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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9
한 윤정 [14] 아름다움과 생태문명의 창조 – 샌드라 B. 루바스키
[14] 아름다움과 생태문명의 창조 – 다른백년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
열린광장
[14] 아름다움과 생태문명의 창조
샌드라 B. 루바스키 노던아리조나대 명예교수
한 윤정 2020.02.17 0 COMMENTS
우리가 생태문명의 비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반드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어떤 가치도 그 비전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삶의 중심에 있는 가치이며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일의 핵심이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아름다움을 자기 철학의 중심에 두었다. 그는 관계적 관점에서 세계를 설명했으며 이런 관계들이 “아름다움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미적 사건들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아름다움의 생산”이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아름다움이라는 원리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를 견고하게 재구조화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대 서구 문명의 지배적 패러다임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이 “보는 사람의 눈”에 달린 것, 단지 의견에 그치는 판단이라고 믿게 됐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피상적이고 사소한 특성으로, “오직 피부 두께”로 거론한다. 이런 가르침은 아름다움을 공공생활에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예술세계에서는 아름다움이 줄곧 논쟁적인 주제였지만 대개는 화장품, 패션, 성 상품화, 소비자 마케팅의 영역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움이 공공정책, 지방정부, 경제발전, 교육, 공공보건, 환경보호에서도 고려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제안하는 일은 당황과 조롱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무미건조한 감정을 끌어낸다.
자연세계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에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현대성의 편견이 그대로 유지된다. 토지이용계획을 세울 때 산책로를 만드는 것과 건물을 짓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미적 결정을 내린다. 구역설정, 쓰레기처리, 대기질과 수질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물론 우리의 도덕적 코드와 문화적 관계에는 미적 차원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다움의 사소함을 확신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에서 아름다움을 여러 요소 중 하나로 경시한다. 그 결과는 우리 도시와 집들이 싸고 투박하게 지어짐으로써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직접적 경험을 퇴화시키는 비타협적 법칙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생태적 패러다임의 본질이다
사실 아름다움은 생태적 패러다임의 본질이다. 아름다움은 현대 산업기술 자본주의 세계관의 핵심에 도전해 생명을 부정하는 원리와 가정을 소환하는 가치체계이다. 아름다움은 생명체에 내재하는 생동감과 관련이 있으며 존재들간의 관계에서 강화된다. 생명을 긍정하는 관계는 가치를 가지며 아름다움은 우리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아름다움은 생명, 그리고 생명의 경험들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가치이며 그래서 다른 존재들의 활기와 연결된 우리 자신의 활기를 북돋운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실재를 좀더 정확히 설명하는 포스트 기계론의 패러다임을 구상할 때 아름다움을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기계론의 반생명성에 대항하기 위해 화이트헤드는 느낌의 형이상학을 제안했고 관계의 느낌을 실재의 가장 기본으로 설정했다. 느낌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기계론의 가정들과 현대사상의 경로에 대항하는 생각들을 순차적으로 끌어낸다. 느낌은 주체성을 요청하고 주체성은 자유, 새로움, 목적, 가치를 요청한다. 생명이 다시 세계로 돌아오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혼란스런 돌진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한 궁극적 목적으로서의 회귀이다. 화이트헤드는 “아름다움, 도덕적이고 미적인 그것은 존재의 목적이다”(Cited in The Philosophy of Alfred North Whitehead, Paul Arthur Schilpp, editor (La Salle: Open Court, 1941 and 1951), p. 8)라고 썼다.
조직의 원리이자 목적으로서의 아름다움
이런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예술에 국한돼온 아름다움이 확장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현대 세계에서는 공공영역에서 아름다움에 기울이는 작은 관심이 오로지 예술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공공예술 지원은 공공조각, 벽화, 간판 같은 형식적 활동에 그친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존재의 목적”으로 이해된다면 세계의 구조와 과정이 생명을 긍정하고 의도적으로 “생명의 생생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 비전을 제시하게 된다. 아름다움은 이런 저런 물질적 형태가 아닌, 문화적 커먼즈를 창조하는 조직 원리로서 우리의 공공영역에 다시 들어와야 하며 전반적인 삶의 실천이 돼야 한다.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사회적으로 공정한 새 패러다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실재의 구조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새로운 형이상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랫동안 인식해 왔다. 그러나 그들조차 지속가능성과 아름다움이 어떤 관계인지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환경에 대한 글과 함께 제시된 이미지가 아무리 우리의 마음을 열고 “이 아름다운 세계에 등을 돌리지 마시오”라고 외치도록 만들더라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아름다움의 역할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토론을 위한 시각적 자료 이상으로 활용되지 않으며 기계론과 유물론의 형이상학을 전복하는 일의 중요성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것은 아름다움이 실재가 아니거나 우리가 아름다움의 부재에서 괴로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아름다움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도록 훈련 받아왔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조직의 원리로서 다시 도입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생태적 패러다임을 향해 움직이려는 노력을 기울여도 여전히 현대적 패러다임에 속박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에 접근하는 지배적 방식도 현대성에 명백하게 붙들려 있다. 지속가능성이 공공의 논의에서 견인력을 가질수록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서 거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기술적 혁신으로 환원된다. 탄소저감기술이 우리의 제1세계 생활양식을 유지해주면서 기후붕괴를 피하는 놀라운 가능성을 갖는 지속가능성의 성배가 되어왔다.
에너지 절약과 재생 가능한 자원기술이 기후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신에게 내재한 활력과 모든 존재의 가치를 긍정하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보다 넓고 깊은 토대가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생명에 대한 긍정, 아름다움
“지속가능성”이란 단어는 인내를 최선의 목표로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더 큰 의도가 있다. 바로 번성에 대한 관심이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지구에서 끝없이 견디는가” 혹은 “우리가 어떻게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는가”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은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거나 에너지 절약과 재생 가능한 자원의 문제로 축소되면 안 된다.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의 핵심에는 가치, 그리고 무엇이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공리적 질문이 있다. 그것은 (확실히 재생능력이 해답의 필수적 부분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지속을 넘어선 문제이다. 훨씬 위대한 미적-윤리적 비전이 아름다움과 선함이 융합되는 지속가능성의 실천적 작업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생명을 긍정하는 방식으로 살수 있는가”이며 이것은 “우리는 아름다움을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도 같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은 아름다움과 함께 번성하는 세계에 도달하는 실천적 지침이 된다.
아름다움을 생태문명의 점근선적 목적으로 만들 때 우리는 기계론을 유기체적 세계관으로 대체하는 일을 완성하게 된다. 아름다움을 다시 도입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정신을 만족시키고 고양시키며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명을 재형성할 수 없다.
아름다움을 실천하기
“실천(practice)”이란 단어는 영어에서 두 가지 품사-명사와 동사-로 쓰이지만 단수이며 의도적인 반복이란 특징이 있고 삶의 형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천은 바람이나 생각을 실용적, 기술적 활용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실천”이란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 동사 “성취하다(accomplish)”에서 왔으며 “행동에 적합한(fit for action)“, “효과적인(effective)”, “활기 있는(vigorous)” 같은 단어들과 관련이 있다.
아름다움을 단순한 “우리의 경험”이 아니라 “생명의 구조의 일부”로서 세계에 돌려주는 일은 아름다움의 실천을 우리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만들려는 헌신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음악에서 스즈키 메소드의 창시자인 스즈키 신이치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네가 밥을 먹는 날에만 (바이올린을) 연습하라.” 스즈키의 목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사회를 아름다움과 도덕성으로 정의되는 국가로 만들어 재건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관을 재형성하려면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엄청난 연습이 요구된다는 걸 알았다. 낡은 습관을 깨고 새로운 습관을 개발하려면, 새로운 자세를 유지하는 새로운 근육을 만들려면, 인식을 정화하려면, 새로운 느낌을 표현하는 언어능력을 얻으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을 실천에 옮기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출발점으로 4가지를 제안한다.
1. 아름다움으로 이끌라
현대성은 형식과 기능의 관점을 부과했는데 오로지 이런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기능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될 때는 효율성(시간과 비용 모두에서)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형식이 기능에 종속될 때는 보다 큰 관계의 패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물질적 생산이란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 계획이 세계의 아름다움에 어떻게 기여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면 기능과 형식은 삶의 위대한 경제를 책임지게 될 것이다. 이 경제는 관계의 전체성과 모든 행위가 전체성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칙에 기초를 둔다. 미적 문제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관계 없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존재의 활기와 그 활기가 어떻게 전체의 활기에 기여하는지,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상호성이 핵심이다: 어두운 하늘의 별빛처럼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빛나게 한다. 화이트헤드가 든 사례는 샤르트르 대성당의 9개 문을 그린 조각작품이다: “이 조각들은 각각 아름다움을 지니면서 전체의 아름다움에 자신을 내어준다.”(Alfred North Whitehead, Adventures of Ideas (New York: The Free Press, 1933), p. 264) 아름다움으로 이끄는 것-삶을 긍정하는 관계로서 이해되는 아름다움-은 즉각 효율성과 금전적 이익을 넘어 생명체계의 활기로 관심을 확장시킨다.
서울의 1호 공공건축가인 승효상은 도시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이 “재개발”보다는 “재생”이라고 설명함으로써 경제발전에서 재생으로 초점을 옮겨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그의 구분은 1960년대 이후 서울에서 지배적이었던 서구 산업화 모델을 생태적이고 문화적으로 조율된 모델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승효상의 비전에 따르면 건축가들은 서울이란 장소의 독자성과 생기를 얻기 위해 서울을 둘러싼 8개의 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는 도시를 “기억과 바람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라고 하면서 “존재하기보다 생성”하는 전체를 디자인하는 최우선 원리로서 전통 문화와 자연-기술과 건축가 개인의 육감이 아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http://www.urbanista.org/issues/local-eyes/news/close-encounters-of-the-seoul-kind-seoul-international-biennaleon-architecture-and-urbanism) 세계에 존재하는 살아있음에 대한 그의 옹호(그리고 우리를 삶으로 데려가기 위한 도시 디자인에 대한 그의 헌신)는 생태문명을 형성하고 아름다움을 우리 삶의 조직 원리로 만드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2. 느낌을 앎의 기초로 만들라
미학(aesthetics)이란 단어는 “느낀다”는 뜻이다. 어원은 그리스어인데 인식하거나 감각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반대말인 반미학(anesthetic)은 “무감각하다”는 뜻으로 감각을 무디게 만듦으로써 고통의 공포를 없애는 의학적 발전과 연관돼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친근한 단어이다.(번역자주: anesthetic은 마취제라는 뜻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느끼고 느낌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느낌을 경험하는 것, 삶을 유지하는 일들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세계관은 실재의 구조에서 근본적인 것인 느낌의 부정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느낌, 주체성, 가치는 서로 통한다. 이것은 모두 기계론의 가정에 대한 평형추이며 삶의 형이상학을 향한 주춧돌이다. 살아있는 주체들의 세계에서 세계의 전체성과 세부를 동시에 알 수 있는 것은 철저한 느낌을 통해서이다. 상호적응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느낌이고 상호적응이 가져오는 생명을 긍정하는 결과-즉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철저한 느낌을 통해서이다. “무엇이 아름다움 혹은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느낌의 형이상학에 달려있다. 그래서 아름다움의 실천은 느낌을 근본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실천이자 느낌에 의해 구성되는 전체성에 대한 수용성을 배우는 실천,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에서 우리 자신의 삶-정신을 느끼도록 자신을 훈련시키는 실천을 통해 우리의 인식이 보다 정교해지고 “언제나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우리의 눈이 볼 수 있고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실천이다.
3. 아름다움의 이름을 말하라
서구의 지배적 문화는 아름다움이 단지 주관적 의견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름다움을 개인적 스타일의 문제로 생각하도록 배우고 그것을 사적인 삶에 국한시켰다. 그리고 오직 합법적인 가치체계는 돈과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아름다움을 공공생활의 한 요소로 여길 때도 기껏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움의 가치를 여행객들이 쓰는 돈이나 생태적 서비스의 형식으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아름다움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간명한 대답을 할 수 없는데 당황할까 봐 걱정된 나머지 우리는 아름다움을 공공적 고려가 필요한 가치로서 언명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새로 들어서는 고층호텔이나 대규모 학생기숙사 프로젝트, 대형 조립식건물의 상점을 추하다는 측면에서 반대하지 않았는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런 개발을 반대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이다.
아름다움은 세계에 있는 어떤 것, 그러나 단순히 우리의 사적 감각에 의해 구성된 것은 아닌 경험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을 검열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 심각한 장애를 만들었다. 공공 영역에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부정하는 형이상학 체계에 굴복했다. 우리는 경제주의에 도전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하고 만족스러운 비경제적 가치의 형식을 스스로에게서 빼앗았다. 가장 중요하게는 아름다움에 대한 침묵을 통해 우리는 세계를 파괴하는 일의 공모자가 됐다.
우리는 문화를 형성하고 문화적 가치를 강화하는 언어의 힘을 안다. 아름다움의 실천에서 중요한 부분은 모든 구조물, 시스템, 공동체 생활을 규정하는 과정에 대한 공공의 대화에 미적 판단을 다시 도입하는 것이다.
4. 아름다움을 가르치라
우리에게는 삶의 구조를 가치로 가득 찬 관계의 문제로 이해하는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STEM 교과목-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대한 현재 교육의 선호는 우리가 세계를 그토록 심각하게 파괴하도록 이끌어온 바로 그 사고방식을 계속 껴안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이 커리큘럼에 예술을 더한 STEAM 역시 이런 패러다임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모든 측면에 드러난 생명”(Alfred North Whitehead, The Aims of Education and Other Essays (New York: The Macmillan Company; repr. 1959), p. 10)을 주제로 삼고 삶의 전체성은 미적 과정, 즉 “생명의 생생함”에 기여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과 생명의 상호적응을 통해 가장 잘 이해된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름다움 중심의 교육은 예술, 예술감상 혹은 철학적 미학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철학과 느낌에 기반한 인식론에 기초를 둔 교육이다. (전체는 부분으로 환원시킬 때 가장 잘 이해된다고 가정하는) 환원주의적 방법론에 근거한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논리 중심의 교육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다움 중심의 교육은 전체가 부분보다 크다고 간주한다. 무엇보다 이것은 “세계의 활기찬 존재함”을 가정한다. 아름다움의 학습이 우리 대학에서 탐구주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산업적 패러다임에서 생태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작업이 필요한지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결론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경시와 지구의 생명을 지탱하는 서식처의 변형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다. 현대성의 특징인 미적, 도덕적 무관심은 자연세계의 남용과 전반적인 생명에 대한 저평가에 기여한다. 우리의 형이상학, 언어, 교육시스템, 삶의 실천에 아름다움을 다시 가져오는 것은 우리가 생태문명을 창조하는데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샌드라 B. 루바스키
노던아리조나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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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생태문명, 고등교육, 아름다움의 생태학한 윤정 2020.02.10 0 COMMENTS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에서 “강도”(intensity)라는 용어가 맡는 역할에 가장 상응하는 용어는 “아름다움의 힘”이다. … 물론 여기서 “아름다움”은 자연의 미적 성질이나 예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은 보는 사람의 경험이 가지는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지금 문제삼고 있는 것은 경험이 갖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 주요성분은 감각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다. 비록 감각이 감정의 깊이에 명백하게 관여하는 것이라 해도 말이다. … 화이트헤드는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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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커먼즈 패러다임으로의 전환한 윤정 2020.02.03 0 COMMENTS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 기후변화는 “공유지의 비극”으로 볼 수 있으며 커먼즈 운동은 21세기의 사회적, 생태적 시스템 붕괴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공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기후변화는 집단행동에서 비롯된 대표적 문제이며 현재의 정치제도는 사회적, 생태적 문제가 복합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개럿 하딘은 1968년에 쓴 유명한 논문「공유지의 비극」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들은 국가나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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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한 윤정 2020.01.27 0 COMMENTS
문제는 경제다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느낄 것인가. 그것은 정보의 문제도, 지식의 문제도 아니고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문제이다.” 오래 전 책을 읽다가 메모해둔 구절이다. 작가는 문학작품에 대해서 한 이야기였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에 해당하는 말이고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환경, 생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와 문화적 인식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미국 예일대의 문화인지 프로젝트) 결과에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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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모자람의 지혜와 무심의 공존한 윤정 2020.01.20 0 COMMENTS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1972년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가 발표된 이후, 경제성장 위주로 달려오던 현대 문명이 지속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이 더는 인류문명을 지탱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문명의 방향을 전환하지 못하면 인류가 지속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이러한 환경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의 한 결과로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이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의 보고서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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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생태교육을 위한 패러다임 재구축한 윤정 2020.01.13 0 COMMENTS
기후위기에 따른 생태교육의 시급성 최근 수년간 급격한 기후변화와 전지구적 생태계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이 시대의 인류는 불안한 마음으로 디스토피아가 다가옴을 지켜보거나 애써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과학기술 낙관주의에 빠져있다. 현 인류가 처한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극적인 처방은 과연 있는 것인가? 지구 환경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국제적 노력과 크고 작은 규모의 사회조직체들의 활동으로만 충분한 것인가?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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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연’과 ‘과학’의 관계를 재정의하기한 윤정 2020.01.06 0 COMMENTS
왜 자연과 과학의 재정의가 필요한가 나는 자연과 과학이 이해되는 방식의 혁명적인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런 설명은 역사 혹은 철학 수업이 아니다. 이것은 정책결정, 정책의 프레임 구축, 지구의 미래에 관한 장기적인 비전 마련에 필요한 설명이다. 현대적 가정의 바깥에서 “자연”과 “과학”을 생각하는 방식을 배움으로써만 우리는 문명적 변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의 통제 아래 놓인 […]READ MORE
기획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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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학이 토론하지 않는 열세 가지 생각한 윤정 2019.12.23 0 COMMENTS
대학의 탄생과 변화 대학은 1000년전 지금과는 매우 다른 환경에서 탄생했다. 그때는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기술도 거의 발달하지 않았으며,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어서 지상에서의 존재란 영원한 삶으로 가는 중간단계라는 종교적 사고방식이 지배했다. 그때 이후 많은 것이 변했고 대학도 중세에서 현대, 후현대로의 역사적 변천으로 규정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대응해 여러 차례의 중요한 변형을 겪었다. 현재 세계의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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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이트헤드와 생태문명한 윤정 2019.12.09 0 COMMENTS
근대적 사고와 화이트헤드 철학 화이트헤드와 생태문명은 내 삶의 심장과 같은 주제이다. 나는 화이트헤드 철학을 만나면서 인생의 무의미함에서 탈출했다. 그의 철학은 근대적 사고를 무조건 규범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켰다. 내 경험상 근대적 사고는 늘 니힐리즘으로 귀착된다. 무엇이 옳은지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근대적 사고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전제들에 근거하고 있다는 통찰이었다. 나는 화이트헤드를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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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현대화와 두 번째 계몽한 윤정 2019.12.02 0 COMMENTS
중국이 현대화의 곤경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내총생산(GDP)의 빠른 성장이 보여주듯 중국 현대화의 성과는 탁월했으나 그 대가 역시 매우 혹독했다. 그 대가는 환경문제,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 사람들이 가졌던 믿음의 상실 등이다. 중국 현대화는 무엇이 잘못됐을까? 누가 이런 곤경을 책임져야 할까? 이런 곤경에서 중국이 빠져나올 방법이 있을까? 현재 방식의 현대화에 대한 대안이 있을까? 물론 이런 질문은 대답하기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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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태문명으로의 전환: 살아있는 지구를 위한 시스템한 윤정 2019.11.25 0 COMMENTS
현재 인류는 자멸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구헌장(Earth Charter)을 여는 글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지구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서 있다. 지금은 인류가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인류는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 도달했다. 지구와 호혜적 균형을 이루면서 평화, 아름다움, 창조력, 물질적 만족, 그리고 영적 풍요라는 오랫동안 부정돼온 인간의 꿈을 이루는 것은 우리 인간의 […]READ MORE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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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한 윤정 2019.11.18 1 COMMENT
생태계 파괴는 산업문명의 후유증이다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산업문명은 인류 역사상 그리 오래된 문명 형태가 아니다. 16세기 유럽에서 근대적 사고방식이 시작된 것을 기점으로, 이후 과학과 기계기술의 발전과 함께 폭발적으로 확산된 삶의 방식이다. 산업문명은 인류에게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 산업문명에도 부작용이 생겼다. 첫째는 구조화된 빈부차이다. 산업혁명에 의해서 가능해진 물질적 풍요가 모든 사람에게 […]READ MORE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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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태문명이란 무엇인가한 윤정 2019.11.11 0 COMMENTS
문명은 타인, 환경과 살아가는 방식이다 생태문명’이란 맥락에서 ‘문명’이란 용어는 대개 ‘공유된 가치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문명은 농업부터 경제, 거버넌스, 교육, 종교, 교통, 의학, 건축, 예술, 음악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인간이 타인, 그리고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방식이다. (생태문명이라는 대안이 필요한) 현재 우리의 문명은 ‘현대문명’ 혹은 줄여서 ‘현대성’으로 불린다.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READ MORE
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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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명전환 프로젝트의 장을 열면서한 윤정 2019.11.04 0 COMMENTS
편집자의 글: 올해도 예외 없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갖 재난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모두를 열거할 수 없는 엄청난 재난현상들이 해가 갈수록 정도를 더하고 있고, 연전(年前)부터 국제회의마다 기후변화를 넘어서 생태위기와 인류세의 멸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사회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무감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에너지 과소비의 산업구조, 일인당 폐비닐 배출 세계 1위 국가, 탄소배출량을 감소하기는커녕 화석연료발전소 […]READ MORE
“‘기후변화 정부 책임’ 세계 첫 판결, 네덜란드 정치 바꿨다”
“‘기후변화
정부 책임’ 세계 첫 판결, 네덜란드 정치 바꿨다”
“‘기후변화 정부 책임’ 세계 첫 판결, 네덜란드 정치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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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20.02.18. 오전 8:01
기후변화 소송 첫 승소한 베르켈 변호사 인터뷰
원본보기2015년 10월 9일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25%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고 승소한 뒤 기뻐하는 우르헨다(Urgenda) 재단 변호사들과 지지자들.[AP=연합뉴스]
“기후변화가 국민의 생명과 복지에 미칠 위협을 고려하면 네덜란드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의무가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네덜란드 대법원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25%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3년 환경단체 우르헨다(Urgenda) 재단과 시민 886명이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책임을 소홀히 해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의 최종 결론이다. 전 세계에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임’을 법적으로 물은 첫 판결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대응, 정부 책임이자 의무" 세계 첫 판결
원본보기지난 13일 성동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네덜란드 우르헨다 재단의 데니스 반 베르켈(Dennis van Berkel) 변호사. 김정연 기자이 소송을 이끈 우르헨다 재단의 데니스 반 베르켈 변호사를 지난 13일 만났다. 그는 "기후변화를 그대로 방치하면 국민의 기본 권리를 해치는 위협이 된다는 상식을 담은 판결"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대법원의 판결은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1000여건의 소송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기후행동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기후소송을 준비 중이다.
원본보기지난해 12월 20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대법원에서 '우르헨다 소송'이 진행 중인 모습. [EPA=연합뉴스]‘우르헨다 소송’으로 알려진 이 소송은 지난 2013년 시작돼 2015년 1심, 2018년 2심 모두 “2020년까지 1990년 배출량의 25%를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해마다 기후변화 협상 테이블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밝힌 게 그대로 증거가 됐다. 베르켈 변호사는 "정부가 해마다 보고서에 '기후변화는 위험하고, 뭔가 행동이 필요하다'고 썼고, 행동하는 게 정부 책임인 것도 알고 있었는데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르켈 변호사는 “2020년까지 25% 감축은 물론 부족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하한선을 확실히 그은 거라 의미가 크다”며 “최소한 이만큼 줄여야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다한 것이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2세 아이부터 70세 노인까지 소송 참여
원본보기지난해 12월 20일 '우르헨다 소송' 판결을 기다리며 네덜란드 환경운동가들이 대법원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소송에 참여한 시민 중 최연소는 2세, 최고령은 70세가 넘는다. 베르켈 변호사는 "젊은 세대가 분명히 기후변화에 대해서 더 우려가 크다"면서도 며 "국회 앞에선 매주 목요일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집회를 여는 'Grandparents for Climate'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단체가 있을 정도로 네덜란드에선 모든 세대가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르켈 변호사가 속한 우르헨다(Urgenda) 그룹은 '시급한(Urgent)', ‘의제(Agenda)'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현재 정부에 석탄 화력발전 감축, 노후주택 에너지 개선 등을 포함해 55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논의 중이다. 계획 중에는 현재 4기 남은 석탄 화력발전소 중 3기를 올해 안에 닫는 것도 포함돼있다.
“정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판결이 정치를 바꿨다
원본보기지난해 10월 12일 '멸종 반란' 시위대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길을 막고 행진을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6년이 넘는 법정 싸움 끝에 승소했지만, 베르켈 변호사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순간은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2015년 1심 판결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다 ‘질 거다’라고 했는데 이겼다. 법원에서 판결문을 받아치는데, 손이 떨릴 정도였다”며 “소송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든 법정을 꽉 채우고 앉아서 판결을 들었는데, 다들 일어나서 울고 환호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네덜란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와 관련해 ‘다 잘 되고 있다, 걱정할 것 없다’고 국민에게 말해왔는데, 법원이 ‘정부도, 의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격”이라며 “1심 판결이 난 뒤 사람들이 ‘정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하며 놀랐고,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활동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1심 판결이 정치의 지형을 바꿨다. 현재 네덜란드에선 ‘기후변화’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이슈”라고 덧붙였다.
"한국 이산화탄소 훨씬 더 줄여야"우리나라는 최근 '2050 저탄소 사회비전포럼'이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에서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2017년 대비 최소 40%, 최대 75% 감축'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베르켈 변호사는 “한국도 훨씬 더 줄여야 한다. UN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1.5℃’ 목표(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까지만 상승하도록 억제하는 것)를 맞추려면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 0,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넷 제로 하겠다.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지금은 국민 보호 의무를 안 하는 것’과 같다”며 “행동 없이 말뿐인 구호는 소용없다”고 꼬집었다.
베르켈 변호사는 지난해 4월에 이어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을 또 만난 뒤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람들이 '안된다, 너무 어리다'라고 할 텐데, 여러분이 하는 일이 맞는 일이고 여러분의 권리다"라고 말할 거라며 "그들은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정부 책임’ 세계 첫 판결, 네덜란드 정치 바꿨다”
“‘기후변화 정부 책임’ 세계 첫 판결, 네덜란드 정치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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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20.02.18. 오전 8:01
기후변화 소송 첫 승소한 베르켈 변호사 인터뷰
원본보기2015년 10월 9일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25%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고 승소한 뒤 기뻐하는 우르헨다(Urgenda) 재단 변호사들과 지지자들.[AP=연합뉴스]
“기후변화가 국민의 생명과 복지에 미칠 위협을 고려하면 네덜란드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의무가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네덜란드 대법원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25% 감축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3년 환경단체 우르헨다(Urgenda) 재단과 시민 886명이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책임을 소홀히 해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의 최종 결론이다. 전 세계에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임’을 법적으로 물은 첫 판결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대응, 정부 책임이자 의무" 세계 첫 판결
원본보기지난 13일 성동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네덜란드 우르헨다 재단의 데니스 반 베르켈(Dennis van Berkel) 변호사. 김정연 기자이 소송을 이끈 우르헨다 재단의 데니스 반 베르켈 변호사를 지난 13일 만났다. 그는 "기후변화를 그대로 방치하면 국민의 기본 권리를 해치는 위협이 된다는 상식을 담은 판결"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대법원의 판결은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1000여건의 소송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기후행동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기후소송을 준비 중이다.
원본보기지난해 12월 20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대법원에서 '우르헨다 소송'이 진행 중인 모습. [EPA=연합뉴스]‘우르헨다 소송’으로 알려진 이 소송은 지난 2013년 시작돼 2015년 1심, 2018년 2심 모두 “2020년까지 1990년 배출량의 25%를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해마다 기후변화 협상 테이블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밝힌 게 그대로 증거가 됐다. 베르켈 변호사는 "정부가 해마다 보고서에 '기후변화는 위험하고, 뭔가 행동이 필요하다'고 썼고, 행동하는 게 정부 책임인 것도 알고 있었는데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르켈 변호사는 “2020년까지 25% 감축은 물론 부족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하한선을 확실히 그은 거라 의미가 크다”며 “최소한 이만큼 줄여야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다한 것이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2세 아이부터 70세 노인까지 소송 참여
원본보기지난해 12월 20일 '우르헨다 소송' 판결을 기다리며 네덜란드 환경운동가들이 대법원 앞에 서 있다. [AP=연합뉴스]소송에 참여한 시민 중 최연소는 2세, 최고령은 70세가 넘는다. 베르켈 변호사는 "젊은 세대가 분명히 기후변화에 대해서 더 우려가 크다"면서도 며 "국회 앞에선 매주 목요일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집회를 여는 'Grandparents for Climate'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단체가 있을 정도로 네덜란드에선 모든 세대가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르켈 변호사가 속한 우르헨다(Urgenda) 그룹은 '시급한(Urgent)', ‘의제(Agenda)'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현재 정부에 석탄 화력발전 감축, 노후주택 에너지 개선 등을 포함해 55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논의 중이다. 계획 중에는 현재 4기 남은 석탄 화력발전소 중 3기를 올해 안에 닫는 것도 포함돼있다.
“정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판결이 정치를 바꿨다
원본보기지난해 10월 12일 '멸종 반란' 시위대가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길을 막고 행진을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6년이 넘는 법정 싸움 끝에 승소했지만, 베르켈 변호사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순간은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2015년 1심 판결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다 ‘질 거다’라고 했는데 이겼다. 법원에서 판결문을 받아치는데, 손이 떨릴 정도였다”며 “소송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든 법정을 꽉 채우고 앉아서 판결을 들었는데, 다들 일어나서 울고 환호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네덜란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와 관련해 ‘다 잘 되고 있다, 걱정할 것 없다’고 국민에게 말해왔는데, 법원이 ‘정부도, 의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격”이라며 “1심 판결이 난 뒤 사람들이 ‘정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하며 놀랐고,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활동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1심 판결이 정치의 지형을 바꿨다. 현재 네덜란드에선 ‘기후변화’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이슈”라고 덧붙였다.
"한국 이산화탄소 훨씬 더 줄여야"우리나라는 최근 '2050 저탄소 사회비전포럼'이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에서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2017년 대비 최소 40%, 최대 75% 감축'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베르켈 변호사는 “한국도 훨씬 더 줄여야 한다. UN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1.5℃’ 목표(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까지만 상승하도록 억제하는 것)를 맞추려면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 0,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넷 제로 하겠다.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에’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지금은 국민 보호 의무를 안 하는 것’과 같다”며 “행동 없이 말뿐인 구호는 소용없다”고 꼬집었다.
베르켈 변호사는 지난해 4월에 이어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단을 또 만난 뒤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람들이 '안된다, 너무 어리다'라고 할 텐데, 여러분이 하는 일이 맞는 일이고 여러분의 권리다"라고 말할 거라며 "그들은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환경친화적인 '인간 퇴비' 장례식 | 1boon
환경친화적인 '인간 퇴비' 장례식 | 1boon
BBC News | 코리아
환경친화적인 '인간 퇴비' 장례식
미국의 한 회사가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특별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347,706 읽음2020.02.17
댓글342
퇴비가 되는 과정은 30일이 소요되며 유족은 이를 나무 아래 묻을 수 있다
출처Recompose
미국 상조회사 리콤포즈(Recompose)는 '인간 퇴비화'가 과학적으로 가장 자연 친화적인 장례방식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사망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 연구를 통해 신체의 부드러운 조직이 30일 안에 완전히 분해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내년 2월부터 워싱턴주에서 인간 퇴비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콤포즈 설립자 겸 대표인 카트리나 스페이드는 기후변화 우려 때문에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관심을 드러냈다고 BBC에 전했다.
"지금까지 1만5000명이 뉴스레터에 가입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법안이 처음 상정됐을 때부터 양당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기후변화의 위급함과 이를 고쳐야 한다는 의식 덕분에 프로젝트는 매우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친환경적인 장례
장례식장에 꼭 검은색 옷을 입어야 할까?
폐쇄된 도시 우한에서 홀로 지낸 일주일
리콤포즈의 대표 카트리나 스페이드
출처Recompose
스페이드는 지난해 2월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 컨퍼런스에서 '자연 유기적 환원'이라고 부르는 퇴비화 과정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몇 번의 인터뷰에서도 "실행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13년 전부터 죽음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 살이었다.
"내가 평생토록 날 지켜주고 보듬어준 지구에서 죽게 된다면, 내가 가진 것을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논리적이고 훌륭한 생각이죠."
스페이드는 분해와 리콤포즈(재구성)을 구별한다. 전자는 시신이 땅 위에 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후자는 시신이 토양과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시신을 화장하는 대신 자연적으로 유기 분해하면, 대기로 탄소 1.4톤이 방출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전통적인 장례 절차에서 시신 운송부터 관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시신 퇴비화 절차는 시신을 나뭇조각, 알팔파, 짚 등과 함께 밀폐된 용기에 넣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그런 다음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회전한다.
미래의 인간 퇴비시설의 구상도
출처Recompose/MOLT Studios
30일 후 유족들은 잔해물을 받아 수목 아래 묻을 수 있다.
모든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완벽한 기술을 갖추기까지 연구는 4년 동안 진행됐다. 스페이드는 토양학자 린 카펜터 보그스에게 연구를 의뢰했다.
가축을 퇴비화하는 것은 워싱턴주에서 확립됐다. 카펜터 보그스 교수의 임무는 인간 피실험자를 위해 퇴비화를 시신에 적용하고, 환경적으로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스페이드는 6명의 지원자를 대신으로 시범 연구를 했다. 지원자는 사망하기 전에 연구를 열렬히 찬성했다. 그는 이런 업무가 본인과 팀에게 감정적인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저희는 서로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어요. 생리적으로도 달라졌고 며칠 동안 잠도 못 잤습니다. 배고프지도 않았어요. 스트레스 반응이었죠."
카펜터 보그스 교수는 퇴비화 과정에서 온도가 55도까지 육박한다고 밝혀냈다.
"높은 온도 때문에 (몸 안에 있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대부분의 유기체가 의약품들이 파괴됐다고 확신합니다."
리콤포즈는 2020년 말부터 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처리 과정이 합법인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누구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신체의 자연적 유기 분해를 허용하는 관련 법안은 현재 콜로라도주에서도 입법이 진행 중이다. 스페이드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이런 장례 문화가 자리 잡는 건 시간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워싱턴주가 하면 다른 주에서도 관심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영국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서도 큰 관심이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다른 지역에 분점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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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미국#시신#워싱턴주#장례식
BBC News |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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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42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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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2020.02.17.17:33
우리나라도 이게 상용화되면 좋겠어요
답글9댓글 찬성하기1209댓글 비추천하기43
금자아빠2020.02.17.17:55
대박~~ 한국에도 빨리 도입되기를 기대합니다 시신은 인격없는 무생물이니 자연으로 돌아가는게 맞고 이왕이면 후손들을 위해 수목들의 유익한 거름이 되면 더 좋겠지요 풍수니 명당이니 귀신이니 하는 틀에서 좀 벗어났으면 해요
답글8댓글 찬성하기1016댓글 비추천하기43
meft152020.02.17.17:37
좋으네 죽으면 다 필요없지...
2020/02/18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 - 경향신문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 - 경향신문
민주당만 빼고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댓글292
입력 : 2020.01.28
신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야당은 그런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대검 선임연구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기소를 막은 직속상관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지시를 수차례 거부했다. 여당은 공수처법에 이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마저 통과시켰고 야당은 다가오는 총선 공약으로 공수처법 폐지를 걸었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올해도 열렸고 3·1절에는 보수교회를 중심으로 광화문집회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총선이 코앞이지만 가까운 사이라도 정치 얘기는 금물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공복이어야 할 국회의원이 상전 노릇한 지 오래다. 그래도 선거 때가 되면 없던 관심도 생기고 배신당할 기대도 또다시 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것 같다.
깊어진 정치 혐오가 선거 열기도 식히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도 행정부가 균열을 보이고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 이쯤 되면 선거는 무용하고 정치는 해악이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처신은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지난 촛불집회의 성과를 국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누적인원 1700만명이 거둔 결실을 고스란히 대통령선거에 갖다 바쳤다. 2016년 10월29일 시작된 집회는 2017년 4월29일의 23차까지 이어졌다. 5월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둔 날이었다. 주최 측은 “우리가 대통령선거 날짜 앞당기자고 촛불 들었냐?”며 ‘장미대선 No! 촛불대선 YES!’를 외쳤다. 하지만 촛불의 여망을 선거에 담는 순간 모든 것은 문재인 후보를 위해 깔아놓은 주단 길에 다름없었다.
지금 여당은 4·15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외치지만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다. 1987년 6월항쟁에서 야당인 통일민주당은 항쟁지도부인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대정부협상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6년 말 민주당의 역할은 다른 야당들과 함께 촛불시민들의 요구를 사후적으로 수용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데 그쳤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에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해 논란이 됐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에서 ‘세월호 7시간’을 빼야 탄핵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협상에 나섰다.
2016년 겨울, 국민들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정치권력에 대해 상전 노릇을 할 수 있었다. 1960년 4월혁명과 1987년 6월항쟁 때도 국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물러나게는 했다. 그러나 야당까지 포함한 정치권력 전체가 국민의 요구에 굴복한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촛불시민들은 정당을 포함해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의 행동과 스스로의 힘만을 믿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상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
우려는 촛불집회 당시에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 쒀서 개 줄까’ 염려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거 외에는, 야당을 여당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기대와 희망을 담을 다른 그릇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2017 촛불권리선언’으로 이어졌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 ‘노동존중’ 구호가 ‘재벌존중’으로 바뀌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싸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선거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당에 길들여져 갔다.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자.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82028005&code=990308&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fbclid=IwAR0qwmyCfqd-17LA-r5nXkAyrgHx8uexX9rOTo8Ct6gjXQeZCIHx9Dte0S4#csidx1254c9fadbe22daace1db22f7b34e9b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처신은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지난 촛불집회의 성과를 국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누적인원 1700만명이 거둔 결실을 고스란히 대통령선거에 갖다 바쳤다. 2016년 10월29일 시작된 집회는 2017년 4월29일의 23차까지 이어졌다. 5월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둔 날이었다. 주최 측은 “우리가 대통령선거 날짜 앞당기자고 촛불 들었냐?”며 ‘장미대선 No! 촛불대선 YES!’를 외쳤다. 하지만 촛불의 여망을 선거에 담는 순간 모든 것은 문재인 후보를 위해 깔아놓은 주단 길에 다름없었다.
지금 여당은 4·15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외치지만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다. 1987년 6월항쟁에서 야당인 통일민주당은 항쟁지도부인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대정부협상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6년 말 민주당의 역할은 다른 야당들과 함께 촛불시민들의 요구를 사후적으로 수용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데 그쳤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에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해 논란이 됐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에서 ‘세월호 7시간’을 빼야 탄핵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협상에 나섰다.
2016년 겨울, 국민들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정치권력에 대해 상전 노릇을 할 수 있었다. 1960년 4월혁명과 1987년 6월항쟁 때도 국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물러나게는 했다. 그러나 야당까지 포함한 정치권력 전체가 국민의 요구에 굴복한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촛불시민들은 정당을 포함해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의 행동과 스스로의 힘만을 믿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상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
우려는 촛불집회 당시에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 쒀서 개 줄까’ 염려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거 외에는, 야당을 여당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기대와 희망을 담을 다른 그릇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2017 촛불권리선언’으로 이어졌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 ‘노동존중’ 구호가 ‘재벌존중’으로 바뀌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싸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선거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당에 길들여져 갔다.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자.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82028005&code=990308&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fbclid=IwAR0qwmyCfqd-17LA-r5nXkAyrgHx8uexX9rOTo8Ct6gjXQeZCIHx9Dte0S4#csidx1254c9fadbe22daace1db22f7b34e9b
쌀밥과 위로의 연대 – 웹진 「대산농촌문화」
쌀밥과 위로의 연대 – 웹진 「대산농촌문화」
세계농촌기행
쌀밥과 위로의 연대1 개월 전에 by 정은정
협동과 연대로 전환하는 동아시아의 농農
글·사진 정은정
중국 중산 치시마을 풍경. 이번 연수 지역은 쌀의 나라들이다. ⓒ대산농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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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과 연대로 전환하는 동아시아의 농農’ 연수를 마치고, ‘세계농촌기행’ 원고 의뢰를 받고나니 새삼 막막해졌다. ‘세계농촌기행’이라는 제하에 맞춰 글을 쓰는 일이 난감해서다. ‘동아시아’를 세계라고 호명하는 일이 있었던가. 동아시아인인 우리의 인식 속에서도 동아시아는 언제나 변방이다. 한국은 서양의 기준에서 ‘극동’이었으므로 세계는 유럽이나 미국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무엇보다 농업 분야에서 우리가 보고 싶어 했던 세계 농촌은 농업 선진지라 부르는 유럽, 호주, 미국 등지일 때가 많았다.
그간 대산해외농업연수에 지원을 해보고 싶었다. 다만 한국농촌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유럽이나 호주의 사례는 몇 가지 충돌 지점이 있었다. 스케일의 차이가 크고 지역적 맥락이 워낙 달라 다녀오더라도 질문이 풍부해질 것 같지 않아서였다. 무엇보다 내 관점에서 관찰 지표가 있다면 음식(문화)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먹거리 현실은 대륙 간 이동을 통한 글로벌푸드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미국산 밀가루로 수제비와 칼국수를 해 먹는 한국의 지역적 맥락처럼 음식에는 지역과 사람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런 점에서 서양 요리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이 부족해 실제로 무언가를 먹고 있어도 그 지역 사람들이 왜 이렇게 먹고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번 대만과 중국 화남 지역에서 있었던 연수는 짧은 비행시간, 비슷한 낯빛의 사람들이 있는 곳. 밥과 반찬을 먹고 국을 끓여 밥을 먹는 곳. 그러므로 짓는 농사도 비슷하고 시장에서 사고파는 푸성귀도 엇비슷한 모습을 지닌 곳일 테다. 이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중국 광저우와 대만의 음식 다큐멘터리 정도만 보고 떠난 연수였다. 그간 유럽의 직불제, CSA, 로컬푸드 정책 등등 글에 간접인용도 많이 해왔지만 정작 동아시아의 농촌이야말로 ‘먼 나라 이웃나라’도 아닌 그냥 ‘먼 나라’였다.
잘 먹는 일이 배우는 일 – 쌀과 밥에 기대는 삶의 연대
대만과 중국의 광둥은 밥을 지어 먹는 지역이다.
이번 연수 지역은 쌀의 나라들이다. 대만과 중국의 광둥은 밥을 지어 먹는 지역이다. 농사의 결도 수도작과 채소에 기반한 경종농업에 맞춰져 있을 것이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곁들이는 반찬의 품새에도 공통의 분모를 만든다. 밥과 반찬을 함께 먹으며 단백질은 콩과 식물의 음식인 된장이나 간장을 활용하며 닭과 오리를 길러서 먹는다. 그리고 쌀과 누룩으로 술을 담가 먹는 공통의 ‘쌀 문화권’이라 배우고 가르쳤지만 눈과 입으로 확인한 적이 없어 종종 한계를 느꼈었다. 살면서 먹어본 중화요리라고는 짜장면과 탕수육 언저리일 뿐이다. 한국에서 먹었던 중국, 혹은 중화요리는 한국화된 중식의 범주에 가깝기 때문에 연수의 목표는 우선 잘 곱씹어 먹는 것으로 두었다. 이번 연수에서 음식점 선정에 신경을 썼다고 들었다. ‘맛집’의 범주는 당연히 아니었다. 무엇을 함께 먹을 것인가. 이것은 곧 이 모임과 배움의 결을 결정하는 일이다. 해외농업연수라는 목적에 맞게 연수단이 먹었던 음식은 가급적 지역의 사람과 땅을 거친 음식들이었다.
푸젠성 페이티엔마을 농가식당에서 나온 미주米酒.
10박 11일 동안 수많은 음식을 먹었다. 모두 기억나지 않지만 공통의 물리적인 행위는 남았다. 밥과 반찬 그리고 국을 마시는 일이었다. 최소한 10가지 이상의 접대 음식이 나오는 푸젠성 농가 음식이든 광둥의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든 제각각의 물성을 제거하면 최후에는 ‘밥을 먹음’이라는 공통의 행위가 남곤 했다. 오래도록 벼농사를 짓고 밥을 지어먹는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푸젠성 페이티엔마을 농가식당에서 나온 미주米酒는 양은 주전자에 담겨 나왔다. 맛은 천안의 ‘연미주’를 비롯해 쌀을 기본으로 삼는 쌀 술의 풍미와 색감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쌀로 빚은 것들은 맛의 문양紋樣도 담음새도 비슷했다. 이번 연수에서 먹었던 농가의 현지 음식들은 여러 번 깎여나간 시중 음식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었다.
경운기를 끌고 농로를 지나는 한 농부.
대만 이란현 선거우마을 한가운데 경운기를 끌고 농로를 지나는 한 농부를 보았다. 연수 참가자들은 길 가장자리로 피하면서 경운기에 길을 터주었다. 이런 풍경도 이제 점점 잊혀 가고 있다. 속도와 마력을 높인 트럭과 트랙터로 농촌이 재편된 지 이미 오래다. 사람은 떠나고 그 틈을 기계로 메워온 한국 농촌의 시간을 대만에서 만났다.
사람들은 농촌(고향)을 떠나고, 도시민들은 쌀밥을 예전만큼 먹지 않는다. 이렇게 쌀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의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은 대만이나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열대 기후로 이모작이 가능한 대만이지만 이모작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둑에는 작은 사당을 마련해두고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모두 비전이 없는 산업이라 여길 때도 그들은 끝까지 남아 모내기를 하고 풍년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 마음의 결이야말로 말言의 연대를 넘어선 마음心의 연대일 것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 농민들도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한국의 생산자 농민들은 유독 논과 밭의 구획과 시비施肥에 관심을 두곤 했다. 논에 물을 대었으니 어김없이 쌀농사를 지어 밥을 지어 먹으면서 살아갈 동아시아 농農의 운명을 그들은 함께 지고 있었다. 끝내 소멸할 수 없는 쌀밥을 먹는 마음과 몸의 문제는 왜 농업정책의 영역이 아니란 말인가. 이런 농촌과 농민의 ‘삶’의 문제를 지금의 농정당국은 경제적 손익계산에만 가두고,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체념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농촌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익숙한 풍경.
위로의 연대
연수란 낯선 사람을 낯선 공간에서 만나 새로운 시간을 창출하는 일이지 않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질문을 만들어 오는 것이다. 이번 대만과 중국 화남 지역의 연수는 선진지연수라기보다는 협동과 연대의 현장, 그것도 ‘동아시아적 가치’ 탐색이 가능한지를 보고 오는 것이었다. 대만과 중국의 정치·경제적 역량과 한계 속에서 농촌이라는 공간과 농업이라는 산업이 어떻게 고군분투하는지를 서로 배웠고 익히는 과정이었다.
인린생태농장과 중산치시생활농장과 슈미생태학교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도시가 아닌 농촌으로 들어간 청년농업인들의 사례다. 그들은 생태지향의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농사를 지으며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결기도 보았다. 중국 농촌에서 절대로 대세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흐름이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의 극심한 경쟁과 생태 파괴가 이런 흐름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광저우의 CSA 그룹과 협동조합 활동가들은 한국의 농업 정책과 농촌 문제, 무엇보다 한국 연수 참가단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의 농업, 농촌, 농민은 어떻습니까?’. 서로의 갈증이 느껴졌다.
중국의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대도시로 나가지 않고 농촌에 남은 젊은 농업인들의 고군분투를 확인한 것이야말로 ‘위로의 연대’가 아닐까 싶었다. 한국의 연수 참가자들 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민주화가 여전히 요원한 중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생태지향적이며 마을공동체를 지키는 일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가장 근본적인 민주주의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활동가들도 오랜 활동으로 심신이 지치고, 무엇보다 한국의 농촌 현실에서 과연 대안을 세우고 그 계획을 진척시킬 전망이 없다 아프게 고백하곤 했다. 농촌사회학 연구자로서 한국의 농촌운동가(혹은 활동가)들의 소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어서 그 고백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은 농산물 수출국가인 중국의 농촌의 형편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이고, 중국의 지역 내 양극화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곧 농촌문제다. 광저우 시내는 그 어떤 도시보다 세련되고 화려했다. 거대한 쇼핑몰에는 애플 매장과 스타벅스,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이 들어차있고 입성이 화려한 사람들은 쇼핑에 망설임이 없어 보였다. 반면 중국 내에서 농촌과 농업, 농민은 중국 국적의 내부 이주민일지도 모른다. 중국이 쏘아 올린 세계화의 본질은 ‘농민공’의 희생을 발판 삼고 있다. 중국 내에 이주노동자인 농민공의 국적은 중국이지만 내부의 이주노동자로 전 세계의 값싼 일회성 소비재들을 생산하고 공급한다. 내 아이폰으로 찍은 수많은 사진도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다. 집에 있는 성모자상도 중국에서 만들어졌고,세계 크리스마스 시장의 소모품들도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정작 종교의 완전한 자유가 허용되지 않은 사회에서 종교 물품마저 생산된다. 이것들은 본래 호미와 낫을 들었던 농민공들 손에서 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동아시아 농촌 모두 1차 산업은 ‘경제적 가치 없음’이라 판결 받고 가차없이 버려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세계의 소비자들이 중국 농촌의 희생을 먹고 산다는 뜻이다.
사루비아꽃과 맨드라미가 자라고 있는 흙집.
세계화는 고르게 작동하지 않는다. 한 국가 내에서도 가장 먼저 떠밀리는 곳은 농촌이다. 중국은 농산물 수출을 많이 하지만 농촌에서의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대만, 중국,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임을 서로 확인했다. 희망을 확인하는 일보다 각자의 실망과 절망을 확인하는 순간 묘한 위로를 얻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어’라는 말만큼이나 서로를 위로할말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세계시민’이라는 아무도 포함하지 않은 말들에 갇히지 않고 각 나라의 농민, 그리고 생태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이었다. 하여 이번 연수를 ‘위로의 연대’라 이름 붙이고 싶다. 눈물은 힘이 세지 않은가.
간담회마다 시간 제약으로 하지 못한 질문이 ‘네트net’를 타고 연수가 끝난 뒤에도 흘러온다. ‘파파고’나 ‘구글’이라는 세계화의 상징symbol을 통해 가장 지역적인 ‘농農’에 대한 질문이 오고가는 중이다. 한국 참가자들 중에서는 교류회를 준비 중이기도 하고 연수의 경험을 살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글로, 방송으로 알리고 있다. 이런 행위 자체가 가보지도 못할 곳의 여행기가 아니라 동아시아 농촌의 고민과 가능성을 한국에 소개함으로써 서로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시래기가 담벼락에서 조용히 말라간다.
한국 농촌이 버려버린 시간이 남은 곳
개울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푸젠성 용띵의 ‘토루’에는 곶감과 엿을 팔고 있었다. 오래된 농촌 마을 페이티엔마을을 휘도는 개울에서는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꽃무늬 작업복과 차양 모자가 집집이 걸려 있고 시래기가 담벼락에서 조용히 말라가는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루비아꽃과 맨드라미가 자라고 있는 흙집의 풍경 또한 낯설지 않았다. 여기에 한국 농촌이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 버려버린 시간이 남아있다. 동시대 동아시아인이 지닌 농촌 연대의 감각으로 이 시간을 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 정은정:
농촌사회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대학에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치킨展」(2014), 공저로 「질적연구자 좌충우돌기」(2018)가 있으며,
백남기 농민 투쟁기록을 담은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2018)가 있다. 경향신문에 ‘지금, 여기’를 연재 중이다.
김재형 - 제가 동지를 얻었어요. 청년 주역 운동 성공해야 되요.
(7) 김재형 - 제가 동지를 얻었어요. 청년 주역 운동 성공해야 되요. 주역은 청년들의 이야기예요. ㅎㅎㅎ. 후원자도 더...
김재형
1 hr ·
제가 동지를 얻었어요.
청년 주역 운동 성공해야 되요.
주역은 청년들의 이야기예요.
ㅎㅎㅎ.
후원자도 더 있어야겠어요.
이화서원 후원합시다.
제게 메세지 보내주세요.
지난해는 청년 강의하라고 여러분이 후원하셨어요.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금해야겠어요.
김동조
1 hr
#이화서원 #곡성 #주역 #공유공간
2박 3일을 곡성에 다녀왔다.
김재형 선생님이 마련한 공유공간인 이화서원에서 공부했다.
첫 날 오전은 주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들었다.
옛날 사람들이 우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거기서부터였다. 8만년 전의 사람들 얘기도 들었다. 3만년 전 사람들 얘기고 들었고 1만년 전 사람들 얘기도 들었다.
갑골문자 얘기도 들었다.
거북이 등껍질을 긁은 게 갑골문자다.
이게 어떻게 주역이 된 걸까?
갑골문을 처음 기록한 사람의 이름이 무라고 한다. 이 무는 한 명이 아니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무들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우연히 긁었다.
그러다 어떤 무가 뭘 봤다. 이걸 거북이 등껍질에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북이 등껍질을 긁었다.
사람들이 놀랐다. 이해했다. 유행했다. 트렌드가 되었다.
무들이 생겨났다. 너도 긁고 나도 긁고 다들 거북이 등껍질을 긁기 시작했다.
이걸 5~3천 전서부터 무려 2천년 동안이나 긁은 거다. 너무 많아졌다. 이 당시에는 은나라가 있었는데 지금의 도서관처럼 주요 거점을 정하고 갑골문을 계속 모아댔다고 한다.
2천년 동안 당대의 지식인이요 예술가요 몽상가에 과학자요 의사에 종교인에 너무 많은 무들이 너무 많이 긁었다. 그렇게 모인 갑골문을 다 아는 게 어려울 지경이 된 거다.
우주에 문제 의식이 생겼다.
그렇게 우주는 은나라를 저물게 하고 주나라를 탄생시켰다.
은나라의 마지막 학자이자 주나라의 처음 학자들이 당시의 갑골문을 64개로 분류를 시작한 거다.
우주가 원했다.
우주가 원하기에 사람이 원하는 거고 우주가 바랐기에 사람이 바라는 거라고 했다.
우주이자 당시의 사람들은 64개로 분류된 분류 체계 안에 주요 갑골문을 정리했다.
은나라의 역사가 주나라로 이어지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당부하듯이 사랑의 마음으로 주역이 탄생한 거다.
64개의 분류 안에 보통 6개씩의 이야기가 있다.
64 곱하기 6은 384개의 이야기요. 여기에 첫 번째와 두 번째 괘는 1개씩이 더 있어서 386개의 이야긴데. 주역을 읽는 방법은 짝을 이루니 기본이 772개요. 점을 어디에 찍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니 여기서부터는 무한대라고 볼 수 있고. 이 무한대의 이야기를 서로 어떻게 연결 짓냐에 따라서 무한의 무한이 가능하다.
무엇이 가능할까?
무한의 무한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
어떤 스토리텔링일까?
점을 칠까?
길흉을 예측할까?
미래를 볼까?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그런 건 주역의 한 축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머리카락이고 눈이고 귀와 같은 거다. 주역의 전체가 아니다.
주역은 우주 그러니까 인류 역사 전체의 모든 마음과 마음이 스토리텔링 되고 있는 그 무엇이다.
나는 스토리텔링 되었다가 아니라 되고 있는 그 무엇이라고 표현했다.
놀랍게도 주역은 과거에 완성된 게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 쓰여지고 있고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나보다 더 먼저 태어난 것이 나보다 젊고 어리며 나보다 훨씬 늦게까지 살 것이고 우주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함께 존재할 그런 형태다.
인류 역사 전체의 모든 마음과 마음이 스토리텔링 되고 있는 그 무엇. 이거다.
김재형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잘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마주앉아 식사를 해도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덜덜 떨지 않는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
선생님이 앉아서 옆에서 한 학생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나는 옆에서 배 깔고 엎어져 책을 읽고 있어도 좋다.
저녁이 되었을 땐 조용히 가서 씻고 그냥 내가 먼저 자도 좋다.
친구들과 재밌고 평화롭게 어울려 놀고 싶은 어린 소년과도 같다. 산책하기도 좋아하고. 밤마다 극장에 가서 영화 보자고 추천하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참 젋고 재밌다.
이화서원은 어떤 곳인가?
어 음.
한 가지 큰 특징만 말해본다.
보통, 영성의 세계에서 지도자가 꿈을 가지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학생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왜 그럴까?
꿈은 성장해야 하고 이 성장에는 돈이 필요하다.
건물을 짓는다든지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서 유료 학생이 필요 이상으로 중요해지고 무료 학생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일쑤다.
이화서원의 특징은 이제 갓 성장하는 공동체 단체와도 같고 미래의 꿈을 그리고 있어서 돈이 많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건 그거고. 무료 학생에 대한 폭과 비율이 굉장하다.
이거는 지도자의 의지가 반영된 거다.
이 단체를 무조건 크게 크게 빨리 최대한 크게 하겠다는 그런 의지가 아닌 거다.
이화서원도 꿈을 꾸고 성장을 하겠지만 결이 상당히 다르다.
수업은 어땠는가?
놀랍게도 상경 수업 1박2일만 들어도 주역을 볼 수 있게 된다.
마치 수영을 못 하는 초등학생들 30명을 10분만에 바다에 둥둥 떠있을 수 있게 만든다는 생존수영이랑 같다.
1박2일만에 주역에 의지해서 삶이란 바다를 둥둥 떠다니며 가라앉지 않고 생존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진짜다. 방법도 하나도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쉬운 주역 수업이다.
공부만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노래 부르고 걷고 쉬고 먹고 대체로 자유롭다. 공부 할 때는 집중해서 진도를 확 뺄 뿐이다.
추천?
YES.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 운스러운 사람이라면 무조건 당신 인생에서 이화서원 주역 수업을 넣어라. 그것도 가장 가까운 시기에 넣어라. 이화서원으로의 여행은 한 우주로의 여행과도 같을 것을 장담한다.
돈이 없는가? 그렇다면 혼자 아쉬워 하며 뒤돌아 서지만 말라. 배우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말하라. 그 부분은 같이 고민해보자.
시간이 없는가? 혼자 돌아서지 말라. 당신의 시간 없음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보자.
나는 같이 고민할 마음이 있고 이화서원은 그럴만한 곳이다.
2020/02/11
20 중국을 바꾸는 ‘반향청년’들의 도전 - 시사IN
중국을 바꾸는 ‘반향청년’들의 도전 - 시사IN
중국을 바꾸는 ‘반향청년’들의 도전
푸젠·광둥 이오성 기자
호수 645
승인 2020.02.07
중국에서 청년들이 이끄는 새로운 귀농·귀촌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농사를 짓고 생태주의를 학습하며 농촌을 바꾸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도 ‘삼농 문제’다.
ⓒ대산농촌재단인린 생태농장에서 라오짜오 씨, 구얼라이 씨, 민 씨가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부터).
묶음기사
도시에서 사람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타이완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중국은 농민의 나라다. 샤오미와 알리바바의 나라가 아니다. 대장정의 중심에 섰던 농민 혁명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의 중국 이야기다. 2018년 국가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농촌인구는 7억9000만여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 13억9500만여 명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다.
중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농민공’ 역시 도시가 아니라 농촌 문제다. 호적은 농촌에 두고 있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 2억8800만여 명을 빼도 중국의 농촌인구는 5억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의 36% 정도다. 2018년 한국의 농가인구 비율이 4.5%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농촌인구 비중은 엄청나다.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중국에서도 여전히 농민의 위상은 낮지 않다. 이런 현실은 앞으로 중국 사회가 갈 방향을 가늠케 한다. “중국을 알고 싶으면 농촌을 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1호 문건’이라는 중요 자료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 그해 최우선 과제를 담아 연초에 발표하는 ‘신년 교시’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어김없이 중국 공산당이 최우선 과제로 거론한 것이 있다. 바로 ‘삼농(三農)’ 문제다. 삼농이란 농민의 생계, 농촌의 지속가능성, 농업의 안정을 뜻한다. 2019년 1호 문건은 농촌 빈곤 탈피, 농촌 주거환경 개선, 농민 소득증대 등을 역점 과제로 삼았다.
개혁·개방 이후 공업화와 도시화로 질주하던 중국이 농촌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는 건 한국인에겐 낯선 이야기일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 언론은 미·중 패권 전쟁이나 미세먼지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 사회의 방향은 확고하다. 후진타오 시대에는 ‘신(新)농촌 건설’, 시진핑 시대에는 ‘향촌 진흥’이라고 명명한 ‘농촌 살리기’다.
민간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신향촌 건설운동’이라 불리는 청년들의 귀농·귀촌 운동이다. 1920~30년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기치로 추진됐던 향촌 건설운동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중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학교를 세우고, 도시에서 벗어나 대안적 삶을 꿈꾼다. 이 또한 해외 언론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다.
〈시사IN〉은 2019년 11월22일부터 12월2일까지 대산농촌재단 해외연수단과 함께 변화하는 중국과 타이완의 농촌 현장을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과 활동가, 전문가 등 19명이 참여했다. 농업 지원 공익재단인 대산농촌재단은 1992년 농업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70차례 넘게 해외 농촌을 방문했다.
ⓒ대산농촌재단치시 생활농장 대표이자 수미 생태학교 공동설립자인 하오관후이 씨.
‘바링허우 세대’의 성찰
광둥성 광저우시는 베이징·상하이와 함께 중국 3대 도시다. 1500만 인구가 밀집한 도시 중심가에서 1시간이면 닿는 곳에 ‘인린(銀林) 생태농장’이 있다. 화난(華南) 농업대학 출신 동문 3명이 주주가 되어 설립한 농장이다. 농장주는 1981년 이 지역에서 태어난 구얼라이 씨.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아홉 살 때인 2009년부터 토지사용권을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다.
중국 농업을 알려면 토지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도시 토지의 경우 국가 소유이고, 농지는 쉽게 말해 마을 소유다. 선거를 통해 뽑는 촌민위원회가 농지를 관리한다. 농민은 ‘토지사용권’을 갖되, 이를 30년씩 남에게 빌려줄 수 있다. 구얼라이 씨 역시 아버지에게 토지사용권을 물려받고, 주변 농민으로부터 농지를 빌려 모두 70무(1무=200평·약 660㎡) 규모의 농사를 짓는다.
인린 생태농장에는 농약도, 화학비료도, 살충제도 없다. 대신 한약재를 이용한 퇴비, 바이오다이내믹(생명역동) 농법에 기초한 녹비(녹색 작물로 만든 퇴비) 등을 사용한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유기농 기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귀농한 젊은이들이 처음부터 유기농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첫해와 이듬해는 남들 하는 대로 관행농(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사법)으로 작업했다. 그러다 돼지를 키우면서 2013년부터 돼지 분변을 퇴비로 쓰기 시작했다. 유기농으로 첫발을 떼며 다양한 시도가 뒤따랐다.
인린 생태농장에는 밭마다 노란 끈끈이가 보초처럼 서 있다. 살충제 대신 끈끈이로 해충을 잡는다. 자잘한 잡초는 뽑지도 않는다. 잡초 뿌리에서 오히려 토양에 좋은 미생물이 자라기 때문이다. 한약재 퇴비는 해마다 200평마다 5t 정도씩 뿌려준다. 토양 산성도 조사 결과 한약재 퇴비의 토양 개선 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농장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사탕수수·브로콜리·배추·바나나·파파야 등이 한데 어울려 자라며 토양을 더 건강하게 한다. 농장에 있는 연못은 물고기를 키우는 양어장인 동시에 밭에 물을 대는 저수지다.
농장에서 키운 작물은 워투궁팡(沃土工坊)에서 판매된다. 워투궁팡은 귀농인과 소농의 생태농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워투궁팡에서 들어오는 돈이 농장의 중요한 운영자금이다. 농장 살림을 총괄하는 라오짜오 씨는 현재 수입과 지출이 딱 맞아떨어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농장은 광둥성 지역 농민과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의 교육장으로도 사용된다. 그동안 농장에서 워크숍이 30여 차례 열렸는데, 800여 명이 참여했다. ‘농장 인턴’ 제도를 만들어 젊은이의 참여도 꾀한다.
연수단이 방문한 날도 한 청년이 농업용 장화를 신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1989년생인 민 씨는 상하이에서 살다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학을 다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농촌문제와 유기농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와 ‘WWOOF(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농가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것)’ 활동을 체험했다. 그는 이곳에서 유기농법을 배워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일부 첨단산업 분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경제대국 중국에서 왜 구얼라이 씨나 민 씨처럼 젊은이들의 농촌행이 잇따르는 걸까. 라오짜오 씨가 말했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대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그런 이들이 자연스럽게 농촌을 제2의 삶터로 여기고 있다.” 딱히 큰 이문을 남기지도 못하면서도 농장을 10년이나 끌어온 원동력에 대해 라오짜오 씨는 “비록 느리더라도 중국 농촌이 변화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이 즐겁다”라고 말했다.
도시화에 염증을 느낀 청년들은 집단으로 움직이며 한 마을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광저우 남쪽 중산시에 있는 ‘치시(旗溪) 생활농장’은 중국 신세대가 주도하는 생태주의 귀농운동의 현황을 앞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농장에 서면 고층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보일 만큼 도시와 가깝다.
농장 주변 마을에는 토박이 주민과 함께 도시에서 이주한 청년들이 생활한다. 이들은 농사를 짓고 생태주의를 학습한다. 청년들에게 유기농 기술을 가르치고 관련 잡지도 발행한다. 2017년 귀농청년대회에는 120여 명이 참여했다. 말하자면 이곳은 귀농 플랫폼이자 인재 양성소다.
마을 내 ‘수미(舒米) 생태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다. 대안 생태학교로 이름난 영국 슈마허 칼리지에서 공부한 청년들이 그 교육 이념을 전파하고자 문을 열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2018년 8월 개교한 이 학교에서는 맥주 만들기, 공예 교육, 미니멀리즘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2~3일짜리 워크숍도 있고, 9주짜리 장기 생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Soil, Soul, Society(흙, 영혼, 사회)’를 철학으로 유기농부터 경제학까지 가르친다.
ⓒ시사IN 이오성치시 생활농장과 수미 생태학교는 음식을 통해 사람과 땅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한다.
치시 생활농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음식이었다. 화이트와인(생강차)과 레드와인(로젤차)으로 시작한 점식 식사는 단연 이번 연수 기간 중 최고였다. 조와 퀴노아 등으로 지은 잡곡밥, 강황 커리, 토마토 스튜, 가지와 고구마 구이, 강황 빵으로 이어지는 식사에 연수단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동백 열매 가루로 만든 친환경 세제로 스스로 설거지까지 마치면서 한 끼니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음식을 통해 사람과 땅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농장과 학교의 목표다.
치시 생활농장이 있는 마을은 과거 무분별한 관행농으로 인해 토지·환경 오염이 심각한 곳이었다. 이후 젊은 청년들이 마을로 들어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생태농업을 실천하려는 농부, 도시를 떠나 살고자 하는 예술가, 채식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이들, 발도르프 교육 같은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가 이곳으로 모였다. 모두 ‘삶의 전환’을 꿈꾸는 이들이다.
치시 생활농장 대표이자 수미 생태학교 공동설립자인 하오관후이 씨 역시 1980년대생이다. 하오관후이처럼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바링허우(八零後)’ 세대라 부른다. 덩샤오핑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이후 태어난 세대로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자란 이들이다. 이 세대를 흔히 ‘소황제’ 또는 ‘소공주’라며 비꼬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 세대는 중국 인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바링허우 세대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신향촌 건설운동을 이끌고 있다. 바링허우 세대는 도시화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상당수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중국 농촌은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먹고살 만했던 농촌에 대한 향수를 지닌 동시에 1990년대 이후 공업화로 농촌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급속히 쇠락하는 ‘고향’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농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다. 당시 중국 전역의 대학에서 한국의 ‘농활’ 같은 농촌 교류 움직임이 일면서 ‘반향청년(返鄕靑年)’이라 불리는 귀농 청년들이 생겨났다.
ⓒ대산농촌재단푸젠성 룽옌시에 있는 페이톈 마을. 신향촌 건설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이 변화했다.
시진핑의 국가전략 ‘향촌진흥’
반향청년들은 삼농 문제 최고 권위자이자 활동가인 원톄쥔 중국 런민대학 교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원톄쥔 교수는 저서 〈백년의 급진〉을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학자다. 그는 서구식 경제발전 모델의 파산을 선언하고, 중국처럼 식민지를 가지지 못했던 나라는 소농 중심 경제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설파해 아시아 전체에 큰 울림을 주었다.
청년들은 2003년 허베이성에 설립된 ‘옌양추 농민학교’ 등 귀농 교육단체에서 교육을 받고 농촌으로 스며들었다. 하오관후이 대표 역시 옌양추 농민학교 출신이다. 이들은 중국의 유기농과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재배하는 공동체 지원 농업)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바링허우 세대 사이에서는 자녀를 농촌에서 공부시키는 ‘농촌 유학’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푸젠성 룽옌시에 ‘페이톈(培田)’이라는 마을이 있다. 800년 역사를 지닌, 주민 1700명이 사는 하카(客家) 마을이다. ‘하카’란 전쟁 등 재난을 피해 북방에서 남쪽 푸젠성과 광둥성 등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하카 문화 특유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아름다운 이 시골 마을은 ‘농촌 스테이’로 이름난 곳이다. 도시 가족들이 마을에서 먹고 자며 수공예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페이톈 마을도 과거에는 쇠락하는 농촌 마을이었다. 2009년경 신향촌 건설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이 살아났다. 운동의 1단계는 마을 주민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청년들은 마을 서원에서 먹고 자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며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2단계는 주민 활동가를 발굴하는 일이었다. 유서 깊은 마을에는 뛰어난 솜씨를 가진 수공예 장인들이 많았다. 3단계는 주민 스스로 마을의 주체가 되는 일이다.
2011년 마을에 만들어진 ‘노인 공익식당’이 딱 그런 곳이다. 당시 청년들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2년 동안 운영했다. 이후 주민들이 이어받아 지금껏 재료 수급부터 요리까지 자체 운영하고 있다. 한 끼에 2.5위안(약 420원)을 내고 40여 명이 점심과 저녁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쯔농(滋農) 유학’은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14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아이들을 위한 자연교육, 성인을 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마을 내 마이크로크레디트(서민을 위한 무담보 대출) 설립과 지역 농산물 판매 및 가공을 지원하기도 했다. 쯔농 유학 부대표를 맡고 있는 장리리 씨는 1987년생으로, 2009년경부터 페이톈 마을에서 신향촌 건설운동에 참여했다(59쪽 상자 기사 참조). 쯔농 유학은 현재 항저우 등에서도 마을 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귀농·귀촌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18년 전국 300여 개 현을 조사해 고향으로 돌아온 창업 농민공 숫자가 740만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마다 인구 편차가 크지만, 중국 전체에서 농촌지역 현은 어림잡아 1800개 정도다. 여기에 치시 생활농장의 경우처럼 도시에서 태어나 귀농한 이들까지 더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국 공산당 차원에서도 ‘21세기 버전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상산하향은 마오쩌둥 시기 도시 지식청년을 농촌으로 보낸 운동이다. ‘하방(下放)’이라 부르기도 했다.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000만 대학생 등을 농촌으로 보내는 ‘삼하향(三下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대졸 청년의 귀농 창업 지원 등이 핵심 정책이다.
이런 계획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향촌진흥’의 일환이다. 도시 지역의 취업난을 해소하면서 농촌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전략이다.
시진핑은 2002년 칭화대학에서 49세 나이에 ‘중국 농촌 시장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진핑은 청소년 시절부터 산시성 농촌에 7년간 ‘하방’되어 농촌 현실을 체험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베이징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책을 마다하고 허베이성 농촌 지역의 당 서기로 일하는 등 농촌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국가주석에 오른 뒤, 시진핑은 지속적으로 농촌문제를 살폈다. 2015년 3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공식화한 ‘생태문명’ 추진이 그것이다. 환경오염과 빈곤으로 망가진 농촌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시진핑이 2005년 저장성 당 서기를 지내던 시절 직접 만든 표어인 ‘녹수청산 금산은산(깨끗한 자연환경이 금이고 은이다)’은 지금도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시진핑의 국가 전략이 밖으로 ‘일대일로’라면 안으로는 ‘향촌진흥’과 ‘생태문명’인 셈이다.
이번 연수에 동행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은 결국 삼농 문제로부터 시작한다. 중국이 강하려면 농업이 강해야 하고, 중국이 아름다우려면 농촌이 아름다워야 하고, 중국이 잘살고자 하면 농민이 잘살아야 한다는 게 시진핑 삼농 사상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동병상련, 동아시아의 농촌 현실
이번 연수의 주제는 ‘협동과 연대로 전환하는 동아시아의 농(農)’이었다. 광저우시 선징(深井) 마을에서 열린 토론회는 이에 걸맞은 행사였다. 연수단과 중국 신향촌 건설 활동가 등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뜻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중국의 신향촌 건설운동이 주제가 아니었다. 한국의 농촌 상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경남 진주의 진주텃밭 협동조합 도상헌 총무팀장, 슬로우푸드문화원장 김원일씨, 괴산 눈비산마을 사무국장 배대우씨, 한살림 전경진씨, 청양 나눔영농조합법인 박영숙씨 등이 사례 발표를 할 때마다 중국 활동가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인린 생태농장의 라오짜오 씨는 도상헌 진주텃밭 총무팀장에게 생산자가 농산물 가격을 정하고 이 중 13%만 운영수수료로 책정해 진주텃밭을 운영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물었다. 둘은 스마트폰 번역기를 사이에 놓고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선징 마을의 한 사원에서 3시간을 훌쩍 넘긴 토론회는 해가 넘어가도록 끝날 줄 몰랐다. 중국 참가자들은 한국의 사례 발표를 계속 듣고 싶어 했다. 질문도 계속 이어졌다. “농촌에 침투한 자본에 농민들이 쉽게 투항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동학사상이 한국의 농촌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거대한 협동조합은 대기업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중국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이 아니었다. 한국 활동가들이 매일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동아시아 국가는 서로 많이 닮았다. 농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규모 기업농 위주인 서구와 달리 소농 기반 농업구조가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다. 식량을 담보로 한 무역전쟁 시대에 농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동병상련이다. 그럼에도 양국의 농민들은 서로를 몰랐다. 중국,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의 농촌문제는 관심 밖이었고 민간 차원의 교류도 거의 없었다.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공포만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발견한 것은 대단한 성공 사례나 해법이 아니었다. 일부 사례는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시행착오를 겪은 것들이다. 가장 뜻깊은 발견은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의 존재를 동아시아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점이다. 서구가 제시하지 못하는 농업의 미래가, 어쩌면 동아시아에 있는지도 모른다.
취재도움:김유익 화&동 청춘초당 대표
여기가 정말 선전 맞아?
ⓒ시사IN 이오성
광둥성 선전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린다. IT, 전자 등 첨단산업의 집결지다. 우퉁다오(梧桐島)는 선전공항 인근에 있는 오피스 단지다(사진). IT 스타트업 기업 등이 입주했다. 이곳에 가면 진기한 구경을 할 수 있다. 우선 단지 내 큰 연못이 있다. 빗물을 저장해 조성한 인공 연못이다. 건물 주변에는 닭, 오리, 공작, 토끼, 다람쥐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닌다.
각 건물 옥상은 친환경 농장이다. 바나나, 백향과, 갓 등이 자란다. 입주 직원이 키워 먹거나 단지 내 유치원에 기증하기도 한다. 함께 기르는 닭의 분뇨는 퇴비로 쓴다. 단지 내 정체불명의 파란색 통은 낙엽 등을 모아 만든 퇴비 저장고다.
단지가 조성된 지는 6년쯤 됐다. 모두 24개 동인데, 각 건물에 ‘춘분’ ‘추분’ 등 24절기 이름을 붙였다. 농업과 생태에 관심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단지를 조성했다. 임차료가 비싼 편이지만 공실률이 1%밖에 안 된다. 단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지역 농민들이 참여하는 파머스 마켓(농산물 직판장)도 열린다. 100여 개 점포가 참여하는데 매번 1만명씩 몰린다. 한국으로 치면 판교 같은 곳에 1만명이 운집하는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셈이다. 농업이 건축과 만나 어떻게 도시를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독특한 장소다.
“해법은 농촌에 있다”
ⓒ시사IN 이오성
둘은 부부다. 장치 씨(왼쪽)는 쯔농 유학 대표, 장리리 씨(오른쪽)는 부대표를 맡고 있다. 쯔농 유학은 ‘향촌의 아름다운 재발견’을 슬로건으로 농촌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바링허우 세대인 부부는 푸젠성 신향촌 건설운동 과정에서 만나 마음이 맞아 2016년 11월11일 광군제 때 결혼했다.
중국의 신세대 부모가 자녀의 농촌 유학에 적극적이라니 뜻밖이다.
바링허우 세대는 농촌에서 자랐다. 이들은 자녀가 농촌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교육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전교생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교도 있다.
청년들의 귀농·귀촌이 뚜렷한 사회적 현상인가?
물론 크게 보면 여전히 도시화와 공업화가 중국 사회의 주류다. 하지만 농민공의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농촌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는 이미 생산 과잉과 노동력 공급 과잉에 접어들었고, 이걸 해결할 방책이 없다. 과거엔 지식인과 학생 위주였다면 이제 보통 청년들도 농촌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중국 정부의 향촌진흥 정책이 농촌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2017년 19차 당 대회 이후 중국 사회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환경정비와 녹화사업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푸젠성의 경우 마을 단위마다 1500만 위안(약 25억원), 시진핑 주석이 당 서기를 지냈던 저장성의 경우 마을마다 3000만 위안(약 50억원)까지 투자가 이뤄졌다. 일부 시범지역은 억대 단위로 투자되기도 했다. 지금 중국 농촌은 경천동지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사이에 협력은 잘 되나?
시진핑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 시진핑 이전엔 민간 위주였다면 이후엔 정부의 역할이 커졌다. 정부가 신향촌 건설운동의 많은 구호를 받아들였다. 해가 갈수록 훨씬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
도시에서 성공하는 삶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그런 생각이 없을 수는 없다. 처음엔 후회한 적도 있다. 혹시 내가 도시의 경쟁에서 도피하려고 농촌운동을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은 나 자신이 변증법적 정반합 과정을 통해 발전해나간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돈이 문제가 아니다. 농민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농촌에서 리더로 성장할 만한 사람을 발굴하면 나중에 도시로 돈 벌러 나가버린다. 농민들은 여전히 농촌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다. 우리더러 고생한다면서도 자기 자식에게는 저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페이톈 마을 만들기 사업이 농민들로부터 인정받았을 때 기뻤다. 농촌에 정착했다는 느낌이랄까. 농촌 사람들이 스스로 농촌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점이 뿌듯하다. 아 참, 뜻이 맞는 동반자를 만나서 결혼한 게 가장 즐겁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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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바꾸는 ‘반향청년’들의 도전
푸젠·광둥 이오성 기자
호수 645
승인 2020.02.07
중국에서 청년들이 이끄는 새로운 귀농·귀촌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농사를 짓고 생태주의를 학습하며 농촌을 바꾸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도 ‘삼농 문제’다.
ⓒ대산농촌재단인린 생태농장에서 라오짜오 씨, 구얼라이 씨, 민 씨가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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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사람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타이완
의아하게 들리겠지만 중국은 농민의 나라다. 샤오미와 알리바바의 나라가 아니다. 대장정의 중심에 섰던 농민 혁명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의 중국 이야기다. 2018년 국가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농촌인구는 7억9000만여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 13억9500만여 명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다.
중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농민공’ 역시 도시가 아니라 농촌 문제다. 호적은 농촌에 두고 있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 2억8800만여 명을 빼도 중국의 농촌인구는 5억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의 36% 정도다. 2018년 한국의 농가인구 비율이 4.5%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농촌인구 비중은 엄청나다.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중국에서도 여전히 농민의 위상은 낮지 않다. 이런 현실은 앞으로 중국 사회가 갈 방향을 가늠케 한다. “중국을 알고 싶으면 농촌을 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1호 문건’이라는 중요 자료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 그해 최우선 과제를 담아 연초에 발표하는 ‘신년 교시’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어김없이 중국 공산당이 최우선 과제로 거론한 것이 있다. 바로 ‘삼농(三農)’ 문제다. 삼농이란 농민의 생계, 농촌의 지속가능성, 농업의 안정을 뜻한다. 2019년 1호 문건은 농촌 빈곤 탈피, 농촌 주거환경 개선, 농민 소득증대 등을 역점 과제로 삼았다.
개혁·개방 이후 공업화와 도시화로 질주하던 중국이 농촌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는 건 한국인에겐 낯선 이야기일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 언론은 미·중 패권 전쟁이나 미세먼지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 사회의 방향은 확고하다. 후진타오 시대에는 ‘신(新)농촌 건설’, 시진핑 시대에는 ‘향촌 진흥’이라고 명명한 ‘농촌 살리기’다.
민간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신향촌 건설운동’이라 불리는 청년들의 귀농·귀촌 운동이다. 1920~30년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기치로 추진됐던 향촌 건설운동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중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학교를 세우고, 도시에서 벗어나 대안적 삶을 꿈꾼다. 이 또한 해외 언론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다.
〈시사IN〉은 2019년 11월22일부터 12월2일까지 대산농촌재단 해외연수단과 함께 변화하는 중국과 타이완의 농촌 현장을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과 활동가, 전문가 등 19명이 참여했다. 농업 지원 공익재단인 대산농촌재단은 1992년 농업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70차례 넘게 해외 농촌을 방문했다.
ⓒ대산농촌재단치시 생활농장 대표이자 수미 생태학교 공동설립자인 하오관후이 씨.
‘바링허우 세대’의 성찰
광둥성 광저우시는 베이징·상하이와 함께 중국 3대 도시다. 1500만 인구가 밀집한 도시 중심가에서 1시간이면 닿는 곳에 ‘인린(銀林) 생태농장’이 있다. 화난(華南) 농업대학 출신 동문 3명이 주주가 되어 설립한 농장이다. 농장주는 1981년 이 지역에서 태어난 구얼라이 씨.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아홉 살 때인 2009년부터 토지사용권을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다.
중국 농업을 알려면 토지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도시 토지의 경우 국가 소유이고, 농지는 쉽게 말해 마을 소유다. 선거를 통해 뽑는 촌민위원회가 농지를 관리한다. 농민은 ‘토지사용권’을 갖되, 이를 30년씩 남에게 빌려줄 수 있다. 구얼라이 씨 역시 아버지에게 토지사용권을 물려받고, 주변 농민으로부터 농지를 빌려 모두 70무(1무=200평·약 660㎡) 규모의 농사를 짓는다.
인린 생태농장에는 농약도, 화학비료도, 살충제도 없다. 대신 한약재를 이용한 퇴비, 바이오다이내믹(생명역동) 농법에 기초한 녹비(녹색 작물로 만든 퇴비) 등을 사용한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유기농 기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귀농한 젊은이들이 처음부터 유기농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첫해와 이듬해는 남들 하는 대로 관행농(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사법)으로 작업했다. 그러다 돼지를 키우면서 2013년부터 돼지 분변을 퇴비로 쓰기 시작했다. 유기농으로 첫발을 떼며 다양한 시도가 뒤따랐다.
인린 생태농장에는 밭마다 노란 끈끈이가 보초처럼 서 있다. 살충제 대신 끈끈이로 해충을 잡는다. 자잘한 잡초는 뽑지도 않는다. 잡초 뿌리에서 오히려 토양에 좋은 미생물이 자라기 때문이다. 한약재 퇴비는 해마다 200평마다 5t 정도씩 뿌려준다. 토양 산성도 조사 결과 한약재 퇴비의 토양 개선 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농장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사탕수수·브로콜리·배추·바나나·파파야 등이 한데 어울려 자라며 토양을 더 건강하게 한다. 농장에 있는 연못은 물고기를 키우는 양어장인 동시에 밭에 물을 대는 저수지다.
농장에서 키운 작물은 워투궁팡(沃土工坊)에서 판매된다. 워투궁팡은 귀농인과 소농의 생태농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워투궁팡에서 들어오는 돈이 농장의 중요한 운영자금이다. 농장 살림을 총괄하는 라오짜오 씨는 현재 수입과 지출이 딱 맞아떨어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농장은 광둥성 지역 농민과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의 교육장으로도 사용된다. 그동안 농장에서 워크숍이 30여 차례 열렸는데, 800여 명이 참여했다. ‘농장 인턴’ 제도를 만들어 젊은이의 참여도 꾀한다.
연수단이 방문한 날도 한 청년이 농업용 장화를 신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1989년생인 민 씨는 상하이에서 살다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학을 다녔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농촌문제와 유기농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와 ‘WWOOF(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농가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것)’ 활동을 체험했다. 그는 이곳에서 유기농법을 배워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일부 첨단산업 분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경제대국 중국에서 왜 구얼라이 씨나 민 씨처럼 젊은이들의 농촌행이 잇따르는 걸까. 라오짜오 씨가 말했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대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그런 이들이 자연스럽게 농촌을 제2의 삶터로 여기고 있다.” 딱히 큰 이문을 남기지도 못하면서도 농장을 10년이나 끌어온 원동력에 대해 라오짜오 씨는 “비록 느리더라도 중국 농촌이 변화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이 즐겁다”라고 말했다.
도시화에 염증을 느낀 청년들은 집단으로 움직이며 한 마을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광저우 남쪽 중산시에 있는 ‘치시(旗溪) 생활농장’은 중국 신세대가 주도하는 생태주의 귀농운동의 현황을 앞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농장에 서면 고층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보일 만큼 도시와 가깝다.
농장 주변 마을에는 토박이 주민과 함께 도시에서 이주한 청년들이 생활한다. 이들은 농사를 짓고 생태주의를 학습한다. 청년들에게 유기농 기술을 가르치고 관련 잡지도 발행한다. 2017년 귀농청년대회에는 120여 명이 참여했다. 말하자면 이곳은 귀농 플랫폼이자 인재 양성소다.
마을 내 ‘수미(舒米) 생태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다. 대안 생태학교로 이름난 영국 슈마허 칼리지에서 공부한 청년들이 그 교육 이념을 전파하고자 문을 열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2018년 8월 개교한 이 학교에서는 맥주 만들기, 공예 교육, 미니멀리즘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2~3일짜리 워크숍도 있고, 9주짜리 장기 생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Soil, Soul, Society(흙, 영혼, 사회)’를 철학으로 유기농부터 경제학까지 가르친다.
ⓒ시사IN 이오성치시 생활농장과 수미 생태학교는 음식을 통해 사람과 땅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한다.
치시 생활농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음식이었다. 화이트와인(생강차)과 레드와인(로젤차)으로 시작한 점식 식사는 단연 이번 연수 기간 중 최고였다. 조와 퀴노아 등으로 지은 잡곡밥, 강황 커리, 토마토 스튜, 가지와 고구마 구이, 강황 빵으로 이어지는 식사에 연수단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동백 열매 가루로 만든 친환경 세제로 스스로 설거지까지 마치면서 한 끼니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음식을 통해 사람과 땅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농장과 학교의 목표다.
치시 생활농장이 있는 마을은 과거 무분별한 관행농으로 인해 토지·환경 오염이 심각한 곳이었다. 이후 젊은 청년들이 마을로 들어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생태농업을 실천하려는 농부, 도시를 떠나 살고자 하는 예술가, 채식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이들, 발도르프 교육 같은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가 이곳으로 모였다. 모두 ‘삶의 전환’을 꿈꾸는 이들이다.
치시 생활농장 대표이자 수미 생태학교 공동설립자인 하오관후이 씨 역시 1980년대생이다. 하오관후이처럼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바링허우(八零後)’ 세대라 부른다. 덩샤오핑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이후 태어난 세대로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자란 이들이다. 이 세대를 흔히 ‘소황제’ 또는 ‘소공주’라며 비꼬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 세대는 중국 인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바링허우 세대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신향촌 건설운동을 이끌고 있다. 바링허우 세대는 도시화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상당수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중국 농촌은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먹고살 만했던 농촌에 대한 향수를 지닌 동시에 1990년대 이후 공업화로 농촌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급속히 쇠락하는 ‘고향’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농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다. 당시 중국 전역의 대학에서 한국의 ‘농활’ 같은 농촌 교류 움직임이 일면서 ‘반향청년(返鄕靑年)’이라 불리는 귀농 청년들이 생겨났다.
ⓒ대산농촌재단푸젠성 룽옌시에 있는 페이톈 마을. 신향촌 건설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이 변화했다.
시진핑의 국가전략 ‘향촌진흥’
반향청년들은 삼농 문제 최고 권위자이자 활동가인 원톄쥔 중국 런민대학 교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원톄쥔 교수는 저서 〈백년의 급진〉을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학자다. 그는 서구식 경제발전 모델의 파산을 선언하고, 중국처럼 식민지를 가지지 못했던 나라는 소농 중심 경제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설파해 아시아 전체에 큰 울림을 주었다.
청년들은 2003년 허베이성에 설립된 ‘옌양추 농민학교’ 등 귀농 교육단체에서 교육을 받고 농촌으로 스며들었다. 하오관후이 대표 역시 옌양추 농민학교 출신이다. 이들은 중국의 유기농과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재배하는 공동체 지원 농업)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바링허우 세대 사이에서는 자녀를 농촌에서 공부시키는 ‘농촌 유학’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푸젠성 룽옌시에 ‘페이톈(培田)’이라는 마을이 있다. 800년 역사를 지닌, 주민 1700명이 사는 하카(客家) 마을이다. ‘하카’란 전쟁 등 재난을 피해 북방에서 남쪽 푸젠성과 광둥성 등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하카 문화 특유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아름다운 이 시골 마을은 ‘농촌 스테이’로 이름난 곳이다. 도시 가족들이 마을에서 먹고 자며 수공예 등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페이톈 마을도 과거에는 쇠락하는 농촌 마을이었다. 2009년경 신향촌 건설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이 살아났다. 운동의 1단계는 마을 주민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청년들은 마을 서원에서 먹고 자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며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2단계는 주민 활동가를 발굴하는 일이었다. 유서 깊은 마을에는 뛰어난 솜씨를 가진 수공예 장인들이 많았다. 3단계는 주민 스스로 마을의 주체가 되는 일이다.
2011년 마을에 만들어진 ‘노인 공익식당’이 딱 그런 곳이다. 당시 청년들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2년 동안 운영했다. 이후 주민들이 이어받아 지금껏 재료 수급부터 요리까지 자체 운영하고 있다. 한 끼에 2.5위안(약 420원)을 내고 40여 명이 점심과 저녁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쯔농(滋農) 유학’은 이런 경험을 토대로 2014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아이들을 위한 자연교육, 성인을 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마을 내 마이크로크레디트(서민을 위한 무담보 대출) 설립과 지역 농산물 판매 및 가공을 지원하기도 했다. 쯔농 유학 부대표를 맡고 있는 장리리 씨는 1987년생으로, 2009년경부터 페이톈 마을에서 신향촌 건설운동에 참여했다(59쪽 상자 기사 참조). 쯔농 유학은 현재 항저우 등에서도 마을 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귀농·귀촌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18년 전국 300여 개 현을 조사해 고향으로 돌아온 창업 농민공 숫자가 740만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마다 인구 편차가 크지만, 중국 전체에서 농촌지역 현은 어림잡아 1800개 정도다. 여기에 치시 생활농장의 경우처럼 도시에서 태어나 귀농한 이들까지 더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국 공산당 차원에서도 ‘21세기 버전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상산하향은 마오쩌둥 시기 도시 지식청년을 농촌으로 보낸 운동이다. ‘하방(下放)’이라 부르기도 했다.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000만 대학생 등을 농촌으로 보내는 ‘삼하향(三下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대졸 청년의 귀농 창업 지원 등이 핵심 정책이다.
이런 계획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향촌진흥’의 일환이다. 도시 지역의 취업난을 해소하면서 농촌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전략이다.
시진핑은 2002년 칭화대학에서 49세 나이에 ‘중국 농촌 시장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진핑은 청소년 시절부터 산시성 농촌에 7년간 ‘하방’되어 농촌 현실을 체험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베이징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책을 마다하고 허베이성 농촌 지역의 당 서기로 일하는 등 농촌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국가주석에 오른 뒤, 시진핑은 지속적으로 농촌문제를 살폈다. 2015년 3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공식화한 ‘생태문명’ 추진이 그것이다. 환경오염과 빈곤으로 망가진 농촌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시진핑이 2005년 저장성 당 서기를 지내던 시절 직접 만든 표어인 ‘녹수청산 금산은산(깨끗한 자연환경이 금이고 은이다)’은 지금도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시진핑의 국가 전략이 밖으로 ‘일대일로’라면 안으로는 ‘향촌진흥’과 ‘생태문명’인 셈이다.
이번 연수에 동행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은 결국 삼농 문제로부터 시작한다. 중국이 강하려면 농업이 강해야 하고, 중국이 아름다우려면 농촌이 아름다워야 하고, 중국이 잘살고자 하면 농민이 잘살아야 한다는 게 시진핑 삼농 사상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동병상련, 동아시아의 농촌 현실
이번 연수의 주제는 ‘협동과 연대로 전환하는 동아시아의 농(農)’이었다. 광저우시 선징(深井) 마을에서 열린 토론회는 이에 걸맞은 행사였다. 연수단과 중국 신향촌 건설 활동가 등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뜻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중국의 신향촌 건설운동이 주제가 아니었다. 한국의 농촌 상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경남 진주의 진주텃밭 협동조합 도상헌 총무팀장, 슬로우푸드문화원장 김원일씨, 괴산 눈비산마을 사무국장 배대우씨, 한살림 전경진씨, 청양 나눔영농조합법인 박영숙씨 등이 사례 발표를 할 때마다 중국 활동가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인린 생태농장의 라오짜오 씨는 도상헌 진주텃밭 총무팀장에게 생산자가 농산물 가격을 정하고 이 중 13%만 운영수수료로 책정해 진주텃밭을 운영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물었다. 둘은 스마트폰 번역기를 사이에 놓고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선징 마을의 한 사원에서 3시간을 훌쩍 넘긴 토론회는 해가 넘어가도록 끝날 줄 몰랐다. 중국 참가자들은 한국의 사례 발표를 계속 듣고 싶어 했다. 질문도 계속 이어졌다. “농촌에 침투한 자본에 농민들이 쉽게 투항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동학사상이 한국의 농촌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거대한 협동조합은 대기업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중국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이 아니었다. 한국 활동가들이 매일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동아시아 국가는 서로 많이 닮았다. 농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규모 기업농 위주인 서구와 달리 소농 기반 농업구조가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다. 식량을 담보로 한 무역전쟁 시대에 농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동병상련이다. 그럼에도 양국의 농민들은 서로를 몰랐다. 중국, 타이완 등 동아시아 국가의 농촌문제는 관심 밖이었고 민간 차원의 교류도 거의 없었다.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공포만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발견한 것은 대단한 성공 사례나 해법이 아니었다. 일부 사례는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시행착오를 겪은 것들이다. 가장 뜻깊은 발견은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의 존재를 동아시아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점이다. 서구가 제시하지 못하는 농업의 미래가, 어쩌면 동아시아에 있는지도 모른다.
취재도움:김유익 화&동 청춘초당 대표
여기가 정말 선전 맞아?
ⓒ시사IN 이오성
광둥성 선전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린다. IT, 전자 등 첨단산업의 집결지다. 우퉁다오(梧桐島)는 선전공항 인근에 있는 오피스 단지다(사진). IT 스타트업 기업 등이 입주했다. 이곳에 가면 진기한 구경을 할 수 있다. 우선 단지 내 큰 연못이 있다. 빗물을 저장해 조성한 인공 연못이다. 건물 주변에는 닭, 오리, 공작, 토끼, 다람쥐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닌다.
각 건물 옥상은 친환경 농장이다. 바나나, 백향과, 갓 등이 자란다. 입주 직원이 키워 먹거나 단지 내 유치원에 기증하기도 한다. 함께 기르는 닭의 분뇨는 퇴비로 쓴다. 단지 내 정체불명의 파란색 통은 낙엽 등을 모아 만든 퇴비 저장고다.
단지가 조성된 지는 6년쯤 됐다. 모두 24개 동인데, 각 건물에 ‘춘분’ ‘추분’ 등 24절기 이름을 붙였다. 농업과 생태에 관심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단지를 조성했다. 임차료가 비싼 편이지만 공실률이 1%밖에 안 된다. 단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지역 농민들이 참여하는 파머스 마켓(농산물 직판장)도 열린다. 100여 개 점포가 참여하는데 매번 1만명씩 몰린다. 한국으로 치면 판교 같은 곳에 1만명이 운집하는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셈이다. 농업이 건축과 만나 어떻게 도시를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독특한 장소다.
“해법은 농촌에 있다”
ⓒ시사IN 이오성
둘은 부부다. 장치 씨(왼쪽)는 쯔농 유학 대표, 장리리 씨(오른쪽)는 부대표를 맡고 있다. 쯔농 유학은 ‘향촌의 아름다운 재발견’을 슬로건으로 농촌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바링허우 세대인 부부는 푸젠성 신향촌 건설운동 과정에서 만나 마음이 맞아 2016년 11월11일 광군제 때 결혼했다.
중국의 신세대 부모가 자녀의 농촌 유학에 적극적이라니 뜻밖이다.
바링허우 세대는 농촌에서 자랐다. 이들은 자녀가 농촌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교육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전교생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교도 있다.
청년들의 귀농·귀촌이 뚜렷한 사회적 현상인가?
물론 크게 보면 여전히 도시화와 공업화가 중국 사회의 주류다. 하지만 농민공의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농촌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는 이미 생산 과잉과 노동력 공급 과잉에 접어들었고, 이걸 해결할 방책이 없다. 과거엔 지식인과 학생 위주였다면 이제 보통 청년들도 농촌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중국 정부의 향촌진흥 정책이 농촌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2017년 19차 당 대회 이후 중국 사회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환경정비와 녹화사업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푸젠성의 경우 마을 단위마다 1500만 위안(약 25억원), 시진핑 주석이 당 서기를 지냈던 저장성의 경우 마을마다 3000만 위안(약 50억원)까지 투자가 이뤄졌다. 일부 시범지역은 억대 단위로 투자되기도 했다. 지금 중국 농촌은 경천동지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사이에 협력은 잘 되나?
시진핑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 시진핑 이전엔 민간 위주였다면 이후엔 정부의 역할이 커졌다. 정부가 신향촌 건설운동의 많은 구호를 받아들였다. 해가 갈수록 훨씬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
도시에서 성공하는 삶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그런 생각이 없을 수는 없다. 처음엔 후회한 적도 있다. 혹시 내가 도시의 경쟁에서 도피하려고 농촌운동을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은 나 자신이 변증법적 정반합 과정을 통해 발전해나간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돈이 문제가 아니다. 농민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농촌에서 리더로 성장할 만한 사람을 발굴하면 나중에 도시로 돈 벌러 나가버린다. 농민들은 여전히 농촌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다. 우리더러 고생한다면서도 자기 자식에게는 저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페이톈 마을 만들기 사업이 농민들로부터 인정받았을 때 기뻤다. 농촌에 정착했다는 느낌이랄까. 농촌 사람들이 스스로 농촌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점이 뿌듯하다. 아 참, 뜻이 맞는 동반자를 만나서 결혼한 게 가장 즐겁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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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사람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타이완 - 시사IN
도시에서 사람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타이완 - 시사IN
도시에서 사람을 유기농으로 키우는 타이완
타이베이·타이중 이오성 기자
호수 645
승인 2020.02.07
타이완 선거우 마을은 CSA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유기농 벼농사 등에 종사하는 귀농인들이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타이중에 있는 수허위안에서는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대사를 양성한다.
ⓒ시사IN 이오성타이베이에서 1시간 거리인 이란현 선거우 마을. 150여 농가가 다양한 활동으로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묶음기사
중국을 바꾸는 ‘반향청년’들의 도전
타이베이 중심가에서 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이란현 선거우 마을. 이란현은 타이완에서도 농촌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곳이다. 한국인 여행자도 자주 찾는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시멘트로 구획된 반듯반듯한 논이었다. ‘시멘트 이랑’ 주위에는 번듯한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타이베이 사람들이 별장으로 쓰는 고급 주택이었다. 우리로 치면 경기도 양평 정도 되는 교외 지역인 셈인데, 논밭이 즐비한 농촌마을이 휴양촌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마을의 주인공은 도시의 건물주들이 아니다. 유기농 벼농사 등에 종사하는 150여 농가가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도시에서 귀농한 이들 농가는 농촌 마을과 도시 소비자를 잇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공동체 지원 농업)를 실현하고 있다. CSA는 농가와 소비자가 1년 동안 생산할 농산물의 품목과 수량을 결정하여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미리 돈을 내면 농가는 유기농 채소와 과일 등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언뜻 ‘꾸러미’ 사업과 닮았지만, 소비자들이 생산과 유통과정에 여러 형태로 참여하며,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소비자가 그 리스크도 함께 나눈다는 점이 큰 차이다.
대산농촌재단 연수단이 방문한 토요일 오후 마을에서는 철새 탐방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시에서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도시인들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일을 마치고 저녁에 찾아오기도 한다. 타이베이(265만명), 신베이(400만명) 등 대도시와 가까운 이란현은 CSA가 자리 잡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시사IN 이오성구둥 구락부를 이끄는 라이칭쑹 씨.
마을을 변화시킨 주역은 라이칭쑹 씨다. 그는 2004년 이 마을에 ‘구둥(穀東) 구락부’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타이완 최초의 CSA 농장이었다. 400여 명에 이르는 소비자 주주가 구둥 구락부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쌀과 농산물을 먹는다. 라이칭쑹 씨의 명함에는 ‘만다오(慢島, 느린 섬) 생활유한공사 대표’라고 적혀 있다.
선거우 마을은 타이완에서도 CSA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식농 교육(먹거리 교육)을 최초로 실시하면서 사회 교과서에도 실렸다. 리덩후이 전 총통이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서도 연수를 위해 찾는다.
1970년생인 라이칭쑹 씨는 한국의 학생운동 출신 귀농인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 대학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이후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1990년대 일본에서 생활협동조합 일을 배우고 타이베이로 돌아와 소비자협동조합인 타이완 주부연맹 구매 담당자로 일했다.
2000년 이후 그는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출퇴근에만 매일 2시간이 걸리는 도시에서 인생을 낭비해야 하는가’라는 회의가 들었다. 그즈음 마침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도시인이 늘어났다. ‘농부가 되고 싶은 도시인에게 기회를 줄 수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라이칭쑹 씨는 ‘즐거움’을 강조했다. ‘힘든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왔다면 당연히 즐거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그 결과 마을에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겸한 헌책방과 카페, 식당 등이 만들어졌다. 농한기에는 ‘오키나와 음악의 밤’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농촌방송을 개국해 마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끔 했다.
라이칭쑹 씨는 선거우 마을의 변화가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완 전체로 봤을 때 마을의 생산량은 턱없이 낮지만 타이완 농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라고 말했다. ‘타이완 농업이 못하는 일’은 바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오게 하는 일이다.
이런 귀농인 가운데에는 이란현 농림국장을 지냈던 양원취안 씨도 있다. 그는 2014년부터 라이칭쑹 씨와 함께 ‘200甲(h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선거우 마을을 넘어 인근 마을의 귀농 귀촌자도 함께하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테면 충남 홍성군 홍동면 같은 귀농 플랫폼인 셈이다.
타이완 중부 도시 타이중에서도 독특한 실험이 이뤄지는 곳이 있다. 수허위안(樹合苑)은 도시에서 먹거리 교육을 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곳은 실험공간부터 별나다. 중심가에 자리 잡은 건물은 언뜻 보면 잘 꾸민 플랜테리어(식물 인테리어) 카페 같다. 그런데 내부에 생태화장실이 있다. 용변을 보고 화장실 벽에 있는 손잡이를 돌리면 톱밥과 섞인다. 톱밥과 섞인 변은 자연발효되어 퇴비로 쓰인다.
ⓒ대산농촌재단천멍카이 씨가 커뮤니티 화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도시와 농촌 연결하는 ‘대사’ 양성
수허위안에서는 요즘 ‘대사(ambas-sador)’ 양성이 한창이다. 대사란 도시에서 직업을 갖고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농촌 외교관을 말한다. 예컨대 1명의 대사가 유기농 콩 농사를 짓는 10명의 농민과 관계를 맺어 판로를 개척해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대사는 ‘두부 장인’ 과정을 배워 창업에 나선다. 커피 장인, 된장 장인 등도 가능하다.
농촌 대사가 되는 과정은 5단계다. 1단계는 자기 돈을 내고 농산물을 사는 것. 2단계는 수허위안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깊은 관계를 맺는 것. 3, 4단계는 대사가 되는 과정을 배워 활동하는 것. 마지막 5단계는 농촌으로 이주해 사는 것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2017년부터 대사 양성을 시작했다. 농촌과 도시를 어떻게 이을 것인지 ‘퍼즐’을 맞춘 지 오래되지 않았다. 발효식품 과정을 중심으로 수십 명이 과정을 밟았다.
수허위안을 이끄는 건 천멍카이 씨다. 그는 원래 반도체 회사를 운영하다가 건강이 악화하면서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엔 유기농 식당을 운영하다 2007년 수허위안이 있는 자리에 파머스 마켓을 열면서 첫발을 뗐다. 그는 연수단에게 ‘도시에서 유기농으로 사람을 키우는 것’에 대해 말했다. “농약을 생각해볼까? 농약은 도시에서 경쟁을 의미한다. 잡초처럼 능력 없는 것들은 다 제거해버린다. 농약을 대체하는 건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느리지만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수허위안에서 쓰이는 ‘커뮤니티 화폐’는 신뢰를 쌓는 수단이다. 자원봉사자 등에게 지급하는 이 화폐로 지역 농민이 생산한 양배추를 사고 커피를 마시고, 먹거리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서로 관계를 맺은 사람끼리 사용하게 되므로 위조 걱정도 없다. 사람들은 돈으로 신뢰를 산다.
타이완은 한국과 많이 닮았다. 인구의 5%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고, 산지가 많아 농경지가 적다. 농촌인구 고령화가 심각하며, 농산물 수입으로 자국 농업의 위상이 날로 축소하고 있다. 라이칭쑹 씨나 천멍카이 씨의 고민도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어떻게 하면 도시와 농촌을 연결시키고 사람을 키울 것인가. 귀농 플랫폼을 만들고 대사를 양성하는 것은 여러 해법 가운데 하나다.
라이칭쑹 씨와 나눈 대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 말이었다. “도시인들이 귀농하는 이유는, 과거 농민들이 탈농했던 이유와 같다. 농촌 생활이 힘들어 도시로 갔듯이 이제 도시 생활이 힘들어 농촌으로 오려는 이들이 있다. 농민과 땅은 말을 잘하지 못한다. 사회적 발언권이 없다. 젊은이들이 귀농함으로써 농민과 농촌과 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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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Kate Manne: 9780190933203: Amazon.com: Books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Kate Manne: 9780190933203: Amazon.com: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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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Paperback – March 1, 2019
by Kate Manne (Author)
4.5 out of 5 stars 141 ratings
Misogyny is a hot topic, yet it's often misunderstood. What is misogyny, exactly? Who deserves to be called a misogynist? How does misogyny contrast with sexism, and why is it prone to persist or increase even when sexist gender roles are waning? This book is an exploration of misogyny in public life and politics by the moral philosopher and writer Kate Manne. It argues that misogyny should not be understood primarily in terms of the hatred or hostility some men feel toward all or most women. Rather, it's primarily about controlling, policing, punishing, and exiling the "bad"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And it's compatible with rewarding "the good ones," and singling out other women to serve as warnings to those who are out of order. It's also common for women to serve as scapegoats, be burned as witches, and treated as pariahs.
Manne examines recent and current events such as the Isla Vista killings by Elliot Rodger, the case of the convicted serial rapist Daniel Holtzclaw, who preyed on African American women as a police officer in Oklahoma City, Rush Limbaugh's diatribe against Sandra Fluke, and the "misogyny speech" of Julia Gillard, then Prime Minister of Australia, which went viral on YouTube. The book shows how these events, among others, set the stage for the 2016 US presidential election. Not only was the misogyny leveled against Hillary Clinton predictable in both quantity and quality, Manne argues it was predictable that many people would be prepared to forgive and forget regarding Donald Trump's history of sexual assault and harassment. For this, Manne argues, is misogyny's oft overlooked and equally pernicious underbelly: exonerating or showing "himpathy" for the comparatively privileged men who dominate, threaten, and silence women. l
From the Publisher
Editorial Reviews
Review
"Manne's elucidation of misogyny's logic is interesting and illuminating ... [her] extensive use of real-world examples to illustrate and argue for her understanding of misogyny is laudable and exemplary of good philosophising." -- Mari Mikkola,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In Down Girl, Kate Manne does a jaw-droppingly brilliant job of explaining gender and power dynamics which have always been purposefully muddied, but which shape how and to whom sympathy and presumptions of full humanity accrue. Manne's work has been invaluable to me and so many others fighting to make sense of the world and who has power within it. You will understand our current moment far better and more easily after having read Down Girl. Perceptive, bold, stylishly written and bracingly clear eyed, Down Girl is one of the best books I have ever read on gender and power; I will never stop learning from it." -- Rebecca Traister, author of Good and Mad
"Despite its somber topic, Kate Manne's Down Girl made me very happy, exhilarated indeed by its insight, analytical clarity, and committed engagement with a major issue of justice. I've been thinking and teaching about sexism and misogyny for a long time, but this book opened up fresh perspectives, for example in its convincing distinction between sexism as a set of beliefs and misogyny as an enforcement strategy. Each thoughtful person will have her own sense of where to locate the root of injustice to women, but Manne's cogent argument that misogyny is primarily about the demand that women give support, service, and care is surely at least one big part of the story of our turbulent times." -- Martha C. Nussbaum, School of Law and Department of Philosophy, University of Chicago
"Persuasively defining 'misogyny' as hostile, demeaning, shaming, and punitive treatment of women, Down Girl brings out the misogynist logic of contemporary culture with wit and urgency. In this book 'misogyny' emerges as the law enforcement branch of patriarchy, and thus as a concept that fully deserves a place alongside 'patriarchy' and 'sexism' as a fundamental tool for feminist analysis. Combining conceptual clarity with passionate commitment, Down Girl is indispensable reading for anyone who wishes to understand the ugly strand of hostility to women that has surfaced in recent years in our so-called advanced Western societies." -- Toril Moi, Duke University
"Kate Manne's brilliant Down Girl is a welcome antidote to the view that philosophy is--or should be--detached and otherworldly. In it, philosophy meets reality and the stakes are nothing less than life and death. Drawing on literature, television, film, social media, current events, and scientific research, Manne's unflinching and bracingly original account defines misogyny in terms of what it does: it polices and punishes women for not fulfilling their time-honored role of catering to men's needs and desires. Among its many other virtues, her analysis explains why, even as women are achieving greater equality, misogyny's stranglehold doesn't show signs of loosening anytime soon. A must-read for all who struggle to make sense of contemporary culture and politics." -- Susan J. Brison, Dartmouth College
"Kate Manne has written a deeply moving and powerful book. It is politically engaged philosophical analysis at its best." -- Sarah Song,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Manne's important new book deploys the tools of analytic moral philosophy to construct an arresting account of the logic of misogyny. It is sure to become a key reference point for future discussions of this vital, but hitherto sadly neglected, topic." -- John Tasioulas, King's College London
"Manne offers us a deep, insightful, and thought-provoking --if depressing-- account of misogyny in America. This is a path-breaking book. It couldn't come at a more auspicious time." -- Ruth Chang, Rutgers University
"Manne's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is excruciatingly well-timed, providing a theoretical framework for a phenomenon baring itself before us, perverse and pervasive... Down Girl reminds us that while revealing individual misogynists is hard, uprooting misogyny is much harder." -- Carlos Lozada, The Washington Post
"Manne brings a fresh analysis to our assumed understanding of misogyny and the related term sexism. As a feminist and moral philosopher... not a single book or article-length treatment [in the field] had been devoted to unpacking what it is and how it works. Historians, pay attention. Manne has stepped up to fill this gap... Manne as a feminist philosopher breaks new ground in a field that is in need of new perspectives...Having fought for recognition for the legitimacy of their method, feminist philosophers are firmly committed to excavating the political, epistemological, and moral aspects of gender relations. Down Girl should encourage historians who trace changes in the meaning and the context of language to revisit some of the old standby terms of feminism." -- Lilian Calles Barger, Society for US Intellectual History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by feminist philosopher Kate Manne... argues that misogyny pits women against each other: the good wife vs. "feminazis." At a time when high-profile sexual predators have been exposed, I can't imagine a more relevant read." -- Carrie Tirado Bramen, Times Higher Education
"Kate Manne's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provides an important and compelling analysis of a phenomenon that's everywhere. Out of Manne's thoughtful analysis, of not just much-debated high-profile events but also everyday experiences, emerge insight after insight into the what, why, when, and how of misogyny. Manne also gifts us a marvelous neologism to capture the exculpatory and even empathic attitudes sometimes expressed towards misogynistic men: "himpathy." -- Cordelia Fine, The Big Issue
"This new book from Kate Manne, a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makes a compelling argument for treating misogyny as a culture-wide system, not just a matter of individual bigotry." -- Max Fisher and Amanda Taub, The New York Times' The Interpreter Newsletter
"It is difficult to imagine a more timely moment for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Manne is a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and she uses the abstract tools of her discipline to parse current events. Her guiding question is as troubling as it is straightforward-to quote the comedian John Oliver: "Why is misogyny still a thing?" Within the parameters that Down Girl sets for itself, the account of misogyny it provides is compelling." -- Moira Weigel, The Guardian
"Cornell University philosophy professor Kate Manne is on a mission to define "misogyny." While we're culturally familiar with sexism, Manne argues in her forthcoming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that misogyny has been woefully conflated with sexism though they have different uses. Misogyny, in Manne's estimation, is about "controlling, policing, punishing, and exiling the 'bad'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Through the lens of the 2016 election as well as the 2014 Isla Vista killings, the case of serial rapist Daniel Holtzclaw, Rush Limbaugh's "slut" rant against Sandra Fluke, and other news events, Manne outlines the danger of misogyny, and explains how we can collectively resist it." -- Evette Dionne, Bitch Magazine
"Down Girl is a must-read and should be in every feminist's library...[L]ong after reading it, I've found myself going back to it, quoting from it and rereading sections. Her analogies used to explain misogyny's many forms, provide much needed clarity; Manne also parses the difference between sexism vs. misogyny. In my opinion Down Girl is destined to become a feminist literary classic alongside the likes of The Beauty Myth by Naomi Wolf or Betty Friedan's The Feminine Mystique." -- Jennifer Taylor Skinner, The Electorette podcast
"In her new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Kate Manne examines an unfortunately ubiquitous reality through an intriguing lens. Manne, who teaches philosophy at Cornell, looks at misogyny from the perspective of power: rather than focus on whether individual men are misogynists or feel deep hatred for women, we would do well to spend more time wrestling with the power structures that not only allow for endless sympathy and space for men's poor behavior, but also-most crucially-help teach men that women are supposed to behave in certain ways." -- Isaac Chotiner, Slate
"What We're Reading: A compelling conversation [by Isaac Chotiner, Slate, see above] with Kate Manne, a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and the author of a new book on structural misogyny, may change the way you think about the #MeToo moment. She makes a case for treating the wave of revelations as an opportunity to re-examine a culture-wide system of discrimination, not just individual instances of bigotry and harassment." -- Amanda Taub, The New York Times
"What is misogyny? How is it different from sexism? And why does the male-dominated status quo seem to persist? A new book by Cornell philosophy professor Kate Manne has answers. She argues that misogyny is not about male hostility or hatred toward women-instead, it's about controlling and punishing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Misogyny rewards women who reinforce the status quo and punishes those who don't...This book calls attention to the roles we all play in society, roles that we're assigned at birth and rarely question, and how we punish people-especially women-when they defy those roles." -- Sean Illing, Vox
"In the fiercely argued and timely study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Oxford), the philosopher Kate Manne makes a consonant argument [with anthropologist Alan Fiske and psychologist Tage Rai] about sexual violence. "The idea of rapists as monsters exonerates by caricature," she writes, urging us to recognize "the banality of misogyny," the disturbing possibility that "people may know full well that those they treat in brutally degrading and inhuman ways are fellow human beings, underneath a more or less thin veneer of false consciousness...There has always been something optimistic about the idea that our worst acts of inhumanity are based on confusion. It suggests that we could make the world better simply by having a clearer grasp of reality... The truth may be harder to accept: that our best and our worst tendencies arise precisely from seeing others as human." -- Paul Bloom, The New Yorker
"Kate Manne has written an urgently relevant, brilliant but accessible analysis of how patriarchy functions within our context...Brilliant discussions of "himpathy," victim blaming, and other related subjects follow...Manne's analysis is unflinching and, as things stand right now, there is little room for hope that the big picture is going to improve any time soon. This is very highly recommended reading. Hands down, one of the best books of the year." --n Journeying with Those in Exile
"This timely work of practical philosophy argues that misogyny is not defined by any private emotion or motivation-such as hostility or hatred toward women-but rather by a social function-controlling and punishing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while rewarding women who reinforce the status quo." --Adil Ahmad Haque, Just Security
"Kate Manne's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is the most important book I've read this year... While Manne doesn't solve the problem or give us a neat or hopeful answer, understanding misogyny is an important first step, so we can recognize it and break the silence that enables it." --Skye Cleary, The Reading Lists
"Manne is a superb philosopher. Her feminist critiques are not just compelling but plainly stated. In this study, which I've been eagerly waiting for all year, she analyzes the systematic misogyny and sexism built into our culture and politics. It is a vital work demonstrating just how women are policed and silenced...it is one of the best books I've read this year." --Misanthropester
"A big, ambitious and engrossing book, Down Girl raises the questions we should all be asking...Manne's equanimity and epistemological delicacy further the debate, closing in on predators such as Weinstein and bullies such as Trump with more than good intent. She comes at the problem of misogyny from all angles, tearing it apart." -- The Australian
"This is the type of book that should be required reading for everyone. It uses historical and statistical evidence to prove that misogyny has woven its way into the very thread of society. The book illustrates how it's so ingrained in our culture that people of both genders rarely seem aware of it, much less critical of it. Often, it becomes such a norm in our society, that we fail to recognize its extensive effects on our everyday lives. Which is exactly why this book is so needed...if you're looking for a book to start off your year with, "Down Girl" is an awesome choice. It's informative, eye-opening, and necessary. Leave 2017 behind. Take on 2018 head first with a real knowledge of how our world is currently working, and a better understanding of what you can do to change that." -- Lipstick & Politics
"Manne's book is a forensic and clever analysis which provides the cogs and wheels of how the system of patriarchal policing works, in our minds, as well as in our world... a prescient work, which proves particularly helpful when facing the news cycle each new day." --Times Literary Supplement
"Manne isn't concerned with going after individual misogynists so much as analyzing how misogyny functions within society." -- Nigel Warburton, Fiv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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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Kate Manne is an assistant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having previously been a junior fellow at the Harvard Society of Fellows from 2011-2013. She works in moral, social, and feminist philosophy. In addition to academic journals, her work has appeared in The New York Times,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The Huffington Post,, The New Philosopher,, and Boston Review. Her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was awarded the 2019 PROSE Award for Excellence in the Humanities by the 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Product details
Paperback: 368 pages
Publisher: Oxford University Press; Reprint edition (March 1, 2019)
Language: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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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raphy
Kate Manne is an associate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having previously been a junior fellow at the Harvard Society of Fellows from 2011-2013. She works in moral, social, and feminist philosophy. In addition to academic journals, her work has appeared in The New York Times, New York Magazine,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 The Huffington Post, CNN, Politico, and The Boston Review. Her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was awarded the 2019 PROSE Award for Excellence in the Humanities by the 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nd won the American Philosophical Association Book Prize in 2019.
http://www.katemanne.net/
https://cornell.academia.edu/KateM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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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 manne hillary clinton required reading patriarchal norms presidential election definition of misogyny professor manne men and women must read logic of misogyny donald trump professor manne hatred of women anyone interested girl logic real world sexism and misogyny human beings highly recommend great bookVINE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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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B
5.0 out of 5 stars It's the COSTS not the MOTIVE.Reviewed in the United Kingdom on September 11, 2018
Format: HardcoverVerified Purchase
Dr. Manne has written a well-researched, reader-friendly book on misogyny, the content of which should be included as core curriculum in middle schools. Dr. Manne addresses several limitations (who can cover everything in one book?) to her thesis such as misogynoir, equal rights for transwomen, etc., but has more than sufficiently researched and defended her argument regarding misogyny. She examines misogyny as the enduring traditions, customs and actions that signal women to “stay in their lane” and not compete for roles, jobs, titles or the economics traditionally retained by men. Identifying misogyny as the COSTS women bear and not the MOTIVES of the men involved was one of the significant takeaways for me.
Like Prof. Manne, I agree dehumanisation (depriving a person of human qualities, instead attributing animal-like qualities to them) is not the main mechanism of misogyny, but it certainly is one practice that will signal misogyny is at work to keep women in their lane (note the terms men use when discussing women’s sexuality, particularly when women’s choices are seen as ‘outside their lane’).
I originally bought this book as the Audible version but added the paper book to mark vital passages for further reference. You won’t be sorry you purchased this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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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
1.0 out of 5 stars reads like a text bookReviewed in the United Kingdom on June 23, 2019
Verified Purchase
I found this book impossible to read. as dense as a text book and from what little I read, very badly struc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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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ny Moyes
5.0 out of 5 stars A forensic study of misogynyReviewed in the United Kingdom on December 9, 2017
Format: Kindle EditionVerified Purchase
What can we do in the age of Weinstein and Trump? We can start by learning about the nature of misogyny, so we know what we’re up against.
4 people found this help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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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Krebs
5.0 out of 5 stars Rote oder blaue Pille?Reviewed in Germany on March 2, 2019
Format: HardcoverVerified Purchase
Mit Down Girl ist es ein wenig so wie mit Neo in the "The Matrix", als er gefragt wird, welche Pille er schlucken möchte.
Dieses Buch ist sicherlich die rote Pille: Man erholt sich nie wieder von seinem Inhalt und wird die Welt fortan mit neuen Augen betrachten. Das ist unangenehm und zuweilen schmerzhaft, hilft einem aber dabei, die tiefgreifenden Strukturen von Frauenfeindlich zu begreifen.
"Down Girl" macht klar: Frauenfeindlichkeit hat System.
Dieses Buch ist für mich eines der wichtigsten der letzten Jahre wenn es darum geht, Genderdemokratie und Feminismus voranzubrigen. Die Autorin schreibt dazu noch in einer Sprache, die schlichtweg als poetisch einzuordnen ist. Ohne die Botschaft des Themas zu verzuc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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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Paperback – March 1, 2019
by Kate Manne (Author)
4.5 out of 5 stars 141 ratings
Misogyny is a hot topic, yet it's often misunderstood. What is misogyny, exactly? Who deserves to be called a misogynist? How does misogyny contrast with sexism, and why is it prone to persist or increase even when sexist gender roles are waning? This book is an exploration of misogyny in public life and politics by the moral philosopher and writer Kate Manne. It argues that misogyny should not be understood primarily in terms of the hatred or hostility some men feel toward all or most women. Rather, it's primarily about controlling, policing, punishing, and exiling the "bad"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And it's compatible with rewarding "the good ones," and singling out other women to serve as warnings to those who are out of order. It's also common for women to serve as scapegoats, be burned as witches, and treated as pariahs.
Manne examines recent and current events such as the Isla Vista killings by Elliot Rodger, the case of the convicted serial rapist Daniel Holtzclaw, who preyed on African American women as a police officer in Oklahoma City, Rush Limbaugh's diatribe against Sandra Fluke, and the "misogyny speech" of Julia Gillard, then Prime Minister of Australia, which went viral on YouTube. The book shows how these events, among others, set the stage for the 2016 US presidential election. Not only was the misogyny leveled against Hillary Clinton predictable in both quantity and quality, Manne argues it was predictable that many people would be prepared to forgive and forget regarding Donald Trump's history of sexual assault and harassment. For this, Manne argues, is misogyny's oft overlooked and equally pernicious underbelly: exonerating or showing "himpathy" for the comparatively privileged men who dominate, threaten, and silence women. l
From the Publisher
Editorial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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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s elucidation of misogyny's logic is interesting and illuminating ... [her] extensive use of real-world examples to illustrate and argue for her understanding of misogyny is laudable and exemplary of good philosophising." -- Mari Mikkola,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In Down Girl, Kate Manne does a jaw-droppingly brilliant job of explaining gender and power dynamics which have always been purposefully muddied, but which shape how and to whom sympathy and presumptions of full humanity accrue. Manne's work has been invaluable to me and so many others fighting to make sense of the world and who has power within it. You will understand our current moment far better and more easily after having read Down Girl. Perceptive, bold, stylishly written and bracingly clear eyed, Down Girl is one of the best books I have ever read on gender and power; I will never stop learning from it." -- Rebecca Traister, author of Good and Mad
"Despite its somber topic, Kate Manne's Down Girl made me very happy, exhilarated indeed by its insight, analytical clarity, and committed engagement with a major issue of justice. I've been thinking and teaching about sexism and misogyny for a long time, but this book opened up fresh perspectives, for example in its convincing distinction between sexism as a set of beliefs and misogyny as an enforcement strategy. Each thoughtful person will have her own sense of where to locate the root of injustice to women, but Manne's cogent argument that misogyny is primarily about the demand that women give support, service, and care is surely at least one big part of the story of our turbulent times." -- Martha C. Nussbaum, School of Law and Department of Philosophy, University of Chicago
"Persuasively defining 'misogyny' as hostile, demeaning, shaming, and punitive treatment of women, Down Girl brings out the misogynist logic of contemporary culture with wit and urgency. In this book 'misogyny' emerges as the law enforcement branch of patriarchy, and thus as a concept that fully deserves a place alongside 'patriarchy' and 'sexism' as a fundamental tool for feminist analysis. Combining conceptual clarity with passionate commitment, Down Girl is indispensable reading for anyone who wishes to understand the ugly strand of hostility to women that has surfaced in recent years in our so-called advanced Western societies." -- Toril Moi, Duke University
"Kate Manne's brilliant Down Girl is a welcome antidote to the view that philosophy is--or should be--detached and otherworldly. In it, philosophy meets reality and the stakes are nothing less than life and death. Drawing on literature, television, film, social media, current events, and scientific research, Manne's unflinching and bracingly original account defines misogyny in terms of what it does: it polices and punishes women for not fulfilling their time-honored role of catering to men's needs and desires. Among its many other virtues, her analysis explains why, even as women are achieving greater equality, misogyny's stranglehold doesn't show signs of loosening anytime soon. A must-read for all who struggle to make sense of contemporary culture and politics." -- Susan J. Brison, Dartmouth College
"Kate Manne has written a deeply moving and powerful book. It is politically engaged philosophical analysis at its best." -- Sarah Song,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Manne's important new book deploys the tools of analytic moral philosophy to construct an arresting account of the logic of misogyny. It is sure to become a key reference point for future discussions of this vital, but hitherto sadly neglected, topic." -- John Tasioulas, King's College London
"Manne offers us a deep, insightful, and thought-provoking --if depressing-- account of misogyny in America. This is a path-breaking book. It couldn't come at a more auspicious time." -- Ruth Chang, Rutgers University
"Manne's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is excruciatingly well-timed, providing a theoretical framework for a phenomenon baring itself before us, perverse and pervasive... Down Girl reminds us that while revealing individual misogynists is hard, uprooting misogyny is much harder." -- Carlos Lozada, The Washington Post
"Manne brings a fresh analysis to our assumed understanding of misogyny and the related term sexism. As a feminist and moral philosopher... not a single book or article-length treatment [in the field] had been devoted to unpacking what it is and how it works. Historians, pay attention. Manne has stepped up to fill this gap... Manne as a feminist philosopher breaks new ground in a field that is in need of new perspectives...Having fought for recognition for the legitimacy of their method, feminist philosophers are firmly committed to excavating the political, epistemological, and moral aspects of gender relations. Down Girl should encourage historians who trace changes in the meaning and the context of language to revisit some of the old standby terms of feminism." -- Lilian Calles Barger, Society for US Intellectual History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by feminist philosopher Kate Manne... argues that misogyny pits women against each other: the good wife vs. "feminazis." At a time when high-profile sexual predators have been exposed, I can't imagine a more relevant read." -- Carrie Tirado Bramen, Times Higher Education
"Kate Manne's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provides an important and compelling analysis of a phenomenon that's everywhere. Out of Manne's thoughtful analysis, of not just much-debated high-profile events but also everyday experiences, emerge insight after insight into the what, why, when, and how of misogyny. Manne also gifts us a marvelous neologism to capture the exculpatory and even empathic attitudes sometimes expressed towards misogynistic men: "himpathy." -- Cordelia Fine, The Big Issue
"This new book from Kate Manne, a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makes a compelling argument for treating misogyny as a culture-wide system, not just a matter of individual bigotry." -- Max Fisher and Amanda Taub, The New York Times' The Interpreter Newsletter
"It is difficult to imagine a more timely moment for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Manne is a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and she uses the abstract tools of her discipline to parse current events. Her guiding question is as troubling as it is straightforward-to quote the comedian John Oliver: "Why is misogyny still a thing?" Within the parameters that Down Girl sets for itself, the account of misogyny it provides is compelling." -- Moira Weigel, The Guardian
"Cornell University philosophy professor Kate Manne is on a mission to define "misogyny." While we're culturally familiar with sexism, Manne argues in her forthcoming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that misogyny has been woefully conflated with sexism though they have different uses. Misogyny, in Manne's estimation, is about "controlling, policing, punishing, and exiling the 'bad'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Through the lens of the 2016 election as well as the 2014 Isla Vista killings, the case of serial rapist Daniel Holtzclaw, Rush Limbaugh's "slut" rant against Sandra Fluke, and other news events, Manne outlines the danger of misogyny, and explains how we can collectively resist it." -- Evette Dionne, Bitch Magazine
"Down Girl is a must-read and should be in every feminist's library...[L]ong after reading it, I've found myself going back to it, quoting from it and rereading sections. Her analogies used to explain misogyny's many forms, provide much needed clarity; Manne also parses the difference between sexism vs. misogyny. In my opinion Down Girl is destined to become a feminist literary classic alongside the likes of The Beauty Myth by Naomi Wolf or Betty Friedan's The Feminine Mystique." -- Jennifer Taylor Skinner, The Electorette podcast
"In her new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Kate Manne examines an unfortunately ubiquitous reality through an intriguing lens. Manne, who teaches philosophy at Cornell, looks at misogyny from the perspective of power: rather than focus on whether individual men are misogynists or feel deep hatred for women, we would do well to spend more time wrestling with the power structures that not only allow for endless sympathy and space for men's poor behavior, but also-most crucially-help teach men that women are supposed to behave in certain ways." -- Isaac Chotiner, Slate
"What We're Reading: A compelling conversation [by Isaac Chotiner, Slate, see above] with Kate Manne, a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and the author of a new book on structural misogyny, may change the way you think about the #MeToo moment. She makes a case for treating the wave of revelations as an opportunity to re-examine a culture-wide system of discrimination, not just individual instances of bigotry and harassment." -- Amanda Taub, The New York Times
"What is misogyny? How is it different from sexism? And why does the male-dominated status quo seem to persist? A new book by Cornell philosophy professor Kate Manne has answers. She argues that misogyny is not about male hostility or hatred toward women-instead, it's about controlling and punishing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Misogyny rewards women who reinforce the status quo and punishes those who don't...This book calls attention to the roles we all play in society, roles that we're assigned at birth and rarely question, and how we punish people-especially women-when they defy those roles." -- Sean Illing, Vox
"In the fiercely argued and timely study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Oxford), the philosopher Kate Manne makes a consonant argument [with anthropologist Alan Fiske and psychologist Tage Rai] about sexual violence. "The idea of rapists as monsters exonerates by caricature," she writes, urging us to recognize "the banality of misogyny," the disturbing possibility that "people may know full well that those they treat in brutally degrading and inhuman ways are fellow human beings, underneath a more or less thin veneer of false consciousness...There has always been something optimistic about the idea that our worst acts of inhumanity are based on confusion. It suggests that we could make the world better simply by having a clearer grasp of reality... The truth may be harder to accept: that our best and our worst tendencies arise precisely from seeing others as human." -- Paul Bloom, The New Yorker
"Kate Manne has written an urgently relevant, brilliant but accessible analysis of how patriarchy functions within our context...Brilliant discussions of "himpathy," victim blaming, and other related subjects follow...Manne's analysis is unflinching and, as things stand right now, there is little room for hope that the big picture is going to improve any time soon. This is very highly recommended reading. Hands down, one of the best books of the year." --n Journeying with Those in Exile
"This timely work of practical philosophy argues that misogyny is not defined by any private emotion or motivation-such as hostility or hatred toward women-but rather by a social function-controlling and punishing women who challenge male dominance while rewarding women who reinforce the status quo." --Adil Ahmad Haque, Just Security
"Kate Manne's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is the most important book I've read this year... While Manne doesn't solve the problem or give us a neat or hopeful answer, understanding misogyny is an important first step, so we can recognize it and break the silence that enables it." --Skye Cleary, The Reading Lists
"Manne is a superb philosopher. Her feminist critiques are not just compelling but plainly stated. In this study, which I've been eagerly waiting for all year, she analyzes the systematic misogyny and sexism built into our culture and politics. It is a vital work demonstrating just how women are policed and silenced...it is one of the best books I've read this year." --Misanthropester
"A big, ambitious and engrossing book, Down Girl raises the questions we should all be asking...Manne's equanimity and epistemological delicacy further the debate, closing in on predators such as Weinstein and bullies such as Trump with more than good intent. She comes at the problem of misogyny from all angles, tearing it apart." -- The Australian
"This is the type of book that should be required reading for everyone. It uses historical and statistical evidence to prove that misogyny has woven its way into the very thread of society. The book illustrates how it's so ingrained in our culture that people of both genders rarely seem aware of it, much less critical of it. Often, it becomes such a norm in our society, that we fail to recognize its extensive effects on our everyday lives. Which is exactly why this book is so needed...if you're looking for a book to start off your year with, "Down Girl" is an awesome choice. It's informative, eye-opening, and necessary. Leave 2017 behind. Take on 2018 head first with a real knowledge of how our world is currently working, and a better understanding of what you can do to change that." -- Lipstick & Politics
"Manne's book is a forensic and clever analysis which provides the cogs and wheels of how the system of patriarchal policing works, in our minds, as well as in our world... a prescient work, which proves particularly helpful when facing the news cycle each new day." --Times Literary Supplement
"Manne isn't concerned with going after individual misogynists so much as analyzing how misogyny functions within society." -- Nigel Warburton, Fiv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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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Kate Manne is an assistant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having previously been a junior fellow at the Harvard Society of Fellows from 2011-2013. She works in moral, social, and feminist philosophy. In addition to academic journals, her work has appeared in The New York Times,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The Huffington Post,, The New Philosopher,, and Boston Review. Her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was awarded the 2019 PROSE Award for Excellence in the Humanities by the 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Product details
Paperback: 368 pages
Publisher: Oxford University Press; Reprint edition (March 1, 2019)
Language: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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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raphy
Kate Manne is an associate professor of philosophy at Cornell University, having previously been a junior fellow at the Harvard Society of Fellows from 2011-2013. She works in moral, social, and feminist philosophy. In addition to academic journals, her work has appeared in The New York Times, New York Magazine,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 The Huffington Post, CNN, Politico, and The Boston Review. Her book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was awarded the 2019 PROSE Award for Excellence in the Humanities by the 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 and won the American Philosophical Association Book Prize in 2019.
http://www.katemanne.net/
https://cornell.academia.edu/KateM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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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 manne hillary clinton required reading patriarchal norms presidential election definition of misogyny professor manne men and women must read logic of misogyny donald trump professor manne hatred of women anyone interested girl logic real world sexism and misogyny human beings highly recommend great bookVINE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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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B
5.0 out of 5 stars It's the COSTS not the MOTIVE.Reviewed in the United Kingdom on September 11, 2018
Format: HardcoverVerified Purchase
Dr. Manne has written a well-researched, reader-friendly book on misogyny, the content of which should be included as core curriculum in middle schools. Dr. Manne addresses several limitations (who can cover everything in one book?) to her thesis such as misogynoir, equal rights for transwomen, etc., but has more than sufficiently researched and defended her argument regarding misogyny. She examines misogyny as the enduring traditions, customs and actions that signal women to “stay in their lane” and not compete for roles, jobs, titles or the economics traditionally retained by men. Identifying misogyny as the COSTS women bear and not the MOTIVES of the men involved was one of the significant takeaways for me.
Like Prof. Manne, I agree dehumanisation (depriving a person of human qualities, instead attributing animal-like qualities to them) is not the main mechanism of misogyny, but it certainly is one practice that will signal misogyny is at work to keep women in their lane (note the terms men use when discussing women’s sexuality, particularly when women’s choices are seen as ‘outside their lane’).
I originally bought this book as the Audible version but added the paper book to mark vital passages for further reference. You won’t be sorry you purchased this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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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
1.0 out of 5 stars reads like a text bookReviewed in the United Kingdom on June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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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ound this book impossible to read. as dense as a text book and from what little I read, very badly struc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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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ny Moyes
5.0 out of 5 stars A forensic study of misogynyReviewed in the United Kingdom on December 9, 2017
Format: Kindle EditionVerified Purchase
What can we do in the age of Weinstein and Trump? We can start by learning about the nature of misogyny, so we know what we’re up aga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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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Krebs
5.0 out of 5 stars Rote oder blaue Pille?Reviewed in Germany on March 2, 2019
Format: HardcoverVerified Purchase
Mit Down Girl ist es ein wenig so wie mit Neo in the "The Matrix", als er gefragt wird, welche Pille er schlucken möchte.
Dieses Buch ist sicherlich die rote Pille: Man erholt sich nie wieder von seinem Inhalt und wird die Welt fortan mit neuen Augen betrachten. Das ist unangenehm und zuweilen schmerzhaft, hilft einem aber dabei, die tiefgreifenden Strukturen von Frauenfeindlich zu begreifen.
"Down Girl" macht klar: Frauenfeindlichkeit hat System.
Dieses Buch ist für mich eines der wichtigsten der letzten Jahre wenn es darum geht, Genderdemokratie und Feminismus voranzubrigen. Die Autorin schreibt dazu noch in einer Sprache, die schlichtweg als poetisch einzuordnen ist. Ohne die Botschaft des Themas zu verzuck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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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out of 5 stars RubbishReviewed in the United Kingdom on December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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