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과학기술의 첨단 연구 분야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여러 지역에 지역전략과 연계한 연구개발특구와 국책연구기관이 설립돼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세우면서 지역주도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변화에 대응하고 지역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 정부의 투자전략에 맞춰 지방도 연구현장 중심의 과학기술전략이 필요하다. 한국뇌연구원과 대구의 다양한 의료기관과 대학, 연구기관이 연계해 국가차원의 뇌산업을 지역에서 육성해보자는 전략을 제안했다. 올해 초 대구시에서는 ‘대구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그 핵심과제 중의 하나로 ‘대구 브레인시티 구현’을 목표로 내세웠다.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극복, 뇌기반 휴먼증강기술 구현 등 뇌산업 전략도 발표했다.”

-지방은 특화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구는 의료기반이 원체 좋다. 대구·경북이 잘하는 것을 특화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 최근 포항 세명기독병원에 국내 최대규모의 뇌병원을 만들었다. 과거 부산·경남은 조선, 대구·경북은 전자를 키웠던 것처럼 지방거점대학도 특성화를 강화해야 한다. 합계 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방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특화다.”

-과학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뇌연구원의 핵심가치로 ‘성장’과 ‘성숙’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아직 성숙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숙은 간단하다.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내 연구 분야가 세포 간의 소통을 핵심으로 삼듯 일상에서도 항상 이해하고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까운 친구이자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팀 헌트 교수는 ‘과학자에게 즐거운 시간은 짧고, 좌절의 시간이 더 많은 법이다. 과학은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고 과학으로 성공하려면 수도사처럼 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연구현장에서 늘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지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지식을 축적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과학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이라 열정을 가지고 즐기면서 노력하기를 거듭 당부드린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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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반짝이는 인재들이 돈따라 의사만 되지말고 진정 연구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함 ...
    2021.04.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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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oi****옵션 열기
    공존현실에 잘 적응된 이들 사실 순간과 인지심리가 나왔는데요, 확인.관리나 개입.잠식하는 정치.종교주류들 탐색에 질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영육간의 안정된 집약과 일치를 이루는 일체는 문명과 환경에서 감지.감작되고 있고, 이미 잘 건설되어 있고 살아나가며 의식하고 감안하는 정도인데 확인과 설명이나 동일한 상태로 함께 해 주기는 어려운 생명의 순리를 납득하지않는 억지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2021.04.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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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n****옵션 열기
    ai가 상식의 범위내에서만 판단하게 한다면 단순한 기계수준에 머물게될 것 같은데, 대부분의 인간도 기억력이 좋은자, 기억력이 좀 떨어지는자로 구분되는 건데, 상식(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자가 선구잔데 그다음 어쩌고 저 쩌고(글쓰기도 귀찮다)
    2021.04.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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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rr****옵션 열기
    바이오 프로그레밍 기술이 완성 되어 상용화 되면 노벨상도 노려 볼만하다.
    2021.04.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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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ry****옵션 열기
    알로에나노입자포티스는 치아도금면봉을 개발하여 치아코팅을 하며 쿠팡과 위메프에서 판매중입니다. 네이브에서 검색하세요.
    2021.04.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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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 “기후위기 남은 시간 7년” 조천호 경희대 교수 인터뷰

“기후위기 남은 시간 7년… 인간의 능력을 믿는다”

“기후위기 남은 시간 7년… 인간의 능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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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 인터뷰


비 온 뒤, 하늘이라 푸르렀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아무래도 웃는 표정을 짓기에는….” 사진 기자의 주문에 조 교수가 망설였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렇다. 파란 하늘인데 우울한 과학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가 저자로 참여한 다른 책도 구입해 읽었다.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책의 부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한 긴급메시지’다. 

조 교수가 쓴 챕터의 제목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12년’이었다. 책 발간일을 확인했다. 2019년. 2년 전이니 이제 남은 건 10년이다(그는 인터뷰에서 “현재를 기준으로 남은 시간은 7년”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 2년간 우리가 한 일이 뭐가 있던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2년을 허송세월한 셈인가. 

지난 4월 13일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선 그것부터 물었다. “300여 시민단체가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어요. 지역 단위에서도 연합해 지역 이름으로 단체가 구성돼 있고요. 내가 알기로는 시민단체들이 기후를 주제로 이렇게 연합체를 구성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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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이야 그렇다 치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도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 그러니까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100%를 쓴 상품이 아니면 받지 않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유럽은 탄소국경세 논의를 유럽의회 차원에서 하고 있고, 미국의 바이든 새 행정부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로 물건을 생산한다면 거기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는 겁니다. 그런 관세를 맞는다는 것은 수출이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기후변화 대응 차원을 떠나 당장 생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의 길로 가야 하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에 탄소중립을 완성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로드맵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던데요.

“정부안은 나와 있어요. 탄소중립은 2050년에 달성한다고 선언했어요.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를 열어 지구온도 상승을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된 2℃가 아니라 1.5℃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의했거든요. 2018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20억t이었습니다. 1.5℃를 확률 50%로 막으려면 5800억t 이내로 배출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남은 시간이 14년입니다. 3분의 2, 그러니까 66~67%로 막으려면 4200억t으로 배출을 제한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확률 50%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3분의 2 확률로 막으려면 2018년 기준으로 10년이 남았다는 것이거든요. 2018~2020년 3년 동안 어떤 특별한 조치를 전 세계적으로 취한 것이 없잖아요. 3년을 그냥 날린 거죠. 그러니 현재는 7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7년의 시한마저 날리게 된다면요.

“7년이 지난 시점에 지금보다 0.5℃ 상승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기후는 원인에 따라 바로 결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지연현상이 있거든요. 정오에 햇볕은 가장 세지만 기온이 가장 높은 것은 오후 2~3시가 됐을 때죠. 햇볕이 땅바닥을 데우고 그 열로 공기를 데우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계절적으로 6월 22일 하지 때가 햇볕이 제일 세요. 그런데 실제 기온은 8월 초쯤, 그러니까 한달 반 이후가 돼야 가장 높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주변의 해양표면이 따뜻해지는 데 한달 반이 걸려요. 공기 중의 온실가스 증가로 기후변화가 일어나려면 얼마나 걸리느냐. 짧게는 10년, 길게는 30~40년 정도로 보고 있어요. 2020년도 초반에 호주에서 7개월 동안 가뭄이 있고 산불이 났는데 이건 지금 현재의 온실가스 농도에 대한 영향이 아니라 우리가 2000년대 초반, 1990년대 배출한 것의 결과이거든요. 현재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40년경쯤 1.5℃를 넘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어요.”

-한국의 경우는 어떤 상황입니까.

“인천 IPCC 총회에서 논의된 것은 2010년 기준으로 2030년이 되면 45%로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매년 15%씩 줄여야 합니다. 1998년 IMF 환란 때 우리나라는 GDP가 5%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5%가 떨어졌어요. 다시 말해 배출량을 연간 15%를 줄인다는 것은 IMF 환란 때와 같은 일종의 전시상황으로 그 사회적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2030년까지 45%만 배출해야 하니 앞으로 10년 이내에 55%를 줄여야 합니다. 2030년 이후에 조금씩 줄여 나머지 45%를 20년에 걸쳐 줄여야 합니다. 초반에는 과잉해 쓰는 것이 많으니 줄이는 것이 수월한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필수불가결하게 쓸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니 어렵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안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24.4%를 줄인다고 돼 있는데 국제기준인 55%에도 못 미치고 2010년 기준으로 15%밖에 줄이지 않겠다는 계획입니다. 2030년에 24.4%이니까 나머지 약 75%는 2050년까지 남은 20년에 줄이겠다는 것 아닙니까. 앞부분은 조금 줄여놓고 뒷부분에 왕창 줄이겠다? 이건 숙제를 먼 훗날 미래세대에게 넘겨버리겠다는 것입니다. 분명 잘못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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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안자들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네요.

“유엔에는 회의가 2개 있어요. IPCC 과학자들이 모여 합의하는 모임이 있고, 정책결정권자들이 모이는 유엔 회의가 따로 있습니다. 교토의정서나 파리기후협약 같은 것은 여기에서 맺어지는 겁니다. 이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1.5℃ 대응을 위한 당사국 총회를 2020년에 해야 했는데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영국에서 하도록 돼 있어요. 만약 여기서 1.5℃ 합의가 성공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엄청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10년 내에 55%를 어떻게 줄여요. 합의가 돼도 엄청난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합의가 실패하면 1.5℃가 넘는 기후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합의에 성공해도 큰일이고, 실패하더라도 기후위기 때문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면 파국적인 상황의 모습은 어떨까요. 영화 <2012>나 <투모로우> 같은 상황이 전 세계적이지는 않더라도 국지적인 수준에서는 겪게 되는 겁니까.

“실패한다면… 지난해 1월에 국제결제은행(BIS)이 낸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속칭 ‘그린스완’ 보고서로 불리지요. 거기서 기후 위험의 특징을 정의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위험들은 어쨌든 끝이 났습니다. 자연재난이나 감염병, 전쟁 최근 들어 금융위기까지 말이죠. 물론 굉장히 많은 피해도 봤지만, 회복이 됐잖아요. 그런데 기후위기라는 위험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위험과 달리 일단 일어나면,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회복 불가능성’이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위험과 전혀 다른 유형이에요. 이것은 자기 파국적인 위험상태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회복이 불가능하니 눈앞에 나타나기 전에 막아내야 합니다.”

-기후변화 부정론 같은 음모론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인간의 힘으로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겐 7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고요. 200년 전에 백인주류 남성사회에서 노예제를 없애자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었습니다. 100년 전에 여성참정권을 이야기하면 감옥 갈 일이었고요.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일이거든요.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허구를 만들어내어 위대해졌다고 했어요. 돈은 물질적으로 보면 종이쪼가리인데 우리의 삶을 지배해요. 그 종이쪼가리가 교환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어버리면서, 인간이 만든 어떤 세계보다 우리의 삶을 지배해버렸잖아요. 모든 제도나 시스템도 다 허구입니다. 인간이 믿어버렸기 때문에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이거든요. 혁명적인 상황에서 사회는 그 어떤 한순간에 확 바뀔 여지가 있어요. 새로운 세상에 공감하고 믿어버리는 순간에 어마어마한 상상 못 할 힘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바꾸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믿어야 해요.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생산 이익은 생산자의 기여에 따라 분배되는 반면,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일어난 기후위기는 생산자의 책임 없이 시민 모두가 감당해야 해요. 이러한 제도화된 무책임으로 인해 자연은 생산 ‘과잉’으로 파괴되고 사회는 서로 간 ‘경쟁’으로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이며 공동체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자연이 파괴되고 사회가 붕괴된 곳에서 우리는 생존할 수 없고 생존해야 할 이유도 없어요. 울리히 벡은 기후위기를 ‘해방적 파국’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가 없었더라면 지구환경과 공동체를 박살 내고 오직 성장을 위해 내달리는 것이 ‘이게 삶인가보다’라고 살았을 거예요. 기후위기 앞에서 지구도 지켜내야 하고 공동체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성찰을 하게 해요. 그런 측면에서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선생님 강의나 책을 읽다 보면 궁금한 게 지금 대기학과 교수님들은 예전 식으로 말하면 전부 운동권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인가, 이런 게 궁금하긴 하던데요.

“인간은 인식과 행동이 꼭 일치하지는 않잖아요. 과학은 증거가 있어야 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하고 반드시 반증, 검증해야 합니다. 과학은 확증된 절대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고 반증과 검증된 잠정적 진리를 찾는 것입니다. 다른 증거가 어디서 나오면 내일이라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과학은 물질세계를 이해하는 방법론입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책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1월 말 타계한 부인 전영신 박사께서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압니다. 다른 저서 계획은 없습니까.

“원래 ‘푸른 하늘, 그리고 붉은 지구’로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파란하늘, 빨간지구’로 고치라고 조언했죠. 파란하늘은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이고, 빨간지구는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책을 낸 뒤 지금까지 쓴 칼럼으로 또 한권의 책을 만들 분량은 되는데 그럴 생각은 없어요. 한다면 개정증보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내용을 보완하고 더 다듬는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은퇴한 사람인데, 책이 나오니 여기저기에서 불러 강연도 다니고 있습니다. 대기과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됐어요. ‘저 사람을 보니 나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과학만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시켜 새 영역을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 해야 해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인데, 젊은 친구들이 해줘야 해요. 나는 빨리 사라져야 하고요. 하하.”

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나의 탄소발자국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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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kek****옵션 열기
    와.. 여기댓글들 보니까 답답해지네요..생존이 걸린 진짜 심각한 문제인데 정치적으로몰거나 안일하게 생각하거나 둘중하나라는게더충격입니다. 지구 온도가 탄소배출로 인해1도가 더오르면 인간은 더이상 막을수가없어요그때되면 지구스스로 탄소를 배출하게 된답니다그렇게되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면서 더이상 손쓸수없게되는.. 지구멸망이라는 상황을 맞게된다구요.. 전문가들이 수십년간 연구로 과학적으로 나온 내용 이라구요..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치타령 하지말고서로 상생하는. 지구를 지키는 일하나라도 더하고앞장서야하는게 아닐까요
    2021.04.18. 09:50
  • crin****옵션 열기
    ㅋ 죄송하지만...인간은 닥쳐야 바뀝니다... 특히 기후위기는 눈앞에 다가왔다는 자각이 생기려면 기득권층이 그 고통을 겪어야 하는데.. 그쪽이 항상 가장 늦죠... 국민 수준을 교육을 통해 자각하게 만드는수밖에 없는데...이도 쉬운것이 아님...
    2021.04.18. 08:50
  • yuji****옵션 열기
    모두가 이 기사를 접해 생각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21.04.18. 09:15
  • kell****옵션 열기
    남극이 현시점으로 똑같이 녹는다면 물론 더 빨리 녹아 없어지겠디만 암튼 그렇디면 20년후엔 기후이변로 지구가 큰 위험에 빠진다고 남극에 있는 박사들이 말함
    2021.04.18. 09:03
  • llku****옵션 열기
    국민의암덩어리들 지구 지킬 생각은 손톱만큼도없다 오로지 개발 개발 공장 짓고 발전 발전 오로지 돈 돈 국민의혹 때문에 지구 종말이 온다
    2021.04.18.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